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돼지들의 울음소리(4).
* * *
각인을 세 개 새기겠다고 한다.
그 각인의 위치를 물어보지 않은 것, 오늘 내가 저지른 패착이었다.
‘주인공이 새기는 각인은 정상적이었으니까.’
주인공 용사 루크와 그의 히로인들은 비교적 정상적인 각인을 새긴다.
어깨나 팔뚝 조금 야하면 허벅지.
그러나 이곳은 서큐버스의 피가 섞인 에르윈이 운영하는 창관이다.
정상적인 각인일 리가 없었다.
물어봤어야 했는데 늦어버렸다.
첫 번째 각인은 하복부에 새겨졌다.
에르윈은 내 하복부에 대고 마법진을 그렸다.
애쉬의 체액, 혈액, 마력 그리고 에르윈과 직원들의 마력을 사용했다.
마법진은 그녀의 직원들과 공명하여 분홍빛을 뿜어내며 내게 흡수되었다.
각인의 내용은 애쉬가 원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졌다.
“하복부에는 위치추적, 마력공유, 생명력공유.”
“엄청난 것들만 요구하시네요. 그 값이 대략….”
“돈 있다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려진 마법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내 체내에 완전히 흡수된 것처럼 보였다.
“…위치추적은 조금 오바마 아닌가?”
“가슴 만질래?”
“…이제 나 도망도 못 친다는 소리잖아.”
“도망칠 생각이었어?”
“…….”
애쉬가 나를 향해 으르렁거린다.
탈출할 마음이 있다는 소리에 진심으로 화내고 있었다.
“그건 아닌데….”
“도망칠 것도 아니면서 위치추적이 왜? 이 위험한 세상에, 위치추적 각인이 걸려 있으면 어디에 있어도 찾아낼 수 있고 좋은 거 아니야?”
“…좋은 의도로만 쓰인다면 그렇겠지.”
위치추적의 의도 자체는 참 좋다.
하지만 세상에 만들어진 물건 중에 목적대로만 쓰이는 물건이 얼마나 될까.
이 위치추적 각인도 싸한 용도로 쓰일 게 분명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당장 애쉬에게서 벗어날 힘이 없어 각인을 새기고 있지만 그 내용물이 조금 너무하지 않나 싶다.
구속도 이런 구속이 없다.
“강아지, 도망칠 생각하지 마. 넌 내 거라니까?”
“…….”
애쉬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묵직한 젖가슴이 내 등을 기분 좋게 압박했다.
여타 감정들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도망칠 생각을 하는 내가 병신처럼 느껴졌다.
감각은 애쉬의 젖가슴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톡 튀어나온 거, 이거….’
말캉한 살덩이 중심에 딱딱하게 솟은 애쉬의 젖꼭지가 내 등을 콕콕 찌른다.
불알을 떨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에르윈이 내 불알을 손으로 쥐고 있기도 했고.
애쉬는 내 허벅지를 힘으로 벌리며 에르윈을 도왔다.
두 번째 각인은 불알에 새겨졌다.
에르윈의 손바닥 위에 놓인 내 고환이 분홍빛 기운에 감싸였다.
잡아먹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뿜어졌다.
에르윈은 무슨 내용을 새기면 되겠냐는 질문을 담아 애쉬를 쳐다본다.
애쉬가 말했다.
“불알에는 성감 증폭.”
“…그것만 하면 될까요?”
“새길 수 있는 만큼 다 때려 박아.”
등 뒤에서 애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희열이 스며들어 있었다.
불알에도 간략한 마법진이 흡수되었다.
성감 증폭이라는데 별 다른 느낌은 없었다.
그 때, 애쉬의 손이 불쑥 아래로 내려왔다.
상체를 어루만지며 아랫배를 스치듯 터치하고 자지를 감싸 쥐었다.
“강아지, 느낌 어때? 민감하지?”
“…와, 와아….”
과장 조금 보태서 사정 직후의 자지를 애쉬가 주무르고 있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쌀 것 같이 자지가 예민하고 민감해졌다.
그 감각은 이내 깔끔하게 사라졌다.
에르윈이 말했다.
“용사님께서 남성분의 성감 증폭을 켜고 끌 수 있어요. 다음 각인 진행할 테니 엎드려주시겠어요?”
“엎드려? 아까처럼?”
불안감이 엄습한다.
고양이처럼 엎드린 자세에서 괴롭힐 만한 곳은 딱 한 군데 밖에 없다.
에르윈은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정확한 위치를 말했다.
“네. 안쪽에 각인을 새겨야 해서요.”
나는 고개를 들어 애쉬를 바라봤다.
이건 아니지 않냐, 그런 속뜻을 담아서.
애쉬는 내 눈을 보고도 방긋 웃었다.
“기분 좋을 거야.”
“아니, 기분 좋고 자시고 간에…. 이건 좀 아니잖아.”
피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싫은 티를 내줘야지 애쉬가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 말을 들은 애쉬는 인상을 팍 찡그렸다.
“아, 그냥 입 다물고 엎드려.”
“…….”
“빨리. 가슴 만지게 해줄게.”
울고불고 지랄하는 애새끼 주사 맞히듯이 어르고 달랜다.
내뱉는 말이 보다 더 강압적이긴 했으나 목적 자체는 그리 다르지 않았다.
‘주사랑 비슷하기는 하네.’
엉덩이 근육에 놓는 주사와 달리 좀 더 깊게 넣으려는 게 차이점이었다.
“진짜, 이건 아닌데. 나 상남자 강아진인데….”
“알아. 상남자인 거 아니까, 말 좀 들으면 안 돼? 빨리 끝내고 가서 쉬자, 응?”
“그냥 안 새기면 되잖아.”
“그건 싫어.”
애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말다툼의 결말은 하나밖에 없다.
내 뒷구멍에 세 번째 각인이 새겨지는 엔딩.
내가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이 결말을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제 사정 기능까지 넣기 전에, 엎드려.”
“강제 사정? 그런 것도 있는 거냐?”
“그래. 오줌 지리듯이 싸기 싫으면, 순순히 엎드리는 게 좋을 거야. 지금의 나는 순한 것만 새길 생각이니까.”
이후 내가 당하게 될 괴롭힘을 떠올리면 성감 증폭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통스럽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간다?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처절한 마음으로 몸을 뒤집었다.
두 팔로 침대를 짚고 무릎을 세운 자세로 에르윈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크흑….”
“강아지, 이리 와.”
치욕적이고 굴욕적인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애쉬가 내 팔을 당기며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애쉬의 몸과 내 상체가 포개지듯 무너져 내렸다.
“읍…!”
커다란 젖가슴이 내 얼굴을 폭력적으로 감쌌다.
애쉬는 내 머리를 끌어안고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보드라운 살 내음에 불알이 떨린다.
누운 애쉬의 몸에 얼굴을 파묻었다.
젖가슴 골짜기를 날름거리며 핥아본다.
“흐응….”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모험가의 심정이 이러할까.
모험에 중독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내 엉덩이는 여전히 꼿꼿하게 에르윈을 향해 있다.
에르윈은 내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진행하겠습니다, 용사님. 원하시는 각인 내용 말씀해주세요.”
“발기통제, 회복력 강화.”
“한 자리 남는데 비워둘까요?”
“이 자리가 사정통제 자리였는데 말이야. 그건 좀 심한 것 같아서, 다른 거 괜찮은 게 있을까?”
애쉬와 에르윈이 대화를 나눈다.
내 엉덩이 각인에 대한 내용으로 진지하게.
어처구니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내게는 내 몸뚱어리에 대한 권리, 지분이 전무했다.
“감정조종도 가능합니다. 명령에 대해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도 되고요.”
“그런 종류는 별로.”
“그러면…. 감각공유는 어떤가요? 남성의 뒤를 길들이는 남성분들이 자주 넣는 항목이거든요.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하면 조교하기가 훨씬 수월해지실 거예요.”
“감각공유라…. 강아지가 느끼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다? 그거 나쁘지 않네.”
“발기통제, 회복력 강화, 감각공유. 각인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애쉬와 에르윈의 토의가 끝났다.
그와 동시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치덕치덕, 무언가를 바르는 소리.
내 엉덩이 구멍에 바르는 게 느껴졌다.
“뭐하는…!”
고개를 들어 에르윈을 쳐다보려 했다.
애쉬가 내 머리를 꾹 누르며 못 보게 만들었다.
“강아지, 금방 끝나.”
“아니 잠깐만, 왜 못 보게 하는 건데?”
“그냥 궁금해 하지 마.”
애쉬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애쉬 젖가슴을 만지고 빠는 것뿐이었다.
이 얼마나 참담한 상황인가.
사내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엉덩이를 내어주며 여자의 젖이나 빠는 처지라니.
‘…나쁘지 않을 지도?’
두 손으로 가슴을 주물럭거린다.
말랑말랑한 촉감이 기분 좋다.
할짝, 할짝.
쮸읍.
“흐읏….”
애쉬의 젖꼭지를 쪼옥쪼옥 빨았다.
세게 하면 화낼 것 같아서 살살 핥았다.
애쉬에게서 간드러지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열심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헉…!”
푸욱!
내 의식이 애쉬에게로 향한 순간, 에르윈이 기습했다.
손가락을 밀어 넣은 것이다.
“애미 시발…!”
칼에 찔리면 이런 느낌일까.
속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감각, 슬라임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물렁한 슬라임과 달리 에르윈의 손가락은 단단해서.
“조금만 참아주세요. 금방 끝납니다.”
에르윈은 거침이 없었다.
손가락을 들이밀고 안쪽을 눌러댔다.
엉덩이 구멍을 중심으로 전기가 통하는 느낌이다.
다리가 저릿하고 하반신에서 힘이 빠져 움직여지질 않았다.
“용사님이 직접 길들이실 때에는 주의해주셔야 해요. 각인을 새기기 위해 저희 서큐버스의 힘을 사용해서 일시적으로 풀어준 것뿐이니까요. 이렇게 갑자기 해버리시면, 남성분이 다칠 수도 있어요.”
찌극. 찌극.
내 엉덩이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박히고 있는 여자 보지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가 내 뒤에서 들리다니.
말도 안 된다.
에르윈의 손가락이 들어온다.
몇 손가락은 지지대로 삼아 깊게.
손바닥이 회음부에 닿을 만큼.
어느 포인트를 찾는 듯 천천히 더듬었다.
그 움직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에르윈이 손가락으로 꾸욱꾸욱 누른다.
“여기네요. 엄청 깊어요.”
“헤으으읔…!”
느낌이 이상하다.
에르윈의 손가락 율동에 따라 무언가가 새어나갔다.
진심으로 짜내어지는 것 같았다.
차오른 사정감이 터지기도 전에 내 자지는 알 수 없는 액체를 싸지르고 있었다.
울컥, 울컥.
“애쉬…!”
기괴한 쾌감 속에서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애쉬 뿐이다.
다급하게 애쉬를 찾으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애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에르윈은 쉬지 않고 내 엉덩이 구멍을 쑤셔댔다.
손가락으로 포인트를 지그시 누르면서 각인을 새겼다.
공간이 분홍빛으로 가득 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각인’이 적용되었습니다.]
“각인, 완료했습니다.”
손가락이 박혀있을 때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에르윈이 손가락을 빼자마자 해방감을 느꼈다.
정조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자유.
“후윽, 훅…!”
“잘 했어, 강아지. 이제 돌아가자.”
애쉬 때문에 이 꼴을 당했는데.
애쉬가 달래주니까 마음이 풀린다.
병신도 이런 병신이 없다.
‘어떻게든 강해진다.’
도망칠 수 있을지 없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기 위해서 강해질 것이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추슬러 입었다.
주변에 있었던 직원들은 제 역할을 마친 후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계산 도와드리겠습니다.”
에르윈은 떨리는 목소리로 애쉬에게 말했다.
애쉬는 셔츠 단추를 잠그며 태평하게 물었다.
“얼만데?”
“최상급 슬라임이 3,000루나….”
이미 예산 초과다.
애쉬가 가지고 있는 돈은 약 만삼천 루나.
‘뭐야?’
존나 당당한 애쉬의 모습에 만삼천으로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런데 어림도 없었다.
‘그럼 그렇지.’
애쉬는 처음부터 돈을 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각인 세 개, 개당 1,000루나…. 총 6,000….”
“이 시발!”
“히익…!”
애쉬가 성검을 뽑아들었다.
에르윈이 화들짝 놀라며 오들오들 떨었다.
“뭔 각인이 6,000루나나 해. 이 년들, 바가지 씌우고 있네?”
“아, 아니에요! 재료 값만 받은 거라구요! 스크롤 값이랑 정기 마석, 그리고 최상급 슬라임 제값이 6,000…!”
“아가리 닥쳐!”
“…….”
에르윈도 이쯤 되면 눈치 챌 수밖에 없다.
용사 애쉬가 미친년이란 것을.
에르윈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분하고 억울해서.
감당해야 하는 손해가 떠올라서.
왜인지 불쌍하게 느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