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235화 (235/236)

235화

스타라이트(2)

스타라이트.

내가 좋아했던 만화 「Heroicest」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히어로.

그리고 결국은 세상을 구하지 못한 채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히어로이기도 했다.

만화 속 내용이 현실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면, 스타라이트는 정말 최선을 다해 히어로로서 활동했다.

많은 사람을 구했고, 많은 빌런의 범죄를 막아냈다.

그런 스타라이트가 이젠 차원을 부수고 다니는 빌런이 되어버리다니….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이 잔인한 굴레를 벗어나게 도와주는 수 방법밖에 없다.

나는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스타라이트를 바라보았다.

저릿저릿하게 느껴지는 스타라이트의 강함, 그리고 이 세상 전체를 저주하는 듯 온 사방으로 흩뿌리는 살기.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 아니다.

스타라이트는 영혼과 함께 마음도 잃은 듯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싸움은 아무 전조도 없이 시작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나를 향해 달려드는 스타라이트.

엄청나게 긴장하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떻게든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퍼억-

얼굴에 박힐 치명타를 피한 대신, 아까부터 다쳐있던 왼쪽 어깨를 대신 얻어맞았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맞기만 할 순 없지.

꽈아아악-

나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똑같이 스타라이트를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흘려보내는 공허의 에너지.

하지만….

펑- 쿵!

스타라이트의 주먹에 얻어맞은 나는, 순식간에 반대편 벽까지 날아가 부딪혔다.

“끄아아아악!”

어깨에서 흘러나오는 고통 때문에 절로 비명이 나온다.

놀라울 정도의 힘. 이게 스타라이트인가.

[“마스터. 왼… 왼쪽어깨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왼쪽 어깨가 완전히 으스러진 느낌이다. 힘을 주어봐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제인. 왼쪽 어깨에 진통제 같은 효과 낼 수 없어?

[“진통제는 없지만… 잠시간 감각차단은 가능하긴 한데요….”]

그것도 좋아. 잠시 왼팔 감각을 차단시켜줘.

왼팔의 감각이 차단되자마자 사라지는 고통.

나는 다시 일어나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스타라이트는 내게 얻어맞은 옆구리를 살살 쓰다듬고 있었다.

자신이 말한 에너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이 차원에 들어오기 전에 잠시 차원 내부를 살펴보았다. 이 세계에는 강자가 없더군. 가진 거라곤 흔해 빠진 초능력들뿐. 그것마저도 한계를 넘어선 사람은 없어.”

마치 개미집을 들여다본 연구원처럼, 담담하게 말하는 스타라이트.

“하지만… 너는 조금 다르군. 새로운 힘을 제외하고도 너에겐… 남들과는 다른 에너지가 존재해. 초능력과는 다른… 이질적인 힘이. 이 차원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너인가? 하지만… 나를 이길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영혼도 없이 몸만 있는 주제에 말은 잘하네.

“미안하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그렇군. 네 말이 맞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또다시 나를 향해 달려 들어오는 스타라이트.

엄청난 속도와 힘이다. 일단 눈에 익숙해지는 게 우선이다.

나는 망토를 풀어 허공에 다크 쉴드를 만든 뒤 뒤로 물러섰다.

쾅-!

쉴드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내게로 날아오는 망토.

다크 쉴드의 에너지는 완전히 바닥나 있었다.

나는 망토를 착용하며 다크 쉴드를 주먹 한 방만으로 깨트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스타라이트를 노려보았다.

언제냐… 언제 올 거냐….

지금!

스타라이트의 몸이 사라짐과 동시에 오른 주먹을 내 뻗으며 공허의 힘을 사용한다.

투웅-!

스타라이트의 빛나는 주먹과 대조적으로 공허의 어둠으로 가득찬 내 주먹이 맞닿았다.

공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분명 공허의 힘으로 충격 에너지 대부분을 흡수했음에도 팔이 저릿저릿하다.

하지만 이번엔 분명 보였다.

스타라이트의 움직임이.

이대로 왼손을 뻗어 연속 공격에 들어가면 좋았겠지만, 이미 왼팔은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투웅-!

이차로 날아오는 스타라이트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

이번에도 정확한 타이밍에 주먹을 휘둘러 스타라이트의 공격을 막아냈다.

퉁- 투웅- 퉁- 퉁!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타격전.

복싱을 배워두길 잘했다.

제대로된 격투술을 몰랐다면 분명 여기서 무너졌을 거다.

나는 오른손 하나만으로 이악물고 스타라이트의 공격을 다 막아냈다.

여전히 충격을 모두 흡수하진 못하고, 오른팔이 조금 저려오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스타라이트의 공격이 보였다.

쉬익-

내게 다시 뻗어지는 스타라이트의 주먹을, 이번엔 막아내지 않고 아주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해낸다.

시이이익- 쿵!

살벌한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 저 멀리 있던 벽을 때려 무너뜨린다.

내가 피해낸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반대편 주먹을 뻗는 스타라이트.

하지만, 나는 그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

내가 노리는 것은, 카운터 펀치.

콰앙-!

지금껏 흡수했던 에너지를 완전히 풀어놓으며 스타라이트의 얼굴에 틀어박힌 내 주먹.

이건… 먹혔다. 충분히 정타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스타라이트가 방금 휘둘렀던 주먹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 가슴에 틀어박혔다.

“커-억!”

순식간에 눈앞이 어두컴컴해진다.

삐이이이이-

퉁!

나는 등 뒤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느낌이 들고 나서야 내가 얻어맞고 날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스터! 마스터! 정신 차려요!”]

걱정 마. 아직 제정신이야.

삐이이이이이-

나는 귓가를 몇 번 툭툭 치며 이명 소리를 지웠다.

다행히 얻어맞은 가슴이 뼈까지 상하진 않은 모양이다.

이 정도까지 얻어맞았는데도 후속타가 들어오지 않았다는 건….

나는 무너진 벽에서 몸을 일으켜 다시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역시나.

이번 공격은 스타라이트에게도 타격이 있었던 모양이다.

멈춰선 스타라이트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런 스타라이트의 코에서 주륵 흘러내리는 코피.

스타라이트는 빛으로 반짝이는 손을 들어 코피를 닦아냈다.

“놀랍군. 한 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나와 이 정도로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다니.”

대등한 거 맞냐? 난 팔을 못 쓰는데 넌 코피 조금 난 게 전부잖아.

투덜거려봐야 의미는 없다.

또다시 이어질 싸움을 준비할 뿐.

오른팔이 저릿저릿한 게 막아내는 것에도 타격을 많이 입은 모양이다.

하지만.

다시 와라. 덤벼라.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    *    *

두근 두근.

코에서 흘러내리는 코피를 닦으며, 남자는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숨소리도 빨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강력한 초인인 남자에겐 생소한 경험이었다.

심장이 뛴다는 건 무슨 뜻일까?

잘 모르겠다.

지금은 내게 주어진 일에 충실할 수밖에.

오른손을 들어 올려 다시 파이팅 자세를 취하는 검은 슈트의 히어로가 보인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놈이 자신을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놈은 자신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고, 심지어는 자신에게 한 방 먹이기도 했다.

단지 몇 합의 싸움만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놀라움보다는 흥미로움이 앞섰다.

단 몇 합의 싸움만으로 이 정도까지 강해질 수 있다면, 내가 이 히어로를 어느 정도까지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검은 슈트의 히어로는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오라는 듯이.

놈은 ‘나는 아직 포기 하지 않았다’라고 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허전하고 공허했던 자신의 삶에 무언가 하나가 생겨난 기분이었다.

그래, 가마.

네가 아직 포기 하지 않았으니까.

*    *    *

zhieeeeeeee-!

스타라이트의 눈에서 나를 향해 뿜어져 나오는 두 개의 광선.

스타라이트의 필살기 중 하나인, 태양 광선이다.

태양의 에너지를 빌려 광선을 만들어낸다는 설정이었지. 아마.

나는 나를 향해 날아든 광선을 공허를 열어 모두 받아들인다.

공허 안으로 빨려 들어간 광선은 공허 저편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그런 내가 다시 준비하길 기다린 뒤 다음 공격을 시작하는 스타라이트.

내가 스타라이트의 얼굴에 일격을 먹이는 데 성공한 이후로 전투의 양상이 조금 달라졌다.

근접박투 위주였던 싸움과는 달리, 스타라이트는 이제 자신이 가진 능력 모두를 활용하며 싸웠다.

빛 에너지를 이용한, 스타라이트의 특유의 여러 가지 기술들.

빛을 광선형태로 쏘기도 하고, 바닥에서 솟구쳐 오르게 만들기도 했으며, 화살촉처럼 생긴 빛에너지가 나를 향해 쏟아지기도 했었다.

당연히 나는 그런 공격들을 막아내며 점점 크고 작은 상처들을 몸에 입고 있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화살촉들을 공허의 힘을 이용해 빨아들인다. 빨아들인 화살촉들은 저들끼리 부딪치며 소멸해버렸다.

점점 공허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이 몸에 익기 시작한다.

이 정도라면… 이제 이것도 되지 않을까?

스타라이트 힘의 근원은 태양. 태양이 뿜어내는 빛이다.

스타라이트가 엄청나게 빠르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이 빛 에너지를 자신의 몸에 둘러 사용하는 방법을 깨우친 탓이다.

스타라이트는 그런 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히어로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공허의 에너지는 그런 에너지들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공허의 힘을 활용한다면, 스타라이트의 육체 능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을 거다.

나는 공허의 힘을 꽉꽉 눌러 압축하기 시작했다.

동글동글하게 구처럼 뭉쳐지는 공허의 힘.

나는 그대로 공허의 힘을 스타라이트를 향해 날려 보냈다.

스타라이트는 이 정도는 가뿐하다는 듯, 가볍게 몸을 흔들어 피해냈지만….

스으으읍-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공허의 힘이 스타라이트의 빛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는 것을.

나를 향해 날아드는 스타라이트의 공격들을 피해내며, 계속해서 공허의 구를 날렸다.

효과는 오래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다크 카이저. 네 작전이 먹히고 있는 것 같군. 놈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래. 나도 느끼고 있어.

놈의 스피드가 느려졌다는 건, 힘도, 육체의 강화도 충분히 약화되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놈을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일격을 먹이기 위해선, 원거리보다 근접전을 유도해야만 한다.

나는 스타라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뻐걱-

마치 내가 달려들길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로우킥을 먹이는 스타라이트.

다리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처음보단 약해진 게 분명했다.

아직은 아니다. 조금 더 기회를 노려야 한다.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붙어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퉁!

내 주먹을 손을 휘둘러 튕겨내는 스타라이트.

곧바로 이어지는 스타라이트의 연속 공격.

퍽- 팍- 퍽-

몸 상태가 엉망인 탓에 다 피할 수 있는 공격임에도 몇 방 얻어맞았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나는 일부러 비틀거리며 한 발자국 뒤로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보고 곧바로 빛으로 반짝이는 주먹을 들어 올리는 스타라이트.

그래! 와라! 그 주먹을 나에게 뻗어!

내 마음 속의 말을 들은 것처럼 나를 향해 주먹을 뻗어내는 스타라이트.

머릿속에서 내가 지금껏 지나온 길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흘러 지나가는 것들은, 나를 지탱해줬던 가족, 친구, 그리고 동료들.

나는 오른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노리는 것은, 완전한 크로스 카운터.

머릿 속에서, 지훈이형의 자세를 떠올린다.

복싱을 배운 후에도 완벽하게 따라할 순 없던 바로 그 자세.

하지만, 분명 지금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리는 어깨 넓이로, 양팔은 11자로, 등보다는 허리를 이용해서.

스타라이트를 향해

주-

주먹을-

주먹을 뻗는-

주먹을 뻗는다!

콰앙-!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