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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이 깡패임-218화 (218/221)

<혈통이 깡패임 218화>

218. 화신체 (1)

여의주를 흡수한 권혁은 점점 더 강해졌다.

외형이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기세 또한 격변하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반면, 여의주를 빼앗긴 권선우는 힘을 잃고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용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왔다.

“회장님!”

바로 근처에 권혁이 있음에도 주하연은 망설임 없이 권선우를 향해 달려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권혁은 더 이상 권선우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우리 조카!

권혁의 관심은 오직 권한울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보이느냐? 이 숙부가 얻은 지고불멸의 힘이? 나는 드디어 진혈을 손에 넣었다!

그때, 말없이 서 있던 권한울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권혁이 반응했다.

-오호, 덤비려는 모양이구나. 그래, 좋다. 어디 한번 네놈의 권능을 보여 봐라!

그러나 권한울이 권혁이 아닌, 그의 발밑에 있는 권선우에게 향했다.

“회장님.”

권한울은 권선우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권선우는 희미하게나마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권선우에게서 느껴지는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어, 어떻게 하죠? 이대로는 회장님께서 죽으실 거예요!”

냉철하던 주하연조차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권선우가 입은 상처는 즉사해도 이상할 게 없을 만큼 심각했으니까.

“괜찮아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권한울이 말했다. 주하연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한 소리가 아니었다.

권한울은 건강혈의 권능을 발현했다. 모든 힘을 권선우에게 불어넣었다.

<‘건강혈(健康血)’을 활성화시킵니다!>

<대상의 생명이 위급한 상태입니다!>

<권능 ‘수복강녕(壽福康寧)’을 발현합니다!>

녹색 마력이 권선우를 둘러쌌다. 권선우가 입었던 상처가 빠르게 재생되고 소모되었던 체력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 힘은…….”

권선우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건강…… 혈이구나…… 정말로 대단해…….”

“회장님, 말을 아끼셔야 합니다. 그래야 더 빨리 회복이 됩니다.”

권한울이 권선우의 행동을 말렸다. 그럼에도 권선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위험…… 하다. 나는 내버려 두고…… 빨리 여기를…… 벗어나거라…….”

권선우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저놈은…… 너무 위험하다…… 이제 나 따위는…… 상대조차…… 되지 않아…….”

다 죽어 가는 몸 어디에 힘이 났는지. 권선우는 손을 움직여서 권한울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가라…… 가서 훗날을…… 도모해라…… 내 마지막…… 부탁이다……!”

-이렇게 눈물겨울 수가 있나.

그 행동이 가소롭다는 듯 권혁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버지, 설마 저 귀여운 조카를 제가 그냥 놔줄 거라고 생각하고 계신 겁니까?

“네놈이…… 그럴 리가 없지.”

권선우가 몸을 일으켰다. 그 짧은 시간에 몸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단순히 외형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권선우의 내상과 마력 또한 어느 정도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저놈은 내가 막으마.”

권선우가 권한울을 돌아보며 말했다.

“최소한 발목은 잡을 수 있을 거다. 그사이에 도망치거라.”

“회장님!”

주하연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그러자 권선우가 주하연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하연아, 너라면 내 마음을 이해하겠지. 그러니 막지 말 거라.”

주하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금방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한울아.”

다음으로 권선우는 권한울을 돌아봤다. 평소와 달리 몹시 부드러운 시선이었다.

“그동안 미안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솔직해진다는 말이 있다.

권선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꺼내지 못하고 담아뒀던 말이 지금은 쉽게 흘러나왔다.

“사실 널 찾아냈을 때, 무척 기뻤단다. 살면서 처음으로 하늘에 감사했지.”

권선우는 권한울의 손을 꼭 움켜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너에게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다. 네 아비에게 다하지 못했던 아비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단다. 나는 네가…… 내 뒤를 이었으면 싶었기 때문이지.”

권선우의 마음은 권혁도, 권미도 아닌 권한울에게 기울었다.

하지만 배반자의 아들로 낙인이 찍힌 권한울을 무턱대고 후계자로 삼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흑천의 후계자라는 자리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덜컥 너를 후계자 자리에 앉혀 봤자 아무도 따르지 않았을 테지. 무엇보다 네 숙부…… 권혁이 널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고.”

그렇기에 권선우는 또 다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너를 강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방식을 딱 하나밖에 몰랐지. 그래서 너를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권한울을 위험한 장소로 내몰았다. 계속 몰아붙였다. 어떤 성과를 가져와도 어지간해서는 만족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 내 앞에 나타나 줘서 고맙다. 이 못난 조부의 밑에서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해 줘서 고맙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담아 말한 뒤에야 권선우는 권한울의 손을 놓았다.

-아버지, 뭐 하러 마지막 인사를 나누셨습니까. 어차피 아버지가 죽으면 바로 저놈도 따라 올라갈 텐데.

권선우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그 모습에 권혁이 비웃음을 흘렸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럼 어디 직접 막아 보십시오. 아, 이제 능력이 부족하셔서 안 되시는 겁니까?

“그래, 오랜만에 직접 네놈을 훈육해 주마!”

권선우가 기세를 일으켰다. 마지막 마력과 체력을 긁어모아서 화신체를 구성하려 했다.

“이 한 목숨을 바쳐서 이 아이만큼은 반드시 살려 보내겠…….”

그 순간, 대뜸 권한울이 권선우의 뒷목을 내리쳤다.

불시에 들어온 일격에 권선우는 곧바로 기절을 했다.

“……권한울 님!”

주하연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권한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한 번쯤은 합리적인 상황에서 때려 보고 싶었거든요.”

“뭐, 뭐라구요?”

“이대로 내버려 두면 분명히 죽을 거 아닙니까.”

권한울이 흑암대를 향해 말했다.

“빨리 이 노인네 데려가.”

“회, 회장님께 노인네라니…….”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나? 혹시 깨어나도 난리피우지 못하게 단단히 묶어 놓고.”

그런 명령을 내린 뒤, 권한울은 권혁의 앞에 섰다.

“큰아버님, 아주 신나게 난리를 피우셨더군요.”

-그렇게 보였다니 부끄럽구나. 다른 사람들이 나잇값 못한다고 비웃겠어.

권혁이 끌끌 웃음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우리 조카, 그게 무슨 상관이냐. 덕분에 이렇게 진혈과 흑천이 내 손에 들어왔는데.

권혁이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진혈의 기운이 한층 강해졌다.

-그나저나 우리 귀여운 조카가 왜 이렇게 침착한지 모르겠군. 아, 설마 메이홍과 드래곤슬레이어를 동시에 죽였던 그 권능을 믿고 있는 거냐?

권혁이 큰소리로 웃었다. 용의 몸통을 통해서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는 천둥과도 같았다.

-백 가지의 재주를 타고나도 한 가지에 통달한 사람을 이길 수 없는 법. 네가 아무리 많은 혈통을 보유하고 있다 해도 화신체에는 미치지 못한다.

권혁의 화신체는 그냥 화신체가 아니다. 진(眞) 흑룡혈의 화신체였다.

다른 화신체들에 비해서 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못 믿겠느냐? 그럼 어디 한번 직접 부딪혀 보자꾸나! 너와 나 둘 중에 어느 쪽이 우월한지 말이다!

“진혈이 된 게 퍽 자랑스럽나 보죠?”

-어리석은 질문이구나. 그 질문의 답은 지금까지 진혈의 힘을 사용해본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진혈(眞血).

오직 가문의 시조만이 사용했다고 알려진 최상위 혈통.

잡혈과 열혈의 격차보다 열혈과 순혈의 격차가 훨씬 크다. 그리고 순혈과 진혈의 격차는 그 이상.

진혈이 보유하고 있는 힘은 그야말로 격이 다른 것이다.

-최고다. 최고야! 이런 전능감은 느껴 본 적이 없다. 온 세상이 내 발 아래에 있는 것 같다! 이 힘만 있으면 굳이 흑천에 집착할 필요가 없지!

권혁이 힘에 취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진혈은 그만큼 대단한 힘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권한울이 보기에 권혁의 태도는 상당히 안쓰러웠다.

-조금만 더 일찍 오지 그랬나. 아니, 좀 더 빨리 강해졌어야지. 우리 조카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이 숙부는 누구도 닿지 못할 곳에 도달했는데!

“마침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시는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지?

“진즉에 절 죽였어야죠. 그러지 못했으니 제가 여기까지 온 게 아닙니까.”

권한울은 한걸음 앞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흡수되었던 지식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이온과 손을 잡았으니 잘 알고 있겠죠. 제 몸에는 그릇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릇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제트 헤르메스는 악마의 지식을 얻었으나 해석을 할 수가 없어서 그릇의 정체를 몰랐다.

권한울의 경우에는 그릇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악마의 지식이 없어서 이해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방금 전, 권한울은 아제트 헤르메스를 영혼까지 소멸시킴으로서 그가 보유하고 있던 악마의 지식을 흡수했다.

모든 지식을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권한울에게는 반마혈과 그릇이 있다.

아제트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릇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 조금 알 것 같네요.”

권한울이 손가락을 뻗어 권혁을 가리켰다. 그리고 짧게 말했다.

“거둬들이겠다.”

* * *

-거둔다?

권혁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혹시 날 보자마자 정신이 나가버린…….

갑자기 말이 끊어졌다. 아니, 강제로 끊어지게 됐다.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권혁의 몸이 인간으로 되돌아왔다.

“……어?”

권혁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이내 깨달았다.

“흑룡혈이…… 느껴지질 않아……?”

당황한 권혁이 다급히 상태창을 열었다. 몇 번을 확인해봐도 흑룡혈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었다.

“신기하죠?”

권한울의 물음에 권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핏발선 눈으로 권한울을 노려봤다.

“방금……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릇을 이용해서 혈통을 거둬들였죠.”

권한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걸 모르나 본데. 내 몸 안에 있는 건 진혈이 아닙니다. 혈통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힘이지.”

따지고 보면 권한울은 진혈보다 상위호환격에 해당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혈보다 더 강력한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릇과 연계할 경우, 널리 퍼져 있는 혈통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흑룡혈을 잃고 평범한 헌터가 된 기분은 어떠십니까?”

권혁의 얼굴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평생 동안 함께 해 왔던 흑룡혈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험은 권혁이라 할지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권한울이 뻗었던 손가락을 도로 접었다. 그러자 권혁의 몸속에 다시금 흑룡혈이 만들어졌다.

“……무슨 속셈이냐.”

힘을 돌려받고도 권혁은 의심의 눈초리로 권한울을 쳐다봤다. 그러자 권한울이 입을 열었다.

“이대로 싸우면 제가 손쉽게 이기겠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나와 내 아버지의 원한이 풀리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권한울이 주먹을 매만지며 말했다.

“일어나라 권혁. 당신은 내 손으로 직접 패 죽여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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