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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악마
현상금이 걸렷다, 라고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그냥 그런게 걸렸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게 걸린다고 우리의 향후 항해에 지장이 크게 생길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전방 함선 발견!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근데 뭐냐 이건? 벌써 세번째의 습격을 당하고 있다! 여기 로른해도 아니고 바다의 이름까지 다른 가르시아 해란 말이다. 로른 해에서 걸린 현상금을 쫒아서 여기까지 사람들이 오는게 말이 되는 일이냐? 할 일들이 그렇게 없는걸까. 아니면 더 이상 세상 살기가 싫은 걸까. 마리아는 그걸 바라보다가 말했다.
"야, 그냥 도망치자."
그런 방법이. 나는 감탄한 표정으로 마리아를 봤다. 식량이 부족하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식량들아! 하면서 털어버리겠지만. 지금 우리는 두 번의 습격으로 인해서 굶을 일은 없는 상태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저것들이랑 놀아줘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는 거지. 나는 마리아의 번뜩이는 한마디, 그냥 쌩까고 튀자에 격한 공감을 보이면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근데, 저것들 우리가 가는 경로를 막고 있는 건데요?"
그 말에 마리아가 다시 대답한다.
"그냥 스치고 지나가도 어차피 못잡잖아."
그것도 사실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선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남자는 역시 단단하게 고정된 직선이지! 달리자!"
바다의 날개가 양 옆으로 물로 이루어진 날개를 쫙 펼치고 물살을 가르면서 그대로 녀석들에게로 돌진한다. 왜 그 예전 세상에서 팔던 음료수 광고 있지 않았나. 깜x이 소다였나 이름이? 방금 전에 뭐가 지나갔냐? 하는 그거 있잖아.
그런 느낌으로 녀석들 사이를 쉭 하고 지나가버리자. 녀석들이 황급하게 배를 돌리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니들이 배 돌릴 시간이면 우리는 니들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수도 있어 이 불쌍한 육체들아. 어쩌겠니, 더럽게 구닥다리인 니들 배를 탓하렴.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범선타고 다니니.
"불쌍하다...."
저건 로제의 짧은 감상 되겠다. 하긴, 저것들 여기까지 우리 잡으러 온다고 꽤 준비 많이 했을텐데. 이렇게 그냥 슥 무시하고 가버리면 가슴이 먹먹하고 팔다리가 떨려오겠지.
"바로 로른 해로 내려가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좀 해보자."
마리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시아 해에서 이 모양 이 꼴인데, 로른 해로 우리가 진입하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도 할 수 없다. 진짜로 해적들도 우리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서 항구에서 맥주 먹었는데 쥐약 들어있고 막 그럴 것 같단 말이야.
"결국에는 그 에밀인지 애미인지 하는 새끼가 문제네."
나의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렇다고 미쳐서 아이리 공화국의 제독 거처로 쳐들어가 목을 딸 수도 없고."
방법을 다르게 해야지. 말하면서 마리아가 자신의 턱을 슥 쓰다듬었다. 무슨 생각이 따로 있는 건가? 마리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무슨 생각 없어?"
... 나름 텔레파시라면 텔레파시고, 찌찌뽕이라면 찌찌뽕인데. 이런 상황에서 나랑 비슷한 생각 하지 말아줘. 나의 표정을 보던 마리아가 한 마디 했다.
"야, 이 배 위에서 머리가 무게추 이상의 역할을 하는 녀석은 나랑 너 밖에 없잖아. 어쩔수가 없다고."
그 말에 너무해요. 라면서 로제가 꿍시렁거렸고. 다른 선원들도 충격받은 표정으로 마리아를 바라봤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보던 마리아가 턱을 약간 치켜들고 그들을 봤다.
"허, 뭐냐 그 눈깔들은? 좋아, 생각이 있으면 한 번 말들 해 보시지."
그 말에 선원들이 모두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하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고. 로제가 잠깐 고민하다가 우울하게 시선을 바다로 던졌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녀석들은 돈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라고 마리아가 수긍하고 나는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원래 사람들이 돈 때문에 달려들면 처리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공포입니다."
그런거지, 소말리아한테 미국 3년치 예산 줄테니까 미국 본토를 공격해 라고 말하면 그 새끼들이 공격을 할까? 지들 어떻게 될 지 뻔히 아는데? 소말리야가 약 먹고 미쳐서 미국을 공격하면 당장 미국에서는 좋다고 민병대(탄도 핵미사일 이름)랑 삼지창(역시, 탄도 핵미사일 이름) 날리고 시작할거다.
"요는, 충격과 공포를 저들에게 심어주는 겁니다."
다른 새끼들은 다 건드려도. 이 새끼들 잡아서 돈벌겠다고 달려들면 진짜 무시무시한 일을 당하는구나. 하고 사람들이 납득하면 다음부터는 미치지 않고서는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걸.
우리한테만 현상금이 걸린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 피부 노랗고 머리 까지고 있는 미국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성조기 들고 휘두르면서 충격과 공포다 그지 깽깽이들아! 하고 접근하는 새끼들을 다 조져버리면 된다는거지. 그럼 우리 같이 무서운 어른들 상대하는 것 보다는 다른 먹기 좋은 적당한 녀석들에게로 눈을 돌리겠지.
"단순하게 죽이는 것 가지고는 부족할 텐데."
마리아의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양 손을 교차해서 가슴께로 가져갔다.
"저는 순수하고 선량한 사람이라 어떻게 사람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런건 선장 전문분야 아닙니까?"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피스톨의 방아쇠가 당겨지고 내 옆을 피잉,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스치고 지나갔다.
저 미친년이?! 피스톨이 무슨 정교하게 만들어진 공장제 엠십육으로 보이냐?! 엠 십육도 임마 사람한테 대고 갈기지는 않는다!
"잘못해서 빗나가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새벽의 바닷바람처럼 상쾌하게 웃었다.
"안타깝게도 빗나간거야."
아하, 이게 빗나간거구나. 난 또 나 협박만 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지 뭐야. 내 머리에 실수로 못 맞춘거였다니.
마리아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거시기를 잘라버릴까?"
마리아의 중얼거림에 선원들이 모두 마리아를 바라봤다. 중요한 건, 지금 마리아의 얼굴이 소름끼치게 진지하다는거다. 마리아도 남자들의 그 뜨거운 시선을 느끼고는 양 뺨에 손을 살짝 올리고 말한다.
"아이 참, 부끄럽게 왜 다들 쳐다보고 그래~?"
... 요즘 입항을 안해서 그런가? 마리아 약간 미친 것 같은데. 선원들의 표정이 애매하게 변하자. 마리아의 표정이 빠른 속도로 썩어들어간다.
"표정 펴라. 뒤진다."
그래, 저게 훨씬 마리아 같다. 여자 깡패.
"진짜로 자르실 겁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공포감 조성에는 그것 이상으로 좋은 방법을 생각해낼 수가 없는걸? 생각해봐. 마리아의 해적단을 털러간 녀석들은 모두 고추가 수확되어서 돌아왔데. 라는 소문이 퍼지면..."
그래, 정신병자 아니면 절대로 이 배를 습격하지는 않겠지. 확실히 공포스러우니까. 아니면, 이라면서 말을 끌던 마리아가 차선책 의견을 내놓았다.
"배에 타고 있던 녀석들 고향 확인한 다음에. 거기를 싹 문질러버리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강제 고자화에 더해서 연좌제까지 생각해내는데 성공하다니. 진짜 사악하다.
"그런 짓 하면 한 십년 뒤에 부모님의 원수! 라는 말과 함께 이쪽으로 달려드는 젊은 소년 소녀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대부분 굉장히 쌔다던데. 나의 말에 마리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면 싸우고, 이기면 죽이고 지면 죽는거지. 뭘 어렵게 생각해?"
태평한 마리아의 한 마디. 내가 멍하니 그 멋있는 발언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자, 마리아가 말했다.
"생각해봐. 전설적인 해적 마리아의 사인이 방년 90세에 알사탕 먹다 목에 걸려서라면, 멋이 없잖아."
... 그런 웃기는 사인 말고 자연사 같은 걸로 하면 안되겠니. 마리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 정도 되는 사람이면 말이지. 한 2주 정도 질질 끄는 치열한 해전에서 최후까지 남아서 칼을 들고 싸우다가 몸에 총알 한 스무 방 정도는 맞고 죽는게 딱 급이 맞는다고."
우와. 되게 하얀 수염 뭐시기 같고 멋있다. 근데 그 캐릭터 만화에서 죽었잖아. 죽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알사탕을 먹다가 목에 걸려서 죽던 뒷간에서 똥 싸다가 미끄러져서 죽던. 중요한 건 오래 사는거라고.
나의 항변에, 마리아가 대답한다.
"사람 목숨은 길게 끌어봐야 100년이지만, 위대한 명성은 1000년을 넘어서도 이어지는 법이지."
그 나이에 중2병이 오신겁니까? 나는 입맛을 다시면서 조타륜을 살짝 돌리기 시작했다.
아, 여튼 다시 이야기의 방향을 돌려보면 말이지.
"그래서 진짜 자를 겁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선원들 반응 보니까 내가 무슨 인육 씹어 먹는 것 같은 금기를 범하는 표정이라서 말이지. 그냥 다른 걸로 하기로 했어."
그 정도의 금기는 아니지만... 나는 약간 불안해 하면서 마리아의 입을 바라봤다. 과연, 처음 떠올린 생각이 남자 고추를 수확하자는 멋있는 방법이었던 마리아의 뇌 속에서는 또 어떤 잔인하고 무도한 아이디어가 나올 것인가.
"그 방법이 뭡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나를 보면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말했잖아. 고향 싹 밀어버린다고."
... 아, 그 연좌제 말하는 거였어?! 그걸 진짜로 하자고? 거기에는 아무 관련도 없는 녀석들이 영문도 모르고 죽을텐데! 나는 황급하게 말했다.
"차라리 고추를 자르죠."
그건 최소한 이쪽에 덤벼든 사람들이 공격당하는 거니까 그렇다고 쳐도. 아무 잘못 없는 녀석들을 습격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글러먹은 것 같아. 나의 말에 마리아가 웃었다.
"역시, 그것보다는 자르는게 좋겠지?"
잔인한 여자. 그걸 자르는 행동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꽃펴보지도 못하고 사라지게 될 텐데. 수백의 무고한 사람들 대신에 수십억의 꽃피지 못한 생명을 잘라내는구나 우리가. 이러다가 이상한 별명 붙는거 아니야? 뭐 거세 해적단 이런거. 아니면 2세방지 해적단?
어느 쪽이던 마리아가 말하는 그 위대한 명성이라는 거에는 걸맞지 않은 별명인데.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괜찮아요. 불쾌하신 분들도 있으니까 이후에는 간접적인 묘사를 사용하겠습니다.
어려울 것도 없지요. 어차피 베드씬도 그렇게 처리했었으니까... 어...
ㅠㅜ 새해 복 많이 받으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