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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수를 채워야 합니다
그 충격과 공포의 눈깔 포크 사건 다음날이 되었다. 잠에서 깬 나는 천천히 밖으로 나왔고, 내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는 세 명의 신입을 바라봤다.
그 눈들은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저는 겁나 쫄았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나는 심각하게 생각해 보기 시작했는데.
하나, 나는 항해사니까. 아무래도 신입인 자기들 입장에서는 눈 밖에 나고 싶지 않은 거겠지.
둘, 사람 눈깔을 소시지 찍어먹듯이 푹 하고 쑤신 나를 보면서 저 녀석들은 하나같이 나를 이 세상에 둘이 있을리 없는 유일무이한 또라이로 보이게도 했겠지.
... 나는 하품을 한 번 하고 그들의 눈을 슥 보다가 입맛을 한 번 다시고 숙소의 식당에 털썩 앉았다. 이전부터 말했던 거지만, 역시 여관이랑 식당이 같이 붙어있는게 좋다니까. 밥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다. 내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이먼드."
내가 뒤를 슥 돌아보자, 마리아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군말없이 일어나서 마리아를 따라갔고. 거기에는 로제도 같이 있었다.
"자자, 잘 들어. 우리는 선원들을 뽑으면서 동시에 녀석들을 길들이는 것도 진행해야 한다고."
... 그래서? 나는 마리아를 계속해서 바라봤고. 마리아가 내 코를 검지로 툭 찌르고 말했다.
"너는 이미 착한 척 하기는 글러먹었으니까. 이번에는 로제가 착한척을 하고. 너는 지독하게 나쁜 새끼 역할을 맞는다."
나는 그 말에 묘한 표정으로 마리아를 바라봤다. 이 이야기는 예전에 누군가 하나 꼬셔서 해적 시킬 때 했던 것 같은데. 마리아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었다.
"이게 기가 막히게 잘 먹힌단 말이야."
그렇겠지요. 나는 마리아를 보면서 말했다.
"저같이 순수하고 착한 미청년이 나쁜 사람 연기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넘어가 줄지..."
그 말에 마리아가 바로 대답했다.
"걱정하지마, 저 녀석들은 지금 니가 인육을 쳐먹는다고 해도 믿을 기세니까."
나 그렇게 이미지가 추락했냐. 마리아가 손등으로 내 가슴을 탁 치고는 말했다.
"어차피, 녀석들이 선원인 이상에는 로제와 부딪칠 일이 더 많을테니까. 기왕이면 로제 쪽이랑 더 살갑게 지내는 편이 좋겠지.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말했다.
"로제보다 더 서열 높은 친구들도 꽤 있을텐데요."
나의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어서 바로 말했다.
"어찌 되었던 게르하르크와의 싸움에서 우리 배에서 공로가 큰 사람 중 하나가 로제니까. 약간 어깨에 힘을 넣어주려는 거지. 다른 녀석들이랑도 다 이야기 끝났다. 어차피 누구 이끄는 것 보다는 태평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놈들이라서 말이야."
납득이 가지 않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배 위에서 싸울 때 마리아와 로제는 진3쿡 무쌍을 찍었으니까. 남들 두어명 죽일 때에 혼자 네다섯 명씩 쌈싸먹었었지. 나는 문득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갑판장은 뭐합니까?"
나의 물음에 마리아가 곧바로 대답했다.
"교사."
조금씩 상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나는 군대에 있는 되게 나쁜 선임 같은게 되는 거고. 로제가 착한 선임을 맡는 거구나. 소대장은 갑판장이고. 중대장이 마리아가 되는 건가. 왜 이딴 식으로 이해를 해야 아, 그렇구나 하고 나는 납득을 하는 걸까.
"일단, 다 알아들었습니다."
내 선선한 대답에 로제가 약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레이먼드, 괜찮겠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나는 로제를 바라봤고. 그녀가 약간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게, 레이먼드는 그런 거 잘 못할 거 같아요."
그리고는 작게 상냥해서? 라고 말하는 로제. 나는 픽 웃고는 로제의 머리를 턱턱 두들겼다.
"나름 그 분야에서는 나도 권위있는 사람이라고."
상냥한 사람이라니. 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난 다음에 처음 들어보는 소리인데. 나는 기지개를 한 번 피고 말했다.
"그럼, 저 밥이나 좀 먹으러 가겠습니다."
사람 조지는 일은 또 내 특기지. 그냥 예전에 싸늘한 앤 위에서 미나 조지듯이 해버리면 되는 거 아니야? 로제가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영 꽝이란 말이야.
다시 식당으로 돌아온 나는 커다란 스튜 냄비를 들고 움직이는 점원을 보면서 말했다.
"그 스튜 한 그릇이랑, 베이컨 먹으면 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새카맣게 태워서. 빵도 좀 주고. 보자, 맥주도 한 잔."
아침은 역시 맥주와 함께. 나는 주문을 마치고 나서 털썩 의자에 걸터앉아서 하품을 쩍 했고. 우리의 새로운 신입들은 계속해서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잠시 뒤에 로제와 갑판장도 식당으로 내려왔고. 나 혼자 있던 테이블에는 세 명이 앉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리아까지 식탁에 앉았다.
"그래서, 오늘도 레드 아이에 죽치고 있는 겁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일단, 정원 수 맞출 때 까지는 있어야겠지."
로제가 내 앞에 준비되는 식사를 보다가 말했다.
"레이먼드, 베이컨 그렇게 먹으면 입 천장 다 까져요."
나는 베이컨을 한 입 씹었고, 바그작, 하는 소리와 함께 베이컨이 부서지며 내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로제의 앞에는 굉장히 살짝 익혀서 부들부들한 베이컨과 스튜가 놓였다. 나는 오히려 나의 딱딱한 베이컨으로 로제의 음식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거 기름 다 안 빠져서 먹으면 살찐다."
그 말에 로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자신의 베이컨을 유심히 보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냥 먹어. 가슴으로 가라고 빌면서."
이건 내가 아니다! 나는 저런 섹드립 치지 않아!
... 쳤었나? 여튼, 이건 마리아의 한마디였다. 그리고 로제가 마리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약간 내려간다. 그리고 뭔가 우울한 표정이 되어서 얌전히 베이컨을 씹기 시작했다.
우리의 식사 분위기는 활기차고 밝았지만. 다른 녀석들의 식사는 영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다들 우리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마리아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일단, 오늘은 괜찮은 녀석들을 나랑 갑판장이 가려낼테니까. 내일 돌아와서 마음에 안 들면 말하라고."
뭔 소리야. 나를 어디로 보내려는 거냐. 나는 마리아를 유심히 바라봤고. 마리아가 한 마디 했다.
"저 녀석들 뭐가 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세 명에 로제 하나. 너까지 해서 배 타봐."
아하, 알았습니다. 나는 속으로 음침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로 뽑는 녀석들 한 번 만나보고 제가 별로이면 어떡하죠?"
그 말에 마리아가 간단하게 말했다.
"배 못 타는 거지 뭐."
슈퍼 패스고 지랄이고 없는거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내 말에 마리아가 그래그래, 하면서 손을 휘휘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판장, 그럼 가지."
두 사람이 나가고. 나는 나를 힐끔거리고 있는 우리의 초짜 선원들을 어떻게 볶아먹을까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싱싱한 새내기들에게 말했다.
"야, 다 나와봐."
내가 말을 마치자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녀석들. 일단은 바다의 날개 다루는 법 부터 알려줘야겠지. 나는 숙소를 나와 항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우리의 배가 자리잡고 있었다.
"저게 니들이 타게 될 배다. 자세한 건 로제가 지금 설명해주고."
나는 지금 뭐 만들게 있어서. 나는 그리고 배 위로 올라가서 나무판자 몇 개를 가지고 뭔가를 뚱땅거리면서 만들기 시작했고.
뒤편에서 로제가 이것 저것 설명해 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만드는 거 자체는 엄청 대단한 게 아니었다. 두 판자 사이에 실에 묶여있는 돌덩이가 하나 있고. 그 아래에 종이와 잉크를 뭍힌 펜촉이 달려있는 물건이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 배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측정하는 녀석이라고 말하겠다. 지진 측정계 비슷한 물건이지. 물건이 만들어 지고, 살짝 흔들어본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아래의 종이가 자동으로 천천히 돌아가야 하지만. 배가 최대로 흔들린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만이 필요한 나는 굳이 그런 귀찮은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할 수도 없잖아. 혼자 빙글빙글 돌아가는 종이라니... 그런 걸 어떻게 만들어. 나 그런거 할 줄 몰라. 완성된 물건을 바라보던 나는 뒤편에서 설명을 하고 있던 로제를 보고 말했다.
"로제, 애들 데리고 배에 타라."
네, 하는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네 명이 배에 올랐고. 나는 그들을 슥 바라보고는 조타륜 옆으로 가서 러셀의 검을 돌렸고,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자 움직이는 배를 보면서 입을 헤 벌리고 있는 선원들을 바라보며 혀를 한 번 찼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배는 제법 항구에서 멀어지고, 나는 목청을 가다듬고 선원들을 보며 말했다.
"까놓고, 존나 궁금한게 있을거다. 이 배는 돛도 없고 마스트도 갑판 위에 있는게 거의 없는 배다."
그 말에 선원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럼, 니들은 도대체 이 배에 타서 뭘 할까? 거기에 대해서 숙련된 조교인 로제의 시범을 보겠다."
나는 말을 마치고 로제를 바라봤다.
"물대포, 하나 잡고 쏴봐. 거기 새삥들은 따라가서 어떻게 쏘는 건지 배우고."
나의 말에 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배의 옆쪽에서 굵은 물줄기가 쿠아아 하는 살벌한 소리를 내면서 발사되었다.
"로제! 이제 그만!"
잠시 뒤에 로제가 선원들과 함께 다시 갑판으로 나왔고. 나는 선원들을 보면서 말했다.
"니들은 하루 종일 저걸 다룬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
나는 파이프를 꺼내서 담뱃잎을 눌러넣으며 말을 이었다.
"저 물대포는 그냥 대포가 아니거든? 포의 방향을 최대한 뒤편으로 잡고 쏜다면 배의 속력이 올라가고, 잘 다루면 배의 방향도 급격하게 바꿀 수 있지."
니들이 저 물대포를 손발처럼 잘 다룰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지.
"발사 되는 걸 봐서 알겠지만. 저걸 쏘면 당연히 배가 흔들린다. 배가 흔들리면 균형 잡기가 힘들고, 배 조타도 힘들어져."
근데 나는 항해사잖아? 배 조타 안되는 걸 존나 싫어한단 말이야.
그래서 숙련이 되어야 하는거야. 나는 대충 설명을 마치고 선원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가만히 멈춘 상태에서 물대포 쏘며 균형을 맞추는 것부터 하지."
로제가 오른쪽 최상단 포를 잡고. 나머지가 각각 왼쪽 최상단, 오른쪽 최하단, 왼쪽 최하단의 포를 하나씩 잡게 한 다음. 나는 말했다.
"니들 네 명이 동시에 물대포 갈긴다!"
잠시 뒤에, 물대포들이 발사되었다. 나는 혼자 조타륜 옆에 기대서 파이프에 불을 붙이며 중얼거렸다.
"지랄들이 났구만 아주들."
나는 배가 혼자 흠칫거리는 걸 보면서 허허허 하고 웃다가 소리쳤다.
"중지!"
물대포 멈추는게 일정하지 않아서 배가 살짝 방향까지 틀어주신다. 나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어두운 감정을 느끼며 나는 다시 갑판 위로 올라온 선원들에게 종이 한 장을 보여줬다. 아까 내가 만든 그 조잡한 장치 아래에 깔려있던 기계다.
"보이냐? 이게 니들이 물대포 쏠 때 배가 흔들린 정도다."
나는 찍찍 미친년 널뛰는 것 마냥 그어져 있는 검은 선들을 가리키며 말한 다음. 종이에 동그란 원을 그렸다.
"니들 네 명이 동시에 물대포를 쏴서, 검은 선이 이 원 밖으로 세 번 연속 나가지 않고 있으면 우린 숙소로 돌아가서 발 닦고 잔다."
선이 밖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됩니까? 라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질문이 나에게 돌아왔고. 나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기우제의 멋진 점이 뭔지 알아?"
나의 말에 모두가 얼굴에 물음표를 띄웠고. 나는 서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비가 올 때 까지 계속 지낸다는 거야."
될 때 까지 하면 니들도 언젠가는 되겠지. 배 위에서 밤 새서 물대포 쏘고 싶지 않으면 열심히 해야 할 걸. 로제가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무슨 잘못을 해서... 여기에서 고통받는 걸까."
그러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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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