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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135화 (135/221)

<혈통이 깡패임 135화>

135. 창과 창 (2)

권찬성은 카탈리나 블라가를 향해서 달려가며 흑룡혈의 권능을 발현했다.

검은 비늘이 권찬성의 두 팔과 어깨, 등판을 뒤덮기 시작했다.

정면은 뻥 뚫려 있다. 흑린갑이 보호해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팔과 뒷면뿐.

얼핏 보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흑린갑은 방어 권능이다. 그것을 정면이 아니라 등에다 두르다니.

“그게 당신만의 개량형이군요?”

그러나 카탈리나 블라가는 그런 권찬성의 모습을 보고 비웃지 않았다.

흑린갑으로 전신을 뒤덮을 수 있는 혈족은 극히 드물다. 대다수의 혈족들은 그렇게 많은 양의 흑린갑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렇기에 흑천의 혈족들은 흑린갑을 저마다 다른 형태로 사용했다.

권찬성도 마찬가지였다.

두 팔을 흑린갑으로 두름으로써 공격력을 상승시킨다. 동시에 등판을 감싸는 것으로 공격의 반동을 견뎌낼 지지대를 만든다.

“재잘재잘 시끄럽군. 입부터 찢어 주마.”

권찬성의 열 손가락을 세웠다. 흑린갑에 뒤덮인 손가락은 마치 용의 손톱처럼 보였다.

손톱을 휘둘러 허공을 가른다. 용투기가 열 개의 참격이 되어 카탈리나 블라가를 덮쳤다.

카탈리나 블라가는 피하지 않았다. 오러를 두른 주먹을 휘둘러서 참격을 깨트렸다.

두 절대자의 충돌.

그 여파만으로 카탈리나 블라가의 뒤에 있던 건물들이 박살이 났다. 서 있는 땅이 갈라졌다.

엄청난 양의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다. 카탈리나 블라가는 한숨을 내휘며 한탄했다.

“다시 지으려며 돈 꽤나 들겠네요.”

“지금은 목숨부터 걱정해야 할 텐데?”

흙먼지를 찢으며 권찬성이 튀어나왔다. 카탈리나 블라가의 복부를 정면에서 걷어찼다.

권찬성의 발길질은 카탈리나 블라가를 날려보내지 않았다. 복부의 살덩어리를 뭉텅 뜯어냈다. 구멍이 뚫렸다.

“아프네요.”

하지만 카탈리나 블라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권속혈의 재생력 앞에 이 정도 상처는 생채기나 다름없었다.

이 정도는 권찬성도 예상했던 바였다. 당황하지 않고 주먹을 쥐며 용투기를 응축시켰다.

권찬성의 주먹을 중심으로 주변의 공기가 휘몰아친다. 그 심상치 않은 현상에 카탈리나 블라가의 표정이 굳었다.

저 주먹이 내질러지면 죽는다.

카탈리나 블라가는 그 사실을 직감했다.

“하압!”

권찬성이 기합소리와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용투기가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흑룡십이승무 상승형(黑龍十二昇武 上乘形)

기격식 승룡권(氣擊式 昇龍拳)

그 순간, 카탈리나 블라가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권속혈의 권능이 권찬성의 눈을 뒤덮었다.

땅이 갑자기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땅에서 무수히 많은 창이 튀어나왔다. 창은 권찬성의 몸 곳곳을 관통했다.

“크윽?”

극심한 통증이 밀려 왔다. 팔다리와 몸통을 동시에 꿰뚫려서 승룡권을 펼칠 수 없었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카탈리나 블라가가 권찬성의 주먹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마력을 방출했다.

두 마력이 격돌하는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그 여파로 두 사람은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귀찮게 구는군.”

권찬성은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말했다. 폭발의 중심부에 있었음에도 멀쩡했다.

“제 환상이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이네요.”

반면 카탈리나 블라가는 전신의 피부 곳곳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상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재생되었다.

“마음에 안 들다마다. 모처럼 내 수준에 맞는 상대를 만났는데. 한다는 짓이 이딴 장난질이라니. 화가 날 수밖에.”

“장난질이라고 하시니 섭섭하네요. 그럼 제대로 보여드릴까요?”

카탈리나 블라가의 눈동자가 붉은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 붉은 빛을 본 순간, 권찬성이 밟고 있던 땅이 무너져 내렸다.

“뭐?”

저 밑에 있는 무저갱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권찬성은 마력을 이용해서 허공에 발판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마력은 계속 흩어질 뿐이었다.

그때였다.

저 밑에 어둠에서 괴물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살기로 가득한 눈동자와 침이 뚝뚝 떨어지는 길쭉한 이빨들.

권찬성조차 소름이 돋을 만큼 무시무시한 괴물들이었다.

“이게 정말 환상이란 말인가?”

권찬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하며 용투기를 일으켜 괴물들과 싸울 준비를 했다.

환상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카탈리나 블라가의 앞에서 환상은 현실과 다를 바가 없다.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권찬성은 괴물들을 향해 용투기를 방출했다.

* * *

“흐압! 하압! 흐아아아압!”

아무도 없는 공터.

“이제 그만 죽으란 말이다!”

권찬성은 허공에다가 주먹질을 하고 용투기를 발출하고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달리 얼굴은 사뭇 진지했다.

당연했다. 지금 권찬성은 환상 속에서 온갖 종류의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으니까.

“그 대단하다는 권찬성도 환상에 빠지니 별볼일없네요.”

카탈리나 블라가는 쿡쿡 웃으며 아공간을 열었다.

아공간 속에서 길쭉한 창을 하나 꺼냈다. 날부터 손잡이까지 온통 새빨간 색의 창이었다.

마창 탈다리아

상대방의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꿰뚫어버린다는 극악한 유물이다.

권찬성이라 할지라도 이 창에 찔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

“한 번에 보내지 않으면 내가 위험하지.”

카탈리나 블라가는 마창에 마력을 주입했다. 마창의 붉은 빛이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마창을 움켜쥔 채 권찬성에게 다가갔다. 권찬성의 심장을 노리고 마창을 내질렀다.

붉은 궤적이 권찬성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 순간, 창이 튕겨져 나갔다.

카탈리나 블라가의 눈동자가 커졌다. 창이 찢어놓은 옷 사이로 검은 비늘이 보였다.

“흑린갑? 대체 언제……?”

“방금 전에 만들었지.”

권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눈이 카탈리나 블라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카탈리나 블라가의 얼굴에 경악이 서린다. 그 순간, 권찬성이 창을 움켜잡았다. 동시에 손바닥으로 카탈리나 블라가의 가슴을 후려쳤다.

용투기가 카탈리나 블라가의 내부를 헤집어 놓았다. 장기가 모조리 으스러지며 박살났다. 카탈리나 블라가는 피를 토해 내며 날아갔다.

카탈리나 블라가는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며 몸을 일으켰다. 입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환상을 벗어났죠?”

권찬성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동자를 가리켰다. 평소와 달리 검은색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명명안? 하지만 그 권능에는 환상을 무효화 하는 능력이 없는데…….”

“원래는 그렇지.”

권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명명안은 동체시력을 강화시켜 주는 권능이다. 명명안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세상이 느리게 흘러간다.

“흑룡혈의 동화율이 증가할 수록 권능도 강력해진다.”

현재 권찬성의 동화율은 90% 이상.

그렇기에 권찬성의 명명안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었다.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어. 마력을 있는 대로 쏟아부어야 했거든.”

권찬성의 눈동자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서 명명안이 무리를 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카탈리나 블라가 정도 되는 인물의 환상에서 벗어난 대가치고는 싼값이었다.

“환상도 안 통하게 됐는데. 이제 어쩔 생각이지?”

권찬성은 마창을 저 멀리 집어던졌다. 그리고 카탈리나 블라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카탈리나 블라가는 바로 전투 준비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방금 전에 당한 일격에서 아직도 회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못 일어나나? 시시하게 됐군.”

권찬성이 손날을 세웠다. 용마기가 그의 팔을 휘감았다.

“그래도 제법 즐거웠다. 명성에 걸맞은 실력이더군.”

권찬성의 손날에 모여든 용투기가 더욱 강맹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도 카탈리나 블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움직일 수 없었다.

궤적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카탈리나 블라가는 몸을 움직이질 못했다. 아직도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흑룡십이승무 상승형(黑龍十二承武 上乘形)

멸격식 절계(滅格式 絶界)

거대한 궤적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카탈리나 블라가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블라가 가문을 지키던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몰살시켜던 그 기술이다.

궤적이 카탈리나 블라가를 덮치기 직전이었다.

권찬성의 팔이 사라졌다.

“뭣?”

권찬성은 크게 당황했다.

분명 눈으로 볼 때는 팔이 달려 있는데. 어깨 밑으로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용투기의 제어를 놓치고 말았다. 절계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절계가 사라지자마자 다시 팔의 감각이 돌아왔다. 권찬성은 굳은 얼굴로 자신의 팔을 매만졌다.

“후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요.”

카탈리나 블라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회복이 끝났는지. 더 이상 입가에 피를 흘리지 않았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권속혈의 권능을 사용했죠.”

“거짓말 하지 마라. 명명안을 사용하면 환상 따위는…….”

“멍청하시네요.”

카탈리나 블라가는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사람의 감각이 시각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명명안 하나로 권속혈의 권능을 모두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람의 감각은 다섯 개.

권속혈을 사용하면 그 모든 감각을 희롱할 수 있다.

권찬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괴물 같은 년이군.”

“그건 제가 할 말이죠.”

두 사람은 다시 마력을 일으켰다.

또 다시 충돌했다.

* * *

카탈리나 블라가와 권찬성이 싸우는 동안 권한울을 필사적으로 몸 상태를 회복했다.

“됐다.”

권한울을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쳐다봤다.

두 절대자의 전투는 몹시 치열했다. 부딪혔다 하면 땅이 뒤흔들렸다. 하늘의 구름이 찢겨져 나갔다.

“무시무시하네.”

권한울은 저 둘에게 가까이 갈 자신이 없었다. 그 정도로 엄청난 전투였다.

“야! 인마!”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지석이 권한울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였다.

“……레빗?”

권한울을 위해 희생했던 권속들이었다.

“야! 무사했구나!”

“도망치라고 했잖아요.”

“나 혼자 도망치면 기껏 여기까지 온 게 헛수고가 되잖아!”

권지석이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권한울을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보다 인사해라. 여기 있는 사람들은…….”

“레빗.”

“뭐야, 알고 있었어?”

권한울은 다른 권속들을 돌아봤다.

“어떻게…… 죽은 게 아니었나요?”

“권속의 재생력 덕분에 목숨은 건졌어요. ……전부 살아남은 건 아니지만요.”

레빗의 말대로 반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권속혈의 재생력으로도 어쩔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입었으리라.

“……고마웠습니다.”

권한울은 권속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권속들은 손사래를 쳤다.

“감사라뇨. 주인님을 위해서 죽는 건 당연…….”

“아니요.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알고 있다.

결국 권속혈의 강제성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권한울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권한울은 이들을 지배했다. 블라가 가문을 탈출하기 위한 행동이었으나 그 책임을 져야만 했다.

그게 진(眞) 권속혈을 보유하고 있는, 아니 사람의 도리였다.

“이렇게 잡담이나 나눌 때가 아니잖아. 빨리 도망치자.”

권지석이 권한울에게 말했다.

“아뇨, 안됩니다.”

“또 왜? 이번에는 뭐가 문제인데? 형님이랑 카탈리나 블라가가 싸우는 지금이야 말로 기회잖아.”

“누가 이기든 우리는 이 가문을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 확실해졌다. 지금의 권한울로서는 두 사람에게서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설사 도망친다고 해도 전투가 끝나자마자 둘 중 한 명이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이다.

“그리고 이 전투는 권찬성이 이길 겁니다. 권찬성은 절 어떻게 해서든 죽이려 들겠죠.”

“형님이 이긴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권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해 못할 반응은 아니었다. 지금 둘은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어느 한쪽이 우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권한울은 권찬성이 이긴다고 확신했다.

“카탈리나 블라가가 상처를 입은 횟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재생력 때문에 티가 나지 않았지만 카탈리나 블라가는 이미 신체 곳곳에 공격을 적중 당했다.

“재생속도도 조금씩 느려지고 있어요.”

본래 오러에 당한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 타인의 마력이 남아서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력을 이용해서 상대방의 마력을 지워 버리면 된다. 문제는 이때 마력 소모가 상당히 심하다는 것이다.

카탈리나 블라가의 재생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지만 적잖은 마력을 소모했을 게 분명했다.

“하, 하지만 형님도 지쳤잖아.”

권지석의 지적대로 권찬성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보다 숨도 거칠어졌고 상처도 많았다.

“시간문제에요.”

권한울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별안간 폭발이 일어났다. 온 세상이 뒤흔들렸다. 권한울과 권지석은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폭발이 가신 뒤, 손을 내렸다. 그 직후, 두 사람은 보게 됐다.

바닥에 누워서 피를 토하고 있는 카탈리나 블라가와.

그 앞에 서서 웃고 있는 권찬성을.

* * *

“쿨럭…….”

카탈리나 블라가는 피를 토해 냈다.

몸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넘쳐나던 재생력이 더 이상 발휘되지 않았다.

“드디어 잡았다.”

권찬성은 큭큭 웃으며 카탈리나 블라가를 내려다봤다. 카탈리나 블라가는 그를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방금…… 무슨 짓을…….”

권찬성이 사라진다 싶었더니 충격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땅에 처박혀 있었다.

“비장의 한 수를 사용했지. 설마 내게 그걸 쓰게 만들 줄은 몰랐어.”

카탈리나 블라가의 입이 벌어졌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피가 터져 나오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다.

“카탈리나 블라가. 살아 있는 헌터계의 역사. 이런저런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별 거 없군.”

카탈리나 블라가가 약한 게 아니다. 그녀를 상대할 수 있는 살마은 세계 랭커 중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적다.

다만, 권찬성이 그녀보다 더욱 강했을 뿐이다. 수백 년이라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끄윽.”

권찬성이 발을 들어서 카탈리나 블라가의 가슴을 짓눌렀다. 카탈리나 블라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충분히 오래 살았으니. 죽는다고 해도 억울할 건 없겠지.”

권찬성의 발에 힘이 들어갔다. 흉갑과 심장이 짓눌렸다. 카탈리나 블라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때, 무언가가 날아왔다.

권찬성의 본능이 경고할 정도로 섬뜩한 기운이었다. 권찬성은 뒤로 물러났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한 자루의 창이 꽂혔다. 방금 전, 카탈리나 블라가가 권찬성의 심장을 꿰뚫으려 했던 그 마창이었다.

“……어이가 없군.”

권찬성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권한울이 창을 던진 자세 그대로 멈춰 있었다.

“동생, 이게 무슨 짓이지?”

“보면 모릅니까. 창 던졌잖습니까.”

권한울은 자세를 풀며 말했다.

“내가 지금 그걸 묻고 있는 게 아니잖아. 왜 이 여자를 죽이는 걸 막은 거지?”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둘 중에서 누가 이기든 나한테 큰 도움이 안 되더군요. 그나마 그쪽보다는 카탈리나 블라가 살아 있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개입했다?”

권찬성은 쯧쯧 혀를 찼다.

“쓸데없는 짓을 했군. 이럴 시간에 도망이나 치지 그랬나. 아니면 그 짧은 시간에 이 여자랑 정이 들었나?”

“어차피 도망쳐 봤자 그쪽한테 금방 붙잡힐 것 같아서요.”

“그건 그렇지. 정확하게 판단했군.”

“그리고 천천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못 이길 것도 없어서요.”

권찬성의 몸이 굳었다. 이윽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물었다.

“동생이 날 이길 수 있다고?”

“예, 있을 것 같네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나랑 싸운 사람들은 다 내 말을 안 믿었죠. 근데 그 사람들이 지금 다 어떻게 됐는지 아십니까?”

권찬성은 웃기 시작했다.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권찬성의 기운이 커지기 시작했다.

“설마 그딴 버러지들과 날 비교한 건가?”

권찬성의 얼굴이 웃는 채로 일그러진다. 흉악한 귀신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좋다. 내 이 자리에서 당장 동생의 인식을 고쳐 주도록 하지!”

거대하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오금이 저려온다. 바닥에 주저앉고 싶다.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다.

그럼에도 권한울은 몸을 돌려서 달아나지 않았다. 그 기운을 받아 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용(龍)”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뱉은 단어 하나.

<‘환수혈(幻獸血)’의 권능을 발휘합니다.> <‘흑룡혈(黑龍血)’과 ‘환수혈(幻獸血)’이 서로 반응합니다.> <환수혈(幻獸血)’의 권능이 변형됩니다!> <‘흑룡(黑龍)’의 힘이 이 자리에 현현됩니다!> <반(半) 화신체를 구현합니다!>

마력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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