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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1화 (1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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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소녀와 해적과 검과... 여튼 이것 저것

저 배에서 소녀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딱 봐도 나는 어려운 일 같은 건 해보지도 못한 귀족 아가씨입니다. 라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여자는, 허리춤에 끼고 있던 칼을 뽑아 걸려있는 갈고리를 잘랐다.

갈고리를. 밧줄이 아니라 갈고리를! 쇠로 된건데 저거? 뭔가 어마어마한 전설의 검일 것 같은 포스를 내뿜으며 개인 하늘의 태양을 받아 반짝이는 소녀의 검. 곧게 뻗어있는 검 군데군데에 네모난 구멍이 파여있는 검은 그 내구도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지만 철제 갈고리를 싹싹 잘라내는 걸 보니 장미칼 뺨치는 명검인 모양이다.

"... 저 년은 또 뭐야."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고, 외쳤다.

"거기서 굶어 죽을거냐?"

그 말에 소녀가 당당하게 말한다.

"바다에서 온갖 후안무치한 일을 저지르는 해적들과의 협상은 없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입맛을 다시다가 손에 피스톨을 들고 빵 하고 갈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 소녀의 옆에 서 있던 남자 한 명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걸 보며 소녀가 당황하고, 마리아가 씨익 웃는다. 오오 여왕님.

"너는 돈이 될 것 같아서 죽이지 않는데. 거기서 그렇게 앙탈 부리고 있으면 선원들이 하나씩 줄어들게 될 거야 아가씨."

그 말에 비겁하다 라고 외치면서 마리아를 노려보는 소녀와, 그 시선을 즐기듯이 귀를 파는 마리아. 그녀는 귀를 파고 나서 피스톨에 다시 화약을 넣고 쇠구슬을 집어넣더니 다시 한 방을 갈겨서 서 있던 선원 한 명을 죽였다.

"나는 오래 안 기달려."

선원의 머리통에 박히는 쇠구슬에 경악을 하던 소녀가 외친다.

"잠깐...!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그만하세요!"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하고 나를 흘긋 보는 마리아.

"원래 귀족 아가씨라는 것들이 다 저런거지."

갈고리가 다시 던져지고 이번에는 소녀가 별 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입술만을 씹고 있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선장까지 상대의 배로 넘어가는데 성공했다.

그 순간이었다. 소녀가 마리아에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며 검을 찔러들어간 것은.

"얼씨구? 이거 봐라."

마리아가 그 찌르기를 잽싸게 피하고 커틀러스를 뽑아든다. 그리고 휘둘러지는 소녀의 검. 끼이잉 하는 소리가 들리고 마리아가 소녀의 검을 막은 다음 자신의 검을 바라본다.

"무슨 놈의 검이..."

마리아가 자신의 커틀러스에 절반 정도 박혀들어가 있는 소녀의 검을 보면서 한탄을 한다. 세상에 휘두른 것 만으로 반이나 박혀 들어가는 검이 세상에 있다니.

"기운이 넘치는 아가씨잖아. 응?"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검을 고개를 젖혀 피한다. 검을 휘두를 때 마다 소녀의 검에 나있는 구멍으로 지나가는 바람이 씨링 씨링 소리를 낸다. 마리아의 금발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나가기 시작하고 마리아가 말한다.

"어이 아가씨."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아가 자신을 찌르고 들어오는 칼에 손을 내밀고, 그대로 그 손을 쑤시려다가 멈칫거리는 소녀의 검. 거의 동시에 그녀의 복부에 발차기를 넣는 마리아.

"사람 찔러 본 적 없지?"

그 발차기에 양 발이 살짝 공중에 뜬 채로 잠깐 정지해 있다가 바닥에 꼬꾸라져서 토악질을 하는 소녀. 그걸 보며 마리아가 웃는다.

"게다가 뱃멀미도 하고 있고. 집에서 인형놀이나 하지, 뭣하러 바다까지 기어나왔을까?"

배를 부여잡고 있는 그녀가 다시 칼로 손을 뻗자, 아차 하면서 마리아가 탁 칼을 쳐내고. 소녀를 바라본다.

"집에서 개인교사한테 배운 대로는 잘 안 되지?"

그러면서 그대로 소녀의 배를 다시 올려차는 마리아. 와 엄청 아프겠다. 여자를 때리다니. 물론 때린 사람도 여자지만 말이야. 사람 하나를 공중으로 살짝 띄워올릴 힘을 가지고 있는 발차기다. 소녀의 몸이 순간적으로 들썩거린다음, 그대로 눈이 돌아가고. 다시 바닥에 꼬꾸라졌다. 아마, 기절했겠지.

"소개하지, 해적선장 마리아라고 한다."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커틀러스를 바라보며 눈을 찌푸리다 그대로 휙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소녀의 검을 바라보면서 흠, 하는 소리를 내다 혀를 찬다.

"검은 좋은데, 내가 쓸 만한 검이 아니네."

기절한 소녀의 허리춤에서 칼집을 뽑아 꽂아넣은 다음, 그녀는 자신의 주변에 서서 양 손을 머리 뒤에 가져간 선원들을 바라본다.

"이 배의 모든 물건은 지금부터 내가 소유하게 될 텐데. 불만 있는 사람 있으면 나오지."

그 말에 아무도 반항을 하지 않는다. 마리아가 좋아. 라고 말한 다음 주변을 슥 바라본다.

"녀석들 묶고. 짐 싹 뒤져라."

그 말에 해적들이 신바람이 나서 갑판 아래로 내려가고. 나는 우리 배의 메인 마스터에 기대어서 파이프를 꺼내 담뱃잎을 천천히 채워넣기 시작했다.

그때, 내 마빡에 빡 하고 던져지는 무언가에 별이 번쩍한다.

"이런 씨발 어떤 새끼가...! 선장?"

나는 이마를 문지르면서 고개를 들었고 거기에는 마리아가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건 그냥 니 꺼 해라. 실력도 없는게 무기라도 좋아야지. 안 그래도 우리 항해사 쓸 무기가 없어서 어쩌지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그 말에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바라본 나는. 다시 마리아를 바라봤다.

"이거, 팔면 비싸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그녀가 대답한다.

"그거 말고도 팔 수 있는 건 이 배에 썩어. 이번에는 너의 공로가 꽤 컷으니까, 그 정도의 보상을 주는게 맞겠지."

뭐, 준다면야 달게 받지. 쇠도 잘라내는 검인데. 싫어할 이유가 없잖아. 나는 허리에 대충 칼을 찬 다음 말했다.

"잘 쓰겠습니다."

약간 시간이 지나고, 선원들이 배 위로 온갖 물건들을 끌어올린다. 마리아가 그걸 보면서 한숨을 쉰다.

"뭐야, 대부분이 여자용품이잖아. 진짜 이 여자 하나 옮기려고 배를 다섯 척이나 끌어온거야?"

귀고리, 반지, 드레스... 물론 판다면서 값을 톡톡히 받는 물건들이지만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묶인채로 아직 기절해 있는 소녀를 흘긋 보았다.

"선장! 이거...!"

그리고 마지막으로, 뱃사람 네 명이 들어올려서 가까스로 옮겨낸 커다란 함이 하나 갑판 위로 올라온다.

"이게 그 녀석인가."

마리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함을 발로 툭 차고 턱짓으로 우리 배를 가르켰다. 그리고, 그 함을 밧줄에 단단히 묶어서 이쪽으로 넘기는 녀석들. 나도 그 함의 크기를 보면서 꽤 놀랐다. 왠만한 테이블 만한 크기의 함이다. 이게 그 전설적인 러셀의 함이라는 건가. 새까만 바탕을 조각해서 파낸 다음 그 안에 금을 입힌 겉모습은, 그냥 이거 자체로도 가치가 나가는 보물이라는걸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저 금만 다 뜯어내도 금괴가 다섯개는 나오겠는데.

"으...윽..."

정신을 차린 소녀가 자신의 몸이 묶인 꼴을 보고 마리아를 다시 바라본다.

"이런..."

소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마리아가 다가가서 그녀의 턱을 잡아챈 채로 눈을 마주친다.

"해적을 만나본 감상은?"

그 말에 소녀가 마리아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마리아가 그 침을 슥 닦고 히죽 웃는다.

"사람들이 말이야, 가끔은 말이지. 자기 입장을 잊는 경우가 있더라고."

그렇게 말하는 마리아의 말투는 굉장히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얼굴에는 커다랗게 십자로가 뚫리고 눈썹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녀는 천천히 묶인채로 서 있는 선원 한 명에게 다가가서 그대로 그를 발로 밀어 바다로 떨어뜨렸다.

"뭐하는 짓이야!"

소녀의 말에 마리아가 대답한다.

"화풀이?"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다시 옆에서 몸을 굳히고 있던 선원 하나를 더 밀어서 바다로 빠뜨리고, 소녀를 바라본다.

"나한테, 소리치지 말고, 반말 하지 말아라. 갑작스런 상황의 변화에 적응이 되지 않나?"

선원은 많아. 라고 말하면서 소녀를 보며 불어오는 바람에 금발을 흩날리는 마리아는 말 그대로 살아 꿈틀거리는 악역 그 자체였다. 그 말에 소녀가 눈에 눈물이 맺힌 상태에서 말한다.

"미안해요, 죄송해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주세요."

그 말에 마리아가 다시 어깨를 으쓱하고 소녀에게 걸어가면서 선원 하나의 머리통을 피스톨로 날려버린다. 보지도 않고 갈긴 사격이 그대로 선원의 머리통을 꿰뚫고 지나간다. 그리고 소녀가 뭐라고 소리를 치려고 하다가 가까스로 참고 말한다.

"어째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그 말에 마리아는 소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슥 쓸어서 뒤로 넘겨주고 미소지었다.

"재미로."

부르르 몸을 떠는 소녀의 모습에는 이제는 완전히 싸울 의지가 꺾여있었다. 그리고 마리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여기 대충 얼마나 있어야 배가 올 것 같냐?"

그 말에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넉넉잡으면 일주일, 빠르면 3일 안에는 한 대 정도는 지나갈 겁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식량 한 5일치 남기고. 나머지는 싹 옮겨라."

선원들이 그럽죠! 라고 하며 움직이는 걸 보다가 그녀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한다.

"저 아가씨는 이 배로 넘겨. 꽤 돈이 될 것 같은 냄새가 나니까 말이지."

그리고 걸려있는 갈고리 밧줄 위를 걸어서 이리로 넘어온 마리아가 나를 보고 말한다.

"잠깐 선장실로."

그 말에 나는 천천히 그녀의 말에 따라서 선장실 안으로 따라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가 배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시가 함을 열고는 나이프로 꽁무니를 자르고 불을 붙였다.

"자, 저 소녀는 이제 완전히 나에게 쫄았을 거야."

그거야 명백하지. 애새끼들 어릴 때 겁주려고 하는 망태 할아버지 같은 건 명함 내밀지도 못하고 도망칠 정도로 살벌해 보였으니까.

"근데 그렇게 공포만 있으면 이 배에 오랫동안 얌전히 있지 못한단 말이지."

그러면서 마리아가 내 어깨를 탁탁 두들겼다.

"일단 면도하고. 저 여자가 오면 갑판 지하에 가두어 놓을 건데. 니가 가서 잘 구슬리라고 오케이?"

... 그냥 나쁜 여자도 무섭지만. 저런거 생각하면서 악독한 여자는 더 무섭다. 절대로 마리아에게 깝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잖아? 재수 좋아서 니가 꼬시는데 성공하면 너는 몸보신하고, 우리는 고정된 돈줄이 하나 생기고."

라면서 다시 그 고리에 막대기 집어넣는 손동작을 하며 실실 웃는 마리아.

"... 설마, 저래뵈도 귀족 아가씨인데 해적에게 눈이 차겠습니까?"

그 말에 그녀가 어깨를 으쓱 했다.

"자신감을 가지라니까 레이먼드, 기본적으로 너는 그 자라난 수염만 멀끔하게 밀면 상판이 영 삐꾸는 아니니까."

칭찬이냐 욕이냐.

"뭐, 일단 따스하게 대해주라는 겁니까. 이해는 했습니다."

그럼 부탁한다. 마리아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나를 다시 내보내었다. 선원들은 이리로 넘어오는 물건들을 보면서 히죽거리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꽁꽁 묶인 채로 줄에 매달려 배달되는 소녀.

이걸로 배달은 끝났다. 나는 슥 저 배를 확인하다가 옆에 있는 선원들에게 말했다.

"야 이 멍청한! 큰일 날 뻔했네! 야, 가서 종범 돛 하나 뜯어와라! 우리 망가진거 수리는 해야 할 거 아니야?! 다른 것도 우리 수리할 때 쓸 수 있는 건 다 가져와!"

그 말에 선원들도 잠깐 멍해져 있다가 다시 건너가서 이것 저것 가져오기 시작했다. 보물에 눈이 멀어서 배를 신경 못 쓸 뻔했네. 소녀가 나를 바라보는 눈에 번뜩이는 적의. 나는 입맛을 다시다가 한 숨을 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몸을 움찔거리는 소녀.

나는 별 말 없이 소녀의 옷을 잡았다.

"지금... 뭐하려는 거에요!?"

그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지랄, 너는 내 타입도 아니야 아가씨."

그러면서 나는 천천히 입고 있는 옷을 들춰서 소녀의 배를 확인해본다. 허옇게 매끈한 복부에 이쁘장하게 찍혀있는 두개의 커다랗고 시꺼먼 멍자국.

"이거 완전 사람 몸을 걸레로 만들어놨구만. 선장도 적당히 좀 하지."

그리고 나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 걸레가 그 걸레가 아니라는 건 충분히 납득하지?"

이미 시뻘게진 얼굴이 내 말을 듣고 있는 상태가 아닌 모양인데. 뭐 상관은 없겠지. 나는 아까 눌러놓다가 만 파이프를 꺼내서 담배를 피우고, 그 사이에 망가진 종범이 일단 수리된다. 나는 후욱 하고 연기를 뿜은 다음 말했다.

"종범 때웠으면, 일단 가면서 나머지는 수리하자! 여기 더 있을 필요도 없으니까."

마침 선장실에서 선장이 나오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디로 갈까요, 선장?"

그 말에 그녀가 대답한다.

"럼보틀 만으로 간다."

그 말에 나는 대답한다.

"거기가 어딥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한숨을 쉬고 나를 선장실에 데려가 지도를 찍어준다. 나는 흠, 하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소녀 그냥 항해사 방에서 재우는게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본다.

"반했냐?"

그 말에 나는 대답한다.

"그게 아니라. 저 소녀 배 봤습니까? 저거 갑판 지하 같은데에 방치하면 항해하다 죽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오오 하면서 감탄하며 눈을 가늘게 뜬다.

"그 사이에 속살까지 보다니. 능력이 출중하잖아."

... 그딴 게 아니라니까. 이 여자가 사람 말을 뭘로 듣는거야.

마리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한다.

"뭐, 상관 없겠지. 너는 선장실에서 자면 될 일이고."

그건 무슨 개소리세요? 내가 여기에서 왜 잠을 잡니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합니다.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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