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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183화 (183/221)

<혈통이 깡패임 183화>

183. 보물찾기 (2)

“뭐뭐뭣, 뭐라고요?”

메이홍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권소리는 당황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 그그그, 그게 정말이세요?”

“넵, 진짜인데요.”

“마, 말도 안 돼……! 대, 대체 누가 그런 소문을 퍼트린 건데요?”

권소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대답했다.

“다크웹의 정보상들이 3일 전부터 팔기 시작한 정보라서 소문의 출처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현대에 존재하는 정보상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다크웹이라는 온라인 사이트다.

그런 주제에 의외로 정보의 질이 높아서 많은 이들이 애용하고는 했다.

“그, 그럴 수가…….”

메이홍이 비틀거렸다. 권후돈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설마 진짜 모르셨습니까? 그럼 어떻게 아프가니스탄에 오신…….”

별안간 권소리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러고 보니 여기 있는 여자 분은 메이 가문 출신이었죠. 그렇다면 설마……? 소문이 진짜라는 뜻이군요!”

권소리는 꺅꺅 소리를 내며 즐거워했다. 반면 권한울 일행은 그렇지 못했다.

“권소리 님.”

“넵, 말씀하시죠.”

“그 소문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거죠?”

“세계랭커들은 죄다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권한울은 혀를 찼다. 어쩐지 도시 입구에서부터 실력자들이 많이 보인다 싶었다.

그때는 단순히 헌터들의 무법지라 그런 줄 알았는데. 이런 내막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다들 메이 가문의 비고를 찾고 있겠군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권소리 님께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시네요.”

권한울의 물음에 권소리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에 함부로 움직일 만큼 저와 흑미대의 엉덩이는 가볍지 않아서요.”

권한울은 새삼 권소리가 다르게 보였다.

생각해보면 권소리는 아프가니스탄 지부를 맡고 있는 흑천의 혈족이다.

그런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이가 보통 인물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말이 달라졌죠! 설마 그 소문이 진짜일 줄은 몰랐습니다!”

권소리가 메이홍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이야…… 설마 비고에 대한 소문이 진짜일 줄이야. 저도 갑자기 피가 끓는 게 느껴지네요. 한 5년만 젊었어도 이번 일에 참가했을 텐데 말입니다.”

즐거워하는 권소리를 내버려 두고 권한울은 생각에 잠겼다.

마냥 쉬울 줄 알았던 비고 탐색이 설마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몰랐다.

“최악의 경우에는 다른 헌터들과 비고를 놓고 경쟁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른 헌터들은 무슨 짓을 해도 비고의 위치를 찾아낼 수 없을 테니까요.”

충격에서 헤어 나온 메이홍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고는 유물과 결계에 의해서 감춰져 있어요. 절차에 따라서 움직여야 비고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비고를 찾을 수 없어요.”

메이홍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여기 온 헌터 중에서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저뿐이죠!”

권후돈과 가엘 가르시안은 감탄한 얼굴로 손뼉을 쳤다. 메이홍은 더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일 당장 출발해요! 가서 누구보다 빠르게 비고를 탐색하죠!”

메이홍이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 * *

“……말도 안 돼.”

이튿날.

권한울은 일행과 함께 메이홍이 말한 장소로 향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제대로 찾아왔는데?”

메이홍이 일행을 데려온 곳은 바다흐샨에 세워져 있는 옛 유적지였다.

고대의 마을이 통째로 보존되어 있는 이 유적지는 학술적 가치가 무척 높았으나 헌터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구석에서 방치되어 있었다.

“이, 이럴 리가 없어요. 원래 여기에 유적지가 있었을 텐데……?”

……방치되어 있어야할 터였다.

원래 유적지가 있어야 할 장소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군데군데 박살이 나 있는 벽돌들이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곳이 비고가 있는 곳인가요?”

“아니에요!”

메이홍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기 유적지에 있는 석상에 비고로 향하는 이정표 역할을 하는 유물을 감춰져 있어요! 일단 그걸 이용해서 방향을 잡고…….”

한참을 설명하던 메이홍의 목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다음 유물을 또 찾아야…… 그래야 하는데…….”

메이홍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떨구었다. 머리를 움켜잡으며 괴로워했다.

“대체 누가 유적지를 이렇게 만든 걸까요.”

“모, 몬스터라도 난동을 피운 게 아닐까?”

권한울의 물음에 권후돈이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가엘 가르시안도 의견을 냈다.

“혹시 비고를 찾으러 온 헌터들이 유적지를 파괴한 게 아닐까요?”

가엘 가르시안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그럴 리가요. 그 사람들이 왜 유적지를 파괴해요.”

“혹시 모르잖습니까. 그들 중에 비고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비고를 찾지 못하도록 유적지를 파괴한 게 아닐까요?”

그 말에 메이홍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그, 그럴 리가 없어요. 비고로 들어가는 방법은 저랑 가주밖에 모른단 말이에요!”

“하지만 또 모르잖습니까. 제가 듣기로 다크웹의 정보사들은 미국 대통령이 아침에 먹은 식사의 칼로리까지 모조리 꿰뚫고 있다던데요.”

이 세상에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다.

가엘 가르시안의 지적에 메이홍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때, 주하연이 반론했다.

“폐허의 흔적을 보건데 꽤 오래 전에 파괴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헌터들이 파르사크에 몰려들기 시작한 건 최근이죠.”

그럼 대체 누가 유적지를 파괴했단 말인가.

모두가 고민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 말했다.

“제가 알아봐 드릴까요?”

모두의 시선이 권소리에게 집중되었다.

“권미대에게 명령을 내리면 금방 알아낼 수 있는데요.”

잠시 잊고 있었다. 권소리는 그냥 흑천의 혈족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지부의 총책임자라는 것을.

게다가 권미와 친분이 있기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아, 그렇지. 유적지를 파괴한 범인만 찾는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죠. 혹시 유적지가 파괴되면서 유물이라든가 특이한 물건이 발견됐는지도 한번 알아볼게요.”

“저, 정말 가능할까요?”

메이홍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의견을 내서 흑암대를 데리고 왔는데. 이대로 아무 소득이 없으면 면목이 서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넵, 당연하죠.”

권소리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했다.

“응, 난데 여기 유적지가 하나 있잖아. 이름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이 유적지가 파괴가 된 상태인데. 누가 그랬는지 좀 알아봐줘. 아, 그리고 유적지에서 뭔가…….”

한참 통화를 하고 나서야 권소리는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됐어요. 조금 이따 다시 연락이 올 거예요.”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권소리가 활짝 웃으며 제안했다.

“그럼 일단 파르사크로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죠.”

* * *

일행이 유적지를 떠나서 파르사크로 되돌아왔을 때였다.

도시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검문소의 병사들이 차량을 막아섰다.

“흑천 일가의 권한울 님 계십니까.”

창문 밖에서 병사가 권한울을 불렀다. 권한울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제가 권한울입니다만.”

“큼.”

별안간 병사가 목청을 가다듬었다. 자세를 바로 잡고 권한울에게 말했다.

“바다흐샨의 위대한 지배자이자 만민을 굽어 살피는 통치자 모하마드 참카니 장군께서 경을 뵙고자 하십니다.”

권한울은 어리둥절해서 주하연을 돌아봤다.

“모하마드 참카니가 누구죠?”

“이 지역을 통솔하고 있는 군벌입니다. 표면상으로는 파르사크 도시의 시장을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부의 기능이 거의 마비가 된 아프가니스탄은 몇몇 군벌들에 의해서 국가가 운영되었다.

그중 한 명이 모하마드 참카니라는 인물이었다.

“바다흐샨에서는 거의 왕이나 다름없는 인물입니다.”

“그런 사람이 절 왜 초대했죠?”

권한울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창밖에 있던 병사가 불쾌하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어째서 대답이 없으십니까. 장군님의 부름에 응하실 겁니까.”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였다. 권한울이 대답을 고민할 때였다.

벌컥, 자동차 조수석의 문이 열렸다. 거기에 타고 있던 권소리가 자동차에서 내렸다.

권소리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병사 앞에 섰다. 병사는 인상을 쓰며 권소리를 내려다봤다.

“이 꼬마는 대체 누구…….”

“야.”

“……야?”

병사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권소리를 가리키며 권한울을 쳐다봤다.

“애가 버릇이 좀 없…….”

그 순간, 권소리가 손을 휘둘러서 병사를 후려쳤다. 병사는 차에 치인 것처럼 날아가서 검문소 건물 벽에 처박혔다.

근처의 병사들이 깜짝 놀라서 총을 겨누었다. 그 행동이 오히려 권소리의 분노를 부추겼다.

“이 근본도 없는 잡것들이!”

권소리가 분노를 터트렸다. 용투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녀가 내뿜는 마력 때문에 땅에 금이 갔다. 주변의 건물들이 뒤흔들렸다. 마치 자연재해가 강림한 듯한 모습에 병사들은 잔뜩 겁에 질렸다.

“감히 이딴 촌구석의 군벌 따위가 흑천의 직계를 오라 가라 해?”

어린애 같았던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권소리는 극악한 살기를 내뿜었다.

병사들 중에 몇몇은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질 정도였다.

“가서 너희들의 주인에게 말해라! 이분을 뵙고 싶거든 직접 찾아오라고!”

아.

권한울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잠깐 착각을 하고 말았다.

권소리 역시 흑천의 혈족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흑천의 혈족은 이런 대우를 결코 그냥 넘기는 자들이 아니었다.

“권한울 님을 찾아올 때는 입구에서부터 고개를 땅에 처박고 와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그 머리를 뜯어내서…….”

“권소리 님.”

“넵, 말씀하세요.”

권한울이 부르자마자 권소리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그 격한 온도 차에 권한울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절 위해서 나서 주신 건 감사합니다. 그래도 저쪽도 나름 체면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쪽에서 그딴 걸 따지면 그때는 정말 흑미대를 데리고 와서…….”

“……정말 듣기만 해도 든든해지는군요.”

권한울은 터져 나오는 한숨을 꾹 참았다.

하여간 이놈의 집구석에는 멀쩡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저는 되도록 원만하게 해결하는 쪽이 어떨까 싶습니다. 당분간 이곳에 머물러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런 놈들인 한 번 봐주면 계속 기어오르는 법이에요. 손가락부터 잘근잘근 밟아서 주제를 파악시켜야 합니다!”

“그……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만…….”

일리가 있다는 소리에 병사들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권한울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도 가능한 원만하게……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권한울 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죠.”

권소리는 아쉽다는 얼굴로 용투기를 거둬들였다.

“장군께서 부른다고 하셨습니까?”

권한울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병사를 향해 물었다. 병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초대를 받았으면 응하는 게 도리죠. 앞장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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