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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33화 (33/221)

<혈통이 깡패임 33화>

33화 혈통이 등장함 (2)

“말도 안 돼!”

메이 가주가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흥분했던지 얼굴의 근육과 혈관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도드라져 있었다.

“화신체(化身體)라고? 아무리 당신이라 해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하늘이 무너진 듯한 처절한 외침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그 정도로 메이 가주는 당면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이 애처럼 꽥꽥 소리를 지르지 말 거라.”

“언제부터였소? 대체 언제부터 화신체에 도달했냔 말이오!”

권선우는 무료한 얼굴로 말했다.

“보기 딱하니 대답해 주마. 네놈의 애비가 죽은 이후에 화신체에 도달했느니라.”

메이 가주의 얼굴이 한순간 멍해졌다.

“그럼 벌써 20년 전…… 그럼 어째서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단 말이오!”

“내가 말하지 않았으니까.”

“어째서 그런 거요.”

“말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어째서 말을…….”

“멍청하기는.”

권선우가 쯧쯧 혀를 찼다.

“무릇 비장의 한수는 감춰 둬야 하는 법이지 않나.”

메이 가주는 입을 꽉 다물었다. 황망함에 텅 비어 있던 눈동자에 서서히 살의가 깃들기 시작했다.

“메이 혈족들은 모두 들어라! 지금 당장 흑천의 가주 권선우를 죽여라!”

메이 혈족들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메이 가주를 돌아봤다.

“아무리 화신체라 해도 한반도 북부에서 이곳까지 날아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저 자는 대공 방어 시스템까지 뚫고 왔지!”

메이 가주는 확신을 담아 소리쳤다.

“분명 체력도, 마력도 전부 바닥났을 것이다! 지금이 기회다! 회복하기 전에 죽여야 한다!”

메이 가주의 말에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흔들리고 있던 메이 혈족들의 눈빛이 차츰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메이 혈족들은 무기를 단단히 움켜쥐고 권선우를 노려봤다.

권선우는 그 광경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여전히 예의가 없구나. 네놈이 직접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천한 것들로 날 대접하려고 하다니.”

메이 혈족들이 달려든다.

사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적대감보다 두려움이 앞섰다.

무의식에 잠들어 있던 동물적 본능이 경고했다.

권선우를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을 것이라고. 아니, 메이 가문 전체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그런데 참으로 불쾌하구나.”

메이 혈족들이 지척에 도달한다. 권선우를 향해 무기를 내질렀다.

“감히 너희들 따위가 내게 송곳니를 드러내다니.”

권선우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간다. 그 순간, 메이 혈족들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머리를 잃어버린 몸이 땅으로 떨어진다. 뒤따라오던 메이 혈족들은 황급히 멈춰 섰다.

“다, 다들 주, 죽었어.”

“바, 방금 뭐, 뭐였지?”

분명 권선우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있었음에도 열댓 명이 넘는 메이 혈족들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의기상인(意氣傷人)이야.”

오직 한 명만이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흑천의 가주는…… 의념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거야!”

헌터라면 모두가 꿈꾸는 심검(心劍)의 바로 직전이라 불리는 경지.

의기상인이라는 말에 더 이상 메이 혈족의 얼굴에 결연한 의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지의 괴물을 마주한 듯한 공포만 가득했다.

“뭐 하는 게냐. 기껏 무기를 뽑고 도망칠 생각이냐?”

권선우의 조롱에도 메이 혈족들은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그럼 안 되지. 대가는 치러야할 게 아니냐.”

권선우가 용투기를 일으켰다. 검은 오러가 굽이지며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용의 꼬리?”

메이 혈족 중 한 명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용투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대량의 용투기에 휩쓸린 메이 혈족들은 말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그 광경을 메이 가주는 멀거니 지켜봤다. 너무 충격적이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눈을 팔 여유가 있는 모양이구나.”

그 말에 메이 가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이미 머리 위로 용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가주님! 위험합니다!”

메이룽이 메이 가주를 껴안고 멀리 몸을 날렸다. 메이 가주가 서 있던 자리를 용투기가 후려쳤다.

모든 건물과 땅이 단 일격에 쪼개진다.

메이 가문의 본토가 반으로 나뉘었다.

그 가공할 위력에 메이 가주는 몸을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느라 지쳤을 거라고 했나?”

메이 가주는 고개를 저었다. 격하게 저었다. 있는 힘껏 저었다.

그 모습에 권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확히 봤다.”

* * *

“그래도 일가를 책임지는 가주라고 눈치가 제법 좋구나.”

메이 가주의 얼굴에 또 다른 감정이 떠올랐다.

지금 뭐라고 했지?

“흑천 일가에서 여기까지 날아오는 것도 힘든데. 중간에 공격까지 받았지.”

그러니까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지.

“솔직히 말해서 지금이라도 당장 드러눕고 싶어.”

권선우가 아공간을 열어서 무언가를 꺼냈다. 메이 가주는 유물 병기인가 싶어서 몸을 움찔했다.

하지만 권선우가 꺼낸 것은 유물도, 병기도 아닌 평범한 의자였다.

그것도 낚시터에서 쓰는 평범한 접이식 의자 말이다.

“잠시 쉴 테니 그렇게 알도록 하게.”

메이 가주는 혈압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메이 가문이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저딴 짓을!

하지만 저 말이 사실이라면 권선우를 죽일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참, 행여나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권선우는 거의 누울 기세로 의자에 몸을 기댔다.

“설마 내가 이곳까지 혼자 왔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권선우가 하늘을 가리켰다. 메이 가주는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푸른 하늘 아래, 그보다 더 파란 원이 그려져 있었다.

원의 내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도형과 글씨가 꽉 채워져 있었다.

저 원의 정체는 메이 가주도 알고 있었다. 아니, 헌터라면 모를 수가 없었다.

던전에 들어가면 지겹도록 보게 되는 그림이었으니까.

“마법진? 주하연까지 이곳으로 데려왔단 말이오?”

권선우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하늘에서 수십여 명이 떨어졌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권선우가 아니라 권명우의 주위에 내려앉았다.

이게 당연한 행동이었다.

이들의 직속상관은 권선우가 아니라 권명우였으니까.

“존명!”

수십 명이 일제이 무릎을 꿇는다. 권명우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니들이 왜 여기에 있냐?”

흑천대(黑天隊)

동아시아의 지배자라 불리는 흑천 그룹에서도 최고, 최강으로 이름 높은 곳.

그들이 이곳에 왔다.

* * *

흑천대가 굽혔던 무릎을 폈다.

방금 전의 묵직한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다들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대장님께서 위험하신데. 당연히 우리가 와야죠.”

“많이 늙으셔서 이제 옛날 같지 않잖습니까.”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부대원들의 걱정에 권명우는 신경질을 냈다.

“감히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게냐! 당연히 괜찮지 이놈들아!”

“에이,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맞아요. 여기저기 칼빵을 좀 많이 맞으신 거 같은데.”

“이놈들이! 어디 직접 확인해볼 테냐!”

권명우가 주먹을 붕붕 휘둘렀다. 흑천대는 깜짝 놀라 흩어졌다.

“대장님, 농담으로라도 그러지 마세요.”

“맞아요. 대장님의 주먹에 맞으면 사흘은 앓아눕는단 말이에요.”

“시끄럽다! 근데 왜 이제 나타나는 거냐. 형님이랑 같이 온 거 아니었냐?”

“예, 같이 왔죠. 살면서 용의 등에 올라타는 경험을 할 줄은 몰랐다니까요.”

“그럼 지금까지 뭘 하다 이제 나타난 거냐.”

“회장님이 자기가 기선제압을 할 테니까 그 다음에 내려오라고 하시던데요.”

“그래서 하연 씨랑 같이 허공에 잠시 머물러 있었죠.”

권명우가 권선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권선우는 이제 주변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하연이는 어디로 갔는데?”

“도울 사람이 있다고 먼저 사라졌어요.”

“도울 사람? 아, 고놈을 말하는 거군.”

권명우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하연 씨가 그렇게 남을 챙기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이 일이 퍼지면 눈물을 흘릴 남자들이 많겠는데. 봐봐, 흑천대에도 벌써 몇 명 울고 있잖아.”

“시끄럽다 이놈들아! 잡담은 그만하고 저 놈들이나 처리해라!”

“옙!”

흑천대가 장난스럽게 대꾸하며 메이 혈족들을 돌아봤다.

그 순간, 분위기가 일변했다. 가벼움은 완전히 사라지고 무쇠처럼 묵직한 살기가 메이 혈족들을 짓눌렀다.

“메이 가주랑 매중제일검을 내버려 둬라. 저놈들은 내 상대다. 알겠느냐.”

“존명!”

흑천대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메이 가주도 똑같이 명령을 내렸다.

“모두 무기를 들어라! 흑천 놈들의 목을 베어라!”

가주의 명령에도 메이 혈족들은 머뭇거리기만 했다. 이미 가슴 속에 두려움이 자리잡은 것이다.

“정신 차려라!”

혈족들을 향해 메이 가주가 일갈했다.

“이곳은 메이 가문의 땅이다! 우리의 땅에서 흑천가 놈들에게 질 생각이냐!”

메이 가주의 외침은 메이 혈족들의 자존심을 뒤흔들었다. 메이 혈족들의 눈빛이 하나둘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직 유물이 가동되고 있다! 본대도 귀환하고 있어!”

이곳은 메이 가문이다.

아직 병력의 숫자도, 지형적 이점도 메이 가문에게 있었다.

흑천의 혈족들이 나타나기는 했으나 결국 흙탕물에 물 한 잔 붙는 것과 다름 없었다.

“적들을 몰아내라!”

메이 혈족들이 수라가 깃든 무기를 앞세웠다. 흑천대도 용투기를 일으켰다.

붉은 파도와 검은 파도가 서로 부딪혔다.

그리고 붉은 파도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백여명이 넘는 인원이 겨우 수십 명에게 밀리고 있다. 그 충격적인 광경에 메이 가주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게 어찌된……!”

순간, 메이 가주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기세에서 이미 졌군.”

권선우의 등장으로 인해 메이 혈족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메이 가주는 거기에 억지로 기름을 부어서 다시 불씨를 키웠다.

하지만 꺼진 불씨를 억지로 되살려 봤자 이전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기세가 꺾인 메이 혈족과 투지로 불타고 있는 흑천대.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직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메이 가주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유물을 모두 가동시켜라!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흑천의 숨통을 끊어야 한다!”

메이 가주의 눈동자가 광기가 깃들었다.

“죽여라! 반드시 죽여! 흑천제일권과 권선우만 죽이면 더 이상 흑천은 두려워 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 메이 가문이 흑천을 집어삼킬 수 있다!”

그때였다.

<‘수라의 빛’이 사라집니다. 능력치가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에쿨로스의 향’이 흩어집니다. 마력의 운용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전장의 편협’의 영향에서 벗어납니다. 의지와 투기가 잠잠해집니다.> <‘외눈의 마안’이 감깁니다. 저주 저항력이 되돌아옵니다.

<‘검은 증오심’이 더 이상 당신을 돕지 않습니다.> 갑자기 유물의 효과가 꺼졌다. 메이 가주는 크게 당황했다.

“이게 무슨 일…….”

“메이티엔!”

저 멀리서 누군가 메이 가주의 본명을 외쳤다. 메이 가주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메이 가문의 중앙.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그곳에 메이홍이 서 있었다.

“내가 유물에 공급되는 마력로를 전부 끊어놓았다!”

메이홍은 악에 바쳐서 소리쳤다.

“이걸로 부모님의 원수를 갚겠다!”

“저, 저년이 하필 이럴 때…….”

당장이라도 메이홍의 머리를 몸통에서 뜯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메이홍에게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유물의 효능이 사라지자 흑천대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메이 혈족들은 조금도 버티지 못했다. 무기가 박살이 나고, 머리가 깨지고, 척추가 으스러진다.

혈족들이, 메이 가문의 구성원들이 학살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메이 가주는 혈족들을 도울 수 없었다.

그전에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했다.

“……가주님.”

메이룽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이글거리는 용암의 바로 옆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좀 살만하군.”

권명우가 더 이상 유물의 방해를 받지 않고 온전한 용투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권명우의 주먹에 용투기가 모여든다. 융투기는 압축되고, 또 압축되어 결정처럼 변했다.

권강(拳罡) 혹은 오러피스트(Aura fist).

초월자의 기예.

그것을 양손에 두른 채로 권명우가 외쳤다.

“메이 가주! 그리고 매중제일검! 이제 정말 결판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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