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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5화 (5/221)

<혈통이 깡패임 5화>

5화 혈통이 놀라움 (2)

식기를 떨구자마자 주하연이 곧바로 물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십니까?”

“아뇨, 음식은 맛있는데…….”

권한울은 탁자 위에 떨어진 숟가락을 다시 손에 쥐었다. 한 번 더 스프를 떠서 입에 넣었다.

<‘건강혈(健康血)’의 영향으로 음식 속 영양분을 최대한 흡수합니다!> <영구적으로 체력이 0.02 상승합니다!> 똑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틀림없이 능력치가 상승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헌터에게 능력치는 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세상에는 스킬, 장비, 각종 비약 같이 대단한 능력을 가진 물건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들을 쓰기 위해서는 능력치가 바탕이 되어야 했다. 능력치가 미달이 되면 저러한 물건들을 쓸 수 없다.

중요한 만큼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몬스터를 죽임으로서 경험치를 상승시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영약, 영물을 섭취하거나 능력치를 향상시켜주는 유물을 착용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워낙 값이 비싸기에 아무나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런데 건강혈은 음식을 먹은 것만으로 능력치를 향상시켜줬다.

‘과연 S+급…….’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근데 좀 아쉽군. 오르는 폭이 너무 적어.’

0.1도 아니고 0.01이라니.

스프를 떠먹을 때마다 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만스러웠다. 저렇게 적은 능력치를 누구 코에 붙인단 말인가.

짜증이 확 올라오는 바람에 뒷목이 뻐근했다. 권한울은 목덜미를 매만지며 목을 한 바퀴 돌렸다.

<‘건강혈(健康血)’이 행동을 감지합니다!> <경추 건강에 좋은 동작입니다! 효율이 극대화 됩니다!> <영구적으로 민첩이 0.01 상승합니다!> <목의 유연성이 아주 약간 증가됩니다.> “쿨럭.”

권한울은 자신도 모르게 기침을 했다. 주하연이 다시 물었다.

“권한울 님?”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레가 들려서요.”

권한울은 시험 삼아서 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켰다.

<손목 건강에 좋은 동작입니다! 효율이 극대화 됩니다!> <영구적으로 민첩이 0.02 상승합니다!> <손목의 유연성이 아주 약간 증가됩니다.> <흉추와 요추 건강에 좋은 동작입니다! 효율이 극대화 됩니다!> <영구적으로 민첩이 0.04 상승합니다!> <허리의 유연성이 아주 약간 증가됩니다.> “허, 세상에.”

이런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능력치가 오르다니.

기쁨에 몸이 달아올랐다. 권한울은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때, 또 다시 상태창이 떠올랐다.

<‘건강혈(健康血)’이 몸의 변화를 감지합니다!> <심박수가 증가합니다! 혈류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신체가 활성화됩니다!> <체력이 0.01 상승합니다!>

“이런 미친.”

이쯤 되면 정도가 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권한울 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주하연이 또 물었다. 그렇게 딱딱하던 여자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고말고요.”

문득 권한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좋죠.”

순혈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끝내주는 방법을 손에 넣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권한울 님…….”

주하연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오늘은 이만 일찍 들어가셔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시간이 이른데요.”

“내일은 아침 일찍 평안북도로 출발해야 합니다.”

평안북도라는 말에 권한울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설마 흑천 일가로 가는 겁니까?”

“맞습니다.”

흑천 일가는 워낙 거대하기에 수용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흑천 일가는 평안북도 전체의 소유권을 얻어서 흑천의 영토로 삼았다.

평안북도.

그곳에는 흑천 일가가 일구어 놓은 모든 것이 모여 있었다.

“권한울 님께서는 가장 먼저 용현무고(龍賢武庫)를 방문하게 되실 겁니다.”

“그건 또 뭡니까.”

“흑천의 혈족이라면 가장 먼저 방문해야 되는 곳이죠.”

그리 말하며 주하연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권한울 님께서 받으실 첫 번째 시험이기도 합니다.”

* * *

이튿날 오전.

권한울은 주하연과 함께 공항에 와 있었다.

“제가 타고 갈 비행기가 설마 저건 아니겠죠?”

“맞습니다.”

권한울이 타고 갈 비행기는 무려 전세기였다.

그것도 흑천 그룹 내부에서 운용하는 전세기가 아니라 오로지 권한울 개인의 전세기였다.

혈족이 되자마자 비행기 한 대가 떡하니 생기다니. 새삼 흑천 그룹의 혈족이 된 것이 실감이 났다.

전세기에 오르자 호화스러운 내부가 보였다.

권한울은 중앙에 놓여 있는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몸이 파묻히는 듯이 푹신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제가 아니더라도 승무원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습니다.”

“식사도 가능합니까?”

“예, 이 전세기에는 조리 시설과 요리사도 탑승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날아다니는 저택이나 다름없었다.

잠시 뒤, 전세기가 날아올랐다. 주하연은 옆에 앉아서 책 한 권을 펼쳤다.

워낙 미녀다보니 별거 아닌 행동마저도 꽤 볼 만했다.

주하연이 쉬는 동안 권한울은 틈틈이 자세를 바로 잡거나, 몸을 풀었다.

건강혈의 효능을 보기 위함이었다.

건강혈이 적용되는 범위는 무궁무진했다.

<견갑골 건강에 좋은 동작입니다! 효율이 극대화 됩니다!> <영구적으로 민첩이 0.03 상승합니다!> <견갑골의 가동 범위가 아주 약간 증가됩니다.> 이따금씩 몸을 풀어 주는 것은 물론.

<정자세로 앉았습니다. 척추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영구적으로 체력이 0.02 상승합니다!> <균형력이 아주 약간 좋아집니다.>

바른 자세를 유지만 해도 능력치가 올랐다.

<먼 곳을 바라봤습니다! 눈 건강에 영향을 끼칩니다!> <영구적으로 감각이 0.02 상승합니다!> <원시가 아주 약간 교정됩니다!>

심지어 창문을 내다보거나.

<수분을 보충했습니다! 갈증이 해결됐습니다!> <영구적으로 정신력이 0.02 상승합니다!> 물을 마셔도 건강혈의 효능은 적용이 됐다.

‘심지어 잠을 자도 능력치가 올랐지.’

숙면을 취하면 능력치의 증가폭이 컸다. 전체 능력치가 무려 0.5나 상승을 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권한울은 그 사실을 확인했다.

낮잠을 자도 능력치가 상승하나 확인하기 위해서 눈을 붙이려 할 때였다.

“권지석 님 쪽에서 영상 통화 요청이 왔습니다.”

“그 인간이 저한테는 무슨 볼일이랍니까.”

“별로 좋은 의도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모처럼 권한울과 주하연의 의견이 일치했다.

“그냥 끊으시겠습니까?”

“아뇨, 연결해 주세요.”

마음 같아서는 끊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권선우가 말하기를 잡혈과 열혈은 몰라도 순혈은 권한울을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진혈에 대해서 순혈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추측이 아니라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겸사겸사 저번에 당했던 모욕을 되갚아 줄 요량이었다.

“통화 연결하겠습니다.”

주하연이 무언가를 조작하자 천장이 저절로 내려왔다. 알고 보니 단순한 천장이 아니라 모니터였다.

검은 화면이 켜지더니 권지석의 얼굴이 나타났다.

-오호라, 감히 겁도 없이 내 전화를 받았다 이거지?

“그럼 전화가 왔으면 받아야지. 받지 말라는 겁니까?”

-뭐, 이 새끼야?

예상대로 권지석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얼굴을 보자고 한 이유는 네놈한테 경고를 하려고…….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습니까.”

-뭔 일?

“무릎부터 꿇으십시오.”

그렇게 충격적인 말이었는지. 권지석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너, 너너, 지금 뭐, 뭐랬냐.

“성인식 때 그렇지 않았습니까. 잡혈이나 열혈은 순혈한테 예의를 차려야 한다고요. 그럼 당연히 순혈도 진혈에게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권지석의 입이 조금 더 벌어졌다. 턱을 따라 침이 흘러내렸다.

-이, 이 빌어먹을 새끼가!

이내 고함을 내질렀다.

-배반자의 아들 주제에! 밖의 천한 년의 피를 가지고 들어온 주제에! 뭐가 어쩌고 어째?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권지석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너 같이 고아로 자란 무식한 새끼를 넙죽 받아들일 만큼 내가! 우리 순혈이 얼간이 새끼들인 줄 아냐!

권지석의 폭언을 들으며 권한울은 자신의 처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권한울이 가진 딜레마.

그것은 진(眞) 혈통혈을 보유했으나 정작 그 소유자는 가문에서 배척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권한울은 배반자의 아들이자 밖에서 자란 이방인이다.

자존심 높은 순혈들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존재인 셈이다.

“할 말 다 끝났으면 이만 끊겠습니다.”

-잠깐만! 아직 할 이야기가 안 끝났어!

“또 뭡니까. 사람 시간 뺐지 말고 빨리 말하세요.”

-네가 하연이를 데려갔다면서! 어디서 감히 너 같은 놈이 하연이를…… 당장 나한테 돌려보내지 못해!

“……라는데 어떻게 말할까요?”

권한울이 주하연을 돌아봤다.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주하연은 노골적으로 역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봤죠. 끊습니다.”

-하연이가 얼마나 대단한 아이인 줄 알아? 너 따위의 밑에서 썩어서는 안 될 아이야!

“끊는다고 했습니다.”

-대신 너한테 이걸 주마!

권지석이 모니터로 무언가를 내밀었다. 수첩 크기의 비석이었다.

아니, 그냥 비석이 아니었다.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메모리 페이지였다.

그것도 단순한 메모리 페이지가 아니었다.

무려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으로 보아하니 유니크 스킬이 분명했다.

-하연이를 내 쪽으로 보내면 이걸 주도록 하지! 어때? 너 같은 새끼가 언제 유니크 스킬을 익혀 보겠어. 이 기회를 놓치면 크게 후회할 거다!

권지석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천억은 가볍게 넘긴다는 유니크 스킬이다. 권한울이 거래를 받아들일 거라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권한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자신이 주하연에게 명령을 내릴 입장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어차피 용현무고에 가면 비급을 습득할 수 있는데. 뭐 하러 그딴 거에 눈독을 들입니까.”

용현무고(龍賢武庫).

흑천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유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유물이다.

용현무고는 본래 흑천의 혈족들이 기술을 단련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가장 중요하다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을 터.

용현무고가 가장 중요한 유물인 이유는 그곳에서 흑천 일가의 비급들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 뭘 믿고 이러나 했더니. 너 같은 멍청이가 용현무고에서 제대로 된 비급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그거야 가 봐야 아는 거 아닙니까.”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밖에서 삼류 헌터 노릇밖에 못했다면서?

용현무고에서 얻을 수 있는 비급은 자질에 따라서 종류와 가짓수가 달라졌다.

선천적인 재능, 타고난 기질 등등.

흑룡혈의 순도 따위는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유일하게 분가의 혈족이 본가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곳이 바로 용현무고다.

-고블린 따위나 잡으면서 먹고산 새끼가 용현무고에 가봤자 달라지는 게 있을 줄 알아? 괜한 고집 부리지 말고 내 제안이나 받아들이는 게 어때? 하연이만 보내 주면 이 메모리 페이지를 너한테…….

“끊습니다.”

권한울의 말에 주하연이 곧바로 통화를 종료했다.

“권한울 님, 방금 전 말을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주하연의 목소리는 평소와 똑같았다. 하지만 권한울은 어째 그녀가 자신을 위로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용현무고는 숨겨진 자질까지 판별해서 비급을 제공합니다. 그러니…….”

“굳이 위로해 줄 필요 없어요. 나한테 재능이 없다는 거야 이미 옛날에 받아들였거든요.”

풋내기들이 그러하듯 권한울 역시 처음 헌터가 됐을 때, 찬란한 미래를 꿈꿨다.

일류 헌터가 돼서 전 세계를 종횡무진 하는 꿈을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권한울에게 재능은 없었다. 고블린조차 간신히 잡아야 했으며 오크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었다.

“이 정도 일이야 익숙합니다.”

권한울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주하연은 그런 권한울을 말없이 바라봤다.

* * *

평안북도 대관군.

그곳에 비행기 한 대가 내려앉았다. 이윽고 안에서 남녀 한 쌍이 밖으로 나왔다.

“이곳이 흑천 일가입니다.”

주하연의 말에 권한울은 주변을 둘러봤다.

고급스러운 한옥이 곳곳에 들어서 있었다. 중간 중간에 높은 빌딩도 보였다.

마을이 아니라 그냥 도시였다.

일가(一家)를 위해서 만든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발달된 곳이었다.

“쉴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보다 바로 용현무고로 가고 싶은데요.”

“쉬지 않으시고요?”

“쉰다고 달라질 것도 없잖습니까. 어차피 자질 따라서 스킬이 달라진다면서요.”

권한울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주하연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용현무고로 안내하겠습니다.”

미리 대기해 둔 차량을 다고 이동했다. 한옥이 들어선 도시인데. 땅에는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게 조금 어색하게 보였다.

차량이 멈춘 곳은 체육관 크기의 건물이었다.

다른 건물은 모두 한옥인데. 여기만 다른 방식으로 지어져 있어서 위화감이 심했다.

권한울은 용현무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단단하게 닫힌 입구가 그를 막아섰다.

“손을 올려놔 주십시오. 그럼 용현무고가 흑룡혈을 인식하고 문이 열릴 겁니다.”

주하연이 시키는 대로 권한울은 문에 손을 올려놓았다.

<용현무고(龍賢武庫)가 흑룡혈을 인식합니다.> 메시지가 떠오르고 문이 열렸다. 권한울은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대한 외형과 달리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권한울은 조금 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용현무고(龍賢武庫)가 출입자를 확인합니다.> 권한울은 하품을 하며 결과 기다렸다.

주하연은 혹시 모른다고 말했으나 권한울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재능은 없다. 괜한 기대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

……라고 생각했을 때였다.

<특이사항이 감지됩니다.>

<진(眞) 흑룡혈의 보유자임이 확인됐습니다.> <소유자 ‘권현문’의 금고를 해금합니다.>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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