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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먼트
고위도의 지역은 해가 늦게 지는 경향이 있다. 이제 막 노을이 거두어지면서 연한 보라색으로 물들고, 짙은 붉은색의 커튼이 거두어진 하늘에 검은 비단 위로 뿌려진 밀가루마냥 별들이 살짝살짝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차곡차곡 쌓인 시계바늘들이 해를 누르고, 달을 띄워올리기 시작하는 시간.
우리의 눈에 마침내 폰테인의 함대가 잡혔다.
좋아. 그래도 귀족이라고 함대를 이끌고 나선 모양인데. 다섯 척인가. 나는 재빠르게 주변을 파악했다. 바람은 우측에서 위로 밀어올려주는 측면풍이다. 해류는 말했지만 레버담 해류.
우리는 바람에 자유롭지만. 니들은 전혀 그렇지 못하거든.
나는 재빠르게 배를 조작하면서 말했다.
"왼쪽 2초!"
바다의 날개 몸이 급격하게 뒤틀리면서 빠르게 옆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하고. 나는 자세를 낮추면서 속도로 인해서 생겨나는 물보라들 속에서 서늘하게 웃었다. 범선은 말이야. 바람 상태에 따라서 무슨 수를 써도 향할 수 없는 방향이라는게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몇 십척이라면 모를까. 꼴랑 다섯 척이면 한 방도 안 맞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그대로 러셀의 검을 확 돌려서 속도를 높이면서 접근하기 시작하고, 저쪽 배에서는 하얀 깃발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항복하겠다는 건가?
나는 마리아를 슬쩍 바라봤고. 그녀가 흠, 하는 감탄사와 함께 엄지를 아래로 내렸다.
"발사."
마리아의 말과 함께 상대의 배들을 촉촉하게 적실 모이스쳐링이 시작되고. 빠르게 한 척의 배가 옆구리가 부서지면서 그대로 침몰을 시작한다.
"우리는 기함만 있으면 된다!"
이게 바로 마왕을 바라보는 용사들의 생각일까. 왠만하면 기함을 저렇게 화려하게 꾸미지 말란 말이야. 바로 티나잖아. 어디에 뭐가 있을지. 무슨 관심종자들도 아니고 왜 지가 타는 배는 꼭 저렇게 화려하게 꾸며놓는 걸까.
"아앗, 야 후진하자!"
잘못해서 적의 포격 라인에 들어가기 직전이 되자, 나는 외치면서 러셀의 키를 0노트에 넣었고, 물대포들이 최대한 앞쪽을 향한 채로 물대포를 발사한다. 이전의 속력을 상쇄하면서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배의 속도. 이내 천천히 배가 뒤로 가기 시작하고. 나는 실실 웃으면서 입으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원래 후진할떄는 이 노래가 적격이잖아. 니나니나니 고릴라다. 그거.
배가 뒤로 가는 걸 보고 있는 상대 함선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충격적으로 변해간다. 그럼, 배가 후진을 하는 걸 볼 일이 니들 선원 인생 동안에 몇 번이나 있겠냐. 이전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마지막 구경이라고 생각하렴.
"오른쪽 6초!"
배가 다시 몸을 급격히 틀어서 딱 180도 회전하고 그대로 나는 러셀의 검을 다시 끝까지 돌렸다.
물 위에 물을 쏘는데 콰콰콰콰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다시 튀어나가고 나는 우리를 멍하니 보는 건너편의 선원을 향해서 가볍게 손키스를 날려주었다.
마리아는 그 와중에 자신의 선장모를 쯔, 하면서 휙 집어던지고 금발을 바람에 휘날리면서 말했다.
"발사, 대충 위쪽으로."
대충 위쪽으로, 라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먹은 선원들의 물대포가 배를 때리기 시작하고. 나는 배를 멈춘 상태에서 우리 배에서 발사된 물이 녀석들의 배를 때려보수는 걸 구경한다. 그래, 이전에 만났던 검은 어금니나 싸늘한 앤 같은 것들이 너무 강했던 거 뿐이야. 원래 다른 배들이랑 싸우면 이런 찌끄레기들은 한방이라고!
두 척의 배가 가라앉고, 나는 조타륜을 확 틀어버린 상태에서 주변을 슥 훑어보았다. 이제는 거의 발악 수준으로 효과가 없을게 뻔한 포격을 가하고 있다. 당연히, 발사되었을 때 이미 우리의 배는 거기에 존재하지를 않아. 이미 없어!
약간 높은 파도가 바다의 날개 아래쪽을 살짝 밀고, 나는 재빠르게 러셀의 검을 돌려서 속도를 조절하고 외쳤다.
"배 뜬다!"
나의 말이 끝나자 선원들이 자세를 낮추고, 공중에 살짝 뜬 바다의 날개가 이내 다시 바다 위로 탁 떨어지면서 살짝 불안정해진다.
"왼쪽, 전방 3개, 오른쪽 맨 뒤에 하나만!"
지정한 물대포들이 대포를 쏘고, 그대로 배가 다시 안정을 찾는다. 나는 다시 러셀의 검을 끝가지 돌린 상태로 배들의 주위를 빙빙 돈다. 그러고 있으면 마리아가 알아서 타이밍을 잡고 포격 명령을 한다. 그걸로 범선들은 무력화되고...
이제 기함 한 척만 남았다.
"거리 벌린다! 왼쪽 2초!"
나의 외침에 배가 몸을 틀고 그대로 거리를 적당히 벌리자 마리아가 말한다.
"충분해!"
나는 그 말에 러셀의 검을 다시 0노트로 돌리고 마리아가 외친다.
"쫙쫙 싸라! 니들 럼주먹고 싸는 오줌처럼 굵은 물줄기를 보여줘!"
거 비유 하고는... 일단 바다의 날개에서 발사된 물줄기는 날아가서 배의 몸체를 때리기 시작하지만, 거리로 인해서 힘을 꽤 잃은 물대포는 함체를 부수지는 않고, 그냥 함체를 촉촉하게 적시기 시작한다. 저 배는 크고 굵은 대포가 잘려나간 고자같은 신세다.
마리아가 나에게 오케이 싸인을 보내고 나는 10노트 정도로 러셀의 검을 돌리고 천천히 배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씨익 웃으면서 외쳤다.
"야 그거 부르자 얘들아!"
그 말에 선원들이 킥킥거리다가 입을 열어 하나의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르시아 해로 넘어오면서 알려준 엄청 카리스마 있는 멜로디가 있거든. 들어는 봤냐. 임페리얼 마치. 다른 말로는 다스베이더 테마곡. 딴딴딴 딴따단 딴따단 하는 그거 말이지. 한 30명 되는 선원들이 일제히 같은 멜로디를 입으로 불러재끼면서 배가 접근하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들어봤을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펙트 있는 우리의 찰진 가락에 녀석들의 표정이 애매한 감정으로 물든다.
배가 충분히 접근하자, 마리아가 손짓을 하고, 저쪽을 향해서 갈고리 몇 개가 걸리기 시작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멜로디는 멈추지 않고 입으로 연주되고 마리아가 그 줄 위를 타고 하품을 하면서 느긋하게 걸어가기 시작하고, 선원들도 줄을 타고 넘어간다.
"레이먼드! 게르하르크와 일하고 있던게 아니었나!?"
폰테인은 우리 동네 말도 할 줄 아는 모양인가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말할 줄 알잖아. 아니면 귀족이라 할 줄 아는건가? 내가 중얼거리면서 로제를 슬쩍 보자 그녀가 어색하게 말한다.
"저는 여기 말은 몰라요. 서쪽의 대문국이라면 모를까."
결국 너도 2개국어는 할 줄 아는 거잖아. 귀족들 교양인 모양이네. 뭐 상관없어. 나는 그런거 할 줄 몰라도 괜찮아.
마리아가 그쪽으로 넘어가서 사람들을 슥 바라봤다. 저항하려고 하는 자들은 없었다. 마리아는 자신의 푸른 커틀러스를 꺼내서 손가락으로 칼을 옆면을 슥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아, 그거. 뻥이었는데?"
라면서 마리아가 무심하게 척척 걸어가서 선원 하나의 목을 그대로 그어버리고 발로 그 남자를 차서 배 밖으로 날려버린다. 그 모습에 모두 얼굴이 굳는다. 나도 닻을 내리고 나서 그쪽으로 건너갔다.
"뭐, 저항이라도 해봐. 재미 없잖아."
마리아의 눈이 빛을 받은 면도날처럼 차갑게 빛난다. 그리고 커틀러스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휙 휘둘러서 털어내고는 그 칼을 그대로 폰테인의 턱으로 가져갔다.
"그냥 이렇게 끝내게?"
커틀러스의 끝을 마리아가 살살 놀리자, 폰테인의 콧수염이 그대로 커틀러스로 면도된다. 저거 저렇게 날카로운 물건이었구나. 뒤편에서 으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마리아를 향해 피스톨이 겨누어졌지만.
마리아의 손이 더 빨랐다. 재빠르게 옆에 있던 남자의 멱살을 잡아서 자신의 앞으로 끌어오자. 남자가 발사한 피스톨이 그대로 마리아에게 멱살을 잡힌 남자의 몸에 박힌다.
"어머, 이 와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죽이다니. 너무하잖아."
마리아는 남자를 휙 던져서 바다로 버리고. 느긋하게 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피스톨은 라이플 같은게 아니라서. 한 발 갈기고 나면 장전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 마리아가 걸어가는 속도가 남자가 피스톨에 화약과 쇠구슬을 넣는 속도보다 훨씬 빠를거다. 남자에게 다가간 마리아가 그대로 남자의 배에 칼을 밀어넣고 귓가에다가 대고 쉬이이이. 하는 소리를 낸다.
"잘가."
그대로 남자는 눈이 뒤집어졌고. 마리아가 남자의 가슴팍에 발을 올리고 힘을 주자 커틀러스가 그대로 쑥 빠지면서 안에 들어있던 내장들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윽, 지지."
마리아가 그걸 보면서 남자의 시체에 칼을 슥슥 문질러 닦고는 손을 들어올렸다가 내리며 말했다.
"자자, 우리는 이 배의 주인공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난간에 걸터앉은 마리아가 주변을 슥 보면서 말했다.
"셀키는 어디에 있을까?"
그 말에 폰테인이 외쳤다.
"네놈들, 처음부터 그게 목적이었냐! 레이먼드, 네 녀석!"
나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아니, 내가 뭐요. 당신 나 알아요?"
오늘 처음 말 나눠본 사이인데. 엄청 친한척을 하시네. 나 아쇼? 나는 그를 보면서 웃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셀키 어딧냐고."
나의 말에 폰테인이 외쳤다.
"말할까보냐?"
그 말에 마리아가 혀를 한 번 차고는 말했다.
"저런, 댁이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어."
그리고는 마리아가 자신의 피스톨을 꺼내서 선원 하나의 가슴팍에 갈겼다. 화약 연기가 확 일어나고, 마리아는 손을 슥슥 저어서 그 연기를 치우면서 다시 총알을 장전한다.
"아, 나 바본가봐! 말하기도 전에 죽여버리고 말았네. 나의 실수. 미안해."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으며 화약을 다시 피스톨에 다져넣기 시작한다.
"아무나, 셀키 어딧는지 말하지 않으면 말이지. 다음 총알이 장전되는 순간 한 명이 또 죽어."
그렇게 말한 다음, 마리아는 다시 헤멜롯 말로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말에 로제가 아하하. 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거 당해본 입장에서는 감회가 새롭겠지. 마리아가 태연하게 손을 놀려서 쇠구슬 하나를 피스톨에 넣고. 곧바로 한 명을 다시 피스톨로 갈겼다.
"질기네, 이 친구들."
마리아는 후욱, 하고 피스톨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날려버리고 다시 화약을 다져넣기 시작한다. 그리고 선원 하나가 자국어로 뭐라고 외치기 시작한다. 아마, 마리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거겠지.
그 말에 마리아가 좋아, 라고 말한 다음 여전히 화약을 다지기 시작하면서 다시 헤멜롯 어로 말한다. 쇠구슬이 굴러들어가는 와중에 다시 한 명이 입을 열어서 말하고.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아쇠를 당겨서 또 다른 선원 하나의 가슴팍에 사랑의 쇠구슬을 넣어주었다.
그걸 보는 선원 하나가 뭐라고 외치고. 마리아가 어깨를 으쓱 하면서 뭐라고 말한다.
"무슨 말을 한 겁니까?"
나의 질문에 마리아가 대답한다.
"아, 장전이 끝나버렸잖아. 그냥 이대로 두고 있기 거시기하니까. 쐈다고 말했는데."
뭐, 이제 볼 일 없으니까. 마리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셀키는 갑판 맨 아래에 보면 사람 두어명 들어갈 만한 상자가 있는데. 거기에 있고. 가죽은 폰테인의 선실에 있다고 한다. 선실의 금고 열쇠 위치는 모르겠다는데. 어떡할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다의 날개로 넘어가서 러셀의 검을 뽑아내었다. 간만에 보네. 이 구멍 숭숭 뚫린 칼. 철도 자르는 검이니까. 금고를 어떻게든 뚫을 수 있겠지. 그걸 보던 로제가 말한다.
"그거, 잘못해서 셀키 가죽까지 잘라내면 어쩌려고요?"
... 그 말에 나는 다시 칼을 구멍에 집어넣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로제가 한숨을 쉬고는 폰테인을 바라봤다. 폰테인은 재빠르게 자신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서 그대로 바다로 던져버렸다.
"와, 이거 하는 거 보소. 아주 마음을 나쁘게 쓰는 아저씨구만."
나의 중얼거림과 거의 동시에 마리아가 바다로 달려들어가서 그대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위로 올라온 마리아의 입에는 그 열쇠가 물려있었다.
"아, 시바. 갑자기 자맥질을 하게 만들고 말이지. 힘들어 죽겠네."
마리아가 천천히 갑판 위로 기어올라오고. 축축하게 젖은 옷을 바라보면서 투덜거리다가 폰테인을 바라보다가 나를 보면서 열쇠를 휙 던져주었다.
"가서 열어."
그리고 마리아는 자신의 피스톨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다 젖었잖아. 마리아는 주변을 슥 보다가 손을 슬쩍 들고 아래로 내렸다.
"다 죽여. 생존자는 없다."
그걸로 이야기는 끝났다. 선원들이 일제히 피스톨과 검을 뽑아들고 배의 선원들을 모조리 죽이기 시작했고. 마리아는 폰테인의 오른 팔을 커틀러스로 쳐서 잘라냈다.
사방에서 비명소리와 총소리, 화약냄새가 차오르고. 나는 그 광경 속에서 폰테인의 방에 들어가서 열쇠로 금고를 열고 안에 있는 가죽을 바라봤다. 이건가.
겉보기에는 그냥 무두질 한 가죽 같은데 말이지. 나는 그걸 어깨에 둘러메고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갑판은 벌써 피칠갑이 된 상태로 시체들이 가득하다.
"가죽 꺼내왔습니다."
아아, 마리아가 그렇게 감탄사 비슷한 걸 낸 다음 폰테인의 목줄기에 커틀러스를 밀어넣고 있었다.
"잘가라. 나중에 보자."
커틀러스를 다시 뽑아내자, 폰테인의 입에 부글거리는 피거품이 올라오고.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마리아가 다시 커틀러스를 휙 돌려서 피를 털어내고 칼집에 집어넣은 다음에 고개를 까닥하며 선원들을 바라봤다.
"아래 가서 셀키 꺼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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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의 약속은 지키는데 성공했다.
핫, 사실 나도 모르게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오서 3시간 만에 3편을 뽑아내는 데 성공해서 예약을 걸어놓은 겁니다.
내일 일어나서 오탈자나 이상한 거 있나 확인해봐야겠다... 꼭 이렇게 계시가 내려오면 불안하단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