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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VS 해군
미나는, 선장실 안에서 로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어찌 되었든 현재 해적입니다."
그 말에 로만이 대답했다.
"소용돌이를 뚫고, 배 안에서 배가 어느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항해사이기도 하지."
그 말에 미나가 다시 말했다.
"실력은 확실히 대단한 것 같지만..."
로만이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지고 미나를 바라봤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너는 곧바로 이곳으로 배치되었지."
그 말에 미나가 로만을 바라봤다.
"너의 재능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우리는 갓 졸업한 항해사를 싸늘한 앤에 배치해야 할 정도로 항해사가 부족하기도 하다."
그 말에 미나가 고개를 숙였다.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로만이 대답했다.
"그가 아이리 공화국으로 넘어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확실히 아이리 공화국에는 항해사가 부족하다. 항해 도구들로 인해서 상선의 무역은 어떻게든 하고 있지만... 그 해적의 말대로 거기에는 오차가 생길 수 밖에 없고 그것을 항해사들이 메꿔줘야 한다.
그런 정도의 능력이 있는 항해사는 아이리 공화국에...
"우리 뿐 아니라 카멜롯도 마찬가지다. 그 남자처럼 도구 없이 장거리 항해가 가능할 정도의 항해사는 두 국가를 통틀어서 오십 명도 없을 거야. 그 남자는 수십척의 군함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배는 수십척을 찍어낼 수도 있지만. 항해를 지휘할 수 있는 자들이 없어서야 아무 쓸모 없다.
"... 알겠습니다."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 아직 그 해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생각할 시간을 조금 달라고 했을 뿐이다. 미나가 입을 열었다.
"만약, 그 남자가 아이리 공화국으로 오지 않겠다고 하면..."
그 말에 로만이 대답했다.
"그러면 죽일 수 밖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정도의 인재가 다른 곳을 돌아다니게 둘 수는 없다.
다음날이 밝았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로만을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아이리 공화국을 위해서 일하겠습니다."
당연하잖아. 여기에서 안한다고 하면 바로 내 목으로 칼이 떨어질 걸? 안 그래도 여기에서 어떻게 도망치나 고민되기 시작했다고. 녀석들이 이전처럼 나에게 사슬을 묶어놓으면 도망은 불가능하잖아.
그렇다고 진짜로 내가 아이리 공화국의 항해사가 될 거냐고 물어보면...
글쎄, 나는 마리아랑 살까지 섞은 사이에다가 약간 또라이 같기는 하지만 일단 해적들과 함께 일하면서 정도 엄청 쌓였다고. 일단 부정적이야. 벗어나기 위한 포석 정도일 뿐이지.
로만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환영한다, 좋은 선택을 했군. 내 힘이 닿는 데 까지 그대의 뒤를 봐주지."
뭐 그럴 것 까지야. 로만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선상으로 올라가도록 하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일단 한 번 올라가서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일단 녀석들에게도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가능하면 진실로 보이도록.
그러기 위해서는...
"그 미나, 라고 했던 항해사 있지 않습니까? 잠깐 만나보고 싶습니다만."
내 말을 듣고 로만이 말했다.
"이유가 뭐지?"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 말했다.
"미숙한 항해사지만, 장래성은 있습니다. 제가 도우면 금세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로만이 대답했다.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고 싶은 일이군."
신뢰를 받는 데에, 누구 가르치는 것 만큼 좋은 것도 드물잖아.
배 위에 올라간 나는 조타륜을 잡고 있는 미나를 확인하고 배를 슥 둘러보았다. 바람 좋고...
그러고 보면, 바다의 날개를 타고 다니느라 요즘 바람에 별로 신경을 안쓰고 살았는데. 그래도 눈 앞에 마스트가 보이니까 또 금세 적응이 되는 모양이다. 조타륜을 잡고 있는 미나의 표정은 굉장히 진지했다.
선원들이 나를 보고는 선장을 바라본다.
"제독, 이 남자는 누구입니까?"
로만이 선원의 말에 대답했다.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될 레이먼드라고 한다. 탐험선에서 10년 동안 배를 탔던 항해사지."
그 말에 선원들이 나를 봤다. 그 말 한마디로도 선원들의 뚱한 눈이 바뀐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굉장히 젊어보이는데."
그 말에 나는 대답했다.
"배는 탈 만큼 탔으니까, 내 나이 신경 쓸 생각 있으면 바람이나 제대로 잡지?"
그 말에 그가 울컥 하면서 나를 바라봤다.
"제대로 잡고 있는 중이다."
나는 픽 웃고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삭끈을 붙잡고 가볍게 방향을 조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돛이 팽팽하게 펴진다.
"니가 잡고 있던 바람이 제대로 잡은 거면. 이건 엄청 제대로 바람을 잡은 거구만."
나는 말을 마치고 로만을 슥 바라봤다.
"저 신출내기 항해사랑 잠깐 이야기 좀 나누겠습니다."
로만이 고개를 끄덕이고, 선원들에게 말을 하기 시작한다. 뭐, 대충 나한테 깝치지 말아라 그런 거겠지. 나는 하얀 얼음으로 된 갑판을 지나서 눈에 힘을 주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미나를 바라봤다.
"뭐하냐?"
그 말에 그녀가 바로 대답한다.
"항해 중이다. 말 시키지 말아라."
거 참 딱딱하기는 나는 어깨를 으쓱 한 다음에 난간에 걸터 앉아서 말했다.
"왼쪽으로 두 작대기 넘겨봐."
내 말에 미나가 대답한다.
"그러면 최초에 가려고 한 방향과 어그러진다."
그거야 당연하지. 나는 미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말했다.
"남자는 원래 단단하게 고정된 직선이지만 말이지, 이건 배이고, 넌 여자잖아? 그러면 굳이 그렇게 목적지까지 직선을 그어서 갈 필요는 없다고."
그리고 나는 손가락으로 허공에 지그재그를 그렸다.
"이렇게, 바람 부는 것에 맞춰서 배의 방향을 조금씩 틀고, 바람을 더 많이 잡는게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항해사 미나씨. 라고 마지막에 덧붙인 그 말에 미나의 눈이 살벌하게 바뀌었다.
"웨스트우드라고 불러라."
미나 웨스트우드라. 양키센스 만땅이구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웨스트우드양. 도대체 당신은 조타륜을 잡고 뭘 하고 계십니까?"
그 말에 다시 그녀가 대답했다.
"배 조종하지."
곧바로 내가 그녀를 슥 바라보고 있다가 정면을 바라본 채로 미나에게 말을 걸었다.
"2번 마스트, 포어세일, 바람 제대로 안 잡고 있다. 어제 딸딸이라도 쳐서 손에 힘이 없나?"
그 말에 미나가 나를 바라봤다.
"말이 천하다."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그녀를 바라봤다.
"아이리 공화국 신분제 없는 국가 아니냐?"
그 말에 미나가 대답했다.
"말의 귀천은 있지."
아 그딴거야 어찌 되어도 상관없으니까.
"저 새끼 바람이나 제대로 잡으라고 말하시지요, 미스 웨스트우드."
나의 말에 미나가 입술을 꿈틀거리고는 말했다.
"2번 마스트, 포어 세일 바람 제대로 잡아라!"
그리고 나는 느긋하게 바람을 쐬면서 배를 바라봤다. 저 새끼 여전히 바람 제대로 안 잡고 있는데.
"크흐, 아름답기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배잖아."
그리고 나는 미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선장과 항해사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네가 어떤 카리스마를 목적으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최소한 네가 말한 내용은 선원들이 따라줄 정도의 카리스마는 있어야 해."
단순히 바다와 싸우는게 아니라. 거기에 더해서 사람들과도 싸워야 한다는 말이지. 내가 아무리 존나 잘났어도, 이 배를 내가 혼자 굴리는게 아닌 이상에야. 그리고 나는 턱 하고 난간에서 내려온 다음 그쪽을 보고 소리쳤다.
"2번 마스트 아직도 바람 제대로 못 잡고 있잖아! 제대로 안 잡으면 거시기를 잘라서 돌고래한테 먹여버리마! 이 나병걸린 펠리컨 같은 자식아!"
나의 거대한 외침에 모두가 나를 바라보았고, 심지어 그 로만까지도 약간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슥 주변을 본 다음에 말했다.
"뭘 꼬라들 보고 있어?! 시간 남아 도냐! 날 꼬라보고 있으면 배가 절로 움직여주나봐들?"
일 하라고 이 자식들아! 라고 나는 외친 다음에 선원들을 정신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마음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을 하고 있겠지.
저 새끼는 뭔데 여기에서 갑자기 나대는 거야?!
괜찮아. 조금 있으면 그 생각조차도 땀과 함께 녹아내릴테니까. 원래 사람이 힘들면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지거든. 경험담이니까 확실해.
"바람 방향 바뀌었잖아, 제대로 안 잡을거냐? 니들 집에서 마누라 가출하려고 해도 치맛단 그딴 식으로 잡고 있을거야?!"
계속해서 외치면서 나는 미나를 향해 말했다.
"몰아 붙여, 이성과 논리로 움직이는 선원들은 드물어. 그냥 몰아치면 일단 뭔지는 모르겠지만 따른다. 하는 심리가 만들어지지. 우리는 항해사다. 어차피 녀석들은 우리를 거역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한 손으로 조타륜을 잡고 살짝 꺾었다. 그리고 미나가 나를 바라본다.
"지금은 꺾을 이유가 없는데."
나는 씩 웃었다.
"바람도 그렇고, 해류도 그렇고 꺾을 이유는 전혀 없지만. 안 꺾으면 저 자식들이 놀거 아니야?"
배 방향이 틀어지면 다시 바람을 잡을 방향도 바뀐다. 그러면 녀석들은 또 돛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면 내가 더 갈굴 수 있게 되고, 계속 갈굼을 먹다 보면 결국에는 내가 야, 라고 해도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되는 거지.
"그리고 배 속도도 잘 뽑히고 있는데 뭐가 문제야. 조금 방향 틀어도 문제 될 거 전혀 없다고. 당연히... 선원들은 개뿔도 모르니까 이런 짓거리를 해도 불만을 표할 수가 없지."
그리고 어느정도 선원들이 지친 걸 확인한 나는 그대로 조타륜을 고정시키고 미나를 바라봤다.
"바다 색깔 잘 봐라. 어떠냐?"
그 말에 미나가 바다를 바라봤다.
"..."
침묵, 그걸 보던 나는 어깨를 으쓱 했다.
"수심, 해조류의 상태, 파도의 상태, 해류의 상태... 초원을 달리다 보면 특징에 따라서 땅의 색과 모습이 바뀌듯이, 바다도 마찬가지다. 여유가 남으면, 그냥 멍하게 잘 가고 있겠지? 같은 고민을 하는게 아니라. 주변을 보면서 끊임없이 학습해. 이 해역은 뭐가 특징이구나 같은 걸."
그리고 나는 하늘을 슥 바라봤다.
"태양으로 동서남북 확인하는 방법은 알고 있겠지."
그 말에 미나가 대답했다.
"그건 기본이다."
그 말에 내가 대답했다.
"경도에 따라서 생기는 오차는?"
다시 미나는 침묵한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너 저녁에 내 방으로 오던지, 아니면 내가 니 방으로 가던지. 골라라. 너 무슨 학교 졸업했다면서? 거기서 뭘 배운거냐."
그 말에 그녀가 말했다.
"... 내가 가도록 하지."
좋아, 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다시 슥 배를 훑어보았다.
"야아아아! 거기 1번 마스트 탑 세일!"
그 말에 저쪽에서 다시 뭔가 부산하게 하려고 움직이고, 나는 그걸 보면서 히죽 웃고 말했다.
"바람 잘 잡고 있다! 칭찬하려고 하는데 뭐 그렇게 당황해?"
그 말에 주변 선원들이 픽 웃고, 나는 하품을 한 번 하고는 로만을 바라봤다.
"저녁에 웨스트우드 양을 데리고 공부 좀 시키겠습니다."
그 말에 로만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슥 주변을 바라보다가 로만을 바라봤다.
"흡연 가능합니까? 제가 군함에 타본 적이 없어서."
그 말에 로만이 나에게 시가 하나를 건네주엇다.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시가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후우우 뿜었다. 크으, 바다의 날개도 좋기는 한데. 역시 범선이 취향에 맞는다니까. 애들 괴롭히는게 난 너무 좋아.
근데, 나 여기에 오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며칠이 지났더라..
나는 괜시리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나의 자치령을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너도니? 나도 마리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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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미쳤나봐요... 시험기간인데 연참을 하고 자빠졌다니...
젠장. 왜 꼭 이런 위급한 순간에는 글이 써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