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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파란색으로 넘실거리는 바다 위를 떠도는 배들. 여덟척의 배와, 세 척의 배. 여덟척의 배는 각각 마스트 위에서 펄럭이는 카멜롯 왕국의 국기를 걸고 있고, 세 척의 배는 검은 깃발을 올리고 있다.
"3대 8이라, 뭐 나쁘지는 않은 전황이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슥 그 상태를 바라봤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3척의 배가 버티고 있지만.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난다면 저 녀석들은 모두 수장되거나 교수형을 받으러 가겠지. 뭐, 원래는 우리 일 아니면 신경쓰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다르거든. 나는 마리아를 슥 봤고. 그녀가 말했다.
"우리 깃발을 달 곳이 없어서 어떡하냐?"
그 말에 선원들이 킬킬거리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시발 시키는 데로 잘 해라. 그러면 문제 없이 털어줄테니까! 가자!"
예에에, 하는 선원들의 소리와 함께 그들이 대포에 자리를 잡고, 나는 러셀의 검을 돌려서 속도를 높였다. 뒤로 부글거리는 거품을 뿜어내면서 앞으로 튀어나가는 우리의 배. 그리고, 두 진영의 가운데를 우리가 슥 하고 스치고 지나가서 그대로 급정지.
그와 동시에 마리아가 외친다.
"거기 동업자들! 난감해보이시는데, 조금 손을 거들어 드릴까?"
그렇게 말하고 마리아가 손키스를 날리자, 해적 쪽에서 외친다.
"물어보기 전에 좀 도와봐!"
그 말에 마리아가 히죽 웃는다.
"니들 배에 있는 물자 20%, 그리고 저 배들 안에 들어있는 거 전부. 우리가 가져간다?"
니들 좆대로 하라고! 라고 그들이 절박하게 소리치자. 마리아가 좋아. 라고 말한 다음 외쳤다.
"녀석들 조금 촉촉하게 만들어줄까!"
그렇게 합시다. 나는 곧바로 말했다.
"오줌싸자아아아아아!"
그 말과 함께 상대의 함선들을 향해 우람하게 쏘아져나가는 거대한 물줄기들. 저 정도의 정력이라면 가히 30명의 여자와 자도 여자들이 먼저 지치겠군 그래. 쿠콰콰콰콰 하는 소리와 함게 발사된 물줄기들을 그대로 서너대의 함선이 뒤집어쓰고, 나는 말했다.
"배 출발합니다. 오줌은 선장이 전문으로 담당해주세요!"
그 말에 마리아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뭐, 오줌 비슷하잖아.
"해석할 여지가 많은 말을 하지 마."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배가 움직이는 동안에 계속해서 대포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좌현 선두 절반 준비... 발사!"
쫘아악 물대포가 날아가서 상대들을 적신다. 물론, 지금은 그냥 적시는 정도지만. 우리의 배는 상대의 포에 맞지 않게 기동하면서 점점 가까워졌고. 마침내 배 한 척의 코 앞에 도착했다. 마리아가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선장에게 윙크를 한 번 날리고 외쳤다.
"우현 발사!"
수압으로 배의 앞머리를 부수면서 안으로 뚫고 들어가는 거대한 물줄기들. 이걸로 한 척 완파다. 일이라고 할 것도 없이 쉽구만. 그 상태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안에 물이 차오른 배가 침몰하기 시작한다. 그걸 보다가 마리아가 문득 깨달은 듯이 말한다.
"아 씨발...! 저 배 안에 뭐 뜯어먹을 거 있었을텐데!"
그냥 침몰시켜버려서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진 마리아 되시겠다.
"야 다음부터는 적당히 싸고 넘어가자!"
자연스럽게 싼다는 표현도 스스럼 없이 하고 계시는 마리아 되시겠다. 뭐, 우리는 계속해서 녀석들에게 우리의 찝찔한(확인해봤는데, 이거 바닷물을 쏘는거더라) 액체에 질척해진 함선들은 전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고. 일부러 함포 각을 놓여서 계속해서 돛을 찢어버리고 하늘에서 바닷물 비가 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바꾼 우리에 의해서
군함들은 전투 불능이 되었다.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돛, 무서진 마스트, 젖어서 못쓰게 되어버린 함포들. 마리아가 그걸 슥 감상하고 말했다.
"야, 뒤로 빠지자."
그 말에 나는 조타륜을 조정해서 다시 해적선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거기에서 마리아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뒷처리는 니들이 하고, 니들 가지고 있는 짐 20% 내놔."
해적들이 군함을 털어먹는 것도 미친 일이지만, 같은 해적을 삥뜯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렇지만 마리아는 태연하게 그들에게 20%를 요구했고, 얼굴에 차가운 오줌을 맞기 싫은 녀석들은 순순히 이쪽에게 짐들을 건네기 시작했다. 짐을 확인한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바라봤다.
"댁들은, 근거지 어디로 삼고 움직이는 중이지?"
녹슨 면도날이 망해버렸다. 이 근방에서는 가장 기반시설이 잘 만들어져 있던 장소였는데. 그 이후로 해적들인 다들 뿔뿔히 흩어져서 근처의 어촌 마을이나, 아니면 그냥 무인도들을 나름의 근거지 삼아서 거기에서 휴식하고 바다를 떠도는 형식으로 해적질을 하고 있다.
해적들이,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면도날이 박살난 이후로, 이렇다할 곳 없이 떠도는 중이지. 괜찮은 곳이라도 알고 있나?"
그 말에 마리아가 그들을 보면서 웃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혹시 아는 거 있나 싶어서."
그 말에 건너편의 녀석 하나가 말한다.
"전에 녹슨 면도날에 있던 녀석들 중에 살아남은 녀석들은 다들 바다의 담요로 갔다고 들었는데."
바다의 담요는 또 어디야. 마리아는 아는 눈치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거기 말고 또 갈 만한 곳이 드물지. 알았어, 수고들 하라고."
마리아는 대화를 마치고 나를 슥 바라봤다.
"지도 찍어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찍어줘야지 이것아. 내가 그게 어디에 붙어있는지 어떻게 알겠냐.
마리아는 해도 위에 위치를 찍어주었다.
"... 생각보다 멀리 있는데요? 이 정도면 이 근방 해역은 아닌데."
마리아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일단 가지. 해적들에게 있어서는 마음의 수도 같은 곳이야."
음, 해적이 되고 나서야 참 많은 것들을 알게 된다. 유령선도 있고, 머메이드도 있고, 머맨도 있고... 해적들이 씨발 꼴에 수도도 있다고 한다. 왜? 아주 그냥 조금 있으면 왕도 하나 나오겠네. 해적왕. 이름 멋지다. 존나 보물 하나 어디에 묻어두고 대해적시대 열 것 같잖아.
뭐, 그러려니하자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러셀의 검을 돌리고 튀어나가는 배를 보며 실실 웃었다.
존나 홍길동 같고 멋있어. 우리 간지 좀 나는데. 고속으로 양 옆으로 물날개를 쫙쫙 펼치면서 고속으로 이동하는 바다의 날개. 마리아가 갑자기 내 뒤통수를 때린다.
"왜 때리십니까?"
"니가 오줌싼다고 말해버리니까 저게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잖아!"
... 난 멋있는데. 봐, 이 배 정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아, 배는 원래 여성으로 표현하지? 그럼 이건...
라는 나의 중얼거림에 이번에는 얼굴이 약간 붉어진 마리아가 내 뒤통수를 또 때렸다.
... 맞을 만한 일을 한 것 같기는 하니까, 그냥 넘어가자.
도착했다. 바다담요 섬.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하하. 하고 웃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큰데? 녹슨 면도날에 비해서 더 크면 큰 사이즈지 작은 사이즈가 아니다.
"근데, 배는 어디에 정박시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슥 바라봤다.
"내가 시키는 데로 움직여."
천천히 배가 움직이고 마리아가 지시한 곳에 도착하자, 그제서야 그 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약간 우묵하게 들어간 절벽 부분에, 보이는 거대한 구멍. 그 안에 차 있는 바닷물들.
"환영한다. 바다담요 섬이다. 닻 내려라!"
마리아가 히죽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고. 나는 그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동굴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 이게 뭡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그 동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동굴 양 옆에 서서 우리를 보는 보초들에게 마리아가 외쳤다.
"야아! 여기 돛단배 여덟 척만 보내라!"
그리고 잠시 뒤에, 그 동굴이 뱉어내듯이 돛단배들을 이쪽으로 띄워보내준다. 그 안에는 모두 배를 젓는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돛단배 위에 올라탄 나는 그 동굴 입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동굴 위에 달려있는 거대한 철판은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기면 덮어버리려고 만들어놓은 건가. 이 정도면 아무리 제대로 된 해군 병력이라고 해도 안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겠는데.
일단, 저기를 넘어 가려고 한다면 제대로 된 함선으로는 무리니까. 우리가 탄 돛단배 같은 걸 타고 들어가야 할 텐데... 그걸 타고 해군이 해적들 소굴로 들어갔다가는 다구리 맞고 뒤지기 십상이다. 안전하기는 더럽게 안전하겠네.
수에 맞추어서 탄 우리는 천천히 그 거대한 동굴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축축하고 습기찬 동굴 안으로, 매달려 있는 수십개의 횃불들.
그렇게 돛단배가 얼마나 이동했을까. 돛단배가 턱, 하고 멈추고, 그 앞에는 사람이 내릴 수 있게 만들어진 턱이 보였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펼쳐져 있는 것은...
동굴 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천장이 뚫려있다. 아니, 그 동굴을 넘어서 나타난 것은 거대한 분지.
햇빛이 들어오고, 나무가 자라고, 거리가 만들어져 있고... 각종 물건들을 파는 사람들과, 숙소와 음식점 같은 건물들이 펼쳐져 있었다.
동굴 너머의 풍경이라기 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항구 도시에 도착한 것 같은 풍경에 로제와 나는 동시에 입을 쩍 벌린다.
마리아가 그걸 보면서 큭큭거리며 웃었다.
"여기를, 누가 만들었는지 아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우리한테 배 선물해준 해적이 만들었지."
러셀... 나는 작게 중얼거렸고. 그 말에 로제가 주변을 돌아보면서 감탄한다.
"이걸 한 사람이 만들었다고요?!"
아니, 혼자 만든게 아니지.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슥 주변을 살펴본다.
"혼자 만들었으면 대단한 일이지만, 이걸 다른 해적놈들과 함께 만들었어. 그건 기적이지."
어, 그건 기적이다. 이 성질 더럽고 제멋대로인 녀석들을 끌어모아서 이렇게 상상도 할 수 없는 규모의 마을을 만들려면 그게 얼마나 힘들까.
"도대체 저 동굴은 어떻게 만들어 낸 걸까 궁금했거든."
마리아가 큭큭거리면서 노점상에 가서 사과 하나를 산 다음 한 입 깨문다.
"이제는 알겠더군."
나도 짐작이 간다. 러셀은 분명히 머메이드와 어떤 친밀한 교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의 배를 머메이드가 알고 있던 것도 그렇고. 나팔을 보자마자도 러셀에게 건네주었던 나팔이군요. 라고 머메이드들이 눈치를 챘으니까. 이 동굴처럼 만들어진 통로도 아마, 머메이드들의 작품이겠지.
그 물고기들은 무슨 바다의 프로토스 같은 것들이냐?!
그리고 잠시 뒤에, 주변의 사람들이 흘긋 흘긋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나를 보며 옆구리를 툭 쳤다.
"시작되었네."
"뭐가 말입니까?"
마리아가 우리를 주시하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여기는 러셀이 만들었다고 했잖아. 우리는 러셀의 언세일러를 타고 왔고."
그래서 그렇게 관심들이 많은건가? 나는 솔직히 잘 이해는 못하겠지만. 마리아가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여기 뿐 아니라, 러셀은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있어서는 카멜롯의 벤디올 대제나, 아이리의 혁명가 카디토 만큼이나 존경받는다고. 내가 괜히 러셀의 함 발견하고 눈깔이 뒤집혔던게 아니야. 다 이유가 있다고."
그 새끼... 해적 주제에 죽어서도 출세했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그래서, 우린 여기서 뭘 하면 좋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픽 웃으며 마침 옆에 서 있던 로제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뻔하지. 온 김에 장물 처리하고, 며칠 쉰 다음에. 다시 바다로 나가서 군함들이나 조지자고."
그게 소원이시라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주변을 슥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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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