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이 깡패임 179화>
179. 공개 (1)
권한울은 주먹을 거둬들였다.
오딘의 시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승룡권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육체까지 통째로 소멸해 버린 것이다.
“끝났다.”
오딘을 죽였지만 만족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죽이기 전보다 분노가 들끓었다. 갑갑하고 괴로웠다.
분명 복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갈증으로 죽어 가는 사람에게 간장종지만 한 그릇에 물을 담아서 줘 봤자 목마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해질 뿐이다.
마찬가지였다. 오딘은 죽었으나 아직 이온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권혁 역시 눈을 뜨고 살아 있다. 그냥 살아 있는 정도가 아니라 흑천의 부회장으로서 빛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제기랄…….”
권혁의 얼굴을 생각하자 저절로 이가 갈렸다. 금방이라도 분노가 살갗을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 모든 감정을 억눌렀다. 마음속에 금고를 만들고 그 안에 꽉꽉 눌러 담았다.
“아직은 아니야.”
지금은 참아야 한다.
언젠가 권혁과 만날 때를 위해서, 그와 싸울 때를 대비해서.
그때, 이 감정을 해방시켜야 했다.
“이온…… 그리고 권혁.”
그들뿐만이 아니다.
권혁의 명령에 따라서 부모님을 공격한 헌터들도 복수의 대상이다.
권한울은 단 한 명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절망스러운 공포를 보여 주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고, 가장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이겠다.
그리하여 복수를 끝마친 뒤.
“흑천의 정점에 오르겠다.”
그리하여 부모님의 결백을 밝히고 그분들의 명예를 되찾겠다.
권한울은 자신의 목표를 다시 한 번 더 확고하게 다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지?”
흥분이 가시자 나머지 일행들이 걱정이 되었다.
기감을 퍼트려서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흑암대와 주하연, 권미는 시술실이 있는 지하에 있었다. 흑예대원들은 각층에 흩어져 있었다.
권한울은 우선 시술실로 향하기로 했다.
그때, 권한울의 기감에 무언가 감지되었다.
“벌레 한 마리가 숨어 있었군.”
허공에 손을 뻗었다.
악인 중 한 명이 죽으면서 땅에 떨어트린 창이 둥실 떠올라서 손아귀에 잡혔다.
<권능 ‘천리용안(天理龍眼)’이 발현됩니다.> 이마가 길게 갈라졌다. 좌우로 벌어지며 자색 눈동자가 나타났다.
천리용안의 권능이 주변의 마력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권한울이 들고 있던 창이 용마기에 휩싸였다.
권한울은 창을 들어올렸다. 허리를 뒤로 당기고 팔에 힘을 주었다.
전신을 활시위처럼 튕기며 창을 집어던졌다.
검은 섬광이 벽을 뚫고 어디론가 뻗어나갔다.
* * *
그 시각, 아제트 헤르메스는 병원 바깥에서 내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
사람이 너무 놀라면 아무 생각도 안 든다고 하던가.
아제트 헤르메스는 그 속설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한 사람이 다섯 개의 혈통을 가지고 있다고?”
그릇의 힘은 무한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능력은 한정되어 있다.
본래 사람은 하나의 혈통을 담는 것조차 벅차다. 용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한울은 그런 혈통을 무려 다섯 개나 지니고도 멀쩡했다.
“아니, 이건 말이 안 돼. 저건…… 진혈이란 말이다.”
진혈은 하위 혈통보다 용량이 훨씬 크다. 대부분의 실험체들은 진혈을 담지 못하고 목숨을 잃을 정도였다.
권한울은 다섯 개의 진혈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권능까지 사용하고 있었다.
오딘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이 이렇게 어그러질 줄이야…….”
아제트 헤르메스는 얼굴을 구긴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릇을 회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딘을 잃었다. 실로 치명적이었다.
아제트 헤르메스와 오딘의 관계는 무척 복잡 미묘했다.
본래 오딘은 이온에 소속된 마법사였다.
흑천에 그릇을 뺏긴 일로 쫓겨났으나 십년 뒤, 판데모니엄의 대의원으로 우뚝 섰다.
오딘이 자신을 쫓아낸 아제트 헤르메스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
그건 아제트 헤르메스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수하였던 마법사가 자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오딘, 그 녀석만큼 말이 잘 통하는 놈도 없었거늘…….”
하지만 아제트 헤르메스와 오딘은 꽤 자주 협력했다. 둘에게는 세상의 비밀을 파헤치고, 그릇을 회수해야 한다는 공통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제트 헤르메스에게는 오딘이 가지고 있는 무력이, 오딘에게는 아제트 헤르메스가 품고 있는 지식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둘은 동업자로서 공존할 수 있었다.
“이제 오딘이 없으니…… 흑천의 보복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군…….”
원래 그릇을 되찾은 뒤, 오딘과 함께 대응법을 고민할 생각이었다.
이온 전체를 판데모니엄으로 옮긴다거나, 판데모니엄의 악인들을 용병으로 고용한다거나.
하지만 오딘이 죽은 지금, 이 계획들은 전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돌아가서 흑천의 보복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해야 해.”
아제트 헤르메스는 마법을 사용했다.
허공에 검은 구멍이 나타났다. 그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병원이 있는 방향에서 검은 섬광이 번쩍였다.
검은 섬광은 아제트 헤르메스가 있는 곳까지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정확하게 어깨를 관통했다.
“크아아악!”
어깨와 팔뚝이 통째로 사라졌다. 아제트 헤르메스는 비명을 질렀다.
“이 피비린내 나는 어린놈이!”
아제트 헤르메스는 분노를 토해 냈다.
그때, 또 다른 섬광이 아제트 헤르메스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그 찰나의 순간, 아제트 헤르메스는 죽음을 직감했다. 주마등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제트 헤르메스가 실제로 죽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섬광이 아제트 헤르메스의 머리에 닿기 직전, 누군가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핫찻!”
후드티를 입은 여자가 이상한 기합소리와 함께 섬광을 걷어찼다. 창에 담겨 있던 용마기가 폭발하며 굉음을 토해 냈다.
“……엄마야, 하마터면 다리를 통째로 잃어버릴 뻔했네.”
여자는 한쪽 발을 쩔룩거리며 중얼거렸다. 아제트 헤르메스가 당황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다, 당신은 누구요.”
“저요? 흑인대의 김초희라고 합니다.”
아제트 헤르메스의 눈과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이 세상에 흑인대라는 이름을 쓰는 부대는 한 곳밖에 없었다.
흑천의 부회장 권혁의 직속부대 말이다.
“흑인대라면 궈, 권혁의……?”
“맞아요.”
“흑인대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요? 나는 왜 구했고……?”
“우리 부회장님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세요.”
권한울을 피하나 싶었더니 권혁이 나타나?
호랑이를 피하려다가 사자를 만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도망치고 싶었지만 눈앞의 여자는 아제트 헤르메스를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세한 건 조금 이따 물어보세요. 지금은 빨리 도망쳐야 해요.”
여자는 아제트 헤르메스를 번쩍 들어올렸다.
“난 저 괴물 같은 인간이랑 싸우기 싫거든요.”
여인은 아제트 헤르메스를 든 채 땅을 박찼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 * *
“놓쳤나.”
권한울은 둘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상당히 빠르군.”
권한울이 감지한 기척은 두 개였다.
한쪽은 아마도 이온의 마법사였을 것이다. 마력에서 느껴지는 성질이 헌터가 아니라 오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기운을 숨기고 있었다.
“설마 마법사를 구하러 갈 줄은 몰랐는데.”
이온의 마법사는 살려 둘 수 없다.
그렇기에 우선 마법사를 처리하려고 했던 것인데. 설마 다른 한쪽에서 마법사를 구할 줄은 몰랐다.
지금이라면 아직 뒤쫓을 수 있다.
그러나 권한울은 추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시술실 쪽에서 누군가의 생명이 급속도록 쇠약해지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권한울은 깔끔하게 미련을 접고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뛰어내렸다.
* * *
오딘을 날려 버리면서 생겨난 구멍은 시술실까지 이어져 있었다.
바닥에 착지한 뒤, 시술실 밖으로 나갔다. 나가자마자 권후돈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어, 엄마!”
바닥에 권미가 누운 채 죽어 가고 있었다. 저주의 영향 때문인지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해 있었다.
타카미네 료코가 옆에서 약품을 투여하는 등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권미의 생명은 급속도로 꺼져가고 있었다.
“쿨럭.”
권미가 메마른 기침을 토해 냈다. 권후돈의 눈물에서 굵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엄마…….”
권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천천히 눈을 떴다.
말할 힘도 없었는지. 권미는 말없이 권후돈의 손을 움켜잡았다. 권후돈은 두 눈을 꾹 감았다. 눈물이 더 많이 떨어졌다.
“……한울아.”
그때, 권미가 권한울을 발견했다. 그 말에 모두가 권한울을 쳐다봤다.
다들 묻고 싶은 게 많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권미를 위해서 참았다.
“……잠시 이리로.”
권미가 권한울을 불렀다. 권한울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네가 이긴 거니?”
“예, 흑예대원들도 구해 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고맙…… 쿨럭.”
권미가 다시 기침을 했다. 몸이 들썩일 때마다 권미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잠시만 내 말을 들어주겠니?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구나.”
권한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사과를 하고 싶구나.”
“예전에 제게 하신 실수라면 이미 사과를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그보다 이전에…… 너에게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고 싶어.”
권미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너랑 처음 만났던 그날…… 나는 너에게 몹쓸 말을 많이 했지.”
권한울은 기억을 더듬었다.
그날, 권미는 권한울을 배반자의 자식이라 부르며 험한 소리를 쏟아 낸 적이 있었다.
“널 처음 봤을 때…… 천이 오빠가 살아서 돌아온 것만 같았단다. 그립고, 반갑고…… 또 원망스러웠지.”
권한울은 과거의 기억에서 봤던 어린 권미를 떠올렸다.
언어를 선택하는 감성이 좀 험해서 그렇지 무척 착하고 귀여운 소녀였다.
“난 천이 오빠를 정말 좋아했어. 이 가문에서 유일하게 날 챙겨 주는 사람은 천이 오빠뿐이었거든.”
권선우는 권미를 자식이 아니라 후계자로만 대했다. 권혁은 권미를 미래의 경쟁자로만 생각했다.
유일하게 권천 한 명만이 권미를 가족으로, 동생으로서 대해줬다.
“그래서 오빠가 가문에서 도망쳤을 때, 큰 배신감이 들더구나. 마치 날 버리고 도망간 것만 같아서.”
권미의 눈동자가 공허하게 변했다. 과거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괴로운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면서……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단다. 오빠가 가문을 떠났다는 걸…… 그리고 날 혼자 두고 가버렸다는 걸 말이다.”
그렇기에 권미는 권한울을 처음 보았을 때, 화가 났다. 분노했다.
“그때 나는……오빠에게 받은 배신감을 너에게 풀려고 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면 안 됐는데…… 오빠가 나한테 해 준 만큼 내가 널 보듬어 줬어야 했는데…….”
쿨럭.
권미가 다시 기침을 했다. 검은 핏덩이가 그녀의 입가에서 흘러내렸다.
“미안했다. 정말 미안했어.”
권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면목은 없지만…… 후돈이를 부탁한다…….”
권미의 목소리가 서서히 작아졌다.
“부디 내 부탁을 들어주겠…… 지금 뭐 하는 거니?”
어느 순간부터 권한울은 권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아공간을 열어서 온갖 종류의 물약을 꺼내서 들이 마시고 있었다.
“잠깐만요. 나머지 이야기는 조금 이따 들을 게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데……?”
“그렇다고 고모님 말을 먼저 들으면 때를 놓친단 말이에요.”
“……때?”
권미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올랐다. 대체 이 녀석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권한울은 계속 물약을 마셨다. 개수가 열 병이 넘어갈 때쯤 손을 멈췄다.
“자, 손을 주세요.”
권한울은 권미의 손을 붙잡았다. 천재혈을 사용해서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오딘이 걸어 놓은 저주가 그녀의 몸을 완전히 망가트린 상태였다.
‘흑룡혈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군.’
오딘이 <혈통을 죽이는……> 뭐라 뭐라 떠들던 저주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흑룡혈의 권능을 없애고, 마력을 고갈시키고 있으니 다른 저주들이 신나게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천재혈(天才血)’이 대상의 구조를 파악합니다.> 권한울은 이미 바벨의 가주를 치료했을 때, 이 저주를 접하고 해주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오딘은 이 저주에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진(眞) 천재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드래곤하트’가 가동됩니다!>
<지금부터 3시간 동안 모든 마력이 변환됩니다!> <모든 원소 저항력이 1000% 상승합니다!> <스킬 피해가 최대 80%까지 감소합니다!> 권한울은 드래곤하트를 가동했다. 막대한 양의 마력을 권미의 몸속으로 쏟아 부었다.
“……!”
권미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가 경악할 정도로 권한울이 그녀에게 주입한 마력량은 어마어마했다.
주입된 마력이 권미의 몸속에 침투한 모든 저주를 불살라 버렸다.
저주가 사라지자 권미의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돌았다.
‘속으면 안 된다.’
저주는 없앴으나 권미의 몸은 여전히 망가져 있다. 여기서 치료를 멈추면 결국 권미는 죽고 만다.
망가진 신체를 회복시키고, 바닥이 난 권미의 체력을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건강혈(健康血)’을 활성화시킵니다!> 원래 건강혈은 권한울 본인에게만 적용이 되었다. 하지만 환골탈태 덕분에 권능이 개방되었기에 타인에게 건강혈을 적용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대상의 생명이 위급한 상태입니다!> <권능 ‘수복강녕(壽福康寧)’을 발현합니다!> <대상의 자연회복력이 1000%까지 상승합니다!> <대상의 신체재생력이 1000%까지 상승합니다!> <대상의 질병저항력이 1000%까지 상승합니다!> 녹색 빛무리가 권미의 몸을 둘러쌌다. 권미의 호흡이 급속도로 편안해졌다.
권한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건강혈의 권능을 하나 더 발휘했다.
<권능 ‘복선화음(福善禍淫)’을 발현합니다!> <대상에게 활력과 체력을 전달합니다!> <효율은 30%입니다!>
권한울이 마신 물약이 순식간에 소화가 되었다. 그 모든 기운들이 권미에게 전달이 되었다.
기운을 모두 나눠 주고 나서야 권한울은 손을 놓았다.
권미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에 모두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엄마!”
권후돈이 권미를 끌어안았다. 권미도 울먹이며 권후돈을 안았다.
“후우…….”
권한울은 이마의 땀을 닦아 냈다.
사람을 죽이는 건 쉬웠지만 살리는 건 무척 어려웠다.
그래도 기뻐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면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한울아.”
한껏 기쁨을 나눈 권미가 권한울을 돌아봤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나.”
“가족끼리 그게 무슨 섭섭한 말씀이세요.”
권한울의 말에 권미는 충격을 받은 것처럼 얼굴이 멍해졌다.
“……그래, 우리는 가족이지. 그렇게 말해 줘서 더 고맙다.”
권미가 미소를 지었다. 권한울도 그녀와 똑같이 웃었다.
“그래서 한울아.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별안간 권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흑천의 혈족인 네가 어떻게 다른 혈통의 권능을 쓰고 있는 거니.”
권한울의 얼굴이 웃는 채로 굳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꼭 설명을 들어야겠다는 얼굴이었다.
“부디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말해 줬으면 좋겠구나.”
권미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권한울은 무슨 수를 써도 얼버무릴 수 없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