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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2화 (1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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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소녀와 해적과 검과... 여튼 이것 저것

마리아가 나의 표정을 보다가 한숨을 섞어서 말했다.

"무슨 불민한 상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일은 없고, 니가 나를 강간하려고 해도 제압도 간단하지. 그럼 항해사 씩이나 되어서 갑판 아래에서 모포깔고 자게?"

그건 아니지만. 아 씨바 괜히 말한건가.

"그냥 그 여자 갑판 아래에 쳐넣죠!"

그 말에 그녀가 대답한다.

"아니, 니가 한 말이 맞아. 우리가 건진 녀석들 중에서 러셀의 함 다음으로 가치가 나갈 여자란 말이야. 죽으면 곤란하지."

그건 곤란한데 내가 선장실에서 자는건 안 곤란하냐?!

"어차피 니가 선장실에 자도 선원들 할 생각이야 뻔하지. 아, 선장이 또 발정났나보다 하고 말 거 아니야."

니는 선장으로써 스스로의 지위를 고려한 말을 해라. 그런 이야기가 돌 걸 뻔히 알면서 왜 그런 일을 하는건데?

"그렇게 정했으니까. 곱게 따라가면 된다."

나는 머리를 북북 긁다가 양 팔을 십자로 교차에 가슴 앞에 가져가고는 말했다.

"저 덮치시면 안됩니다."

그 말에 내 이마에 갈겨지는 딱밤. 그리고 뒤로 젖혀지는 나의 목. 무슨 딱밤이...!

"가서 배나 모시지."

예예, 하면서 선장실을 나온 나는 조타수를 보며 말했다.

"왼쪽으로 두 작대기, 횡범 펼치고. 우리는 럼보틀 만으로 간다."

그리고, 배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는 소녀를 흘긋 보고 선원들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항해사실에다가 집어넣고, 사슬로 팔 묶어놓으라고 선장이 명령하셨다."

한 번의 폭풍과 한 번의 해전, 그걸로 일단 선원들이 나를 상당히 신뢰하기 시작한 모양인지. 내 명령에 반응하는 속도는 이전과 굉장히 달랐고, 태도도 상당히 고분고분해졌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을 옮기면서...

"보신용입니까?"

라고 하는 말들을 잊지 않고 해주는 녀석들. 나는 한숨을 쉬고 나르는 짐들을 확인하다가 말했다.

"잠깐, 그 짐 좀 보자."

안을 열어본 나는 몇 가지를 꺼내서 항해사실에 집어넣고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에 소녀는 묶인 채로 항해사실 안에 들어갔다.

항해는 평이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충 3주 정도 가면 될 것 같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물어가고 있는 해를 바라보며 럼주를 한 모금 마셨다.

배 안에 식량도 제법 짱짱하게 들어가 있어서 서두를 필요는 딱히 없을 것 같고. 나는 지는 해를 바라보다가 해수면을 뚫어져라 봤다. 깊지는 않구만.

"닻 내리고, 오늘은 여기서 하루 쉬자."

닻을 내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많이 어두워진 가운데에, 불침번들만 남고 나머지 선원들은 갑판 아래로 내려가서 잠을 자기 시작한다.

나는 하품을 한 번 하고 항해사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문 앞을 지키던 선원이 히죽거렸다.

"시작하는 겁니까?"

그 말에 나는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저거 먹으면 우리 다 죽어."

그 말에 그가 웃으면서 말한다.

"아, 그냥 농담입니다."

쯧, 나는 혀를 차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인상을 쓰면서 자신의 복부를 쓰다듬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나를 보고는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나 경계하는 소녀.

"안 잡아먹는다. 성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항해사실에 미리 넣어놓았던 물건들을 꺼냈다.

"보자아아아...."

나는 그 안에서 이것 저것 꺼내서 이파리를 빻고 알콜을 섞은 다음 막사발을 챙겨 침대 옆에다가 두었다.

"있다가 나 나가면 배에다가 발라놔라."

그리고 다가간 나는 태연하게 소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가 기겁을 하면서 말했다.

"뭐, 뭐하는 거에요?"

그 말에 나는 픽 웃으면서 말했다.

"잡아 먹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어흥 하는 소리를 한 번 내고 나는 킥킥거리면서 소녀의 소매를 걷고 팔목에서 손가락을 대고 거리를 잰 다음에 팔목 약간 위를 꾹꾹 누른다.

"기억해둬라. 뱃멀미 날 떄 누르면 꽤 나아지니까."

그렇게 1~2분 정도 누르던 나를 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당신, 해적선에 탄지 얼마 안 된 모양이네요."

그 말에 나는 그녀의 팔뚝을 누르면서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 말에 그녀가 대답한다.

"여기 사람들과 분위기가 다르거든요."

그런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대답했다.

"무인도에서, 구조받은 배가 이 배였지. 그리고 전의 항해사 실력을 인정받아서 해적선의 항해사가 되었고. 그게 보자.... 한달이 지났나, 안 지났었나?"

그 말에 그녀가 대답한다.

"그럼 당신은 아직 구원받을 수 있어요."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재미있는 말을 하네 아가씨. 당신의 배와 선원들이 침몰한 이유는 거의 나 때문이라고. 해적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해도 백이 넘는 사람을 수장시킨게 나란 말이야."

그 말에 소녀가 할 말을 잃었다.

"... 전에는 뭘 했었어요?"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탐험선에서 항해사 일을 하고 있었지."

그 말에 소녀의 눈이 약간 달라졌다.

"탐험선이라면..."

나는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마찬가지로 태연하게 소녀의 머리를 붙잡고 지압을 하기 시작한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변태로 보이지는 않겠지? 다행이도 소녀는 별 저항 없이 가만히 있었다.

"아가씨 같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잔뜩 경험했었지."

별로 자의는 아니었지만. 시발...

기왕에 가닥을 잡은 김에 이야기로 분위기를 조금 풀어볼까. 애초에 지압 자체가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은 모양인지 소녀도 별로 저항을 하지 않는다.

"돌고래 무리가 익사할 뻔한 사람을 구조해 주는 것도 보았고, 큰 고래가 물기둥을 뿜으며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도 봤지."

머리에서 뒷목으로 손이 내려오고, 나는 계속 혼자서 말하기 시작한다.

"펭귄은 본 적이 있나?"

그 말에 소녀가 대답한다.

"처음 들어보는데요. 아악!"

아, 펭귄 생각하니까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바람에 갑자기 손에 힘이 들어가버렸네. 나는 미안, 이라고 말한 다음에 말을 이엇다.

"더럽게 추운 바다 근처 얼음 위에서 살아가는 새들이야. 바다가 얼어붙어서 생긴 커다란 얼음 위에 살지."

그 말에 소녀가 대답한다.

"뻥, 바다가 어떻게 어나요?"

그 만큼 춥다는 소리란다. 거기에서 뒤질뻔했어.

"소변이 바닥에 닿으면 그대로 얼음으로 바뀌고, 자주 눈꺼풀을 깜박이지 않으면 눈이 얼어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추운 곳이었지. 새라고는 하지만 날개가 작아. 녀석들은 수영을 해서 바다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지."

이야기가 계속되고, 상당히 적의가 풀린 소녀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뱃멀미는 좀 나아졌나?"

그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신기하네요."

"배 타고 온 천지를 떠돌아다니면 별의 별 것들을 다 알게 된다고. 만들어 놓은 약도 그 지식들 중 하나니까. 믿고 바르라고."

나는 램프의 불을 줄여서 조명을 어둡게 만들고 항해사실을 나왔다. 그리고 선장실로 향하는 나를 보면서 다시 불침번이 말한다.

"두탕을 뛰시는 겁니까? 정력도 좋으십니다."

아 씨발 그런거 아니라고. 나 지금 조금 무섭단 말이야. 저 안에서 나 잠은 잘 수 있을까....? 안에 들어가자.

"여어, 술이나 한잔 하지."

라면서 럼병을 흔들고 있는 마리아가 앉아있었다. 무슨 되게 특별한 행사인 것처럼 말하지마. 너 맨날 먹잖아. 나는 속으로 그렇게 궁시렁거리면서 털썩 의자에 앉았다.

"그 물건 상태는 어때?"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어려울 것도 없었지요."

이래뵈도 40년을 넘게 살았다고. 어린 소녀 하나 멋대로 구워삶지 못하면 내가 쌓아온 세월에 죄를 짓는거다. 이 세상에서는 먹고 살기가 바뻐서 섹스는 고사하고 연애 한 번 못해봤지만. 이래뵈도 전에 살던 세상에서 연애와 섹스 정도는 해봤다고. 여자가 무섭거나 하지는 않아.

어... 너 빼고.

나는 바닥에 깔려있는 모포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가. 이러면 갑판 아래에서 자는 거랑 뭐가 틀립니까?"

그 말에 그녀가 대답한다.

"여기가 훨씬 좋잖아."

그건 그렇지 바퀴벌레도 없을거고, 이도 없을거고, 쥐도 없을거고.

"그래서, 어떻게 구워삶았어?"

나는 그 말에 대답했다.

"가서 약 만들어주고, 멀미하는거 안마해주고, 슬프고 음울한 제 바다 경험담을 이야기 해줬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시시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좀 남자답게, 그냥 확 덮쳐서 먹어버리고 그 처녀를 더 이상 처녀라고 부를 수 없는 몸으로 만든 다음에. 종속시켜버리는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말이지."

... 3시간 만에?! 애로스의 금화살이 나랑 그 소녀에게 둘 다 박혀도 그렇게 빠르게 진도를 뺄 수는 없겠다 이 해적아.

"그래도, 어떻게 보면 정석이네."

그럼, 정석이지.

"그래서 따분하다는 거야."

따분한게 뭐가 어때서. 원래 따분한게 좋은거야.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마리아가 하품을 하고 말했다.

"아, 그나저나 그 검 한 번 다시 보자. 거 볼 수록 괜찮은 검이던데."

그 말에 나는 검을 받고 한 번도 꺼내서 직접 살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고 천천히 검을 꺼내들었다.

이상한데. 이 검이 이렇게 반짝거리는 효과도 있었나? 하얗게 빛나고 있는 검을 이상하다는 듯이 나와 마리아가 보고 있는데 목에 뭐가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 이건?"

이전에 무인도에 버려졌을 때 병 안에 들어있던 팬던트. 목에 항상 걸어두고는 있었는데 나도 거의 까먹고 있었던 그 물건이 목걸이 줄을 끊고 날아가 검의 손잡이에 박혀들어가고, 이내 검이 다시 빛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푸른 펜던트의 표면에 드러나는 금빛의 글자.

============================ 작품 후기 ============================

내일 자고 일어났을 때 선작이 100이 되어있으면 정말로 햄볶을 것 같지만...

욕심은 부리지 않을래요.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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