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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155화 (155/183)

155화

성의 문에서부터 끔찍한 마기를 짊어진 남자가 검날을 위협적으로 든 채 걸어왔다.

“강진호...!”

박율은 망치를 들었다.

“덤벼라.”

다짜고짜 강진호는 말했다.

그리고 달려든다.

파악!

일순간 강진호의 신형이 사라졌다.

팡!!!

그리고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땐, 박율의 목전이었다.

“...!”

카앙!!!

강진호의 검과 박율의 망치가 맞부딪히며 쇳소리가 성을 울렸다.

박율은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전력에 놀라며 뒤로 발을 뺐다.

그럴수록 강진호는 더욱 거세게 몰아쳤다.

캉!!!

캉!!!

“큭...!”

박율 역시 전력을 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무너지는 감옥에서 탈출하는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하여 그는 방어에만 만전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

“도와줄게...!”

서희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박율은 비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강진호를 상대하는 건 박율 혼자면 족했다.

일단 탈출이 우선이다.

“서희 씨...!!!”

탈출을 감행하던 악마들 너머에서 한명련의 소리가 들려왔다.

서희가 고개를 돌렸을 땐, 그곳에 수많은 마수들이 진을 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아저씨 도와주러 가요! 혼자서 할 수 있으니까...!”

박율이 소리쳤다.

그의 말에 서희는 망설였다.

그녀의 눈에도 박율은 막강했다.

허나 지금 그녀가 보고 있는 강진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슨 수를 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과는 비견할 수 없을 격이 느껴졌다.

이렇게 제한적인 상황에서 박율이 위험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너무 많은 마수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한명련이 소리쳤다.

서희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방황했다.

카앙!!!

“빨리 가요!!! 서희 씨가 있으면 더 불리해요!”

박율은 쇄도하는 강진호의 공격을 막으며 말했다.

그는 귀신이라도 씌인 듯 초점을 잃은 눈으로 박율의 목을 노리고 있었다.

“너무 위험...!”

“저 알잖아요...! 바퀴벌레인거...!”

카앙!!!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서 있던 서희는 결국 어쩔 수 없이 한명련이 있는 곳으로 발을 돌렸다.

“또 사라지기만 해봐...!”

서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한명련을 도우러 갔다.

그곳엔 한명련과 데판이 나서 마수들을 막고 있지만, 쏟아지는 마수들을 상대하기는 무리인 듯했다.

박율은 다시 눈을 돌려 강진호를 보았다.

“도핑이라도 하고 왔냐...!”

“네놈을 죽이기 위해...”

카앙!!!

쇳소리가 우레처럼 떨어진다.

망치를 든 박율의 팔이 떨려왔다.

『...!!!』

케로베로스를 제압하던 마르가리타는 벌어지는 상황에 놀란 얼굴을 했다.

허나 그들을 도울 수는 없었다.

여기서 물러섰다간 케로베로스가 다시 날뛸 터.

다른 이들을 위해서라도 케로베로스를 제압하고 있어야 했다.

『율아...!』

“크윽...!”

박율은 망치를 사방으로 강진호의 공격을 막으며 전황을 살폈다.

입구 쪽에서는 몰려드는 마수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고, 가장 큰 전력 중 하나인 마르가리타는 케로베로스를 제압하느라 그들을 도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움직이기엔 강진호라는 걸림돌이 있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선 상황.

강진호만 없었다면 이미 종결되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뜬금없는 그의 등장으로 그의 계획이 무너지던 참이었다.

[크르릉!!!]

측면에서 입구를 뚫고 마수 하나가 달려들었다.

박율은 허리를 비틀어 강진호의 검과 함께 마수의 아구를 피했다.

콰당탕 하고 마수가 바닥을 구른다.

동시에 강진호의 살기어린 검이 또 다시 박율을 노린다.

카앙!!!

“...!”

두 사람의 뒤로 떨어진 마수가 강진호의 허벅지를 물었다.

강진호는 다른 한손을 검에서 떼어내 단숨에 마수의 목숨을 끊는다.

박율은 그 광경을 잠시간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 내가 신호 보내면 바로 저쪽으로 합류해요!!!”

『뭐!? 그럼 이건 어떻게...!』

“괜찮아요!!!”

『그럼 위험해질 거야!!!』

“한 번만 나 믿어봐요!”

『...알았어.』

마르가리타는 흘깃 박율을 보더니 이내 탈출조를 돕기 위해 당장에라도 달릴 준비를 했다.

박율은 강진호를 보았다.

“더럽게 끈질기네. 진짜!”

“죽어라...!!!”

카앙!!!

“후...!”

방어에만 만전을 기하던 박율은 땅을 박차고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그의 공격에 강진호는 아주 잠시 당황한 듯 뒤로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이더니 이내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박율은 그의 움직임을 따라 뒤로 물러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케로베로스가 있는 위치로 물러났다.

“지금...!!!”

박율이 소리친다.

동시에 마르가리타는 용안을 해체하고 곧바로 입구 쪽으로 달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자신을 제압하던 마르가리타가 사라지자 케로베로스는 곧장 분노 어린 울음을 내뿜었다.

그것의 눈은 박율과 강진호를 향했다.

그리고 압발을 위협적으로 휘두른다.

콰앙!!!

바닥을 박살 낼 듯 추락하는 케로베로스의 발이 강진호와 박율 사이로 떨어졌다.

“후...!”

박율은 케로베로스의 발을 피해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미처 뒤로 물러나지 못한 강진호는 자신을 위협적으로 노려보는 케로베로스의 앞에서 검을 들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강진호가 바알의 마기를 지닌 그의 심복이 되었다지만, 이곳에서까지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지는 않았다.

예상한 바는 아니었다만, 일전에 마수가 강진호를 물어뜯는 것을 보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케로베로스는 강진호를 침입자로 인식하여 그를 죽일 듯 괴성을 내질렀다.

강진호 역시 막강한 살기에 검을 들고 케로베로스를 위협적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 사이 박율은 도망치려 했지만, 그들의 시선 반경 내에 그가 있는지, 살기는 박율에게도 닿고 있었다.

“쳇.”

이로써 삼강구도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나 다행인 점이라면 마르가리타까지 합세한 입구 쪽은 파죽지세로 탈출구를 뚫기 시작했다.

수백 구의 마수들이 달려들어도 일행들의 저력을 막기엔 무리였다.

허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박율은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았다.

두 개의 살기가 서로를 노렸고, 박율 마저 노리고 있었다.

찰나의 방심이 목숨을 위협했다.

『율아!!!』

어느새 입구쪽을 완전히 장악한 마르가리타가 소리쳤다.

하지만 박율은 선뜻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작은 움직임으로 전투는 시작되고, 누군가는 죽는다.

세 개의 살기는 그저 서로의 목을 노릴 순간을 탐하고 있었다.

“...”

박율은 망치를 들었다.

이제는 뚫린 입구에서부터 차가운 바람이 땅을 기어 세 개의 살기를 핥았다.

박율의 이마에서부터 시작된 작은 땀방울이 눈썹에 맺힌다.

떨어질 듯 흔들리는 땀방울이 늘어진다.

그리고 땀방울이 떨어져 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

케로베로스는 움직였다.

그것의 백 개의 머리가 두 사람을 노리고 아구를 벌렸다.

박율은 곧바로 망치에 하얀 불꽃을 버려 검으로 만들어 달려드는 머리들을 베어냈다.

차악!  강진호 역시 머리들을 베어냈다.

그리고 그의 눈은 박율을 향했다.

땅을 박차고, 달려드는 머리를 베어내는 박율을 향해 발을 굴렀다.

박율은 달려드는 살기에 흘깃 고개를 돌리더니, 그를 피해 땅을 박차고 높이 뛰었다.

“...!”

강진호를 피해 공중으로 뜨자, 때를 놓치지 않고 케로베로스의 앞발이 그를 가격했다.

콰앙!!!

날아간 박율은 입구 쪽으로 떨어졌다.

“크윽...!”

그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케로베로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날아든 아구 하나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박율은 망치를 크게 휘둘러 바닥을 내려쳤다.

콰과광!!!

망치에 맞은 바닥에서부터 돌덩이들이 솟구친다.

“먼저 도망쳐요...! 뒤따라 갈 테니까!”

박율은 도망치는 일행들을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그들에게 시선을 줄 시간이 없었다.

뒤이어 강진호가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카앙!!!

“뭘 처먹었는지는 몰라도...!”

카앙!!!

“거하게 처먹었네, 진짜!!!”

강진호는 끊임없이 달려들었다.

박율은 여전히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되어있던 참이었다.

아직 모두가 성을 탈출하지 못했다.

날카로운 검날을 자랑하며 달려드는 강진호의 뒤로 케로베로스가 발을 굴렀다.

박율은 망치를 높이 든 채 기다렸다.

강진호가 곧바로 그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박율은 검이 목전에 닿을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강진호의 검에서 비롯된 죽음의 향기가 그를 집어삼키려 하는 순간.

[유리]

박율은 사라졌다.

뒤이어 달려든 케로베로스는 그대로 강진호를 내려찍었다.

콰앙!!!

마음 같아서는 둘을 전부 유리된 공간에 집어넣어 그 사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둘을 막기엔 유리가 그리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들의 저력을 봤을 때, 유리를 시키기도 전에 먼저 공격을 해올 터.

“후방주의다. 이놈아.”

다시 나타난 박율은 바닥에 처박힌 강진호를 보며 비아냥 거렸다.

“...?”

그리고 그의 앞에는 여전히 케로베로스가 있었다.

“에라이...”

콰앙!!!

케로베로스의 거대한 앞발이 그를 후려친다.

[석화]

박율은 찰나의 순간 왼손의 문양을 바꾸고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했다.

“위험할 뻔했네.”

뿌연 흙먼지 속에서 일어난 박율은 흘깃 입구쪽을 보았다.

이제는 모두가 도망친 뒤였다.

“오케이.”

박율은 더 이상 걸림돌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곧바로 망치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 힘을 불어넣는다.

끽해야 손망치 정도의 크기이던 망치가 덩치를 불리기 시작했다.

“후...”

그의 몸에서 빠져나간 힘이 망치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땐, 망치는 태산을 부술 듯 커다란 철퇴가 되어 있었다.

박율은 망치가 완전히 힘을 흡수하자 곧바로 망치를 휘둘렀다.

쿠구궁!!!

망치가 벽을 부수고.

성을 이루던 기둥을 박살내며.

이윽고 두 개의 살기를 향해 쇄도했다.

위협적인 힘에 케로베로스와 강진호의 시선이 박율을 향했다.

그들은 곧바로 박율에게 살기를 내뿜었지만, 이미 그땐 늦은 상태였다.

“뒤져라...!!!”

거대한 망치가 두 살기를 짓누르며, 찢어발길 듯 떨어졌다.

콰과광!!!

하지만 박율 역시 무사할 순 없었다.

기둥이 무너지고 벽이 부서진 성은 그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율 씨!!!”

“박율!!!”

저 멀리에서 서희와 한명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도망치기는 늦은 상태였다.

박율은 고개를 돌렸다.

“자정까지 돌아갈게요!!!”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박율은 떨어지는 파편 사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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