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 〉 실전(3).
* * *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나면, 강아진은 항상 땀과 피로 범벅이 되었다.
부족한 실력으로 발버둥 치는 것이라서, 몸 중에 성한 곳이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겉보기에는 강아진 혼자 전투를 치른 것 같았다.
그나마 멀쩡한 애쉬에 비해, 강아진은 비에 젖은 생쥐 마냥 땀에 젖어 있었다.
산속 흙길 위에 대충 불을 지폈다.
타오르는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던 애쉬가 스멀스멀 풍기는 냄새에 인상을 찡그렸다.
애쉬는 강아진을 향해 소리쳤다.
“냄새 나니까, 밥 먹기 전에 좀 씻고 와.”
“…알았어.”
강아진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근처 강가로 향했다.
물의 정령을 다룰 줄 알아, 비교적 수원(??)을 찾기가 쉬웠다.
강아진이 제법 멀어지고, 애쉬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불꽃 때문인지는 몰라도, 얼굴이 제법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분명히 역해야 정상인데….’
장성한 사내의 땀내다.
스치듯 맡아도, 그 찐한 냄새에 금방 속이 더부룩하고 거북해진다.
그런데 왜 저 놈의 것은 역겹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애쉬 본인도 알지 못하고 있던 성욕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부채질했다.
평소 하던 생각이지만, 애써 꾹 억누르고 있던 욕망이 터질락 말락 부풀었다.
‘제대로 맡아보고 싶어.’
스스로가 변태처럼 느껴졌다.
찝찝한 강아진의 냄새를 맡아보고 싶다니, 보통 정상적인 사고방식이 아니었다.
애쉬는 강아진이 걸어간 숲길을 흘겼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어느 정도 멀리 떨어졌다고 판단을 내렸다.
‘…궁금증은 해소해야지. 안 그러면 전투에서 집중이 흐트러져.’
되도 않은 핑계를 만들어내며 합리화에 성공했다.
애쉬는 방금 피워낸 모닥불 앞을 박차고 일어났다.
마나를 일으켜 몸 겉에 둘러, 완벽하게 은신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분명히 몸을 닦아낼 거야.’
오늘 입고 벗은 옷에는 강아진의 체취가 강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애쉬는 나무 뒤에 숨어, 강아진이 씻는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
강아진은 물의 정령 운디네의 도움을 받아 몸에 남은 소금기를 닦아냈다.
사사삭.
빠르게 접근했다.
커다란 바위 위에 올려둔 옷가지에, 정말 가뿐하게 도달했다.
강아진에게 들키지 않고 목표물을 탈취하는데 성공했다.
“…….”
축축하게 젖은 셔츠.
검지와 엄지로 살짝 들어보았다.
찝찝한 촉감에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자신의 흥미가 이해 안 될 정도로 불쾌한 느낌이었다.
애쉬가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이런 더러운 냄새에 끌리고 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스스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을 청산할 때가 왔다.
애쉬는 코끝을 살짝 가까이하여, 강아진의 체취를 폐부 깊은 곳으로 빨아들였다.
킁킁.
“……!”
냄새를 맡는 순간, 아랫배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가랑이 사이가 간질간질하고, 다리가 저절로 베베 꼬였다.
자신의 몸뚱어리가 왜 이러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
“?”
‘헉…!’
강아진이 애쉬 쪽을 쳐다본다.
애쉬가 다급하게 기척을 숨겼다.
─ 왜애?
“아무것도 아니야.”
물의 정령이 잠깐 의문을 품었지만, 강아진은 금방 관심을 거두었다.
작은 동물이 지나갔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애쉬는 숨을 고르며 셔츠를 내려두었다.
왜인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도대체 왜….’
어째서, 강아진의 냄새에 흥분하는 것일까.
사내의 체취에 흥분하고, 그것을 갈구하는 자신이 쪽팔렸다.
“…….”
괜히 억울해져, 가슴을 쿵쿵 두드린다.
그런 애쉬의 시야에, 셔츠보다 작고 찐한 것이 들어왔다.
애쉬는 강아진을 훔쳐봤다.
‘…그냥 돌아가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애쉬에게도 존엄성이란 것이 있다.
방금 떠올린 것은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다.
애쉬가 등을 돌렸다.
강아진이 씻는 것을 뒤로 하고, 모닥불로 복귀했다.
“뭐야.”
모닥불 앞에 주저앉으면서, 애쉬는 깨달았다.
자신의 손에 강아진의 팬티가 쥐어져 있다는 것을….
정말로 찐한 냄새가 풍겨왔다.
수컷의 냄새를 맡자마자,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성적으로 완전히 무지한 것은 아니었다.
애쉬는 자신의 몸뚱어리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시발….”
스스로가 너무 추해보였다.
강아진의 팬티를 들고 망설이는 꼴이 걸레 창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킁, 킁킁.
스으으으읍.
“흐힉, 흐으으윽! 하악…!”
하아아!
애쉬는 욕망에 패배했다.
강아진의 팬티에 얼굴을 파묻고,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딱딱하게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본능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허리가 요란하게 들썩거렸다.
강아진이 돌아오기 전까지, 자위를 이어나갔다.
“후으으…. 시원하다.”
20분 정도가 지나고.
강아진은 개운해진 몸으로 돌아왔다.
운디네를 통해 셔츠와 바지를 세탁하고 말려서 입었다.
모닥불 앞에 앉았다.
애쉬가 경직된 자세로 불꽃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자, 잠깐 명상을….”
“명상?”
어색하게 대꾸하는 애쉬를 흘기며, 강아진이 중얼거렸다.
“대체 팬티가 어디로 간 거야? 이해가 안 되네….”
“…….”
“그나마 멀쩡하던 거였는데. 구멍도 안 났고….”
“…딸꾹!”
* * *
“용사님께 식사를 가져다드려라.”
교단 코렌 지부에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불안감이 맴돌았다.
막내사제도, 견습 성기사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붙들었다.
용사 애쉬가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다들 바짝 긴장한 상태로 생활했다.
‘악마를 단칼에 소멸시키시다니…. 역시 최강이라 소문난 용사님다우시다! 나도 용사님처럼 강한 기사가 되고 싶어.’
‘으으, 무서워. 마법사님께 들어보니까, 그냥 정신 나간 여자 같던데…. 근처도 가기 싫어.’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말이다.
코렌 지부에서 수행 중인 태양신 교단의 사제, 힐다는 갑작스레 들려온 선배의 말에 눈살을 찡그렸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용사님께 막내를 보낼 수는 없잖아.”
용사 애쉬의 성격이 얼마나 개 같은지 알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녀의 곁에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피해서 다닌 보람이 없어졌다.
선배에 의해 식사를 전해주러 가게 생겼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힐다에게 잔심부름을 시키는 선배.
힐다의 안색을 슥 훑더니, 톡 쏘아붙이듯 말을 뱉었다.
“표정이 안 좋네? 불만인가 봐?”
“…아닙니다.”
지나가면서 뱉는 듯한 말투, 착 가라앉은 목소리, 그 어떤 말보다 위협적이었다.
후배인 힐다는 그가 시키는 심부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신을 믿는 사제라고 해서 모두가 인자하고 너그러운 성격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강압적이고 누군가는 부정적이기도 했다.
선배도, 힐다도, 보통 사제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요즘 신성 마법의 성장이 더뎌진 것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되도 않은 상상을 하며, 힐다는 지부 내의 식당으로 향했다.
용사를 위해 만들어진 식사.
점심 식사는 간단한 샌드위치였다.
그 속에 담긴 재료는 코렌 지부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급품들을 사용했다.
“수련을 하신다고 들어서 말이죠. 먹기 쉬운 것으로 준비해봤답니다.”
교단 요리사는 자연스레 샌드위치에 대해 설명을 덧붙였다.
우연한 기회에, 용사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것에 감사하고 있었다.
힐다는 샌드위치 바구니를 들고 용사에게 전해주러 갔다.
교단에서 그녀의 스케줄을 파악하고 있어, 어디에 있는지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용사 애쉬와 그녀의 동료 강아진.
둘은 오늘 오전부터 성기사들의 수련장을 빌렸다.
전세라도 낸 듯 점거하고 비켜주질 않았다.
성기사들은 오늘 하루 수련을 포기했다.
난폭한 애쉬의 성정을 알고 있어서, 애쉬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최대한의 배려를 끌어냈다.
과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지부장의 명령이라 거부할 수도 없었다.
힐다도 대세를 거스르진 못했다.
용사 애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힐다가 할 수 있는 것은 전무했다.
용사 애쉬는 남들과 전혀 다른 존재다.
누구도 해내지 못하는 불가능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악마를 두 마리나 소멸시킨 것이 그 위업이다.
다른 사제들에 비해 현실적이고 이기적인 힐다조차 그녀에게로 향하는 지원 자체를 부정할 순 없었다.
이후에 애쉬가 구하게 될 생명들을 떠올려 볼 때, 애쉬가 받는 지원은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힐다는 성기사 수련장에 도착했다.
원래라면 시끌벅적해야 할 건물이 조용하다.
여럿이 쓰는 장소를 단 둘이서 쓰고 있어 그랬다.
힐다가 수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식사 가지고 왔습니다.
조용하게 식사를 건네주고 나갈 생각이었다.
난폭한 용사 애쉬와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괜히 마찰을 일으켰다간 힐다 본인만 손해였다.
“식사….”
아무런 반응도 없어, 힐다는 조금 더 발을 들이밀었다.
어질러진 수련장 내부를 훑으면서 애쉬와 강아진을 찾아다녔다.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쮸읍. 쯉.
쪼옥. 쪼옵.
“……!”
강아진이 웃통을 벗고 상체를 드러내고 있다.
거기까지는 이해 가능한 범위였다.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용사 애쉬가 강아진의 유두를 핥고 있는 것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남자는 왜, 저러고 있는 거고?’
강아진은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애쉬에게 애무를 받고 있었다.
쪼옵, 쪼옵.
노골적으로 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힐다는 저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짭짤해.”
“…점심 먹자면서,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어차피 가지고 올 텐데, 뭘. 그 때까지 쉬면서 기다리는 거지.”
애쉬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보통 사이가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까지 저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팔 내리지 마. 아직 안 끝났으니까.”
“차라리 나중에, 점심 먹고 씻은 다음에 하자.”
“싫어. 난 지금 할 거야.”
강아진의 간절한 부탁에도, 애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잠깐 사이에 이어진 대화에서 애쉬의 고집스런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힐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손, 머리 위로 올려. 내리지마라고 분명히 말했어.”
애쉬는 강아진의 팔을 벽에 붙였다.
머리 위로 고정시키며 키득거렸다.
강아진은 울상을 지으며 애쉬의 명령을 따랐다.
그 일련의 과정 후, 애쉬가 강아진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다.
할짝. 할짝.
츕. 츄릅.
“아….”
고요한 수련장 안에 야릇한 소리가 차올랐다.
강아진을 괴롭히는데 열중하는 애쉬.
힐다는 음흉한 짓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을 몰래 지켜봤다.
언제쯤 튀어나가서 점심을 전해줘야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음란행위를 관음 했다.
“……!”
그러던 중, 강아진과 눈이 마주쳤다.
자신도 모르고 몸을 지나치게 빼고 있어서, 존재를 들키고 말았다.
“애쉬, 애쉬…!”
강아진은 다급하게 애쉬를 불렀다.
강아진의 젖꼭지를 게걸스레 빨아재끼던 애쉬가 고개를 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을 방해받은 탓인지, 애쉬는 살기를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힐다는 눈을 질끈 감으며 중얼거렸다.
용무를 전달했다.
“시, 식사 가져왔습니다. 용사님….”
“거기 두고 꺼져.”
“…실례했습니다!”
힐다가 황급히 도망쳤다.
애쉬와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애쉬가 말했다.
“…점심 먹고 할까?”
“원래 점심 올 때까지만 하는 거 아니었어?”
“수련 그만하고 방에 갈래?”
“…….”
매력적인 선택지.
하지만 강아진은 고개를 저었다.
“점심 먹고 이어서 하자.”
그 이후,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굴렀다.
애쉬에게 닿지 못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