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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오징어들이 지키는 것
"싫다고 말했잖아. 이 이야기는 그만하지."
저녁. 식당으로 내려온 나는 마리아와 만났고. 마리아가 태연하게 입을 열어서 몇 마디를 하기 시작했다. 흑단목에 관련된 내용을 거절했다는 내용과 사략선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나는 자리에서 앉아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흑단목은 위험하니까 당연히 안하는게 맞다고 쳐도. 사략 해적이라, 처음 들었는데 꽤 마음에 드는데요. 이야기 들어보니 벌이도 괜찮고, 게다가 안정성도 장난이 아닌데. 우리도 그쪽으로 나가보죠."
나의 외침에, 마리아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원하는 것과 맞지 않아."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천장을 한 번 바라본 다음 마리아를 보면서 말했다.
"아니, 어차피 남의 배 털어서 먹고 사는 입장에서 국가에게 보호받는게 훨씬 좋지 않습니까?"
마리아가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건 해적이 아니다. 국가랑 일하는 해적이라니. 웃기는 생각이지. 그런 건 해적도 아니야."
그 말에 내 목소리가 조금 커진다.
"선장, 이 일에 무슨 긍지 같은거 가지고 계십니까? 그냥 남 배 털어먹는 범죄자입니다 저희는! 거기에 무슨 긍지가 있습니까? 차라리 국가에게 승인을 받고 안전하게 배를 터는게 훨씬 좋지요."
술을 한 모금 마신 마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국가랑 일하는 해적 같은게 될 생각은 없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픽 하고 웃은 다음 입을 열었다.
"하여튼, 그 러셀이라는 자식이 사람 다 망쳐놓는군요."
마리아가 그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다가 말했다.
"야."
나와 마리아의 시선이 부딪치고 마리아의 눈에서 불꽃 같은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나를 잡아서 사시미 뜰 것 같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면서 그녀가 내뱉듯이 말했다.
"내 배에 타고 있으면 혓바닥 조심해라. 내가 선장이다. 넌 내 아래에 있는 항해사이고."
그녀의 말에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바뀌어서 소리쳤다.
"아니, 말이 나온 김에 하는 건데, 그 배도 내가 없었으면 얻지도 못했을 거 아닙니까! 왜 그게 선장의 배입니까? 정작 고생한 건 난데!"
나는 짜증난다는 듯이 고함치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니, 멀쩡하게 게르하르트가 쫙 뻗은 길을 가고 있으면. 우리도 따라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가르시아 해에서는 사략 허가 받는게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 모양인데!"
마리아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가 말했다.
"그만해. 말했지만, 사략선은 하지 않는다."
나는 이를 갈다가 말했다.
"저는 원래 탐험선에서 일하던 사람입니다. 당연히 국가랑 함께 일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요. 선원들 생각은 물어보셨습니까? 당신은 왜 항상 그렇게 독선적입니까!"
나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의자를 발로 차고는 올라갔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쉰 다음에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려나. 아니면 부족하려나."
식당에서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나와 마리아는 대화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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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전, 내 방에서 졸고 있는데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었다.
부시시 일어난 나는 문을 열었고, 거기에는 마리아가 팔을 꼰 채로 서 있었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누자."
뭐, 맨날 이야기는 나누지 않나. 나는 옆으로 비켜섰고 마리아가 방 안으로 들어와서 의자에 앉았다.
"만남은 즐거우셨습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아아, 하고 자신의 관자놀이를 엄지로 비비면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상한게 좀 있어서 말이야. 하나 부탁 좀 하자."
마리아의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마리아의 눈에는 호기심이 떠올라 있었다.
"수상쩍다는 말이지."
마리아는 말하고는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툭 하고 털어서 재를 아래에 떨군 다음 나를 바라봤다.
"게르하르트,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나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마리아는 말을 마친 다음에 나를 바라봤다.
"뭐가 수상하신지."
그냥, 뭔가 숨기고 있다는 감이 온다고.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빨갛게 시가 불을 일으켰다.
"내가 이런 쪽으로 좀 감이 좋거든. 근데 아무래도 나한테는 말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아. 애초에 나와는 가고 있는 노선이 틀리기도 너무 틀리고."
마리아는 푸흐, 하는 소리와 함께 연기를 내뿜고 게르하르트와 있었던 대화를 천천히 풀어놓았다.
"넌 로만도 낚아냈잖아. 한 번 더 재주를 부려 볼 수 있어? 녀석이 숨기고 있는 진심, 한 번 뒤져봐."
내가 무슨 서커스 단에서 훌라후프 돌리는 곰탱이도 아니고. 재주를 부리라니. 물잔에 물을 담아서 한 모금 마신 다음 나는 마리아를 봤다. 마리아가 시가를 테이블에 비벼서 끄고 말했다.
"녀석이 나에게 숨기고 있는거, 너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봐."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조금 있다가 식당 가서 저랑 한 번 대판 싸우시죠."
그리고 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저런 흐름이었다. 항해사와 선장이 의견차이로 부딪치는 건 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니까. 게다가 게르하르트가 하고 있는 사략선에 관한 내용으로 인해 갈라섰다고 하면 꽤나 그럴듯해 보인다. 아마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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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는, 자신의 저택에서 사람들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래, 두 사람이 싸웠다고. 일 재미있게 돌아가잖아."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창가를 바라보았다.
"한 번 이야기를 나눠 볼 필요는 있을 것 같군."
선장은 사략선을 혐오하고, 항해사는 하고 싶은 상황인가. 조금만 더 갈라서면 확실히 이쪽에서 손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게르하르트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혀로 입술을 핥았다. 바다의 날개.
이번에 쓸 보고서에 바다의 날개 확보 라고 쓰면 국왕이 이쪽을 굉장히 좋게 보겠지.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귀족 작위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놓치면 안되는 기회다.
"은밀하게 사람을 보내서, 이쪽이랑 만나보자는 의사를 전해두고. 감시하는 사람을 붙여놔."
신중하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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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부러 밤이 되면 밖으로 나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마리아와는 일부러 대화도 나누지 않고 식사도 따로했다. 어쩌다가 이야기를 나누면 항상 마지막은 서로 언성을 높인채로 싸우다가 끝났다.
그러니까... 이전에 로만의 배에 탔을 때처럼 나는 다시 금욕 생활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다른 선원들에게는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밤에 로제가 찾아와서 화해 하라고 애원을 하기도 했다.
선원들도 굉장히 난감해 하는 상황이었지만 함부로 말하고 다닐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일단은 입을 다물고 나와 마리아 둘 다 계속해서 냉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길을 걸어가다가 남자 한 명에게 작은 쪽지를 한 장 받을 수 있었다.
오케이, 물었구나. 나는 쪽지의 내용을 확인하고 속으로 웃었다.
[내일 자정, 저택에서 만나지 - 게르하르트]
당연히 만나주지. 나는 그 쪽지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천천히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숙소도 돌아갔다.
"레이먼드, 문 좀 열어봐요."
로제, 로제... 속여서 미안하다. 선원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지금 걱정이 태산이라 밥도 제대로 못먹고 계속 어두운 표정이라던데. 하긴, 어떻게 보면 나랑 마리아에게 굉장히 애정을 주고 있던 아이니까. 이 상황에 가장 심하게 충격을 받았겠지.
"할 말 없다. 돌아가서 자라."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이불을 덮었고. 한 동안 더 그렇게 문을 두들기던 로제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걱정하지 말아라. 로제, 내가 봤을 때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으니까. 이거 끝나고 나면 니 좋아하는 단거 잔뜩 사줄게.
다음날 자정, 나는 게르하르트의 저택에서 그와 마주 앉아서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사략선, 알고 있나?"
아, 알고 있지. 아주 잘 알고 있어. 나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국가의 허락을 받고 타국의 배를 약탈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게르하르트가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략선 운영한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아에게 말 들었습니다."
게르하르트는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그렇군. 알고 있을 줄 몰랐다."
개소리 하지마. 이게 어디서 일류 약팔이에게 약을 팔려고 들어. 니가 임마 로스쿨 다니는 학생이면 나는 이미 로펌 들어간 변호사야. 깝치지 말아라. 나는 표정 변화 없이 그를 바라봤다.
"사략해적, 어떻게 생각하지?"
그 말에 나는 가만히 고민하다가 말했다.
"저는 원래 탐험선에서 일해왔고, 해적질을 하더라도 조금 안정적으로 하고 싶은게 본심이죠. 근데 선장이 제 의견과 너무 부딪쳐서...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원래 저랑 선장은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젠 짜증이 나는군요."
게르하르트가 나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고 말했다.
"바다의 날개. 네 공이 컸겠지."
그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알아 주시는군요. 사실 거의 저 혼자서 얻은 겁니다. 심지어 저 아니면 조종도 못하는 녀석입니다. 사실 제 배지요. 그걸 알면서도 선장님은..."
그리고 속이 답답한 것 처럼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술을 그대로 쭉 마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는 것 같습니다. 제 공로를 알고 있으면서 모든 걸 자기 맘대로만 하려고 들다니."
게르하르트가 나를 바라봤다.
"그러면. 배를 네가 가지면 되지 않나."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그건... 죄송하지만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입니다. 선장의 배를 빼았다니."
나는 게르하르트의 말에 부정적으로 답변했고. 그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나는 국가 허락 받았다. 사략 허가증, 줄 수 있다. 네가 바다의 날개 가지면. 사략 허가증 어렵지 않지."
그 말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 동안 함께 해온 시간도 있고..."
게르하르트의 말에 내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척을 하자 그가 계속해서 나를 꼬시기 시작했다.
"사략선, 돈 많이 번다. 국가가 허락했다. 생각해봐라. 배 위에서 반란. 흔하다. 원래 네 것인 배다. 네가 가지는게 당연."
나는 아무 말 없이 한 10분 정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게르하르트는 그 시간을 기다려주기 시작했다. 마침내, 나는 이쯤 되면 다 익었겠지, 라고 판단한 다음 말했다.
"공짜로 시켜주시지는 않겠지요."
나의 말에 게르하르트가 입을 열었다.
"흑단목 해역. 가줘."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거에 관한 건 저는 선장이랑 의견이 같습니다. 가면 다 죽습니다. 사략선을 하려고 하는게 위험을 피하려고 하는 건데. 그 전에 이미 목숨의 위협을 받아야 한다면 할 필요가 없죠."
이걸로 흑단목에 관해 내가 관심이 없다는 걸 피력했지. 만약에 거기에 뭔가 다른게 있다면 이쯤에서 이야기를 꺼낼 수 밖에 없을거다. 녀석 입장에서는 바다의 날개가 사략선으로 들어오는 거니까.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겠지.
국가의 허락을 받아서 일한다면, 당연히 그 성과도 위쪽으로 보고가 될 거다. 거기에 떡하니 전설의 배, 바다의 날개 확보. 라고 써져있으면 게르하르트의 인생에는 날개가 활짝 펴질거다.
그게 문제라니까 공무원 새끼들은. 공적에 눈이 멀어서 뭘 제대로 판단을 못해요.
게르하르트가 나의 말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흑단목, 필요 없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한 번 슥 쓸었다. 좋아, 이제 정보를 뽑아낼 수 있으려나.
"거기 크라켄들. 보호하고 있다."
나는 그 말에 그를 바라봤다.
"뭘 말입니까?"
게르하르크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셀키. 크라켄들. 셀키가 있는 곳을 지킨다."
셀키라. 나는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오냐, 거기에 가면 셀키가 있는 거였구나. 대충 뭘 원하는지 짐작이 가는데.
"셀키라고 하면, 그 전설의..."
게르하르크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고. 나를 바라봤다.
"바다의 날개. 빠르다. 크라켄 못 쫒아온다."
글쎄, 그럴 것 같지는 않다만.
"배, 해역 들어가면. 크라켄 쫒는다. 그 동안, 다른 배가 들어간다. 셀키 잡는다."
하지만, 셀키는 바다표범이잖아. 잡기 힘들텐데. 라는 나의 말에 게르하르트다 다시 정보를 풀기 시작한다.
"셀키들. 월광욕 한다. 섬이 거기 있다. 월광욕 할 때 벗은 가죽을 빼앗으면... 반항 못한다."
대충 상황을 이해했어.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크라켄들의 시선만 끌면 되는 겁니까. 그거면 바다의 날개로 가능할 것도 같은데."
나의 말에 게르하르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셀키 비싸게 값을 친다. 게다가 아름답다."
그리고는 게르하르크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선의를 준다. 사략 허가증이랑, 셀키도 하나 준다."
그 말에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푸흐, 하는 말과 함께 그 손을 잡았다.
오냐, 너는 이제 나한테 물렸다. 로만에 이은 희생자 넘버 2구나.
"... 그러면 마리아 선장부터 처리해야 겠군요."
내 말에 게르하르크가 입을 열었다.
"여선장 마리아. 노예 가능하다. 네가 원하면. 팔고, 아니면. 개인적으로 가져도 좋다."
아니, 미안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마리아는 이미 나와 함께 서로 사랑의 노예란다.
...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일단 생각을 마친 나는 그를 바라봤다.
"좋군요. 마리아는 꼭 한 번 품어보고 싶었는데."
그레이 하운드에 와서 마리아와 잠자리를 안한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나는 대화를 마치고 저택에서 나왔다.
좋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감을 잡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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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