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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34화 (34/221)

<혈통이 깡패임 34화>

34화 혈통이 등장함 (3)

“이곳까지는 어떻게…….”

“권한울 님께서 위험하신데. 어떻게 얌전히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권한울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범상치 않은 여인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적진 한가운데까지 올 줄이야.

정말 멋진 여자다.

“흑천의 회장이 그렇게 꽁꽁 감추고 있던 마녀를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때, 메이료우의 말했다. 그가 마녀라는 단어를 언급한 게 벌써 두 번째였다.

던전의 생성, 유물의 제작.

그 모든 일에는 이세계의 기술이 적용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사람들은 이렇게 불렀다.

마법(魔法)이라고.

그리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마녀(魔女) 혹은 마법사(魔法師)들이었다.

‘하연 씨의 기프트가 뭔가 했더니.’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정말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

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마법을 계승할 자격이 생긴다.

주하연이 지니고 있는 기프트란 바로 마녀로서의 적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좋은 기회로군. 네 년을 잡아가면 가주님께서 좋아하시겠어.”

메이료우의 얼굴에 탐욕이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마법이란 던전을 생성하고, 유물을 만들어내는 힘의 근간이다.

비록 지구의 마녀와 마법사들은 수준이 낮아서 실제로 던전이나 유물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던전을 공략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줄 수는 있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오직 흑천 가문만을 따릅니다. 다른 가문에는 볼일이 없습니다.”

“그거야 또 모를 일이지. 이 세상에는 사람을 굴복시킬 방법이 아주 많으니까.”

“꿈도 크시군요.”

주하연의 열 손가락 끝에 마력이 모여들었다. 마력은 푸른색으로 발광했다.

“시간이 부족하니 세 분 다 오십시오.”

주하연의 도발에 권한울은 강한 기대감을 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법이란 기적과도 같아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연 마녀는 어떤 식으로 싸울지. 그리고 주하연은 얼마나 강할지 궁금했다.

그때였다.

-권한울 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울렸다.

-놀라지 마십시오. 마법을 이용해서 직접 말을 전하고 있는 겁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마법에 감탄하고 있는 권한울에게 주하연이 말했다.

-솔직히 제 힘으로는 저 셋을 전부 상대할 수 없습니다.

권한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껏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권한울 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권한울 님께서 사용하실 수 있는 기술 중에 가장 강력한 것을 준비해 주십시오.

주하연에게 눈빛을 보냈다. 어느 정도의 위력을 원하는 거냐고.

-자잘한 것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공격이 적중할지 어떨지 그것도 고민하지 마십시오. 그저 최고의 일격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였으나 권한울은 주하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녀의 조언을 들어서 손해 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득이 되면 득이 됐지.

권한울은 용마기를 일으켰다. 마력이 바닥이 날 정도로 쥐어짜냈다.

“안 그래도 잘됐군. 마법이라는 걸 한 번 견식해 보고 싶었는데.”

기이하게도 권한울이 이 정도의 용마기를 내뿜고 있음에도 메이료우와 심복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주하연이 몰래 허공에 그려 놓은 마법진 때문이었다.

저 마법진이 장막을 만들어 내어 권한울의 상태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귀한 몸이니까 힘줄을 자르는 선에서 끝내라.”

대하와 같이 흐르던 용마기가 용주에 의해서 증폭이 된다.

증폭이 된 용마기는 교룡지체를 통해 낭비 없이 주먹에 집중된다.

집중된 힘은 용린마갑에 의해서 한 번 더 강화된다.

마지막으로 수라혼과 융화되어 그 위력이 더욱 강맹해졌다.

메이료우와 두 심복이 달려든다. 그와 동시에 권한울이 주먹을 내질렀다.

현룡승천공 기본형(賢龍昇天功 基本形)

붕격식 태산붕권(崩擊式 泰山崩拳)

압축되었던 용마기가 해방이 된다.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마법진이 산산이 깨졌다.

“저게 뭐야!”

메이료우와 심복이 황급히 흩어졌다.

아무렇게나 내지른 공격이기 때문에 세 사람은 어렵지 않게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주하연이 양손을 펼쳤다. 그 순간, 용마기의 앞에 검은 구멍이 열렸다.

구멍을 통과한 용마기가 세 갈래로 나뉘었다. 나뉜 용마기가 세 사람의 몸을 강타했다.

세 사람은 온몸의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모두 피를 쏟아내며 멀리 날아갔다.

“허…….”

권한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기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법의 신묘함에 대해서 자주 듣기는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마녀일 줄은 몰랐습니다.”

“소문이 나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주하연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맞는 말이라 권한울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엄청난 기파가 밀려왔다가, 이내 다시 잠잠해졌다.

“저쪽도 슬슬 끝나가는 분위기네요.”

주하연이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서 메이 가문의 마지막을 지켜보시죠.”

* * *

권한울과 주하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나 있었다.

매중제일검 메이룽은 가슴이 구멍이 뚫린 채로 벽에 처박혀 있었다.

대다수의 메이 혈족들은 무기를 내버린 채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메이 가주는.

“……쿨럭.”

망신창이가 된 채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쪽 팔은 뜯겨 나갔으며 신체 부위 곳곳이 으스러져 있었다.

“……메이룽, 듣고 있는가.”

메이 가주의 말에 메이룽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가슴이 꿰뚫리고, 심장을 잃었음에도 메이룽은 아직 살아 있었다.

경탄할 만한 생명력이었으나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리 매중제일검이라 해도 저런 상처를 입고 살 수 는 없다.

지금 메이룽은 억지로 목숨을 붙들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우리가 졌네.”

혈족의 숫자는 메이 가문이 앞섰으나 실질적인 전력은 그렇지 못했다.

적들에게는 권선우와 권명우, 그리고 흑천의 정예 중의 정예인 흑천대가 있다.

흑천대를 어찌어찌 상대한다 하더라도 그 뒤에는 권명우가 버티고 있으며, 더 뒤에는 권선우가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우리가 졌단 말일세. 흑천 가문에게 패배하고 말았어.”

메이룽은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핏방울이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어째서 패배했지?”

차츰 메이 가주의 목소리에 감정이 담기기 시작했다. 한탄에 가깝던 어조에 분노가 번졌다.

“백 명도 안 되는 이들에게 어째서 졌지?”

변명 거리는 많았다.

메이 가문의 고수들은 대다수가 외부에 나가 있었다. 현재 본가로 복귀한 고수들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서 적들은 흑천 내에서도 보기 드문 초고수들이었다.

양적으로는 앞섰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한참 뒤떨어졌다.

허를 찔린 것도 있다.

메이 가주는 권선우가 화신체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원래대로라면 한시라도 빨리 권명우를 죽이고, 흑천 가문을 공격하려 했으나.

권선우는 화신체의 능력을 이용해 직접 흑천대를 이끌고 왔다.

권명우를 죽이는 것은 고사하고 역으로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아버지 시대만 하더라도 이렇지 않았어. 우리 메이 가문은…… 비록 흑천에 밀렸을지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단 말이야!”

메이 가주가 울부짖었다.

“그거야 네놈들의 착각이지.”

그런 메이 가주를 향해 권선우가 냉담하게 말했다.

“이 정도는 아니라고? 이 정도였다. 언제나 메이 가문은 흑천의 아래에 있었지.”

권선우의 태도는 오만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도 권선우를 보고 과하다고 욕하지 않았다.

“흑천의 초대 가주님과 메이 가문의 초대 가주는 동시기에 활동을 했다. 동아시아의 수많은 던전을 놓고 경쟁했지.”

던전이 처음 나타났을 당시, 세상은 대혼란을 맞이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던전 때문에 사회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가 되었다.

인간의 기술력을 무시하는 몬스터의 괴악함에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전 세계가 위기에 빠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동아시아 지역이 심각했다.

고난이도의 던전들이 우후죽순 출몰했다. 하루아침에 도시가 박살이 나고, 사람들이 떼거지로 죽었다.

이에 동아시아의 모든 나라는 서로 국경을 열고 던전을 해결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그때, 동아시아를 모두 평정했던 것이 흑천 일가의 시조 권현문이었다.

그때부터였다. 흑천 일가가 동아시아의 지배자라고 불리게 된 것은.

“너희 메이 가문은 언제나 흑천에 밀렸다. 옛날에도, 지금도 그랬지. 그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벌어졌다.”

메이 가문이 단체전을 제안했을 때, 권선우와 흑천의 순혈들은 메이 가문을 얕잡아봤다.

그건 적을 깎아내리고 집단의 전의를 고취시키기 위한 상투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현실이, 사실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대들을 가만히 내버려 뒀던 것은 멸문시켜봤자 이득이 될 게 없었기 때문이다.”

흑천 일가에게 메이 가문이란 굳이 멸문시킬 필요도 없고, 멸문시켜 봤자 얻을 게 없는 곳에 불과했다.

“게다가 서양의 로열블러드 놈들한테 신경 쓰느라 바빴거든.”

세상은 넓다. 흑천과 비견될 세력도 당연히 존재했다.

지금까지 흑천은 그들을 견제하고 경쟁하느라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었다.

“이제 내 말을 이해하겠나? 오늘 일은 기적이 아니야. 지극히 당연한 결과지.”

그 말에 메이 가주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흑천의 가주. 항복하면 살려 주시겠습니까.”

“아니.”

권선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놈은 몰라도 너는 안 된다. 흑천의 혈족에게 손을 댄 책임을 져야 해.”

그리고 그 책임은 목숨으로 갚아야 할 터.

“……잔인하시군.”

“흑천의 혈족에게 손을 댔으면 그 정도야 각오했어야지.”

“마지막으로 내 아들, 메이펑의 얼굴을 보게 해 주시오.”

“그 부탁을 들어주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권선우가 아니었다. 바로 권한울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담담히 말했다.

“나한테 죽었거든요.”

“……죽었다고?”

메이 가주의 얼굴이 멍하게 변했다.

“언제…… 언제 죽었단 말이더냐.”

“전투가 막 시작됐을 때 죽었습니다.”

그 말은 시작하자마자 권한울에게 살해당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메이 가주는 황망함을 넘어 당혹스러워했다.

“……말도 안 돼. 내가 그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준비했는데.”

“죄송하게 됐습니다.”

말과 달리 권한울의 얼굴은 전혀 그런 기색이 아니었다.

먼저 죽이려고 한 쪽은 메이펑이었다. 권한울은 대응을 했을 뿐이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 아이는 수라혈을 짙게 물려받았어. 순혈 중의 순혈이었지. 그런데 어떻게…… 자네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아마 메이 가주는 꿈에도 몰랐으리라.

권한울의 앞에서 혈통 자랑을 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짓인지.

하늘 아래서 권한울에 비견될 혈통을 보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으하하핫, 혈통을 따지자면 자네 아들이 질 수밖에 없지.”

그때, 권명우가 웃으며 말했다.

“저 아이는 순혈이 아니라 진혈이거든.”

메이 가주는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권명우는 껄껄 웃으며 추가로 말했다.

“이해가 안 되나? 저 아이는 진혈이야. 흑룡혈을 처음 얻으신 초대 가주님과 똑같은 혈통을 보유하고 있단 말이야.”

메이 가주의 두 눈이 커졌다. 어찌나 크던지 잘못하면 눈동자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화신체에 이어서 권강에, 이제는 진혈이란 말인가? 어째서 너희 흑천만…… 네놈들에게만!”

메이 가주는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며 절규했다.

권선우는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흑천대원에게 말했다.

“이제 메이 가주를 처형하라.”

흑천대원이 메이 가주에게 다가갔다. 그때, 메이 가주가 이를 갈며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할 말이 있느냐.”

“내가 죽어도 메이 가문은 끝나지 않는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혈족들이 언젠가 가문을 재건할 거야!”

“그렇겠지. 원래 바퀴벌레를 박멸하기는 힘든 일이니까.”

권선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메이 가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에 메이 가주는 울컥했다.

“메이룽은 들으라.”

메이 가주가 고함을 질렀다.

“오늘 우리 둘은 죽는다.”

메이룽은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생명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소한 메이 가문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메이 가주의 눈동자에 힘이 들어갔다. 권선우가 미간을 좁혔다.

“네놈…….”

메이 가주가 하나 남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다섯 손가락이 심장까지 파고들었다.

“쿨럭!”

메이 가주가 가슴에 박힌 손을 뽑아냈다. 심장의 피가 분수처럼 품어져 나왔다.

품어진 피는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허공으로 떠올랐다.

“최소한 네놈의 목은 가져가도록 하마!”

피가 참격이 되어 사방으로 날아갔다.

메이 가주 정도 되는 고수가 생명을 대가로 날리는 공격이었다. 흑천대는 황급히 흑린갑으로 참격을 막아 냈다.

“권선우!”

메이 가주가 권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맨손으로 그의 목을 꿰뚫으려 했다.

“감히 형님께!”

그 앞을 권명우가 가로막았다. 권명우가 팔꿈치를 휘둘러 메이 가주의 머리를 터트렸다.

하나의 가문을 책임지는 가주치고는 너무 허망한 죽음이었다.

“……내가 아니야.”

별안간 권선우가 입을 열었다. 다들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저놈의 목표는 내가 아니란 말이다!”

그 순간, 메이룽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권명우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저놈이!”

죽어가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예정된 죽음을 멈출 수는 없다. 그저 잠깐 움직이는 게 고작이다.

그렇다면 왜? 저 상태로는 자신도, 권선우도 어쩔 수 없을 텐데.

권명우의 의문은 금방 해결됐다. 메이룽이 달려가고 있는 곳은 권명우 쪽이 아니었다.

권한울이었다.

“막아! 저놈을 막으란 말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흑천대 둘이 권한울에게 달려갔다.

온전한 상태라면 모를까. 다 죽어가는 매중제일검보다는 흑천대원들이 훨씬 빨랐다.

흑천대원들이 메이룽을 향해 권격을 뻗었다. 그때, 메이룽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던졌다.

어린애 주먹만 한 크기의 금고였다.

“저건……!”

금고가 열리면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 메이룽은 없었다.

그리고 권한울도.

* * *

권한울은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빛이 번쩍거리고 어디로 이동했다는 건 알겠는데…….

바닥은 돌로 되어 있는데 사방에서는 짙은 모래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여긴…….”

“사금옥(沙擒獄)의 내부다.”

저 앞에서 메이룽이 말했다. 다 죽어가는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목소리가 맑았다.

“사금옥?”

“내가 방금 사용한 유물의 이름이라네. s등급의 레전더리 물건으로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는 공간을 만들어 내지.”

그 말인 즉, 권한울은 이곳에 갇힌 셈이다.

매중제일검 메이룽과.

“본래는 외부의 방해 없이 흑천제일권과 승패를 가르기 위해서 준비한 물건이었는데…….”

메이룽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는 듯이.

“진혈(眞血)이라…… 어쩐지 재능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실력이다 했는데. 그런 비밀이 있었군.”

메이룽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자네가 성장하면 어떻게 될지 두렵군. 그러니 메이 가문의 미래를 위해서 이 자리에서 죽어 줘야겠네.”

“그 몸으로 날 죽이겠단 말입니까?”

권한울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의문이었다.

아무리 상처 입은 짐승이 위험하다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메이룽은 상처를 입은 수준이 아니라 간신히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옛 저녁에 죽었어야 할 중상이었으나 무지막지한 생명력이 그를 붙잡아 두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묻지. 내가 자네를 못 죽일 것 같은가?”

메이룽이 장검을 소환했다. 검을 쥐자마자 그의 기세가 격변했다.

가슴이 꿰뚫리고, 처참한 패배를 맛봤으며, 가주의 죽음을 목도하고, 가문이 멸문의 위기를 맞이했음에도.

메이룽의 기세는 조금도 쇠하지 않았다.

“과연 매중제일검.”

적의 입장에 있음에도 권한울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가문을 대표하는 무인이란 이토록 대단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한 가지 감정이 고개를 쳐들었다.

분노였다.

“나는 흑천에 들어오기 전까지 삼류 헌터에 불과했습니다.”

난데없는 옛날이야기에 메이룽은 의아해했다.

“고블린 따위나 사냥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어쩌다 오크라도 마주치면 목숨을 잃을까 무서워 도망쳐야 했죠.”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고사하고 강해지는 것조차 꿈꿀 수 없는 나날이었다.

“흑천이니 메이 가문이니. 그런 이야기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죠. 꿈에서도 볼일이 없을, 아주 먼 이야기 말입니다.”

권한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매중제일검과 생사를 겨루고 있다니. 인생은 정말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군요.”

“초를 쳐서 미안하네만 자네는 나와 생사를 논할 실력이 못된다네.”

그렇겠지.

메이룽은 매중제일검이다. 죽어가고 있음에도 권한울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만.

“그쪽이야 말로 날 너무 우습게 보는데.”

그래서 화가 났다.

“심장이 없어서 모든 신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겨우 그딴 몸으로.

“마력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아서 아까부터 계속 기세가 흔들리고 있는데.”

고작 그런 상태로.

“나를 죽일 수 있다고?”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는 유물이라고 했습니까? 그거 잘됐네요.”

권한울이 아룡태의 장갑을 벗었다. 훤히 드러난 엄지손가락을 송곳니로 물어뜯었다.

갑작스러운 자해에 메이룽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뭘 하는 거지?”

권한울이 엄지손가락을 갑옷에 대고 아래로 내렸다. 붉은 혈선이 길게 그려졌다.

혈선을 중심으로 갑주에 붉은 기운이 번진다. 붉은 기운은 갑주의 곳곳에 스며들었다.

“네놈…….”

메이룽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놀랄 일 투성이었으나 지금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어떻게 흑천의 혈족이 수라를 꺼내든…….”

말을 하던 도중에 메이룽이 입을 다물었다. 아룡태에 일어난 두 번째 변화 때문이었다.

회색의 금속 재질이었던 아룡태가 가죽처럼 변질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메이룽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설마 초대 가주님의…….”

아룡태의 변화가 끝난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아수라왕(阿修羅王)’이 눈을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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