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최강의 용사(9).
* * *
애쉬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거기까지는 평범한 포옹의 범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애쉬의 팔이 아래로 향했다.
애쉬가 앙증맞은 내 자지를 잡고 로브로렌 마을의 수호목을 조준했을 때.
나는 섬뜩한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쉬야 해야지. 얼른.”
애쉬는 나보고 소변을 누라며 명령했다.
발기하지 못한 자지를 직접 손으로 쥐고 조준선 정렬을 해주었다.
나는 애쉬에게 기댄 자세로 물었다.
“농담이지?”
“농담으로 보여?”
애쉬가 내 귓가에 단호하게 말했다.
잡고만 있던 자지를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벌이라고 했어. 빨리 싸.”
“…이건 아니잖아.”
“강아지. 언제부터 사람 말을 할 줄 알게 된 거야?”
“윽!”
내가 따지고 들자 애쉬가 불알을 쥐고 흔들었다.
여기서 더 대들면 아프게 할 거라는 듯 점점 힘을 주었다.
나는 힘겹게 입을 열며 변명을 내놓았다.
“갑자기 싸라고 해서 쌀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마렵지도 않은 오줌을 어떻게 싸….”
“…그것도 그러네.”
애쉬는 내 말을 얼추 수긍해주었다.
무사히 넘어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치욕적인 제안을 자연스레 내게 내밀었다.
“그러면 나중에 쌀까? 오줌 마려워지면 나한테 말해주는 거다?”
“아니….”
“강아지, 대답.”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다.
진짜 강아지처럼 짖을 때까지 기다릴 속셈이다.
“애쉬.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줄 수는 없어?”
“강아지가 대답을 안 하네.”
꽈악.
“아, 앜…! 항복! 항복!”
방언 터지듯이 내 입에서 개소리가 튀어나왔다.
“멍! 멍멍! 멍! 으르르르륽! 왈! 왈!”
“아, 지랄하지 마. 미친놈아.”
애쉬가 실소를 흘리곤 손에서 힘을 뺐다.
내 불알을 톡톡 두드리며 놓아주었다.
“돌아가자.”
애쉬는 내 주변에 널브러진 옷들을 주워서 내게 건넸다.
나는 벗겨진 옷들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왜인지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사나이 강아진, 이곳에 죽다.’
살기 위해 개처럼 짖었다.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다 버렸다.
그 결과가 애쉬의 웃음.
교환비가 최악에 가까웠다.
로브로렌의 수호목은 이 참혹한 광경을 보았다.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면 분명 녀석이 나를 기억해줄 것이다.
그 슬픈 울음소리를….
촌장의 집으로 돌아왔다.
촌장은 긴장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수호목이 기운을 차릴 겁니다. 평소대로 로브로렌을 지켜주겠죠.”
“아아, 용사님!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대하는 촌장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촌장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안도하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뿌듯하다.
내가 큰일이라도 해낸 것 같았다.
“푹 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식사랑 목욕, 어느 것부터 하시겠습니까?”
“필요하면 말씀 드릴게요.”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은 눈빛.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촌장이 대화를 마친 시점에 애쉬가 끼어들었다.
“목욕. 목욕부터 할 거야. 당장 준비해줘.”
애쉬는 촌장을 쳐다보며 요구했다.
애쉬의 갑작스런 요구에도 촌장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 용사님. 5분만 기다려주시면, 따뜻한 물에 피로한 몸을 담그실 수 있도록….”
“빨리.”
“예!”
촌장이 다급하게 뛰어갔다.
촌장의 집 밖에 마련된 1인용 목욕탕에 물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렸다.
“다 되었습니다!”
정말 5분도 안 돼서 다시 돌아왔다.
얼마나 다급하게 준비를 한 것인지.
촌장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헐떡거렸다.
애쉬가 당당하게 목욕탕으로 향했다.
말만 목욕탕이지 실제론 욕실에 가까웠다.
“강아지.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어.”
“…어.”
“에르윈. 같이 씻자.”
함께 씻을 줄 알았는데.
나 혼자 방으로 올려 보내고 에르윈을 데리고 들어갔다.
에르윈과 함께 씻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혼자서2층으로 올라갔다.
드레이크의 파티가 사라진 상태라서 1인 1실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크게 의미는 없었다.
10분 정도 기다린다.
그리고 방 밖으로 나섰다.
몸 닦을 것과 여벌 속옷을 챙겨서 1층으로 내려갔다.
그 때 애쉬와 에르윈이 들어오고 있었다.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혔다.
“강아지.”
애쉬가 내 목줄을 잡아당겼다.
내가 나가려는 찰나에 발생한 일이었다.
물기에 촉촉하게 젖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강아지는 안 씻어도 돼.”
“…그런 게 어디 있어. 나도 찝찝한데.”
“내가 괜찮으니까 그냥 따라와.”
애쉬는 본인의 방으로 나를 이끌었다.
나는 애쉬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반항하지 않고 그 힘을 따랐다.
“에르윈은 알아서 쉬어.”
“예.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에르윈에게만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못했던 일들을 마저 처리하고 휴식을 가질 것이다.
예를 들면 드레이크에게서 얻은 장비들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시간.
시체나 장비들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에르윈에게 아공간주머니 비슷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철컥.
방 안에는 애쉬와 나.
둘만 남게 되었다.
애쉬는 둘만 남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내게 다가왔다.
“강아지.”
“…….”
머릿속에서 박 터지게 싸웠다.
강아지에 빙의해 짖어서 대답하라는 순종파와 사나이 자존심을 지키라는 항전파가 쉴 틈 없이 합을 겨루었다.
촌장이나 에르윈이 있을 때는 그나마 항전파가 이기고 있어서 사람 말을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애쉬와 둘이서 있는 상황이다.
순종파의 세력이 거대해진 것이다.
“그냥말해도 돼.”
“…왜.”
애쉬 덕분에 양측이 궤멸하지 않고 물러날 수 있었다.
애쉬는 내 앞에 서서 나를 빤히 바라봤다.
“지금부터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
할 말을 잃었다.
나를 강아지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서 노예 취급을 하려고 했다.
‘…예상 못한 건 아니야.’
발기도 사정도 애쉬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노예만도 못한 꼴이다.
내 자지에 대한 모든 권한을 통제하겠다는 각인을 새길 때 짐작했다.
실제로 저지를 줄은 몰랐지만.
애쉬는 발그레 얼굴을 붉히며 중얼거렸다.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잔뜩 스며들어 있었다.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
말에는 힘이 있다.
상대를 부르는 호칭을 바꾸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되면 이전보다 더 강압적인 행위가 이루어질 것이다.
짖으라고 했을 때보다 더 격한 거부감이 나를 반겼다.
“둘이서 있을 때만 부르면 돼. 다른 사람 있을 때는 요구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응? 주인님이라고 불러주라. 한 번만.”
“……?”
애쉬는 거의 애원하듯이 부탁하고 있었다.
그 애처로운 태도를 보니 내 내적갈등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애쉬는 진심으로 노예를 부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페티시와 코스프레 플레이 중 하나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정도는….’
애쉬가 저질러온 일들을 돌이켜봤다.
성적취향이 당연히 그런 쪽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사나이 강아진….’
나보다 약한 여성을 주인님이라 부를 수 없다.
“…주인님.”
존나 강한 애쉬의 부탁이니까.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었다.
“히읏…!”
애쉬가 요란한 신음소릴 내쉬었다.
건드리면 터질 폭탄처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검지를 세워 보여주며 부탁한다.
“다, 다시 한 번….”
“…애쉬 주인님.”
“…후우, 후우, 후우…. 으히히힛, 힠. 크흠!”
애쉬는 숨을 고르고 내 뺨을 어루만졌다.
주인님이라 불릴 만큼 능숙한 솜씨는 아니었다.
애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속삭였다.
“오늘부터 일주일 참아야 하는 거 알지?”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손길은 목덜미를 스쳐지나갔다.
자연스럽게 내 셔츠 단추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알지.”
“존댓말. 나랑 단 둘이 있을 때는 나를 진짜 주인님이라고 생각해줘. 응?”
이미 자존심을 흙바닥에 버리고 버무린 상태였다.
어렵지 않은 부탁이었다.
“…알겠습니다.”
“우히힣.”
어린 애처럼 좋아한다.
애쉬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본 덕분일까.
자존심을 버렸음에도 후회는 없었다.
애쉬의 손이 내 바지춤에 닿았다.
셔츠는 이미 벗겨진지 오래였다.
사악. 사악.
애쉬가 허리끈을 풀고 내 바지를 끌어내렸다.
누군가가 벗겨주고 있다는 사실이 내 자지에 피가 고이도록 만들었다.
‘어?’
발기가 되었다.
애쉬에 의해 통제되어야 할 발기가 멀쩡하게 되었다.
“침대에 앉아, 강아진.”
애쉬는 내 이름을 부르며 명령했다.
장난기 싹 지우고 진심으로 하겠다는 의미였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감이 잘 안 온다.
발기를 풀어주었으니 그것과 관련된 야한 짓을 할 속셈인 것 같은데….
나는 자지를 덜렁거리며 얌전히 침대에 걸터앉았다.
불알 마사지를 받을 때마다 이렇게 앉았었다.
애쉬가 내 자지를 역수로 쥐고 손바닥으로 굴리며 중얼거렸다.
“강아진. 입 벌려.”
“……?”
일단 시키니까 입을 벌렸다.
알사탕 하나 야무지게 먹을 수 있을 정도.
애쉬는 고개를 쭉 빼고서 나를 바라봤다.
내 얼굴 위에서 빤히 내려다봤다.
애쉬의 입술이 슬며시 벌어진다.
“고맙게 받아먹어. 한 방울도 흘리면 안 돼.”
애쉬가 입술을 쭉 내밀고 침을 흘려보낸다.
숙련된 용사는 거리계산과 좌표계산에 능했다.
애쉬의 침이 내 입 안으로 줄을 타고 내려오듯 정확하게 흘러내렸다.
입 안에 고이기 시작했다.
애쉬는 흘려보내던 침을 끊고 말했다.
“먹어. 삼켜.”
머금고 있던 것을 목구멍 너머로 삼켰다.
느낌이 이상했다.
애쉬와 뽀뽀도 하고 키스도 했는데 그것과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애쉬는 자지를 쥐고 흔들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자극을 주며 내게 자신의 침을 먹였다.
쮸읍.
“…먹어.”
애쉬의 얼굴이 눅진눅진하게 녹아있다.
잔뜩 흥분한 듯 페로몬을 풀풀 풍겼다.
내 자지가 터질 듯이 부풀었다.
당장에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애쉬가 아슬아슬하게 자지를 훑었다.
한 번만 스트로크를 길게 짜내준다면 정말 시원하게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강아진, 안 돼.”
애쉬는 나를 사정시켜줄 생각이 없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손을 멈추고 거두었다.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가 거칠게 껄떡거렸다.
침대를 짚고 있던 내 손이 저절로 움직였을 정도로 간절했다.
“안 된다고.”
“크흡…!”
애쉬가 살벌한 속도로 내 팔을 붙잡았다.
애쉬의 힘에 제압당한 상태로 허리를 튕겼다.
어디에라도 문질러서 사정하고 싶었다.
애쉬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강아진.”
“싸게 해줘. 제발.”
“강아진.”
“…….”
싸늘한 감각이 내 등허리를 적셨다.
애쉬가 먼저 포기할 것 같지가 않았다.
지금 버텼다가는 부러지고 말 것이다.
‘…일부러…. 작정했구나…!’
나를 괴롭히려고 작정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강아진. 반항해봤자 소용없다는 거 알잖아.”
“한 번만. 어? 싸게 해달라고.”
“싫어.”
애쉬는 입술을 앙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사정 시켜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애미 시발….’
애쉬가 내 가랑이 사이에 들어와 꿇어앉았다.
애쉬의 손은 내 자지로 향했다.
기둥이 아닌 불알을 손에 쥐었다.
“오늘은 계속 참기만 하는 거야. 알겠지? 괜히 움직이고 반항하면, 팔다리 묶어버릴 거니까. 힘쓰게 하지 마.”
“…….”
“대답.”
“…알겠, 습니다….”
애쉬가 불알 하나를 잡고 살살 힘을 주었다.
잡혀 있다는 감각이 아랫도리를 타고 흘렀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렸다.
애쉬는 태연하게 물었다.
내 입에서 하나의 단어를 요구했다.
“그게 끝?”
내 머릿속의 순종파가 이겼다.
“애쉬 주인님….”
“잘했어.”
쪼옥.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 대신.
애쉬는 내 귀두에 키스해주었다.
“……!”
사정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텐션이 식어버린 탓에 사정하지 못했다.
주물주물, 꽈악.
“흡, 흐읍….”
고문 아닌 고문이 시작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