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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로트 와일러 비어. 라고 써져있는, 약간 썩고 색도 바랜 현판 아래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중앙에 놓여있는 커다란 모닥불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모닥불 위에 올려져 있는 통짜 돼지 한 마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기름을 뚝뚝 흘리고. 그 주변에 둘러 앉아있는 사람들은 손에 나무로 만든 컵을 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쪽을 슥 바라본다.
우리를 주목하는 시선 아래에서, 마리아가 태연하게 테이블 하나를 잡고 털썩 앉고, 나는 그 맞은편에 앉는다.
"여기 맥주 두 개랑. 저거 좀 잘라서 내와줘."
마리아가 주문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자 한 명이 내 옆에 털썩 앉는다.
"그래, 요즘 바다 돌아다니느라 바쁘다고 하던데 말이지."
댁은 누군데 친한 척이실까. 나는 슬쩍 그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나와 마리아를 한 번 훑는다.
"해적 마리아. 요즘 들어서 상선 대신에 군함을 털고 다닌다지?"
그 말에 마리아가 그를 바라보다가 한 손으로 턱을 괸다. 점원이 맥주 두 컵을 나와 마리아 앞에 둔다.
"벌이가 짭짤하거든. 이 맥주도 그 친구들이 헌금한 거라고."
게다가 말이지. 라고 말한 다음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다가 입가를 스윽 닦고 말한다.
"우리가 찾아가는게 아니야. 지들이 찾아오던데."
잡아먹어달라고. 나를 보면서 마리아가 농담하듯이 히죽거리고. 그걸 보고 있던 그 남자가 말했다.
"주변에 군함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말이지."
그 말에 마리아가 그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그 말에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해군들 피해다녀라. 배가 좋은 건 알겠지만 말이지."
그 말에 마리아가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가운데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말했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너 나 아냐?"
후, 하고 손톱을 분 다음 마리아가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아, 그래서들 다들 우리를 무슨 역병처럼 쳐다보고 있었던 거구만. 병신들, 거시기 때서 그냥 나 줘라. 그거 뭐하러 달고 다니냐?"
그 말에 남자의 표정이 구겨지지만, 마리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입을 열었다.
"병신들, 군함들이 그렇게 무서워서 해적질은 여태동안 어떻게 하고 살았냐?"
맥주를 다시 쭉 들이킨 마리아가 그들을 슥 둘러보고 말했다.
"그리고 씨발 우리 좀 고만 조져라. 니들이 하도 똥마려운 개새끼들 마냥 낑낑거려서 괜히 우리 귀여운 선원 하나를 풀어줘버렸잖아!"
그리고 결과적으로 뭐가 변했는데? 라는 마리아의 물음에 모두가 침묵했다. 타탁, 거리는 모닥불 타는 소리와 이따끔씩 떨어지는 기름방울이 불에 닿아 치직거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풀어주면 군함들이 우리를 그만 조져야 할 것 아니야! 니들이 하라는 데로 했더니 선원은 선원대로 잃고, 해군 새끼들은 여전히 해적들을 조지고!"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안되냐? 라고 마리아가 말한 다음에 시가를 하나 꺼내서 불을 붙였다.
"그 새끼들은 뭘 해도 우리를 조질거야. 니들이 지금 당장 내 목을 쳐서 그 새끼들에게 선물로 보내도 변하는 건 없어."
마리아는 그렇게 단언하듯이 말하고 점원을 바라봤다.
"그래서, 내 고기는 언제 줄 건데?"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점원이 우리 테이블에 고기를 건네주고. 마리아가 맥주 한 잔을 더 시킨 다음 그들을 바라봤다.
"거북이 새끼들 마냥 툭 건들면 쑥 들어가서 기어나오지도 않고 있지. 니들 중에서 최근에 배 타고 나가본 새끼 있냐?"
그 말에 한 명이 말한다.
"니들은 배가 존나 좋잖아 이 자식들아! 나도 그런 배 하나 있으면 밖에 나가서 돈을 쓸어오겠다!"
그 말에 마리아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저 새끼 뭐라고 하는거냐."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아가 고기를 한 조각 입에 넣고 씹었다.
"니들이 왜 바다의 날개를, 러셀의 유물을 못 가지고 우리가 가져갔는지 아냐?"
그러면서 마리아가 포크를 빙빙 돌리다가 그대로 테이블에 박아넣었다. 부르르 떨리는 포크. 그리고 마리아의 눈에서 살기가 지글지글 끓어오른다.
"니들은 씨발 그런거 할 간덩이가 없거든. 불알도 없는 새끼들. 그러고는 이껏 우리가 그 사지에 가서 배 가지고 나오니까 나도 저거 하나 있었으면... 하고 징징거리기나 하지."
마리아가 자리에서 쌍법규를 날리면서 그들을 보고 낄낄거리면서 엄청 듣기 싫은 꼬맹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음마! 음마! 나두 쪼고! 나두우 쪼고 줘요오오오!"
마리아 너는 왠만하면 성대모사 하지 말아라. 듣는 사람 거북하다. 마리아가 그렇게 울상을 쓰고는 징징거리다가 얼굴을 싹 바꾸고 맥주를 슥 마신 다음 말했다.
"병신같은 애새끼들."
그 말에 한 명이 다시 말한다.
"어차피 네놈들도 러셀의 메시지는 우연히 얻은 거잖아!"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맞아, 우연히 기회를 잡았지. 그리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노력한 건 우리고."
재미있는데 이거.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야, 러셀이 왜 그렇게 변태같은 곳에다가 이걸 짱박아 놨는지 알 것 같다. 이거 나도 나중에 죽을 일 있으면 그렇게 해 놓고 싶어지네."
동감이다. 저런 덩치만 스테로이드 맞은 애새끼마냥 커진 겁쟁이 새끼들이 내가 타고 다니는 그 배를 타고 다닌다고 하면 생각만 해도 복창이 뒤집어진다.
"아무튼, 그 메시지만 우리가 먼저 확인했어도...!"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존나 웃기는 친구네 저건 또.
"그러니까, 니가 그 메시지 하나만 있었으면 길로틴 섬으로 기어들어갔을 거고, 머맨이랑 혼자 맞짱을 뜰 거였다는 말이냐? 그 배가 사해에 있다고 하는 메시지를 봤는데도?"
그리고 나는 비웃음을 띄우고 말했다.
"남이 끝내놓고 나면 떠드는 건 누가 못하냐. 씨발 말로는 카멜롯 왕녀랑 아이리 공화국 퍼스트 레이디도 따먹지. 그렇게 행동력이 엄청난 분들께서는 참 신기하게도 해군 배 몇 척 알짱거린다고 오들오들 떨면서 나가지도 못하고 계시네."
존나 대단한 해적새끼 나셨어. 비꼬기를 마친 나는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고기를 한 점 입에 넣고 마리아와 건배를 했다.
"우리를 그만 모욕해라!"
그 말에 나는 귀에 손을 가져가 나팔 모양을 만들었다.
"뭐라고 씨부리는거야."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들을 바라봤다.
"모욕은 씨발 니들이 스스로 하고 있지 않냐!? 지금 이 바다의 담요 안에 해적이 몇 마리가 있는데! 배가 몇 척이 있는데! 적어도 30척은 있을거다! 여기에만 해적들이 있냐? 다른 곳에도 존나 많잖아! 그거 다 합치면 못해도 60~70척은 나온다! 그 수많은 배들이 바다 떠돌아다니는 군함 몇 척이 두려워서 벌벌 떨고 있는 주제에 모욕을 하지 말라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발로 콱 차버린 다음에 말했다.
"질질 짜지 말고 나가서 군함 한 척에 한 다섯 척씩 달라 붙어서 조지면 될 거 아니야! 니들 5대 1도 못하는 병신들이냐!? 우리는 씨발 바다의 날개를 얻기 전에 폭풍우 속에서 1대 3을 싸워 이겼다 이 병신들아!"
마리아가 거기에 한 마디를 더한다.
"우리가 여기에다가 납치해온 군함만 해도 10척이다. 상태도 아주 멀쩡해."
바다의 날개가 발사하는 물대포는 멀리서 쏘면 배는 거의 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력화 된다. 마리아가 그들을 슥 둘러보고 말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해군들 심해로 쳐박을거다."
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 이라고 뚱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함께 그 물개 새끼들을 조질 생각 있으면 말해라. 이미 팔아넘겼지만, 다시 사서 건네주지. 모자라면, 나가서 몇 척 더 납치해서 바로 건네주면 될 일이고."
어차피 벌어들이고 있는 수익은 충분하니까. 라고 마리아가 말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어디서 묵고 있는지는 알고 있겠지. 생각있는 놈들은 찾아와라."
그리고...
"함께 하지 않을 새끼들은 왠만하면 졸리 로져 달고 다니지 말아라. 계집에 브라나 하나 구해서 마스트에 달고 다녀. 찌질한 새끼들."
나와 마리아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녀석들이 정말로 올 것 같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한 무리, 딱 한 무리만 오면 그걸로 끝이다. 사람 심리라는게 하나가 시작하면 나머지도 하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느긋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만약에 오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러면 그냥 군함들이나 계속해서 조질 뿐이야."
그 말에 나는 머리를 긁었다.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녀석들도 슬슬 소식을 듣기 시작할 텐데."
그 말에 마리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냥 군함들은 150척이 와도 바다의 날개 뱃고물도 못 구경할걸."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녀석들에게는 검은 어금니가 있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흠, 하고 잠깐 어깨를 으쓱했다.
"둘 다 전설의 배라면, 항해 실력에 따라서 승부가 나지 않겠어?"
근데 우리는 소용돌이랑 폭풍우도 뚫고 다니면서 다른 배들을 침몰시키는 훌륭한 항해사가 하나 있단 말이지.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내가 입을 열었다.
"마리아, 오늘 방 같이 쓰시죠."
그 말에 마리아가 웃었다.
"왜, 존나 사랑스럽냐? 막 미치겠지?"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저에 대한 신뢰를 보답하는 의미로 저의 새하얀 의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내 경험 상으로는 말이지, 항상 사람들은 그게 하얀색이라고 하는데, 사실 약간 누런 색깔일 때도 있지 않냐? 게다가 니꺼 존나 쓰고 짜던데. 고기랑 술 좀 끊어라, 맛 더럽게 없더라."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충고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뭐라고 해야 할 지 감을 잃었다.
"개인적으로는 복숭아가 좋은 것 같아."
참 대단한 말씀을 해주시고 계십니다. 나는 마리아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고, 농담이라면서 하하핫 하고 웃는 마리아. 잠깐의 농담이 지나간 다음 마리아가 약간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다시 열었다.
"... 로제 소식은 확인하고 있냐?"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일단 여기저기 돈은 뿌려놓았습니다. 조만간 소식이 들려오겠지요."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감이 좋지 않아. 귀족 영애라고는 하지만 두 나라가 한꺼번에 움직일 정도라니."
마리아는 서늘한 눈을 한 채로 숙소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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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