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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소녀와 해적과 검과... 여튼 이것 저것
앞 면에는 러셀 이라고 써져 있었고.
검을 뒤로 돌려보자. 거기에는 열쇠. 라는 단어가 금빛으로 나타나 빛나고 있었다.
"러셀의 열쇠?"
그리고 마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장실을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봤을때는 그건데 말이지. 러셀의 열쇠라고 한다면 나는 떠오르는게 하나밖에 없거든."
그 말에 나도 대답했다.
"저희가 마침 더럽게 큰 상자 하나 찾았지 않습니까?"
그래 그거. 그거가 러셀의 함이고, 잠겨서 열리지 않는 물건이었으니까.
"..."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마리아가 말했다.
"그 함, 이 검이 열쇠인거 아니야?"
거참 어이없는 상황이네. 그 함 여는 열쇠가 무슨 달고나 뜯어먹고 주는 경품도 아니고.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눈을 빛냈다.
"러셀의 함이 열린다니."
그녀의 반응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다. 뭔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표정? 보통 이런 거 발견하면 눈에 달러모양이 뾰롱뾰롱 떠지면서 돈통 열리는 소리같은게 나야 정상 아닌가...?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언제 팔아먹을겁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기겁을 하면서 말한다.
"뭔 개소리야?! 그걸 왜 팔아먹어. 미쳤어?"
이걸 안 팔아먹는다는 이야기는 말이지.
"설마, 러셀의 함을 따고...?"
그 말에 마리아가 눈을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 전설의 해적 러셀이라고! 당연히 해적인 우리가 가져가는게 당연한거지!"
그게 그렇게 이어지는 논리의 회로를 이해할 수가 없는데.
"... 가지고 싶은 겁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잠도 다 깨버린 채로 시가를 꺼내 불을 붙이고 말했다.
"당연하지. 내꺼야."
너 그거냐. 단x 꺼야? 뭐, 나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래서, 그 함은 어디에 보관해두었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히죽 웃는다.
"당연히 선장실 안에 있지."
그 말에 나는 주변을 슥 둘러보고 말했다.
"없는데요."
여기가 선장실이잖아. 라고 말하려는 순간 마리아가 느긋하게 책상으로 다가가서 책상을 슥 밀어넣은 다음에 그 책상의 바닥을 열었다.
"... 사람을 별로 믿는 편이 아니시군요."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그... 신중한거지. 보험이라고 할까."
아, 이 여자... 러셀의 함을 팔아치울 생각이 없었구만. 애초부터! 열쇠고 지랄이고 없었어도 팔아치울 생각이 없었어. 나는 아래로 내려가서 거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커다란 함을 바라봤다.
... 금박 장식이 빛나고 있다. 그걸 보면서 마리아가 몸을 한 번 부르르 떨었다.
"경험 많은 항해사씨?"
그 말에 나는 선선히 말했다.
"제가 알리가 없잖습니까. 저 금박이 빛나는 이유를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나는 검을 뽑아들고 다가가서 천천히 함을 바라봤다. 함의 옆구리 부분에 있는 열쇠를 찔러넣는 부분에 천천히 칼을 밀어넣었다. 그러자, 차르르르 하는 소리와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그 열쇠구멍 주변을 감싸고 있던 세 개의 원형 조각이 빙글빙글 돌다가 철컥 소리와 함께 안으로 말려들어가고.
함이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다시 검은 뽑혔고. 그와 동시에 손을 바르르 떨면서 다가가 함을 열어보는 마리아.
함의 크기와는 다르게, 나머지 부분은 비단으로 감겨져 있는 꽉찬 공간. 아마 이 안에 그 톱니바퀴 장치들이 들어가 있었던거겠지. 그리고, 그 비단에 싸여있는 곳을 제외한 작은 공간 안에는 종이 하나가 놓여 있었다.
"118, 881 ..."
저 두 숫자는 볼 것도 없이 위도와 경도겠지, 그리고 파도 모양과 함께 배를 밀어주고 있는 인어의 모습이 그려진 쪽지. 나와 마리아는 그걸 확인하고 다시 함을 닫은 다음, 그 종이를 바라보다가 위로 올라가 해도를 살폈다.
"지랄하지마. 이 변태같은 새끼가. 어디에다가 배를 가져다 놓은거야!? 아니 거기에 어떻게 간 거야!"
사해잖아! 그것도 한 가운데잖아. 처음으로 마리아가 내 눈치를 슬쩍 보고. 나는 바로 대답했다.
"못 갑니다. 저기 들어가면 그냥 그대로 죽습니다!"
저기가 사해인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바람이 한 점도 불지 않아서 사해다. 무풍지대라고! 바람으로 가는 범선이 바람이 없는 곳에 어떻게 들어가?!
"너, 무풍지대에 들어갔다가 살아나왔다면서."
마리아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거기는 사해가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들어갔던 곳은 한숨바람 무풍지대였습니다!"
사람 한숨 쉴 때 나오는 정도의 바람이 분다고 하는 한숨바람 무풍지대랑, 진짜로 바람이 한 조각도 없는 사해랑은 급이 틀리다.
떳다 떳다 비행기를 칠 줄 안다고 내가 즉흥 환상곡도 칠 줄 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야!? 애초에 그리고 그 무풍지대의 범위가 차원이 틀리다.
"한숨바람 무풍지대는 100 평방 킬로미터 정도의 넓이지만, 저기는 수천 평방 킬로미터를 넘어가는 범위가 통짜로 무풍지대라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100km 면 잘 쳐줘봐야 50해리 정도 되는 거리다. 일반적인 배의 시속이 20노트는 나오니까. 원래는 2~3시간 정도의 항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그 한숨바람 무풍지대에서는 2주가 넘는 시간에 걸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고!
그리고, 다시 마리아가 천천히 그 종이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머메이드가 배를 밀어주고 있잖아."
그 말에 나는 어이가 나간 표정으로 마리아를 바라봤다. 믿을게 없어서 바다 전설을 믿고 앉아있냐? 그리고, 마리아가 천천히 그 종이를 바라보다가 뒤편을 살펴봤다.
"또 적혀있었네."
그렇게 말하고, 그녀가 종이의 뒤편을 가르켰고, 거기에는 또 다른 좌표와 함께 커다란 소라를 불고 있는 해적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울부짖는 소라나팔."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게 뭔데요?"
"머메이드를 부르는 나팔이야. 부른 사람의 부탁 한 가지를 들어준다고 전해지는."
나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파이프를 꺼내서 담배를 눌러넣고 불을 피웠다. 나와 마리아가 뿜어내는 연기로 선장실 지하의 공간에 자욱하게 연기가 끼기 시작한다.
"좌표가?"
그 말에 그녀가 말했다.
"583 1074"
그리고 나는 지도를 확인하고 말했다.
"여긴 더럽게 유명한 유배지 아닙니까! 길로틴 섬! 이 러셀이라는 새끼 후배 해적들을 다 죽이려고 환장한 건가!"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거기 어떤 곳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이 해역은 나가본 적이 없어서."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위로 들어올리고 잠깐 숨을 내쉰다음 말했다.
"섬 주변을 소용돌이 수십개가 감싸고 있는 장소입니다. 별명이 길로틴인 이유가, 저기로 유배를 보내면 섬에 가기도 전에 익사해서 붙은 별명이고!"
그냥 죽이면 저항이 심할 것 같을 때 유배를 보낸다는 형식으로 익사시킬때 쓰는 장소다. 저길 어떻게 들어가.
"너 배 잘 몰잖아."
그 말에 나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려치고 몸을 한바퀴 돌리면서 말했다.
"배를 잘 몰지만 제가 항해의 신은 아닙니다. 아니, 저기 들어가면 항해의 신도 익사할 겁니다!"
소용돌이가 장난인줄 아나. 하나의 영향권에만 잘못 들어도 그 배는 침몰한다고 보는게 소용돌이다.
"설사 들어간다고 해도, 어떻게 나올 겁니까!?"
거기 가서 그 나팔을 가지면 섬에서 나가는 길에 있는 소용돌이가 혼자 사라져주기라도 하는게 아니잖아.
"제가 봤을 때는 백프로 거기 나올때 그 나팔 불어야 합니다. 진짜 인어가 나올지 아닐지도 모르고!"
들어가도 못 나온다. 아니, 애초에 거기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일단 한 번 가 보기라도 하자."
그 말에 나는 허허허 하고 웃은 다음 말했다.
"알겠습니다."
인외마경이라고 하는 그 지옥의 장소 얼굴을 한 번 정도는 보자고. 과연 어느 정도길래 그 수많은 탐험선들이 그 일대의 해역은 탐사조차 포기했는지.
"다만, 보급은 다시 하고 가야합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그 쪽지를 살살 흔들고 말했다.
"좌표는 다 외웠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아가 웃으면서 촛불로 그 종이를 태우고, 아래로 내려가서 함을 잠궜다. 그리고 당당하게 양 손을 허리에 올리고 말했다.
"이 함 팔자. 그럼 돈 될거 아니야."
...
"기가 막히십니다."
그거면 확실히 배도 더 좋은 놈으로 바꿀 수 있고. 함포도 훨씬 좋은걸로 바꿀 수 있겠지. 근데 인간적으로 너무 나쁜 거 아니냐. 호빵을 사서 딱 씹었는데 풀빵냄새만 나고 안에 팥이 없으면 얼마나 빡치겠어.
물론, 열쇠가 여기에 있는 이상 열어 볼 방법도 없겠지만.
"기가 막히게 똑똑하다는 소리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때. 어차피 열어보지도 못 할 거. 좋은게 좋은거지.
"절대 나쁜 일이 아니야. 애초에 이게 바로 그 러셀의 함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음."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그냥 저희는 나쁜 쌍놈의 새끼들입니다. 뭘 그걸 꾸밉니까. 어차피 해적들인데."
그런가? 라면서 아하하하하하 하고 웃는 마리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러셀이 자기 뒤로 쫒아오는 해적들 싹 죽여버리려고 일부러 이런 짓거리 한 거 같은데.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제 자는게 어떻겠습니까."
아아, 그러지. 라고 마리아는 가까스로 평소의 텐션으로 돌아와서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럼보틀 만은 녹슨 면도날보다 훨씬 규모가 크니까. 러셀의 함도 팔아넘기고, 배도 바꿀 수 있을거다."
좋은 녀석으로 바꾸자고. 나는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말했다.
"쉽(돛을 다는 마스트가 3개, 또는 그 이상 있는 큰 배) 가능할까요?"
그 말에 그녀가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표준형 쉽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 말에 내가 대답했다.
"제가 종범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라면서 마리아가 생각하다가 말했다.
"괜찮아. 함을 장물로 팔아넘기는 거라 제 값을 못받기는 하겠지만, 쉽 마스트 사이사이에 스팽거 세일(마스트와 마스트 사이에 달리는 커다란 종범) 다는 것 정도는 가능하고도 남아."
그럼 좋지. 소용돌이 안에 빨려들어가는 걸 버티려면 돛이랑 배의 크기가 중요하니까.
============================ 작품 후기 ============================
100을 넘었어!
행복해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 사랑해요.
그리고, 뒷골목 시뮬레이션에 좌표 찍는 건...
전에 쓴 소설 소설 인기 업고 가는 거라 약간 뭐랄까... 쬐끔 찝찝한 기분이에요.
뒷골목 시뮬레이션을 리메이크 하게 된다면야(사실 이거 끝내고 나면 하려고 준비하고 잇어요. 여러가지로 바뀌겠지만) 거기에 좌표를 달겠지만.
이 소설은 이 소설의 재미로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그 소설 보고 이 소설로 와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지만서도...
여튼 사랑합니다 독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