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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여)용사가 집착함-46화 (46/109)

〈 46화 〉 최강의 용사(11).

* * *

“애쉬! 애쉬! 애쉬!”

“미친개 애쉬 그레이필드! 믿고 있었다고!”

“최강의 용사. 애쉬! 덕분에 살았어요!”

마왕 바알을 참살한 용사 애쉬 그레이필드.

대륙 곳곳에서 그녀의 이름을 연호했다.

애쉬의 업적을 기리는 축제가 벌어지고 그녀를 칭송하는 동상들이 세워졌다.

“살릴 수 있다면서! 시발, 이제 와서…. 못 살린다고 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돼? 다 죽여주길 원해? 이 개새끼들아!”

하지만 용사 본인은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져갔다.

마왕 바알과의 최종전에서 흉부 정중앙을 관통 당하며 죽은 남성.

애쉬는 그의 시체를 끌어안고 놓아주질 않았다.

“신을 믿으면 뭐해? 사람 하나도 못 살리면서! 병신 쓰레기들아! 어째서 강아진이 죽어야 돼? 왜 니들이 살아있는 거냐고!”

교단에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다.

영혼의 죽음을 거스르게 하는 것이 금기를 범하는 일이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실패했다.

사내의 육체에서 떠나간 영혼을 붙잡을 수 없었다.

이제껏 그들이 한 일은 생기가 사라진 육체를 썩지 않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애쉬는 강아진의 시신 앞에서 울부짖었다.

눈물이라곤 흘려본 적 없는 그녀가 태어난 이후로 차곡차곡 쌓아둔 울음을 펑펑 흘렸다.

눈 감고 있는 그를 볼 때마다 그와 함께 하며 쌓아온 기억들이 떠올랐다.

─ 요즘 애들은 치매 걸린 부모도 버린다. 자기 똥 닦아주며 키워준 부모인데, 역으로는 못 하겠다는 말이지. 근데 나는 뭐야. 외간 여자가 지 몸도 못 가누고 지려버린 걸 닦아주고 있네. 이제부터 내가 네 아빠다. 아빠라고 불러봐. 뭐? 꺼지라고? 너 처녀지? 처녀막에 보지건 쏘기 전에 얌전히 있어라.

─ …내가 네 몸 멋대로 보고 만졌으니까 나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그게 내가 옷 벗고 도시를 산책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난 나만 봤다고. 다른 사람들한테 네 몸 안 보여줬어. 애초에 너 살리려고 그런 건데…. 뭐? 닥치고 벗으라고? 알겠어, 알았으니까. 성검 좀 치워, 나 칼만 보면 오른손 PTSD온다고.

─ 시발, 이 미친년아. 자는 사이에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발기가 안 돼. 뒤로는 뭐가 흐르고…. 아, 또 PTSD 도지네. 등골이 오싹하다. 왜? 도대체 왜 나한테 각인 새기고 슬라임 넣었냐? 뭐? 딸 치는 것도 꼴 보기 싫었다고? 아니 시바, 숨어서 몰래 치는데 네가 와서 봐놓고 왜 나한테 지랄이야….

병신 같은 대화들이 생생하게 재생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함께 다니던 순간에

강아진의 목소리가 아직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크흡…. 시발, 미친 새끼…. 진짜 좆같아….”

애쉬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눈물이 쏙 들어가는 말들만 골라서 남기고 가버렸다.

─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 나. 네 나이엔 보지에도 안 났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 보지? 그게 뭐에요?

─ …기분 좋은 구멍 있어. 깊게 묻지 마. 다쳐.

─ 아항.

─ 잘 살아라, 꼬맹아. 이 용사 언니 이름은 애쉬 그레이필드. 마냥 나쁜 년은 아니야. 소문이랑 달라. 아빠엄마한테 설명 잘해주라고.

병신 같은 소리만 골라서 할 때, 때려서라도 입을 막았어야 했다.

서로 진지하게 나눈 이야기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 유언? 그건 약한 애들이나 남기는 거야.

그나마 기억나는 거라곤 강아진이 마지막에 남기고 간 한 마디.

“제일 약한 새끼가, 도대체 왜….”

왜?

항상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전투가 끝나고 광기가 식으면 애써 웃어보였다.

다른 용사들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의 곁에 남았다.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 근심 걱정 없는 노후를 위해서.

용사의 명성에 업혀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고 했다.

─ 저 새끼가 나쁜 놈임.

그는 스스로 예언자라고 말했다.

은근히 들어맞는 구석이 있었다.

─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그래도 예언자 같지는 않았다.

예언자치고는 너무 가볍고 모든 것을 알지 못했다.

‘예언자라는 놈이 전투에서 죽게 된다는 것도 몰라?’

애쉬의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졌다.

강아진이 보여준 이해할 수 없는 기행들이 설명됐다.

─ 사람은 결국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잃어봐야 정신을 차리네. 각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처량해. 어떻게 생각 하냐?

‘병신이지. 왜 빼앗기기 전에 먼저 칠 생각을 못해? 나였으면 말이야….’

강아진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다.

강아진은 그런 자신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 때는 비웃는 거라고 생각했다.

강아진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방금 깨달았다.

‘…알고 있었구나.’

강아진의 죽음을 봄으로써 가슴 한 구석에서 무언가가 깨져나갔다.

상실감은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로서 작용했다.

애쉬는 전장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자신을 떠올렸다.

잠들어 있던 천사의 피를 깨우고 자신의 근본을 자각한….

“진짜 좆같은 새끼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장에라도 일어나 한 마디 던질 것 같은 놈인데.

이제는 일어나지 못한다.

─ 좀 착하게 살아라. 본성이 나쁜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그러냐?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다는 듯이.

강아진은 애쉬를 향해 최악의 비수를 던지고 도망쳐버렸다.

“…웃어? 내가 웃겨?”

강아진의 얼굴이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최강의 용사 애쉬는 그렇게 강아진에게 패배했다.

* * *

“…진짜 이대로 끝이야?”

“응.”

무려 한 시간 동안 애쉬에게 애무 받았다.

애쉬는 쉬지 않고 불알을 물고 빨았다.

사정하지 못한 자지는 여전히 탱탱하게 발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털을 조금 깔끔하게 다듬는 게 좋을 거 같아.”

“…좀 그런데.”

“내가 그러고 싶어. 넌 그냥 얌전히 대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쪼옥­.

애쉬가 성고문을 마무리하며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귀두에 키스하면서 끝에 이슬처럼 맺힌 것을 쪽 핥아먹었다.

핏줄이 도드라진 자지가 불쌍하게 보였다.

“강아지. 허튼 짓 하지 말고 푹 쉬어.”

애쉬는 내 팔을 묶고 있던 끈을 풀어주었다.

한 시간 만에 얻은 자유다.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각인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발기가 점차 가라앉았다.

내 성욕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고개 숙인 자지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애쉬가 말했다.

“내일 보자. 알았지?”

“…그래.”

나를 실컷 괴롭히고 후련해진 듯 애쉬는 가벼운 몸으로 방을 나섰다.

나는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씻고 잘 생각이었다.

‘못 버틸 정도는 아니야.’

고통을 주는 고문도 아니고 성욕을 잠깐 억누르는 것뿐이다.

작정하면 못 참을 수준은 아니었다.

‘일주일. 일주일만 참자.’

애쉬가 약속을 지킬지 안 지킬지는 모르겠지만.

애쉬와의 섹스를 떠올리면서 정액을 묵히도록 하자.

애초에 발기도 안 돼서 자위를 할 수가 없다.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시바….”

다음날.

촌장에게서 아침 식사를 대접받았다.

드레이크의 파티는 아예 떠난 것 같았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유테론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다.

우리 마차 주변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사님!”

“수호목이 완전히 나았습니다. 용사님 덕분이에요!”

“안녕히 가세요! 예쁜 언니!”

“안녀엉! 잘가아! 오빠!”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 자리에 앉아 밖으로 손을 내밀고 흔들어주었다.

“강아지, 좋아?”

“…어. 나쁘지 않네.”

이런 관심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모든 사람들이 네 이름을 기억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줄게.”

“…….”

애쉬는 작은 목소리로 확신을 담아 말했다.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히이이이이잉­!

─ 출발하겠습니다.

마부가 말의 고삐를 틀어쥐었다.

마차가 천천히 유테론으로 출발했다.

마차에 타있는 동안 애쉬는 나를 건들지 않았다.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악동처럼 웃으면서 당장에 내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도 이상하지 않은 년인데.

덕분에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내 고개가 저절로 아래를 향해 숙여졌다.

애쉬가 내 머리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강아지, 졸리면 나한테 기대서 자.”

“아….”

애쉬의 몸에선 달콤한 냄새가 난다.

입술은 물론이고 목덜미나 젖가슴.

심지어 보지마저도 달짝지근한 향기를 풍긴다.

곁에 있으면 성욕을 참기 힘들 정도였다.

“감사….”

고급 마차라고 해도 애쉬의 몸보다 편하지는 않았다.

나는 애쉬의 배려를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애쉬에게 기대서 눈을 감았다.

잠기운은 금방 쏟아졌다.

“강아지. 일어나, 다 왔어.”

“…….”

애쉬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피곤했나봐? 한 번도 안 깨고 자는 걸 보면….”

애쉬가 손수건을 꺼내 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침까지 질질 흘려대며 존 듯했다.

잠을 자도 피곤하다.

마차 안에서의 선잠은 제대로 자는 것이 아니었다.

잠기운을 쫓아낼 겸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싶다. 후으, 사실 로브로렌 촌장 집도 썩 좋지는 않았어.”

“그래? 기력이 많이 부족한가?”

애쉬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눈빛에 묘한 열기가 엿보였다.

“…….”

이 피로감 중 애쉬의 지분이 8할이다.

하지만 내 입으로 말하진 않았다.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았다.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다.

내 몸 건강에 이로운 판단을 해야 했다.

애쉬가 말했다.

“뽀뽀.”

“……?”

애쉬는 입술을 내밀고 내게 다가오기를 요구했다.

눈을 부릅뜨고 있는 꼴이 마치 싸우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쪼옥­.

나는 얌전히 애쉬에게 입술을 맞추었다.

어렵지 않은 명령이었다.

애쉬가 달아오른 뺨을 두 손으로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조금 거친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어…?”

“그럼 뭐. 네가 뽀뽀하라며.”

애쉬는 내 대답에 대꾸하지 못했다.

애꿎은 입술만 오물거리며 등을 돌렸다.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용사님.”

애쉬가 시뻘건 얼굴로 마부에게 잔금을 치렀다.

마부가 한 고생에 비해 많은 액수는 아니었다.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밖에 돌아다니기 애매한 시간이었다.

유테론 저택이 보였다.

근사한 크기의 별채가 유독 반갑게 느껴졌다.

드레이크도 뒈지고 없으니까 하루 종일 편히 쉴 수 있으리라.

씻고 나서 침대에 누웠다.

이부자리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밤중에 누군가 내 곁으로 파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 품에서 자는 사람은 애쉬 밖에 없었다.

애쉬를 끌어안고 잠기운에 몸을 맡겼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났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아무 방해 없이 잠만 잤다.

더 이상 잘 수 없어서 깨어났다.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몸이 너무 개운했다.

내 곁에는 애쉬가 없었다.

일어나서 따로 어딘가 간 것 같았다.

“…애쉬?”

유테론 저택 별채에서 애쉬를 찾아다녔다.

틈만 나면 보이던 여자가 안 보인다.

괜히 불안해지는 기분이다.

‘기회인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안주하는 것으론 무엇도 이룰 수 없다.

내 클래스는 도둑.

이것을 활용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소우타!”

소우타를 찾아서 소매치기 실습을 나간다.

유테론 남작과 용사 애쉬가 내 뒤에 있으니까.

걸리더라도 손목이 잘리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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