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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88화 (88/221)

<혈통이 깡패임 88화>

88화 던전 공략 (5)

<던전의 보스를 처치하셨습니다!> <던전 코어의 소유권을 습득합니다!> 베헤모스의 머리를 부순 직후, 수많은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권한울은 메시지에 주목할 여유가 없었다. 오직 GG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바닥에 쓰러져 있는 권후돈과 메이홍.

혼자서 베헤모스와 맞서고 있던 GG.

어떤 상황인지는 명백했다.

“어째서 남아 있었던 겁니까.”

GG는 권한울의 팀원이 아니다. 겨우 이틀 정도 함께 던전을 공략했을 뿐이다.

그런데 GG는 이 두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베헤모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도망치려 했습니다.”

GG는 순순히 진실을 말했다.

“저기 계신 여성분께도 말했죠. 도망치자고.”

베헤모스는 정말 위험한 적이었다.

방금 전에 권한울이 일격에 머리를 쪼갤 수 있었던 것은 아수라왕의 권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의뢰인을 내팽개칠 수도 노릇이고.

GG는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뭐, 그냥…… 그렇게 됐습니다.”

권한울은 베헤모스의 머리에서 내려왔다. GG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당황했는지 GG의 눈동자가 커졌다.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감사합니다. 당신 덕분에 제 팀원들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저가 뭘…… 따지고 보면 권한울 님께서 오신 덕분에 살아남은 거죠. 저는 한 게 없습니다.”

GG의 말에 권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시간을 끌어준 덕분에 권한울이 악마를 처치하고 올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악마?

권한울은 미묘한 위화감을 눈치 챘다.

베헤모스를 처치했을 때, 메시지가 떴다. 그런데 악마한테서는 그런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GG, 조금만 더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권한울의 말에 GG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였다.

* * *

권한울은 권후돈을 등에 짊어졌다. GG에게는 메이홍을 부탁했다.

그리고 GG와 함께 방금 전, 악마와 싸웠던 장소로 향했다.

악마의 죽음을 확인해야 하는데. 기억을 잃은 권후돈과 메이홍을 혼자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악마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이게 누구신가.

죽어가는 악마, 마몬을 볼 수 있었다.

-그대로 떠날 줄 알았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군.

“역시 살아 있었나?”

-살아 있다? 내 평생 그렇게 우스운 농담은 또 처음이군.

마몬은 비웃음을 흘렸다.

배에 구멍이 뚫렸고, 마력은 끊임없이 세어나가고 있다. 온몸은 마른 점토처럼 굳어서 바스라지고 있었다.

-그래도 죽음을 지켜봐줄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군. 마침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

“하고 싶은 말이라고?”

-인간, 하나만 묻겠다. #[email protected]#%를 가지고 있지?

권한울은 인상을 썼다.

“뭐라고 말했지?”

-#[email protected]%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안 들리는데.”

권한울의 말에 마몬은 입맛을 다셨다.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군.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럼 다른 방식으로 묻겠다. 너의 상태창에 이름이 나타나지 않는 항목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나?

권한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걸 어떻게…….”

-모를 리가 없지. 인간에게는 하나도 과분한 혈통을 다섯 개나 가지고 있는데.

권한울은 자신도 모르게 마몬에게 다가갔다.

“이 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나?”

-왜? 궁금한 모양이지?

“말해라. 이건 무슨 능력이지?”

-성질 한 번 급하군.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을.

권한울은 인상을 썼다. 마몬은 그저 웃기만 했다.

-설명한다고 해도 인간인 네놈이 그걸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설명하기나 해.”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그릇? 아니지 그래서야 의미가 불명확하군. 방주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의문만 깊어지는 비유였다.

-그렇게 보지 마. 나도 따지고 싶은 기분이니까. 하필 그 힘을…… 우리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것을 하필 인간 따위가 얻을 줄이야…….

마몬의 몸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충고 하나만…… 혈통을 완벽하게 길들여…… 언젠가는…….

이윽고 완전히 잿더미로 변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적을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강적의 능력치를 일부 흡수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AAA급에 도달합니다!> <권능 ‘낙성운(落聖雲)’을 습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AAA급에 도달했다.

신체가 뿌리부터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보다 견고해지고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능력치보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권능이었다.

<권능 낙성운(落聖雲)>

-품질 : 레전더리(S+)

-설명 : 악마 백작 마몬이 주력으로 삼았던 권능. 마력을 소모하여 비행할 수 있게 된다.

숙련도가 높아질 수 록 비행속도는 더 빨라지며 특수한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

레전더리 S+라는 등급.

과연 상급 악마다운 권능이었다.

‘약해져 있었군.’

본래 상급 악마는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한 명만 나타나도 전 세계가 난리가 날 정도다.

하지만 그런 악명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쉽게 죽었다.

전쟁을 겪으면서 큰 상처를 입고 심각할 정도로 약해진 게 분명했다.

마몬을 죽이고 얻은 능력치가 겨우 AAA급인 것도 그 증거 중 하나였나.

‘???은 대체 뭐지?’

권한울은 마몬이 했던 말을 하나하나 곱씹어봤다. 딱히 도움이 되는 말은 없었다.

‘이름이 표시되지 않는 이유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말했다.

‘혈통을 완벽하게 길들이라고 했지. 어째서?’

권한울이 고민에 잠겨 있을 때였다.

GG가 악마의 잿더미를 매만지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다가가서 자세히 확인해 보니 재의 냄새를 맡거나 심지어 맛을 보고 있었다.

“……뭘 하는 겁니까?”

권한울의 물음에 GG가 고개를 돌렸다.

“악마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악마를 느낀다고요?”

“환수혈은 다른 존재의 능력을 흉내 내는 혈통입니다. 몬스터, 영물, 그리고…….”

GG의 시선이 악마의 잿더미로 향했다.

“제가 이 던전에 지원한 이유가 강력한 악마의 힘을 얻기 위해서였는데.”

GG가 손가락에 묻은 잿더미를 할짝거렸다. 그 직후, 권한울은 느낄 수 있었다.

GG의 눈동자의 깊은 곳에 불길한 기운이 자리 잡는 것을.

“설마 상급 악마의 힘을 얻을 줄이야.”

가면을 썼나 싶을 정도로 무표정했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어딘가 섬뜩하면서도 불안한 미소였다.

“순혈을 가지고도 30%밖에 구현할 수 없다니. 대체 얼마나 강력한 힘이기에 이러는 거지?”

GG의 얼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광기가 엿보였다.

“이거면 계획을 앞당길 수 있어.”

권한울도 허리를 숙여 악마의 재를 매만졌다. 미세하게 남은 악마의 마력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가 반응합니다.>

<사용자의 그릇이 확장되었습니다.> <‘환수혈(幻獸血)’을 습득합니다.> 권한울의 신체에 환수혈이 자리 잡았다.

아쉽게도 초인혈 때처럼 능력치가 상승하거나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환수혈의 진가는 지금부터였다.

<‘환수혈(幻獸血)’이 기운을 감지합니다.> <구현화 항목에 ‘상급 악마 마몬’이 추가됩니다.> <현재 ‘상급 악마 마몬’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구현할 수 없습니다.> <환수혈의 동화율에 따라서 대상의 능력을 최대 100%까지 구현할 수 있습니다.> 대충 감이 잡혔다.

어떤 생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대상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환수혈의 동화율이 높아야 한다.

<위험! ‘악마’의 악성이 당신의 정신을 침식하고 있습니다!> <‘상급 악마 마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록 침식이 심해집니다!> 이해도를 높인 것만으로 정신이 오염된다. 죽어서까지 끈질기게 구는 모습이 과연 악마다웠다.

<권속혈(眷屬血)이 당신의 정신을 유지합니다!> <천재혈(天才血)이 악성에 의한 침식을 방어합니다!> 물론 권한울에게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환수혈(幻獸血)’이 내면의 기운을 감지합니다.> 그때,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환수혈(幻獸血)’이 ‘흑룡혈(黑龍血)’과 결합합니다.> <구현화 항목에 ‘흑룡(黑龍)’이 추가됩니다.> 권한울의 입이 벌어졌다.

* * *

과거 흑천 일가의 시조인 권현문은 흑룡을 죽이고 그 힘을 손에 넣었다.

흑룡이 어떤 존재인지는 명확히 기록된 매체가 없다. 다만, 세계 최초로 SSS랭크를 넘어서 EX랭크로 기록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 수 있다.

<‘흑룡(黑龍)’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합니다.> <‘흑룡혈(黑龍血)’의 동화율이 40%에 도달할 시, 흑룡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환수혈(幻獸血)’의 동화율에 따라서 대상의 능력을 최대 100%까지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 흑룡을 구현할 수 있다. 그것도 100%까지.

놀랍다 못해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흑룡혈과 반응했다는 말은…… 다른 혈통도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뜻인데.’

모든 혈통은 기원이 되는 존재가 있다.

환수혈을 이용하면 그 존재들을 모두 구현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권한울 님, 죄송하지만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별안간 GG가 말했다. 권한울은 의아했다.

“간다뇨?”

“덕분에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더 이상 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악마의 힘은 쓰지 마세요.”

대뜸 권한울이 말했다.

“너무 위험한 힘이에요. 함부로 썼다가는 당신을 잃고 말겁니다.”

권한울의 경우에는 천재혈과 권속혈이 있어서 악마의 침식을 무효화할 수 있다.

하지만 GG의 경우에는 환수혈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악마의 힘을 불러냈다가는 어떻게 되리 몰랐다.

“그걸 어떻게…… 아니, 설마……?”

GG의 얼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환수혈도…… 얻으신 겁니까?”

권한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충고하는 겁니다. 절대 악마의 힘은 쓰지 마세요.”

GG는 말없이 권한울을 바라봤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 받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목석같던 GG의 얼굴에 증오심이 떠올랐다. 누구에 대한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파블로 패밀리.

가르시아 가문의 사람들을 납치했다는 그들에게 향하는 분노가 틀림없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만나길 기도하겠습니다.”

권한울의 말에는 마치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GG가 몸을 돌려 사라졌다. 권한울은 GG가 달려간 곳을 얼마간 바라봤다.

* * *

권한울은 팀원들을 데리고 던전 밖으로 나갔다.

“이게 무슨……!”

주하연은 놀란 것을 넘어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되신 건가요? 다친 곳은요?”

“아, 전 괜찮아요.”

“괜찮다뇨! 이렇게 흙투성이가…… 다른 분들은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권한울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안에서 베헤모스를 만난 것과 상급 악마를 죽인 것까지.

“……정말로 상급 악마를 죽이고 오셨다고요?”

“약화된 상태라 다행이었죠.”

이번만큼은 믿기 힘들었는지. 주하연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권한울은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그것을 본 순간, 주하연의 얼굴이 멍해졌다.

“이건…….”

혹시 몰라서 챙겨온 악마의 재 가루였다. 주하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위험한 줄 알았다면 제가 따라 들어가는 건데…….”

“원래 던전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하지만…….”

주하연은 죄악감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 권한울은 연신 그녀를 달랬다.

“그보다 던전 입구에서 누가 나왔다는 말은 없었나요?”

“경비원들에게서 아무 보고도 듣지 못했습니다.”

던전의 입구는 파블로 패밀리에서 보낸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GG의 실력을 생각하면 경비원 몰래 던전을 빠져나오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부터 제가 던전을 맡을 테니 푹 쉬고 계세요.”

던전을 공략했으니 이제 남은 일은 운반이 가능하게끔 가공하는 일뿐이었다.

“권미 님께도 미리 전화를 드려야겠네요.”

“그건 제가 할 게요.”

기왕이면 권후돈에게 맡기고 싶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였다.

권한울은 스마트폰을 꺼내 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내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통화 중이라는데요?”

* * *

대서양에 주둔해 있는 어느 함선.

그 안에서 권미는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왜 전화했어?”

-우리 동생, 오늘 따라 유독 목소리가 어둡네.

그녀의 오빠, 권혁이 웃으며 말했다.

너 때문이잖아. 권미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그 한 마디를 억지로 집어삼켰다.

“피곤해서 그래.”

-하긴 피곤할 만하지. 임무 때문에 지금 바다에 있다며? 던전을 운송한다고 했던가?

다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는 것처럼 말하는 게 얄미웠다.

“빨리 용건이나 말해.”

-뭐, 대단한 용건은 아니고.

권혁은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우리 귀여운 조카님을 돌아올 수 없는 장소로 영원히 여행을 보내주려고 하는데. 관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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