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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32화 (32/221)

<혈통이 깡패임 32화>

32화 혈통이 등장함 (1)

흑룡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동화율이 일정 수치를 넘으면 권능을 습득하게 된다.

처음 얻는 권능은 용투기(龍鬪氣).

그 다음 얻는 권능은 흑린갑(黑鱗鉀).

여기까지가 흑천의 상식.

권한울이 권능을 습득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하지만 해방된 권능은 흑린갑이 아니었다.

<권능 ‘용린마갑(龍鱗魔鉀)’을 해방합니다.> 명칭이 달랐음에도 권한울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진(眞) 흑룡혈이 다른 혈통과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눈앞 있는 적이었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메이 혈족들.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에는 모두 수라가 깃들어 있었다.

수라가 깃든 무기는 용투기조차 꿰뚫는다.

천하의 흑천의 혈족조차 수라가 깃든 무기 앞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이 세상에 절대란 없다.

“동시에 공격해!”

“관절을 노려!”

메이 혈족들이 무기를 휘둘렀다. 각기 다른 궤적을 그리며 권한울을 공격했다.

<권능 용린마갑(龍鱗魔鉀)을 발현합니다.> 명장 박태식이 만든 아룡태의 표면 위에 용린마갑이 덧씌워진다.

회색에 가깝든 아룡태가 순식간에 검게 물들었다.

깡!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라가 깃든 무기가 장난감처럼 튕겨져 나갔다.

“젠장! 놈이 흑린갑을 꺼냈다!”

메이 가문은 흑천 일가를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흑린갑의 견고함은 수라가 깃든 무기로도 쉽게 꿰뚫을 수 없기 때문.

“뒤로 물러나! 놈의 빈틈을 노려!”

“흑린갑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부위를 노려라!”

그런 만큼 메이 가문도 흑린갑에 대처할 방법에 정통해 있었다.

흑린갑은 강력한 권능이지만 그만큼 다루기 힘들었다.

표면적이 크면 클수록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신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렇기에 흑천의 혈족들이 생성할 수 있는 흑린갑의 면적에는 한계가 있었다.

메이 혈족들은 권한울의 주위를 돌며 흑린갑이 보호하지 못한 부분을 찾았다.

그러다 이내 눈치 챘다.

“빈틈이 없잖아……?”

흑린갑, 아니 용린마갑은 권한울의 몸을 빈틈없이 둘러싸고 있었다.

피의 순도가 높을수록 권능을 훨씬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열혈도, 순혈도 아닌 진혈인 권한울은 방금 전에 권능을 습득했음에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갑옷을 완전히 용린마갑으로 둘러싸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어쩔 수 없다! 힘으로 밀어붙여!”

“놈이 마력을 소모하게 만들어라!”

“흑린갑을 벗겨 내!”

흑린갑의 약점 두 번째.

그건 마력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속하는 것도 버거운데 공격을 받으면 마력이 뭉텅이로 깎여나갔다.

메이 혈족들이 수라가 깃든 무기에 마력을 집중했다. 안 그래도 붉은 검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아앗!”

메이 혈족들이 동시에 수라기를 방출했다. 수라기가 권한울에게 집중됐다.

“됐다!”

메이 혈족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 정도면 마력이 전부 다 소진되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

하나 이내 그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라기에 집중 포격을 당했음에도 권한울은 멀쩡했다.

멀쩡할 뿐만 아니라 용린마갑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멀쩡한 거지?”

“수, 순혈이라고 해도 저렇게 오랫동안 흑린갑을 유지할 수는 없는데.”

메이 혈족들의 오산.

용린마갑.

용마기가 그랬듯이 용린마갑도 흑린갑의 상위 권능이었다.

강도, 유지시간, 마력의 소모량. 모든 면에서 흑린갑보다 몇 단계나 뛰어났다.

수라기에 집중 공격을 당하고도 용린마갑에는 생체기 하나 나지 않았다.

게다가 권한울에게는 건강혈이 있었다.

체력가 마력이 소모가 되어도 건강혈 덕분에 금방 회복이 됐다.

그 덕분에 권한울은 용린마갑을 부담 없이 지속시킬 수 있었다.

“멋진 권능이야.”

예상을 넘어선 용린마갑의 능력에 감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이게 있으면 몸을 사릴 필요가 없지.”

그 말의 의미를 메이 혈족들은 곧바로 깨달았다.

수라가 깃든 무기를 막아 내는 권능을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이 가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권한울이 메이 혈족들을 향해 냅다 달려들었다. 메이 혈족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노, 놈이 달려온다!”

“거리를 내주지 마!”

메이 혈족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권한울은 또 다른 권능을 발현했다.

<악마의 권능 ‘모나르크’가 발현됩니다.> 거센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에 힘입어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도망치는 메이 혈족들을 오히려 추월했다. 그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 이놈이!”

“공격해!”

사방에서 참격이 쏟아진다. 권한울은 참격을 무시한 채 현룡승천공을 준비했다.

현룡승천공 기본형(賢龍昇天功 基本形)

순격식 십이천격(瞬擊式 十二遄格)

수라가 깃든 무기가 용린마갑을 긁으며 지나간다.

동시에 권한울의 양주먹이 빠르게 움직였다.

찰나의 순간, 메이 혈족들의 복부, 명치, 인중이 차례로 타격을 받았다.

세 군데의 급소가 동시에 꿰뚫리자 메이 혈족들은 입에서 분수처럼 피를 뿜어냈다. 볼링장의 핀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대단한데.”

놀랍게도 용린마갑은 용마기의 위력을 증폭시켜줬다.

흑린갑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으니 용린마갑 고유의 능력임이 틀림없었다.

“방심했구나!”

“어딜 한눈을 파는 거냐!”

메이 혈족들이 권한울의 뒤를 선점했다.

도끼, 망치, 그리고 도리깨를 휘둘러서 권한울의 머리와 등을 찍었다.

전부 갑주를 뚫기 위한 무기였다. 설사 갑옷이 버티더라도 내부까지 충격이 미치기에 결코 무사할 수 없었다.

쾅!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하지만 권한울의 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왜, 왜 멀쩡…….”

용린마갑은 단순한 갑주가 아니었다.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쯤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다.

권한울이 다리를 들어서 힘껏 땅을 내려찍었다.

현룡승천공 기본형(賢龍昇天功 基本形)

쇄격식 창류(崩擊式 漲流)

역삼각형 모양으로 균열이 퍼진다. 균열은 메이 가문의 혈족들의 땅 밑을 완전히 뒤덮었다.

이윽고 폭발이 일어났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돌조각이 섞인 용마기가 메이 혈족들의 몸을 강타했다. 비명소리와 핏물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세, 세상에.”

“저, 저런 걸 어떻게 이겨.”

두려움에 가득한 시선이 권한울에게 집중됐다.

권한울은 주변을 둘러보며 다음 목표물을 찾았다.

그때였다.

멀리서 오러의 참격이 날아왔다. 얻어맞는 순간, 권한울의 몸이 뒤로 길게 밀려나갔다

몸 쪽을 내려다보니, 믿기 힘들게도 갑옷 중간이 길게 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참격을 날린 사람의 실력이 최소한 권한울과 동급이라는 증거였다.

“내 참격을 버텨? 보통 놈이 아니네?”

고개를 들었다. 심상치 않은 예기를 뿌리고 있는 남성이 보였다.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가 있었더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권한울은 남성의 수준을 가늠했다.

메이룽보다는 명백히 아래.

매화칠수보다 아래.

하지만 권한울이 지금까지 박살을 낸 메이 혈족들보다는 몇 수 위였다.

‘중견 고수다.’

권명우, 메이룽이 가문을 상징하는 고수라면 중견 고수는 가문의 바탕이 되는 존재들이다.

비록 이름을 널리 알리지는 못했지만 가문의 지원 아래 충분한 경험을 쌓은 중견 고수는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게다가 한 명이 아니야.’

느껴진다.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로 고수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야, 흑천의 검은 지렁이. 제법 오래 버틴 모양인데. 내가 왔으니까 어림도 없다.”

“내가 아니라 우리겠지.”

“맞아 인마.”

남성의 양옆으로 두 사람이 더 나타났다. 비슷한 급의 고수였다.

권한울은 입술을 적시며 생각했다.

‘이거 곤란하군.’

한 명도 버거운 실력자들이 한 명도 아니고 세 명.

게다가 앞으로 더 추가될 가능성이 높았다.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다른 네 명도 권한울과 비슷한 상황이었으니까.

‘정말 곤란해.’

저 세 명이 상대라면 용린마갑에 기댈 수도 없다. 이제부터는 팔 하나 정돈 내줄 각오를 해야 할 터.

“야, 이거 웃긴 놈이네.”

중견 고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앞에 있는데. 웃어?”

그 말대로 권한울은 송곳니가 보일 정도로 크게 웃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지금부터 시작될 혈전이 기대되어 미치겠다는 듯이.

“좋아. 그렇기 기대가 되면 부응을 해 줘야지.”

“가주님이 죽여도 된다고 했던가?”

“정 불안하면 팔다리부터 자르고 시작하자.”

세 사람이 무기에 수라를 깃들게 했다. 섬뜩한 기운이 권한울에게 쏟아졌다.

그때였다.

근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여파로 인해서 건물과 땅이 붕괴되었다. 흙과 돌조각이 섞인 돌풍이 사방으로 퍼졌다.

“으하하하핫!”

폭발의 중심지.

그곳에서 권명우가 굉소를 터트렸다.

* * *

“매중제일검! 메이 가주! 참으로 훌륭하군!”

권명우의 칭찬에도 두 사람은 대꾸할 수 없었다. 그저 가쁘게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메이 가문의 최고 고수 둘을 이렇게까지 몰아세우다니. 권명우의 강함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흑천제일권, 이미 결과가 정해진 전투를 언제까지 지속할 생각이오?”

숨이 진정됐는지. 메이 가주가 권명우를 향해 말했다.

“무슨 헛소리냐. 아, 네놈들의 패배로 정해져 있다 그 뜻이냐?”

“나도 일가를 책임지는 고수요. 당신의 상태는 이미 알고 있으니 괜한 허장성세는 집어치우시오.”

“뭐라?”

“슬슬 체력에 한계가 느껴지지 않소?”

권명우도 마냥 멀쩡하지는 않았다.

몸 곳곳에 잔 상처가 나 있는데다 기세도 많이 약해져 있었다.

유물에 의한 능력치의 하락.

그리고 메이 가문 최고 고수들의 협공.

흑천제일권이라 해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거 같소? 하루? 열 시간?”

“걱정마라. 내 체력이 바닥이 나기 전에 네놈들의 골이 먼저 깨질 테니.”

“하.”

메이 가주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그가 하늘 높이 손을 들어올렸다.

메이 가문의 중심부에서 다시 파장이 퍼져나갔다.

파장이 닿자 메이 가주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상처들이 금세 아물었다. 소모됐던 마력과 체력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메이 가주뿐만이 아니었다. 파장에 노출된 메이 혈족들은 모두 회복이 됐다.

“자, 어떻소.”

처음과 똑같은 기세를 내뿜으며 메이 가주가 말했다.

“흑천의 강함이야 두 말할 것도 없지. 하지만 이곳은 메이 가문의 심부요. 모든 것이 우리 메이 혈족을 위해 존재하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느껴지시오? 외부로 나갔던 가문의 고수들이 돌아오고 있소. 그대들이 쓰러트린 숫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할 것이오.”

메이 가주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장기전으로 가면 결국 우리 메이 가문의 승리가 될 수밖에 없지. 어떻소, 흑천제일권. 이제 슬슬 후회가 들지 않소?”

무한히 병사와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메이 가문과 그렇지 못하고 고립된 흑천의 다섯 명.

누가 봐도 결과는 뻔했다.

“흑천제일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항복하시오. 그럼 내 목숨의 안전만은 보장하지.”

권명우는 말이 없었다. 그답지 않게 조용한 모습에 메이 가주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대뿐만 다른 혈족들의 안전도 보장하리라. 그 편이 흑천에 비싸게 먹힐…….”

“메이 가주, 그대는 정말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선전포고를 했다고 생각하나?”

권명우의 말에 메이 가주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흑천이 단지 감정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곳이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지 못했겠지.”

메이 가주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 말은 꼭 도망칠 방법이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도망? 내가 그런 멋없는 짓을 할 것 같은가.”

권명우가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미야! 이제 얼마나 남았느냐!”

매화칠수와 대치하고 있는 와중에도 권미가 소리쳤다.

“이제 곧 도착하실 거예요!”

그 대화를 들으며 메이 가주는 연신 의문을 떠올렸다. 남아? 뭐가? 도착해? 누가?

“가, 가주님!”

그때, 메이 혈족 한 명이 그를 다급하게 불렀다.

“주, 중국 정부로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중국 영공에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모, 모르겠습니다. 대공 방위용 미사일을 아무리 퍼부어도 격추시킬 수 없다는 말만…….”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냔 말이다!”

메이 가주가 고함을 질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메이 혈족은 몸을 덜덜 떨며 말했다.

“그, 그저 용이 날아온다고만…….”

용?

그 한 단어가 메이 가주의 기억 저편에 있던 어떤 존재를 끄집어냈다.

“……설마.”

그때였다.

저 멀리, 하늘 위에서 거대한 기가 느껴졌다.

마치 수백만 명의 대군이 몰려오는 듯한 위압감이 세상을 짓눌렀다.

메이 가주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이 자리, 아니 이 땅 위에 서 있는 모든 메이 혈족들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을 뒤덮고 있던 흰 구름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그 틈으로 검은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저, 저게 뭐야!”

“요, 용?”

용은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리고 땅에 부딪히는 순간, 지진이 일어났다.

땅이 진동하고, 세상이 흔들렸다.

메이 혈족들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모든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윽고 지진이 끝났을 때.

“후우.”

용이 떨어진 자리에는 한 노인이 허리를 펴며 일어났다.

“바빠 죽겠는데. 이런 일로 사람을 불러내다니.”

노인은 짧게 불평했다. 그 말에 권명우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가끔 운동을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운동? 네 눈에는 이게 운동으로 보이느냐? 집무실에서 이곳까지 날아오느라 등골이 빠지는 줄 알았다!”

“다른 사람은 못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노인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메이 가주와 눈이 마주쳤다.

메이 가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반면, 노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오, 이게 몇 십년만인 줄 모르겠군.”

메이 가주의 얼굴에 혈액이 모여 들었다. 격정에 휩싸여 소리쳤다.

“권 선 우!”

흑천 일가의 가주이자 흑천 그룹의 회장.

“애송이, 어르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권선우가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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