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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217화 (217/221)

<혈통이 깡패임 217화>

217. 방해 (4)

반성혈의 근원이 권한울에게 흡수되기 시작한다.

그러자 극심한 현기증이 권한울을 덮쳤다. 권한울의 한쪽 무릎이 땅에 닿았다.

“우리가 그 긴 세월을 허송세월한 줄 아느냐!”

반성혈의 근원을 움켜잡은 채 아제트 헤르메스가 소리쳤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근원을 흡수할 때는 막대한 부담을 느낀다! 근원이 크면 클수록 그 부담은 더욱 커지지!”

과묵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아제트 헤르메스는 잔뜩 들떠 있었다.

“내상을 입거나 혹은 기절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지! 어떤 경우든 행동불능에 빠진다, 이 뜻이다!”

아제트 헤르메스가 쥐고 있던 반성혈의 근원이 사라졌다. 모조리 권한울의 몸속으로 흡수된 것이다.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반성혈을 흡수하고도 멀쩡하지는 못할 거다!”

그 증거로 권한울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제 너와 네 몸속에 있는 것은 내 것이다!”

아제트 헤르메스는 함박웃음을 지은 채 권한울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 앞을 세 명이 가로 막았다.

“오호?”

아제트 헤르메스의 눈동자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가소롭다는 얼굴로 흑암대를 바라봤다.

“부나방들이 불길로 뛰어드는구나. 그래도 대장이라고 목숨을 걸겠다는 것이냐?”

“시, 시끄러워!”

권후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한울이는 절대로 못 데려가!”

“맞아요! 이 변태 같은 늙은이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헛짓거리하지 말고 꺼지십시오.”

세 사람의 도발에도 아제트 헤르메스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저 세 명이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다. 어리석고 한심한 것들아. 내 특별히 너희들까지 데려다가 실험재료로…….”

그때, 아제트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멍한 얼굴로 흑암대의 뒤쪽을 쳐다봤다.

“……왜 멀쩡한 거지?”

그 말에 흑암대도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권한울이 멀쩡한 얼굴로 일어나 있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쩌나.”

“그럼 네놈에게 묻지 누구한테 묻냔 말이다!”

아제트 헤르메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반성혈이 어떤 혈통인지 아느냐! 어떤 실험체도 모두 흡수하지 못하고 도중에 피를 토하며 죽은 혈통이다! 다른 혈통들과는 격이 다른 힘이다! 그걸 얻고 어떻게…….”

“아, 그게 이해가 안 가셨나? 마침 내가 정답을 알고 있지.”

권한울이 자신의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미 예전에 비슷한 혈통을 얻은 적이 있거든.”

“비슷……?”

아제트 헤르메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반성혈과 비슷한 혈통이…… 있다고?”

“뭐든지 아는 척 하던데. 실제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이였나 보지?”

권한울의 조롱에 아제트 헤르메스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이노옴! 새파랗게 어린 주제에 멋대로 지껄이지 마라!”

“그보다 내 앞에서 그렇게 멋대로 지껄여도 괜찮겠나?”

권한울의 눈동자에 살기가 맺혔다.

그는 부모님의 원수나 다름없는 아제트 헤르메스를 곱게 살려 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이런!”

아제트 헤르메스가 황급히 마법을 발현했다. 그러나 마법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권한울이 아제트 헤르메스의 목을 움켜잡았다.

“컥!”

“공들여서 죽이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하군. 아쉽지만 이걸로 만족하마.”

아제트 헤르메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목을 붙잡고 있는 손을 통해서 마력이 주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항하기 위해서 아제트 헤르메스도 마력을 일으켰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권한울의 마력은 아제트 헤르메스의 마력을 너무나도 쉽게 집어삼켰다.

아제트 헤르메스의 마력을 집어삼키고 세력을 불린 권한울의 마력이 신체 곳곳으로 퍼졌다. 모세혈관은 물론이고 미세한 신경이 자리 잡은 곳까지.

“서, 설마……?”

권한울의 의도를 알아차린 순간, 아제트 헤르메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지금 권한울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것이다.

“이, 이 잔악한 놈이!”

“당신한테 듣고 싶지 않군.”

짧게 말한 뒤, 권한울은 아제트 헤르메스의 몸속에 집어넣은 마력을 격발시켰다.

마력이 불로 전환이 되면서 아제트 헤르메스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본래 인체가 느끼는 고통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불에 의한 상처라지만 이건 그 수준을 넘었다.

신체의 모든 신경을 동시에 불태우는 격통은 아제트 헤르메스의 이성을 송두리 채 뒤흔들었다.

“끄아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다. 신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로 변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제트 헤르메스였던 몸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권한울은 빈손을 탁탁 털었다.

* * *

‘빌어먹을 놈!’

육신은 사라졌으나 아제트 헤르메스의 영혼은 그렇지 않았다.

‘감히 내게 이런 굴욕을 주다니!’

아제트 헤르메스는 이를 박박 갈았다. 극심한 굴욕감 때문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 기회가 남아 있었다.

‘예비육체가 있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 그러면 살 수 있어.’

아제트 헤르메스가 이온을 설립한 이후, 행했던 실험들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 중에는 이렇게 유사시에 대비하여 목숨을 구제할 수 있는 실험도 있었다.

예비육체를 만들어서 거기에 영혼을 옮겨 담는 것이다.

‘살아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기회를 또 잡을 수 있다!’

아제트 헤르메스는 영혼을 움직여 예비육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아니, 가려고 했다.

불쑥 튀어나온 권한울의 손이 자신을 붙잡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깜찍한 짓을 할 줄은 몰랐군.”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 권한울을 영혼 상태인 자신을 붙잡고, 그것도 모자라서 노려보고 있었다.

‘어,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혈통이 좀 많거든. 그래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반마혈’이 마법의 발현을 감지합니다!>

<‘반마혈’이 영혼의 움직임을 포착합니다!>

권한울은 아제트 헤르메스의 영혼을 힘껏 움켜잡았다.

“잘 가라.”

영혼이 찌그러지더니 펑 터졌다. 그 직후,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뒤에도 권한울은 한참 동안 허공을 응시했다. 아제트 헤르메스가 완전히 소멸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선을 거둬들었다.

“어…… 대장님? 뭐 하고 계세요?”

옆에 있던 메이홍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아제트 헤르메스의 영혼을 볼 수 없는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권한울이 허공을 움켜잡고 혼잣말을 한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경 쓰지 마세요.”

권한울은 일행들에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 뒤, 다시 사금옥을 살펴봤다.

아제트 헤르메스의 공격을 물리쳤으나 진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사금옥을 열어서 권선우를 도와야 했다.

“한울아 권혁 숙…… 아니, 그 배반자가 아무리 강해도 회장님을 어쩌지는 못하지 않을까?”

권후돈이 말을 했다. 권선우의 무력을 생각하면 타당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권한울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사금옥이 열리지 않았을 리가 없어.”

사금옥을 열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소유자가 다시 유물을 발동시키거나 혹은 소유자가 죽거나.

권선우와 권혁의 격차를 생각하면 이마 결판이 나고 사금옥이 열렸어야 했다. 하지만 여태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내부의 상황이 순순히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증거였다.

“젠장, 무슨 수라도 써야 하는데.”

권한울은 다급해졌다. 자꾸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한 번 닫힌 유물을 다시 여는 것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모르는 법이라고 하던가.

아제트 헤르메스의 영혼이 터지면서 흩어졌던 잔해들이 다시 모여들었다.

그 잔해들은 모조리 권한울의 몸속으로 흡수가 되었다.

그 순간, 권한울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

그건 지식이었다.

방대한 양의 지식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제트 헤르메스가 오랫동안 살아 왔다고 하지만 일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지식량이 아니었다.

“이건…… 인간의 지식이 아니야.”

권한울이 흡수한 지식은 아제트 헤르메스의 지식이되 그의 지식이 아니었다.

오래 전, 그가 죽였던 악마가 가지고 있던 지식이었다.

그 지식이 아제트 헤르메스를 통해서 권한울에게 이어진 것이다.

“하…….”

악마의 지식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하고 복잡하다. 아제트 헤르메스조차 그 긴 세월 동안 티끌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권한울은 달랐다. 그의 몸에는 반마혈이 있었으며 그릇이 들어와 있었다.

모든 지식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알겠다.”

권한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심상이 떠올랐다. 무의식의 영역에서 봤던 거대한 벽이 나타났다.

벽에 뚫려 있는 구멍에는 혈통의 근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딱 한 곳. 반마혈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빈자리에 반성혈이 들어왔다. 그 순간, 권한울의 내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

“하, 한울아?”

그 변화를 목격한 순간, 권후돈이 놀라서 물었다. 메이홍과 가엘 가르시안도 경악한 얼굴이었다.

“누, 눈이.”

“빛나고 있는데요?”

권한울의 홍채가 황금빛을 내뿜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빛무리 같은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권한울은 손을 뻗어서 사금옥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사금옥’ 지배권한을 이양합니다.>

<‘사금옥’을 개방하시겠습니까?>

권한울은 곧바로 개방을 선택했다.

사금옥이 열리면서 내부에 갇혀 있던 마력이 해방되었다.

해방된 마력이 주변의 사물을 밀어냈다. 폭풍이 일어나고 흙먼지가 폭풍에 휩쓸렸다.

권한울과 흑암대는 팔로 눈앞을 가렸다. 폭풍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 무언가 날아와서 권한울에게 안겼다. 권한울은 깜짝 놀라 자신의 품에 들어온 물체를 확인했다.

“하연 씨?”

“권한울 님?”

두 사람은 서로 놀라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여기 계신 거예요! 폐관은 어떻게 되고요?”

“다 끝나고 왔습니다. 하연 씨,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더 말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였다.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졌다.

-어째서 사금옥이 열린 거지? 나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는데.

거대한 용이 태양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로 인해서 생긴 그림자가 온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응? 우리 사랑하는 조카 아니야!

용이 권한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내 권한울은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용이라고 치기에는 외형이 너무 볼품없었다. 비늘은 제멋대로 자라 있었으며 치열도 고르지 않았다. 어딘가 용을 흉내 내다 포기한 듯한 외형이었다.

-설마 조카가 또 무슨 짓을 벌인 거야? 하여간 매번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한다니까.

묘하게 익숙한 말투에 권한울은 인상을 찌푸렸다.

“……권혁?”

-어이쿠! 우리 조카! 숙부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안 되지! 그럼 못 써요!

용, 아니 권혁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흑천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달려온 모양인데. 이미 너무 늦었어요. 이 숙부가 더 빨랐네.

권혁이 허리를 숙여서 권선우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얼굴 앞에 손을 펼쳤다.

권선우의 몸에서 마력이 세어 나오더니 권혁의 손안에 모여들었다. 이윽고 커다란 구슬이 만들어졌다.

평범한 구슬이 아니었다. 권선우의 여의주였다.

-드디어 손에 넣었다.

그 여의주를 바라보는 권혁의 눈동자가 탐욕에 물들었다.

-이것으로 나는 완벽해진다.

권혁이 여의주를 집어삼켰다. 목의 울대가 움직이며 여의주를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직후, 변화가 일어났다.

비어 있던 가죽에 비늘이 돋아난다. 잇몸을 뚫고 마구 자라나 있던 이빨이 정갈해진다.

용을 흉내 내려다 실패한 것 같은 생김새가 완전한 용으로 바뀐다.

-됐다!

권혁이 온몸을 비틀었다. 넘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포효했다.

-드디어 진혈의 힘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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