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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122화 (12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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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프리맨의 귀환

“흐흐, 가지고 있는 것을 몽땅 내놓아라.”

“우리는 여행자들이오. 통행세를 낼 것이니 우릴 보내 주시오. 통행세로 얼마를 내면 되겠소?”

“흐흐, 정 그렇다면 한 명당 천 골드를 내어놓아라.”

“뭐요? 천 골드! 우리는 보다시피 짐수레 한 대가 전부요. 가지고 있는 것은 밀 2자루인데, 천 골드라니 말도 안 되오.”

“흐흐, 난 너희들이 도시 델룬에서 막대한 물품을 구입한 걸 다 알고 있다.”

“으음, 좋게 말로 해결하려고 했더니 안 되겠구나.”

“흐흐, 그럴 줄 알았어.”

“지금이라도 물러간다면 용서해주겠다.”

“흥, 겨우 3명으로 우리를 당할 수 있다고 보느냐?”

“하하, 겨우 오합지졸인 너희들이 나를 당할 수 있을까?”

헌트와 하그리는 짐수레의 마부석에서 내리더니 허리에서 롱소드를 뽑았다.

스르릉.

롱소드의 날은 마치 거울처럼 맑았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헌트와 하그리가 평소 얼마나 열심히 롱소드를 잘 관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마부석에 앉아있을 때에는 잘 모르겠더니 막상 이들이 롱소드를 뽑아 들자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레스뿐만 아니라 그의 수하들까지 전부 느꼈다.

‘으음, 이거 잘못 건드린 것 아냐?’

레스는 은근히 불안해졌지만 자신의 수하들을 굳게 믿었다.

글리아나는 산적 같은 자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걸 알았다.

“나는 나설 필요가 없겠어요. 헌트와 하그리가 알아서 저들을 잘 처리하세요.”

“예, 글리아나 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헌트와 하그리는 터벅터벅 앞으로 걸아 나가 그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그걸 본 레스가 공격명령을 내렸다.

“놈들은 겨우 2명이다. 공격해!”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면서 29명 중에서 10명이 튀어 나갔다. 검을 든 자들이었다. 헌트와 하그리는 실력이 형편없는 자들을 그냥 죽여 버리기엔 불쌍하다는 마음이 들어서 롱소드를 다시 검집에 넣고는 그것으로 때리는 방법을 이용했다.

퍼퍼퍽, 빠악!

“커억, 아아악.”

이들은 제대로 검을 휘둘러보기도 전에 뺨에 검집으로 두들겨 맞고는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너무나 실력 차가 크다보니 일방적으로 맞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헌트와 하그리는 10명의 적들을 순식간에 때려잡았다.

레스와 19명의 수하들 눈이 커졌고, 공포심이 일어났다. 도시 델룬에서는 이들도 제법 한가락 한다고 알려졌지만 그래봐야 겨우 소드 유저 초급의 실력이었고, 제대로 검술을 익힌 헌트와 하그리에게는 전혀 상대가 안 되었다.

그동안 헌트와 하그리는 김준이 주고 간 스네이크 검술을 익히면서 소드익스퍼트 중급에 막 접어든 실력이기에 어지간한 기사들과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이었다. 그런 이들이 겨우 검을 휘두르는 자들에게 당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었다.

이들 중에서는 가장 실력이 뛰어난 레스도 겨우 소드 유저 중급의 실력이었다.

주춤거리는 레스와 19명의 수하들. 그러나 헌트와 하그리는 봐주지 않고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면서 검집을 휘두르면서 이들을 때려잡았다.

퍼퍽, 빠악!

“억, 아악!”

헌트와 하그리가 휘두르는 검집이 너무 빨라서 눈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기에 이들이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레스는 공포심에 뒤로 물러나면서 롱소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도 역시 떨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부하들은 전부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으으, 이…이럴 수가!”

퍼억!

어느새 하그리가 주먹으로 레스의 배에 일격을 먹였다.

“끄어어억!”

극심한 배에 통증을 느끼면서 레스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흥, 이런 놈들이 우리를 노리다니! 웃기지도 않는군.”

“헌트,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하지?”

“일단 글리아나 님께 물어보고 결정하자.”

“그게 좋겠어.”

레스와 부하 29명은 무기를 전부 빼앗기고는 무릎을 꿇고는 양손을 머리위로 치켜들면서 벌을 서고 있었다. 마치 어린 학생들이 벌 받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후 약 1시간 동안 헌트와 하그리가 번갈아 가면서 이들에게 훈계를 했고, 이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조금만 딴 짓을 해도 머리에 검집이 작렬했기에 울상을 지었다. 이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들은 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이들에게 적당한 훈계를 했으니 돌려보내고 다시 길을 떠나려는 참이었다. 글리아나가 혹시 하는 생각에 양피지를 펼쳐 보이면서 말했다.

“혹시, 이 보우에 대하여 알거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있나요?”

하그리는 글리아나에게서 양피지를 건네받아서는 벌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돌아가면서 보여 주었다. 대부분은 머리를 옆으로 흔들면서 모르겠다고 했고, 레스는 그것을 본 적이 있었지만 모른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예리한 글리아나는 이미 레스가 벤겔미르를 본 적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헌트와 하그리를 불러 귓속말로 그것을 전했고, 두 사람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하면서 레스를 노려보았다.

‘허억, 제…젠장!’

레스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 헌트와 하그리가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정말 이것을 본 적이 없어?”

하그리의 말에 레스는 모른다고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정말이지?”

“예, 모릅니다.”

“음, 그럼 어쩔 수 없군. 너희들에게 기회를 줄려고 했는데 말이야. 이봐, 헌트 자네가 이들을 처리하지.”

“좋았어. 나에게 맡겨.”

하그리는 그나마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산도적 같은 헌트는 외모만으로도 그들을 주눅들게 할 정도였다.

스윽.

헌트가 롱소드의 검집을 치켜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레스는 헌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는 눈이 커졌다.

빠악, 퍽퍽!

이때부터 무작스럽게 헌트는 레스를 패기 시작했다.

“커억, 그…그만!”

헌트는 레스의 말에도 계속 검집을 내리쳐 마구 때렸다. 살벌한 분위기에 레스의 부하들도 겁을 집어 먹고는 몸을 떨었다.

퍽퍽, 빠악!

“아악, 아…압니다. 그러니 그만 좀 패세요.”

그제야 헌트는 내리치던 것을 멈추었다.

“쯔쯔, 그러게 빨리 말했으면 덜 맞았잖아? 어디 말해봐.”

“1년 전쯤인가? 우연히 메데인 백작의 저택에 들어갔다가 보았습니다.”

“메데인 백작?”

“예, 메데인 백작의 저택 벽에 장식품으로 걸려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게 정말이야?”

“예, 정말입니다. 이곳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40일 정도는 더 북쪽으로 가야 나오는 곳입니다.”

너같은 평민이 어떻게 백작의 저택에 들어갈 수 있었지?”

“백작의 저택에서 일하는 집사가 저의 먼 친척이라 심부름 갔다가 백작의 침실에 몰래 들어갔던 겁니다. 정말입니다.”

“으음, 믿어주지. 그건 그렇고 정말 이 보우와 똑같아?”

“예, 정말입니다. 생긴 모양도 똑같고, 에메랄드 보석이 박힌 것도 똑같습니다.”

“비슷한 것도 있을 수 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분명 이것과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럼 그 보우에 다른 특이한 점은 없었나?”

“그, 그것이… 아, 그러고 보니까 보우의 안쪽에 벤겔미르라고 새겨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 ‘벤겔미르’라고 새겨져 있었어?”

“예, 저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벤겔미르라는 말에 글리아나는 흥분한 것을 내색하지 않았다.

“좋아, 이번만은 특별히 너희들을 용서해 줄 테니 앞으로는 절대 이런 짓을 하면 안 된다.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좋아, 너희들의 무기는 압수했으니 어쩔 수 없고, 모두 뒤돌아 뛰어가.”

“예, 감사합니다.”

우르르.

레스와 수하들은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빠르게 도망쳤다.

“글리아나 님, 드디어 그동안 찾아 헤매던 것의 행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헌트, 이젠 목적지가 분명하니까 메데인 백작령을 향해 가도록 해요.”

“예, 글리아나 님.”

그동안은 무작정 북쪽으로만 이동했었지만 이젠 아니었다.

쿠르르르.

마부석에 앉은 헌트와 하그리는 짐수레의 속도를 평소보다 좀 더 높였다.

* * *

뾰로로롱.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새 한 마리가 하늘을 가로질러 평지를 가로 지르더니 이윽고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곳에는 수십 개의 막사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곳곳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취사병들이 병사들이 먹을 스프와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마법사 때문에 지난밤 전투에서 대패하고 후퇴하여, 다시 전열을 정비한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은 각자 참모회의를 열었다.

스랄프 자작은 1만 8천 명의 병사들과 2만 명의 영지민들을 동원하여 영지전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병사 8천 명에 영지민이 1만 5천 명으로 줄어들어 2만 3천 명에 불과했다.

디오 남작 측의 피해는 더 컸는데, 8천 명이던 병사가 이젠 3천에 불과하고, 2만 명의 영지민들도 후퇴하다가 많이 죽어서 겨우 1만 명 정도만 남았다. 병사와 영지민을 포함해도 1만 3천 명에 불과했다.

스랄프 자작과 디오 남작의 병사와 동원된 영지민이 전부 6만 6천 명이던 것이 이제는 불과 3만 6천 명이 남았을 뿐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밤에 일어난 전투에서 대부분 이렇게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으며, 사기는 최악이었다. 일선 지휘관들도 어떻게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할지 무척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베일레 자작은 병사 1만 8천 명에 동원된 영지민 2만 명, 용병 1만 명으로 4만 8천 명이었지만 전투를 치루면서 피해가 약간 있었다.

그래봐야 용병 약 1700명에 영지병 천 명 더해서 2700명 정도였지만 이중에서 죽은 사람은 천 명도 안 되었고, 나머지는 부상을 입은 자들이었다.

이제는 오히려 베일레 자작의 영지병과 용병, 동원된 영지민의 수가 더 많았으며, 사기 또한 무척 높았다.

두두두두.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선두에는 기병들이 달리고 있었으며, 그들의 뒤에는 귀족의 마차가 한 대 뒤따르면서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그들의 뒤쪽에도 짐마차 5대가 꼬리를 물고 뒤따라 달렸다.

사방이 평지라서 달리기엔 좋은 편이었고, 이들의 정체는 바로 김준과 쥴리아 공주 일행이었다.

귀족 마차의 옆으로 노페르슈롱을 타고 김준이 여유롭게 달리고 있었으며, 마차의 창문으로 쥴리아 공주가 밖을 구경하고 있었다.

“후작님, 베일레 자작령은 멀었어요?”

“공주님, 저 앞에 보이는 실개천만 넘으면 베일레 자작령입니다.”

“아, 이제 다 온 거군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영지에서부터 김준을 따라 나선 호든 기병대장과 기병 50명은 적들과 전투를 치루면서 20명이 전사했다. 그래서 현재는 호든 기병대장과 기병 30명이 남았는데, 그중에서 7명이 부상을 당해 뒤쪽에서 따라오는 짐마차에 타고 있었다.

또한 쥴리아 공주를 호위해 온 기병 100명 중에서 46명이 죽고, 24명이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들은 역시 짐마차에 나누어 타고 따라오고 있었다.

“후작님, 영주성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되는 거죠?”

“이제 곧 영지에 접어들면 영주성까지는 반나절 거리이니까 저녁때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실개천을 넘어서면 잠시 쉬었다 가는 건 어때요?”

“공주님, 안 그래도 말들이 많이 지쳤고 식사 때도 된 것 같으니까 잠시 쉬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 후작님의 결정대로 할게요.”

쥴리아 공주는 잠시 쉬어 간다고 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너무 마차 안에만 있었더니 갑갑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실개천을 넘어 베일레 자작령에 들어섰지만 그 흔한 검문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낙후된 지방의 영지라 영지의 구분만 있을 뿐, 검문소는 없었다. 이건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 영지들은 이렇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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