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1화 (9/11)

외전

외전. 꽃비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걸까.

꽃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황제의 품에 아이처럼 안긴 강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귀에서는 환호성이, 발과 손끝에는 완연한 봄 햇살이 내려앉아 평화를 증명하고 있건만, 강의 마음은 저승의 앞에 당도한 것처럼 매섭게 뛰고 있었다. 황제가 놔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다리를 부러뜨렸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 도망가고 싶었다. 스물 평생 가져보지 못한 반항적인 감정이 내부 깊숙한 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가 자신에게 다른 형제들과 절대적인 차별을 둘 때 이러지 말라고 강하게 나섰어야 했다. 그가 좋아서, 꽃이 만개하는 듯한 그의 미소가 좋아서, 그의 온기가 가슴에 싹을 내려서. 다 내 잘못이었다. 그가 주는 애정을 받아내면, 모두가 행복해질 테니까. 그리 생각하면서 우물쭈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이었다. 아들이었으면서 애첩의 행동을 하고, 그러면서도 애첩이 아니라고 말했던 과거가 불현듯 생각나 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차피 그때부터 아버지의 애첩이었다. 침상에서 운우지정만 나누지 않았을 뿐이지, 그의 비위를 맞추고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내주었다.

황제가 역정을 내면, 비빈, 태후들도 황제를 감당하지 못해 자신을 왕왕 불렀다. 그는 강이 꽃을 향해 날아드는 나비처럼 나긋나긋하게 안겨 와야 마음을 풀곤 했다. 그걸 알고 대신들도 조정이나 비공식적인 정무로 마주칠 때면, 황제를 달래는 데 강을 써먹곤 했다. 그러면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애첩 그 자체였다. 차라리 이젠 그의 허리에 올라타 운우지정을 나누니, 조금 덜 억울하다고 해야 할까. 혀끝에 맺히는 쓰라림은 무엇일까.

이제 그 원인을 아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안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걸 알면 황제는 이제야 알았냐면서, 그걸 모르는 건 그대뿐이었다고 조롱 아닌 조롱을 해서 가슴에 멍울을 만들 것이다. 그건 싫었다. 상처받고, 아픈 건 괴로웠다. 특히 이 나라에서 가장 사랑하고 믿고 있었던 황제에게 상처받는 건, 더욱이.

이 모순적인 감정이 문제였다. 황제를 사랑하지만, 괴로워서. 자신을 아들로 봐주지 않는 그를 두고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미운데도 막상 그가 자신을 보고 웃어주면 과거의 기억들이 사금파리 같은 파편이 되어 자신을 쿡쿡 찔렀다.

네가 사랑하는 아비가 저기 있다고, 그가 가르친 대로 가서 아양을 떨라고, 그들이 귀에 대고 끈질기게 쏘아댔다.

설원에서 홀로 뒹굴고 놀던 버림받은 황자인 채로 살고, 그의 눈에 들어 다리를 벌렸다면 속 시원하게 두고 갈 수 있었을 텐데. 왜 자신을 모질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그가 노골적으로 애첩 대하듯 했다면 완벽하게 그를 밀쳤을 텐데. 그가 어린 시절부터 마음과 신경을 노곤하게 온기와 애정으로 풀어준 탓에 싫다고,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하지?”

“아….”

정신을 차려보니, 황제와 몸을 섞었던 침전이었다. 높은 물건이라곤 침상과 침상 주변을 화려하게 가리고 있는 부들부들한 휘장뿐이었다. 그 외에는 암살의 위험 때문에 시야를 가리는 물건들이 없었다. 전부 황제의 시야 아래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것들도 안이 꽉 막혀 사람이 숨을 수 없게 만들었다.

황제는 목에 팔을 두른 채 움직이지도 않던 강을 조심스럽게 침상에 앉혔다. 강의 눈이 멍하다. 황제를 보고 있지만, 보지 않는 투명한 어둠 같은 눈을 보고 황제가 짓궂게 웃었다.

“감히 천자를 보고 다른 상념에 빠지다니. 괘씸하구나.”

“…신첩이 정리를 하느라….”

신첩이라는 소리에 황제가 눈을 느릿하게 감고, 부드럽게 웃었다. 미소가 봄날의 햇살보다 더 따스하고, 향기로웠다.

“정리라.”

황제의 손이 발목에 닿았다. 그날의 기억이 전신을 내달렸다. 강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가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러지 마세요. 아픕니다.”

완벽하게 신첩으로 돌아갔으나, 말투엔 과거보다 심지가 강했다. 아들일 때는 한없이 누그러져 말랑말랑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새치름하게 돌아와 황제의 어깨를 밀어냈다.

“이미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드렸습니다. 이제 그만 쉬게 해주십시오.”

“쉬다니. 그대는 아직 벌이 남았잖아.”

황제가 웃는 낯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주변에 포진해 있던 열 명의 친군이 휘장을 끈으로 묶고, 그 아래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정사를 돕는 궁녀들의 손에는 향유병과 미약, 그리고 부드러운 비단 끈이 있었다. 또한 두 명의 사관까지. 그들은 침전 기록을 적는 사관들이었다.

그들의 용도를 잘 아는 강은 흠칫 놀라 황제의 손목을 덥석 잡고 고개를 저었다.

“다리가 아직 낫지 않았습니다. 아, 아직 아픈데….”

“벌이니까 아프겠지. 벌이 아니면, 아플 일이 있겠는가?”

황제가 별것도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강의 평복을 벗기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강이 그의 손을 잡은 채 고개를 저었다. 벌써부터 수치심에 물든 눈가가 발그레하고, 눈물이 선명하게 맺혀있었다.

“신첩이 다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궁녀나 친군들 보는 앞에서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싶지 않아요!”

강이 그답지 않게 소리 높여 거부했다. 황제는 강의 뺨을 애정을 담아 느릿하게 만져 눈물을 닦아주더니, 웃음기가 만연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본래 비빈들이 정사를 맺기 위해선 알몸으로 이불에 둘러싸여 오지. 그것도 모자라 침전에 들어오기 전, 총관 태감이 손을 넣어 가장 은밀한 내부까지 확인한다. 그리고 침전으로 들어와 친군과 궁녀, 사관들이 있는 곳에서 정사를 맺는 것이다. 태후도 그러했고, 그대의 어미였던 여 소의도 그러했고…. 수많은 여인들이 그렇게 정사를 맺었다. 하지만 그대만은 달랐지. 그대가 싫어했으니까.”

황제의 목소리에는 기본적으로 애정이 서려 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노기가 어려 말투가 비틀리고 있었다. 강은 강제로 자신을 눕히고, 옷을 벗기기 시작한 황제를 보며 눈을 감고 서럽게 울었다. 얼굴을 가리고 흐느껴 우는 아들을 보자 막상 강제로 범하려 했던 황제도 손을 멈칫하고, 가만히 강을 지켜보았다.

흐트러진 옷자락 안으로 상앗빛 피부가 보인다. 황제의 눈에 음심이 핏방울처럼 맺혔다. 황궁에 오기 전까지도 다리가 부러진 강을 함부로 안고 몸을 씹어 삼킬 기세로 빨아들여 몸이 얼룩덜룩하고 엉망이었다. 그래도 본연의 하얀 빛을 잃지 않아, 고결한 자태가 남아있었다. 참으로 어여쁜 몸이었다. 그렇게 만들었다. 자신의 취향인 아이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갖기 위해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운 소중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처음으로 완강하게 싫다고 말하며 상처 입은 얼굴로 울고 있었다.

그래, 이 얼굴이 보고 싶지 않아서. 아바마마, 하고 매달리는 그 작고 예쁜 얼굴이 한없이 소중해서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었다. 아무리 아이가 스스로를 신첩이라 칭해도 자신의 아이는 소중했다. 분노로 점철되어있던 머리를 본래대로 돌린 황제는 한숨을 내쉬며 친군과 궁녀, 사관에게 말했다.

“모두 나가라.”

“예, 폐하. 천명을 받듭니다.”

그들은 일언반구 하지 않고 소리 없이 빠져나갔다. 황제가 우는 강을 안아 올렸다. 강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어린 시절처럼 옷자락을 세게 잡고서 훌쩍이며 말했다.

“밉습니다.”

“…계속 밉다고 하는구나.”

“폐, 폐하가 미우니까요.”

울먹거리긴 해도 강단 있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강의 반항에 황제는 허허롭게 웃었다. 반항도 자기답게 하고 있었다. 황제는 강을 허벅지에 앉히고 안은 상태에서 한 손으로 능숙하게 평복을 벗겼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강은 긴장을 풀고 가만히 있었다. 수치심에 굴복하고 울던 얼굴을 올려 황제를 본다. 눈빛이 말갛다. 황제는 그 눈을 보고 싱긋 웃으며, 착실하게 옷을 벗겨 강을 나신으로 만들었다.

“벌이라고 하셨으니, 아기가 배에 생기면…. 그만하시는 겁니까?”

“아기가 한 명이라고 하지 않았다.”

강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황제는 그윽한 목소리로 우아하게 웃으며, 강의 턱을 잡고 올렸다.

“그러니 벌은 천자가 죽을 때까지 유효하다. 그대는 천자의 아이를 낳아야 해.”

강의 얼굴이 붉어진다. 꼭 위에서 붉은 염료를 한 방울, 두 방울 퍼트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황제는 상기된 강의 뺨을 손등으로 만지며, 아주 상냥하게 침상에 눕히고 다리를 벌렸다. 강이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문다. 수치심에 다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강은 부끄러우면 자주 우는 아이였다. 어린 시절과 변함없었다. 정작 아플 때는 눈물을 참고, 부끄러울 때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우는 아이를 보며 황제는 턱에 고정되어있던 거추장스러운 끈을 풀었다.

탕, 소리를 내며 곤관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황제는 밝은 대낮의 봄 햇살이 들어오는 침전에서 강의 나신을 손으로 음미하며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막상 아바마마란 소리를 듣지 않으니 섭섭하기도 하구나. 가끔은, 잠자리에서 아바마마라고 해주겠느냐?”

“…싫습니다.”

강이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면서 대답했다. 꼬박꼬박 말대답을 하는 게, 정말 마음을 달리 먹은 듯했다. 아들이 아니라 신첩이 되고자 노력하는 게 가상해 황제는 눈을 감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대는 그렇게 될 거야.”

강이 손을 내려 물끄러미 황제를 보았다. 황제가 부러 아픈 발목을 손으로 꾸욱 누르며 서슬 퍼런 목소리로 말했다. 강은 고통에 흐윽, 하고 울며 신음했다.

“이기는 건 늘 천자니까. 그대는 천자를 이길 수 없어.”

궁녀들은 나가면서 손에 들고 있던, 정사에 쓰이는 물건들을 놓고 간 상태였다. 강은 다리가 부러진 후로, 완전히 느끼는 부근에 한 번에 박아줘야 절정에 달했다. 그 전까진 아무리 유두와 유륜을 빨아주고, 성기를 애무해도 도통 느끼지 못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벌로 다리를 두 개 부러뜨렸다고, 이제 자신의 손이 닿으면 무서워서 벌벌 떠는 아이라니. 아이는 늘 자신의 손이 닿으면 연약한 꽃잎처럼 파르르 떨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괘씸했다. 잘못은 자신이 해놓고, 벌을 주니 무섭다고 운다. 잘못했다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아이는 반항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물론 귀엽긴 했지만, 잠자리에서까지 까칠한 아들을 보고 싶은 게 아니었다. 고분고분하게 다리를 벌려주고 신음하는 아들이 보고 싶었다.

“아가, 아프지?”

황제가 부르는 목소리에 강이 흐릿한 앞을 보며 대답했다.

“예, 아픕니다.”

“오늘은 아프지 않게 해주마.”

황제는 궁녀가 가지고 왔던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고운 비단으로 둘러싸인 것을 열자, 그 안에 다시 한지로 감싸져 있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미미하게 붉히고 있던 강은 다리 사이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황제를 보고 무력하게 눈을 깜박였다. 발목이 부러졌으니 그를 밀치거나, 도망갈 수도 없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아프지 않은 방법이었다. 황제는 다 풀어낸 한지에서 소담스럽게 있는 갈색 환을 들었다. 강이 반사적으로 입을 벌리자, 황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프니까 아비가 입으로 먹여주마. 어릴 때도 그리 먹지 않았느냐.”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때도 아파서 신음하는 자신에게 입으로 임신하는 약을 먹인 것일 테니까. 등이 오싹해졌지만, 황제가 입안에 약을 머금고 다가왔을 때 강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입을 벌렸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팔을 그의 목에 둘렀다. 환약이 맞닿은 입술 사이로 사라졌다. 황제가 먹기 좋게 이로 씹어준 터라, 약은 무리 없이 신음과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목구멍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으응…. 음, 아….”

입안이 썼지만, 황제가 걱정 말라는 듯 혀를 넣어 애무해준 덕분에 감각은 무뎌졌다. 강이 눈을 감고 그의 입맞춤을 본능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이, 황제는 자신의 옷을 벗었다. 나신인 강과 다르게 건성으로 옷을 풀어헤친 황제가 입술을 떼어냈다. 둘 사이에 타액이 연결되었다.

“후우….”

강의 눈이 바람을 맞은 촛불처럼 흔들렸다. 황제가 엄지로 입술을 흥건히 적신 타액을 닦아주자 강이 눈을 느리게 감았다. 환약이 몸 전체에 돌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 황제는 여유롭게 강의 아름다운 상앗빛 몸을 만졌다. 황제의 금안은 햇빛에 섞여들어, 찬란하게 빛나 강의 몸을 감쌌다.

“벌려.”

황제가 강에게 명령했다. 강이 수치심 때문에 눈물을 뚝, 뚝 흘리면서도 다리를 벌려 황제에게 부어서 붉게 변한 회음부를 보여주었다. 음모가 거의 없는 남근보다 비교적으로 붉은 입구가 밝은 햇빛에서 보였다. 오물조물 다물린 입구는 촘촘했으나, 무리하게 정사를 맺은 탓에 도톰하게 변했다. 황제의 시선이 남근과 탱탱한 고환, 살짝 벌어져 붉은 내부를 보여주는 입구에 꽂혀있자 강의 눈물은 더 굵어졌다. 눈물을 참으려 노력해도 그게 잘 안 되는지, 아이가 흐느껴 울었다.

그러던 찰나, 강의 얼굴에 서서히 쾌락이 감돌고 있었다. 머리가 멍해지고, 손끝이 움찔 떨린다. 황제의 손길이 스치는 곳마다 정염이 솟구치는지 강이 부들부들 떨며 황제를 불렀다.

“폐, 폐하… 이, 이상합니다. 신첩의 몸이… 아흑….”

강의 눈에서 이성이 씻은 듯이 사라지고, 온전한 쾌감이 자리 잡았다.

“폐하…. 이상해요, 몸이… 흐…!”

황제는 상앗빛 몸에 도홧빛을 띄우고 우는 아들을 보며 음험하게 웃었다. 하얀 자기 같은 이 몸의 순백을 조절하는 건, 강이 아니라 황제였다. 완전히 아들을 소유했다는 만족감에 황제는 강의 허벅지 안쪽을 쓸어 만졌다. 살결이 무척 부드러워, 손에 착착 감겼다. 비단을 만지는 것보다 더 황홀한 감촉이다. 아니, 애초에 비교를 할 수 없었다. 황제의 눈도 강과 마찬가지로 올곧던 이성이 흩어지고, 쾌락으로 물들었다. 황제의 금안이 차츰 짙어졌다.

“폐하, 아, 안이 이상해요, 이상해서….”

내벽이 미칠 것만큼 달아오르고 있었다. 익숙한 감각을 원하고 있다. 입구가 찢어질 만큼 세게 들어와 깊은 곳까지 쑤셔주길.

그러나 저급한 말을 입에 담을 엄두가 나지 않아, 강은 입술을 소리 없이 움직였다.

“약을 먹어서 그런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밀어내지 못했다. 마음이 밀어내기도 전에 과거부터 그에게 젖어왔던 몸은 저항할 수가 없었다. 황제는 손을 뻗어 향유가 든 호리병을 집어 들었다. 아직 배 속에 정액이 남아 있다고 해도, 바로 넣으면 강의 몸에 무리가 갈 것이다. 안기기 전보다 확실히 마르고 병약해진 몸이었다. 심리적인 이유가 가장 큰 듯했다. 황제는 뼈가 도드라지는 몸을 매만지다, 그나마 살집이 있는 허벅지를 잡아 올렸다. 어깨에 다리를 걸치자 강이 숨을 고른다. 정사가 좀 익숙해졌는지, 눈빛에 예전보다 긴장감이 많이 수그러졌다.

“아… 읏.”

호리병의 가장 얇은 부분을 입구에 대고 누르자, 쑤욱 하고 오목한 부분이 들어갔다. 강이 침상의 보료를 세게 움켜잡고 숨을 헐떡였다. 강은 넣을 때 가장 긴장했고, 아픔을 느껴 안까지 넣어서 비벼주지 않으면 비 맞은 고양이처럼 떨었다. 호리병의 넓적한 부분이 닿을 듯 말 듯 깊숙이 넣어 세우자 안에 있던 향유가 나와 부은 내벽을 적셨다. 아프지 않게끔 안에 부어졌다고 느꼈을 때 황제가 내벽에 상처가 남지 않게 호리병을 빼내고, 대신 손가락을 두 개 밀어 넣었다. 강이 소리를 죽이고 미약하게 떨었다.

“혼례 때와 비슷하구나.”

황제의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에 강이 고개를 저었다. 혼례 때와 다르게 붓이 아니라 마디가 툭 튀어나온 검지와 중지가 끝까지 들어와 내벽 주름마다 향유를 바르고 있었다. 향유에 젖은 손가락이 점막과 맞닿아 떨어지는 자극적인 소리에 강의 귀까지 붉어졌다. 약을 먹었어도, 음탕하게 젖은 소리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강이 입술을 사려물고 참으려 했으나, 잇새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황제는 도홧빛으로 무르익어가는 강을 눈여겨보며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도 이렇게 발랐지. 그대가 아프지 않게.”

“으응…. 아, 거기까진….”

너무 깊이 들어왔다고, 강이 황제의 손가락을 잔뜩 조인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의 손가락은 성기보단 아니지만, 다른 남자보다 훨씬 길어서 아주 깊숙이 들어왔다. 까닥까닥 움직이는 것이 안을 자극하고 있었다. 금침을 움켜잡는 손이 애처롭게 떨렸다. 정말 혼례식 때와 같았다. 그때도 겁을 잔뜩 먹고, 안에서 움직이는 붓 때문에 움츠러들었다. 그래서 아주 깊은 곳까지, 정수를 받아들이는 은밀한 장소까지 붓을 움직일 수 있었다. 기억하지 않으려 해도, 몸에 새겨진 탓인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황제는 손가락을 부러 더 넣으려는 기세로 힘을 실어 꾹꾹 누르며 상체를 숙여 입술을 맞댔다. 황제의 웃음소리가 입술에서 꽃잎처럼 나부꼈다. 강이 눈을 떠 황제를 보다, 입을 열어 그를 반겼다.

“으읍….”

황제가 거칠게 입을 부딪치는 바람에 입술이 아팠다. 그사이, 황제의 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와 부피를 늘렸다. 두 개가 세 개로, 세 개에서 네 개로 변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손가락 네 개가 좁고 끈끈한 내부에 꽉 들어찬 느낌에 강이 헐떡였다. 그 상태에서 황제가 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가락을 느릿하게 움직였다. 안에 듬뿍 넣어뒀던 향유가 출입에 따라 밖으로 새어 나왔다.

“으음, 응….”

황제와 입을 맞추는 질척이는 소리와 향유가 점막과 맞닿아 마찰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투명한 빛 가루가 둥둥 떠다니는 침전에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소리가 커질 때쯤, 황제가 손가락을 완전히 빼냈다. 자줏빛으로 잘 익은 입구가 다물리지 못하고 뻐끔거리며 열려 있었다.

황제는 완전히 발기한 남근을 꺼내 강의 입구에 대고 눌렀다. 남근이 별 무리 없이 느슨한 입구로 빠져들어 갔다.

“아아!”

그러나 삽입을 당하는 강은 숨이 절로 틀어 막히는 압박감에 고개를 젖혔다. 아픈데, 미치도록 좋았다. 손가락으로는 다 채워지지 않았던 내부가 황제의 남근에 빈틈없이 채워졌다.

더, 더, 더. 몸이 황제를 원하고 있었다. 약 때문이라고 치부하면서, 강은 황제의 등에 넝쿨처럼 팔을 둘러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다. 완벽하게 아버지를 겉과 안에서 틀어쥐고 그의 입술에 매달렸다. 황제는 눈이 완전히 풀려 자신을 보며 헐떡이는 아들을 보고 이성을 놓았다.

“희비.”

황제가 아들이 아니라 희비라고 부르며 다리를 더 벌리게 했다. 강이 “네, 폐하.”라고 착실하게 대답하며 다리를 어정쩡하게 벌렸다. 황제가 반쯤 성기를 빼내고, 점막에 불이 붙을 만큼 힘을 실어 박아 넣었다. 순간적으로 안에서 치솟는 고통에 강이 고개를 젖히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향유를 꼼꼼히 발랐어도, 워낙 거칠고 센 움직임이라 요동치는 고통이 쾌감보다 컸다. 오죽했으면, 사람이 아니라 늑대가 된 아버지와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분명히 사람의 남근이었는데, 뼈가 있어 딱딱하고 핏줄이 선명한 짐승의 성기로 내부를 쑤시는 기분에 강이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후드득 흩어졌다.

“아, 아파…. 아파요.”

“괜찮다, 아가. 괜찮아.”

황제가 쉬이, 하고 다독이며 허리를 계속 같은 힘으로, 일정하게 움직였다. 강의 입에서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강이 그의 어깨에 이마를 대었다. 매달리지 않으면, 완전히 그의 남근에 박혀 온몸이 움직여 망가질 것 같았다.

“살살…. 아, 너, 너무 빨라요.”

강이 다급하게 그의 가슴을 밀어냈다. 황제와 연결된 부위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았다. 너무 뜨겁고, 쓰라리고…. 아프면서 좋아서 허리가 들썩였다. 숨은 황제가 들어올 때 멎었고, 나갈 때가 되어서야 힘겹게 터트릴 수 있었다. 정말 태에 들어오기라도 한 건지, 숨 쉬기조차 버겁고 헛구역질이 나왔다. 황제는 강의 손목을 양쪽에서 잡아 누르며 허리를 위에서 아래로 넣었다. 고환이 눌릴 정도로 세게 짓누르자, 강이 소리도 못 내고 바들바들 떨었다. 전율하듯 온몸에 미세한 떨림이 이어졌다.

“하윽, 아, 아읏, 아, 아아…!”

강이 느끼고 있었다. 황제의 옷깃을 잡는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황제의 남근을 감싸는 내벽에도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끈끈하게 달라붙는 점막을 음미하며 황제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흐윽…. 아으, 윽…!”

신음이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황제가 퍽, 소리 나게 박자 뚝뚝 끊겼다. 강은 내부에서 펑펑 터지는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몸이 너무 뜨겁다. 머리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상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기적으로 쾌락을 좇아 허리를 움직이는 아버지였는데도 좋아서 눈물이 흘렀다. 붉은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이 금침에 닿아 사라졌다. 황제는 그 모든 움직임을 눈에 담은 채 웃었다. 귀두가 거의 빠져나와 입구에 걸친 상태에서 한 번에 박아 넣었다. 고환이 한순간에 납작해졌다. 강의 엉덩이에 음모가 닿을 정도로, 깊숙이 들어가 느끼는 부근을 비벼주자 강이 황제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

“아, 아아! 으응!”

강이 눈물을 왈칵 터트리며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황제가 강의 몸을 안아, 허벅지에 앉히고 접합을 이어갔다. 위에서 아래로, 살이 벌어졌다. 그리고 황제의 남근은 몸을 뚫을 것처럼 난폭하게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강의 눈이 멍해지며 그곳에 황제의 아름다운 얼굴이 피어났다. 황제는 활짝 열려 자신을 받아들인 입구를 더듬거리며 만졌다. 주름 하나 없이 펴진 입구가 마음에 들었다. 이 상태로 몇 시진 동안 안으면, 입구가 간신히 닫히며 그 자리에 탁한 정수가 줄줄이 흐르는 게 참으로 어여뻤다.

“아바마마라고 불러다오.”

황제가 허리를 빠르고, 얕게 착, 착 소리가 나게끔 움직였다. 강은 그 부근만 일부러 집요하게 찌르는 뭉툭함에서 도망가려고 허리를 올렸으나, 다시 그가 잡고 내리는 바람에 헛수고가 됐다. 강은 황제의 남근이 주는 쾌감을 고스란히 느끼며 몸을 움찔, 떨었다. 그가 허리를 꽉 잡고 누르는 탓에 다리가 침상에 닿았다. 잊고 있었던 고통이 몸에 서렸다.

“흐읏, 읏…. 폐, 폐하, 차, 차라리 누워서….”

부러진 다리가 침상에 닿아 고통이 저릿저릿하게 올라와 강이 흐느껴 울었다. 황제는 아픔과 쾌감에 시달려 얼굴을 붉히면서도, 끝까지 후궁과 아들 사이에 선을 그으려는 강을 보고 짓궂게 웃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구나. 마음은 주지 않고, 몸만 신첩으로서 행동하겠다, 그건가.

“…이런 걸 원한 게 아닌데.”

황제가 탐탁지 않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등에 잘 잡힌 근육을 손끝으로 만지는 상냥한 손길에 강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숨을 골랐다. 황제의 남근은 아직도 사정하지 않았다. 시야 끝에 걸린 햇빛이 어둡게 변하고 나서야 이 정사가 끝이 날까. 비로서의 하루가 무척 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는 강을 조심스럽게 침상에 눕혔다. 강의 다리가 저절로 벌어졌다. 쾌감을 더 느끼기 위해, 원활한 삽입을 위해. 몸은 이렇게 기특한데, 마음은 꽁꽁 닫으려는 강의 태도가 괘씸해서 황제는 입술 끝을 비틀어 웃었다. 눈을 반쯤 감은 채 숨을 고르며, 고통을 잊으려고 노력하던 강은 그의 서슬 퍼런 눈빛에 몸을 떨었다. 반사적으로 도망가려 몸을 뒤로 물리는데, 황제가 부러지지 않은 정강이를 잡아당겼다.

황제가 다리를 확 벌리며, 느슨하게 풀린 입구에 대고 성기를 단숨에 박아 넣었다. 직격으로 들어오는 남근에 내벽의 주름이 짓눌린다. 몸이 침상 구석에 완전히 밀릴 만큼, 그의 남근이 폭력적으로 들어왔다. 강은 소리도 못 내고 고개를 저으며 바들바들 떨었다.

“하으으….”

아파야 정상인데, 아픔 끝에 몰려오는 쾌감에 몸과 머리가 저릿저릿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파야 했는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했는데. 황제는 강의 반응을 눈으로 살피며 미소를 지었다.

“도망치렴.”

황제가 단아하게 말하며, 허리를 다시 한번 똑같이 움직여 강에게 고통 같은 쾌감을 주었다. 강의 울음 끝에 달콤한 소리가 섞였다. 황제는 미소를 짙게 드리우며 강의 머리 사이에 두 손을 짚고, 허리를 짓누르듯 움직였다.

“흐으윽…!”

쇳소리가 섞인 비음이 드문드문 나왔다. 황제는 어떻게든 이 쾌감에서 도망가고자 미약하게 반항하는 어깨를 누르고서 엉덩이를 더 들게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성기가 자궁까지 들어올 기세로 푹, 푹 쑤셔 박혔다. 고였던 향유가 밖으로 흘러내려 둔부가 번들번들하게 젖어갔다.

“아흑, 흑…!”

“도망가라니까?”

황제가 능글맞게 웃으며 강의 발목을 부드럽게 잡았다. 강의 숨이 거칠어지며, 황제의 남근을 감싸는 내벽에 힘이 들어갔다. 황제의 신음은 녹진하게 변해갔고, 강의 신음엔 눈물이 짙어졌다.

“아이를 가지면 절대 도망 못 치겠지. 다리가 부러져도 안심이 되지 않으니, 정말 이번 기회에 임신을 시켜야겠구나.”

“폐하, 그만… 그만….”

안에 달라붙는 지독한 쾌감이 두려워 강이 울면서 매달렸다. 이상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연강이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황제는 겁을 먹고 왈칵 울음을 터트리는 아들을 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아바마마, 라고 불러다오.”

강이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아비가 아니라고, 자신의 지아비라고 생각하며 강은 그의 어깨를 감싸고 중얼거렸다.

“폐, 폐하는… 신첩의 지아비이지, 아바마마가… 앗!”

황제가 강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며 고환까지 처박을 것처럼 깊숙이 넣었다. 찌르르, 하고 척추를 타고 흐르는 쾌감에 강의 입술이 벌어졌다. 간드러지는 신음이 높게 치솟는다. 황제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한 소리가 섞인 신음을 들으며 홀로 말했다.

“지아비이면서 아비이고 싶은데…. 이거 참, 어렵군.”

“아, 싫어요, 이, 이건… 안 돼요, 다시… 흐윽…!”

“이제 와서 아비니, 아들이니 따지는 것이냐? 웃기는구나. 전에 안길 때는 그렇게 아바마마라고 예쁜 입으로 말했으면서.”

이제라도, 망가진 관계를 회복해야 했다. 그게 나았다. 아버지인지, 연인인지, 지아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싶지 않았기에 딱 하나를 정하고 싶었다. 그도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왜 잠자리에서 아바마마를 찾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아 강은 그를 똑바로 보려 노력하며 말했다.

“어, 어떤 아비가 아들은 애첩처럼 대한단 말입니까.”

“천자가 그러고 있지 않으냐.”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느냐고, 그가 웃음 띤 목소리로 말하며 강의 턱을 잡았다.

“왜? 완벽하게 처로 돌아가 나를 아버지라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그게 네가 선택한 길이냐?”

강이 그를 물끄러미 보다, 눈을 감아버렸다. 다 알고 있으면서. 이 궁에 살기 위해서, 백성들을 위해 강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악의 길이었다. 아버지가 아니라 지아비로 대하는 것. 강이 자신을 거부하는 행동을 보이자, 황제는 귀엽다는 듯 웃었다. 이런 행동도 앙탈이고, 교태처럼 보이니 큰일이었다. 토라진 듯한 얼굴을 보며 황제는 소리 내어 웃고, 강의 얼굴을 고정한 채 허리를 움직였다. 향유가 발라진 내벽이 황제를 안온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강 또한 날 선 대화가 잠식되고, 다시 미칠 듯한 쾌감이 시작되자 나른한 신음을 흘리며 그를 안았다.

“그럼 서방님이라고 불러볼 테냐? 백성들처럼.”

황제가 진심 섞인 농을 내뱉자, 강이 부끄러움에 눈을 감고 속삭였다.

“…서방님. 으응….”

“서방님의 아기가 갖고 싶지?”

귀가 음란하고 다정한 말에 녹아든다. 강이 울음을 안으로 욱여넣으며 간신히 대답했다.

“네…. 좋아요.”

차라리 빨리 그가 사정하길 바라며,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서방님이니, 아기가 갖고 싶다느니 음탕한 말을 했는데 오히려 그게 그를 부추기는 행동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침상에 반듯하게 누워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침상에 상체가 걸쳐진 채 그를 뒤에서 받아야 했다. 다리를 최대한 안 아프게 해준다고 했으면서, 다 거짓말이었다. 다리는 어떻게 해도 아팠고, 안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부었고… 좋았다. 도망치지 못하게 경로를 차단하고, 오로지 뒤로만 느끼고 싸게 해주는 아버지의 남근이 좋아 나가지 못하게 조였다. 아버지도 자신에게 미쳤고, 강도 약을 빌미로 아버지에게 미쳐 그를 원했다.

그리고 네 번째가 되었을 때, 강은 설핏 두려움을 느꼈다. 이러다 정말 몸이 망가질 거 같았다. 침상에 개처럼 엎드린 강이 벌벌 떨며 앞으로 기어가는데, 황제가 허리를 잡아당겼다.

‘이,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더, 더 이상 했다간….’

정액으로 임신한 듯한 배를 감싸며 강이 뒤를 보았다. 황제가 아름다운 얼굴로, 진하게 웃으며 허벅지를 벌렸다. 정액이 보름달처럼 뽀얀 허벅지를 타고 흘렀다.

‘더 할 수 있다. 그대는 그리 약하지 않잖아.’

강이 금침을 잡고 고개를 느릿하게 저었다. 입구는 부을 대로 부었다. 만지지 않아도 느껴졌다. 향유와 질척한 정액의 도움을 받아 들어온다 해도, 더 했다간 안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강이 덜컥 겁을 먹고 울음을 터트리는데도 황제는 멈추지 않았다. 황제는 이제 투명한 정액을 물처럼 흘리는 강의 성기를 매만지며, 남근을 뒤에서 수월하게 삽입했다. 안을 꽉 채우며 들어온다. 강은 느끼는 부근까지 들어와 마찰을 하는 성기에 결국 침상에서 기절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황제를 정면에서 보고 누운 자세였다. 두 팔은 힘을 잃고 흐느적거렸고, 다리는 황제의 어깨에 걸쳐져 흔들거렸다. 어느새 침전으로 들어오는 황혼에 강은 눈을 느리게 깜박거렸다. 눈꺼풀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

강은 두 손으로 아랫배를 감싸고 헐떡거렸다. 배가 황제의 성기로 가득 차, 부풀어있었다. 성기의 모양대로 솟았다,

‘못 하겠습니다….’

황혼 끝에 딸려오는 어둠을 보며 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못 하겠습니다.’

정사로 사람이 이렇게까지 지칠 수 있구나. 강은 눈물을 삼키며 생각했다. 몸에 기력이 없었다. 이렇게 누워서 받아들이는 자신은 버겁고 힘든데, 황제는 여전히 절륜했다.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체력에 강은 겁에 질려 침을 삼켰다. 그만, 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황제가 뒷목을 움켜잡고 입을 맞추었다. 버둥거리는 강을 제압하기 위해 황제가 무력을 써서 눌렀다. 황제의 팔뚝에 눌린 목이 아파서 입이 절로 벌어졌다. 다정할 땐 다정하고, 강압적일 땐 제멋대로 강압적이고, 도덕은 진작 갖다버린 사람이었다. 정말, 그는 자기 좋을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강의 몸에서 힘이 빠지자, 그는 다시 강의 몸에 미친 사람이 되어 이곳저곳을 빨고 깨물었다. 목덜미는 이미 입술자국으로 너덜너덜했다. 정말 백지 같은 몸에 붉고, 푸른색이 감돌았다. 전부 황제의 낙인이었다. 그가 물고, 빨고, 깨무는 살마다 열이 피어올랐다. 한참을 그렇게 황제에게 시달리던 강은 살고자 그의 손을 잡고 매달렸다.

‘아바마마, 그만…. 소자 힘듭니다.’

하고 싶지 않았던,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던 호칭을 입에 담고 나서야 그가 우뚝 멈췄다. 황제는 뜨겁게 달아오른 강의 뺨을 손등으로 만졌다. 그의 손길이 애틋하다. 머리가 멍해질 만큼 다정하다. 이렇게 다정할 거면서. 왜 또 제멋대로 굴고,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그에게 농락당하는 기분에 강이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쉬고 싶어요.’

낮부터 밤까지, 그에게 쥐어짜졌다. 입구, 내벽, 허벅지 사이, 손목…. 쓸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귀두와 유두의 여린 살도 그에게 얼마나 만져졌는지 벗겨졌다. 약 기운은 이미 그가 다 빨아간 후였기에, 아릿하고 뜨거운 고통이 몸에 잔재되어 강을 괴롭혔다.

‘다시 한번 불러다오.’

황제가 어린아이처럼 매달린다. 정말 이상한 아버지야…. 강은 멍하니 그리 생각하며 그의 뺨을 만졌다.

‘다시 한번.’

‘아바마마.’

‘다시.’

‘아바마마, 그만….’

‘강아.’

황제가 과거의 어느 날처럼 따스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었다. 아버지 같았다. 잠자리에서 혹독하고 잔인한 연인처럼 굴 때는 언제고. 강은 그를 멍하니 보다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정신을 온전하게 붙잡을 수 없었다. 다리도 부러지고, 몸도 약해진 상태에서 그를 하루를 꽉 채워 받아들이는 건 무리인 일이었다. 강은 황제의 품에서 기운을 잃고 늘어졌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파리해진 강을 보고 황제가 놀라 가슴에 귀를 대었다. 다행히 강은 살아있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황제가 달빛과 촛불에 은은하게 비친 강의 몸을 보았다. 성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몸이 엉망이었다. 얼굴을 빼고 몸 아래가 다 황제의 소유라고 증명하고 있었다. 다리 안쪽은 말할 것도 없었다.

정말, 임신이 안 되는 게 말이 안 될 정도의 질펀한 정사였다. 황제는 지친 기색으로 숨을 쉬는 것도 버거워 보이는 아들이 뺨을 만졌다. 황제의 시선이 우물처럼 깊어졌다.

너는 내가 아버지라 싫겠지만, 나는 너의 대부분의 순간을 함께해서 좋았단다. 널 영현왕에 봉하고, 왕부에 보낸 것조차 후회한다면 넌 날 경멸 어린 시선으로 볼까. 아니면 마지못해 안아줄까.

그게 무서워, 가장 심연의 이야기는 못 하는 자신이 우스웠다. 나라가 망하는 건 무섭지 않아도, 아들이 밀어낼까 봐 두려워 전전긍긍하다니.

*

잠에서 깨어난 다음 날, 강은 어머니를 제발 편하게 해달라고 황제에게 부탁했다. 여 소의는 희비의 죄를 짊어져 냉궁에 감금된 상태였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갇혀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자신이 황제에게 사랑받아 소의까지 올라갔으나, 그 대가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많이 봤다.

‘어차피 어머니는 신첩을 잡기 위한 구실이었을 테니… 이만 어머니에게 자유를 주십시오. 너무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정말 쓸데없이 효도를 하는구나.’

‘아바마마에게도 그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뺨을 매만지며 우울하게 말하는 강을 보며 황제는 탄식했다. 자기를 다스리라고 말했는데, 정말 기가 막힐 때 자유자재로 황제를 쓰고 있었다. 남은 비빈과 애첩 17명을 재혼시켜달라는 것도 모자라 패물도 주고, 노비도 보내서 편하게 해주라고 하다니. 물론 자신의 어미가 포함되어 있으니 당연한 부탁일 테지만. 강의 속셈을 다 알아챘으나 황제는 강이 뺨을 만지고, 어깨를 감싸며 다독여주는 손길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신첩이 있는데 무엇이 그리 걱정이십니까.’

‘…이런 식으로 그대가 필요할 때면 아바마마라고 부를 것이냐?’

토라진 듯한 황제를 보고 강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신첩 마음입니다.’

강이 이만 가보라며 황제에게 등을 돌렸다. 황제가 얼마나 물고 빨았는지 등도 성한 구석이 없었다. 아예 입에 넣고 녹여 먹을 기세였다. 강은 그의 시선이 벌꿀처럼 끈적하게 달라붙는 걸 알고서 금침으로 몸을 가렸다. 황제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로 강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가 정무를 보기 위해 나가고 나서야 몸을 얼리던 긴장감을 푼 강이 몸을 일으켰다.

‘아….’

그러나 다리가 부러져 마음대로 가지 못했다. 심지어 소피를 볼 때도 황제가 없으면 안 됐다. 갑작스레 밀려온 무능함과 수치심에 강이 다시 침상에 느리게 누웠다. 이럴 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걸 깨닫자 가슴이 허했다. 그나마 친우라고 믿었던 담영은 황제의 편이었고, 설은 경혜왕이 죽여서 사라졌다. 어머니는 자신의 손으로 내보냈다. 아무도 없다. 황제의 곁에는 친군도, 내군도, 자신도,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백성들도, 하늘도 있었지만 강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가 내 곁에 있어 주려 할 것인가. 무엇보다 강도 이제 자신의 사람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황제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친우 한 명을 사귈 때도 그에게 허락을 받고 사귀어야 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 아이는 가문이 한미해.’

‘이 아이는 너무 폭력적이고….’

‘이 아이는 귀가 잘 들리지 않고….’

황제는 가지각색의 이유를 들어서, 황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다 잘라냈다. 한녕전에 있을 때도 그 소문이 돌아 자신의 옆에 있던 아이들이 없었다. 황제가 싫어한다는 소문이 발 없는 말처럼 퍼진 상태였다. 친우가 없어 엉엉 울며 달려오는 강을 황제는 귀여워서 실실 웃으면서 보곤 했다. 그래놓고 어린 강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기며 말했다.

‘천자가 있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야.’

‘아바마마는 바쁘시잖아요.’

그때, 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그답지 않아서 강도 눈물을 그치고 그를 빤히 보았다. 이제야 하나씩 이해가 가는 그의 행동과 표정이었다. 그때는 몰랐고, 그의 마음을 안 지금에서야 이해가 가는 증거들. 강은 전신에 퍼져가는 서늘함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금침을 턱 끝까지 당겼다. 강은 눈을 질끈 감았다. 누구라도 와서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았는데, 주변은 미칠 만큼 조용했다.

만약 내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줬다면…. 아니, 그가 자신에게 이리 집착하는 걸 과거에 알았다면 원하는 대로 내줬을 리가 없을 것이다. 그걸 알고 그도 천천히, 조이듯, 자신의 주변을 처리한 것이겠지.

이 관계에 정답은 없었다. 있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어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로서의 애정이 아니라 연인으로서,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느낄까.

그는 미쳤고, 이해받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자신의 마음대로 했을 뿐이다. 어차피 이해받지 못한다면, 이해받지 않겠노라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좀 나았을까. 그를 좀 더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왜 아버지와 아들로 만나야 했을까. 아니, 애초에 설원에서 만나지 않고 거기에 묻혀있었다면. 강아지라고 부른 게 잘못이었을까. 과거로 올라가, 자신의 행동을 하나하나 점검해보던 강은 자꾸만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상했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난 잘못한 게 없었는데, 그에게 다리를 벌렸다는 이유로, 서방님이라고 불렀다는 기억이 생생하게 생각나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다.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그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거기서 발생하는 외로움과 스스로에 대한 경멸감, 그리고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가 있다는 희미한 안도감에 강은 눈을 감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

꽃이 만개한 봄날의 낮인데도, 저승의 입구에 당도한 것처럼 어두웠다. 그곳에서 밝게 빛나는 것은 아름다운 은발을 하나로 묶어 금관에 넣고, 그 장신구에 어울리는 백색 용포를 입은 황제였다. 은색에 가까운 화려한 백색 예복엔 나비와 벌이 금방이라도 날아들 것 같은 꽃들이 새겨져 있었다. 땅에 닿을 것만큼 내려온 소매가 올라가고, 그곳에서 황제의 하얀 섬섬옥수가 나왔다.

정말, 어떻게 보아도 아름다운 남자였다.

“…이렇게까지 하셨어야 했습니까.”

침전 의자에 묶인 여 소의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황제는 무표정하게 한때 아내였고, 이젠 자신의 비를 낳아준 여자를 보았다. 아들의 교태 어린 행동으로 살아났지만, 결코 달콤하지 않은 생존에 여 소의가 주먹을 쥐었다.

“신첩은 폐하가 이렇게까지 하시는 연유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아들로 귀애하여 주시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까? 아들입니다. 강이는 폐하의 아들이옵니다! 폐하께서 직접 이름을 내려주셨고, 봉호까지 준 아들이옵니다.”

“잘못 말하였다.”

황제가 무료하게 턱을 괴고 여 소의의 얘기를 들어주다 대뜸 입을 열었다. 황제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신첩이라니. 그대는 천자의 신첩이 아니다. 일개 백성에 불과하지.”

여 소의가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하루만에, 황제는 자신을 비빈이 아니라 정말 남 보듯 무심하게 보고 있었다. 늑대가 새겨진 팔걸이를 어루만지며 황제가 산뜻하게 말했다.

“천자의 비빈은 오로지 하나다.”

“…진심이십니까?”

“천자의 입으로 거짓을 말하지 않지.”

황제가 별것도 아니라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아들을 향한 애정이었다. 황제는 망연하게 눈을 크게 뜨고 눈물을 뚝, 뚝 흘리는 여 소의를 보며 미소를 잠재웠다.

“희비의 부탁으로 내보내줄 테니, 마음대로 살게. 재혼을 해도 좋고, 아이를 다시 낳아도 좋아.”

“…그러나 강에 대한 연락을 끊으라, 이 뜻입니까?”

“말을 잘 알아듣는군.”

황제는 물러나는 법이 없어 꼿꼿하게 앉아 말했다.

“희비는 그대가 아니라 천자를 택했지. 천자의 비가 되어, 황후의 자리까지 올라 봉관을 쓸 것이고, 태자를 낳아 존귀한 어머니가 될 것이다. 천한 그대의 자식이 아니야.”

“…끝까지… 이기적이시군요.”

“이기적이라니. 모두를 위한 선택이지. 희비가 천자를 택하지 않았다면, 모두 죽었을 테니까. 설마 모두 죽길 바라는 것인가?”

“그게 이기적이라는 겁니다, 폐하. 아이가 무엇을 가장 무서워하는지 아시면서! 강에게 그 두려움을 심어주셨으면서, 그걸 이용해서 아이를 협박하시다니요!”

“협박이라니.”

황제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어느덧 웃음을 갈무리한 그가 여 소의의 오만방자함에 치가 떨린다는 듯 말했다.

“천자는 희비에게 선택권을 주었을 뿐이다. 희비는 지금 나름대로 비의 본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네. 그대도 알겠지만, 천자의 아이는 합리적이고 현실에 잘 수긍하지. 그 아이가 이 궁에서 버티기 위해선, 그대가 어미 역할에서 물러나야 해. 그래야 천자를 완벽하게 지아비로 섬기며 아이를 낳아주겠지.”

황제가 입술 끝을 올려 미려하게 웃으며 여 소의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그렇지 않은가, 여정인. 이제 여 소의에게 물러나 여정인이라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그대는 더 이상 연강의 어미가 아니야. 그저 여정인이라는 여자에 불과하지. 그대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그것뿐이야. 그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어찌, 당신의 아들에게… 이렇게까지, 하실 수 있는 겁니까?”

여 소의가 눈물에 푹 잠긴 목소리로, 힘겹게 물었다. 정말 궁금했다. 이렇게까지 생이별을 시키면서까지 아들을 가지고 싶어 하는 연유가. 정말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완벽하게 미쳐버린 그를 보는 여 소의의 눈에 실핏줄이 터져 붉게 변했다. 온몸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녀의 분노와 원한에도 황제는 태연했다. 아예 그를 건드리지도 못했다.

황제는 처음부터 강의 일이 아니면 무감했다. 저 멀리 있는 수많은 백성들이 개죽음을 당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미친 아비였다.

“사랑하니까. 그렇게까지 해서 아이를 갖고 싶으니까.”

황제가 정말 사랑에 푹 빠진 소년 같은 얼굴로 웃었다. 해맑고, 청아한 미소에 여 소의는 고개를 숙이고 오열했다. 달래주는 이가 없는 울음은 거칠어졌다. 황제는 지루하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보았다. 황제에게 해를 가할 수 없도록, 전신이 결박당한 상태였다. 강 덕분에 저 지경이었다. 강이 아니었다면, 황제에게 감히 바락바락 대들고 소리를 높인 죄로 목이 잘렸을 것이다.

“잘 생각해. 그대가 이리 나올수록, 괴로워지는 건 희비야.”

여 소의가 입술을 꾹 다물며 황제를 보았다. 그녀의 눈엔 이미 깊은 회한과 체념이 있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부정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향한 경멸에 황제는 더 이상 말을 잇고 싶지 않았다. 이해받지 못할 사랑이었고, 이해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황제의 세상엔 이제 강밖에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강만 자신을 인정하면 그만이었다. 황제는 반듯하게 허리를 세우고 군주다운 근엄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대의 아들에게 최고의 권력을 줄지, 아니면 비참한 현실을 줄지는 그대가 선택해.”

여 소의는 거친 울음을 토해내며 고개를 올렸다. 이윽고 황제와 시선이 마주쳤다. 결코 평등하지 않은 시선이었다.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는 사내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우아하게 웃었다. 그의 아름다움이 짙어질수록 여 소의는 낭떠러지에서 아래로 추락했다. 그의 기고만장함에 생채기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이리 물러나야 하는 게 너무 억울했다.

여 소의는 주먹을 쥘 권리조차 뺏긴 상태에서, 숨을 내뱉으며 쓰라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제가 물러나면.”

“모든 권력을 아이에게 주마.”

황제가 달콤하게 유혹했다.

“그대에게도 부를 건네주마. 그대의 한미한 집안이 결코 갖지 못할 부지.”

“부는 필요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잘 살아있는지, 그것만이라도….”

이대로 가다간, 강과 자신은 정말 다시는 보지 못하고 죽고 말 것이다. 그건 싫었다. 아이와 생이별을 하라니. 궁에서 떨어져서 지내는 것과 영원히 보지 못하는 건 다른 의미였다. 그녀가 제발, 이라고 말하며 황제에게 매달렸지만 황제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그런 미련은 아이를 병들게 할 뿐이야.”

“아이를 병들게 하는 건, 폐하십니다!”

무엄한 행동이었지만 여 소의는 멈추지 않았다. 여 소의의 눈에 녹아있는 적의는 황제를 향해 있었고, 황제는 가감 없이 모든 걸 드러내는 그녀를 내버려두었다. 강이 어머니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했던 걸 가슴속에 되새기며 황제는 눈을 내리깔았다. 금안에 그녀가 소록소록 맺혔다.

“그래도 어쩌지.”

황제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았다. 황제의 요사스러운 금안과 마주친 여 소의가 흠칫 놀랐다. 황제의 얼굴이 지나치게 가까웠다. 그가 눈을 내리깔자 은색 속눈썹이 깃털처럼 내려와 음영을 드리웠다. 인간 같지 않은 아름다움에 가슴이 떨렸다. 저 가죽 안에 치가 떨리는 잔인함이 있는데도, 간혹 가까이 다가오면 가슴이 오묘해졌다. 여 소의가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간신히 숨을 토해내는데, 황제가 여 소의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중얼거렸다.

“…아이의 냄새가 나. 희한한 일이지.”

“그, 그만….”

여 소의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황제는 그녀의 둥글고 좁은 어깨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감고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역시… 어미는 어미라 그건가.”

황제가 서슴없이 다가올 때처럼 빠르게 떨어졌다. 그가 미소 지었다. 황제의 손이 매정하게 그녀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황제는 내관이 건네준 젖은 천으로 손바닥을 꼼꼼하게 닦아내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말게. 아이는 천자의 곁에서 잘 순응하면서 살 테니.”

“…전 아이가 행복하길 바란 겁니다.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요.”

“황궁에서 행복을 바라는 것인가.”

황제가 눈을 내리깔고 중얼거렸다. 여 소의도 입을 다물고 그를 물끄러미 보았다. 행복이라. 황제가 몇 번이고 그 단어를 입에 담더니,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웃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닌. 약간의 울분도 섞인 듯한 미소를 입가에 찰나 드리우고 지운 황제가 말했다.

“생각보다 낭만적으로 살고 있었군, 그대. 어리석게도.”

정말로 안쓰럽다는 듯 웃은 황제는 뜻을 다 정했는지, 몸을 반쯤 돌렸다. 여 소의는 듬직한 황제의 어깨를 보았다. 저 어깨에 걸쳐있던 아들의 다리가 환영처럼 보였다. 속이 비틀린다. 분노가 용솟음쳐 가만히 있어야 함에도 몸을 벌떡 일으키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왜 그들이 자신을 강제로 여기에 묶어두었는지, 이해가 갔다.

칼이 없더라도 황제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 어떻게 자기 아들에게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예뻐했으면서. 품에 안고, 애지중지 여기며 땅에 발 하나 못 닿게 키운 황제였다. 황제에 눈에 든 이후로 강은 늘 귀한 대접을 받으며 자랐다. 비빈들도 공유하지 못했던 황제의 침상을 같이 썼다.

그의 애정이 깊어질수록, 안일하게도 여 소의는 마음을 놨다. 아들이 먼저 귀해져, 어미까지 덩달아 귀해지는 현상에 여 소의는 처음에 당황하긴 했어도 갈수록 아들이 받는 애정이 편해져 방치 아닌 방치를 했다. 아들이 황제의 침상을 공유하면, 다음 날 대신들이 알아서 여 소의에게 부귀영화를 가져다주었다. 황제의 말처럼 어리석게도, 낭만적으로 살고 있었다. 강을 빌미로 편하게 살았으면서. 황제의 이상한 애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강에게 ‘참으라.’라고 말했으면서.

가슴이 찢기듯 아파왔다. 숨을 쉬는 게 버거웠다. 황제는 강에게 모든 걸 줄 수 있지만, 자신은 강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는 어미였다.

그리고 여기선 이제 어미 역할까지 박탈당해야 했다. 그래야 아이가 이 무자비한 황궁에서 버틸 수 있을 테니까. 그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 강을 내보내려 필사적이었다. 귀비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서도. 모든 것이 허망하다. 의미가 없었다.

“…마마를 소중하게 대해주십시오. 마음이 여리신 분입니다.”

울면서, 웃고, 괴이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여 소의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네.”

“타인의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니, 되도록…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선….”

안지 말아 달라고, 그 후로 아이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침전에 갇혀 산다는 걸 알기에 여 소의가 애원했다. 13살 때도 태후가 정해준 궁녀를 공개적으로 안아야 했고, 그게 당연한 건 줄 아는 황제는 수치를 몰랐다. 마음에 드는 여자나 남자가 있다면 그곳이 마구간이나 말 위라도 당연하게 안았다.

그러나 강은 달랐다.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와 관계 맺는 걸 무척이나 버거워했다.

아이가 혼례식 날 황제가 준 쾌락에 신음하면서도, 끝에 얼마나 구슬프게 울었는지 잘 알던 여 소의는 애절하게 황제를 보았다. 백자 같은 피부에 요염한 미소가 서렸다.

“그리하고 있으니 걱정 말게. 희비는 부끄러움이 많더군.”

양심이라곤 없는 황제의 뻔뻔한 말에 여 소의는 눈을 감았다. 속이 텅 빈 것처럼 허하다. 누구를 원망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머리가 아득해졌다. 그래도 자신의 뜻대로 아이가 팔다리 온전하게 살았으니 만족해야 할까. 황제는 완전히 정신을 놓은 것 같이 행동하는 그녀를 보고 고민했다. 턱에 손을 대고 생각하던 황제는 쯧, 하고 혀를 차며 말했다.

“죽으면 곤란해.”

여 소의가 고개를 들어 황제를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강이 따라 죽을까 봐요?”

“죽으면, 천자도 죽으면 되지만….”

황제가 생각 외의 말을 툭 내뱉었다. 그는 정말 곤란해하고 있었다.

“아이가 슬퍼서 우는 얼굴은 보고 싶지 않구나. 형제들이 죽을 때도 그리 슬퍼했는데, 그대가 자살로 죽어버리면 아이가 무척 슬퍼할 거야. 천자가 아무리 달래줘도 아이는 눈물을 그치지 않을 테지. 천자는 슬픔이란 감정은 잘 모르지만, 강이 그리 울 때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말을 느리게 마친 황제가 어려운 문제를 만난 학자처럼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니 죽지 말게.”

*

금궁의 귀퉁이에는 5층 높이의 전각이 있었다. 하늘로 향할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다른 황궁 구조물과 같이 붉은 벽에 눈이 멀 것 같은 황금 기와로 이루어져 있었다. 막 동이 튼 것 같은 햇살의 찬란함을 담은 전각의 가장 높은 층에 올라가면, 촘촘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구성된 금궁과 그 바깥까지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하얗고 보들보들한 꽃이 만개한 외정으로 궁녀들과 내관, 내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 가운데엔 풍만한 가슴을 모으고, 허리를 끈으로 바짝 조이는 형태의 화려한 옷을 입은 여인이 있었다. 밑으로 갈수록 분홍빛이 짙어지는 치마가 가마 아래에서 발처럼 흔들렸다. 그 위에 걸친 장의는 너무 투명해서, 빛을 받지 않으면 걸친 듯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녀는 처음 궁에 들어온 모습 그대로 밖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강은 5층에서 황제의 품에 다소곳하게 안겨 어머니 여정인이 나가는 모습을 뚫어져라 보았다. 작별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녀를 만나면 눈물이 왈칵 터질 것 같았다. 그냥 그녀에게 미안했다. 그녀가 받아야 할 지아비의 사랑을 아들인 주제에 뺏어간 기분이라, 강은 그녀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그녀와 자신을 아는 사람들의 시선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다. 강은 자기도 모르게 흠칫 놀라 황제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의 시선이 닿을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강은 가슴이 철렁였다. 황제는 강의 가슴을 다독거리며 안심시켰지만,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쉬이, 괜찮다.”

도망갈 수단까지 모조리 부러뜨린 사람이 가장 달콤한 다독임을 건넸다. 오들오들 떨리던 몸이 안정을 찾고 나서야 강은 느릿느릿 고개를 돌려 아래를 보았다. 여 소의는 내관의 손을 잡고 조심스레 땅에 내려왔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잡아 올리며 단아한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걷는 자리마다 빛이 머문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모습대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였다. 차츰 멀어져 점이 되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강의 눈엔 괴로움과 애정이, 그와 반대로 황제의 눈엔 아무것도 없었다.

은우문을 지키는 창병이 단전 깊은 곳부터 소리를 끌어내 외쳤다. 은우문을 여시오. 그녀가 심호흡을 하는 사이, 묵직한 붉은 문이 열리며 잘 꾸며진 수도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주춤거렸다. 뒤를 돌아볼 것처럼 고개가 자꾸만 움직였다. 잘게 쪼개졌어도 잔재된 미련이 그녀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마지막에 한 번 돌아보았을 때, 이미 그곳은 텅 빈 후였다. 하늘로 향해 올라가는 늑대와 용이 즐비하지만, 결국 하늘로 올라가는 건 늑대뿐이었고, 그 밑에 자리한 건 죽은 자들의 뼈들이었다. 금궁은 인골탑이었다. 금궁의 뼈대는 권력에서 패배한 자들의 뼈였고, 탁함이 없는 붉은 담은 그들의 피였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기와에 반짝이는 빛들은 그들의 눈물이었다. 지독한 죽음의 냄새에 질식할 것 같았다.

그 자리에 강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이제 가야 했다. 자신의 미련은 아이의 마음에 짐이 된다. 그녀는 한 번의 돌아봄으로 족하며, 애써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강은 문이 닫히고, 저 멀리 그녀가 탄 마차가 보일 때까지 황제의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 그녀가 가고 나서야 스르륵 힘을 빼낸 강이 그의 쇄골 근처에 얼굴을 댔다. 비단의 감촉이 뺨에 닿았다.

“그녀는 잘 살 것이다.”

황제가 강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확신에 찬 어조로 연거푸 말했다.

“그녀는 평생 가져보지 못할 부를 안고 살 것이다. 천자보다 좋은 지아비를 만나 재혼을 할 수도 있고.”

“신첩보다 나은 아들이나 딸을 낳아 키울 수도 있겠죠.”

강이 씁쓸하게 웃었다. 황제는 회한에 젖어있는 강을 보고 잠자코 있었다. 이런 식으로 강이 자신에게 가끔씩 날을 세우는 게 나았다. 심병에 걸려, 자신만 보면 침전 구석으로 달아나는 걸 보는 게 더 괴로웠다.

“이제 내려가고 싶습니다, 폐하.”

강이 전각에 연결된 계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황제는 말을 잘 듣는 인형처럼 강을 단단하게 안고, 계단을 하나씩 내려왔다. 황제가 움직일 때마다 부목을 댄 다리가 흐느적거린다. 양쪽 다 무자비하게 부러진 후, 낫는 게 더뎠다.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큰 것 같다고, 태의가 황제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강을 뒤에서 끌어안은 상태에서 그저 담담히 웃었다.

오히려 그는 낫지 않길 바랄 것이다. 일거수일투족이 그의 손에서 지배당하는 지금 이 순간을 황제는 즐기고 있었다.

어린 시절도 이렇게 지냈다. 그를 처음 안 4살을 시작으로, 왕부로 가기 전까지. 천금궁에서 그가 주는 음식을 먹고, 그의 팔을 목침으로 삼으며 잠을 잤다. 그가 없는 순간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그와 대부분을 공유했다.

정말, 그가 없던 적이 없었구나. 그의 습관, 그의 목소리, 그의 체취. 이젠 잠자리에서 어떻게 웃는지도 다 알게 되어버린 사이였다. 사내다운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던 강은 한숨을 내쉬며 완전히 기댔다. 교태 아닌 교태에 황제가 슬쩍 웃었다.

“강아지를 키울까.”

“강아지는 한 마리로 충분합니다.”

그 강아지가 누구인지 잘 아는 황제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강은 기분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웃는 황제를 보며 쓰게 웃었다.

“너무 말을 안 들어서, 돌보는 데 힘이 듭니다.”

“사랑을 제대로 주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얼마나 더 줘야 할까요, 신첩이.”

강이 황제를 보고 진지하게 물어보자, 황제가 은은한 웃음기를 머금은 얼굴로 말했다.

“오로지 그 강아지만 사랑해줘야지. 그 강아지는 이기적이니까.”

절도 있는 걸음으로 1층까지 단숨에 내려온 황제가 허리를 숙이는 내관과 친군, 내군들을 헤치며 가마에 당도했다. 강을 안고 가마에 올라탔다. 가마를 끌어올리는 내관들의 표정이 조금씩 흐트러졌다. 그의 다리에 앉아 황궁을 구경하던 강이 불쑥 입을 열었다.

“만약에 신첩이 아이를 낳으면, 태자를 위해 다른 아이들도 하늘로 보내실 겁니까? 제 형제들처럼?”

“쓸모가 없다면 그리해야 하겠지만.”

황제의 말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미안함도 없었다. 그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강의 동생이자 자식들에게도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그는 물끄러미 강을 내려다보더니 피식 웃었다.

“그대가 원한다면 하늘로 보내지 않겠다. 쓸모가 없어도 살려두마. 괜찮은 점이 하나씩 있을 수 있겠지.”

황제는 잔인했다. 그리고 오로지 강에게만 다정했다. 태후조차 자신의 신하로 인식하고 무릎 꿇렸다. 사랑하는 아들에게서 자식을 낳아도 변함없는 척도에 강은 눈을 내리깔았다. 미련스럽지만, 그를 끝까지 거부하지 못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내가 좀 더 모질었다면. 그가 건네주는 당과에 섞인 애정을 다른 자들에게 분배할 수 있었다면.

“무슨 생각을 그리하지?”

강이 조금이라도 다른 곳에 시선을 주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불쾌해하는 것도 과거나 현재나 똑같았다. 이 자리에 있는 것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강이 진심으로 서방님으로 대해주길 바라는 게 느껴졌다. 강은 지금 현실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고된 일을 겪고 있었다. 고개를 내리고 고집스럽게 말을 하지 않자, 황제가 턱을 들어 올렸다. 턱을 쥔 손에 고압적인 힘이 넘실댄다.

“아가, 천자가 그리 가르쳤던?”

눈빛이 단호하고 차갑다. 그는 반항을 허용하는 군주가 아니었다. 자신이 반항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목숨이 오가는 걸, 듣고 보았기에 강은 응어리를 토해내며 대답했다.

“과거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신첩이 소자일 때, 조금 더 아바마마를 거절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서방님이 아니라 온전히 아바마마로… 모실 수 있었을까, 하고요.”

“만약 그대가 끝까지 거부했다면…. 글쎄. 어떻게 했을까. 천자도 궁금하군.”

황제가 입술 끝을 유려하게 올리며 웃었다.

“천자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천자도 모르고 있으니 답을 줄 수가 없구나. 확실한 건, 나는 널 왕부로 보낸 걸 후회한단다. 애초에 네가 바깥을 모르고, 이곳에 유폐되어 살았다면 정말 나만 보았을 텐데. 다른 이에게 그런 마음 한 톨도 주지 않았을 거야. 오로지 날 위해서 울어주고, 웃어주는 예쁜 아이였겠지.”

“그러면 사람이 아니라 폐하만을 위한 인형이었겠죠.”

황제는 최소한의 자유를 준 것마저도 후회하고 있었다. 그의 사랑은 그의 말대로 이기적이었다. 그를 끝까지 거부했다면, 다리가 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잘리고 손까지 장애를 입었을지 모른다는 소름끼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패전국의 포로들은 인간 돼지로 만들고, 백성들은 노예로 팔아버린 과거가 생생히 떠올랐다. 사람들이 화살에 맞아 죽어갈 때, 황제는 활시위를 놓지 않았다. 만약 정말 그를 진심으로 거부했으면…. 아마 그 화살에 맞아 죽어가는 건, 자신의 가족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배 속에 있던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상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쯤, 황제가 강의 가슴을 손으로 다독거렸다. 그의 손에서 두려움은 희석되는 게 아니라 점점 커졌다.

“그래도 그대는 천자를 버리지 못했을 거야.”

강이 입을 다물었다. 얼굴이 굳어갔다. 황제가 얼음처럼 차가웠다가, 자신의 손이 닿기가 무섭게 녹아드는 강의 눈을 마주치며 속삭였다.

“그대도 천자를 사랑하잖아.”

“…그건.”

“그럼 된 거야.”

황제가 깔끔하게 결론을 내리고 제멋대로 강의 손목을 지분거렸다. 강은 그를 노려보다가 손등을 매섭게 내리쳤다.

“신첩이 말씀드렸습니다. 밖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요.”

“만지는 것뿐인데?”

“그것도 안 됩니다.”

황제가 불만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강은 자신에 한해서 쉽게 풀어지고, 쉽게 용납하는 그를 직시하다 자신이 내리친 도자기 같은 손을 맞잡았다. 머뭇거리던 손이 부드럽게 안착하고, 여린 살을 만져주자 황제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가, 눈웃음을 덧그렸다. 황제가 어디 도망가지 말라는 듯 강의 손을 꼭 잡았다.

“그래.”

황제가 강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강만이 들을 수 있게 말했다.

“그렇게 하는 거야.”

정말 사랑에 빠진 얼굴로 말갛게 웃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강의 시선이 바람에 나부끼는 잎처럼 흔들거렸다. 이런 식으로 대뜸 다가오면 강은 방어도, 공격도 하지 못하고 그에게 무력하게 함락당했다. 그가 말하는 사랑이란 이런 건가. 강은 도망갈 곳이 없어, 그의 품에 얼굴을 댔다. 차라리 보지 말아야지.

그런데 이번엔 그의 심장 소리가 귓전에 신전에서 사용하는 북소리처럼 웅장하게 들렸다. 왜 그렇게 두근거리는 것이냐고 그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잔인하고, 끝내 꿀물처럼 다정해지는 그의 소리에 귀가 녹아내릴 것 같았다.

그가 본심을 드러내면 강은 화를 내려다가도 포기했다. 도저히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황제는 오롯이 자신만으로 물들어, 자신만 생각하는 강을 보고 흡족하게 웃으며 손등에도 입을 맞추었다. 그 입맞춤이 강의 입술까지 가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엔 “아, 싫어요….” 하며 저항하던 강도 익숙하게 혀가 들어오자 움찔하며 그를 안았다. 거부하기엔 이미 늦었다. 그의 애정은 가랑비처럼 적셔져 있는 상태였다. 젖은 걸 알고 우의를 착용 하려해도, 다 젖어 그의 냄새와 애정이 물씬 풍겼다.

“흐읍….”

그의 입술이 진득하게 달라붙고, 혀는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이곳저곳을 누볐다. 허락 없이 들어온 주제에 당당했다.

그러나 그 끝은 아무 생각도 못 들게 하는 애정이었다. 한계를 정해두지 않고 직진해오는 애정에 강은 손끝만 달싹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그날 밤은 매우 달았다. 황제가 공을 들여 온몸을 애무해준 덕분에 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아픔은 황제의 말대로 잠시였다. 황제의 삽입에 애가 타고, 허리가 뒤틀리는 쾌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꿰뚫었다. 돌같이 단단한 황제의 어깨를 잡는 손은 갈고리처럼 휘어져 그를 놓지 못했고, 발끝도 쾌감에 움찔움찔 떨리며 오므라들었다. 다리가 아프지 않게끔, 정강이를 움켜잡고 허리를 치켜세우는 황제를 보며 흐느꼈다.

“아흣, 아, 아바마마, 아응!”

황제는 무의식중에 쾌감에 떠는 아이가 아바마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희열에 차 웃었다. 이성이 있을 땐 ‘폐하’, 이성이 사라지고 거기에 쾌감이 진하게 머무르면 ‘아바마마’, 혹은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아이를 보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자신이 원하는 이상에 차츰 가까워지고 있었다. 강은 음모가 닿을 정도로 깊이 파고드는 남근에 숨을 헐떡였다. 그가 이런 식으로 임신을 위해, 사정을 아주 깊숙한 곳까지 하려고 쭉 들어올 때면 헛구역질까지 느껴졌다. 그의 것은 너무 두껍고, 길고…. 사내들이 자랑할 만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다.

“쉬이, 괜찮다.”

입으로는 다정한 밀어를 내뱉고, 아래로는 이미 사정한 정액이 빠져나올 만큼 거칠었다. 행동과 말이 전혀 다른 그를 눈물이 어룽거리는 눈으로 보다, 강이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도망 안 가니까, 살살….”

“그럼 놔줘야지.”

황제가 예쁘게 웃으며 매끈하게 펴진 입구를 만졌다. 강의 얼굴이 목까지 붉어졌다. 찰박, 찰박, 물기에 젖은 점막과 비벼지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안이 정액으로 끈끈하고 흥건했다. 황제의 거대한 남근에 적응하느라, 조이고 푸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던 구멍이 황제의 삽입에 따라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제의 혈관이 생생하게 느껴질 만큼, 내벽이 남근에 붙어있었다. 황제의 남근이 밖으로 빠져나가며 점막이 딸려간다. 붉은 점막이 밖으로 살짝 비쳤다가, 입구가 주름 하나 없이 펴지며 점막도 안으로 밀어 넣었다. 퍽,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들어온 성기에 강의 눈이 커졌다. 눈에 쾌감이 퍼져간다.

“흐으으…! 아, 좋아…!”

허전한 내부를 단숨에 채워주는 압박감에 강이 부르르 떨며 전율했다. 강은 황제의 목을 끌어안고 숨을 고르느라 바빴다. 그의 것이 너무 좋아서 숨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다.

“아바마마, 잠시만요, 하읏, 아, 안이… 뜨거워요….”

황제가 신음을 터트리며 강을 꼭 마주 안았다. 그리 작지 않지만, 유독 황제 앞에서 왜소해지는 강이 황제의 품에 아이처럼 안겼다. 황제의 어깨에 턱을 대고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천장을 보던 강이 그의 등을 더듬더듬 만졌다. 예복을 입었을 땐 잘 모르지만, 가까이서 안아보면 그는 터질 듯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온몸에 쓸데없는 살은 없었고, 오로지 실용적인 것들만 남아 몸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척추를 따라 발달된 그의 근육과 살을 만지던 강은 더운 숨을 토해내며 뺨을 그에게 비볐다. 황제가 아주 좋아하는 교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기습적으로 성기를 다급하게 넣었다. 안쪽의 약한 살이 펴지는 아찔한 감각에 눈앞에 하얀 불꽃이 튀었다.

“흐윽…!”

그의 등에 손톱이 세워졌다. 상처가 나는지도 모르고 황제가 얼굴 옆 부드러운 금침에 손을 대고서 고개를 세웠다. 그가 어쩔 줄 모르는 아이처럼 입을 맞춰왔다. 엉성하게 부러진 다리가 순간, 그의 접촉에 아팠지만 강은 그에게 자연스레 응대해주면서 신음을 삼켰다. 황제는 끊임없이 꽉꽉 조이는 내벽에 달뜬 신음을 흘렸다. 쾌감을 알아가는 것은 무섭도록 달았다.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핥아먹으니, 혀에 퍼지는 단내에 황제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눈물을 핥았다. 강은 느릿하게 빠지고, 빠르게 들어와 점막을 탐하는 남근에 정신이 어지러워 입을 반쯤 벌리고 헐떡이고 있었다. 집요하게 딱 그 부분만 찌르고 빠지는 단단한 흉기를 붙잡기 위해 내벽이 안달이었다. 보채지 말라는 듯, 황제가 고혹적으로 웃음을 터트리며 허리를 움직였다.

“흐응, 으…. 아, 좋아요, 아…!”

약이 아니라 온전히 황제의 것으로 느끼는 게 이리 좋을 줄이야. 숨은 달리기를 오래 한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라 내부에서 요동친다. 쾌감은 끊이지 않고 밀물처럼 다가와 안을 철썩철썩 때렸다. 황제의 것이 박힌 그 부근부터 찌릿찌릿하게 퍼지는 쾌감이 온몸을 지배한다. 앞은 이미 서서 꺼덕거리며 정액을 흘려보낸 지 오래였다. 강은 밖과 안에서 달라붙어 안으며 놔주지 않았다. 쾌감이 몸을 그렇게 만들었다.

“하으읏!”

퍼억, 하고 친 순간 목이 젖혀졌다. 황제가 강의 머리채를 잡고 고정하며 연거푸 입을 맞추었다.

“으음, 응! 으읍!”

고개를 틀어 목젖까지 찌르는 혀에 강이 숨도 쉬지 못하자, 황제가 고개를 떼어냈다. 둘 사이가 타액으로 연결되었다. 황제는 쾌감에 완전히 풀린 눈을 보고 여유롭게 웃었다.

“안 아프냐?”

“…어디….”

이제 막 말을 배운 아이처럼 목소리는 느리고, 발음은 쾌감과 눈물로 뭉개졌다. 황제는 부목을 댄 다리를 아프지 않게 매만졌다. 종종 올라오던 통증을 잊을 정도로 정사에 집중했는지,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연결된 내부가 애가 타 죽을 지경이었다. 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황제를 어설프게 끌어당겼다. 그 손길에 유혹당한 황제의 눈도 같이 쾌감에 풀리며 오롯이 강을 보았다.

“아가, 좋으냐?”

“네…. 아바마마.”

강은 빠르게 움직이는 시야 속에서 황제를 보려고 미간을 찌푸렸다. 땀과 쾌감에 젖은 얼굴이 지나치게 아름답다. 황제가 언제 저런 식으로 웃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반짝반짝 빛나는 미소에 강은 눈을 깜박거렸다.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그의 사내다운 목에 두르던 팔을 내려 그의 얼굴을 만졌다. 둥글고 하얀 이마를, 고운 아미를, 속눈썹이 긴 처마처럼 드리운 눈을, 쭉 뻗은 코를, 그리고 자신의 육신을 탐하는 부드러운 입술을. 차례차례 손끝으로 음미한 강이 신음을 흘리며 그를 부드럽게 안았다.

“아가, 아바마마라고 불러다오. 이제 그대만이 내 아들이야. 그리고 내 안사람이지. 그대만이….”

“아!”

고환이 짓눌릴 만큼 들어왔다. 숨이 막히며 고개가 틀어졌다. 점막에 있는 주름들이 모조리 펴질 만큼 강하게 들어와 마찰하는 남근에 강이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무의식이었다.

“아바마마, 흐윽, 거, 거기까진….”

위로 솟은 배를 만지며 황제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대만이 나의 아이를 낳을 수 있어.”

“흐으읏, 아응, 읏! 아, 좋아…!”

강의 눈이 커지며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붉은 눈가가 파르르 떨리더니 눈이 느리게 감겼다. 황제가 드디어 오랜 시간 안을 탐닉하다 사정했다. 아기집 입구까지 들어와 사정하는 느낌이 선명했다.

정말 임신할 것 같았다. 아버지의 남근을 품고 좋아하는 것도 모자라 임신이라. 강은 머리에 스치는 비윤리적인 현실에 멍하니 몸을 늘어뜨렸다. 황제의 남근이 사정하기가 무섭게 안에서 재차 부풀었다. 본래 늑대라서 그런가, 정말 쉬지도 않고 정사를 맺었다. 강은 그의 남근을 안에 담은 상태로 울먹거렸다.

“더, 더는… 모, 못하… 흑!”

황제가 울음을 터트리며 질겁하는 강의 뺨을 매만지며 허리를 느릿하게 움직였다. 입구가 다물리지 않고 완전히 풀어져 그를 받아들이는 게 느껴졌다. 빠져나가고, 고환이 눌릴 만큼 들어오는 게 아주 수월했다. 아예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듯 그의 것을 자신도 같이 만끽하고 있었다. 정액과 향유로 범벅이 된 내부는 아픔보단 쾌감으로 절여졌다.

“하아…!”

강이 울음기 섞인 숨을 토해내며 그의 품에 파고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길든 버릇이었다. 강은 무섭거나, 울음이 나면 그에게 안기는 습관이 있었다. 황제는 거부감도 느끼지 못하고 굴을 파듯 들어오는 강을 안으며 허리를 퍽, 퍽 소리 나게 움직였다. 부러진 다리가 허공에서 힘없이 흔들렸다. 황제의 것이 파고들면 다리가 좀 더 높이 올라가, 하얀 발가락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러다가 황제의 것이 안에 길을 내며 빠져나갈 때 오므라들었다. 그러면 빛도 발가락 사이마다 고였다.

“흐응….”

연달아 휘몰아치는 쾌감에 강은 정신을 차리는 게 힘들었다. 말이 나오기도 전에 안에서 터지는 쾌감에 뭉개졌다. 황제가 양손으로 금침을 짚은 채 허리를 세워 꾹, 꾹 누르듯 박았다. 강은 손톱을 세워 그의 손목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벌써 네 번이나….”

황제가 웃었다. 가슴에 아찔함이 뜨끈하게 퍼졌다. 그런 식으로 웃지 마세요. 강은 눈물로 탁해진 시야 속에서 그를 보며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자꾸 그렇게 웃으시니까, 신첩이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간혹 가다 저런 식으로 눈을 반달처럼 접고 치아가 드러날 정도로 환하게 웃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너무 뛰어서,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를 밀어내는 걸 결정적인 순간에 포기한 강은 그를 직시하며 끌어안았다.

그의 가슴이 지척에 닿았다. 두근, 두근…. 소리나게 요동치는 심장이 자신을 향해 뛴다.

머리를 만져주는 손길에 눈이 떨렸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은 걸까.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려던 강은 발목에서 시작되는 시큰함에 이를 악물었다. 다리가 부러진 걸 망각한 채 움직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다리 위로 시작되는 통증에 끙끙거리자 옆에서 머리를 만져주던 황제가 상체를 일으켜 강을 보았다. 황제는 금침에 둘러싸여 고치처럼 변한 강을 그대로 끌어안아 가슴에 기대게 해주었다. 고개를 젖힌 채 헐떡이던 강이 그의 팔뚝을 잡고 말을 더듬거렸다.

“물을….”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가 탁하고 갈라졌다. 황제는 강의 머리를 매만져주다, 뒤에서 한 팔로 단단하게 강을 고정하고서 입을 열었다.

“물을 가져오라.”

“예, 폐하. 천명을 받듭니다.”

궁녀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리 없이 움직여 물을 담아왔다. 황제는 강을 젖을 먹이는 아이처럼 안으며 천천히 입에 물을 머금었다. 고개를 숙여 강의 입에 자신의 입을 서슴없이 맞췄다. 너무 울어서 눈이 따가워 감아도, 그 입술의 감촉만은 너무 잘 알아 강은 밀어내지 않고 그를 받아들였다. 입술로 그를 감싸고 혀를 내밀어 물을 받아먹었다. 아기 새처럼 무력하게 그가 주는 모든 걸 받아먹던 강이 느릿하게 눈을 떠서 그를 보았다.

황제가 강을 보고 막 피어난 꽃처럼 풋풋하게 웃고 있었다.

그가 저런 식으로 웃을 줄 알았던가? 오늘도 의문이 들어 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하면 된단다. 어렵지 않지?”

강이 눈을 내리떴다. 황제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가마에 둘이 오붓하게 앉아있던 거나, 그의 손을 맞잡는 것이나….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진심으로 부부의 행위를 하고 싶어 했다. 황제와 친왕 사이일 때도 하던 행위였지만 그의 표정이 달랐다.

“예, 폐하.”

강이 다소곳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 사건을 제외하면, 그 전에도 순하던 강이었다. 원래의 강보다 더 무뎌지고 부드러워졌다. 황제는 고분고분하게 뺨을 맞대어오는 강을 음란하게 만지작거렸다. 의도가 선명했다. 궁녀는 고개를 조아리며 빠르게 빠져나갔고, 황제는 강을 눕혀 내부를 확인했다. 붉게 잘 익어있었다.

“씨는 늘 잘 담고 있겠지?”

황제가 물었다. 강의 얼굴이 내부보다 붉게 변했다. 허벅지를 잡은 손이 부끄러움으로 파들파들 떨렸다. 정사를 맺고 잠들어 아직 내벽엔 씨가 축축하게 있었다.

“네….”

임신을 위해서, 씨를 안에 담고 있어야 한다는 법도 때문에 강은 황제가 빼줄 때까지 안에 담고 있었다. 늘 겪던 일인데, 그가 손을 넣어 정액을 긁어낼 때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타버릴 것 같았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황제가 검지와 중지를 세워 안쪽까지 파정한 것을 긁어냈다. 끈끈한 점액질이 손가락에 거미줄처럼 엉켜서 나와, 받치고 있던 황제의 왼쪽 손바닥에 고였다. 그건 전부 강이 우유처럼 먹을 것들이었다. 황제는 그래야 한다고 가르쳤고, 태어나서 향락을 즐기는 장소 자체를 가본 적이 없는 강은 응당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자, 아가.”

황제가 상체를 일으키고 입술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강이 고양이처럼 혀를 내밀었다. 강의 혀끝에 황제의 불투명한 정액이 걸렸다. 비릿하고, 미지근하다. 그래도 강은 머뭇거리지 않고 익숙하게 눈을 반쯤 감고 삭삭 핥아먹었다. 긁어낸 손가락도 가져다 대자 강이 눈을 감고 남근을 애무하듯 혀를 굴려 정액을 삼켰다. 다 먹고 나서야 모든 절차가 끝났다. 황제는 강의 정강이에 고정된 부목을 풀었다. 나무와 천을 이용해 고정해 움직임을 최소화했지만, 나을 기미는 잘 보이지 않았다. 발목이 아직도 퉁퉁 부어있었다. 태의는 되도록 정사는 자제하라고 했지만, 황제는 이리 예쁜 몸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강은 다리를 오므리지도 못하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수치심에 눈물이 솟기 시작했다. 황제는 강을 위해 만들어준 얇은 침의를 걸치게 했다. 팔을 벌려 옷을 입은 강은 반사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황제가 무릎 아래에 손을 넣어 강을 번쩍 안았다. 밖은 아직 밤일 텐데, 등에 불을 켜놓은 덕분에 낮처럼 밝았다. 황제는 장성한 강이 무겁지도 않은지, 여유롭게 안고 탕으로 향했다. 정교하게 돌을 쌓고 틈을 메워 만든 탕에는 궁녀들이 미리 채워놓은 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황제가 강을 안은 채 들어가자 물이 밖으로 넘쳤다. 따스한 물이 몸을 감싸왔다. 황제의 상체에 꼭 붙어있던 강은 황제가 탕 속에 안착하기가 무섭게 손을 꼼지락거렸다. 밖에선 다리가 아파 자유롭지 못 했지만 물속에선 그나마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다치지.”

황제가 강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탐탁지 않다는 잔소리에 강은 움찔하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반항이 완전히 희석된 눈이 순종적이었다. 황제는 발그레 물든 눈가를 만지며 웃었다.

“다리가 아직 낫지 않았단다.”

안 나았으면 좋겠는데. 황제가 사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는 이 순간을 무척 즐기고 있었다. 웃음기가 부드럽게 넘실거리는 것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정말 어린아이처럼, 매 순간 그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강을 보고 황제는 좋아했다.

다리를 이리 만든 그가 미운데, 막상 좋아하는 얼굴을 보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서 착잡했다. 강은 시무룩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물에 비친 얼굴을 보았다. 예전보다 얼굴에 병색이 완연하다. 살이 빠져 뼈가 도드라져 있다. 이래서 황제가 자신을 자유자재로 안고 다녔구나. 희비가 되기 전에는 전쟁에 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쉬지 않고 단련했다.

그러나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모든 게 무의미했다. 강은 수면에 비친 모습을 보며 눈을 깜박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폐하, 그런데 신첩을 어찌 그리 빨리도 찾으셨습니까?”

나름 열심히 도망갔는데, 한순간에 잡혀버렸다. 그가 늑대로 변해서 자신을 잡으러 올지는 몰랐다. 절대 나라를 버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속마음은 욱여 담은 채 그를 보았다. 황제는 강의 어깨와 팔뚝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젖은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너무 허술했다.”

“…그랬습니까.”

황제가 뒤에서 느긋하게 웃는다. 속이 똬리처럼 비틀렸다. 강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황제는 강을 달래주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덧붙였다.

“어딜 가본 적이 있어야 지리를 알지. 사람들을 물어보면서 다니면, 다들 말해주게 되어있단다. 특히 그대같이 아름다운 얼굴로 돌아다니면…. 다들 모를 리가. 괜히 이 아비가 그대의 얼굴을 멱리로 가린 게 아닐 텐데.”

잠자코 생각해보니, 왕부로 나간 후부터 멱리를 착용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다들 강의 얼굴을 누가 볼까 두려워 멱리를 착용시켰다. 다른 여인들의 멱리가 그래도 시야는 탁 트인 투명하고 하늘하늘한 것이라면, 강의 것은 조금 더 탁해 이목구비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것뿐만 아니라 수도 바깥으로 놀러 가본 적도 없었다. 황제가 윤허하지 않았다. 그는 바깥이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넌 너무 어리고 작아서, 혼례도 치르지 못하고 밖도 나가지 못할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정말 그렇게 허술했습니까?”

“그래. 너무 허술했다. 현이 괜히 그 자리까지 오른 게 아니지.”

지홍왕의 본명을 들은 강이 움찔 떨었다. 황제는 강의 허리에 댄 손을 움직여, 뜨듯하게 변한 피부를 만지작거리며 열기가 다분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담영도 마찬가지고. 그대를 다들 지켜보고 있었는데….”

황제의 목소리 끝에 묘하게 잘 벼려진 날 같은 감정이 서렸다. 강의 정수리에 턱을 올린 황제가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그대가 천자를 두고 간다는 자체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대는, 천자를 버릴 수 없는 사람인데.”

황제가 강을 애틋하게 안으며 애정을 담아 중얼거렸다.

“내 아이가… 날 두고 갔을 리가 없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지. 그대가 떠나고 난 후부터 하루도 잠을 잔 적이 없었다. 짧은 오수도 없었지. 매 순간 그대 생각뿐이었다. 그대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대가 그랬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그런 화는 처음이었어. 속이 다 뒤집히더군. 모든 물건을 잡아 던져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결국 뛰쳐나갔네. 그러지 않으면 내 마음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았어.”

황제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을 피하려 드는 강의 턱을 강하게 잡으며 눈을 마주쳤다. 황제의 금안이 우물보다 깊고 어두웠다. 다시금 새록새록 피어나는 분노를 갈무리하지 않은 황제가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강이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어깨를 잡았다.

“만약 내가 잡으러 가지 않았다면 끝까지 도망갈 속셈이었느냐?”

물끄러미 그를 보던 강은 그의 뺨에 손을 댔다. 황제의 눈이 미미하게 커졌다. 그의 투명하고 하얀 피부를 애정을 담아 만지작거리던 강이 고개를 저었다.

“진실을 들으러 가고 싶었습니다.”

“진실이 거짓이었다면?”

“원래대로 친왕으로 가고자 했을 테죠. 비록 이름뿐인 친왕이었지만, 어쨌든 그게 신첩의 자리였으니까요.”

황제가 입을 다물었다. 강의 피부가 뚫어져라 응시하던 황제가 이윽고 깊은 숨을 토해냈다. 그가 강을 소리 없이 부둥켜안았다. 몸을 옭아매는 그의 팔이 너무 뜨겁고, 무거워서 도망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강은 감옥 같지만 아늑한 그의 상체에 잡힌 채, 손을 올려 그의 뺨이며 입술을 만졌다. 그리고 슬며시 잡아당겨 보드라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떨리는 목소리로 담담한 척 얘기했다.

“도망가지 않습니다.”

“날 두고 가지 마.”

황제가 안절부절못하는 강아지처럼 강을 보며 덧붙였다.

“내 옆에만 있어라.”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다리가 부러져 그렇고….”

물속에서 힘없이 늘어진 다리를 보던 강이 그의 허리에 팔을 감고 눈을 감았다.

“미래에도 그럴 터이니 걱정 마십시오. 신첩은 폐하를 두고 갈 수 없습니다.”

이제 믿겠지. 그리 생각하며 그를 보는데, 황제의 눈이 희미한 불안으로 혼탁하다. 강은 그를 보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제 강아지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셨지요? 끝까지 책임집니다.”

그 말에 드디어 황제가 안심을 하고 활짝 웃었다. 이 정도 집착인데, 자신을 왕부에 보낸 것 자체가 놀라웠다. 강은 자신을 물속에서 마음껏 만지고 탐하는 황제를 보다 머리가 어지러워 눈을 감았다.

다리가 나아도, 과연 내 발로 걸을 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태껏 말도 안 될 것 같은 일이 실현이 되었기에 강은 한숨을 삼켰다.

*

다리는 정말 더디게 나았다. 황제의 음험한 꿍꿍이가 뼛속에 스며든 것 같았다. 원래 강은 타고난 건강 체질이었다. 고뿔에 걸려도 며칠을 앓다가 금방 나았다. 타고난 반사 신경과 신체적 조건으로 낙마도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랬던 강이 최근 들어 몸이 쇠약해져 침상에서 골골거리니, 누가 생각해도 황제로 인한 심병 때문이었다. 황제로 인해 아들에서 후궁이 되었고, 아이를 임신했고, 유산했다. 도망을 치다 걸려 황제에 의해 두 발목이 분질러졌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황제를 보며 구석에 숨었을 지독한 사랑이었지만 강은 체념한 듯 담담하게 다리를 보았다. 다리만 보여주던 발이 내려가고, 강도 황제의 손짓에 따라 침의 자락을 여몄다. 붉은 발이 완전히 내려와 시야가 불투명해졌다.

“이제 말은 못 타는 것인가? 아니, 다른 활동은 아예 불가한가?”

“그건 아니지만, 과거처럼은 행동하시면 발목에 쉽게 무리가 가서 힘드실 겁니다. 되도록 안정을 취하시는 게….”

“태는 괜찮은가?”

옆에서 태의와 강을 지켜보던 황제가 팔짱을 풀고 일어나며 물었다. 태의가 움찔거렸다. 강이 황제를 슬며시 노려보다가, 발 너머에서 오들오들 떠는 태의를 향해 조곤조곤 말했다.

“내가 있으니 괜찮네. 그대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마마….”

강의 다정한 목소리에 태의가 고개를 숙이며 참담함에 떨었다. 이렇게 어질고 다정하신 분인데. 강의 어린 시절부터 황자, 친왕, 후궁까지 다 지켜본 바로는 강은 정말 착했다. 부드럽고 다정했으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착한 사람이었다. 이런 분이 군주가 되었다면 연나라가 더 풍요로워졌을까. 태의는 주먹을 살짝 쥐며 회한에 젖었다.

그러나 역사에 만약이란 조건은 없었다. 황제가 들으면 큰일 날까 싶어 한숨도 제대로 못 쉬고 태의가 땅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진맥을 해보니, 태가 약해지시긴 했으나 회임하시는 데 무리는 없으실 겁니다. 다만, 유산이 또 될 확률이 높으니 되도록 정사는 자제하시는 편이….”

태의가 거기서 말을 멈추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되도록 정사는 부드럽게 하시면 괜찮으실 겁니다.”

황제가 태의의 아첨을 듣고서 피식 웃었다. 강은 황제가 다가오자 그를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으로 보았다. 그는 강의 눈을 마주 보고서 웃음을 살짝 지웠다. 그는 강의 어깨에 금가락지 여러 개를 낀 손을 올리더니, 나른한 자세로 태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임신을 한 상태에서 정사를 맺는 것도 가능하겠지.”

“예?”

강이 화들짝 놀라 황제를 보았다. 황제가 강을 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부부란 본래 그런 것이다. 배 속의 아기도 부부의 정사에 좋은 영향을 받지. 주기적으로, 부드럽게만 하면 괜찮네. 설마 그대가 천자의 아이를 가졌는데 거칠게 할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연인이니, 부드럽게 안아주겠다. 걱정 말게.”

태의 앞에서 나온 담대한 정사 이야기에 강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올렸다. 소매로 얼굴을 가리기 위함이었다. 발이 있어서 상체는 가려졌지만, 태의가 얼굴을 보고 야릇한 생각을 할까 두려워졌다. 강이 상기된 얼굴을 식힐 때, 태의는 결심한 듯 고개를 조아리며 충성 가득한 말을 내뱉었다.

“예, 폐하. 마마를 부드럽게 대해주시면 그 마음이 배 속에 계시는 아기씨에게도 전해져 좋은 결과를 보일 겁니다.”

태의가 걱정 말라는 듯 확고한 태도로 나섰으나 강은 도통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정말 임신을 한 상태에서도 정사를 맺는단 말인가?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서 묻고 싶었지만, 타인의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 강은 입을 꾹 다물었다. 태의의 조아린 등과 황제의 당당함 사이를 누비던 강이 조심스레 황제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황제가 귀엽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강은 입가를 소매로 가리고서 입술을 달싹였다.

“정말인가요? 신첩이 우매하여 속이는 것이 아니고요?”

황제가 강의 뒷목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완전히 떼어내기 전, 아스라이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천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강의 눈이 의심으로 움직이자, 황제가 우아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그리 믿지 못하겠다면 이번에도 제사를 올릴까. 그리하면 그대가 믿을까?”

황제의 계략으로 모든 대신들이 보는 앞에서 진실을 들어야 했던 강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반사적으로 입에서 거부의 말이 튀어나갔다.

“싫습니다, 아바마마. 그러지 마세요.”

현재엔 후궁인데 과거의 친왕시절로 돌아간 듯한 말투에 태의가 몸을 굳혔다. 그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챈 강이 서둘러 태의를 내보냈다. 태의가 눈에 띄게 안도하며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그가 사라지고 나서 완전히 긴장을 푼 강이 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황제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황제는 강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침상 같은 의자에 권태롭게 앉았다. 강은 옅은 의심이 밴 눈으로 황제를 직시했다.

“폐하, 더 이상 신첩을 속이시는 건 아니시겠지요?”

한껏 날을 세워보아도 강은 강이었다. 황제는 강의 손을 부드럽지만 강압적으로 맞잡으며 살포시 웃었다.

“그리 불안하면 제사를 올리마. 정말 싫은가?”

황제의 물음에 강이 그날이 떠오른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세요. 입버릇처럼 되어버린 말을 소리 없이 달싹거렸다. 강은 황제가 그토록 집착하는 배를 보았다. 정말 이 안에 아이가 들었는데 정사가 가능한가? 머리가 두려움으로 검은 장막처럼 물들어갔다.

“그대는 처음이라 모르겠지만 진실이야. 환희불이라도 보여줄까. 거기에 여성이 임신한 상태로 하는 모형이….”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강이 화들짝 놀라 거절했다. 황자들은 12세가 되면 성교육을 받는다. 외정에 있는 소담한 전에서 한 명씩 불러들여 정사가 세밀하게 묘사된 춘궁도를 보여주고, 성관계를 맺는 남녀의 모습이 현실로 튀어나올 것처럼 조각된 환희불을 가져와 실제로 모형으로 넣어보게 했다. 말 위에서, 수중에서, 의자 위에서…. 다양한 자세와 장소에서 발생하는 정사 중에는 자연스레 임신한 여성과 정사를 맺는 것도 있었다. 임신 초기, 중기, 말기, 세분화 되어 아이가 영향을 받지 않게끔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황제는 태자가 된 후로는 성행위가 빼곡히 그려진 벽화와 조각상으로 꾸며진 태자를 위한 성궁에서 교육을 받았다. 한 번도 남자를 받아본 적이 없는 처녀부터, 남자의 쾌감을 극도로 끌어내 줄 창기 같은 궁녀까지. 심지어 황제는 태후의 간섭하에 13세에 그녀가 보는 앞에서 자신보다 5살 연상의 궁녀를 안았다. 그 모습을 발 너머에서 집요하게 보며 태후는 ‘태자, 좀 더 부드럽게 하셔야 합니다. 여인의 몸은 약해 그리 다루시면 상처를 입기가 쉽습니다.’라는 식으로 교육을 했다. 원래 성교육은 담당 내관이 있었으나 태후는 고자 따위가 뭘 알겠냐며 자신이 나섰다. 오로지 기술만으로 여인을 절정에 다다르게 했을 때야 태후는 흡족해하며 물러났다. 그 후로 황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내치지 않고 다 안았다.

“저, 정말 괜찮습니다.”

그에 비해 강은 황제의 감시하에 성교육도 받지 못해, 아는 게 정말 전무했다. 12세가 된 해, 모두가 성교육을 받으러 들떠서 갈 때 강은 황제의 명령에 시무룩하게 전각에 있어야 했다. 황제는 ‘왜 소자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것입니까, 아바마마?’라고 물어오는 강의 어깨를 붙잡으며 상냥하게 웃었다.

‘내 아기가 아이를 갖는다니. 이상하지 않느냐? 이리 작은데.’

‘…하지만, 형님들은.’

강이 우물쭈물거렸다. 황제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좀 더 크면. 그때 얘기하자꾸나. 또… 이 아비는 너에게 아무것이나 주고 싶지 않다. 삿된 것일 수도 있으니까.’

황제가 ‘이 아비의 마음을 잘 알겠지, 아가?’라고 은근히 압박하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바마마가 나를 위해서 그러신 거야. 이로 인해 황제의 사랑을 확인받은 기분이 들어, 강은 하얀 볼에 홍조를 띄우고 기뻐했다.

그러나 담영이 혼례를 하고, 아이까지 갖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한 강이 황제에게 쪼르르 달려가 발치에 앉아 매달렸다.

‘아바마마, 소자는 언제까지 동정의 몸으로 있어야 합니까?’

황제는 강을 보며 살포시 웃었다.

‘아직 너에게 맞는 혼처가 없구나. 기다리렴.’

강이 침울해져서 황제의 허벅지에 얼굴을 맞대자, 황제가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터트리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담영과 너는 다르단다. 담영이야 창기와 혼례를 해도 되지만, 너는 천자의 피가 흐르는 아이지.’

‘아바마마…. 그래도, 소자는.’

황제는 입가를 검지로 가리며 ‘쉿.’이라고 말했다.

‘아비의 허락 없이는 안 돼.’

절대로. 자신의 애교에도 결코 꺾이지 않을 의지에 강은 포기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는 기운이 쭉 빠진 강을 안아 다독여주었다. 그때 이후로 혼담이 여러 번 오갔지만, 황제는 적합하지 않다며 다 반려시켰다. 그 덕분에 황자들은 시시덕거리며 보는 춘궁도, 환희불조차 보지 못하고 스물을 맞이했다.

“흐음….”

황제는 부끄러움에 눈을 모로 돌리는 강의 얼굴을 잡았다. 그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감돌았다. 황제는 강을 덥석 안아 다리 사이에 앉혔다. 다리가 부러져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의 팔에 갇혔다. 부목을 댄 다리가 아프지 않게끔 조심하며 황제가 강의 옷을 벗겼다. 강은 서둘러 주변을 확인했다. 친군들, 거기다 담영까지 있다. 강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가며 황제의 손목을 다급하게 잡았다.

“사람들이….”

“그들은 사람이 아니야. 천자를 지키기 위한 것들이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들은 보아도 모르고, 들어도 모르는 자들이야.”

황제는 괜찮다고 연이어 말하며 강의 허벅지를 더 벌리게 만들었다. 바지가 후드득 벗겨지다 부목에 걸렸다. 강의 허벅지가 수치심에 바들바들 떨렸다. 강이 고개를 숙였다. 머리가 짧고 덥수룩한 상태라 발갛게 물든 뺨과 귀가 노골적으로 보였다. 관자놀이에 입을 맞춘 황제가 강의 남근을 잡아 능숙하게 주물렀다.

“자위는 할 줄 알고?”

“으….”

강은 대답이 아닌 막힌 신음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손등을 잘근잘근 물며 소리를 죽였다. 황제는 강의 귀에 대고 나긋하게 속삭였다.

“더 벌려야지.”

싫다, 싫다 하면서도 강은 착실하게 발기하고 황제의 말에 주저 없이 다리를 벌렸다. 황제는 강의 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위로 올려 손등을 못 물게 했다. 강이 수치심과 그와 다른 쾌감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황제를 응시했다. 황제가 살포시 웃자 입술을 질끈 깨문다.

결정적일 때 마음을 흘리게 하는 황제였다. 그는 기가 막히게 강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강은 황제가 다정하고 잔인할 때보다, 잔혹하게 굴고 더할 나위 없이 상냥하게 굴 때 약해졌다. 강의 눈이 흐릿해져 가는 촛불처럼 정처 없이 흔들릴 때 강의 남근을 잡은 손이 힘을 적당히 싣고 움직였다. 중심을 딱 잡고, 손가락을 이용해 여린 살로 뒤덮인 귀두를 조물조물 만지자 강의 몸에 힘이 퍼뜩 들어갔다. 강이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아, 아앗….”

강의 입에서 비음이 터져 나왔다. 약한 부근을 만져, 완전한 쾌감에 도달하기 전에 나오는 신음이었다. 황제는 다른 자들이 강의 중요 부위를 보지 못하도록 장의로 다리를 가린 채, 그 안에서 손을 움직였다. 친군들은 무심한 눈으로 황제의 손이 융기했다가, 가라앉는 걸 보았다. 강은 작은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흐느껴 울듯 신음을 내뱉었다. 고환을 손바닥에 뭉개지게 만지고, 그 위로 강하게 주무르고 올라와 귀두를 감싼 후 요도를 검지를 세워 비볐다. 조이고, 푸는 강약에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그뿐만이 아니라 목은 더운 응어리가 올라왔다. 배 속에서 데워진 쾌감이었다.

“하윽, 응!”

강의 손가락 사이로 투명한 눈물이 반짝였다. 너무 과한 쾌감에 강이 시달리다 못해 울음을 터트렸다.

“뒤로만 가다가, 앞으로만 가는 기분도 좋지 않으냐?”

황제가 음란한 말을 나긋하고 우아하게 귀에 대고 지분거렸다. 강은 손바닥 안이 유일한 방어책인 것처럼, 거기에 얼굴을 파묻고 저었다. 눈물과 신음이 한데 엉켜 손바닥에 고였다. 황제는 강의 우는 얼굴을 보고 싶어 손을 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나오기 시작한 말간 액체로 적셔진 손바닥 덕분에 마찰이 적어지고, 축축한 부드러움은 증가했다.

“아흑!”

귀두 앞부분까지 커다란 손에 조인 느낌에 강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강이 한쪽 손을 내려 필사적으로 황제의 손목을 잡았다.

“아, 아바마마, 아, 아아, 안 돼요, 여, 여기선…. 흐읏…!”

“아비의 손등에 손을 겹치거라.”

강이 숨을 거칠게 헐떡이며 손을 내려 황제를 비스듬히 보았다. 완전히 붉게 물든 눈가가 새초롬하게 예뻤다. 황제는 눈물이 고인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황제의 입술이 전해주는 달콤함에 머리가 녹아내렸다. 늘 행동은 거칠어도, 마음이 담긴 말은 따스한 황제였다.

“자, 어서.”

황제가 아름다운 얼굴과 중후한 목소리로 채근했다. 강은 떨리는 손을 그의 단아한 손등에 겹쳤다. 붓이나 잡을 것 같은 손에 굳은살이 박인 손이 겹쳐져,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얼굴을 가린 손을 내리거라.”

황제의 명령에 강이 심호흡을 했다. 손을 내린 강은 엉성하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황제의 손에 겹쳐진 강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고 있어, 그를 갈고리처럼 붙잡고 있었다.

“이렇게….”

황제가 강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손을 움직였다. 귀두의 여린 살이 까지지 않게 힘을 조절하며 비볐다. 그것만으로 느낀 강이 신음을 높이 올리며 오들오들 떨었다. 그때마다 맺힌 눈물이 힘없이 떨어져, 강의 뽀얀 다리를 가린 장의에 후드득 떨어졌다.

“아흣….”

눈을 감자 그 안에서 형형색색의 빛이 보였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만드는 쾌감을 느낄 때마다 보이는 빛의 향연에 강이 고개를 저었다.

“그만, 그만…!”

그러나 황제의 손은 속도를 높여, 탁,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움직였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강의 신음은 높고 갈라졌다.

“아바마마, 아…!”

황제의 손등을 움켜쥔 손이 바들바들 떨리다가 힘이 축 빠졌다. 강이 황제의 손에서 사정한 것이다. 강의 긴 속눈썹도 눈물에 흠뻑 젖어 빛났다. 강이 사정을 하는 동안, 황제는 강의 아름다운 목덜미를 보고 남근을 만지며 발기한 상태였다. 흐음…. 하고 탁한 신음을 흘리던 황제는 친군들을 보았다. 그들이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강은 그저 황제의 어깨에 머리를 대고, 색색 숨을 고르며 남은 쾌감에 몸을 움찔 떨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다. 알겠느냐?”

강이 습기 밴 숨을 입술 밖으로 흘리며 대답했다.

“네…. 아바마마.”

“그럼, 이제 그대가 해보도록.”

황제는 백탁액으로 적셔진 손을 뒤로 움직여, 무리한 구멍에 대고 문질렀다. 발갛게 부은 구멍으로 손을 넣기가 무섭게 쑤욱, 하고 빨려 들어갔다. 내벽이 뜨겁다. 전날도 혹사당했던 내벽이 오물오물 손가락을 먹자, 황제가 소리 내어 웃었다. 강은 황제를 받아들이기 쉽게 다리를 무의식적으로 벌리다가, 아직 낫지 않은 발목에 무리가 오자 신음했다. 황제는 강을 깨지는 유리 인형처럼 안은 후, 긴 의자에 눕혔다. 부목과 발목 언저리에 걸쳐진 바지를 느릿하게 벗겨 냈다. 하얀 다리에 부목만 대고 있는 것도 묘한 가학심을 부추겼다. 황제의 입가에 느슨한 웃음이 오묘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쯤, 황제가 강의 한쪽 다리를 팔에 걸쳤다.

여러 번 정사를 통해 황제가 우아하고 점잖은 얼굴에 비해 성욕이 왕성하다는 것을 알게 된 강은 포기한 듯 눈을 깜박였다. 황제를 보필하는 총관 태감도 원할 때마다 다리를 벌려야 하는 게 비의 본분이라고 했다. 다른 얼굴, 나이, 이름을 가진 궁녀들도 강이 수치심에 몸을 가리고 움츠릴 때마다 다정한 목소리로 그게 비의 역할이라고 넌지시 말했다. 이런 쪽으로 말을 해준 사람이 황제를 제외하고 없던 터라, 강은 그저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가 위로 올라가는 게 보였다. 황제의 남근이 촘촘하게 맞닿은 주름을 강제로 벌리는 게 선연하게 느껴졌다. 강은 얼굴을 찡그리다가, 숨을 고르며 황제를 보았다.

“정무는….”

아니 가시냐고, 중얼거리자 황제가 귀두를 꾹 눌렀다. 숨이 멎어갔다. 강이 손끝을 움찔거렸다. 첫 삽입은 언제나 아팠다. 아무리 전날 힘들게 해도, 빠듯하게 맞물린 그곳을 벌리는 그 느낌은 이물감이 상당했다. 강의 눈가가 습윤해지고, 이윽고 눈물이 맺혔다. 황제가 깊이 삽입하며 고개를 숙여 입술을 눈가에 갖다 대었다. 속눈썹이 나비처럼 팔랑거렸다. 눈물이 또륵, 황제의 붉은 입가로 떨어졌다.

“음….”

거칠어진 신음을 흘리는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기가 무섭게 강이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어느새 남근은 꾸물꾸물 길을 내고 들어와 안착했다. 전날 한 덕분에 안이 말랑말랑하다며 그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강이 고개를 홱 돌렸다. 볼가가 뜨끈뜨끈했다.

적당히 시원한 바람, 그 사이로 스며든 꽃냄새, 창가를 뚫고 들어온 보석 같은 햇빛. 참으로 좋은 나날이었고, 자신을 가장 사랑해주는 남자가 위에 있었다. 비록 다리가 부러진 상태이긴 했으나, 그가 워낙 금이야 옥이야 보살펴주니 걷지 못하는 걸 제외하곤 불편한 점이 없었다.

그는 못된 아비였지만, 백성들에겐 좋은 군주였다. 정치와 인간적인 면모는 제외하고 봐야 한다는 태학을 떠올리던 강은 그의 목에 팔을 두른 채, 그를 보며 입술을 열었다.

“한 번만 하고 가셔야 합니다. 아셨지요?”

“왜?”

황제가 막 달아오른 쾌감을 잠재우는 강의 잔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강은 그가 벌처럼 부러 세게 움직이는 걸 감내하며, 띄엄띄엄 말했다.

“정무가, 정무가 있으시니… 아! 가셔서 백성들을 보살피셔야죠. 그게 폐하의 의무이십니다.”

“…그대까지 천자를.”

황제가 답지 않게 서늘한 얼굴로 웃었다. 그는 정사를 방해받는 걸 매우 싫어했다. 거의 증오 수준이었다. 강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신체 접촉을 통해 달랬다. 황제의 뺨을 쓰다듬고, 머리까지 매만져주자 그가 좋은 듯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지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그의 기원은 늑대였다. 늑대와 개는 별 차이가 없었다. 강이 정수리를 시작으로 뒷목까지 나른하게 내려와 감싸주자 황제가 흥분한 듯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움직였다. 연국에서 가장 좋은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가 끽, 끼익, 소리를 내며 음란한 소리를 냈다. 거기에 맞물리는 찔걱거리는 소리까지. 너무 조용한 장소라,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기분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강은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신음을 죽이며 중얼거렸다. 그의 귀가 바로 옆에 있었다.

“신첩을 어여삐 여겨주시는 건, 밤에도 충분합니다. 지금은… 폐하로 돌아가세요. 밤에는 서방님으로 오시고요.”

“하.”

황제가 어이없다는 듯 웃는 것 같았는데, 막상 눈물로 얼룩진 시야로 본 그는 진심으로 기쁘게 웃고 있었다. 서방님, 소리를 하는 강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 같았다. 부끄러워 죽을 것 같았는지, 강이 황제의 등을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어서….”

설익은 유혹에 넘어간 황제가 이성을 놓고, 강의 어깨를 누른 채 허리를 움직였다. 의자 구석까지 머리가 밀려갔다.

“으읏! 아!”

끼익, 끽!

의자가 황제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과 거칠게 마찰했다. 강의 왼쪽 다리는 황제의 어깨에, 오른쪽 다리는 바닥에 닿아 흔들렸다. 발목에서 시큰하게 올라오는 통증에 강의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다.

“아파요…,”

강이 눈물을 흘리며 황제의 어깨를 다 잡았지만, 그게 황제의 쾌감을 더 피우는 꼴이 되어버렸다. 머리가 밀려 보석이 박힌 팔걸이에 닿았다.

“아!”

강이 아파서 끙끙거리자 황제가 손바닥으로 머리를 감싸주었다. 황제가 입을 맞춰왔다. 또 하나 알아낸 건, 그는 강의 입술이나 유두에 무척 집착했다. 오죽했으면 대놓고 아이한테 젖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을까. 그의 허리 짓에 따라 시야가 흔들렸다. 강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황제가 만족할 수 있게 최대한 그의 움직임에 맞춰주는 것이었다.

“하아… 으응….”

부목을 댄 발이 허공에 치솟았다. 황제가 안에 사정할 것처럼 바짝 남근을 붙여왔다. 그의 음모가 둔부에 느껴졌다. 이제 곧 끝나겠구나, 하는데 황제가 강의 손을 잡아 남근을 잡게 만들었다. 남근이 서서 꺼덕거리고 있었다.

“가르쳐준 대로 해보렴.”

“네?”

강이 열이 감도는 눈을 깜박였다. 황제가 눈웃음을 느리게 지으며 강의 손목을 잡고 부추겼다.

“해보라니까. 교육을 받았으면 실천을 해야지.”

강은 양손으로 남근을 잡은 채 멍한 눈으로 황제를 보았다. 강이 눈이 도록도록 소리를 낼 것처럼 굴러갔다. 다행히 사람은 없었다. 강은 황제의 남근을 본능적으로 조인 채, 어설픈 손짓으로 자위를 시작했다. 황제의 눈이 저절로 가운데에 꽂혔다.

“보, 보지 마십시오.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황제는 뚫어져라 보았다. 그의 눈이 무언가를 탐색하는 학자 같았다. 강은 결국 자신이 눈을 감는 것으로 만족했다. 문제는 눈을 감자, 안에서 감질나게 움직이는 황제의 남근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직선으로 쭉 뻗은 남근이 반 정도 빠지고, 들어오길 반복하며 그 부근만 맴돌았다.

입술을 꽉 깨물며 손을 움직였다. 양손으로 뿌리를 잡고, 귀두도 만져보았지만 따끔할 뿐 아까처럼 미칠 것 같은 쾌감은 없었다. 황제의 손에선 번개처럼 내리치는 쾌감을 느껴서 몸에 힘이 들어갔지만, 이번 거는 뭔가 아쉬웠다. 올 듯, 말 듯한 쾌감에서 헤매던 강은 황제가 자신의 손을 잡아 남근을 완전히 감싸고, 조이게 하는 손길에 움찔 떨었다.

“이렇게.”

“읏!”

“힘을 더 주고.”

황제의 충고에 강이 힘을 주어 귀두를 엄지와 검지로 비볐다.

“아아!”

강이 황제의 남근을 바짝 조였다. 황제도 강과 함께 신음하며 귀두가 나올 정도로 빼냈다. 점막이 황제의 남근을 놔주고 싶지 않아 달라붙었다. 홧홧한 느낌이 날 정도로 빠져나간 황제가 허리를 세우며 박아 넣었다. 고환이 반으로 짓눌리고, 남근이 배를 뚫을 것처럼 들어왔다. 숨이 부족해지는 압박에 강이 입을 크게 벌리고 헐떡였다.

“아바마마….”

너무 뜨거워요, 안이, 뜨거워서… 터질 것 같아요.

강은 황제의 남근 때문에 볼록 솟은 배를 만지며 흐느꼈다. 황제는 강의 손목을 잡아 다시 남근을 잡도록 종용했다. 강은 울먹거리면서도 황제의 말대로 남근을 잡고 다급하게 비볐다. 손바닥의 굳은살과 귀두의 얇은 피부 조직이 만나면서 발생한 마찰열이 쾌감을 증대시켰다. 그 순간, 참지 못하고 정액이 핏, 핏 흘러나왔다.

“아읏!”

그리고 황제도 묵직한 신음을 흘리며 깊숙한 곳에 파정했다. 그의 뜨뜻미지근한 정액이 퍼져나가는 감촉에 강은 미세하게 떨었다. 그가 사정을 끝내고 빠져나갈 때, 남은 쾌감도 가져가면 좋으련만. 정사가 끝나고도 잔재된 쾌감에 옅은 신음이 나왔다. 상기된 얼굴을 찌푸리며 애써 흥분을 감추려는 강을 보며 황제가 묘한 웃음을 덧그렸다.

“흐음….”

곱상한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빠져있던 황제가 탈력감에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강의 허벅지 사이를 보았다. 빛을 받지 못한 하얀 살, 황제만이 맛볼 수 있는 부근이 매우 붉었다. 장의를 살짝 올리니, 연한 분홍빛의 남근 앞부분이 까져있었다. 강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너무 세게 문지른 모양이었다. 음모가 거의 없는 매끈한 부위를 보다, 아래로 내려와 끈적하게 젖은 입구를 확인했다. 서서히 다물리기 시작한 내부로 희끄무레한 액체가 보였다. 액체로 젖은 입구는 자두의 껍질 색과 비슷했다. 장소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강을 안은 증거였다. 평소라면 일정 시간 안에 두게 했다가 먹게 했을 테지만 오늘은 다른 마음이 들었다.

“폐하, 그만 보시고….”

“오늘은 좀 다른 걸 해볼까.”

“네?”

또 그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강이 다리를 오므렸다. 강이 상체만 일으키고서 황제를 서둘러 밀어냈다.

“그만하시고 어서 가십시오. 대신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대는 모르고 있을 테지만.”

강에게 의문을 안겨준 황제가 고의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강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무슨 짓을 하시려고요?”

황제는 답을 부러 주지 않고, 대신 태감을 불러들였다. 태감의 손에는 붉은 함이 있었다. 황제가 여유롭게 손을 내밀었다. 태감이 함을 올려놓고 올 때처럼 소리 없이 재빠르게 나갔다. 태감이 나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던 강은 눈을 서서히 위로 올렸다. 황제가 서한을 볼 때처럼 근엄한 얼굴로 꺼내 든 것은 상아로 만든 남근이었다. 장인이 정성껏 조각한 남근은 울퉁불퉁한 혈관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강은 그가 왜 그것을 집어 들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가 고개를 흔들었다.

“싫습니다.”

강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입장을 필사적으로 내놓았다.

“신첩이 모시고 있는 건, 폐하이지 않습니까? 그런 장난감으로 신첩을 농락하지 말아 주십시오.”

금방이라도 눈물을 후드득, 흘릴 것 같은 얼굴은 잘생겼으면서도 아름다웠고, 떨리면서도 교태를 부리는 목소리는 사랑스러웠다. 자신은 교태인지도 모르고 교태를 부리는 모습에 황제가 영롱한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그대는 성교육을 받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야사에선 이런 말이 있지. 남편의 씨앗을 반나절 동안 담고, 그걸 마개로 막으면 임신이 더 잘 된다는 이야기가. 하지만 그대는 소중하니 그런 마개를 사용할 수 없지.”

너라서 이런 걸 사용해준다며 황제가 꺼내 든 상아로 만든 남근을 보는 강의 시선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정말이라기엔 그런 방법은 너무 음탕한 것 같았고, 거짓이라고 한다면 황제를 능멸하는 행위였다. 끝에 가서는 모든 진실을 밝혔던 황제의 태도를 떠올리던 강은 멈칫했다.

“신첩이 무지하다고 하여, 거짓말을 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그래서 그대에게 하나씩 다 알려주고 있거늘.”

황제가 불쾌하다는 듯 웃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강은 머뭇거리며 눈을 돌렸다. 황제의 고운 얼굴을 보던 눈에는 ‘정말인가?’ 하며 의문이 들었고, 남근을 보는 눈은 ‘설마.’ 하는 감정으로 물들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그네를 타던 강은 장의를 꼭 안았다.

“신첩은 아직 임신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굳이….”

임신은 무서웠다. 아버지인 황제를 서방님이라고 부르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었다. 이미 아버지라서, 아들이라서 안 된다고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12살, 그가 왕부로 보내기 전 천금궁에 자랄 때부터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했어야 했다. 황제와 감히 침상을 같이 쓰다니. 후궁들도 자식과 침상을 공유하지 않았다. 군주가 같이 침상을 쓰는 건, 춘추를 보더라도 정말 사랑하는 비빈이나 애첩들뿐이었다. 황제를 제대로 밀어내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 너무 컸기에 강은 현실적으로 순응하기로 결심을 한 것이었다. 서방님이라고 부르거나, 그를 나긋나긋하게 안아주거나, 그가 원하는 대로 응대해줄 때마다 그의 사랑은 짙어졌다. 그의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뜨거웠고, 부딪쳐 오는 입술엔 오로지 애정만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그의 지독한 애정에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에 쾌락이 잠식하니 어찌할 방도가 없다.

자신을 그의 애정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임신도 자신의 뜻이 아니라 그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라는 걸 알았으나 강은 조금이라도 미루고 싶었다.

“무서운가?”

황제가 물었다. 강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 무의식적으로 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울 때마다 황제를 찾는 습관이었다. 황제는 상체를 숙여 강의 몸에 엎어졌다. 최근 들어 가느다랗게 변한 강의 몸이 황제에게 폭 안겼다.

“무섭습니다. 신첩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그대가 키우지 않을 거야.”

“하지만 황실 법도에 따르면 황자나 황녀의 나이가 6세가 될 때까진 어미가 키워야 하지 않습니까?”

황제가 강의 머리 옆에 손을 대고 상체를 일으켰다. 황제는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옆으로 젖히며 웃었다.

“그대가 키우는 건 강아지로 충분하다고 했으니, 아이까지 키울 필요는 없을 텐데.”

“그러면 왜 신첩에게 자꾸 임신을 강요하십니까? 신첩은 아직 아이를 가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야 황후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강의 손이 멈칫했다. 강의 동공의 흔들리기 시작했다. 황제는 강의 날렵한 턱을 잡고 자신을 보도록 강요하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

“아이를 낳지 못하면 그대는 비에 불과해. 절대 황후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만약 하늘이 다시 여자를 안아 아이를 가지라고 하면….”

황제는 자신보다 제멋대로인 ‘하늘’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하늘은 도통 방심할 수 없는 존재였다. 황제의 편인 듯하다가도, 자신의 마음대로 여자를 내리고 안아 아이를 가지도록 협박했다. 황제는 강을 얻은 이상, 다른 사람은 안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낳은 아이가 태자가 되는 꼴은 죽어서도 보지 못할 것이다.

만약 자신의 피가 이어진 다른 사람의 아이가 태자, 황제가 된다면 서슴없이 악귀가 되어 지상으로 올라와 죽이리라.

“그 여자를 다시 죽여야겠지. 배 속에 있는 그대의 동생도. 그대의 앞길을 막는 자들은 모조리 천자가 죽일 것이다. 그대의 손에 피 묻히는 일은 없도록 하겠어.”

강의 몸이 움찔 떨렸다. 황제는 잠시 내려둔 모형 남근을 재차 집어 들어 강의 입가에 가져갔다. 강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지만, 눈빛은 현실적이었다. 강도 순하긴 해도 결국 황실에서 큰 아이였다. 황제는 구음을 시킬 때처럼 입술에 남근을 비비적거리며 속살거렸다.

“아이는 낳기만 해. 키우는 건 다른 이가 할 테니까. 그대가 임신을 하면 좋은 핏줄을 가진 궁녀가 와 아이를 직접 양육할 것이다. 최고의 내관들이 아이에게 붙어 태자에 걸맞게 만들어줄 테니 걱정 말게. 그대가 힘들게 아이를 키울 일은 없을 것이야.”

황제가 멍하니 자신을 보며 입을 벌리는 강의 입안에 남근의 앞부분, 귀두를 넣었다. 아, 하는 사이에 들어온 귀두를 강이 멈칫하고 밀어내려는데 황제가 힘으로 밀어 넣으며 덧붙였다.

“물론 젖도 그대가 먹일 일은 없을 거야. 젖은 천자의 것이다. 아래로 나오는 젖도, 당연히 천자의 것이고.”

황제가 싱긋 웃었다.

*

대전에 품계에 따라 살아남은 대신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섰다. 연단에 가장 가까운 자들은 자주색, 그다음에 녹색, 푸른색, 마지막이 검은색이었다. 붉은색과 은색, 금색, 백색은 황제의 색이었기에 황제와 황후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입을 수 없었다.

울리는 종소리에 품계가 가장 낮은 대신들부터 나무 바닥에 무릎을 대었다. 허리를 천천히 숙이고, 땅에 이마를 대었다. 차근차근 황실 예법에 따라 절을 하던 그들의 위로 종소리가 사자후처럼 커지다가, 멎었다. 황제가 들어온다는 뜻이었다.

황제는 화려한 은발을 청실과 홍실로 겹쳐 만든 끈으로 묶었다. 그의 머리가 말꼬리처럼 허리에서 우아하고 가볍게 흔들렸다. 잔머리가 나오지 않게 기름을 발라 머리가 반짝였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비단은 얇아져 있었고 살은 전보다 사람들의 시야에 노출되었다. 가슴 근육이 보일 만큼 파인 붉은 평복 위에 늑대가 새겨진 백색 장의를 걸치고 있던 황제는 열기에 짜증을 내며 장의를 벗었다. 태감이 유령처럼 다가와 장의를 받아갔다. 황제는 성큼성큼 연단으로 올라가, 황금으로 만들어진 어좌에 앉았다.

“고귀한 천제 폐하를 뵙사옵니다!”

똑같은 어조와 비슷한 음성으로 대신들이 황제를 반겼다. 양옆에 자리한 궁녀들이 황제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새의 깃털로 만든 부채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옥새를 관리하는 내관이 좌측에, 서한을 나르는 내관이 우측에 무릎을 꿇었다. 황제는 허리를 세우고 무감한 눈으로 대신들을 확인하며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들라.”

대신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사이, 수를 다 센 황제가 무감한 눈을 깜박이며 성의 없이 말했다.

“죽은 수가 생각보다 많군.”

살아남은 자들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강이 다리가 부러진 채 환궁하고, 제사를 통해 진실을 듣게 된 날 대신들의 가슴에 창날이 꽂혔다. 그들의 가족은 말할 것도 없이 한 자리에 몰려 목이 잘렸다. 죽은 자들을 묻어줄 땅도 없다며 황제는 그들의 시체를 들판에 버릴 것을 명령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시체는 짐승들에게 먹혔다.

“태학관의 교육관들은 몇 명이 살아남았는가?”

“총 67명의 교육관들이 남았사옵니다, 폐하.”

3년에 한 번 진행하는 과거를 실시했지만, 태학관생들이 반발하는 바람에 반절이 죽어 다시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턱에 손을 대고 고민하던 황제는 태학관의 총책임자를 보았다. 그는 정3품의 문관이었다.

“법도에 따라 나라의 재난으로 인해 인재를 잃었으니, 마지막 관문에서 떨어진 자들에게 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반발은 없었다. 지금 당장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므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재를 뽑아 황궁의 정무를 도맡도록 해야 했다. 다행히 오랑캐들의 침입이 현저히 줄어들어 인재 등용에 신경 쓸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는 농가의 피해를 해결하는 일이었다. 황제의 외도로 밭이 망가져 식량이 줄어든 백성들에게 창고를 열어 쌀을 제공하기로 했다. 가족 구성원, 연령, 인원수, 그리고 그 집안에 군에 끌려간 자가 있는지도 꼼꼼히 확인해서 식량의 양이 정해졌다. 마지막은 황제의 후계 문제였다. 비는 강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 그 외는 모두 생존해서 출가했다. 문제는 자식들이었다. 황제의 음흉한 속내로 자식들은 강을 제외하고 단 세 명이 살아남았는데, 여자이거나 몸에 이상이 있는 황자였다.

“폐하, 소신들의 뜻은 하늘과 같사옵니다. 하늘께서 점지하신 최고의 군주인 천제께서 적통을 낳아 이 나라를 끝까지 보존해주시길 바라옵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자식들을 죽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연국은 아비와 아들이 붙어먹는 나라로 이름을 알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에게 있었다. 오명은 막아야 했다.

“희비가 천자를 사랑한 덕이니, 모두 희비에게 감사의 뜻을 보내도록 하거라.”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만…. 대신들은 묘하게 입이 썼다. 두 다리가 모두 망가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엎드려 흐느끼던 강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진실을 알고, 현실에 단념한 강이 선택한 건 황제였다. 그 선택은 모두를 살렸고, 대신들도 그 모습을 보고 한발 물러나야 했다. 대신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또한 희비는 아이를 낳더라도 직접 양육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희비의 심병이 깊고, 몸이 낫지 않아 아이를 양육하기엔 부적합하다.”

“그렇다면 태어나신 황손에게 누가 젖을 먹이옵니까?”

“희비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여인을 찾아와. 명문가의 여식이면 좋겠군.”

황제의 집착 어린 사랑을 잘 아는 대신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어갔다. 설마, 아이한테도 질투를 하는 것인가? 사관이 이런 기록은 안 했으면 하는 마음에 사관을 보았지만, 사관은 이미 전투적으로 기록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눈을 감고 침음했다. 훗날, 후손들이 황제와 희비의 잠자리 기록을 보고 얼마나 경악할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대신들의 걱정과 달리 황제는 산뜻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내관이 건네는 옥새를 들어 서한에 인장을 찍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드디어 몇백 년 만에 제대로 된 적통을 맞이하겠군.”

황제가 우아하게 인장을 찍고 고개를 들어 웃었다.

“핏줄론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적통 말일세.”

*

강은 침상에 웅크리고 누웠다. 온몸에 열이 감돌고, 호흡은 무언가에 마찰이라도 한 듯 거칠다. 남근에 몰리는 열 또한 심상치 않다. 상체에 손을 넣어 만져보니 유두도 빳빳하게 일어났다.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간지럽기도 하다.

특히 황제가 남근을 넣은 내부는, 말할 것도 없이 뜨겁고 간지러웠다. 밭은 숨을 내쉬며 금침 안에 누워 주먹을 꽉 쥐었다. 눈까지 질끈 감았는데, 도리어 참았던 쾌감이 분출하고 있었다.

“흐으….”

신음을 길게 늘어뜨리며 움찔 떨었다. 침상에 이마를 대고 움직여보려 했으나 발목에서 시큰한 통증이 올라와 포기했다. 터질 듯, 말 듯한 쾌감에 강은 떨리는 손을 내려 남근을 잡았다. 발기가 된 남근이 꺼덕거리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음란해진 거지? 아무도 없는데 금기를 범한 기분에 강은 눈을 질끈 감았다. 황제의 비가 되기 전까진 이러지 않았다. 성적으로 무지하기도 했고, 혼례 전엔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몽정 이후로 남근에 손을 대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것마저도 들킬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가.

“읏.”

강은 망설이다, 척추를 타고 흐르는 찌릿함에 남근을 잡았다. 턱에 힘이 들어갔다. 황제가 없는데도 손이 떨렸다. 그래도 느릿하게 남근을 감싸고, 황제가 가르쳐준 대로 귀두를 매만졌다. 매끈하고 말랑한 살이 잡히는 감각에 강은 소리를 죽였다. 저 밖에 궁녀와 내관, 내군, 친군까지 있었다. 그들은 보지 못해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폐하, 이상합니다. 꼭 이런 걸….’

황제가 밀어 넣은 건, 아프지 않았지만 이물감이 상당했다.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정액이 새어 나오지 않게 꽉 막혀 더 그러했다. 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싫다고, 빼달라고 하자 황제는 싱긋 웃으며 입에 환약을 넣었다. 거부해야 했는데 그간 길든 습관으로 환약을 삼키게 되었다. 강이 놀라서 옷을 입혀주는 그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폐하, 또 아픈 약인가요? 이제 약은 싫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약을 먹는 건 이제 거부하고 싶었다. 황제는 강의 머리를 쓰다듬고, 장의까지 꼼꼼하게 걸쳐주며 말했다.

‘부부간의 정을 돈독히 해주는 약이란다. 그대의 어미였던 여 소의도 종종 먹었던 것이지. 이 약을 먹으면 성적 쾌감도 좋아지고….’

황제의 눈이 강의 아랫배에 꽂혔다.

‘임신도 잘 된다는 속설이 있지.’

강은 황제를 새침한 눈으로 흘겨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정무를 보러 가라고 재촉했나. 강은 자신을 안기 위해 다가오는 황제의 손을 마주 잡으며 그의 눈을 직시했다. 아름다운 금안에 빨려들 것 같았다.

‘정무를 보고 오시라고, 신첩이 주제넘게 말해서 화가 나신 겁니까?’

‘그건 아니다.’

‘그럼 왜 신첩에게 이런 걸…. 신첩은 도망가지 않겠다고 폐하께 말씀드렸는데.’

강이 정말 토라진 것처럼 얼굴을 숙이며 중얼거렸다.

‘신첩에게 잔인하게 굴지 마세요. 신첩에겐 이제… 폐하밖에 없습니다. 다정하게 대해주십시오.’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을 속으로 되새긴 강은 멍하니 그를 보았다. 그를 밀어내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기억이 현존하는 그 시기부터 생각해보아도, 자신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조차 기억에서 흐릿해질 때, 자신의 손을 잡고 있던 건 황제였다. 말을 처음 태워준 것도, 등을 내어준 것도,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준 것도, 늘 황제가 옆에 서 있었다. 잠에서 깨고 일어나면 황제의 팔이 목침처럼 머리를 편하게 해주었고, 그의 장의는 강의 금침이 되어있었다.

그게 정말 좋아서 밀어낼 기회조차 없었다. 존경하는 아버지였고, 충성을 맹세한 군주였다. 그런 그가 자신만을 사랑해주니, 어떻게 밀어낼 수 있었을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요.’

강은 심정을 토로하다, 그의 등에 팔을 넝쿨처럼 둘렀다. 황제의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다. 강은 남들보다 뜨거운 체온을 가진 그의 가슴에 안긴 상태로 입술을 달싹였다.

‘그렇다면…. 정말 연인처럼 사랑해주세요. 아들이 아니라, 연인으로…. 그 다정함 그대로.’

그가 없을 때마다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말을 해야 그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니. 자신의 미련함에 쓴웃음이 나왔다. 현실에 미적지근하게 안주하는 태도에 환멸이 낫지만, 노력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그가 사라지면 밀어내겠다고 다짐해도, 이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쳐도 막상 그가 오면 불가능했다. 그의 사근사근한 미소 한 번에 다짐들이 물에 닿은 소금처럼 녹아내렸다.

어차피 그를 밀어낼 수 없다면, 아버지라고 단정 짓고 거부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는 게 자신에게도 이로웠다. 그게 힘들어 자꾸만 그를 외면했는데 오늘에서야 그를 똑바로 볼 수 있었다. 황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끌려오는 아이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대가 그리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대만이 몰랐을 뿐이야.’

강은 쓰게 웃었다.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폐하는 신첩의 아버지인데.’

황제는 그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는 강을 안아 올렸다. 밖에서 황제를 부르는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황제는 자신을 물끄러미 보는 말간 시선에 매끄럽게 웃어주며 말했다.

‘천자가 없는 동안 잘 품고 있어야 하네.’

‘이대로 있으라고요?’

그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느라 안에 모형 남근을 품고 있는 것도 까먹고 있었다. 황제는 강의 드러난 하얀 이마에 입을 맞추며 아스라이 사라질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앞으로 노는 건 허용해주마. 그러나 뒤는 안 돼.’

그러고 황제는 정말 강을 침전에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완전히 혼자가 된 강은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으나, 황제가 먹이고 간 환약에 있는 미약 성분 때문에 머리가 붕 뜨면서 열이 돌기 시작했다. 엄지손톱을 물며 쾌감을 억누르려던 강은 참는 것도 안 되자 금침을 잡아당겨 몸을 감쌌다.

부부간의 정을 돈독히 해주는 약이니, 몸 곳곳에 잠든 쾌감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어림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쾌감의 강도가 심했다. 황제와 정사를 맺을 때는 멈추지 않고 계속 밀려오는 강한 쾌감이었다면, 이건 풀리지 않는 억눌린 쾌감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리 생각하며 결국 강은 금침 속에서 남근을 문질렀다. 참을 수 있는 선을 넘었다. 강은 눈을 질끈 감고, 남근을 만졌다. 귀두를 조이고, 고환도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마찰했으나 뭔가 부족했다. 금침 속에 들어간 상태라 더워서 숨을 헐떡거렸다. 잠시 멍하니 누워 있던 강은 뒤를 더듬었다. 황제가 넣은 남근의 손잡이, 즉 남자의 고환을 조각한 부분이 손바닥에 만져졌다.

‘뒤는 안 돼.’

이를 악물며 손을 내렸다. 다급하게 벌떡 일어난 남근을 만져 사정을 하긴 했으나, 뒤끝이 시원하지 않았다.

“폐하….”

황제가 보고 싶었다. 언제 오실까. 그가 오지 않으면 강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뒤를 직접 쑤시는 것도 허락받지 못했다. 강은 더위를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드러냈다. 기립한 궁녀와 친군들이 보였다. 황제는 다리를 쓰지 못하는 강을 위해 언제든 손발처럼 쓸 수 있는 사람들을 침전에 두었다.

“…폐하께선 언제 오시지?”

황제의 일정을 아는 내관이 고개를 숙이며 말해주었다. 아직 그가 오려면 멀었다. 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가 성군으로 일을 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다. 저 너머의 백성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죄 없는 동물들도 살 곳을 잃고 이리저리 헤맬 것이다.

또한 황제는 아들에 미쳐 나라를 망친 군주로 춘추에 남아버리겠지. 그리 생각하자 가슴이 철렁이고 식은땀이 났다.

“싫어….”

그가 망하는 건 싫었다. 그는 언제나 어좌에 앉아 백성들을 다스리는 군주로 있어야 했다. 그 모습을 황자 때부터 좋아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아바마마라며, 뿌듯함에 어깨가 들썩였다. 그런 그가 자신 때문에 모든 걸 버리는 건, 보고 싶지 않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신이 여기에 머무르고 그를 위해 살아가는 게 나았다.

강은 침상에 모로 누워 자신의 손을 보았다. 이 손 하나에 나라의 운명이 걸려있었다. 황제의 말대로, 황제는 나라를 다스리고 자신은 황제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가 말한 황후보다 더 고귀한 자리가 이거란 말인가. 아들인 주제에 황제가 넣어준 남근을 품고, 다리가 부러져 아무것도 못 하면서.

가장 아름답고, 동시에 가장 비참한 자신의 자리에 강은 눈을 감았다.

이래서 혼자 있을 때가 가장 무서웠다. 자꾸 이상한 생각이 자신을 스멀스멀 덮쳐왔다. 깊은 우울, 쓸모없는 자기위로. 늪보다 깊어 헤어 나올 수 없는 잡념에 빠져드는 게 너무 싫었다.

“폐하…”

그가 있어야 했다. 황제가 있어야만 이 지독한 모멸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왜 그를 끝까지 거부하지 못했냐고, 자신을 향해 비웃는 목소리를 지우기 위해선 그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그의 품이라면 모든 게 안전했다.

유일하게 자신을 품어줄 그가 보고 싶었다.

해가 서쪽으로 바짝 기울어졌다. 어둠이 밀려올 시간이었고, 곧 석반을 먹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비공식적인 정무를 보던 황제는 책상에 올라온 검은 그림자에 고개를 올렸다. 강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으려나. 아니면 빨리 빼달라고 조르려나. 두 가지의 경우에서 음란한 상상을 하던 황제는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이만 예월궁으로 가겠다.”

황제의 차디찬 명에 내관들이 황제를 보필했다. 황제가 정무를 보는 외정에서, 예월궁이 있는 내정까지는 가마를 타고 가도 꽤나 시간이 소모되었다. 황제도 걸리는 시간을 알고서, 여느 때와 달리 걸음을 재촉했다. 소풍을 가는 아이처럼 뒷모습이 들떠있었다.

강은 솔직하다가도, 뒤로 물러나는 아이였다. 자신이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 여러 번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결론을 내렸다. 강은 쓸데없이 충신과 아들이라는 역할에 매달렸다. 그렇게 살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는데도. 그 꿈이 산산조각 나고, 나라를 망치겠다고 협박을 하자 흐느껴 울며 스스로 비를 자처했지만, 황제는 욕심이 많아 그 이상을 원했다. 강이 스스로 느끼고 자신을 원하길.

하지만 강은 ‘좋다.’라고 말하며 느끼다가도, 결정적일 때 황제를 밀어냈다. 특히 두어 번 기절하고 나서 자신을 올려다보며 타액으로 젖은 입술을 움직였다.

‘아, 안 돼요, 아바마마. 이제 그만….’

강이 이 궁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을 원해야 했다. 진실을 듣기 전, 강은 아버지와 정사를 맺는다는 사실에 조금씩 정신을 놓고 있었다. 근친혼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었다. 그런 식으로 정신이 약해지면, 심병이 깊어지고, 끝내 광증이 온다.

만약 그리 된다면 그걸 원했는데.

황제는 가마에 올라타며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강이 서서히 미쳐가, 아이도 거부하는 지경에 이르면 예월궁에 평생 유폐시킬 작정이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강을 갖고 싶었다. 강의 광증을 대신들도 알면 강은 명목상의 황후로 지냈을 테니 밖에 얼굴을 보여줄 일도 없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자신을 생각하고, 자신을 보고 울고, 웃고. 한 번 도망을 쳤고, 광증도 걸렸다면 뒷목에 낙인을 새겨 도망을 방지했을 테지. 다리에 흉을 내는 건 마음이 아프니, 목에 개처럼 줄을 걸어놨을 것이다. 줄을 쥐고 강을 산책시킬 수 있는 사람은 주인은 자신뿐인, 완전한 감금이었다. 지금처럼 소피를 보러 가는 것도, 씻겨주는 것도, 오로지 자신만이 가능한 생활이 지척에 있었는데 강은 지나치게 강했다. 현실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따금 밀려오는 근본적인 관계에 괴로워하긴 했다.

그걸 도와주기 위해 부러 잘 쓰지도 않던 방법까지 사용했다. 받아들일 거면 황제를 완벽하게 서방님으로 모셔야 했다.

과연 강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턱을 괴고 정갈한 얼굴로 음란한 생각을 펼쳤다.

“폐하, 예월궁에 도착하였습니다.”

가마를 모는 듬직한 내관들이 허리를 숙였다. 황제가 긴 다리를 내밀어 가마에서 훌쩍 내려 예월궁의 출입을 감시하는 홍문에 섰다. 황제가 걸어갈 때마다 뒤에 달라붙어 있던 친군들이 일사분란하게 흩어져 홍문의 외곽, 그리고 안을 내군들과 같이 지켰다.

홍문 안에는 원림 같은 화원이 있었다. 화원을 기준으로 좌측엔 강이 좋아하는 유원이, 우측엔 가볍게 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전각이 있었다. 애초에 강을 내보낼 생각이 없는 황제의 음험한 의도가 배인 구조였다. 자신이 만든 호화로운 감옥을 무료한 얼굴로 지켜보던 황제는 장의를 벗어 태감에게 건넸다. 황제의 단단한 상앗빛 가슴이 슬며시 드러났다.

“아이는?”

황제는 침전을 호위하는 친군부대장에게 물었다. 부대장이 땅에 두 무릎을 대고,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당연한 말이었다. 황제는 궁녀들이 열어주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높은 장식물이 없는 침전 가운데 붉고 투명한 휘장으로 가려진 침상이 있었다. 그 안에 금침이 산처럼 솟아있었다. 황제는 자신이 온 걸 알면서 금침 속에 틀어박혀 있는 강을 보고 개구지게 웃었다. 아직도 밀어낼 생각인가. 서방님이라 말은 잘도 하면서.

“아가.”

황제가 다정하게 강을 부르며 다가갔다. 당연히 자신을 밀어낼 줄 알고 강의 머리채를 잡을 생각이었는데, 황제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색색 내뱉으며, 자신을 빤히 보는 시선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먹이고 간 약의 효과는 자잘하고 길었다. 황제는 알면서도 그 약을 먹이고 갔다. 강을 괴롭히고 싶었다. 울리고 싶었고, 그 후에 예뻐해 주고 싶었다. 이기적인 마음인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서방님, 이제 신첩을 예뻐해 주실 건가요?”

강의 목소리가 거칠고 떨린다. 금침을 꼭 쥐고 있는 손도 마찬가지였다. 황제는 강을 보고 휘둥그레 눈을 뜨고 가만히 있었다. 강은 말간 눈으로 그를 보고 살짝 웃었다. 머리가 아찔해진다. 현기증에 황제가 비틀거렸다. 강이 진심으로 소담스럽게 웃어주는 게 몇 달만인지. 늘 어색하고, 우울한 기색으로 슬쩍 웃던 얼굴에 애정 어린 미소가 만개하자 황제는 참을 수 없었다. 평복을 벗지도 않고 강에게 달려들어 입을 맞추었다. 강도 기다렸다는 듯 그를 안았다. 척추를 따라 형성된 단단한 근육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황제가 신음하며 강의 입술을 거칠고 깊게 빨았다. 평상시엔 녹아내릴 것 같은 입맞춤을 했던 황제였다. 이가 부딪히고, 혀와 혀가 끈끈하고 세게 얽히는 통증에 강이 고개를 틀었다.

“아, 아프…!”

아프다는 말조차 못 내뱉게 그가 강에게 입을 맞추고, 입고 있는 침의를 벗겼다. 황제의 손이 아래로 내려와 마개처럼 정액이 새어 나오지 못하게 한 남근을 만졌다. 자신이 넣고 갔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정말 뒤는 쓰지 않았군. 기특하구나.”

강의 얼굴이 붉었다. 그의 손이 앞으로 다가와 발기한 남근을 덥석 잡았다. 음모가 없어 매끈한 살 부분을 매만지는 음란한 손짓에 강의 신음에 비음이 섞였다. 강의 손이 황제의 어깨를 놓지 않을 기세로 꽉 잡았다.

“폐하….”

“왜 그러지?”

강이 눈을 내리깔고 황제의 가슴팍을 보았다. 근육으로 다져진 그의 상체가 보였다. 그가 성군이 되지 못하면…. 하늘의 뜻을 저버린다면, 저 가슴에 창이 박히겠지. 그가 이성을 잃지 않도록 자신이 조율해줘야 했다.

지금도 약간씩 불안했다. 혹여나 그가 자신에게 너무 미쳐서 나라를 버릴까 봐. 형제들이 죽는 것과 강도가 다른 통증에 강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바마마, 신첩은 도망가지 않아요. 아바마마를 위해 모든 걸 내어드릴 테니, 아바마마께선 꼭 성군이 되셔서…. 오래 사셔야 합니다. 그걸 위해 신첩은 아바마마를 선택했습니다. 백성들도 소중하지만, 신첩에게만 폐하가 제일 소중합니다. 이제 정말 신첩에겐 아바마마밖에 없습니다. 폐하가 잘못되는 건 볼 수 없어요. 그러니 부디, 오래 사셔서….”

황제는 강을 와락 끌어안았다. 으스러질 정도로, 아주 세게 강을 품에 넣고 안고 고개를 숙였다. 황제의 날렵한 코가 강의 목덜미에 닿았다. 황제를 달래주는 체취가 그곳에서 뿜어져 나왔다. 황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뱉어냈다. 강의 체취가 섞여 들어왔다. 설원에서 널브러진 아이가 가소로워 다가갔을 때도, 이 향에 끌려….

“서방님… 서방님 걸로 예뻐해 주세요. 가짜는 싫어요.”

강이 부끄러운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눈가도, 입술도, 목덜미도 붉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눈을 내리깔고 아래를 보는 선이 고운 자태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강은 황제를 연혼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

황제가 강의 둔부에 꽂혀있던 남근을 거침없이 빼냈다. 안에 있던 남근이 너무 빠르게 빠져나간 탓에 내벽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배꼽 아래에 고였던 정액이 선단 부분에 묻어 빠져나왔다. 강의 체온으로 뜨뜻해진 가짜 남근을 던져버렸다. 하얀 둔부를 잡아 벌릴 여유도 없었다. 이미 남근으로 벌어진 내부가 붉은 속살을 내보인 채 황제보고 들어오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황제는 옥대를 풀고, 옷자락을 파헤쳐 발기한 남근을 꺼냈다. 침상에 누운 강이 손을 뻗어 황제의 머리를 만졌다. 아름다운 은발이 비단처럼 손가락에 걸렸다.

“폐하, 어서….”

강의 거친 목소리에 황제가 거대한 흉기 같은 남근의 중심을 잡고, 입구에 대고 꾹 눌렀다.

“흐읏!”

황제가 묵직하고 나른한 신음을 흘리며 강의 손바닥에 손을 겹치고 눌렀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결국 강의 머리 양옆에 손을 대고 허리를 움직였다. 딱딱하기만 상아와 달리 온기가 있고, 움직임이 더해진 남근에 강이 다리를 더 벌려 그를 받아들였다.

“좋아요, 아! 으응, 거기… 아아!”

황제가 가르쳐준 대로 자위를 해도 부족한 그 느낌이 황제로 채워지고 있었다. 발가락이 움찔 떨리고, 손가락은 곱아들었다. 힘이 빠진 강의 다리가 황제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렸다. 황제는 강의 머리에 두 손을 짚고 좀 더 허리를 세웠다. 황제가 무척 좋아하는 체위였다. 강의 허리를 세워 둔부의 살과 고환이 맞닿을 만큼 넣는 것이었다.

“하윽!”

너무 깊은 삽입에 강의 고개가 젖혀졌다. 황제가 손을 내려 남근에 따라 솟아난 아랫배를 꾹꾹 눌렀다.

“아프… 흐으…!”

처음 당해보는 느낌에 강이 눈물을 삼키며 황제를 보았다. 황제는 남근을 빼내면 같이 꺼지는 배에는 관심이 없었다. 쑤욱, 하고 주름을 밀며 들어오는 남근이 뱃가죽을 따라 모양을 드러내자, 그때마다 배에 대고 손을 꾹꾹 눌렀다. 강이 고개를 저었다. 찌르르하고 울리는 쾌감이 벅차기 시작했다.

“이상해요, 그건….”

강이 흐느껴 울며 황제에게 말했다. 그러자 황제가 언제나처럼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 해도 괜찮단다.”

강이 눈을 깜박였다. 고였던 눈물이 툭, 하고 호화로운 금침에 떨어졌다. 강은 다친 다리 때문에 온전히 몸부림치지도 못하고, 얌전히 누워 순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말인가요…? 이것도 다 환희불이나 그런 데에….”

“성궁 장서각에 있지. 나중에 천자가 보여주마. 어떠하냐? 거기엔 다양한 방법이….”

황제의 아름다운 입술을 통해 듣는 저속한 말이 싫어, 강은 그의 목을 끌어당겼다. 황제의 뺨까지 부드럽게 만져주자 그가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 점점 그를 다루는 데 능숙해지고 있었다.

어차피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를 버리지도 못한다면, 그의 말대로 마음껏 지배하는 게 나았다.

“아흣, 아! 아, 좋아요…! 아바마마, 아아!”

강도 그의 종마 같은 정사에 이성을 잃었다. 그의 남근이 푹, 푹 소리를 내며 안에 고인 정액을 빼낼 때마다 좋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강의 눈이 쾌락으로 흐릿해지고, 황제의 입에서 나온 신음은 점점 높아졌다.

“하으읏…!”

황제가 남근을 깊숙이 파묻으며 안에 사정했다. 강은 거의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첫 번째 사정이라 해도, 그는 너무 절륜했고 쉽게 사정하지 않았다. 주름이 다 사라질 것 같은 정사가 끝나고 나서, 황제는 강을 안아 침상에 엎드리게 했다.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다리가 다 낫지 않은 상태라 쉽게 벌릴 수 없는데, 황제가 그 상태에서 무작정 퍽 소리가 나게 박아 넣었다.

“흐읍!”

몸이 통증에 굳어갔다.

“으응!”

그리고 쾌감에 몸서리치며 풀어졌다. 그렇게 안도하며 움찔 떠는데, 뭔가 이상했다. 위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설마…. 강은 오들오들 떨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 싫어…!”

황제가 강보다 먼저 이성을 잃어가며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동서남북으로 마구 움직이더니, 주둥이가 쑥 길어지고 아이 주먹보다 큰 검은 코가 생겨났다. 사람 같지 않던 오묘한 금안은 긴 마름모 형태로 변해갔다.

“아! 아아! 아, 배가… 아흑!”

사람의 남근이 강의 배 안에 들어온 채 짐승의 것으로 변하고 있었다. 너무 커서, 넣는 것조차 버거운 게 팽창하는 느낌을 오로지 강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다리가 괜찮았다면 그를 밀어내고 도망칠 텐데, 다리가 부러져 그것도 가능하지 못했다.

“아으읏! 아아, 터, 터질 것… 아! 아앗!”

황제의 주둥이에서 더운 숨과 거친 늑대의 울음이 나오며, 양물이 완벽하게 발기했다. 느끼는 지점에서 마구 부풀어오는 양물에 강은 참지 못하고 기절했다. 두 눈을 감고 축 늘어진 강을 상대로, 금안을 빛내는 짐승만이 홀로 움직였다. 힘이 빠진 몸이 범만 한 늑대에게 가려졌다. 은색 털에 가려진 몸에서 부목을 댄 강의 발바닥이 살짝 보였다. 앞발은 강의 팔이 있는 부근에 있었다. 늑대의 두터운 뒷다리는 바닥에 붙어 몸을 고정했다. 그 상태에서 흉흉하게 달려 있는 딱딱한 남근이 엄청난 속도로 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걸 반복했다. 나올 때마다 안에 흥건하게 사정한 정액이 빠져나와 허벅지 안쪽을 적셨다. 푸욱, 푹, 하고 젖은 살을 파고드는 위협적인 소리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응….”

안에 퍼져가는 점액질에 강이 눈을 느리게 떴다. 한참 울었는지 눈가가 흠뻑 젖었다. 눈물을 닦을 겨를도 없이, 가장 뾰족하고 둔탁한 부분이 힘껏 들어오는 바람에 강은 몸을 움츠린 채 삽입을 견뎌냈다. 몸을 둥글게 말고 숨을 일정하게 쉬려 노력했다.

“하으, 윽! 아, 아아…. 그만…!”

그러나 늑대의 움직임은 강의 호흡도 갈취했다. 강은 고개를 느리게 저었다. 눈물이 구겨지고, 정액 범벅이 된 금침에 흩뿌려졌다. 금침을 꽉 잡은 손등이 힘을 주느라 혈관이 바짝 솟은 것이 보였다. 움푹 파인 살에 서늘한 달빛이 머물렀다.

“아….”

마지막으로 보인 건, 뽀얗게 차오른 달빛이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

“으음….”

사내다우면서, 곱고 정갈한 황제의 손가락이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넘어오며 움직였다. 눈을 감고 슬쩍 미소를 띤 채 옆자리를 더듬거리던 황제는 싸늘하게 식은 잠자리에 눈을 느리게 떴다. 그의 아미가 찌푸려지며 시야를 똑바로 보려고 애썼다. 세상모르고 자는 강이 있어야 했는데 강이 누워있던 자리는 말끔했다. 황제는 장막처럼 내려온 은발을 쓸어 올렸다.

“태감, 거기 있는가.”

황제가 잠기운에 무거워진 목소리로 태감을 불렀다. 황제가 들어오라는 명을 내리지 않았기에 태감은 문 너머에서 고개를 조아렸다. 평안한 밤을 보내셨냐고, 묻기도 전에 황제가 짜증이 스민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

“아이는? 천자가 분명히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수십 년간 황제를 보필해온 태감은 감정의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훈련받은 목각 인형처럼 딱딱하고 무심하게 굴었다.

“폐하, 희비 마마께선 법도에 따라 폐하의 조반 시중을 들기 위해 송요전으로 가셨습니다.”

“다리도 불편한데 어떻게 이동했지?”

강이 자신의 허락 없이 다른 사람에게 안겨 이동했을 게 뻔해, 화가 났다. 상상만 해도 배 속에서 울컥 덩어리가 솟았다.

그러나 외부인의 침입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깊은 잠에 빠진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이 정도로 잠을 깊게 잔 적이 있었던가. 느껴지던 피로가 싹 씻겨 나가 상쾌하긴 했지만, 기분은 묘하게 찜찜했다.

“희비 마마께선 친구 대장의 도움으로 송요전까지 이동하셨습니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으로 몸을 감싸시고…”

“됐다. 아이에게 가겠다. 의복을 가져 오거라.”

황제는 짜증을 팍팍 내비쳤다. 강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반응이 현저히 달랐다. 강이 옆에서 비위를 맞추며 애교를 부릴 때면 온화한 미소를 내비쳤다. 애교를 부리지 않아도, 강이 손을 맞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슬며시 기대왔다.

그러나 강이 없어지자마자 눈이 뾰족해지고 말투는 우아하지만 화가 가득했다. 강이 황제를 선택했고, 황제를 위해 살아가겠노라고 말했는데도 황제는 강이 없으면 불안증에 걸린 사람처럼 행동했다. 눈빛부터가 달랐다. 강과 있으면 그나마 인간미가 흘렀는데, 강이 없는 지금은 서늘한 기운이 감도니 저승에서 올라온 사자 같았다. 은발에 요사스러운 금안을 가지고서 사람을 홀려 영혼을 빨아 먹을 것 같았다. 궁녀들은 서슴없이 내려온 냉한 눈빛에 오들오들 떨며 다가갔다. 무슨 마음의 변화인지, 황제의 시중을 들겠다며 나간 강이 벌써 그리워졌다.

황제가 군살이 없는 상앗빛 두 팔을 벌렸다. 궁녀들은 어서 의복을 입히고 보낼 작정으로 척척 옷을 입혔다. 검푸른 비단에 하얀 깃을 댄 평복은 계절에 맞게 얇고 소매가 짧았다. 소매와 옷자락에는 수련이, 등에는 황제의 상징인 구름을 파헤치고 나오는 늑대가 있었다. 옥대까지 착용한 황제가 오로지 자신을 위한 사람들을 대동하여 송요전으로 향했다. 송요전은 어선방과 가까웠고, 운치가 있어 조반과 석반을 즐기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

어젯밤에도 진득하게 탐했던 강이 보고 싶어 황제의 걸음이 빨라졌다. 강으로 인한 화가 언제 생겨났었는지 모를 만큼 설렘이 넘쳐났다. 꼭 그때 같았다. 강이 왕부에 갔어도, 자신이 부르면 달려와 안겼던 때. 황제가 기분이 나빠 화를 내면 그걸 달래주기 위해 저 멀리 있어도 달려와 자신의 품에 얌전히 안기곤 했다.

‘아바마마, 이제 화가 풀리셨습니까?’

그리 말하며 부드럽게 웃어주던 얼굴이 보고 싶어 황제는 뛰듯이 걸었다.

‘소자가 안아드릴까요?’

그때처럼, 황제는 막혔던 숨을 터트리며 손을 뻗었다.

그냥 널 보자마자 좋았다. 날 빤히 보는 검은 눈이 정말 예뻤고…. 날 안아주는 그 품이, 목덜미에서 나는 그윽하고 향기로운 체취가….

“폐하.”

송요전 안에 놓인 둥근 상 우측에 강이 앉아있었다. 다리가 아픈지, 인상을 쓰며 주무르고 있었다. 강의 뒤에는 담영과 친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강의 몸을 만지지 말라는 황제의 명 때문에 그들은 접촉을 삼가고 있었다.

강은 황제가 다가오자, 담영과 친군을 보며 “나가다오.”라고 말하며 제법 비처럼 말했다. 강은 그들이 나가자, 황제에게 이리 오라는 듯 손을 움직였다. 강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못할 행동이었다. 황제는 말 잘 듣는 듬직한 짐승처럼 강에게 다가가, 강이 앉으라고 말한 자리에 앉았다.

“폐하, 평안히 잘 주무셨습니까? 피곤하지는 않으시고요?”

강의 말투가 상냥하다. 너무 다정했다. 원래 강이 다정다감한 아이긴 했지만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그대 덕분에 밤이 편안했다. 그대는?”

“신첩은….”

강이 얼굴을 붉혔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 난처한 듯 손을 꼼지락거렸다. 황제가 덥석 손을 잡자 강이 눈을 깜박였다. 그리곤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예쁘게 웃어주었다. 황제는 강이 웃는 모습에 홀딱 빠진 듯 눈을 멍하니 뜨고 있었다.

“폐하께서 너무 예뻐해 주셔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막상 누워 있으니 잠이 오지 않아, 이곳으로 왔습니다.”

황제는 강이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강은 창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찼는지, 장의를 끌어 몸을 감쌌다.

“신첩이 비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이제부터라도 폐하를 위해 신첩의 소임을 다하려 합니다.”

“그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폐하, 이건 신첩이 선택한 것입니다.”

강이 황제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후련하게 내뱉으며 황제를 보았다.

“폐하의 말대로 신첩은 폐하를 사랑합니다. 진심으로요. 아들로서, 신하로서, 그리고 지금은 폐하의 비로서요. 신첩은 폐하가 오랫동안 이 나라를, 성군으로 지배하길 간곡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 주실 수 있으시지요?”

“…그 말, 다시 해주면 안 되겠느냐?”

강은 그가 원하는 말을 알고 있었다. 황제가 그토록 원했던 말을 왜 모르겠는가. 강은 그의 손을 맞잡고, 직시하며 웃었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것 같은 미소에 황제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 보고 싶었는데. 막상 보려니 가슴이 설레고, 떨려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강은 결정적인 순간에 늘 패배하고 마는 황제의 얼굴을 잡았다. 황제는 떨리는 눈으로 강을 보았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폐하.”

강은 달싹거리는 황제의 입술을 손으로 눌렀다. 지금은 자신이 말을 해야 할 때였다.

“하지만 폐하께선 신첩이 아니라 나라를 가장 먼저 생각하시고, 사랑하는 성군이 되셔야 합니다. 그것이 신첩이 바라는 일이니까요. 신첩은 어렸을 적부터 폐하께서 나라에 길이 남을 성군이 되길 바랐습니다. 꼭 그렇게 되셔야 합니다. 신첩이 원하니까요.”

황제는 홀린 사람처럼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는 강은 정말 목줄을 쥐고 있는 훈련사가 된 기분이었다.

그가 하늘에 부탁해 자신을 강제로 비로 만들고, 원하지 않게 안기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우두커니 앉아서 본 세상은 파랗고, 말갛다. 자신이 황제를 택해 만든 세상이었다. 그저 그 순간이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고, 거기에 서 있는 황제를 보았다. 그의 널찍한 등에 걸쳐진 화려한 용포와 흔들리는 12류의 곤관. 그는 황제로서 존재해야 했다. 황제가 아닌 그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최우선이었던 황제를 위해, 강은 이제 그에게 스스로 안기기로 선택했다.

“낮에는 성군으로, 밤에는 신첩만의 남자로 와주세요.”

황제가 숨을 덜컥 멈추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사람을 홀리는 건 기가 막히게 잘하는 강이었다. 황제는 완전히 졌다는 얼굴로 웃었다. 그가 팔을 벌리자 강이 조심스럽게 안겨왔다.

“그래, 내 아가.”

황제가 강의 등을 토닥거렸다. 강은 그의 품에 안겨 등에 팔을 대었다. 넓은 아버지의 등이었다. 너무 당연하게 그에게 업혔던 수많은 날이 스쳐지나 갔다. 애틋하게 사랑했던 아버지였다. 지금도 그 애틋함은 변하지 않았다.

그를 향한 원망보다 애틋함과 사랑이 더 컸다. 그가 자신을 더 이상 잔인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모든 걸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폐하, 아버지로서 신첩을 사랑해줬을 때처럼…. 지금도 그리 사랑해주십시오. 이제 아픈 건 싫습니다.”

강이 그의 어깨에 이마를 툭 대며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황제는 아직 짧은 강의 머리와 등을 연신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대답했다.

“그리하마. 어차피 이제 임신도 해서 도망가지 못할 테니. 그렇지?”

그의 다정함의 근간인 무서운 집착에 강은 살짝 몸을 떨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아니면, 이 남자를 감당할 사람이 없었다.

“…예, 폐하.”

강은 자신의 턱을 잡고, 입을 맞추려는 황제를 보다 눈을 감았다. 강의 두 팔이 땅에 안착하는 홀씨처럼 그의 목에 감겼다. 황제의 두 팔이 강의 등을 더듬거리며 내려오다 허리를 꽉 안았다. 강의 입술에서 미약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폐하, 덥습니다.”

강이 중얼거리며 그의 장의에 손을 대었다. 듣는 이도 적은데 강은 부러 목소리를 낮추었다.

“신첩이… 벗겨 드려도 될까요?”

“벗겨다오.”

황제가 강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싱긋 웃었다.

“그 전에 조반부터 들자꾸나. 더위는 천천히 식히면 되니까.”

제법 그럴싸한 초여름이었다. 강은 가까워지는 황제의 체취에 눈을 감았다. 그의 입술이 포근하게 입술을 감쌌다. 적당히 따스하고, 부드러운 입술 감촉에 가슴이 저릿했다. 그 위로 조금은 시원한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도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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