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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59화 (59/183)

59화

“잘 버텨줬어요.”

회복을 끝마치고 일어난 박율은 악마를 노려보았다.

망치에 맞은 충격에 김진목을 놓친 악마는 그 자세 그대로 박율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뭘 꼬라.”

박율은 곧바로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악마를 치고 날아간 망치는 다시 박율의 손에서 형태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왼손에 코어는 장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달려간 박율은 악마의 턱을 노려 망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악마는 목을 들어 가볍게 그의 망치를 피했다.

[척후]

박율은 눈을 강화하는 권능으로 악마의 움직임을 따라 장검을 휘둘렀다.

차악!

장검이 스친 궤적을 따라 악마의 턱에 가느다란 균열이 생겼다.

[...버러지 새끼들이.]

악마는 불쾌한 듯 잔뜩 일그러뜨린 얼굴로 턱에 생긴 생채기를 만졌다.

“거 사람한테 버러지라고 하는 거 아니야. 인마.”

악마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손을 뻗지만, 박율은 재빨리 몸을 비틀어 악마의 손을 피하고 망치로 그의 허파를 후려쳤다.

콰직!

그에 그치지 않고 박율은 장검을 휘두르고, 망치를 내리찍었다.

하지만 이번 그의 공격은 악마에게 닿지 못했다.

개방한 권능은 악마의 주먹이 그를 향해 날아오는 순간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코앞으로 치닫는 악마의 주먹.

박율은 재빨리 목을 뒤로 젖혀 미세한 차이로 악마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다시 망치를 휘두른다.

콰직!

망치는 악마의 갈비뼈를 향해 쇄도했고, 악마의 남은 손은 그 망치를 막았다.

박율은 잡힌 망치를 놓고는 다른 손의 장검을 세로로 높이 쳐올린다.

차악!

그리고는 다시 망치를 불러들여 악마의 머리를 향해 찍어내렸다.

콰직!

반격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박율은 그의 움직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날아든 장검은 악마의 도가니를 베어 가르고, 망치는 악마의 광대를 노린다.

척후로 악마의 움직임을 쫓지만, 그것마저 악마에게 닿기란 쉽지 않았다.

수십 번의 공격이 허공을 부유하고, 두어 개의 공격만이 악마에게 닿았다.

하지만 그것마저 악마에게는 위협이 되지 않았다.

박율이 필사적으로 망치와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악마는 그저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공격 후 움직임이 멎은 박율에게 쇄도하는 악마의 손.

악마가 박율의 머리통을 잡으려는 순간, 뒤에서 날아든 기다란 봉이 악마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쾅!

동시에 박율의 옆에서 김진목의 톤파가 악마의 팔꿈치를 노렸고, 달려든 박석훈이 악마의 목을 조였다.

악마는 팔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그들을 떨쳐내지만, 박율은 다음 공격을 위한 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춘 뒤.

[신속]

낮은 자세의 몸이 악마를 지나쳐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을 때, 박율은 검을 치켜 잡은 채로 악마의 뒤에서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악마의 복부 쪽에서 가느다란 균열이 벌어지며 검은 핏물이 맺혔다.

악마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복부에 흐르는 핏방울을 닦았다.

[마냥 버러지는 아닌 모양이군.]

“인정해주니까 고맙다야.”

박율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의 움직임에 맞춰 다른 세 사람 역시 악마를 둘러싸고 각자 성유물을 든 채 악마를 응시하고 있었다.

악마와의 전투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세 사람이었지만, 그들은 여전히도 비장한 얼굴이었다.

“그때 박물관 생각나지 않아요? 다들?”

박율은 악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한 사람이 부족하긴 하지만.”

김진목이 덧붙였다.

그의 말에 나머지 이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공략법 없어요?”

차영훈은 봉을 고쳐잡으며 물었다.

“있죠. 당연히.”

“뭔데요?”

“대가리 깨면 이겨요.”

먼저 움직인 건 박율이었다.

“그게 무슨...!”

그의 말에 벙찐 얼굴을 하고 있던 다른 세 사람 역시 그를 쫓아 발을 옮겼다.

순식간에 달려간 박율은 먼저 망치를 악마에게로 던졌다.

그리고 악마가 살짝 고개를 꺾어 망치를 피하는 순간.

[신속]

박율은 악마를 향해 달렸다.

허공에 이는 먼지조차 내려앉기 전에 박율의 신형은 악마의 목을 노렸다.

그의 망치가 악마의 목을 치려는 순간, 박율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악마의 시선을 눈치챘다.

동시에 그를 향해 날아오는 악마의 주먹을 보고는 박율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경화]

척후를 포기한다.

콰과광!!!

날아든 공격에 박율의 몸뚱이가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박율은 뿌옇게 일어난 먼지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

경화로 몸을 강화한 덕에 그리 부상이 크진 않았지만, 저 악마는 신속의 속도를 따라잡고 있었다.

“너 뭐냐.”

중급 악마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상급 악마까지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정도나 되는 악마의 정체를 그가 모를 리는 없다.

[내가 누군지 알면.]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악마의 신형이 사라졌다.

[뭐가 달라지나?]

그리고 박율의 코앞에서 다시 나타난 악마의 얼굴.

박율은 어떻게든 반격을 하려 손을 들지만, 벌써 악마의 주먹은 그의 복부를 향해 쇄도하는 중이었다.

피할 수 없다.

[경화]

박율은 반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권능을 개방했다.

하얀 불꽃이 그의 몸을 뒤덮는 순간, 악마의 주먹은 그의 배를 꿰뚫을 듯 날아갔다.

“크...윽...!!!”

마치 스프링이 늘어나고 줄어들 듯 박율의 복부는 악마의 주먹에 움푹 들어가는 동시에 반대편으로 튕겨 날아갔다.

콰광!!!

그의 몸은 성의 벽을 부수고,

쿠과광!!!

민가를 향해 날아갔다.

“커헉...!!!”

수 차례 바닥에 튕기고 멀쩡한 가옥들을 수십 구나 부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박율은 피를 토해냈다.

경화가 무색하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그의 복부를 통해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야!?]

[인간...인간 아니야!?]

[여기에 인간이 어떻게...!?]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자, 놀란 얼굴의 마계인들이 그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런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기사님...! 기사님이다...!!!]

무어라 해명을 채 하기도 전에 마계인들의 시선이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그들의 시선을 쫓아가자 보이는 악마.

[벌써 끝인가?]

그새 날아온 악마는 여유넘치는 얼굴로 박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더 발악해봐. 바퀴벌레처럼 말이야.]

“할 건데... 숨 좀 쉬자...”

박율은 몸을 덮은 흙더미를 치우며 상체를 일으켰다.

[기...기사님이다...!!!]

악마를 본 마계인들은 하나같이 경외심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환대에 악마는 오히려 인상을 짓고 있었다.

[시끄럽다.]

[기사님...! 만나 뵙게 되어서...]

[내가 뭐라고 했지?]

[예...예...?]

차악!

악마의 손이 옆에 있던 마계인을 반으로 갈랐다.

[내가 분명 시끄럽다고 했는데.]

흩날리는 핏방울 사이, 마계인은 세로로 두 동강이 난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를 본 마계인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전부 닥쳐라.]

마계인들은 혹여나 소리가 새어나갈까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저 미친...!!!”

박율은 그의 만행을 보고는 충격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뭐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이냐고?]

“왜 죽이는...!!!”

[사자 나부랭이가 악마 놈들이 죽는 데에 연민을 가지는 건가?]

악마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소를 날렸다.

박율은 이를 빠득 갈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무기를 들었다.

[왜 그러지?]

차악!

악마의 손이 또 한번 가까이 있던 마계인의 머리를 터트렸다.

“그만해...!!!”

[악마를 죽이는 게 네 일 아닌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몰라서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순전히 즐거움이었다.

충격에 놀라는 얼굴을 보는 즐거움.

차악!

또 한 명의 마계인이 희생을 당할 때, 박율은 악마를 향해 도약했다.

코어를 올가미 형태로 바꾸어 악마를 향해 던지지만, 악마는 몸을 살짝 비틀어 올가미를 피한다.

박율은 곧바로 그의 앞에서 망치를 휘둘렀다.

하지만 닿지 않는 그의 공격.

그것 역시 박율은 예상했다.

그는 악마의 역습에 몸을 비틀며 주먹을 피하곤 악마 너머로 날아간 올가미를 당겼다.

올가미의 목표는 악마가 아니었으니까.

콰직!!!

악마 건너편 부서진 목재에 엉킨 코어를 당기자 목재가 악마의 뒷통수를 때렸다.

악마의 중심이 흠칫 흔들리는 순간, 박율은 다시 발을 굴러 악마에게 달려갔다.

콰직!

날아든 망치가 악마의 턱을 후리고, 철퇴로 바꾼 코어를 악마에게로 휘두른다.

움직이는 손을 따라 철퇴와 연결된 사슬이 진자운동을 하고, 이내 그 움직임은 철퇴를 날아가게 한다.

쾅!!!

철퇴는 악마의 어깨에 명중하지만, 힘이 약했던 듯 악마는 한 팔로 철퇴를 막은 상태였다.

악마의 손길이 다시 그를 향해 뻗는다.

[척후]

날아드는 악마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고 다시 코어를 넓게 펼쳐 사방에 떨어진 목재와 돌덩이들을 들었다.

그리고 여덟방향으로 뻗친 코어로 악마에게 잔해들을 던진다.

쾅!

콰작!

콰광!

날아간 돌덩이들과 나무조각들이 악마를 노리지만, 악마는 피하지도 않은 채 단순히 한 손으로 공격들을 흘렸다.

[짜증나는 짓거리를 하는군.]

“당연히...”

박율은 망치에 힘을 불어넣고 땅바닥을 내리찍었다.

“전략이지!!!”

쾅!!!

충격에 흙바닥이 솟아오르며 바닥에 균열이 벌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주머니에서 폭탄 구슬을 꺼내 바닥에 터트린다.

쾅!!!

폭음이 울림과 함께 벌어진 균열에서 솟아오른 자욱한 먼지와 흙덩이들이 박율의 실루엣을 가렸다.

박율은 떨어지는 돌덩이들을 야구공처럼 망치로 휘두른다.

쾅!

쾅!

쾅!

망치에 맞은 돌덩이들이 악마를 향해 날아가고, 그 사이에서 박율의 망치 역시 악마를 향해 날아갔다.

콰직!

날아간 망치가 악마의 광대를 때리고, 박율은 흙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악마에게 검을 내찔렀다.

하지만 악마는 이미 그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듯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악마의 손길이 그에게 치닫자 박율의 몸뚱이는 바닥에 처박혔다.

“커헉...!”

[이것도 전략인가?]

“그래, 전략이다. 이새꺄...”

박율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의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시야가 어두워지는 게 아니었다.

그와 악마를 가두는 알 수 없는 결계가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

결계가 닫히기 전 박율은 좁아지는 구멍을 향해 망치를 던지지만, 이미 닫힌 구멍에 막혀 망치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럼 다시 시작할까.]

“...악마랑 한 방에서 뒹구는 건 취향이 아닌데.”

박율은 자신과 악마를 뒤덮은 검은 결계를 보았다.

대상을 특정한 결계에 가두는 악마의 능력.

그제야 박율은 깨달았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악마의 정체를.

일전에 그가 봤을 때는 지금보다 수백배는 더 큰 원래의 모습으로 현현을 했었기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네가 지금 왜 여기 있는 거지?”

[나를 아는가?]

“안드라스군 제 6 군단장 네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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