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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라 키워놨더니 집착광공 됐는데-105화 (완결) (105/105)

105화 – 에필로그 (2) 完

그레이트 홀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도착하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들 대부분은 채이와도 일면식이 있는 귀족들이다. 이번 이벤트는 연회와 다르기 때문에 하객들이 차분하게 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고, 혼례가 이루어질 단상 위에는 교황청에서 온 신부와 그를 따르는 수녀, 수도사들이 델리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채이다!”

그때 채이를 가장 먼저 알아본 실비에트가 손을 흔들며 쪼르르 달려왔다. 함께 있던 페르난데와 벤냑스도 이리로 다가왔다. 에녹은 시간을 확인하면서도 잠시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주점 지인들은 딱 봐도 ‘나 귀족이오’ 하는 사람들이 다가오니 부담스러웠는지 채이에게 먼저 가 보겠다며 속삭였다.

“우리는 어디에 앉으면 되나?”

“저기 구석에 대충 앉지 뭐.”

자리를 이동하며 나누는 아저씨들의 대화가 들리던 것도 잠시. 채이를 와락 끌어안은 실비에트가 지인들을 눈으로 배웅하던 채이의 시야를 가리고 말았다. 폴리모프가 실비에트의 성장을 반영하는 듯 덩치도 그렇고 키도 그렇고 이전보다 훌쩍 커버려서, 그가 끌어안으니 채이는 폭 싸일 정도였다.

“채이! 너무 보고 싶었엉.”

“어이구. 많이 컸네.”

“그치? 나도 아빠만큼 크려고!”

아직 정신 연령은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이야. 이렇게 보니까 네가 아깝다.”

채이가 실비에트의 등을 도닥여 주는 동안, 실실 웃던 페르난데가 이 자리에 없는 레오나드를 향해 시비를 걸었다. 레오나드의 러트일을 넘기고 약 반년이 흐르는 동안 그의 머리카락도 어깨를 넘길 만큼 길어져서 이제는 하나로 대충 묶고 다니는 페르난데였다.

그렇게 모두 많은 변화의 과정을 보내고 있었지만….

역시 근 반년 동안 가장 크게 변한 건 벤냑스일 터였다.

“채이 님. 오늘 너무 멋있으세요.”

가만히 지켜보던 벤냑스가 수줍게 인사를 건네 왔다. 하지만 소심하여 안절부절못하던 이전과 달리 훨씬 차분해진 모습이었고… 무엇보다 연약하던 골격이 크고 단단해졌으며, 채이보다 작던 키도 이제는 채이와 비슷해졌다.

아직 어린 나이라 그렇다지만 뒤늦게 폭풍 성장을 하고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벤냑스와 나이가 똑같은 레오나드도 키가 아주 조금 더 컸다고 했지만 그 변화가 벤냑스만큼 뚜렷하진 않았으니까. 벤냑스는 정말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마치 제어 장치가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고마워요, 벤. 키가 더 큰 것 같네요? 조금 더 크면 페르랑도 비슷해지겠다.”

“그건 왠지 기분 나쁜데.”

옆에서 듣고 있던 페르난데가 중얼거렸지만 무시했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근데 성장통 때문인지 요즘 마디마디가 너무 아파서….”

“좋은 거죠, 뭐. 이때 아니면 이제 언제 더 크겠어요.”

채이가 벤냑스의 어깨를 토닥이며 격려하자 벤냑스도 미소로 답했다. 그즈음 침묵으로 곁을 지키고 있던 에녹이 델리온의 시선을 신호로 받고는 채이에게 “이제 가서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고 일러 주었고 그제야 채이도 바쁘게 자리를 옮겼다.

이후 본격적인 혼례식이 진행되었다. 채이와 레오나드가 신부님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올라가 마주 보고, 결혼 선서를 세 번 읽은 후 배우자에 대한 맹세를 하는 것까지. 일반적인 결혼식 절차와 상당히 비슷했다.

채이는 살면서 이런 걸 직접 해 보는 게 처음이라 낯설고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도 뭔가 부끄러워서 긴장했지만, 에녹이 사전에 몇 번이나 혼례식 절차와 말해야 하는 선서 내용을 미리 가르쳐 주었기에 도중 실수하는 일은 없었다.

‘휴. 끝났다.’

배우자에 대한 맹세를 하는 절차까지 마무리한 채이는 한시름을 놓았다. 이제 남은 건 서로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신부님이 혼례식이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레오나드가 채이에게 가까이 오라는 의미로 손을 내밀었다. 그에 채이가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가자 레오나드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채이의 뺨을 한 손으로 감싸 쥐었다.

다디단 숨이 겹치고 서로의 입술이 가볍게 맞닿았다. 혼례식 절차일 뿐이니까 채이는 그걸로 끝일 거라 생각했다. 레오나드의 내리뜬 눈에 장난기가 도는 줄 모르고 말이다. 먼저 입술을 떼려는 채이의 뒷목을 레오나드가 빈손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그러고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살짝 핥았다.

“……!”

화들짝 놀란 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로 몸을 물렸다. 손으로 가린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져 있었다. 하객석에서 보이는 얼굴은 레오나드가 손으로 감싸 쥐어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짙은 애정 행각을 본 건 반대편에 서 있던 신부님뿐이었다.

“커흠.”

레오나드가 예쁘게 미소 짓고 있을 동안, 목을 한차례 가다듬은 신부는 얼른 혼례식을 끝내 주었다. 이후 혼례식 뒤풀이로 맛있는 음식들이 나오고 흥겨운 음악이 연주되었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의 주인공인 레오나드와 채이는 혼례식을 보러 와 준 사람들과 교류하며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만난 건… 이제 채이와도 가족이 된 랭커스터 가의 형제들이었다.

“축하해요, 채이 공. 그리고 레오나드 너도.”

“두 사람의 앞길에 행복이 깃들기를.”

“에일런 오라버니. 그거 너무 딱딱한 멘트 아니에요?”

“…원래 이런 날에는 이런 멘트도 필요한 법이야.”

오스카의 축하에 이어 한마디 꺼냈던 에일런이 태클 거는 바이올렛을 흘겨보았다. 그러더니 두 사람은 “구리다”, “이게 뭐가 구리냐” 서로 다른 의견을 내세우며 레오나드에게 동의를 구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쓸데없는 논쟁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저렇게 레오나드와 그 형제들 사이에서도 제법 대화가 오가고 있어 채이로서는 마냥 보기 좋았다.

“채이 공, 레오나드 공자. 변변치 않지만 이건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가정이 평화롭고 미래에 태어날 자식이 잘되기를 기원하는 작은 돌상이에요. 이것을 침소나 자주 드나드는 공간에 두어 가까이 하신다면 분명 도움이….”

어떤 이들은 채이와 레오나드에게 각자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안겨 주기도 했고.

“베타가 오메가로 재발현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건 신이 보우하신 일이 틀림없어요. 그리고 신의 보우 아래,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내신 두 분이라면 앞으로 무슨 어려운 일들이 닥치더라도 분명 잘 해내시겠지요. 하지만 그것만 믿고 서로에게 소원해지거나 노력하지 않는다면 쉽게 풀어 갈 일도 어려워질 수 있으니….”

어떤 이들은 덕담 삼아 설교 아닌 설교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뒤풀이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이제 공식적으로는 합방 절차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채이와 레오나드는 단둘이서만 오닉스 저택으로 돌아갔다. 떠들썩하던 홀을 나와 돌아가는 길은 굉장히 고즈넉하였기에 쌓였던 피로와 긴장감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 채이.”

“수고는 네가 더 많이 했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돌아가던 두 사람은 인사를 주고받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고는 웃음 짓고 말았다. 그제야 채이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레오나드도 조금 긴장하고 있었구나 라는 걸. 왠지 가슴 부근이 간지럽게 뛰었다.

“그럼… 나 먼저 씻고 올게.”

“응.”

레오나드와 함께 방에 도착한 채이는 어쩐지 그의 얼굴을 보기가 어려워 도망치듯 얼른 욕실로 향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부터 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걸 실감했더니 기껏 풀렸던 몸이 다시 긴장하고 있었다.

‘오, 오늘은 진짜 받아 줘야지.’

레오나드의 러트를 흐지부지 흘려보내고 이후 반년. 그동안 채이와 레오나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서로의 알멩이를 확인하고, 거기의 크기가 어디까지 부푸는지도 확인했으며, 채이가 손으로 도와주기까지 했다. 숙맥인 데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채이가 그 지옥의 눈치로 레오나드를 휘둘렀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많은 용기와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 하나.

끝까지 하는 건,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 흉기를 직접 눈으로 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채이의 두려움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생전 거기를 배출하는 용도 이외의 것으로 사용해 본 적도 없는데… 대뜸 그런 크기를 받아들이라니. 비현실적이었다. 오메가가 됐다고는 하나 솔직히 신체 변화를 크게 체감하는 것도 아니라서 더욱 그랬다.

‘그래도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는 거니.’

채이가 비장한 얼굴로 다짐했다. 그러고 씻고 나온 채이의 뒤를 이어 레오나드도 씻으러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저 멀리서 쏟아지는 물소리를 듣고 있던 채이는 어떻게 하면 레오나드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이고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물감에 익숙해지게끔 풀어 둬 볼까 생각했지만 그러고 있을 꼴을 상상하면 수치스러워서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 나오는 거지?’

레오나드의 씻는 시간이 조금 길어지는 듯하다.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한 채이는 잠들지 않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지만, 일정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까지 자장가처럼 들려와서 참기가 힘들었다.

‘자면 안 되는데….’

흘러가듯 떠오른 그 사념을 마지막으로 정신이 끊겼다.

그러고도 조금 더 있다가 목욕 가운을 두르고 나온 레오나드가 그사이 잠들어 버린 채이를 발견했다. 레오나드도 긴장을 푸느라 씻는 시간이 길어진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설마 채이가 잠들어 버릴 줄은 몰랐기에 김이 빠져 한숨처럼 웃어야 했다.

그러나 채이를 억지로 깨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채이는 이제 온전히 제 손아귀에 떨어졌고 앞으로는 시간도 레오나드의 편이었으니까. 육체적인 관계만을 바라고 채이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레오나드는 여유로웠다.

“잘 자, 채이.”

채이의 옆자리로 올라가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린 레오나드가 보드라운 그의 이마에 조심히 입술을 맞추었다. 그에 채이가 약간의 뒤척임을 보였지만 그뿐이다. 레오나드는 곤히 잠든 채이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에필로그 完

###################################공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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