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홍사 (鴻私)
여기는 어디일까. 한 번도 와보지 못한 곳인데. 잠결에 눈을 빨리 뜨지 못하던 강은 눅눅한 습기에 인상을 찡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눅눅한 안개가 사방에 포진해 있었다. 안개가 얼마나 짙은지 시야 확보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광경에 강은 상체를 움츠렸다. 안개가 두텁고 촘촘하게 쌓여 빛이 들지 못해, 강의 주변은 온통 어둠이었다. 강은 빛을 찾기 위해 고개를 올렸다. 구름이 무거워 보였다. 약간의 충격만 있으면 빗물을 우수수 쏟아낼 것 같은 묵직한 구름들을 보다 강은 고개를 내렸다. 신을 신지 않은 발이 보였다. 다친 발목이 붙을 때까지 황제의 품에 안겨 다녔더니, 발이 하얗고 보들보들했다.
‘그대는 신이 필요하지 않잖아.’
신을 신을 바에야, 자신을 부르라던 황제는 새를 선물해주고 갔다. 황제가 직접 기르는 새였다. 눈은 검은콩처럼 까맣고, 깃은 순결한 백색이었고, 발은 막 돋아난 꽃잎처럼 연한 분홍색이었다. 우관도 설원처럼 눈부시도록 하얀 예쁜 새였다. 간단한 사람 말도 따라할 줄 아는 똑똑한 새는 황제가 ‘희비와 놀아주도록.’이라고 말하자, 고운 목소리로 삐, 삐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정말 이 새를 보내면 폐하께서 오시려나. 문득 궁금해져 강은 ‘예쁜 새야, 폐하를 모셔오렴.’이라고 다정하고 말했다. 창가를 통해 새가 훨훨 날아갔다. 다리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는 강은 침상에 앉아 황제를 기다렸다. 눈을 감고 멍하니 있는데, 귓가에 톡, 톡, 검지로 상을 두들기는 듯한 영롱한 소리가 들렸다. 반쯤 졸고 있던 강은 창을 보았다.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황제가 비를 맞고 오면 어떡하지? 괜히 부른 게 아닐까. 걱정이 깊어졌다.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일에 황제가 진심으로 오면…. 강은 종을 울렸다. 내관을 불러, 황제에게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려 했다.
딸랑, 딸랑.
종이 울리고, 바람이 응답하듯 불어와 그새 머리가 자라난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전날 밤 황제가 좋은 냄새가 난다며 열심히 물고 빨아 부은 살이 만져졌다. 황제가 유독 목에 집착해, 이곳의 살이 하얗게 돌아오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늘 붉거나, 푸르거나…. 황제가 정말 개처럼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고, 살을 빨던 장면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입술을 가린 채 호흡을 가다듬던 강은 사르륵, 하고 비단이 스치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돌렸다.
‘폐하?’
물에 젖은 늑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금안은 웃는 것처럼 휘어져 있고, 입은 벌어져 긴 혀가 보았다. 털이 풍성한 꼬리는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엉덩이까지 같이 흔들리는 듯했다. 새는 황제의 머리 위에서 또롱, 또롱 소리를 내며 몸을 부리로 긁고 있었다. 황제는 새를 머리에 얹은 채로 살랑살랑 걸어왔다. 새에게 손가락을 내밀자, 새가 고개를 갸웃하며 위로 올라왔다. 새가 안전해진 걸 유심히 보던 늑대도 젖은 몸을 침상에 구깃구깃 넣었다.
방금 전의 일처럼 생생한 과거에 젖어있던 강은 이상한 점을 눈치채고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황제를 부르려면 새가 있어야 했는데, 지금 그 새가 없었다. 늘 자신의 어깨나 가슴팍에 매달려 잠을 자는 애였다. 불현듯 겁이 난 강은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다리로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으….”
아직 다 낫지 않은 다리라, 조금만 걸어도 발목이 시큰거리며 아팠다. 태의의 말대로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그른 것 같았다. 격구나 무예를 격하게 해도 웬만해서 아프지 않던 몸이었지만, 황제의 비가 된 이후로 쇠약해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인 건가. 씁쓸해진 강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거칠어진 숨을 토해냈다.
“새야.”
황제의 새 이름은 그냥 새였다. 이름을 지어줄까, 싶었지만 황제의 새이니 내버려두었다. 발목에서 통증이 계속되어 강은 땅에 주저앉았다. 안개가 심해지기 전에 새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새를 이용해 황제를 불러, 그에게 안겨 황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새야! 어디 있어!”
강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새를 불렀다. 새야, 새야, 새야…. 강이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왔다. 새의 푸드덕 소리도 들리지 않아, 강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아!”
발목에 갑작스레 힘을 주었더니, 무리했는지 발목이 삐었다. 신음이 절로 나왔다. 손을 내려 발목을 만졌다.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살이 부어오른 게 느껴졌다.
이럴 때마다 황제가 원망스러웠다. 자신의 모든 자유를 박탈했으면서, 정작 필요할 때 옆에 있어 주지 않았다. 늘 옆에 있겠다고 했으면서. 다정하게 대해주겠다고, 외롭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 괘씸하니 오늘 밤은 옆을 내어주지 않겠노라 다짐하면서 앞을 보았다.
“어?”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강은 안개가 사라져 가는 중심부를 유심히 보았다.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주 작고, 하얀 덩어리가 시야에 잡히자 강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픈 발목을 질질 끌어 걸어갔다. 햇빛을 보지 못해 병약하게 변한 얼굴에 생기 있는 홍조가 떠올랐다.
“…강아지?”
끼잉, 낑…. 강의 발 지척에 두 마리의 하얀 강아지가 울고 있었다. 강은 무릎을 땅에 대고 조심스럽게 강아지들을 살펴보았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된 듯 털은 보송보송했다. 주둥이는 물에 붉은 염료를 탄 것 같은 맑은 분홍색이었다. 혀, 뱃살, 발바닥이 다 그런 색이었고 말랑말랑했다. 눈도 겨우 떠서, 실눈 상태였다. 다리에 힘이 없어 땅에 밀착해 기어 다니는 강아지를 보며 강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만져보았다. 강의 눈이 커졌다.
“부드러워….”
비단보다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에서 보들보들 만져졌다. 강은 침을 꼴깍 삼키며 강아지들의 털을 좀 더 만져보았다. 부드러운 감촉은 끝내줬다. 중독성 있는 감촉에 강은 냄새까지 맡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코를 가져가던 강은 흠칫 놀라 고개를 움직였다.
설마, 이래서 황제도 자신의 체취를 맡았던 건가? 하지만 자신은 강아지가 아니었다. 눈살을 찌푸리던 강은 꼬물꼬물 움직이는 강아지를 관찰했다. 안개가 더 걷히고, 빛이 스며들면서 강아지의 털이 선명하게 보였다. 강아지는 하얀색이 아니었다. 맑고 찬란한 은색이었다. 눈에 익숙한 은모에 강은 눈을 깜박였다.
“아바마마랑 같잖아.”
그의 옆을 가장 오래 지켜온 강이 모를 리 없었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황제의 머리색과 같았다.
“눈을 보면 알 거 같은데….”
새끼 강아지로 추정되는 짐승들은 너무 어려, 눈도 잘 뜨지 않았다. 둘이서 서로 몸을 맞대고 도롱도롱 자고 있었다. 눈을 떠보라고, 눈과 눈 사이를 살살 만져 보았지만 역효과로 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강아지치고 큰 발, 긴 주둥이, 황제와 같은 은색 털. 황제의 또 다른 자식인가? 황제가 또 아이들을 죽이는 게 아닐까? 내가 있으니, 죽이지 말라고 해야겠다. 강은 그리 결심하며 입고 있던 장의를 벗어, 강아지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덮어주었다.
“…귀엽다.”
둘이 맞닿아 있는 모습을 보자, 자신 때문에 죽은 설이 생각났다. 오늘은 설이 무덤에 가야겠다. 설이가 외로워할지도 모른다. 그나마 멀쩡한 시신을 가져와 황제가 화려하게 만들어준 무덤을 떠올리며 강은 눈을 감았다.
“아가?”
유일하게 자신을 아가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강은 반응했다. 눈물에 푹 젖은 속눈썹이 움찔하고, 벌어져 있던 입술에서 밭은 숨이 나왔다.
“아….”
강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찌릿찌릿한 쾌감에 고개를 저었다. 황제와 정사를 맺는 도중, 지나친 쾌감에 기절한 모양이었다. 강은 멍한 눈을 깜박였다. 고였던 눈물이 이슬처럼 툭, 황제의 쇄골 쪽에 떨어졌다. 강은 눈을 내리뜨고 그의 가슴에 두 손을 올렸다.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달린 사람처럼 숨이 가빠왔다.
그리고 아래에 연결된 그 부위가 얼얼하고 뜨거워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황제도 강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아래에서 누워 지켜보며 웃었다. 그의 손이 다가와 열이 차오른 뺨을 매만졌다.
“힘드냐?”
그의 손가락이 살결을 따라 움직였다. 현을 연주하는 무희처럼 움직임이 정갈했다. 탄력이 있으면서, 단단한 그의 손이 주는 안온함이 좋아 강은 눈을 감았다. 손바닥 아래로 황제의 근육이 느껴진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완벽해지는 그의 육신을 마음껏 음미했다. 황제의 손은 땀이 맺힌 척추를 타고 내려와, 흉기 같은 남근이 꽂힌 강의 입구에 머물렀다. 주름이 없이 펴진 입구를 손가락을 세워 만지자, 열감이 느껴졌다. 마찰로 인해 붓고, 뜨거워진 것이다. 강은 그것만으로도 느끼는지 어깨를 움츠리고 바들바들 떨었다. 황제는 움직이지 못하고 우두커니 남근만 품고 있는 강의 뒷목을 잡아 내렸다. 입술이 가까워졌다.
“아바마마…. 꿈에….”
“꿈에?”
입술이 닿기 전, 데워진 숨을 공유하며 흐느적거리는 대화를 나누던 둘은 눈을 마주쳤다. 황제는 강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움켜잡았다. 아, 하고 강이 신음을 터트리며 입을 벌렸다. 황제가 거칠게 입을 마주쳤다. 강은 그의 입맞춤에 따라가려 노력하며, 근육으로 다져진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강의 손끝이 하얗게 질리며 부들부들 떨렸다. 황제는 만족할 때까지 강의 머리채를 잡고 놓지 않았다. 서로의 혀가 밖으로 나와, 연결된 부위처럼 엉겨 붙었다.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을 타고 흘렀다.
“으읍, 읍… 하아…”
드디어 황제가 머리채를 놔주었다. 강은 혀에서 느껴지는 얼얼함과 야릇함에 눈을 뜰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강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황제는 본능에 충실히 움직이는 강의 뺨을 만졌다. 연지로 물들인 듯한 뺨이 예뻤다. 자신이 주는 쾌감에 온전히 시달린 모습이었다. 손끝에 강의 눈물이 묻었다. 강은 그 상태로 눈을 감은 채, 입을 벌리고 허리를 흔들었다. 자신이 느끼는 곳으로 남근을 쭉쭉 빨아들이고, 뱉어냈다. 느끼는 지점을 바로 직격했는지, 조임이 남다르게 강해졌다. 강은 전율하듯 몸을 떨었다.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발가락도 곱아 들었다. 강의 고개가 위로 젖혀지며 하얀 피부 위에 곤두선 핏줄이 보였다.
“하아, 아!”
강이 토막 난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고인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렀다.
“아, 좋아….”
강이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더듬더듬 중얼거렸다. 황제가 강의 얼굴을 보고 싶어 허리를 세웠다. 땀으로 끈적한 가슴이 서로 달라붙었다. 황제는 자신의 품으로 쓰러지려는 강의 등에 팔을 감았다. 앞으로 느끼는 쾌감보다, 뒤로 느끼는 쾌감이 진득할 때 종종 기절하던 강인지라, 기절하지 못하게끔 뺨을 가볍게 때렸다. 정말 기절할 뻔했던 강이 눈물과 쾌감으로 흐려진 눈을 떠 황제를 보았다. 둘은 아직도 깊이 연결되어 있었고, 강이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황제의 것을 끈끈하게 조였다.
“아가.”
“네….”
강이 잔뜩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도 황제가 부르면 꼬박꼬박 대답하고, 얌전히 다리를 벌려주는 게 영락없이 순한 아들이었다. 강은 멍하니 그가 하라는 대로 목에 팔을 두르고, 입술을 맞추었다. 그 상태에서 황제가 허리를 얕고 빠르게 움직였다. 찌걱, 찌걱, 물기에 젖은 소리가 침전에 울렸다. 매달릴 곳이 그밖에 없는 강은 그를 좀 더 세게 안았다. 숨이 부족해져 고개를 튼 강은 흔들리는 그의 은발을 보았다. 아름답고 화사한 은발이 자신으로 인해 젖어 그의 뺨에 붙어있었다. 쾌감을 쫓느라 찌푸려진 미간이 보였다. 그 아래에 붓으로 그린 듯 섬세한 선으로 이루어진 눈이, 자신을 응시하며 웃고 있었다.
강아지의 눈도 저랬을까. 강은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눈가를 더듬었다. 강의 손이 내려와 그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아주 소중한 것을 만지듯, 부드럽게 여러 번 만지는 손길에 황제는 참을 수 없었다.
“아! 아읏!”
황제는 강을 거칠게 침상에 눕히고 다리를 어깨에 걸쳤다. 한순간, 너무 깊이 들어온 남근에 강이 머리를 침상에 비비적거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아파요, 아파….”
다리가 나은 지 이제 겨우 며칠이 되지도 않았는데. 강이 울음을 왈칵 터트리며 그를 보았다.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황제가 강과 입을 마주쳤다. 그의 신음이 입안에서 마구 터졌다. 뜨거웠다. 그것만으로도 강의 남근이 벌떡 섰다. 푹, 푹, 살과 살이 맞닿는 폭력적인 소리에 강은 눈을 감았다. 안에서 하얀 불꽃이 연신 보였다. 온몸을 짓누르는 압도적인 쾌감에 강은 황제를 안았다. 본체가 원래 늑대인지라, 남들보다 뜨거운 그의 피부가 느껴졌다.
“흐으…!”
그곳에서 강은 황제의 체취를 맡았다. 황제는 강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땀으로 더 짙어진 강의 체취를 짐승처럼 찾아다녔다.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 잇자국이 새겨졌다. 피멍이 들 것 같은 힘에 강은 신음했다.
전신에 황제가 새겨진다. 배 속에도 황제의 흔적이 남게 될 것이다.
*
요새 들어 강이 잠에서 깨지 못한다. 따뜻한 물로 안까지 꼼꼼하게 씻겨서 그렇다고 하기엔, 확실히 전과 다른 증세였다. 탕에서 씻고 나온 사이, 깨끗해진 침상 위에 태아처럼 웅크리고 누운 강을 관찰하는 황제의 금안이 가느스름해졌다. 솜털이 남은 뽀송뽀송한 뺨이 익어가는 과실처럼 붉었다. 목덜미는 하도 물고 빨아 오른쪽, 왼쪽 할 거 없이 상앗빛 피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낙인이라도 새기는 것 같다는 태의의 말처럼, 목이며 손목, 손가락, 발목 등에 황제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전부 강의 체취가 진하게 나오는 부위였다. 조반을 들기 위해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옷을 갈아입던 황제는 강에게 손대려는 궁녀들을 모조리 내쫓았다. 강의 보들보들하고 뽀얀 손목을 잡을 수 있는 건 황제와 태의뿐이었다. 황제는 강이 깨지 않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가, 젖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으응….”
강이 귀찮은지 응석을 부렸다. 하염없이 몇 번이고 머리를 쓸어 올려 수려한 이목구비를 훑어보았다. 가만히 있을 땐 서늘하고, 웃을 땐 맑아지고, 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예뻐지는 얼굴이었다. 황제는 아직 젖살이 남은 뺨을 꾹 눌러보았다. 강이 인상을 팍 찡그리며 몸을 돌리다가, 아팠는지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기껏 입혀놓은 옷이 흐트러졌다. 키득거리며 턱을 괴고 보던 황제는 고개를 숙여 강의 목덜미에 코를 댔다. 흐음…, 소리가 나올 정도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황제의 속눈썹이 쾌락에 따라 파르르 떨렸다.
“하아….”
황제의 유려한 입술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코끝이 뭉개질 정도로 강의 살에 바짝 갖다 대고 향을 음미하던 황제는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긴 은발이 황제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다. 태감과 친군대장이 서 있었다. 둘은 황제의 무감한 눈을 마주하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폐하, 송요전으로 모시겠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었는가?”
“예, 폐하. 오늘은 제비집으로 만든 탕을 준비하였습니다.”
조반엔 필수적으로 탕이 하나씩 올라왔다. 아침엔 뜨거운 탕으로 속을 데워야 하루가 건강하다는 전통에 따라 황제도 꼭 탕을 먹었다. 재력이 있는 귀족들도 황제만큼은 아니지만 꿩, 자라 등 보양식에 가까운 탕을 먹었다. 백성들은 탕이 아닌 뜨거운 물을 대신 먹었다. 탕이 식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황제는 몸을 일으켰다. 황제의 시선이 강의 얼굴에 꽂혔다. 느슨하게 풀린 몸 상태가 딱 봐도 깊은 수면에 빠졌다. 담영이 눈치를 살폈으나 굳이 나서진 않았다.
어찌한담…. 허리에 손을 올리고, 흥미진진한 얼굴로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자는 강을 보던 황제는 금침을 잡았다. 궁녀들이 가져온 얇은 금침이었다. 황제는 금침 안에 강을 돌돌 말기 시작했다. 강의 머리와 발끝만이 금침 밖으로 나오고, 모든 것은 다 안에 욱여넣어 졌다. 완벽하게 강을 말아버린 황제는 강을 어깨에 짊어졌다. 강이 작게 신음했다.
하지만 황제가 다른 쪽 손으로 등을 토닥이자, 금세 사그라졌다. 황제는 유쾌한 웃음을 얼굴에 물들이며 걸음을 옮겼다.
“가지.”
“예, 폐하.”
황제는 장신의 강이 무겁지도 않은지 흐트러짐 없이 이동했다. 송요전 안으로 들어선 그는 가장 먼저 짐짝처럼 들고 온 강을 푹신한 의자에 앉혔다. 강의 머리가 앞으로 숙여졌다. 보석이 박힌 상에 박을 뻔했을 때, 황제가 민첩하게 강의 이마를 손으로 받쳤다.
“아가.”
황제가 웃음이 가득 밴 목소리로 강을 불렀다. 강의 눈꺼풀이 움찔했다. 금침에 둘러싸인 손이 무의식중에 나오려고 꿈틀거리는 게 밖에서 윤곽으로 보였다. 황제가 그 모습을 보고 이윽고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소리에 강이 눈을 느리게 떴다.
“아….”
“하하, 깼느냐? 귀여운 것. 그리 졸렸더냐?”
황제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며 강의 이마를 들어 올렸다. 아직도 제정신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 듯, 강이 초점이 없는 눈으로 주변을 보았다. 익숙한 광경이었다. 호화로운 보석이 박힌 상, 상 위에 올라간 청색 식기. 중앙에 김이 나오는 탕. 조반이었다. 눈을 여러 번 감았다가 뜬 강은 고개를 돌려 황제를 보았다. 소매는 쪽빛, 전체적인 색은 물에 염료를 풀어 얼룩이 지게 만든 평복을 입은 황제가 턱을 괴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웃고 있는 입매가 무척 아름다웠다. 퍽 즐거워 보이는 모양새였다.
“조반은 먹고 자거라. 기운이 허한 모양인데, 그럴수록 잘 먹어야지.”
강은 무안해져서 고개만 느리게 끄덕였다. 황제의 유일한 비인데, 조반 시중을 들긴커녕 황제가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고 있었다.
“폐하, 앞으로는 깨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은 전신을 둘러싼 금침을 만지작거렸다. 또다. 여명이 올 때까지 그에게 몰아붙여지고, 잠시 잠을 자고 일어나면 항상 이 모양이었다. 깨우면 되는데 꼭 이불에 말아서 아이처럼 데리고 왔다. 자신은 강보에 둘러싸일 아이가 아니었다.
“이제 다리가 나아서 혼자 잘 걸을 수 있습니다. 폐하께서 안고 다니지 않으셔도….”
“천자가 좋아서 그러는 거다.”
황제가 탕을 작은 사기에 덜어내며 말했다. 그가 강의 앞에 뜨끈하고 뽀얀 탕이 담긴 그릇을 내려놓았다. 비가 사용하는 황색 사기에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걸 지그시 보던 강은 갑자기 치미는 토기에 입을 틀어막았다. 황제의 눈이 차츰 커지더니, 확신에 찬 웃음으로 변했다. 그는 금침으로 몸을 가리고 계속 헛구역질을 하는 강의 등을 토닥였다.
“태의를 불러야겠다.”
강은 투명한 타액으로 물든 입가를 가리며 콜록거렸다. 황제가 직접 엄지로 강의 입가를 만져주었다. 그의 엄지가 노골적으로 살을 누르고 온기를 전해주는 행위에 가슴이 이상하게 뛰었다.
“여봐라!”
황제가 위엄에 찬 목소리로 밖을 향해 소리쳤다. 태감이 “예, 폐하.”라며 공손하게 대답했다. 황제는 강의 부스스한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환희가 감도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태의를 데려와라!”
강은 눈 만난 강아지처럼 행동하는 황제의 손목을 슬며시 잡아당겼다. 황제는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강을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얼마나 다정하고 달콤하던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쾌감보다 더 강한 자극이 곤두선 신경을 녹였다. 그의 손바닥이 뺨을 매만졌다. 강은 오목한 손바닥에 뺨을 맞대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사내다운 손바닥이 주는 강인함이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의 살 냄새가 좋아 무심코 강은 그의 살에 뺨을 비볐다. 몸에 밴 애교를 부리는 강이 사랑스러워 황제의 웃음이 진해졌다.
“아바마마.”
그리고 이런 식으로 분위기가 편하게 무르익으면 강은 과거로 돌아온 듯, 황제를 예전의 호칭으로 불렀다. 황제는 강의 등을 힘을 뺀 손으로 토닥거렸다. 부쩍 자란 머리카락이 뒷목을 덮고 있었다.
“또 필요가 없어지면, 죽이실 건가요?”
황제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는 강의 턱을 잡아 자신을 똑바로 보게 했다. 손에 힘을 주어 강이 절대 도망칠 수 없도록 하자, 강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나왔다. 여리고 하얀 피부가 금세 힘에 의해 붉어졌다.
“그대를 건드리면 죽이겠다.”
강의 눈이 커졌다. 황제는 턱에서 손을 빼내고, 강의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하나씩 떼어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상관없어. 자기들끼리 권력을 놓고 싸우든, 말든…. 그건 천자의 관심 밖이다. 천자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야. 그대의 안위지.”
황제는 돌을 맞은 수면처럼 파문이 일어나는 강의 검은 눈을 물끄러미 보았다. 기쁘긴 한데, 뒤끝이 무척 쓴 애정이었다. 다른 사람의 목숨이나 가족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 하나만 보는 지독하게 깊은 애정에 강은 손을 뻗어 그를 안았다. 황제는 강에게 스스로 기어들어가 안기고 눈을 감았다. 막 태의를 데리고 왔다고 알리려던 태감과 내관, 친군들은 황제의 등에 둘려진 강의 손을 보고 멈칫했다. 황제의 널찍한 등에 가려져 강의 몸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정도로 둘은 딱 달라붙어 있었다. 강의 손이 꾸물꾸물 움직여 애틋하게 황제의 등을 어루만졌다. 둘 사이에 희미한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건, 얇은 빛줄기와 선선한 바람뿐이었다.
담영은 뒤로 물러났고, 다른 이들도 따라서 물러나며 문을 닫았다. 다시 둘이 되어서야, 안심을 한 강이 그의 얼굴을 말간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황제가 말을 해보라는 듯 싱긋 웃었다.
“신첩과 폐하의 아이인데도, 사랑해주지 않으실 건가요?”
“천자의 아이는 오로지 그대뿐이야, 그 외의 아이는 의미가 없다.”
황제는 물러남이 없었다. 형제들이 있을 때처럼 강은 넌지시 애정을 달라고 부탁했지만, 황제는 지아비로서, 황제로서, 또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애정을 줄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 황제는 결국 자국이 남아버린 강의 날렵한 턱 선을 따라 손을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그대도 천자 외에 애정을 줄 생각은 없잖아.”
강이 움찔했다. 황제는 강이 자신을 밀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짓궂게 웃으며 뺨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고 속삭였다.
“그대의 어미를 버리고 날 선택했으니 말이야.”
황제는 뿌듯해 보였다. 강의 사랑을 독차지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무척 안도하고 기뻐하는 얼굴이라 강은 우울감에 젖어들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말을 반박하기엔 모든 광경이 황제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발버둥 친다 해도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는 따사로운 현실에 강은 그를 말없이 안았다.
“…폐하께선 정말 신첩만 사랑해주시는군요.”
그 사실이 이따금 슬프다는 걸, 황제는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이기적이고, 냉정하고…. 자신의 아이를 위해 모든 이를 희생시키고, 세상을 멸망시켜도 후회가 없을 사람이었다.
“그걸 이제 알았느냐?”
그래도 이렇게 그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걸 알았으니 괜찮겠지. 그냥 그에게 맡겨도 되겠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강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맞댄 채 중얼거렸다.
“그러면 아이들은 영원히 부모의 사랑을 못 받는 건가요. 너무 슬픈 사실인 것 같습니다….”
4살까지 황제의 애정을 받지 못해, 어머니와 청궁에 유폐되듯 살아가던 때가 드문드문 기억이 났다. 자신을 불쌍히 여겨준 진영왕이 아니었다면…. 강의 눈이 과거를 돌이키다 울적해졌다. 듬직하고 강하던 진영왕과 훗날 커서 자신을 노려보던 그의 눈이 겹쳐 보였다. 등이 서늘해지는 기분에 강은 황제의 품으로 파고들어 투정부리듯 이야기했다. 황제는 강이 걱정하는 부분을 알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천자는 그대를 제외하고, 진심으로 사랑해본 적이 없다. 그대의 아이라고 해도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아비로서 의무적으로 사랑해줄 순 있어도 그 이상은 바라지 말거라.”
황제가 강의 뺨을 손등으로 부드럽게 여러 번, 만지며 덧붙였다.
“그리고 다시는 그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무릎 꿇지도 말고. 그대가 무릎 꿇는 건, 천자의 다리 사이여야 해.”
“폐하!”
민망한 명령에 강이 그를 확 밀쳤다. 황제가 강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아, 소리가 나올 만큼 강한 힘이었다. 황제의 품에 다시 안기게 된 강은 포기한 듯 황제를 보았다. 황제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웃었다. 강은 하얀 피부 위에 새겨진 황제의 자국을 가리기 위해 소매를 내렸다.
“알겠으니 그만하세요. 신첩에겐 폐하밖에 없습니다. 또 폐하가 그렇게 만드시지 않으셨습니까? 다리도 부러뜨리시고, 신도 주지 않으시고.”
분통이 터졌다.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이젠 신도 주지 않아, 황제에게 새를 보내지 않는 이상 어딜 갈 수가 없었다. 강이 황제를 새침한 눈으로 노려보자 황제가 웃으며 옆에 앉았다.
“천자가 안아서 데려다주는 게 더 편할 텐데.”
“신첩도 다리가 있습니다.”
강이 매끈한 다리를 보여주었다. 체모가 적고, 관리를 받아 뽀얀 피부가 드러났다. 더불어 황제가 깨물고 빨아서 난 자국도 같이 나타났다. 강은 황제의 시선이 음란해지자 흠칫 놀라 옷자락을 내렸다.
어쩌다 대화가 여기까지 간 거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은 강은 한숨을 내쉬며 황제의 손등을 토닥였다. 황제를 살살 꼬드기고 달래는 솜씨가 날이 갈수록 발전했다. 언제 강압적으로 굴었냐는 듯 황제가 노곤하게 풀어져 웃었다.
“이제 그만 태의를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탕 냄새를 계속 맡으니 속이 울렁거립니다.”
강은 답답한 듯 명치 부분을 두들겼다. 황제가 강을 번쩍 안았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신을 가볍게 안고 다니는 황제를 보며 강은 쓰게 웃었다.
*
‘폐하, 경축드리옵니다!’
황제의 흔적이 빼곡히 남은 손목을 보기도 민망해하던 태의가 드디어 임신을 했다며 좋아했다. 황제의 품에 안겨 발 안에서 손을 내밀고 있던 강은 황제를 물끄러미 보았다. 황제의 손은 이미 아이가 있는 배에 붙어있었다. 아예 옷 안으로 들어올 기세였다. 남 앞에서 정사를 맺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황제인지라, 강은 겁이 나 그의 손목을 잡아 밀어냈다. 대신, 그가 삐칠까 봐 미리 손을 맞잡고 달랬다.
‘폐하, 이제 침전으로 가고 싶습니다. 머리도 아프고, 속도….’
빨리 사람들의 시선에서 도망치고 싶어 강이 황제의 귀에 대고 애원했다. 황제가 신을 주지 않아, 땅에 발을 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강보에 쌓인 아이처럼 안겨있었다. 황제의 비라고 하지만 장성한 사내가 사지 멀쩡해서 안겨있으니 얼마나 우습게 보일까.
‘이리 약하니 되도록 걷지 않는 게 좋겠군. 자칫 잘못하다 또 유산하면 곤란하니까.’
‘폐하….’
이젠 별의별 이유를 들어 신을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황제였다. 강이 어이가 없어서 그를 불렀지만 황제는 발 너머에서 엎드리고 있는 태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은가?’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폐하. 희비 마마는 태가 아직 약하셔서….’
결국 신을 되찾아 오는 시도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이 났다. 다시 강의 어깨엔 뾰롱뾰롱 소리를 내는 새가 돌아왔다. 새의 부리에 손을 갖다 대니 새가 부리를 비벼댔다. 거기다가 자기 목을 긁으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까만 콩알 같은 눈을 깜박이는 게 귀여워 웃으며 긁어주자 새가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가늘게 떴다.
“새야, 꿈에서 널 찾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강이 소곤소곤 물었다. 새가 아무것도 모르고 삐삐 울었다. 강과 나란히 침상에 앉아있던 황제는 읽고 있던 서적을 내려놓고, 강의 어깨를 잡았다. 강이 송아지 눈망울 같은 눈을 깜박였다.
“꿈을 꾸었어?”
이럴 때는 또 쓸데없이 감이 예리한 황제다. 강은 새를 검지에 올려두고, 고운 자태를 그림처럼 감상하며 황제 때문에 붓고 붉어진 입술을 열었다.
“예, 폐하. 아무래도 태몽인 것 같습니다. 신기하지요?”
강이 소담스럽게 웃으며 황제에게 새를 건넸다. 황제가 새를 받아들더니 대뜸 새장에 넣고 다가왔다. 그의 잇자국이 남은 목덜미를 만지는 손에 담긴 의도가 불순했다. 강은 아직 태가 약하여, 정사는 되도록 자제하라는 태의의 말을 떠올리고 황제를 보았다.
어찌 한다…. 강은 황제의 아랫도리를 유심히 보았다. 여기서 황제를 말리지 못하면, 아이를 잃는다. 그러면 계속 이런 상황이 순환하겠지. 임신 자체에 대한 황제의 집착을 뼈저리게 아는 강은 서둘러 황제의 손을 잡았다.
“폐하, 꿈에서 강아지 같은 늑대 두 마리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황제가 되물었다. 해볼 테면 계속 해보라는 식으로 뒷목의 여린 살을 엄지와 검지로 만졌다. 황제가 물고 빤 그 부근이 쓰라리고 아렸다. 강은 마른침을 삼키며 황제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만지작거렸다. 황제의 큰 앞발이 생각났다.
“…늑대인 아이가 태자가 될 기회가 많다면, 신첩은 이번 아이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흐음….”
황제는 강의 아랫배를 유심히 보았다. 그의 미소가 짙어졌다. 강의 귀 끝이 물에 탄 염료같이 말간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연이어 강의 입술에 닿은 황제가 기분 좋은 듯 웃었다.
“그대의 성교육은 아직 멀었지.”
“…예?”
강이 눈을 크게 떴다. 황제의 검지가 강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부드럽고 말캉한 혀를 고의적으로 문지른 황제가 눈을 내리떴다. 그의 긴 속눈썹에 빛이 걸렸다.
“좋은 기회야. 이번에는 그대의 구음 실력이 늘 수 있겠어.”
“…신첩이 잘하면 폐하께서 기분이 좋아지시나요?”
강이 순종적으로 물었다. 황제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강을 안아, 침상에 무릎 꿇게 했다. 다가오는 정사의 기운에 강의 눈가가 붉어졌다. 아직 석반 전이라 주변은 밝았고, 부산스러웠다. 황제는 강의 입술에 검지와 중지를 넣어 남근처럼 움직였다. 내벽처럼 입술도 말랑하고 예민한 강이 미묘한 움직임으로 느끼는지 황제의 손가락을 물고, 신음을 흘렸다.
“그대가 정사를 잘하는 것이 천자를 행복하게 해주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대의 행복이지. 그대가 행복해야 천자도 행복하다. 그대는 지금 행복한가?”
강의 커다란 눈이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강은 황제의 손가락을 엉성하게 빨아들이며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황제의 눈웃음이 그 상태로 고정되었다. 입술은 좀 더 벌어져 그의 고른 치열이 드러났다.
“내 아가, 역시 아비를 기쁘게 할 줄 아는구나.”
황제가 손가락을 빨도록 눈으로 명령했다. 강은 눈을 감고 혀에 집중했다. 사실 정사는 아프고 힘들다고 그에게 투정도 부리고 싶었다.
그러나 기절하고 일어나서, 쾌감에 미간을 찌푸리고 멍해진 그의 얼굴을 보면 그런 생각이 물에 씻기듯 사라졌다. 유일하게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그의 풀어진 얼굴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자신의 손길 한 번에 완전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구는 것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비록 그 끝이 힘들긴 했지만…. 멍하니 황제에 대한 생각을 실타래처럼 늘어놓던 강은 목구멍까지 들어온 손가락에 쿨럭였다.
“여기까지 들어갈 텐데.”
강은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틀었다. 황제와 손끝에 강의 타액이 연결되어 길게 늘어졌다.
“다, 다 삼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폐하. 너, 너무 크세요.”
황제의 남근은 일반 사내들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컸다. 지금이야 익숙해져서 받아들였지만, 초반에는 약 없이는 무리였다. 강의 눈꼬리에 맺힌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황제는 천천히 강의 눈물을 닦아주며, 다시 입안에 손가락을 넣었다. 힘들어도 자신이 황제의 비라는 걸 잘 자각하고 있는 강은 정성껏 손가락을 음미했다. 쭈웁, 쭙…. 마치 아이가 젖을 빠는 듯한 젖은 소리가 침상 아래에서 들려왔다. 황제는 강의 빠는 힘에 맞춰 손가락을 느리게 뺐다, 넣었다. 목젖까지 찌르는 기다란 손가락에 강이 손가락을 문 채 기침을 했으나 빼진 않았다. 어떻게든 적응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했다.
“그대의 이런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러워.”
황제의 눈에 애정이 듬뿍 담겼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지, 그것만 알고 골라 하는 강이 예뻤다. 딱 한 번,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도망쳤을 때만 빼고서 말이다.
그때는 차라리 강이 완전히 미치길 바랐다. 그래야 낙인을 찍어 황제의 소유라는 걸 증명하고, 영원히 유폐시켰을 테니까.
“천자를…. 유일하게 그런 눈으로 봐주고 사랑해주는 것도 그대밖에 없지.”
이렇게 괴롭게 하는데도, 초승달처럼 예쁜 곡선을 그리는 그의 눈과 입술을 보면 발바닥부터 쾌락이 치솟았다. 강은 손가락 두 개로 혓바닥부터 끝까지 긁고 누르는 손가락에 고개를 틀었다.
“크흑…!”
목이 얼얼하니 아팠다. 강이 목을 부여잡고 기침을 하는데, 황제가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도망가지 말라는 저의가 담긴 행동이었다. 눈을 질끈 감고, 고인 눈물을 모조리 바닥에 흩뿌린 강은 숨을 가다듬었다. 강의 눈의 초점이 고통과 저릿저릿한 쾌감으로 뭉개지기 시작했다. 황제가 강의 손을 잡아 앞섶을 풀게 했다. 굳은살이 많이 무뎌지고, 말랑해진 손가락이 황제의 바지를 풀어 단단하게 발기한 남근을 잡았다.
“입을 벌리고.”
아주 잠시 머뭇거리던 강이 입을 벌렸다. 황제가 강의 턱을 잡고 지시했다.
“더.”
강이 입을 벌려 촉촉한 입안을 보여주었다. 아래 구멍과 다를 바 없이 습윤하고 쫀득한 윗구멍에 황제의 눈이 음험하게 짙어졌다. 황제는 강의 머리채를 잡은 손을 당겨 삼키도록 강요했다. 강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오면서, 혀도 같이 나와 황제의 미끈한 귀두를 핥았다.
“더 삼켜야지?”
황제가 아래턱을 잡고 힘을 주었다. 악력에 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황제의 남근을 조심스럽게 삼켰다.
“우웁.”
절로 숨이 막히는 소리가 나왔다. 강은 두 손을 황제의 허벅지에 올리고, 숨을 코로 쉬려고 노력했다. 처음 황제가 입맞춤을 가르쳤을 때를 기억하려 애썼지만, 남근의 비릿한 맛에 생각이 무뎌지고 있었다. 강의 눈이 완연하게 풀리는 시기를 눈여겨보던 황제가 허리를 세워 좀 더 밀어넣었다.
“으읍! 아…!”
목젖을 단숨에 찌르고 들어오는 두꺼운 남근에 강이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황제는 울면 가학적인 성향이 자극되는지 멈추지 않았다. 지금도 남근에 닿는 더운 숨결과 축축함에 정신을 못 차리고, 강을 어설프게 달랬다.
“괜찮단다. 자….”
황제의 허벅지를 잡는 손에 힘이 우악스럽게 들어갔다. 황제의 웃음소리가 위에서 춤사위처럼 나붓거렸다. 황제의 손은 아래로 내려와 강의 목젖 부근을 만졌다. 토기가 올라오며 호흡도 거칠어졌다. 황제는 남근에 닿고 뭉개지는 강의 신음에 황홀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강은 눈을 감고 황제의 남근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강이 힘을 풀고 가만히 있자, 허락으로 받아들인 황제가 입안 점막과 딱 밀착할 정도로 넣었다. 깊은 삽입에 강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흰자가 보였다. 황제가 강의 머리채를 잡고 뒤로 잡아끌며 남근을 빼내자, 강이 고개를 숙이며 숨을 헐떡였다. 목구멍까지 치고 들어갔더니 괴로운지 강이 목을 잡고 흐느꼈다.
“흐윽….아, 아바마마, 여, 여기까지 들어왔는데….”
강이 목을 더듬으며 중얼거렸다. 눈물이 핑 돌고 있는 강의 눈을 훑던 황제의 시선이 강의 아래에 꽂혔다. 강의 남근이 발기했다. 구음을 하는 도중에, 연한 점막을 귀두로 비벼줬더니 느낀 듯했다. 강도 느꼈다는 희열에 황제의 금안이 반짝거렸다. 황제의 눈에 스치는 이채에 강은 멍하니 눈을 깜박거렸다.
“잘했다. 울지 말거라, 아가. 그리 울면 아비 보고 어떻게 참으라고?”
그새 부은 듯한 입술을 달싹여 강이 거칠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파서. 눈물이 자꾸 납니다.”
“이런, 아직 더 배워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
황제가 강의 뒷목을 잡아 고정하고서, 남근을 잡아 강의 뺨을 때렸다. 둔한 통증이 뺨에 일어났다.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단번에 후각을 마비시켰다. 둔탁한 몽둥이로 맞는 듯한 느낌에 강이 고개를 돌리자, 황제가 똑바로 보라는 듯 축축해진 남근을 얼굴에 비볐다.
“읏….”
강이 얼굴을 찡그렸다. 황제의 남근이 눈, 코, 입술, 뺨, 전부 닿았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냄새를 묻혔다. 그 냄새에 질식할 것 같다고 느낄 때쯤, 황제가 입술에 여러 번 귀두를 마찰했다. 삼키라는 건가 싶어 강이 혀를 내밀어 남근을 할짝거렸다. 황제의 입술이 벌어지며 나른한 신음이 나왔다. 고양감에 차오른 듯한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강은 조심스럽게 입을 벌려 남근을 입에 머금었다. 단지 물었을 뿐인데 입안을 가득 메우는 크기에 숨을 느리게 내쉬었다. 황제는 강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소매로 입을 가리고 우아하게 웃었다. 소매를 접은 황제가 강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더 삼키라는 의도로 잡아 누르자 강이 눈을 감고 숨과 함께 그의 남근을 받아들였다. 생각지도 못한 압박감에 강이 눈에 힘을 주었다. 그 탓에 눈물이 붉은 뺨에 투명한 선을 남기며 흘러내렸다.
“옳지.”
황제가 강의 머리를 칭찬의 의미를 담아 슬슬 쓰다듬었다. 강은 황제의 남근을 잠시 뱉어내고, 남근의 뿌리를 잡아 고정하고서 혀를 내밀어 귀두와 요도, 그리고 울퉁불퉁하게 돋아난 혈관까지 어리숙하게 핥았다. 종종 황제가 해주던 구음을 기억했는지, 머뭇거리다가 남근을 들어 올리고 고환을 하나씩 입에 넣어 혓바닥에 굴렸다.
“으음….”
황제가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다리를 더 벌렸다. 그의 허벅지가 들썩거렸다. 그의 허벅지를 안은 채 강은 고개를 더 숙였다. 황제는 어떻게 해줬더라. 머리로 과거를 돌이켜보던 강은 목구멍을 이용해 남근을 꾸역꾸역 받았다. 목구멍이 아래처럼 확장되는 기분에 머리가 멍해졌다.
“역시, 경험만큼 좋은 교육은 없는 법이지…. 잘하는구나. 그래, 그렇게….”
황제의 아미가 쾌락으로 물들어 찌푸려진다. 그는 쾌락이 슬슬 차오르면 저런 식의 표정을 지었다. 그의 얼굴을 살펴보며 목구멍까지 받아들였던 남근을 빼냈다. 강의 숨이 등산한 사람처럼 급하고 거칠었다. 강의 입에 고인 타액이 턱을 타고 주르륵 흘렀다. 손바닥으로 타액을 닦아낼 틈도 없이 황제가 입에 남근을 곧장 찔러넣었다. 강의 몸이 뒤로 물러나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머리를 고정하고 허리를 움직였다. 거센 움직임에 강의 상체가 흠칫 떨렸다.
“크흡!”
목구멍까지 짓이기듯 들어온 남근에 강의 눈이 뒤집혔다. 아래에서 나는 젖은 소리보다 훨씬 질척한 소리가 위에서 터져 나왔다. 강의 어깨가 들썩였다. 잡을 곳이 없어 황제의 허벅지를 잡고 버텼다. 치아에 귀두가 걸리더니, 이내 황제가 막힌 신음을 뱉어내며 안에 파정했다. 동시에 강의 남근도 벌떡 선 채로 벌벌거리더니 사정했다. 강의 앞섶이 젖어들었다. 황제의 남근을 여전히 입에 머금고 있는 상태로 강은 무의식중에 정액을 삼켰다. 비린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이 선연했다. 황제의 남근이 빠져나가고 나서야, 기침을 마구잡이로 토해냈다. 눈물도 같이 흘러내렸다. 목구멍이 타는 듯한 느낌이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황제는 바닥에 엎어져 탈력감에 젖어있는 강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강은 지쳤는지 얼굴을 황제의 허벅지에 댔다.
“신첩이….”
강이 구음을 잘했느냐고, 물으려다 민망해져 얼굴을 숙였다. 도저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강은 새빨개진 얼굴을 가리고 그 안에서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입에서 정액 맛이 나는 듯 했다.
“그대가 구음을 못 해서 천자가 매우 흡족하다면 화를 낼 것인가?”
“…아닙니다.”
황제가 픽 웃었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강을 안아 올렸다.
“석 달 정도 기다려야 하니, 그동안 구음 실력이 늘겠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뭐든지 하면 다 늘게 되어있는 법이니까.”
“네, 폐하.”
황제가 고분고분하게 대답하는 강의 옷차림을 살폈다. 앞이 구음을 하다 흘린 타액으로 흠뻑 젖었다. 곧 있으면 궁녀들이 석반을 들러 가야 한다며 들이닥칠 것이다. 지금 씻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침상에 누워 있는 강을 금침으로 싸기 시작했다. 강이 기겁했다.
“폐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신첩도 발이 있고, 다리도 멀쩡합니다. 충분히 걸어갈 수 있습니다.”
“그 모습으로 가겠다고?”
황제가 화려한 꽃과 나비가 새겨진 평복을 매만지며 물었다. 강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갔다.
“천자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으니…. 자, 이리 오렴.”
“도대체 언제쯤이면 신첩의 발로 걸을 수 있습니까? 이러다 걷는 법도 잊을 것 같습니다, 폐하.”
금침으로 감싸인 강이 피곤한 얼굴로 넋두리하듯 중얼거렸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러다가 걷는 법도 잊을 것 같았다. 외정에선 가마를 타고 다녔다고 해도, 내정에선 걸을 수 있었는데. 강이 시무룩해져 그러고 있으니 황제가 강과 이마를 아프지 않게 부딪히며 눈을 마주쳤다. 강은 이미 황제의 품에 단단히 안긴 상태였다.
“왜 그리 걷고 싶어 하지? 어릴 때는 맨날 안아달라고 칭얼거리더니.”
강이 그를 보고 눈을 느리게 깜박이다가 무심코 대답했다.
“신첩도 폐하가 보고 싶을 때 가고 싶으니까요.”
황제가 우두커니 걸음을 멈추고 강을 뚫어져라 보았다. 강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한지도 모르는지 옅게 미소를 지었다. 황제의 금안이 매섭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강은 황제의 목에 팔을 댄 상태로 속삭였다.
“보고 싶을 땐 어찌해야 하죠? 신첩은 그런 방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신을 주세요. 그러면서 강이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차마 오래 볼 수 없는지 황제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폐하?”
“알았다.”
“정말요? 이제 신을 주시는 겁니까?”
강이 신나서 해맑은 얼굴로 물었다. 황제가 넋이 나간 듯 강을 보았다. 강이 금침에 싸인 채 안겨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황명에 감읍할 뿐입니다, 폐하.”
그리 말한 강이 황제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황제는 그만 비틀거렸다. 여기서 사르르 녹아내릴 것 같았다.
*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지면이 이글이글 끓는 시간에 나온 터라 금세 몸이 땀으로 젖었다. 더위를 잘 타는 지홍왕은 황궁에 들어서기 전부터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황제가 특별히 보낸 내관들이 차양막을 들고 다가와 몸을 가려주지 않았다면 아마 황궁에 오기도 전에 기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지홍왕은 왕부에서 데리고 온 노비가 들고 있던 함을 직접 들었다. 노비는 황궁 밖에서 공손하게 지홍왕에게 절을 했다. 그는 노비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자신의 가마에 올라탔다. 네 명의 힘 좋은 내관들이 가마를 일으켰다. 지홍왕은 한적한 그늘에서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태후를 꼭 닮은 요사스러운 눈매로 황궁을 살폈다. 언제 소란스러웠는지 모를 만큼 침묵에 잠긴 황궁을 보며 지홍왕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평화롭군.”
지홍왕은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고개를 젖히며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내관이 허리를 숙이며 비위를 맞추었다,
“다 폐하의 아량과 은덕 덕분이옵니다, 전하.”
“아니지.”
지홍왕이 부채로 입가를 가리고 눈웃음을 살포시 지으며 말했다.
“희비 마마의 희생 덕분이다. 마마가 폐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연국은 춘추에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겠지. 이런 효도와 사랑이 또 어디 있겠는가?”
능청스러운 지홍왕의 언변에 내관은 으레 웃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딱히 답을 원한 대화가 아니었기에 지홍왕도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가마는 외정에 있는 화비전 앞에 멈췄다. 지홍왕은 직접 들고 온 함을 챙겨 가마에서 일어났다. 왕부에서 올 때부터 누구에게도 주지 않고 본인이 가져온 함을 금이야, 옥이야 아끼더니 궁에서도 똑같이 행동했다. 지홍왕은 화비전을 지키고, 연국을 상징하는 두 마리의 늑대가 있는 계단을 올랐다. 내군들이 지홍왕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뜨거운 태양을 가로지르며 화비전 안으로 들어선 지홍왕은 어좌에 앉아있는 황제를 보았다. 그는 나삼처럼 얇은 물빛 평복을 입고 반듯하게 앉아있었다. 내관 수십 명을 곁에 두고, 각지에서 올라온 상소문을 인상 쓰며 읽고 있던 황제는 지홍왕이 왔다는 소리에 이윽고 고개를 들었다. 황제가 손을 들어 최측근만 두고 다른 이들은 내보냈다.
“고귀한 천제 폐하를 뵙사옵니다. 신 지홍왕, 폐하의 부름을 받고 왔나이다.”
지홍왕이 땅에 무릎을 대고, 정갈한 태도로 인사를 올리며 느긋하게 물었다. 상소문을 접어 옆에 둔 황제가 턱을 괴고서 입을 열었다.
“무엄한 녀석. 늦었구나.”
말은 타박이면서, 어투나 행동은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황제는 태감을 불렀다.
“그대와 대장, 부대장만 두고 모두 나가도록.”
항상 황제의 뒤를 든든하게 지키는 암군이 따로 있었기에 태감은 다른 말없이 수많은 인원을 물렸다. 화비전의 정중앙, 친왕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거나, 대신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때 사용하는 넓은 장소에 발에 채일 정도로 묵직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것을 발처럼 거둔 건 이 정적을 조절하는 황제였다. 어좌에서 일어난 황제가 연단을 느리게 내려와 지홍왕이 손수 가져온 함을 집어 들었다.
“무겁군.”
“본래 선물은 무거울수록 좋은 법이지요.”
지홍왕이 태후와 똑같은 얼굴로 다르게 웃었다. 샘물처럼 맑고 차가운 미소였다. 황제는 말없이 얼마 남지 않은 혈육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홍왕이 손을 맞잡으며 벌떡 일어났다. 황제의 관자놀이 부근에 지홍왕의 정수리가 닿았다.
“희비 마마가 회임을 하셨다 들었습니다. 경축드리옵니다, 폐하.”
황제는 열쇠를 건네며 능글맞게 축하를 주는 지홍왕을 보며 픽 웃었다. 유려한 입술에서 어쩔 수 없이 달콤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회임을 하니, 정사를 맺지 못하여 불만이더구나. 덕분에 구음 실력이 늘었지만…. 답답하단 말이지.”
황제의 진지한 어조에 지홍왕이 소리 내어 웃었다.
“마마께서 그래도 정사에 적극적으로 변하셨나 봅니다? 어렸을 땐 영 수줍음이 많으셔서 폐하께 안기는 것도 못 하시지 않았습니까?”
황궁에 여러 번 있는 절일이나 축하연에 참석할 때, 강은 황제의 권유로 그의 허벅지에 앉아있어야 했다. 5살에 불과했던 황자 강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으면 흠칫 놀라 황자의 용포나 장의에 파고들어 얼굴을 가리곤 했다. 황제의 긴 소매를 가져가 젖살이 통통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은 지홍왕이 보아도 제법 귀여워 웃곤 했다. 그랬던 강은 변함없이 혼례식에서도 대범하게 나오지 못했다. 약이 없었다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만큼 강은 하얗게 질려 벌벌 떨었다.
그 정도로 수치심에 약해 눈물을 어룽거리던 강이 황제에게 적극적으로 변했다라…. 놀라운 일이었다. 조카의 어색한 허리 놀림이 웬만한 남창 저리 가라 할 만큼 변했을지 궁금해진 지홍왕이었다. 지홍왕의 개구진 미소를 무감한 눈으로 보던 황제는 열쇠를 이용해 함을 열었다.
“그대에게 더 이상 아이를 보여줄 일은 없으니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도록.”
“아쉽군요.”
“…그대도 참 고약해.”
“아들을 비로 삼은 폐하만 하겠습니까?”
지홍왕이기에 가능한 야릇하고 꼬인 대화였다. 황제는 기분 나빠하긴커녕, 정무로 비틀어진 속을 달래주는 농에 웃었다.
“천자의 감정을 먼저 알아채고, 알려준 게 그대라고 하면 아이가 무척 화를 내겠군.”
지홍왕이 말없이 입술 끝을 올렸다. 얄미운 미소였다. 황제는 지홍왕을 보고 우아한 눈웃음을 보여주다, 열린 함에 예쁘게 묶인 보자기를 열었다. 황실의 상징인, 늑대가 새겨진 붉은 보자기가 황제의 하얀 손가락에서 풀어져 그 안에 담긴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오동나무 함, 그리고 보자기에 둘둘 말린 그것은 황제의 손자였다. 강이 스물이 되기 전에 사망한 진영왕의 아들이자 황제의 친손자였다. 손자 중에 늑대로 변할 수 있는 아이가 있다면 위험한 일이었다. 반란의 가능성도 있었으니, 황제는 적극적으로 그들을 찾아냈다.
마침내 동굴에 숨어 지내던 진영왕의 아들과 며느리를 찾아냈고, 지홍왕을 보내 모조리 죽여 머리를 잘라오라 명을 내렸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늑대로 변한 지홍왕은 조카들의 아이를 찾아내 남자, 여자, 배 속에 있는 아기 상관없이 다 죽여서 머리만 잘라왔다. 시체를 들고 오기엔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손자의 얼굴을 보는 황제의 얼굴은 지독하게 서늘했다. 턱을 매만지며 골똘히 생각하던 황제는 지홍왕을 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대도 천자가 지독하다 생각하나?”
“혈육이라 해도 칼을 겨누면 적이니 몰살 시키는 건 당연합니다. 괜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살려두었다가 반란을 일으키면 곤란하니까요.”
지홍왕도 입을 벌리고 죽은 늑대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권력을 나눌 수 있는 존재란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그걸 아이도 머리론 알지만, 가슴으로 이해 못 하더구나. 멍청한 건지, 똑똑한 건지.”
그리 말하면서 황제는 예뻐 죽겠다는 얼굴로 웃었다. 지홍왕도 따라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희비 마마의 역할은 폐하를 위해 정사를 열심히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적극적으로 나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똑똑하십니다. 영특한 분이시죠.”
자신이 강이라면, 친아버지를 연인으로 삼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그 애정은 기본적으로 아들이 아버지를 존경하는 사랑이었다. 그건 정사를 맺고, 아이를 임신해도 연인으로 사랑하는 감정이 될 수 없었다.
“백성들은 뭐라 하더냐?”
황제가 물었다. 지홍왕은 고민할 겨를 없이 말했다.
“아버지를 잡아먹은 여우라더군요.”
“더더욱 밖은 못 나가겠군. 나가더라도, 그 소리를 듣고 제정신은 유지할 수 없겠지. 좋은 징조다.”
강을 사랑하는데, 방향이 심각하게 왜곡된 사랑에 지홍왕은 쓰게 웃었다. 비밀리에 태가 생기는 약을 먹기 시작했던 강이 초췌한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던 게 생각났다. 정말 심각하게 아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걱정할까 봐,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비틀거리는 강을 두고 볼 수 없어 늑대가 되어 등에 태우고 황제에게 데려갔다. 그러면서 너에게 적합한 혼처가 나타날 거라고 진심이 담긴 농을 했었는데…. 은근히 미안해졌다.
“폐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좀 더 다정하게, 부드럽게 대해주십시오.”
“그래서 오늘은 말을 태워줄까 한다. 원래부터 말을 좋아하는 아이였으니까, 무척 좋아하겠지.”
황제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칭찬을 바라는 얼굴이었다. 국사를 볼 때는 한없이 냉정하고 위엄이 넘치던 황제가 강에 관련할 때면 영락없이 처음 사랑을 해보는 소년 같았다. 그 차이가 풋풋하고 귀여웠다.
“폐하, 옛날처럼 희비 마마를 앞에 태우고 같이 달리면 어떠실까요? 황궁의 말들은 튼튼하고 체격이 좋으니 가능할 겁니다.”
“…같이라.”
둘이, 같이.
두 개의 단어를 입에 넣고 음란하게 굴리던 황제가 싱긋 웃었다.
“참, 어머니께서 희비를 뵙길 고대하고 계십니다.”
태후 이야기에 황제는 코웃음 쳤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얼굴에 오만한 빛이 서렸다.
“천자와 희비의 아이를 감시하려는 거겠지. 돌아가서 친히 전하거라. 어머니의 역할을 끝났으니, 겉으로나마 가지고 있는 태후 자리 잘 지키시라고.”
황제가 어머니가 아닌 적을 보는 듯한 차분한 눈으로 지홍왕을 보며 입을 열었다.
“천자를 지배한다 믿겠지만, 어머니는 아무것도 아니야. 천자를 지배할 수 있는 오로지 내 아이뿐이다.”
“…어머니의 상태가 정상이 아닌데, 괜찮겠습니까?”
“내버려둬라.”
황제가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차가운 얼굴로 웃었다.
“그 정도로 어머니는 돌아가시지 않는다. 여정인도 보거라. 그렇게 광증에 걸려 미친개처럼 날뛰어도 살아있지 않은가?”
황제는 사람은 그리 쉽게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체라며 투덜거렸다. 지홍왕도 거기에 넌지시 맞장구를 치며 황제와 나란히 걸어 밖으로 나왔다. 뜨뜻한 햇볕이 온 세상에 범람하고 있었다.
*
황제의 아이를 배 속에 가지게 된 후 안정기에 들어서고 나서야 강은 자신의 발로 걸을 수 있었다. 황제는 강이 아장아장 걷는 아기라고 생각을 했는지, 강의 발로 걷지 못하게 했다. 넘어지면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연거푸 말하며, 꼭 안아서 이동했다. 처음에 느꼈던 민망함도 시간이 흐르자 익숙해져, 강은 태연하게 그의 품에 안겨갈 수 있었다.
신을 신고 궁녀의 손을 잡은 채,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오게 된 강은 불과 몇 달 전과 다른 모습에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때는 몸이 건강해서 무엇을 해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발목이 부쩍 약해져 오래 걷지도 못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지끈지끈거리며 시려와 걸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황제의 아이를 임신해 어떤 행동을 하든 ‘마마, 옥체를 소중히 하십시오.’라는 소리부터 들어 무언가를 할 수가 없었다.
강은 아직 판판한 아랫배를 만졌다. 정말 여기에 아이가 있단 말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배를 쳐다보던 강은 자신을 기다리는 시선을 감지하고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의 대접을 받으며 가마에 올라탄 강은 부는 바람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자 머리 위로 금세 차양막이 올라왔다. 팔뚝이 건장한 내관이 무게가 상당한 차양막을 들고 강을 더위로부터 지켰다.
가마에 등을 기댄 강은 황제가 입히고 간 옷을 살펴보았다. 왕부에 있을 때보다 황궁에서 살 때 옷이 훨씬 화려했다. 옷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호화로워졌다.
아이를 가지니 가끔씩 혼자 있을 때면 어머니가 생각났다. 듣자하니, 냉궁에 계실 때 거의 반 미쳐갔다고 들었다. 황제에게 원한의 말을 내뱉고, 황제가 없으면 냉궁 벽에 머리를 박고. 소리를 치고, 냉궁에 갇힌 첩들과 몸싸움까지 벌여 결국 오라를 받아 줄에 묶여있었다고.
미쳐가는 그녀를 차마 볼 수도, 듣고 싶지도 않아 내보내기로 한 건데…. 이제 와서 어머니가 보고 싶다니. 어쩔 수 없는 혈연에 묶였다. 황제에게 물어볼까. 어머니가 잘 계시느냐고.
이런 문제에 관해 이야기 할 사람도 한 명도 없다니. 광활하고 아름답지만, 그만큼 외로움도 컸다. 강은 가마에 머리를 숙인 채 가만히 발끝을 보았다.
빨리 황제를 만나야겠다. 계속 혼자 있다간, 상념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강은 말을 타기로 약속한 넓은 들 같은 사냥터에 내려 자신의 발로 걸었다. 오랜만에 녹음을 맛보며 걷고 싶었다. 바람이 불었다. 뺨을 건드리고 가는 미약한 바람이 기분 좋아, 눈을 반쯤 감았다.
녹음이 눅눅하게 젖은 냄새가 코끝을 바람에 따라 스치고 지나갔다. 황제의 체취보다 좋진 않았다. 황제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사내답고 무거웠으며, 끝은 달달했다. 품은 매우 아늑했고, 목소리는 듣기 좋은 중저음이었으며, 웃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운…. 그런 사내이자 아버지였고, 자신의 배에 있는 아이의 아버지였다.
완전히 혈연에 묶여버렸다. 혈연이라서 감당할 수 없었다. 새삼스럽게 오늘따라 과거의 일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왕부에 들이닥친 꽃가마와 담영의 이상한 눈빛. 자신의 발로 들어간 순간, 이미 그의 덫에 빠져들어 어쩔 수 없이 다리를 벌려야 했다. 그에게 한 번도 싫다는 말을 해보지 못한 머리와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으니까.
정신을 차린 후에야 그만해달라고, 제발 여기서 멈춰달라고 빌었지만 그는 고압적이었다. 오히려 밀어내는 강을 다그쳤다. 벌벌 떨며 애원해도 그는 ‘그만’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 만큼 괴로웠는데…. 어느 순간, 아버지라서, 어쩔 수 없으니까,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그를 받아들였다.
결국 그렇게 발버둥 쳤던 혈연이라는 근원에 묶인 것이다. 그 상징이 배 속에 있는 아이였다. 자신의 아이지만, 동시에 동생이었고, 황제에게도 비슷한 위치의 아이가 되어버렸다.
이런 몸이 되었는데 어머니를 보고 싶다고? 미친 짓이었다. 감히 어머니를 생각해서는 안 되는 몸이었다. 온몸에 아버지의 애첩이라는 낙인을 찍고 어머니를 생각한 자신이 가증스러워서 강은 건조하게 웃었다. 황제의 그늘에 숨고 싶어도 이렇게 그로 인해 괴로워질 때면….
“기다렸구나, 내 아가.”
“…폐하.”
그는 기가 막힌 때에 자신을 찾아와 눈을 가렸다. 자신이 보기 싫은 현실을 거두어갔다. 안도의 숨이 터졌다. 강은 그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이제 그만 생각하자. 후회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으니까. 오늘 이후로 절대, 다시는 과거를 들추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강은 몸을 돌렸다. 쏟아지는 빛 속에 황제가 서서 웃고 있었다. 강도 따라 소담스럽게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
“보세요, 폐하. 신첩이 폐하를 먼저 기다리니 좋지 않으십니까?”
“좋구나.”
황제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 간지러워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역시, 자신은 혼자 있으면 안 된다. 강은 그리 생각하며 황제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폐하, 신첩을 혼자 두지 마세요.”
“왜?”
“…폐하가 안 계시면, 자꾸… 안 좋은 생각이 들어서요. 폐하께서 계시면 괜찮은데, 폐하가 안 계시면….”
말로 솔직한 고백을 토해내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솟아났다. 강은 그의 허리를 꼭 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괜찮다고 홀로 속삭여도 그간 힘들었는지 눈물이 났다. 익숙해지려 해도 이런 식으로 감정이 솟아나면 너무 괴로웠다. 그가 매정한 아버지가 아니라 너무 다정하고 상냥한 존재라서. 황제는 우는 강의 등을 토닥이며 안아주었다.
“죽어서도 그대를 혼자 두지 않겠다.”
강의 눈이 커졌다. 황제는 강의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고, 다른 팔로 허리를 단숨에 잡아끌며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먼저 시작한 건 나니까 모든 벌은 내가 받겠다. 그대는 지금처럼 내 곁에만 있어. 다른 건 하지 않아도 좋아. 아버지와 아들로, 해서는 안 될 짓을 벌였으니… 저승에서 가서 심판은 내가 받겠다. 그대는, 내 뒤에 숨어. 그대는 겁이 많잖아. 또 외로움도 많이 타지.”
황제는 말없이 눈물을 후드득 떨어트리는 강의 얼굴을 연신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었다.
“이 아비가 예전부터 말하지 않았느냐? 강아, 너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단다. 그저, 이 아비 곁에 예쁘게 웃어만 주면 돼.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마렴. 아비가 말한 대로, 아비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삿된 것들이야. 그대의 어미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이 아비만 믿고…. 아비의 뒤에 숨어.”
강은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그가 말한 것은 못된 것인데도 진실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혼란함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했고, 마구잡이로 다루었는데.
“네, 폐하. 송구합니다. 신첩이 홀로 있으면 헛된 생각이 들어서….”
황제가 괜찮다며 웃었다. 그는 눈물 젖은 뺨을 소매로 닦아주었다. 그 손길이 너무 부드러워 이대로 녹아내려 땅의 양분이 될 것 같았다.
“난 그대와 부자지간이라 좋았는데. 그대의 모든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그러니, 미래에도 내 아들로 태어나주면 안 되겠는가? 아니면 아버지로.”
그러나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얼굴을 찡그렸다.
“아버지를 강간하는 아들은 좀 그렇군. 역시, 아들이 좋아. 내 취향대로 키운 아이고, 내 뜻대로 커 줘서 더 좋았거든.”
양심이라곤 하나도 없는 황제의 발언에 강은 허탈하게 웃었다.
“…미래에는 평범한 연인으로 사랑해주시면 안 될까요, 폐하. 미래에도 폐하께서 아버지면…. 신첩은 좀 괴로울 것 같습니다.”
좀 많이, 정말 많이 괴로울 것 같습니다.
강이 울적한 얼굴로 그리 말했다. 황제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랑하면 되는데, 뭐가 그리 힘들지?”
“…아버지니까요.”
강의 음성은 무척 썼다. 황제가 좋은 약이라고 몰래 속이며 먹였던 약보다도 쓴맛에 몸을 떨며 중얼거렸다.
“아버지를 사랑해요. 하지만… 좀 더 자유롭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강은 그의 손에 깍지를 꼈다. 이제 인정해야 했다. 그를 사랑한다. 어느 순간인지 모르지만, 그를 향한 애정의 방향이 변모했다. 그를 내 남자로서 사랑했다. 그가 사랑에 빠져 웃고, 어이없다는 식으로 얼굴을 찌푸리고… 자신을 향해 보여주는 그 모든 반응에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황제를 사랑한다. 아버지를 사랑한다. 연혼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
강은 그 사실을 마음 깊숙한 곳, 혈연을 바탕으로 한 곳에 새기며 그를 똑바로 보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연모하고 있습니다, 폐하.”
황제의 숨이 멎었다. 강은 흠칫 놀라며 도망가려는 그의 손을 잡아당기고 먼저 입을 맞추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흔들리는 건 황제였다. 강은 발돋움을 해서 그와의 입맞춤을 더 깊이 했다. 이대로 저승까지 가는 거다. 강은 그의 손을 꼭 잡고, 그가 가르쳐준 대로 혀를 이용해 그를 옭아맸다. 호흡이 거칠어졌다. 황제가 강의 의도를 알아채고 아예 몸을 안아 입을 계속 맞추었다. 너무 괴로워서 강이 그의 어깨를 밀며 고개를 떼어내도, 그가 득달같이 달라붙었다.
“하아, 하아…. 폐하.”
강이 심호흡을 하며 그의 얼굴을 더듬었다. 아름다운 얼굴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의 턱 끝에 고정된 끈을 풀어버렸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래.”
“그때는….”
강은 눈물을 삼키며, 그를 안고 속삭였다. 당신을 사랑하지만, 아버지라는 사실은 너무 괴롭습니다. 본심은 안으로 욱여 삼킨 강이 그의 얼굴을 보고 애써 웃었다.
“평범한 인연으로 와주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곳에서, 계속.”
황제는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하마.”
그대가 원하니까.
그가 대답하며 입을 맞추었다. 뜨거웠다. 너무 뜨거워서…. 머리가 멍해졌다.
*
몇 번이나 입을 맞추고, 몇 번이나 삽입을 했을까. 횟수를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그와의 정사는 길었다. 흔들거리는 시야로 땀에 젖은 그의 얼굴이 보였다. 눈가가 짓뭉개질 만큼 눈물을 흘리던 강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가 좋아하는 행동이었다.
“아!”
내벽에서 홧홧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가 단번에 남근을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넣었다. 저릿저릿한 쾌감에 머리가 침상에 비벼졌다. 강은 그를 더욱 세게 안았다. 자칫 그의 등에 흉이 남을까 봐 손톱을 세우지도 못했다. 강의 배려에 흐릿하게 웃던 황제가 강의 팔뚝을 잡아 눌렀다.
“아파….”
강의 무의식적으로 애원했다.
“아파요, 제발…. 살살… 아!”
제발…. 반복해서 말하는 목소리에 울음이 선명했다. 강은 눈물에 흠뻑 젖은 눈을 떠 황제를 보았다. 아랫배가 얼얼했다. 황제의 남근을 받아들인 내벽 또한 상태는 다르지 않았다. 남근이 꽂힌 점막이 마찰에 일일이 반응했다. 버거움에 강이 아랫배를 감싸다가, 볼록 튀어나온 감각에 화들짝 놀랐다. 황제가 소리 내어 웃으며, 강의 손바닥과 판판한 배 사이에 손을 넣어 꾹꾹 눌렀다. 아릿한 감각에 강이 울었다.
“아파요… 아윽!”
황제가 이를 세워 강의 목덜미를 물었다. 흥분하면 늘상 나오는 반응인데 오늘따라 거칠었다. 결국 흘러나온 피를 황제가 혀를 내밀어 핥아먹었다. 정말 그에게 잡아먹히는 기분에 강은 오들오들 떨었다. 그 와중에도 아랫배를 만지는 황제의 손은 그곳에 머물러 무언가를 확인하려 들었다.
“이곳에 천자의 아이가 있는 것인가? 기분이 새롭군.”
강의 입에서 대답이 아닌 더운 숨이 나왔다. 황제 때문에 달궈진 숨이었다. 황제는 강의 뺨에 입술을 대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강의 체취가 눈물에 젖어 더 진하게 나왔다.
“아이와 같은 배를 공유하고 있구나.”
그걸 알면 제발 살살 좀 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느라 바쁜 입은 흐느낄 뿐,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황제는 강을 안은 채, 몸을 빙글 돌렸다. 남근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점막이 쓸리는 느낌에 강이 고개를 수그리며 바들바들 떨었다. 쾌감과 고통이 뒤섞인 오묘한 감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했다. 강의 발가락이 곱아들며 떨렸다. 고개를 젖히고 감각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던 강은 멍하니 눈을 떴다. 달빛이 스민 침전에 황제가 누워서 허리를 얕게 움직이고 있다. 강은 그의 단단한 가슴에 손을 올리며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아이도 아비가 들어오니 좋다고 하는가?”
“모, 모르… 아!”
그가 말을 하며 깊숙이 들어와 느끼는 지점을 귀두로 찔러버리니 남근이 섰다. 너무 좋아서, 다리가 반사적으로 오므라들었다. 앞을 만지지 않아도 이미 정액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근육이 촘촘한 배 위에 묽은 액이 묻어있는 게 보였다. 황제는 남근에 따라 윤곽이 생긴 배를 만지며 재차 물었다.
“아, 천자가 말하는 아이가 그대인지, 배 속의 아이인지 모르는 것인가?”
황제가 야릇한 농을 하며 손가락을 뻗어 강의 혀를 만졌다. 강은 그의 손가락을 문 채 쪽쪽 빨았다. 넣어주는 족족, 의심도 안 하고 무조건 빨아들이고 애무하는 구멍에 황제의 금안이 짙어졌다. 더 세게, 잔인하게, 울다 지칠 때까지 몰아붙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 완전히 마음을 열어준 아이에게 그랬다간 아이가 도망갈 거 같아 참았다. 어떻게 얻은 아들인데. 황제는 낮은 목소리를 울리며 웃었다. 황제의 손이 말랑해진 강의 피부를 어루만졌다.
확실히 임신을 해서 그런지, 피부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근육이 빠진 자리가 말캉하다. 유실이 달린 가슴도 곧 그리되겠지. 황제는 예전보다 도톰해진 유두를 양쪽 손으로 잡아당겼다.
“앗…!”
강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움찔 떤다. 좋은지 허벅지 근육이 힘이 잔뜩 들어갔다. 황제의 남근을 조이는 내벽에도 힘이 들어가, 황제도 신음했다. 황제의 눈빛에 이채가 서리더니, 강의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비틀었다.
“아흣!”
“이렇게 잘 느끼는데, 이걸 아이에게 주겠다고?”
“아, 아응…!”
정말, 사람을 미치게 할 정도로 강이 느끼고 있었다. 임신을 해서 그런가. 달라진 반응을 눈과 남근으로 느끼며 황제는 통통하게 변한 유두를 만지작거렸다. 힘을 주어 꽉 누르기도 하고, 힘을 풀어 살살 만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강은 고개를 숙이고 움찔 떨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황제는 손을 내리고, 다시 자세를 바꿔 강을 침상에 눕혔다. 강의 다리가 황제의 어깨에 걸쳐졌다. 그사이 부은 유두에 입술을 갖다 대자 강이 흠칫 놀라 황제를 보았다. 황제가 웃으며 포도알 같은 유두를 입에 머금고 힘을 조절해 빨아주자 강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나마 남아있던 이성이 모조리 사라지고, 온전히 쾌락에 떠는 강이 남았다.
“아, 아바마마, 아흑, 좋아요… 아앗!”
유륜까지 흡입해서 쪽쪽 소리가 나오게 빨아주자 강이 구겨진 금침을 잡으며 허리를 비틀었다. 허리를 타고 흐르는 쾌감에 몸이 전율한다. 머리에 머물던 희미한 죄책감마저 황제가 주는 애정과 쾌락에 씻겨 나갔다. 강은 살갗이 벗겨질 만큼 유두에 집착해서 빠는 황제의 등을 만졌다. 생생한 근육이 느껴졌다. 황제는 강의 머리 사이에 손을 두고,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유두에 진득하게 묻은 타액이 옆구리를 타고 조금씩, 빗방울처럼 흘렀다.
“아응, 아, 폐하, 으읏…! 아흣!”
“유산 걱정은 안 해도 돼. 천자의 아이가 그리 쉽게 죽을 리 없으니까.”
너무 잘 살아서 문제였지만. 그 말을 비릿하게 생각한 황제는 강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허리를 퍽, 퍽 소리 나게 쳐올렸다. 둔부에 황제의 고환이 짓눌리고, 음모가 느껴졌다. 황제의 팔뚝이 선명하게 나타난 핏줄이 달빛 아래에서 요동쳤다. 황제는 땀을 흘리며 자신의 아래에 깔려 흐느끼는 강을 보았다.
검은 머리가 땀에 젖어있다. 쓸어 올리자 상기된 뺨이 보였다. 그 위로는 눈물이 맺힌 새치름한 눈가가 보인다.
“아바마마, 아, 아아….”
황제의 남근이 입구에 걸릴 정도로 빠르게 빠져나가고, 그것보다 더 빨리 들어와 점막을 쓸어버리자 강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황제의 움직임이 너무 셌는지 눈물이 매달려 있지 못했다.
“서방님의 아이를 가져서 어떻지?”
황제가 저잣거리에서 활동하는 파락호처럼 질 낮게 물었다. 평상시라면 질색했을 강은 멍한 눈을 깜박이며 눈물에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요, 서방님.”
“얼마나?”
황제가 귀에 대고 물었다. 간지러움에 강이 “으응….” 하고 신음했다가, 황제가 쳐올리는 힘에 헐떡였다. 아랫배에 남은 감각은 이제 쾌감밖에 없다.
“많이….”
강이 울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황제가 귀여운지 웃음을 터트리며 허리를 난잡하게 움직였다. 화려한 침상과 듬직한 황제 사이의 낀 강의 몸이 힘없는 인형처럼 움직였다. 황제의 어깨에 걸쳐져 있던 매끈한 다리도 내려와 팔뚝에 걸쳐졌다. 황제는 무릎 안쪽 살을 잡아 강의 다리를 침상에 닿을 정도로 눌렀다. 허리가 들리며 그만큼 황제의 남근이 푹푹 쑤셔 들어왔다.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깊고, 빠르게, 느끼는 지점만 공략하는 남근에 눈꺼풀 안쪽에서 빛이 요동쳤다.
“그대의 소원대로 아우를 낳게 되었군. 아우가 하나면 외로울 테니, 몇 명 더 나을까? 그대의 생각은 어떻지?”
강이 고개를 저었다.
“흐음, 아이는 그리 생각하지 않은 거 같은데.”
황제가 웃음기 밴 목소리로 너그럽게 대답하더니, 강의 안쪽에 파정했다. 둘이 동시에 신음했다. 눈꺼풀에 보이는 빛들이 점멸했다.
이제 끝인가. 강은 눈물에 젖은 시야 속에서 황제를 찾아냈다. 황제의 뺨이 뜨겁다. 자신으로 인해 느낀 건가.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그의 은발을 다정하게 쓸어 만진 강이 그를 안으며 중얼거렸다.
“아이는….”
강이 눈을 감고 손에서 힘을 뺐다. 더 이상 의식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지금도?”
황제가 뒷말이 듣고 싶어 강을 깨워보았지만, 심연 같은 무의식에 몸을 맡겼는지 강이 눈을 뜨지 않았다. 황제는 강의 안에 여전히 남근을 넣은 상태로 있었다.
강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깨워볼까 싶었지만 노곤히 잠든 강을 깨우고 싶지 않아 관두었다.
황제는 남근을 빼지 않고 강을 그대로 들어 올렸다. 걸을 때마다 그사이 발기한 남근이 안을 제멋대로 찔러대자 강이 무의식에서 신음했다. 황제의 어깨에서 걸쳐진 팔과 머리가 흔들거렸다.
끝까지 가지 못하고 기절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강은 잘 모르지만 황제는 이런 식으로 삽입을 한 채 움직여 침전에서 멀지 않은 탕으로 향했다. 처음엔 경악하던 궁녀들도 지금은 익숙해져,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온전히 둘만의 세계가 되었다. 황제는 어깨에 늘어져 미동도 없는 강을 안고 뜨뜻한 물이 담긴 탕으로 들어갔다. 덩치가 좋은 황제와 그의 품에 아이처럼 안긴 강이 입수하자 물이 넘쳐났다. 안개가 자욱한 공간에 황제의 흥얼거림이 스며들었다.
“음….”
강이 따스한 물에 피로가 풀리는지 눈을 꿈틀거렸다. 눈에 힘을 주고 사방을 살펴보던 강은 이윽고 이곳이 늘 오던 탕이라는 걸 알고 안심했는지, 다시 눈을 감았다.
“앗!”
그러나 아래에서 황제가 허리를 붙잡고 움직이자,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갔다. 설마. 강은 손을 내려 퉁퉁 부은 입구를 만져보았다. 아직 황제가 안에 있었다. 강은 입술을 깨물며 황제를 보았다.
“정녕 신첩이 유산을 해야 그만하실 건가요?”
“유산은 하지 않을 텐데.”
강은 따스한 물속에서, 황제의 종마 같은 허벅지에 앉아 신음을 삼켰다. 황제가 금방이라도 매섭게 움직일 것 같았다. 그를 노려보았으나 황제는 강을 고의적으로 무시하며 난간 쪽을 잡게 했다. 강이 싫다고 반항했다.
“싫어요, 물속에선… 아!”
“물속에서 하면 부드럽고 더 좋단다. 아직 그 부분까진 읽지 않은 건가? 공부가 부족하군.”
황제가 강의 날씬한 허리를 잡았다. 강은 팔뚝에 이마를 대고 숨을 골랐다. 싫어야 했는데, 확실히 반항해야 했는데…. 무작정 싫지가 않아서 문제였다. 그가 느릿하게 슬슬, 아프지 않게 움직이자 찌릿한 쾌감이 용솟음쳤다. 눈앞이 흐려졌다.
습기 때문인가. 하지만 습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
황제가 탕 안에서도 힘껏 움직였다. 점막에 황제의 남근이 새겨질 만큼 정확하고 센 움직임에 강의 등이 숙여졌다. 힘이 바짝 들어간 등이 바들바들 떨렸다. 목덜미를 다 덮는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목덜미를 드문드문 드러냈다. 황제가 물고 맛본 자리들이 온통 붉었다. 막 생긴 자국들이 물 때문에 번들거렸다. 저걸 보고 참으라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뒷방 노인네도 단번에 세울 만큼 어여쁜 모습에 황제는 허리를 움직였다.
“아으읏!”
단번에 느끼는 지점까지 삽입하자 강이 난간을 꽉 잡고 울음을 왈칵 터트렸다. 뱃가죽을 뚫을 것 같은 힘에 강이 황제의 배를 손바닥으로 밀어내며 말했다.
“아, 아기가… 아기가 다칠지도 모릅니다, 폐하.”
“그대는 이론으로 공부해서 잘 모르겠지만.”
황제가 웃으며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 강의 호흡이 불안정해졌다. 눈가에 매달린 눈물의 양이 확연히 알 만큼 늘어났다.
“생각보다 아이는 그리 쉽게 다치지 않아. 물론, 유산도.”
그 말을 덧붙인 황제가 이전과는 다르게 힘을 실어 남근을 쑤셔 박았다. 힘을 못 이기고 강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허겁지겁 중심을 잡은 강은 다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물과 함께 황제의 남근이 꾸역꾸역 들어와 점막을 뜨겁게 만들었다. 내벽에 아예 불이 붙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 이렇게 뜨거울 리가. 강은 마모가 잘 되어 매끈한 난간을 잡고 버티며 입술을 짓이겼다. 잇새로 무력하게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아…. 흣, 아읏… 으응….”
물이 안에 들어와 내벽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황제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폐하는 항상 좋다는 말만 하신다고 타박하려 했던 강의 생각은 들어온 물에 의해 잊히고 있었다. 황제의 호언장담대로 물이 안을 적셔 침상에서 할 때보다 부드러웠다. 움직임은 둔해졌지만, 농밀해졌다. 강은 팔뚝에 이마를 대고서 눈을 감았다.
“아흑….”
무시하려 했던 쾌감이 배 안에서 휘몰아친다. 황제는 자꾸만 쓰러지려는 강의 허리를 아예 누르게 하여 자세를 안정적이게 만들었다. 강은 난간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버텨야 했다. 배가 눌리고, 가슴이 뻐근했지만 안을 파고드는 남근을 기대하느라 그런 통증은 금세 잊을 수 있었다. 자세를 바꾸느라 빠져나간 남근이 붉게 부은 회음부를 긁어 내렸다. 여린 살이 귀두에 쓸려 따가웠다. 아직 닫히지 않은 입구에 대고, 직격으로 힘을 실어 박았다. 단숨에 아랫배를 채우는 중량감에 강이 숨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앗, 앗…!”
날씬한 허리를 잡은 손과 길을 내는 남근에 강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황제가 뒤에서 웃었다.
“그대의 윗입처럼 축축해졌어.”
황제가 팽팽하게 당겨진 강의 목에 입술을 댔다. 땀과 물이 섞여 농도가 연해졌다. 수면이 움직임에 맞춰 춤을 췄다. 물 위에 살포시 주저앉은 빛도 춤사위에 동참했다.
찰박, 찰박….
“으응….”
그리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히 몸을 풀 수 있는 온도 때문일까. 황제의 남근을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성인 남성 두 명이 승마를 하듯 마구잡이로 몸을 움직여도 탕은 여유가 있었다. 강을 엎드리게 해서 뒷목을 빨며 정사를 즐기던 황제는 탕에 앉고, 거기에 강을 앉혔다. 아래에서 위로, 몸을 뚫을 것처럼 들어오는 거대한 남근에 고개를 젖힌 강이 흐느끼면서도 황제를 놓지 않았다. 황제는 엄지로 남근을 품어 부풀어 오른 배를 눌렀다.
“아윽!”
“너무 잘 느끼잖아. 정말 아픈 거 맞나?”
강이 겨우 눈을 떴다. 새빨개진 눈가로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내렸다. 황제는 고양이처럼 배에 대고 엄지를 꾹꾹 눌렀다. 강이 급기야 너무 느껴버렸는지,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저었다. 무의식중에 손등을 깨물던 강은 황제가 손목을 잡아 뒤로 비틀어버리자, 고개를 흔들었다.
“이상해요….”
“무엇이?”
한 손으로 강의 손목을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남근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봉긋 솟는 부분을 눌렀다. 강의 몸이 퍼뜩 움직였다. 얼얼하게 아픈데, 뒤를 따라오는 쾌감이 오묘했다. 그래서 자꾸 도망가고 싶었으나, 황제가 허락하지 않았다.
“아바마마,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물속에 너무 오래 있었다. 안은 녹진하게 풀려 편했지만, 머리가 혼미하고 가슴이 빨리 뛰었다. 강의 불규칙한 심장소리를 들은 황제가 삽입한 채 몸을 일으켰다. 궁녀들이 황제를 보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으나, 음험한 눈빛과 그에게 작은 짐승처럼 매달려 있는 강을 보자 잘 훈련 받은 사람처럼 흩어졌다.
“앗, 앗…!”
황제가 걸을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남근이 내부를 찔렀다. 배꼽 아래 있는 느끼는 지점에 뭉툭한 귀두가 비벼졌고, 그 옆에 있는 미묘한 방향으로도 마찰했다. 황제의 허리에 감긴 두 다리가 반사적으로 황제를 옭아맸다. 강의 남근도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벌떡 기립해 황제의 복근에 거미줄 같은 흔적을 남겼다. 황제와 강이 진득하게 결합되어 움직일 때마다 아래에 물이 고였다. 황제는 강을 젖은 상태로 침상에 눕혔다. 일반 백성은 꿈도 꾸지 못할 화려한 금침이 엉망으로 변했다.
“아아, 폐하….”
그러나 둘 중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강의 두 팔이 황제의 넓은 어깨에 걸렸다. 황제는 고개를 숙이면서 삽입을 깊게 하고 잇자국이 남은 유두를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그대도 좋지?”
강이 열에 혼미해진 눈을 깜박였다. 황제가 꽃잎을 박은 듯한 볼에 입을 연신 쪽쪽 맞추며 속삭였다.
“아우를 직접 낳아서? 세상에서 제일 돈독한 사이가 될 테니까.”
강은 말없이 그를 응시하다, 달빛 아래에서 찬란하게 웃는 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아바마마가 행복하다면…. 그리 생각한 강은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젖은 소리가 위와 아래에서 질퍽질퍽 울렸다.
“강아.”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강의 눈이 떠졌다. 황제가 강의 턱을 매만지며 애타는 목소리로 부탁했다.
“사랑한다고… 말해다오.”
“사랑합니다, 폐하.”
황제의 눈이 초승달처럼 어여쁜 호선을 그렸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외모였다. 모든 이가 사랑한 남자였지만, 오로지 자신만 봐주고 사랑해주는 이 눈에 강은 퐁당 빠졌다. 황제는 버릇처럼 강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게걸스럽게 체취를 빨아들였다. 황제의 허리가 빠르게 안을 누볐다. 강은 신음을 삼키며 그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황제의 손이 강의 손에 겹쳐지고, 깍지가 끼워졌다. 다부진 그의 근육이 품 안에 온전히 들어오지 않아도 좋았다. 어른스러운 품이, 사내다운 체취가, 강에게 황홀한 마비를 주었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강은 그의 체취를 마음껏 음미하며 눈을 감았다.
*
황자들이 12세가 되면 성궁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성에 관해서 만큼은 어머니의 고귀함이나 황제의 승은을 받아 생기는 품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툭하면 시비를 걸고 으르렁거리던 황자들도 그곳에서는 한없이 너그러워졌다. 성교육을 빌미로 황자들은 자진해서 성궁에 들어가기도 했다. 강의 형제들도 12세가 되기가 무섭게 그곳을 드나들며 기술을 익혔다. 황자들에게 특별히 궁녀들까지 사사해가며 성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처첩 또한 느껴야 임신이 잘 된다는 이야기 때문이었다. 성교육뿐만 아니라 임신과 출산의 과정도 상세하게 가르쳤다. 연국은 부부가 같이 육아를 도맡아 했다. 그렇기에 성장과정에 따른 아이들의 교육 방법도 배웠다.
즉, 성궁은 혼례를 맞이할 황자를 위한 예비 가정교육 기관이었다. 혼례의 적령기에 들어선 강도 성궁에 갈 생각에 설렜다. 그 당시엔 살아있던 진영왕과 경혜왕이 둘이서만 은밀한 담소를 나누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황제의 애정을 대놓고 받은 후로 형제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강은 다시 형제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아했다.
그러나 황제가 ‘영현왕은 아직 어리고 작아서 성궁에 보낼 수 없다. 그곳은 너무 위험한 곳이니까.’라며 성궁 출입을 금지했다. 자기보다 어린 소현왕도 쫄래쫄래 형들을 쫓아가는 걸 보고 강은 황제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엉엉 울었다. 형제들이 자기만 빼놓고 놀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었다. 너는 성궁에 가지 않아 대화를 할 수 없어. 늘 자기편이었던 진영왕도 딱 잘라 말하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혼자 양녕전에 머물게 된 강은 갑자기 서러워져 책상에 엎어졌다. 폐하께 한번 말씀을 드려보시지요, 전하. 담영의 충고에 강은 벌떡 일어나 황제를 찾아갔다. 강은 패를 올리지 않아도 원할 때 황제를 보러 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황제는 천금궁이 아니라 외정에 있는 태화전에 있었다. 그곳에서 진지한 얼굴로 상소문을 읽고 있는 황제에게 냅다 달려갔다. 회랑부터 달려와 헉헉거리는 아들의 얼굴을 마주 보는 황제의 얼굴이 따사로웠다.
‘아바마마, 소, 소자도, 서, 성궁에 보내주세요.’
성궁이란 이야기에 황제가 곁에 머물던 학자들을 내보냈다. 그들이 슬금슬금 빠져나갔다. 황제는 강의 뺨에 달라붙은 땀을 닦아주며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내 아가, 그곳은 위험하단다. 널 보내기엔 그곳은….’
‘아정도 가는 걸요.’
소현왕의 아명을 말하며 강의 황제의 옷깃을 조막만한 손으로 잡았다. 황제의 눈이 즐겁다는 듯 예쁜 웃음을 그렸다.
‘그 아이는 무얼 하든 상관없단다. 하지만 내 아가는 다르지.’
황제가 두 손을 뻗어 강의 겨드랑이에 꽂아, 이제 제법 여물어가는 몸을 안아 올렸다. 강이 언제 올지 몰라 준비한 당과를 조심스레 검지와 엄지로 잡아 입에 갖다 대주었다. 강이 반사적으로 입을 벌려 당과를 물었다.
‘이리 아기 같은데.’
‘네?’
강만 단 걸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모든 형제들이 당과를 좋아했다. 저잣거리의 아이들과 달리 황자들은 귀한 핏줄이라는 이유로 먹는 것도 제한당해야 했는데, 당과도 그중 하나였다. 어릴 때부터 단맛에 길들여지면 편식을 한다며, 품계에 따라 당과를 주곤 했다. 늘 제한된 간식과 과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좋아했는데 그런 점을 들어 자신이 어린아이 같다고 하니 억울했다.
‘형제들도 좋아합니다. 소자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니다.’
‘네?’
황제는 당과를 먹느라 오물오물거리는 입술을 검지로 톡, 건드리며 말했다.
‘넌 아직도 아기 같아.’
턱을 괴고, 우아하게 웃는 모습에 강은 그가 주는 당과만 씹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저 얼굴로 확신에 차서 말하는데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덕분에 강은 황제의 얼굴과 독특한 분위기, 언변에 넘어가 성궁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황제의 비로서 성궁에 가지 못했다. 황제는 성적으로 무지몽매한 강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비빈들이 읽는 서적이었다. 처음 받았을 땐 아무것도 모르고 서적을 폈다가, 낯 뜨겁게 그려진 장면에 화들짝 놀라 서적을 던졌다. 황제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어쩔 줄 모르는 강을 보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황제는 떨어진 서적을 집어 들어 강에게 주었다.
‘늘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 인식시키고, 실천을 해야 한단다. 그래야 공부가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강은 머뭇거리며 서적을 다시 잡았다. 황제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등을 돌렸다. 그는 강이 부탁한 대로, 성군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잘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자신이 말한 것대로 서방님으로 돌아와 듬뿍 예뻐해 주었다. 더불어 공부도 열심히 하는지 알아보겠다며, 강을 침상에 엎드리게 했다.
‘공부는 실천이지.’
황제가 싫다고 고개를 젓는 강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강의 침의를 벗기며 그는 입을 진득하게 맞추고, 타액이 연결된 채 중얼거렸다.
‘활을 처음 배울 때를 생각해 보거라. 끝없이 연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법이란다.’
또… 그때처럼, 성궁에 가고 싶다고 매달릴 때처럼 그의 아름다운 얼굴과 유려한 말솜씨에 넘어가 어쩌다 보니 침상에 엎드리게 되었다.
이게 아닌데? 어? 어?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 홀려버렸는지, 그만하라고 말하려 했을 때 이미 황제가 둔부에 향유를 치덕치덕 바르고 있었다. 황제는 자신을 겁에 질린 눈으로 쳐다보는 아들의 하얀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강의 얼굴이 일순 일그러졌다.
‘서적을 소리 내어 읽거라.’
‘저, 정말로요?’
‘천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황제가 왼쪽 손으로 우아하게 둔부를 벌리고, 오른쪽 검지를 밀어 넣어 촘촘한 주름을 헤집었다.
‘어서 읽어. 복습은 아비와 해야지?’
그리하여 시작된 밤마다 황제와 복습하기는 만삭이 되어도 진행되었다. 살이 은은하게 비치는 나삼으로 만든 얇은 침의를 입은 강은 바들바들 떨며 침상에 엎드려 있었다. 창을 통해 들어온 달빛이 강의 등을 마음껏 적셨다. 긴 머리카락이 강의 뺨에 이파리처럼 나붓거렸다.
“배가 무거운데….”
만삭인지라, 이제 배가 묵직해 엎드려 있는 게 힘들었다. 황제의 손이 대답 대신 만월처럼 뽀얗고 하얗게 찬 가슴을 꽉 잡았다. 황제가 물고 빨아 까진 유두가 그의 단단한 손바닥에 짓눌려지며 쓰라렸다.
하지만 그만큼 고통을 희석하는 쾌감이 몰려와 허벅지가 달달 떨렸다. 무심코 서적에 이마가 닿고, 종이가 뭉개졌다.
“귀한 서적을 망칠 셈이냐?”
황제가 쯧, 하고 혀를 차며 강의 배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당겼다. 강의 귀가 무척 빨갛게 달아올라 달빛 속에서 잉어처럼 돋보였다. 황제는 픽 웃으며 손을 더듬거려 가슴을 양쪽에서 잡고 주물렀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슴을 주무르며 유두를 살짝 꼬집었는데 강이 벌써부터 자지러지게 느끼며 침상을 긁어 내렸다. 읽으라고 준 야릇한 서적에서 아예 시선을 뗀 채, 풍성한 금침에 얼굴을 파묻었다.
“흐읍….”
강의 어깨가 사시나무 떨리듯 마구 움직였다. 황제는 엎드린 채 옴짝달싹도 못 하고 가만히 있는 아들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만지며 부드러운 살을 음미했다. 확실히 임신을 하고, 만삭이 다가오자 가슴은 손에 딱 쥐기 좋을 만큼 부풀었다. 유두는 연한 분홍색에서 선홍색으로 변했다. 배는 쌍생아를 품고 있는 터라 일반 여성들보다 조금 더 부풀었다.
“아가, 서적을 보렴. 지금 우리는 복습을 하고 있는 거란다.”
“모, 못 하겠… 으응…!”
가슴을 한 번에 꽉 잡고 유두가 뜨거워질 정도로 비비적거리자 강이 참지 못하고 울었다. 강은 유두가 너무 민감했다. 황제는 아직 젖이 나오지 않는 풍만한 가슴을 쥐고 마음껏 맛보다가, 손을 내려 바지를 슬슬 벗겼다. 강의 남근이 이미 한 번 사정해 앞이 축축했다. 황제는 둔부를 벌려 고개를 댔다. 깨끗이 씻은 구멍이 보였다. 양쪽 살을 잡아 벌리자, 잘 다물려 있던 내벽이 빠끔 열리며 발간 속살을 보여주었다.
“아비도 다시 복습을 해 볼까? 그대는 서적을 읽도록.”
황제의 혀가 아무렇지 않게 촘촘한 주름을 핥았다. 강은 금침을 꽉 잡은 채 막힌 신음을 흘렸다. 팔뚝에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눈을 감고 질척한 소리를 흘리던 황제는 타액으로 흠뻑 젖은 턱을 매만지며 조신하게 말했다.
“안 읽으면 계속하겠다.”
“하, 하, 할 테니까….”
강은 울면서 고개를 들었다. 황제가 피식 웃으며 둔부를 벌리고, 발갛게 부은 회음부를 혀로 쓸어 올렸다.
“나, 남근을 만삭일 때 받아들이면 안에 불어난 양기와 음기가 만나…. 부부간의 정이 돈독… 아! 그만!”
강이 화들짝 놀라며 울음을 왈칵 터트렸다. 황제의 혀가 남근인 것처럼 안으로 불쑥 들어올 뻔한 것이다. 강이 금침을 잡은 채 앞으로 기어갔다. 흠뻑 젖은 둔부가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향유를 딱히 바르지 않아도 충분히 축축한 상태였다.
황제는 남근을 꺼내어 통통하게 부은 회음부를 마찰했다. 둔탁한 귀두가 연약한 회음부를 몇 번 쓸자, 금세 빨갛게 부었다.
“그대는 닿는 곳마다 붉구나.”
황제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강이 흐느끼면서 서적의 문장을 읽는 소리가 그 위에 겹쳤다.
“아비의 정을 받은 아이는 건강하고… 읏!”
“그리고?”
황제의 귀두가 한 번에 입구를 누르면서 내려오고, 그 아래 말캉한 고환까지 타액을 연결해주었다. 강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금침을 잡은 채 헐떡였다. 강의 손등에 사내다운 핏줄이 융기했다. 움푹 파인 자리엔 달빛이 소담스럽게 피었다. 황제가 손자국이 남은 두부 같은 살을 남근으로 탁, 탁 때리자 뜨거움에 강이 어깨를 움츠렸다. 황제가 어서 읽으라며 채근했다. 강은 눈물을 뚝뚝 흘렸지만, 이게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걸 알기에 황제를 원망하지 않았다.
“태에 아비의 정이 들어오면, 아이는… 흐윽!”
몇 번이고 황제는 삽입을 하겠다는 저의를 보였다. 황제의 남근이 느슨해진 입구가 닫힐 때쯤, 꺼덕거리는 남근을 잡아 넣었다. 말 그대로 힘을 실어 꾹 누르자, 남근이 쑥 들어갔다. 이미 황제의 것에 맞게 길들여진 내벽은 별 무리 없이 남근을 꽉 조였다. 황제는 뜨겁고, 질척거리는 내부로 들어가자 강의 가슴을 더듬거리던 손을 내려 부른 배를 만졌다. 태동이 느껴졌다. 황제의 핏줄답게 벌써부터 아이들의 활동력이 좋은 듯했다.
강은 금침에 손바닥을 대고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서적에 톡톡 떨어졌다. 강의 뿌연 시야에 만삭의 여인의 지아비의 남근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상세히 그려져 있었다. 여인은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기쁨을 만끽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여인의 부푼 가슴을 만지는 사내도 마찬가지였다. 결합은 아픈 것이 아니라 쾌락을 위한 것이며, 그게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게 서적의 내용이었다.
강은 호흡을 가다듬고 금침에 이마를 댔다. 안으로 파고들고, 점막을 긁으며 빠져나가는 남근에 의해 신음이 토막 나 금침에 뒹굴었다.
“하아… 아! 읏, 아, 거기…!”
방심한 사이, 황제가 무자비하게 다물리려는 점막을 파고들어 느끼는 부위까지 직격했다. 척추를 타고 쾌감이 흐르며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남근도 같이 떨리고, 흔들리며 양이 적어진 정액을 흘려보냈다. 황제의 손이 양쪽 가슴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유두를 제 것처럼 비벼댔다. 아프다고 중얼거리기엔, 느끼는 게 더 커서 강은 뺨을 금침에 댄 채 움찔거렸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쓰여 있지?”
강은 서적을 보았다. 시야가 자꾸 흔들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강은 황제가 빠져나가고, 가슴을 잡으며 남근을 박기 전에 서둘러 문장을 읽었다. 유려한 필체로 그 문구가 적혀있었다.
“네, 네에…. 아응… 아, 좋아요…!”
“이런, 내 아이가 더 좋아하는구나.”
황제가 산처럼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강이 지레 겁을 먹고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가자, 그가 발목을 휙 잡아 아래로 끌었다. 안 그래도 강제로 부러진 발목은 약했고, 힘을 가하면 쉽게 아팠기 때문에 강은 반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끌려갔다.
“아!”
황제가 강의 머리를 누르며 허리를 위에서 아래로 쑤셔 박듯, 거침없이 넣었다. 점막이 찔걱, 하고 눌리며 열린다.
“아흑!”
강의 몸이 안으로 둥글게 말렸다. 황제가 강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 꽉 잡았다.
“아가, 좋으냐?”
“조, 좋아… 요, 아흑, 더, 더…!”
강이 자신도 모르게 강렬한 쾌감을 찾으며 허리를 움직였다. 배가 무거워 제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황제의 남근이 빠르게 들어올 때마다, 태동도 격해졌다. 배가 뭉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렇게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