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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45화 (45/183)

45화

이세진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권능이 킹콩의 전신을 감싸기도 전에 킹콩의 손이 이세진을 낚아챘다.

“악...!!!”

이세진은 소리를 내지르지만, 킹콩의 손이 얼마나 세게 그를 잡았는지 벌어진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킹콩의 잡힌 이세진의 몸이 마치 당장에라도 터질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박율은 재빨리 방향을 돌렸다.

이세진의 약한 몸으로는 킹콩의 악력을 버틸 수 없다.

[신속]

박율은 재빨리 권능을 개방했다.

그리고 달린다.

코어를 장검으로 바꾼 뒤 이세진을 잡은 손을 향해 내찔렀다.

날카로운 코어의 검신이 킹콩의 손가락은 자르지 못했지만, 뼈와 뼈를 연결하는 관절에 타격만큼을 확실히 줄 수 있었다.

킹콩은 큭 하며 작은 신음을 내뱉으며 이세진을 놓았다.

박율은 킹콩이 방심하는 사이 이세진의 멱살을 끌고 킹콩에서 멀리 떨어뜨렸다.

“커헉...!!! 헉...허억...!!!”

“괜찮아요?”

“네...네... 괘...괜찮아요.”

다시 한번 킹콩의 악력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괜찮다곤 말을 하지만 이세진의 목 아래 킹콩의 커다란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어쩌죠...?”

이세진이 말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킹콩은 아까보다 더 흥분한 듯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소리만 내지르고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박율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율 씨...?”

“나름 성공한 거 같은데요?”

“네...?”

“저놈 봐요. 저항하고 있잖아요.”

“위험한 거 아닌가요...?”

“그쵸. 위험하죠. 지금 저놈한테 달려들었다간 바로 곤죽 될 걸요?”

이세진은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박율을 보았다.

“지금은.”

박율의 시선은 킹콩을 향했다.

포효를 내지르며 머리를 움켜잡은 저 킹콩을.

“탐색계 능력은 하나의 암시와 다름없거든요. 그리고 생화 역시 탐색계 능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거나 생명에게 변화를 주면서 암시를 불어 넣는거죠. 다시말해.”

박율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킹콩을 가리켰다.

“지금 그 암시가 먹히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세진은 떨떠름한 얼굴로 그의 손가락을 따라 킹콩을 보았다.

머리를 움켜잡고 사방으로 난리를 치고 있는 저 킹콩에게 그의 권능이 통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내 킹콩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했다.

저 둘만 해치우면 머릿속을 돌아다니는 벌레 같은 무언가를 없앨 수 있다는 킹콩의 판단이었다.

“물론 저놈이 잠잠해질 때까지 살아남아야겠지만.”

박율은 오른쪽 발로 이세진을 밀어내며 반대편으로 몸을 던졌다.

콰광!!!

동시에 두 사람의 사이로 날카로운 나무 조각이 허공을 비집고 뒤에 있던 바위에 박혔다.

아주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나무조각이 박힌 곳은 바위가 아닌 이세진일뻔했다.

“할 수 있겠죠? 또 온다.”

쿵!!!

하며 킹콩의 커다란 몸뚱이가 날아들었다.

박율은 재빨리 폭탄을 하나 꺼내 킹콩이 떨어질 위치에 던진다.

킹콩의 몸이 바닥에 닿는 순간 함께 폭음이 산을 가득 울렸다.

펑!!!

흙먼지가 뿌옇게 일지만, 그 사이 분명하게 보이는 건 똑바로 서 있는 킹콩의 실루엣이었다.

“어떻게 흠집 하나 없냐?”

폭탄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정말 끄덕 하나 하지 않는다.

되려 킹콩은 포효를 내지르며 옆에 있던 바위를 집어 박율에게 집어 던진다.

쾅!!!

반사적으로 들어 올린 코어가 바위를 막지만, 막는 것만으로 팔이 부러질 것만 같았다.

뒤이어 달려드는 킹콩.

박율에겐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쾅!!!

킹콩의 기다란 주먹이 박율의 코어를 정통으로 내찔렀다.

이번엔 코어의 형태가 완전히 박살나며 박율의 몸뚱이마저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각화]

콰과광!!!

“커헉...!!!”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 박율은 신음을 내뱉었다.

각화를 쓴 상태였지만, 한쪽 팔이 부서진 듯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 따윈 없었다.

또 다시 킹콩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박율은 소리만 듣고 몸을 굴려 킹콩의 발을 피한다.

쿵!!!

종이 한 장 차이로 지나간 킹콩의 발자국이 그의 바로 옆에 선명하게 있었다.

박율은 코어를 다시 수복하고는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바로 위 나무에 걸었다.

그리고 연막탄을 터트려 킹콩의 시야를 차단했다.

“후...”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겠다 싶은 찰나 저 멀리 공포에 절어 엉덩방아를 찧은 채 멍하니 있는 이세진이 보였다.

그리고 킹콩의 시선마저 그를 향했다.

“증말...”

어쩔 수 있는가.

쿵!!!

쿵!!!

킹콩의 발 걸음걸음 쿵쿵 울리는 소리가 마치 지진이라도 일으키는 듯했다.

그의 아래를 지나쳐 달려가는 킹콩을 보며 박율을 나무에서 뛰었다.

그리고 킹콩의 머리 위에서 갈고리 모양의 코어를 킹콩의 목에 건다.

[신속]

갈고리에 걸린 킹콩의 몸뚱이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박율은 재빨리 이세진에게 달려갔다.

“죽고 싶어서 구경하는 거에요?”

“이...이게...”

“말 절지 말고 뻐뜩 일어나요. 저거 일어나면 또 난리나요.”

이세진은 박율의 도움을 받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함께 킹콩의 두 다리 역시 땅 위에 오롯이 섰다.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기려 하자,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보였다.

얼마나 난폭하게 난동을 부린 건지 사방에 나무란 나무는 다 뽑힌 상태였다. 바위들 역시 가루가 되다 못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도망치다와 싸우다의 경우의 수 중 하나가 사라짐을 의미했다.

“어떡할까요?”

“네...네!?”

“여기서 가만히 서서 두부처럼 으깨질지, 당신 권능이 저놈 머리에 전부 스며들 때까지 발악이라도 하면서 싸울지.”

“...방법이 그거 뿐이에요...?”

“하나 더 있어요.”

“...뭔데요?”

“둘 중 하나가 죽는 거? 근데 전 아직 죽기 싫거든요.”

“저...저도 싫어요!”

“그럼 됐네. 발악해야지, 뭐.”

킹콩은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마냥 머리를 이리저리 꺾으며 저항했다.

그것은 생화의 종장을 말하고 있었다.

이제 길어야 5분.

킹콩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세진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짚인형을 하나 꺼냈다.

박율은 눈을 의심했다.

“그거 뭐에요...?”

“예?”

“그 인형.”

“이거요? 얼마 전에 골동품 상점에서 샀는데.”

“왜 말 안했어요!?”

“이...이걸 왜 말해요...?”

“...그게 있으면 말이 또 다르지.”

그가 가지고 있는 짚인형은 일명 마리오네트.

말 그대로 하나의 대상을 마리오네트로 만들 수 있는 유물이었다.

추후에 프랑스 경매에서 만나게 될 유물이었지만, 저게 지금 그의 눈 앞에 있었다.

그리고 하얀 불꽃과 일체화가 된 걸로 봐선 벌써 그의 성유물이 된 듯했다.

아주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

우연히 골동품 상점에서 발견한 인형이 잠든 성유물이었고, 게다가 그것도 마침 보석 혹은 그에 준하는 무언가에 힘에 잠이 깨어난 상태였다.

그것을 이세진이 발견한 것이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이런 우연에 우연이 기가 막히게 틀어 맞는다는 건 우연이 아니라는 소리, 즉 인과율이라는 소리니까.

어찌보면 저 유물은 원래 그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역사에서 그가 죽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네요.”

이세진은 짚인형을 들이밀었다.

“뭐해요?”

“싸워야 한다면서요?”

“근데 뭐해요?”

박율의 말이 끝나는 순간 짚인형에서 작은 인형이 걸어나왔다.

말 그대로 작은 인형이.

킹콩이 콧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법한 인형이었다.

“...?”

“온다!”

이세진이 말했다.

동시에 박율은 한숨을 내뱉으며 그를 밀치고 그 역시 뒤로 몸을 뒤집었다.

쿵!!!

쿵!!!

킹콩의 커다란 몸뚱이가 두 사람을 지나갔다.

함께 이세진이 소환한 작은 인형이 솜 부스러기가 된 순간이었다.

“내...내 인형이...!!!”

“혹시 처음 써봤다는 인형이 그겁니까?”

이세진은 울먹거리는 얼굴로 끄덕였다.

박율은 이마를 짚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 좋은 성유물은 그딴 인형에 써요? 근데 저번에는 왜 안 가져왔어요?”

“인형 다치면 안 되니까...”

“혹시 미치신 거에요?”

“아...아뇨.”

“안 미쳤으면 당장 그 인형에 연결된 사슬 끊고, 저놈한테 붙일 준비해요. 제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볼테니까 그 인형한테 했던 거처럼 짚인형이랑 연결시켜요. 알겠죠?”

“네...네...”

“그럼 얼른 숨어있어요.”

쿵!!!

쿵!!!

킹콩의 몸뚱이가 달려오는 소리였다.

박율은 코어를 팔에 맞춰 장신구마냥 변형시켰다.

팔이 부러진 탓에 움직이지 못하기에 강구해 낸 방법이었다.

그리고 망치와 연결한다.

킹콩의 몸뚱이가 박율의 시야에 들어왔을 때, 그는 코어와 연결된 망치를 킹콩의 위로 던졌다.

동시에

[신속]

그의 몸뚱이가 주머니에 남아있던 구슬 네 개를 남긴 채 킹콩의 다리 사이를 지나 나타난다.

허공을 유영하던 망치는 킹콩의 머리 위에서 그대로 내리꽂히며 킹콩의 목을 옭아맨다.

펑!!!

연달아 터지는 폭음과 함께 진득한 액체가 킹콩의 머리와 양팔을 덮치고, 킹콩의 눈 앞에서 터진 섬광탄이 킹콩의 시야를 차단했다.

킹콩은 그대로 땅에 넘어진 채 버둥대고 있었다.

“세진 씨!!!”

박율은 그를 부르짖는다.

멀찍이 떨어져 타이밍을 노리던 이세진은 그의 신호에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리고 재빨리 짚인형을 가져다 댄다.

짚인형은 잠시 하얀 불꽃에 타오르더니 이내 커다란 사슬을 만들어 냈다.

그 사슬은 마치 살아있는 뱀마냥 흐물거리더니 킹콩을 향해 달려들었다.

콱!

콱!콱!콱!

짚인형에서 뻗어 나온 네 개의 사슬이 킹콩의 양팔과 다리를 옭아매고, 짚인형의 몸뚱이가 킹콩의 몸뚱이를 감쌌다.

킹콩은 어떻게든 벗어나려 하지만, 진득한 액체와 짚인형의 사슬을 피할 겨를은 없었다.

그리고 짚인형의 사슬이 킹콩의 전신을 감싸는 순간, 뿜어져 나오는 하얀 불꽃이 킹콩을 불태우듯 타올랐다.

“우오오오!!!”

킹콩의 고통스런 포효가 땅을 들썩일 정도로 귀를 때렸다.

이세진은 그 앞에서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로 여전히 짚인형을 잡은 채였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사실 박율도 장담할 순 없었다.

그저 이전의 역사에서 저 인형을 쓰던 술사는 해태상을 조종했었기에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이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하얀 불꽃 속에서 킹콩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위협적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이세진을 보는 표정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양 그에게 몸을 들이밀었다.

좀전까지 그를 죽일 듯 달려들던 그 괴물이 맞나 싶은 정도였다.

기껏해야 잠시 움직임을 봉쇄하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금 이 상황은 이세진의 권능과 성유물이 만난 최상의 결과물이었다.

“후...”

박율은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킹콩은 이세진에게 몸을 비비며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다 박율을 보면 마치 천적이라도 본 것마냥 으르렁 이를 드러냈다.

“나도 너 싫어. 이것아.”

이세진은 흘깃 박율을 보았다.

“이제 집에 돌려보내죠. 잘못해서 사슬이 끊어지기라도 하면 다 죽어요. 그만큼 위험한 마수에요. 그리고...”

찰나 그의 눈에 보인 건 저 멀리 꼭대기에 있던 심연이 사라지는 정경이었다.

“그냥 이참에 동물 하나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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