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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29화 (2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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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모의 무게와 흉터

당연히, 대지에서 위로 뻗어나오는 충격파를 직통으로 맞은 마리아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몸져 누웠다.

몸져 눕는 사람들은 많지만, 내가 마리아가 싸우다가 다쳐서 몸져 눕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는 마리아의 병간호를 하기 시작했다. 슬쩍 몸을 보니 아주 몸이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을 지경이다. 그 충격파가 몸을 후려치면서 온 몸에 반점처럼 푸른 멍들이 생겨 있었다.

조금만 더 심했으면 나는 마리아를 닮은 스머프를 하나 볼 뻔했다. 램프 하나가 켜진 방에서 나는 땀을 흘리면서 침대에 누워있는 마리아를 바라봤다. 그 연하게 흔들리는 가느다란 조명 아래에서 마리아가 내 표정을 보고는 눈쌀을 찌푸린다.

"표정이 영 꾸릿하다?"

그 말에 내가 대답했다.

"그냥,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장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픽 웃었다.

"나도 사람이다. 무슨 괴물도 아니고."

그러면서 마리아가 슥 고개를 돌리고 나를 바라본다.

"야."

그 말에 내가 대답했다.

"예."

마리아가 씨익 웃고는 말한다.

"너도 나 보면 존나 초인같고 막 의지되고 그러냐?"

그 말에 나는 픽 웃었다.

"무슨 놈의 초인이 한 판 싸우고 몸져 눕습니까? 게다가 의지가 될리가요. 처음에 만났을 때 크로노미터가 뭔지도 모르고, 항해의 항 자도 모르는 사람이 퍽이나 의지가 되겠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한다.

"그래서 다행이야."

그러면서 마리아가 이불을 쓱 위로 끌어올려서 코 언저리까지 덮고는 말했다.

"뱃사람들, 특히 해적들은 말이지. 왠만한 사태에는 무조건 선장에게 의존하거든."

그렇게 말하는 마리아의 목소리 톤이 약간 우울해졌다.

"나도 잘 모르는 거 많은데 말이야. 맞는 선택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도 많고."

마리아의 눈이 하늘하늘 흔들리는 램프로 가 닿았다.

"이 작은 공간에서 내 말 한 마디에 40명의 사람들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고. 그리고 그 병신들은 그게 당연한 줄 알고."

그리고 마리아가 다시 시선을 이쪽으로 주면서 램프 조명처럼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도 너란 새끼가 들어와서 조금 나아졌어. 항해에 관한 결정은 대부분 너에게 의존하잖아."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약했거든. 이라고 마리아가 말하면서 웃었다.

"짐을 나눠 지고 있다는 기분이 꽤 좋더라고. 나 혼자 힘들어 하는게 아닌 느낌이라."

내가 고민하는 동안, 다른 누군가도 그거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구나. 나의 결정에 대해서 누군가가 반대를 하는구나. 내가 뭔가를 지시하기 전에, 누군가 먼저 거기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구나. 마리아가 그렇게 혼자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해적질 하면서 누군가에게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서 의존하는 건 또 처음이었으니까."

이렇게 편할 줄 알았으면 진작 할 걸. 킥킥거리면서 웃던 마리아의 입가에 가느다랗게 핏줄기 하나가 흘러내리고. 나는 수건으로 그 입을 조심스럽게 닦아낸다. 마리아의 시선이 이제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선장모를 향한다.

"저 모자, 얼마나 무거운지 아냐?"

그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선원들의 무게. 저 모자를 쓰고 명령하는 순간 40명이 움직인다. 그 무게를 말하는 걸까.

"40명이 아니야. 이 배를 타고 있는 녀석들 중에서 아들이나 딸이 있는 자식들이 15명, 마누라가 있는 놈들이 23명, 집에 부모님이 있는 녀석이 10명이야. 그리고 그 녀석들이 아는 친구들과 지인들을 포함하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될까."

본격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마리아의 눈이 음울하게 가라앉았다.

"우리는 해적이고, 목이 따이는 일은 일상이지. 저 모자 위에는 지금까지 내 지시에 따라서 행동하던 녀석들과 그 녀석과 관계있던 모든 사람들. 거기에 더해서 지금 살아있는 선원들과 그들의 지인들까지. 그 모든 사람들이 올려져 있어."

가끔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무겁지.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던 나는 절로 손이 움직여서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 뭐하냐?"

그 말에 나는 손을 움찔 하고는 내렸다. 그리고 마리아가 픽 웃으면서 말한다.

"계속해."

... 네? 나는 마리아의 눈을 바라보고 그녀가 나를 보면서 말한다.

"계속 하라고 새끼야. 거 말 귀 못 알아듣네."

그 말에 나는 천천히 손을 다시 가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녀가 눈을 감고 있는다.

"손 더럽게 거칠구만. 손이냐 사포냐?"

라고 말은 하고 있는데. 눈을 감고 있는 표정이 꽤 부드러우십니다 선장?

그러고 얼마나 있었을까. 마리아가 말한다.

"물 좀."

컵에 물을 따라 가져가자 마리아가 천천히 일어나고, 내가 그 몸을 부축한다. 그 상태에서 그녀가 히죽히죽 웃는다.

"이거 뭐 병자가 따로 없네."

너 병자야 이 병신아. 누가 들으면 겁나 멀쩡한 줄 알겠다. 마리아가 천천히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내 부축을 받으며 눕는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그녀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나를 본다.

"뭐하냐?"

그 말에 나는 다시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 그녀가 으음, 하는 소리와 함께 가볍게 몸을 꿈틀거리고 말한다.

"거 의외로 엄청 편하네. 뜨끈한게."

아,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그려. 그리고 잠깐 있다가 마리아가 몸을 약간 일으키려고 했고. 나는 그녀를 부축해서 침대에 앉혔다.

"등이 간지러."

어쩌라고 이년아. 뭐! 나는 눈을 껌벅거리면서 한 동안 마리아를 봤고. 그녀는 태연하게 등을 돌리고 옷을 걷어올렸다. 나는 그 대담발랄한 행동에 당황했지만...

"좀 긁어줘봐라."

어, 미리 감상을 말하자면 별로 색기가 넘치는 등의 상태는 아니었다. 여러번 언급했다시피 몸을 훑고 지나간 충격파 때문에 군데군데 멍도 생겨 있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있는 수많은 흉터들. 길다란 자상이 열개가 넘고, 찔린 자국이 서너개, 긁힌 듯한 흉터가 수도 없이 많고, 총알이 박혔던 자국도 있다. 우유를 많이 넣은 카페라떼같은 피부 위로, 벌레처럼 꾸물거리며 생겨나 있는 하얀 흉터자국들이 꼴에 라떼아트라도 되어보겠다는 건지 잔뜩 남아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 등을 쓸어보았다. 그 손길에 마리아가 움찔한다.

"아 씨, 만지지 말고. 긁어달라고."

나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그 흉터들을 손가락으로 쓸어보았다. 그때마다 마리아의 몸이 움찔거린다.

"... 귀 막혔냐?"

라는 말은 삐죽삐죽 뾰족한 톤이었지만 작았고, 별로 강압적이지도 않았다. 나는 천천히 그 흉터들을 쓸어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리아는 가끔 몸을 움찔거리면서 그대로 있었다.

그 상처들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니. 내 머리가 어떻게 된 걸까.

마리아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는데. 아니면 내가 나도 모르는 성적인 취향을 깨달은 걸까. 흉터가 배 밑창에 따개비처럼 잔뜩 달라붙은 그 등을 바라보는 내 심장이 함포 발사하는 범선마냥 쿵쾅쿵쾅 널뛰기 시작한다.

살살 쓰다듬던 나의 손가락과 함께 내 얼굴이 그 등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내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호흡은 느낀건지, 마리아의 몸이 굳는다.

"야... 너..."

살짝, 혀를 내밀어 길다란 흉터 하나를 핥아보았다. 부르르 떨리는 마리아의 몸. 흠칫흠칫 거리며 꿈지럭거리는 등의 탄력있는 근육들. 여전히 마리아는 걷어올린 자신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짠 맛과 함께,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난다. 거기서 그렇게 굴러다니며 땀을 잔뜩 흘렸으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나는 천천히 감상을 말했다.

"짠맛이 나네요."

그 말에 마리아 그 상태로 고개를 확 돌린다.

"당연하잖아 미친 새끼야. 그럼 그렇게 날뛰고 단맛이 나겠냐... 흑!?"

입술이 등에 닿고, 흉터 하나하나에 나는 입을 맞춘다. 얼마나 있었을까. 마리아가 슬슬 부끄러워지는지 이쪽을 보고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데.

나와 얼굴이 딱 마주치고. 나는 그대로 입술을 맞추었다. 계속 게워내었던 피 때문에 마리아의 입 속에서는 비릿한 피비린내가 잔뜩 맴돌고 있었다. 그걸 가져가려는 것 처럼, 나는 손을 마리아의 뒷머리에 살짝 올리고 그대로 입 속을 핥기 시작했다. 으읍, 읍하는 소리가 잠깐 나고 마리아가 그냥 눈을 감고 몸에 힘을 뺀다.

마리아의 입에서 나던 비릿한 피맛이 거의 사라지고 나서, 나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있다.

아아, 나는 나의 선장을 가지고 싶다.

그리고 동시에, 내 머리가 몸을 제지한다. 저 상태에서, 마리아를 가질 수는 없다. 그녀는 심하게 다쳤고. 내 욕망과 욕구는 마리아의 몸을 더 상하게 할 뿐이지, 치료는 될 수 없다.

마리아의 눈이 약간 물기 젖은채로 나를 바라보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더 이상 하면 선장 몸이 못 견디겠지요. 나중에 이어서 하죠."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노려보다가 말했다.

"... 씨발, 분위기 타서 먹힐 뻔했네."

라고 말은 하고 다시 누우려고 하는 마리아. 내가 그 몸을 부축하자. 몸이 흠칫흠칫 떨린다.

"꺼져. 잘거야."

그 말에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내일 봅시다. 선장."

대화는 끝나고.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문 밖으로 나갔다. 입 안에는 온갖 냄새가 다 섞여서 맴돌지만. 전반적으로, 마리아는 짠 맛이었다. 키스도 피의 짠맛, 몸도 땀 때문에 짠맛. 짭짤한 바다의 맛.

나는 밖으로 나와서 파이프를 꺼내 불을 붙였다. 흩어지는 연기. 저 멀리 섬에서는 녀석들이 산을 오르고 있는지 대여섯개 되는 횃불이 가느다랗게 꼬물거리는게 보였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모든게 힘드네요. 액션도 힘들고, 로맨틱도 힘들고...ㅠㅜ

머메이드와 머맨이 싸우면 머맨이 발리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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