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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사자 망치를 들다-163화 (163/183)

163화

익숙한 악마들의 비명이 귀를 찢는다.

강진호의 등장으로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기 시작했다.

마바스의 엽총에 맞은 마수들은 더 이상 죽지 않았다.

재기불능의 상태까지 이르지 않으면 마치 좀비처럼 다시 일어났다.

게다가 강진호의 검은 무차별적으로 눈앞에 모든 것을 양단했다.

모두가 침음성을 뱉었다.

그의 등장은 다양한 의미로 모두에게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를 꺼뜨리기에 충분했다.

『이럴수가...』

마르가리타의 목소리가 흔들렸고, 서희의 작은 어깨가 흠칫 떨렸다.

강진호는 섬뜩한 마기를 풀풀 풍기며 검을 휘둘렀다.

검의 궤적을 따라 악마들이 양단되고, 검은 핏물이 땅을 적신다.

데구르르.

데판의 앞으로 머리 하나가 날아와 떨어진다.

악마의 머리를 본 데판은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주먹을 들었다.

무너진 지하감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지금 이 상황에서 감상에 빠져선 안 된다.

아직 패배를 속단하기엔 이르다.

[정신 차려라!!!]

데판이 일갈했다.

절망은 모든 것이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그의 일갈에 일행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데판의 주먹이 떨렸다.

그는 달려드는 마수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콰과광!!!

그의 주먹에 맞은 마수들이 바늘에 찔린 풍선마냥 팡 하고 터진다.

[뭘 멍하니 있느냐!!!]

그리고 그는 전장에 뛰어들어 마수들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마치 고릴라 한 마리가 닭장을 헤집듯 그는 마수들을 들쑤시며 전장을 휘저었다.

처절한 그 모습에 한명련은 한숨을 내뱉었다.

“...일단 생각은 나중에 합시다.”

한명련은 다시 정신을 차려 검을 들었다.

그리고 데판과 마찬가지로 전장에 뛰어들었다.

차악!

그의 검기가 마수들을 꿰뚫었다.

『그래, 일단 다 끝난 다음 생각하자.』

마르가리타 역시 날숨을 내뱉더니 양손으로 무언가를 잡는 듯 손을 쥐었다.

그러자 두 손 사이로 거대한 망치가 하얀 불꽃을 내뿜으며 나타났다.

그녀의 눈은 주저앉은 서희를 향했다.

그녀는 허망한 얼굴로 강진호를 보고 있었다.

『...포기하지마.』

그리고 마르가리타 역시 전장에 뛰어들었다.

서희는 여전히 주저앉은 채 그들을 보았다.

그녀의 눈앞으로 무너지는 지하감옥에서 자신에게 손을 흔들던 박율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 뒤에 비치는 강진호가 보인다.

지하감옥이 무너지고 박율과 강진호가 그 아래에 묻혔다.

허나 박율은 소식조차 없지만 강진호는 죽지 않고 다시 나타났다.

그것이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서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발끝에서부터 흑이 점차 차오르기 시작했다.

차오르는 흑은 이내 그녀의 눈동자마저 집어삼킨다.

[야차화]

서희는 발을 굴렀다.

그녀의 신형이 잿빛 태양을 가려 높이 도약했다.

쿵!!!

그리고 떨어진다.

“...”

그녀가 떨어진 그 뒤에는 강진호가 있었다.

그의 검은 전장의 악마들이 흘린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주 짧은 그 사이 그는 엄청난 속도로 이미 천에 가까운 악마들을 죽인 뒤였다.

서희는 고개를 돌렸다.

“강진호...”

그녀의 입에서 검은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박율은 어디갔어.”

“...덤벼라.”

강진호는 말했다.

그리고 서희는 다시 발을 굴렀다.

그녀의 검은 주먹이 강진호를 향해 호를 그린다.

허나 그녀의 주먹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쾅!!!

바닥으로 추락한 그녀의 주먹은 바닥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다.

[순보]

그녀의 주먹에 강진호에게 다다르기 직전, 그는 순보를 사용해 서희의 뒤로 이동했다.

차악!

서희는 등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반사적으로 허리를 꺾었다.

허나 고통에 신음할 틈은 없었다.

서희는 곧바로 검이 날아든 방향으로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이번에도 역시 그녀의 주먹은 허공을 유영할 뿐이었다.

차악!

측면에서 나타난 강진호의 검이 서희의 옆구리부터 가슴까지 베었다.

“아아악!!!”

서희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찢어진 부위에서 피가 터져나온다.

반사적으로 강진호를 향해 주먹을 뻗어보아도 그녀의 주먹은 그에게 닿지 못했다.

공방이라 하기엔 너무도 일방적인 전투가 이어졌다.

“서희 씨!!!”

서희의 전투를 목격한 한명련은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 도와주려 했지만, 그의 앞으로는 되살아난 마수들이 길을 막았다.

“젠장...!!!”

데판과 마르가리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마수들이 그들을 에워싼 상태였다.

그 사이 서희는 만신창이가 되어 온몸에 생긴 상처에서 피를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지탱해주던 흑은 이미 사라져 야차화는 해체된 후였다.

강진호는 날카로운 검날을 펼쳤다.

그리고 더 이상 그녀가 저항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에 그는 천천히 서희를 향해 다가갔다.

“고통 없이 보내주지.”

“지랄하네...”

서희는 반쯤 감긴 눈으로 강진호를 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높이 들었다.

살의가 느껴졌다.

허나 그 살의엔 어떤 악의도 담아내지 못했다.

서희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강진호를 노려본 채였다.

“죽어라.”

강진호의 검이 바닥으로 처박힌다.

그의 검이 서희의 목을 향해 치닫는 순간.

서희는 젖먹던 힘까지 짜내 발을 굴러 강진호에게 몸을 던졌다.

콰당!

서희가 몸을 던지며 반격을 할 줄 몰랐던 강진호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하아...하아...흡...!”

서희는 입술을 꽉 깨물며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미 없는 발악이다.”

척!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서희의 앞으로 다가온 강진호였다.

그의 검이 서희의 목을 겨누었다.

서희는 다시 그에게 몸을 던지지만, 이번에는 당해주지 않았다.

콰당!

넘어진 것은 서희 뿐이었다.

강진호는 넘어진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의 검은 역시나 서희의 목 바로 옆에 놓여졌다.

“쓸쓸하지 않게 남은 이들도 빠르게 죽여주지.”

그리고 그의 검이 서희의 목을 베어가르려는 순간이었다.

강진호의 눈이 번뜩 반대편을 향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이질적인 마기가 느껴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날아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다가오는 마기에 섬짓한 공포가 느껴질 정도였다.

강진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다가오는 게 무엇이든 일단은 해야 할 일을 먼저 한다.

강진호는 검을 다시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서희의 목을 향해 내리꽂는다.

채앵!!!

그의 검이 서희의 목에 닿으려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무언가가 검을 때렸다.

그 덕에 검은 서희의 목을 노리지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강진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떨어져 있는 것은 망치였다.

“...끝까지...”

“내가!!! 왔다!!!”

저 멀리에서 익숙하고도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을 향했다.

그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정체불명의 마수가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날개를 가졌고,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비늘을 가졌다.

그리고 그 위엔 왼팔이 검게 그을린 한 남자가 있었다.

『율아!!!』

박율은 고룡의 등에 올라탄 채 소리를 질렀다.

“이랴!!!!!!!!!!!!!!!!!!”

[쿠아아아아아아아아!!!!!!!!!!!!!!!!!!!]

고룡이 포효를 내지른다.

그 포효는 적아를 가리지 않고 전장의 모든 이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고룡의 아구에서 황금빛 불씨가 튀어나온다.

박율은 느껴지는 열기에 흠칫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어라? 잠깐!!! 도와줘요!!!”

고룡은 지체하지 않고 마수들이 모여있는 구역에 황금빛 불꽃을 쏟아냈다.

화아아!!!

작렬하는 화염이 전장에 떨어진다.

폭포수 마냥 쏟아지는 불꽃을 본 일행들은 순식간에 그가 도와달라고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한명련은 재빨리 뛰쳐나가 날아드는 불꽃을 향해 검강을 휘둘렀다.

반달 모양으로 나아가는 검강은 불꽃 사이에 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는 재빨리 화염에 휩쓸리지 않게 눈에 보이는 악마들을 데리고 몸을 피했다.

데판과 마르가리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각자 악마들을 재빨리 대피시키거나 화염을 막았다.

쏟아지는 화염에 닿은 모든 것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녹아 사라졌다.

단말마를 뱉는다거나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세 사람의 활약 덕에 대부분의 악마들은 불꽃에서 살아남았지만, 마수들은 불꽃에 녹아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후... 맛이 어떠냐!!!”

안도의 한숨을 내뱉던 박율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저 미친...]

데판은 입을 떡 벌린 채 박율을 보며 나지막이 내뱉었다.

마르가리타와 한명련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룡을 탄 박율은 전장의 상공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최대한 악마들을 피해 불꽃을 내뿜었다.

불꽃에 닿은 것들은 모조리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뒤바뀐 전세가 또 다시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우와아아아아!!!!!!!!!!!]

반란군의 함성이 이어졌다.

“더 크게!!!”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좋았어!!!”

박율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고룡의 위에서 뛰어내렸다.

“...”

그 사이 강진호는 이를 꽉 깨문 채 땅에서 다시 검을 뽑았다.

서희는 땅을 기며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그녀의 종아리를 발로 누르며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검을 들어 내리꽂는다.

[신속]

캉!

검은 바닥에 내리꽂혔지만, 서희는 사라진 뒤였다.

“...”

그리고 강진호의 앞엔 박율이 서희를 품에 안은 채 서 있었다.

“바...박율...”

“잘했어요.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어줘서. 덕분에 더 큰 피해는 막았어요.”

박율은 싱긋 웃었다.

“어떻게...”

“최대한 빨리 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멀어서 말이에요.”

단탈리온의 마계 끝이라고 할 수 있는 협곡에서부터 이곳까지.

박율은 척후를 통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던져 강진호를 막지 않았다면, 이미 수많은 악마들이 죽었을 터였다.

“용케도 살아왔군.”

“당연한 거 아니냐.”

강진호는 박율의 왼팔을 보았다.

검게 그을려 팔이라고 하기에도 그런 상태였다.

“그 몸으로 날 막겠다는 것이냐?”

“당연한 거 아니야?”

박율은 오른손으로 망치를 들어 강진호를 겨누었다.

“아, 물론 혼자는 아니고.”

강진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은 박율을 향하지 않았다.

쿵!!!

그의 뒤로 바닥에 내려앉은 거대한 마수를 보았다.

존재만으로 어마어마한 중압감을 내뿜는 괴물.

고룡이 아구를 벌린다.

벌어진 틈 사이에서 불꽃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내 친구가.”

화아아아!!!!!!!!

고룡이 불꽃을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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