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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203화 (203/221)

<혈통이 깡패임 203화>

203. 절대자 (2)

까득.

이를 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드래곤슬레이어가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몸을 일으켰다.

“끝? 끝이냐고? 이 애송이가 운 좋게 이 몸에 손을 댔다고 기고만장해서는……!”

하지만 드래곤슬레이어는 일어나자마자 다시 몸을 비틀거렸다. 권한울에게 입은 피해가 심상치 않다는 증거였다.

드래곤슬레이어가 고통을 추스르고 있을 때였다.

“……이제 알겠네요.”

불현듯 메이샤오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제 움직임이 읽혔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당신 몸 안에 있는 진혈 때문이었군요.”

처음에 아제트 헤르메스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메이샤오는 무척 놀랐다.

가문의 진혈이 흑천의 혈족에게 있다는 사실에 화도 났다. 하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혈통은 분명 강력한 힘이지만 무적은 아니다. 좋은 혈통을 타고나도 그 자기보다 오랫동안 수련하고 힘을 키워온 헌터를 이길 수는 없다.

그렇기에 매메이샤오는 자신이라면, 그리고 매화칠검이라면 권한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틀렸어요. 당신 몸에 있는 진혈은…… 그렇게 간단한 힘이 아니었어.”

수라혈이란 무의 재능을 선사해 주는 혈통이다. 수라혈을 보유한 사람은 한 가지 무기만 배워도 백 가지 무기에 통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함으로써 수 싸움에서 앞설 수 있게 해 준다.

메이샤오와 권한울의 전투는 순(純) 수라혈과 진(眞) 수라혈의 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순혈이 진혈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눈치 한번 빠르군.

권한울은 담담히 수긍했다. 어차피 숨길 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하…….”

메이샤오는 허탈하게 웃었다.

진혈이 있는 한 지금까지 쌓아올린 기량은 통하지 않는다.

즉, 자신과 권한울 사이에는 아무런 격차도 없다는 소리다.

자신뿐만이 아니다.

드래곤슬레이어의 적룡성 역시 통하지 않는다. 반면 권한울은 진(眞) 흑룡혈의 권능을 이용해서 신체능력을 극대화시켰다.

드래곤슬레이어와 권한울 사이에도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절대자였으면 상황이 달라졌으리라. 하지만 메이샤오와 드래곤슬레이어이기에 이렇게 되었다.

그제야 메이샤오는 권한울이 왜 그렇게 자신 있게 자신들의 앞을 막아섰는지 깨달았다.

“드래곤슬레이어, 자존심을 버리세요.”

“뭐?”

난데없는 말에 드래곤슬레이어의 눈동자가 커졌다.

“지금 농담하자는 거냐?”

“저는 진지합니다. 권한울, 저 남자는 어중간하게 싸워서는 이길 수 없어요.”

드래곤슬레이어의 안면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흑천의 적대자라 불리며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절대자로 군림해 온 남자다.

그렇기에 권한울을 진지하게 상대해야 한다는 메이샤오의 말을 선뜻 따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면 권명우가 상처를 치료하고 합류할 겁니다.”

그러나 그 다음 이어지는 말에 드래곤슬레이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흑천제일권.

흑천을 대표하는 헌터이자 드래곤슬레이어와 메이샤오가 같이 싸워도 승산을 장담하기 힘든 괴물.

그가 돌아온다면 이 전투의 승패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러니 자존심을 버리세요.”

메이샤오가 장검을 역수로 잡았다. 칼날이 진동하며 검명이 울려 퍼졌다.

칼날을 중심으로 오러가 범람한다. 그러다 다시 칼날로 모여들어서 하나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형체가 없던 오러가 단단하게 응어리진다. 그리고 눈부신 빛을 내뿜었다.

검강(劍罡).

절대자 중에서도 극히 드문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기예.

검강이 섬뜩한 예기를 뿜어댔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권한울은 피부가 얇게 베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젠장, 내 평생 이렇게 자존심이 구겨지는 날은 처음이로군.”

드래곤슬레이어가 못마땅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그 직후, 드래곤슬레이어에게서 폭발적인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기이하게도 드래곤슬레이어가 내뿜는 마력은 방금 전보다 훨씬 강력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증가했다.

“적룡성은 단순히 용의 힘을 약화시키는 기프트가 아니다.”

드래곤슬레이어가 목을 좌우로 꺾으며 말했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마력은 더욱 늘어났다.

“용을 상대할 때, 주인의 힘을 증폭시켜 주지.”

<적룡성이 가열됩니다!>

<적룡성의 기운이 전신으로 뻗어나갑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마력량이 30% 증폭됩니다!>

“그리고 용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증폭량도 늘어난다.”

<강대한 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적룡성’의 힘이 더욱 강화됩니다!> <‘적룡성’이 ‘멸룡성’으로 발전합니다!> 드래곤슬레이어가 양팔을 벌렸다. 증폭된 마력이 한 번 더 폭발을 일으켰다.

머리카락이 주홍빛으로 물든다. 아니, 머리카락뿐만이 아니라 눈썹을 비롯한 온몸의 체모가 주홍색으로 변했다.

“크으…….”

드래곤슬레이어가 몸을 살짝 떨었다.

광폭화된 마력이 전신으로 퍼지며 전능감과 비슷한 쾌감이 느껴졌다.

“이 정도의 증폭률은 나도 처음이로군. 과연 진혈다운 걸.”

드래곤슬레이어가 양팔을 뻗었다. 멸룡성의 마력이 양손에 응어리지면서 두 자루의 참마도를 만들어 냈다.

“그럼 다시 붙어보자!”

드래곤슬레이어가 움직였다. 붉은 짐승이 질주했다.

거리를 좁힌 뒤, 단숨에 참마도를 내리쳤다. 질량이 없이 마력만으로 이루어진 탓에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권한울은 참마도를 받아친 뒤, 반격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내면에서 본능이 경고했다.

받아치려던 팔을 멈췄다. 두 발로 땅을 밀어내며 뒤로 피했다.

아슬아슬한 순간, 참마도가 권한울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

가슴을 뒤덮고 있던 갑각이 바스라졌다.

멸룡성의 마력이 용의 권능을 소멸시킨 것이다.

만약 막았더라면 팔을 잃어버렸으리라.

“예리한 녀석 같으니!”

드래곤슬레이어가 혀를 차며 두 자루의 참마도를 연달아 휘둘렀다.

권한울은 참마도의 궤적을 피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참마도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에 닿을 때마다 갑주가 조금씩 깨지고 갈라졌다.

위험한 순간이었으나 권한울의 두 눈은 차분했다. 눈동자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드래곤슬레이어의 움직임을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빈틈을 발견한 순간, 망설임 없이 파고들었다.

땅을 박찼다. 튕겨져 나가듯이 치솟아 올라서 드래곤슬레이어의 안면을 무릎으로 가격했다.

“크악!”

드래곤슬레이어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절호의 기회였으나 권한울은 후속타를 이어 나갈 수 없었다.

무릎이 깨져 있었다.

드래곤슬레이어의 안면을 타격하는 순간, 멸룡성의 마력이 역으로 권한울의 무릎을 파괴한 것이다.

깨진 무릎이 재생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드래곤슬레이어는 충격에서 벗어났다.

“으하핫! 맞서려고 하면 안 되지! 지금 내게는 멸룡의 힘이 깃들었단 말이지!”

드래곤슬레이어가 광소를 터트리며 참마도를 쳐들었다.

권한울은 피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선 채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권능 : ‘천리용안(天理龍眼)’이 영역을 지배합니다.> <권능 : ‘청해용각(淸海龍角)’이 마력을 증폭시킵니다!> 두 권능을 발현했으나 아직 부족했다.

드래곤슬레이어의 멸룡성을 뚫기 위해서는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권능 ‘여의주 – 음양’이 발현됩니다.> 권한울의 눈앞에 작은 구슬이 나타났다. 구슬이 빛을 내뿜으며 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마력이 물처럼 흘러서 바닥을 완전히 잠기게 만들었다.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드래곤슬레이어조차 주춤할 정도의 마력.

바닥의 마력이 권한울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이윽고 양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권한울은 드래곤슬레이어를 향해서 용마기를 방출했다.

그 찰나였다.

“절 잊으셨나 보네요?”

등 뒤에 메이샤오가 나타났다.

검강이 맺힌 칼날이 권한울의 가슴을 겨누었다.

-역시 왔군.

메이샤오가 그 칼날을 뻗으려던 찰나 권한울이 반대쪽 손을 메이샤오를 향해 내밀었다.

바닥에 깔린 용마기가 권한울에게 모조리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전부 양손을 향해 방출되었다.

현룡승천공 상승형(玄龍昇天功 上乘形)

멸격식 혁광파경(滅擊式 侐光破鏡)

방출된 용마기가 드래곤슬레이어와 메이샤오를 휩쓸었다.

* * *

하지만 그 순간, 메이샤오가 장검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 벤다. 검강의 빛이 땅을 가르고 높이 치솟았다.

혁광파경의 용마기가 반으로 쫙 갈라졌다. 그것도 모자라서 권한울의 손바닥까지 베었다.

가로로 그어진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권한울이 인상을 쓰며 손을 거둬들일 때였다.

“흐아아압!”

드래곤슬레이어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에 몸을 둘러싼 멸룡성이 보호막이 되어서 용마기를 모조리 막아냈다.

아니, 막아 낸 정도가 아니었다. 멸룡성의 마력은 용마기를 소멸시켰다. 용마기는 불판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순식간에 기화하여 사라졌다.

용마기가 해일처럼 몰려들었으나 소용없었다. 드래곤슬레이어의 멸룡성을 뚫을 수는 없었다.

“안 되지 안 돼! 이 정도로 멸룡의 힘을 뛰어넘을 수는 없어!”

드래곤슬레이어가 용마기를 헤치며 돌진했다. 거리가 좁혀지자마자 양손의 참마도를 휘둘렀다.

권한울은 참마도를 피하면서 그 옆날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러나 참마도는 박살 나지 않았다. 대신 권한울의 주먹에 충격이 가해졌다

권한울은 주먹을 붙잡고 뒤로 물러났다. 드래곤슬레이어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어딜 가려는 거냐!”

권한울이 드래곤슬레이어의 공격을 대비하려던 찰나, 옆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졌다.

팔뚝을 세워서 머리를 가렸다. 검강이 팔뚝을 두부처럼 가르며 튀어나왔다.

-큭……!

권한울은 짧은 신음을 토해 내며 팔뚝을 빼냈다. 그 순간, 뒤에서 드래곤슬레이어가 참마도로 권한울의 몸통을 후려쳤다.

“흐리앗차!”

참마도의 두꺼운 날이 권한울을 강타했다.

멸룡성의 마력이 갑주를 깨트리고 내부로 침투했다. 권한울은 피를 토해 내며 날아갔다.

간신히 자세를 잡고 바닥에 착지했다. 그 순간, 메이샤오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절 잊으신 건 아니죠?”

메이샤오의 손이 움직였다. 수많은 참격이 권한울에게 쏟아졌다.

원래대로라면 피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권한울은 멸룡의 마력에 몸이 망신차이가 된 상태였다.

검강이 몸 곳곳을 베고 지나갔다. 피가 터져 나왔다.

-……큭.

결국 권한울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관절이 베인 탓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저절로 무릎이 굽혀지며 땅에 닿았다. 그 순간, 메이샤오가 달려들어 가슴을 향해 칼을 꽂았다.

칼자루를 움켜쥔 채로 메이샤오가 권한울에게 얼굴을 들이댔다.

“어머, 아프겠네요. 이제 좀 우리 가문의 고통이 이해가 되시나요?”

권한울은 이를 악물고 양손으로 용마기를 방출했다. 메이샤오를 튕겨 내며 자신도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칼을 빼낼 수 있었으나 가슴에 뚫린 상처에서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렸다.

“아직도 그럴 정신력이 남아 있는 게 신기하군요.”

메이샤오가 허공에서 칼을 고쳐 쥐며 말했다.

“이제 저놈도 끝이로군.”

드래곤슬레이어가 메이샤오의 옆에 와서 섰다.

망신창이가 된 권한울과 달리 저 둘은 멀쩡했다. 권한울은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역시 절대자들답군. 이 권능을 사용하고도 이렇게 손도 못 써보고 당한 건 처음이야.

“그런 말을 들어도 별로 기쁘지 않네요.”

메이샤오가 뚱한 얼굴로 대꾸했다.

“당신 같이 새파랗게 어린 후배가 우리들의 협공을 여기까지 버텨내다니…… 세상에 알려지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거예요.”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라.”

드래곤슬레이어가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지금은 저놈을 죽이고 권명우를 처리하는 게 더 급하다.”

드래곤슬레이어가 참마도를 움켜쥔 채 다가왔다.

-인정해야겠어. 이 상태로는 절대로 당신들을 이길 수 없다는 걸.

그때, 권한울의 한 마디가 드래곤슬레이어를 멈추게 만들었다.

“이 상태? 마치 우리를 이길 수 있다는 투로 말하는군?”

-있지.

“죽을 때가 되니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왜? 못 믿겠나?

자신을 도발한다고 느꼈는지 드래곤슬레이어의 살기가 한층 더 강해졌다.

드래곤슬레이어는 참마도를 들어올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가능하면 어디 한 번 해봐라! 이 빌어먹을 애송이 놈아!”

그 순간, 용의 기운이 약해지는가 싶더니 권한울이 갑자기 인간의 몸으로 되돌아왔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드래곤슬레이어가 놀라서 물었다.

“무슨 속셈이냐?”

“보여 달라면서.”

권한울은 눈을 감았다. 혈통의 권능을 발현시켰다.

<‘환수혈(幻獸血)’이 눈을 뜹니다.> <권능 ‘구현화’를 발현합니다.>

<‘구현화’ 항목을 열람하시겠습니까?> 권한울이 환골탈태를 통해서 손에 넣은 것은 강인한 육신만이 아니다.

모든 혈통들의 동화율이 상승하여 수많은 권능들을 손에 넣었다.

<‘구현’시킬 항목을 선언해주십시오.> “흑룡.”

환수혈도 그러했다.

원래 환수혈은 다른 생물과 동화되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혈통.

“아수라왕.”

환수혈과의 동화율이 높아질 수 록 한 번에 동화될 수 있는 생물의 숫자가 늘어난다.

“반고.”

복수의 생물과 동화되어 그 능력을 동시에 발휘한다.

“이상 세 개의 근원을.”

그리고 그 권능은 반(半) 화신체에도 똑같이 적용이 되었다.

“이 자리에서 구현한다.”

<‘환수혈(幻獸血)’의 권능을 발휘합니다.> <권능 ‘복합구현화(複合具現化)’를 발현합니다!> <‘흑룡혈(黑龍血)’, ‘수라혈(修羅血)’, ‘초인혈(超人血)’이 ‘환수혈(幻獸血)’과 반응합니다!> <세 개의 반(半) 화신체를 구현합니다!> 그 순간, 상식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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