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최강의 용사(4).
* * *
애쉬, 에르윈, 그리고 나.
셋으로 이루어진 파티가 결성됐다.
어정쩡하게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에르윈의 합류는 생각지도 못했다.
애쉬와 나.
둘이서만 다녀올 줄 알았다.
에르윈을 데려고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방금 애쉬에게 물었을 때, 애쉬는 대강 대답하며 넘겼다.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인 듯했다.
에르윈이 먼저 따라가겠다고 하지는 않았을 테고.
애쉬 성격에 목적도 없이 데리고 다닐 리도 없고.
에르윈의 경우는 애쉬 스스로가 끌고 온 것이다.
에르윈을 쓸 곳이 있어서 영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다.
“…….”
에르윈이 어색하다.
애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에르윈과 함께 있기가 힘들다.
부끄럽다고 해야 할까.
쪽팔린다고 해야 할까.
어제 있었던 일을 잊지 못했다.
에르윈을 볼 때마다 그 순간의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누구도 침범하지 못한 성지였다.
나조차도 내 뒷구멍의 생김새를 모른다.
그런데 에르윈의 손가락이 그 성지를 욕보였다.
사무적으로 내 뒷구멍을 쑤시고 문지르던 게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다.
오금이 저렸다.
애쉬는 내 반응에 신경 쓰지 않았다.
“마차에 타.”
마차 승강장에서 마차 하나를 빌렸다.
바람의 룬이 있는 위치까지 걸어가는 건 미친 짓에 가깝다.
가능은 하겠지만 체력과 시간의 문제였다.
마차를 몰아줄 마부도 고용했다.
유테론의 권력과 용사 애쉬가 뭉치니 불가능한 게 없었다.
유테론의 돈으로 아주 싼 값에 이용할 수 있었다.
마차 구석에 배낭을 내려두고 자리에 착석했다.
애쉬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에르윈은 우리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가기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 출발하겠습니다.
히이이이이잉.
마부의 말과 동시에 마차가 힘차게 출발했다.
마차는 부드럽게 내달렸다.
유테론의 거리를 지나 순식간에 관문을 지나쳤다.
“용사님, 무운을 빕니다!”
관문의 병사들은 애쉬의 신분을 확인하자마자 경례를 박았다.
최소한의 절차로 유테론을 벗어났다.
들판이 펼쳐지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다.
창문이 달려있는 고급 마차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덜컹.
가끔 마차가 크게 흔들렸다.
불편하면서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운치가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용사 파티로서 여정을 떠난다.
그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래서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물론 내 역할은 용사 애쉬의 장난감이다.
자지를 내어주기만 하면 1인분.
스윽.
“…….”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애쉬의 못된 손이 내 바지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 손길에 망설임이 없었다.
제 집 드나들 듯 들어오는 손길에 한숨을 푹 내쉬며 애쉬를 흘겼다.
애쉬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발기도 안 된 자지를 조물조물 만지고 있었다.
“강아지.”
“…왜.”
“기분 좋아?”
발기도 막아놨으면서 물어본다.
약 올리려는 것일까.
그리 달갑지 않았다.
“아니?”
“안 좋아?”
“…발기도 못하게 하고, 그냥 만지고 있을 뿐이잖아. 장난감 가지고 놀 듯이.”
솔직히 느낌은 좋다.
애쉬 같은 미인이 내 자지를 만져주고 있는데 안 좋을 리가 없다.
조금 아쉬울 뿐이다.
괴롭힘 당하면서 시원하게 사정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런 괴롭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애쉬가 뚱한 얼굴로 내게 묻는다.
“그래서 싫어?”
“…어, 존나 싫어.”
최대한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 감정 설명을 대신했다.
자지를 가지고 놀던 애쉬의 손에 힘이 빡 들어갔다.
짧고 굵은 신음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엌!”
“강아지. 내가 요즘 너무 부드럽게 대해줬지? 어떻게 내가 묻는 말에 싫다는 대답을 할 수가 있을까?”
갑자기?
갑자기 이런다고?
“아! 잠깐만…!”
인질이다.
여자들이 보지에 자지 박히면 꼼짝 못하듯이 남자도 좆과 불알이 잡히면 꼼짝 못한다.
애쉬는 내 자지를 손에 넣었다.
인질을 붙잡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제까지 그 사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애쉬의 팔뚝을 밀어내듯 붙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자지를 옥죄며 들어오는 용사의 힘에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애, 애쉬. 미안해. 내가 미안…!”
“뭐가 미안한데?”
“…….”
애미 시발.
미안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다.
꽈악.
“흐읍…!”
애쉬가 내 불알을 세게 쥔다.
자지는 그나마 버틸 만한데 불알은 도저히 안 되겠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뇌가 작동을 멈추고 얼 타기 시작했다.
애쉬의 어깨에 고개를 처박고 숨을 골랐다.
테러리스트는 인질의 상태를 생각해주지 않는다.
애쉬는 내 자지를 잡고 흔들며 대답을 재촉했다.
“뭐가 미안하냐고.”
“다, 다 미안! 그냥, 시바아알….”
“자. 조금 풀어줄게. 10초 안에 뭘 잘못했는지 말해.”
애쉬가 불알을 살짝 풀어주었다.
숨 쉴 틈이 생겼다.
뒤늦게 사고회로가 흘러간다.
‘애쉬, 이 시발 개 같은 년!’
살살해줄 수도 있으면서 쥐어뜯을 기세로 힘을 줬다.
그게 느껴져서 시원섭섭했다.
임신을 원하고 있으니 진짜로 터트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상냥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빨리, 빨리….’
벌써 5초가 지나갔다.
미안한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다.
‘내가 분명 싫다고 말한 직후부터 이 꼴이 됐지.’
악마라도 빙의한 듯 애쉬가 살벌한 얼굴로 눈을 번뜩였다.
존나 싫다는 내 말이 제물소환에 트리거로서 사용된 것이 틀림없다.
애쉬 스스로도 어떻게 본인 말에 싫다고 대답할 수 있냐고 물었다.
답을 찾아냈다.
10초 카운트가 다 흐르기 전에 입을 열었다.
버저비터는 질색이니까 속사포 랩을 뱉듯 쏟아냈다.
“싫지 않은데 싫다고 말했어. 그게 미안해. 진짜로.”
“…싫지 않은데 튕겨본 거지?”
애쉬가 물었다.
애쉬의 눈빛을 보니 악마 봉인 직전의 상황이다.
말 한 마디로 애쉬 내면의 악마를 토벌할 수 있다.
“…당연하지.”
“조금 망설임이 있는 것 같은데.”
“…자지가 잡혀 있어서, 무서워서 그래.”
“…….”
애쉬가 눈빛을 풀었다.
잔뜩 구겨진 표정을 곱게 펴고 불알을 놓아주었다.
애쉬는 엄지로 귀두를 살살 굴리며 속삭였다.
“다음부터 싫다는 소리, 하지 마.”
“…알았어….”
나는 얌전히 있기로 했다.
사정이고 나발이고 만져주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자지에서 쿠퍼액이 줄줄 흘렀다.
발기만 하지 못할 뿐 감각은 여전히 선명했다.
“…속옷이 너무 축축해지는 것 같은데.”
“그래서 싫어?”
“너무 좋아.”
에르윈이 이런 기분이었나.
애쉬 앞에서 미소를 쥐어짜내는 것.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에르윈은 우리 맞은편에 앉아 멍하니 이쪽을 쳐다봤다.
관심도 동정도 혐오도 뭣도 느껴지지 않았다.
애쉬는 그런 에르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르윈. 6천 루나 금방 벌게 해줄게.”
“…아닙니다, 용사님. 용사님께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걸로 기뻐요.”
“진짜야. 6천 루나, 그 이상 벌 수 있어.”
“정말 괜찮아요.”
애쉬와 엮이기 싫어하는 느낌.
다시는 찾아오지 말아달라는 속마음이 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했던 제안, 생각 해봤어?”
“저 같은 마족 버러지가 어떻게 용사님과 함께 하겠어요. 그냥 도시 뒷골목에서 사람들의 정기나 뽑아먹으면서 조용히 지낼게요.”
“너무 빈정거리고 노골적으로 비꼬고 그러면 안 돼. 진짜로 목이 돌아갈지도 몰라.”
“…….”
나는 놀란 눈으로 애쉬를 바라봤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경고하는 애쉬.
굉장히 귀한 장면이었다.
비록 입에서 나오는 말은 험악하기 그지없지만.
“시간은 많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봐.”
애쉬는 에르윈에게서 관심을 거두었다.
분산되었던 관심이 내게로 쏠렸다.
내 자지는 애쉬의 장난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마차는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말들을 최소한으로 쉬게 하며 몰아붙였다.
바람의 룬 위치로 지정된 포인트 근처에 마을이 하나 있다.
해가 지기 전까지 그곳에 도착해야 했다.
느긋하게 쉴 시간이 없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멈춘 그 짧은 시간.
말들에겐 그 찰나의 순간이 유일한 쉬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린 결과.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로브로렌.
대륙 중앙을 기준으로 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유테론에서 하루도 걸리지 않을 만큼 가깝다.
그래서인지 제법 마을다운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마을이라기엔 약간 발전됐고 도시라기엔 약간 퇴보한 느낌.
하루 지내는데 불편할 것 같진 않았다.
“이야….”
마을 입구 망루에서 수기 신호가 떨어졌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마부가 알아듣고 말들을 멈춰 세웠다.
망루 아래쪽에 서있던 사내가 마차로 다가왔다.
후줄근한 복장 위에 흉갑을 덧대져 있다.
나름 방어구라고 갖추어 입은 것이다.
“어쩐 일로 왔습니까?”
마차 외관이 고급적이다.
이는 위압감을 느끼게 만든다.
마을 경비가 공손하게 나오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용사님이 타고 계십니다.”
마부는 경비를 상대로 쫄지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
용사라는 단어는 그런 힘을 지니고 있었다.
마을 경비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애쉬는 창문을 통해 성검을 보여주었다.
“용사님! 로브로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을 경비는 소리를 빼액 내지르며 호다닥 뛰어갔다.
다급하게 바리게이트를 치우기 시작했다.
대앵. 대앵. 대앵.
망루에서 종을 울렸다.
마을 전체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마도 용사의 방문을 알리는 것이리라 짐작된다.
마차가 다시 움직인다.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시끄럽게 구네. 쯧….”
애쉬가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런 말을 하는 중에도 내 자지를 만져대고 있었다.
“…….”
싫다고 말했다가 혼쭐이 난 뒤로 애쉬를 방치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
오줌이라도 싼 듯 속옷이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발기도 못하고 싸지도 못하는 불쌍한 자지.
주인을 잘못 만나 쿠퍼액이나 질질 흘려대는 꼴이 영 말이 아니다.
─ 용사님! 용사님!
마차가 제자리에 섰다.
누군가가 밖에서 우리를 불러댄다.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다.
애쉬는 내 바지 속에서 팔을 빼냈다.
드디어 자지가 자유를 되찾았다.
눈물 날 것 같았다.
애쉬를 따라 마차에서 내렸다.
마을 중앙 광장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있었다.
애쉬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었다.
마을 촌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우리 앞에 섰다.
용사가 온 것에 감동이라도 한 걸까.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글썽거리며 우리를 훑어봤다.
“용사님! 로브로렌에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유테론 남작님이 드디어 저희의 요청을 들어주셨군요! 용사님을 두 분이나 보내주시다니…!”
“……?”
“일단 이쪽으로 오시지요! 다들 집으로 돌아가! 용사님께서 먼 길을 오시느라 피곤하신 것 같으니까!”
마을 촌장은 사람들을 향해 팔을 휘저었다.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제 집으로 돌아갔다.
촌장은 그제야 우리를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
저택이라 해도 될 법한 집이 촌장의 것이었다.
“…….”
애쉬는 화를 꾹 참고 촌장을 따랐다.
당장 쌍욕을 박아도 이상하지 않은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여보! 이 용사님 것도 가지고 와! 당장!”
촌장은 제 집 문을 박차고 들어가 아내를 호출했다.
촌장 아내는 촌장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손님.
용사 드레이크의 파티를 대접하느라 바빴다.
“병아리 용사님, 왔어?”
드레이크는 태평하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밖에서는 실컷 구시렁거리던 애쉬가 집 안에서는 의외로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 앉아.”
드레이크가 옆 자리를 비워주었다.
애쉬는 그와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 비워줬는데, 까칠하기는.”
드레이크의 말에도 애쉬는 덤덤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나도 애쉬를 따라서 식탁에 앉았다.
“자자, 용사님도 한 숟갈 떠먹어보십쇼. 제 아내가 생긴 것은 저리 무식하게 생겼어도, 음식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합니다. 저 용사님께서도 이미 극찬을 했을 정도지요.”
어색한 식사자리에 촌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