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용사답지 않은 용사(3).
* * *
천막이라고 해봐야 비바람을 막아줄 뿐이다.
용사라는 게 항상 침대에서만 잘 수는 없는 운명인지라, 고이 접어둔 로브를 뒤집어쓰고 잘 수밖에 없다.
“안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함정 설치하고 올 테니까.”
나를 천막 안으로 밀어 넣은 후, 애쉬는 야영지 주변에 함정을 설치하러 갔다.
만에 하나 습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해둬야 할 방비였다.
─ 너네는 알아서 아무거나 덮고 자라. 니들이 느리게 움직여서 노숙하는 거니까.
─ 네, 넵!
─ 죽여 버리고 싶은데 참고 있다는 것만 알아둬. 나중에 강아지한테 감사인사 똑바로 전하고.
─ 네! 아, 알겠습니다. 용사님!
애쉬의 인기척이 멀어지고, 나는 천막 안을 살폈다.
3평 쯤 되어 보이는 천막 안에는 애쉬의 짐으로 보이는 배낭 하나가 덩그러니 놓아져 있다.
‘핀, 아니면 바늘, 아니면 다른 거라도.’
‘해제’를 사용하기 위한 도구가 필요하다.
스킬은 내 행동에 대해 상승보정효과를 부여해줄 뿐이라서, 실제로 내가 동작을 행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해제’는 자물쇠를 따는 시늉을, ‘소매치기’는 상대의 품을 뒤적이는 시늉을, 그나마 ‘감지’가 가장 편리한 스킬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정보가 떠오르니까.
[육포]
비상식량으로 제격인 훈제육포.
[보리빵]
벽돌이 없다면 이것을 대신 써보는 게 어때?
[판타지아 남부 지도]
낙서 아닌 낙서가 가득한, 판타지아 남부 지도.
웬만한 물건은 죄다 애쉬가 들고 있다.
정조대 열쇠도 벨트 가방에 넣는 것을 보았다.
이 배낭에는 아마, 나에게 쓸모없는 것들만 있으리라.
‘남부 지도. 이거 한 번, 확인을 해봐야지.’
노예 상인에게 팔리기 전에, 마을이 남부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었다.
남부 지도를 보면 무언가 알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지도를 펼쳤다.
무슨 가공처리를 한 건지, 종이가 아주 고품질이었다.
‘…여기쯤이다.’
마을에서 마을 지도를 본 적이 있다.
그 때 봤던 주변 지형과 주변 명칭을 통해 퍼즐을 맞추듯 내가 떨어졌던 마을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틀 정도 움직였다고 가정, 현재 위치를 가늠했다.
애초에, 지도에는 이런저런 선들이 많았다.
경로를 계산한 건지 아니면 따로 조사라도 한 건지, 난잡하게 그어진 선들과 필기된 정보들로 가득했다.
‘라베루스로 가려는 건가보네.’
빠르게 움직이면 오늘 안에도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 멀지 않은 도시, 라베루스 밖에 없었다.
여기에 얻어야 할 물건이 있었나?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봤다.
‘…신속의 룬이 있어.’
‘룬’, 용사의 성검을 각성시키기 위한 재료다.
용사라면 1순위로 무조건 얻어야 하는 것.
그것이 라베루스 근처 절벽 아래에 잠들어 있다.
터벅, 터벅.
바깥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상념을 이끌고 갈 여유가 없었다.
지도를 배낭 안에 우겨넣고 꼼꼼하게 정리했다.
괜한 의심 받지 않도록.
그리고 얌전히 앉아서 기다렸다.
‘시발….’
내 신세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강아지.”
애쉬가 천막을 들추고 들어왔다.
미심쩍은 미소와 함께 천막 안을 마구 살폈다.
내가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 확인하는 듯했다.
그리고 만족한 듯 활짝 웃는다.
“얌전히 있었네? 와, 그래. 이렇게 얌전히 있어주면 얼마나 좋아. 서로 마음고생 안 해도 되고, 응? 내가 너한테 해코지 하려고 이러는 게 아니란 말이야. 내 마음을 알아준 거구나?”
“…….”
좆같은 소리만 골라서 한다.
애쉬가 예쁘장하게 생기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프리즌 브레이크를 찍고 있었을 것이다.
“상을 줄게.”
“…정조대를 풀어주시면….”
“그건 안 돼.”
애쉬는 내 요구사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불알에 아기씨를 잔뜩 쌓아둬야 해서 사정은 못 시켜줘, 미안해. 대신에 도시…. 내일 라베루스에 들어가면, 그 때 밤새도록 싸게 해줄게.”
“뭔….”
애쉬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으며 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중요한 날을 위해 마련해둔 최고급의 고기를 보는 듯했다.
퉁명스런 말투를 막을 수가 없다.
어차피 정조대도 못 벗는데, 상이고 나발이고 의미가 있을까.
“그럼 대체 무슨 상인데요?”
“무슨 상이냐면….”
애쉬가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히죽 웃었다.
가슴골과 쇄골이 훤히 드러나도록 한쪽 어깨에 걸치고만 있던 흰 셔츠를, 당당하게 확 열어젖혔다.
뽀얀 젖가슴과 분홍빛 젖꼭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엌….”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정조대 때문에 발기가 막혀서 그런가, 자지가 너무 아팠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 이렇게 되면 아프겠네. 상이 아니구나.”
뒤늦게 아차 싶었는지, 애쉬가 정조대를 풀어주었다.
정조대에서 해방되자마자 자지가 분기탱천, 천막을 뚫을 듯 빳빳하게 서버렸다.
“싸는 건 안 돼. 말했다시피 도시로 가서 싸기로 했어.”
“그러면….”
나는 슬쩍 실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애쉬의 젖가슴을 눈에 담았다.
절대 싸면 안 된다고 했는데, 이 상태로도 싸버릴 것 같았다.
실물로 마주한 여성의 젖가슴에는 그만한 힘이 있었다.
“얌전히 있어준 상이라고 했잖아. 강아지 마음대로, 물고 빨고 만져도 허락할게.”
“……!”
애쉬는 나를 보며 안기라는 듯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나쁜 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착한 여자인 게 아닐까?
원작에서도 애쉬의 비하인드스토리는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만 짚고 넘어가잖아.
독자인 나로서는 애쉬에 대해 착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쁘지 않아. 까칠하고 거만하지도…. 애쉬는, 순정적인 여자라고!’
나, 강아진.
어머니의 자궁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여성의 젖가슴을 정복하다….
나는 애쉬를 눕혔다.
깔아둔 로브 위에 밀어 눕히고, 덮치듯이 애쉬의 위로 올라탔다.
“옳지, 옳지…. 네가 원하는 만큼…. 흐응….”
애쉬의 커다란 젖가슴에 손을 얹었다.
말캉말캉한 감촉을 즐기면서도 눈치를 살폈다.
애쉬는 눈을 지그시 감고 내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시뻘겋게 붉어진 얼굴에서, 그녀 또한 경험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쮸읍. 쫍.
“흣….”
애쉬의 젖꼭지를 입에 물고 살살 빨아본다.
특별한 맛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빨고 싶어졌다.
마음 한구석에 전기라도 통한 듯 마구 저렸다.
“그래, 강아지. 열심히 잘 먹네…. 하지만, 아직은 우유 안 나와….”
애쉬가 내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손길에, 강압적인 느낌은 없었다.
모든 행동을 다 포용해주고자 하는 마망의 마음,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들어줄 눈나의 의지….
나도 모르게 내 허리를 달달달 떨었다.
사정하고 싶어서, 멈출 수가 없었다.
“…강아지, 싸고 싶어…?”
애쉬가 나를 보며 물었다.
나른하게 풀린 목소리는 분명, 뿅 가버린 여자의 그것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뉘앙스가 풀풀 풍겼다.
어쩌면, 분위기에 취해 사정을 허락해줄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싸고 싶어, 싸고 싶습니다, 애쉬님!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애쉬는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아, 자지 앞에 대주었다.
자신의 손을 보지 삼아 쓰라는 배려.
대딸 아닌 대딸.
냉큼 애쉬의 손바닥 보지에 삽입했다.
두 손바닥이 오므라져 밀착됐다.
자지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압박감에, 흔들어 보지도 못하고 금방 사정하고 말았다.
푸슛. 푸슛.
“큽…!”
애쉬가 손바닥을 꽈악 모으고 정액을 받았다.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았다.
애쉬의 손을 자궁이라 생각하며, 오전부터 참아온 정액을 질펀하게 싸질렀다.
끈적끈적하고 희멀건 정액이 애쉬의 손바닥을 더럽혔다.
“…싸버렸네.”
“……?”
목소리가 이상했다.
한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히잌…!”
입에 머금고 있던 젖꼭지를 놓아주고, 애쉬의 표정을 살폈다.
애쉬는 살벌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아기씨 쌓아둬야 한다니까,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기어코 싸고 싶다며 칭얼거려서 허락하게 만들었어.”
“…….”
분명히 허락은 네가 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나한테 지랄이란 말인가.
“강아지, 비켜.”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어처구니없어,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애쉬가 나를 밀쳐 눕혔다.
서로의 자세가 반대로 뒤집혔다.
“그거 좀 참는 게 그리 힘들어? 잔뜩 쌓아두고 싸게 해준다니까…. 나도…. 돌아온 이후로 계속 참고 있는 거라고.”
“…예?”
“나한테도 잘못이 있어. 허락 해준 내 잘못이지. 그러니까 함께 벌 받는 거야.”
“…….”
애쉬는 손바닥으로 받은 정액에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할짝, 혀를 내밀어 정액을 핥아 먹었다.
침으로 번들거리는 손을 손수건으로 마저 닦고 말했다.
“일주일. 도시에 가서도 일주일, 사정 안 시켜줄 거니까. 그런 줄 알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흣!”
애쉬가 손수건으로 내 자지를 닦아냈다.
귀두에 묻은 정액을 손수건으로 훔치고 말끔하게 정리해주었다.
당연하다는 듯 정조대까지 채우고, 정액으로 축축한 손수건을 따로 챙겼다.
“잠이나 자.”
애쉬는 자신의 옷을 추스른 다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천막을 박차고 나갔다.
썰렁한 천막 안에서, 밤꽃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도 후련하군.’
비록 정조대가 채워졌지만, 시원하게 한 발 싸질렀다.
애쉬의 풍만한 젖가슴을 안주 삼아서 아주 개운한 딸딸이였다.
“…음…?”
대강 로브 위에서 잠을 자려는 순간, 반짝거리는 은색 열쇠를 발견했다.
[남성용 정조대 열쇠]
지금 네가 착용 당한 정조대의 열쇠.
“…….”
침이 꼴깍 넘어갔다.
내가 훔친 것도 아닌데, 왜인지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나중에, 나중에 생각하자.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는 거야.’
지금은 냉정한 사고가 불가능하다.
혼자 딸딸이를 쳤다면 현자 타임에 돌입했을 테지만.
현재의 나는 애쉬에게 대딸 아닌 대딸을 받았다.
성욕이 들끓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열쇠를 품속 주머니에 집어넣고 잠을 청했다.
* * *
노예 후보들은 천막 맞은편에 옹기종기 모여 자리를 잡았다.
수인 소녀와 할아범이 나란히 누웠다.
“할아버지, 저흰 어떻게 되는 걸까요?”
“높은 확률로 다시 노예가 되겠지.”
“정말요?”
“노예제가 합법인 왕국에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수인이라니. 노예로 잡아가줍쇼, 하고 비는 수준이잖나.”
“…….”
할아범은 냉정하게 현실을 알려주었다.
노예 후보들 중 인간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몰래 납치하는 게 아니라면 노예로 팔기가 애매하다.
하지만, 수인은 아니었다.
수인에게는 인권이랄 것이 없었다.
수인 소녀는 할아범의 말에 몸을 웅크렸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흐윽…. 흑.”
야영지에는 노예 후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노예 후보들은 울다 지쳐 잠들었다.
그리고 할아범이 눈을 떴다.
멍청하고 허언으로 가득하던 틀딱 노인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날카롭게 벼려진 감각이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낚아챘다.
─ 하앙, 아앙…. 아진아…. 흐읏….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여성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애쉬의 것이었다.
‘용사….’
할아범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레벨1의 성검을 가진 용사.
은퇴한지 오래됐지만, 풋내기 용사의 감각쯤은 가뿐하게 속일 수 있으리라.
그리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도적무리를 정리한 사실은 애써 외면했다.
도적 떼 정도는 레벨1 용사에게도 가뿐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스읍, 하아…. 아진아…. 스읍, 하아….”
할아범은 애쉬를 발견했다.
개울가 바위에 걸터앉아 수음하고 있는 애쉬를 말이다.
뒷모습 밖에 안 보였지만, 잿빛의 머리칼은 분명 애쉬.
그녀 말고는 없다.
‘손수건? 저걸 왜 얼굴에 대고….’
금방 이유를 깨달았다.
할아범 본인도 애쉬와 비슷한 짓을 해본 전적이 있었다.
용병 시절에 용병대장(여)의 속옷을 훔쳐 자위하는데 쓰곤 했으니, 이른바 자위 반찬인 것이다.
‘젊은 처자가…. 당돌하구만.’
할아범은 그렇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비켜주려고 했다.
“할아버지.”
“……?”
“죽고 싶어요?”
할아범의 뒤로, 애쉬가 순식간에 접근했다.
성검이 등을 콕 찌르고 있었다.
‘빨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