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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91화 (9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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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티 크러쉬

배 밖으로 로제가 혼자 뚝 떨어지는 것은 로제 스스로가 배를 나가고 싶어하던 때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물론, 그때랑 지금은 많이 다르지. 로제는 입가에 웃음기를 빙글빙글 머금고는 자신의 머리에 뒤집어 써져 있는 금발 머리카락을 살짝 다듬었다.

"금발도 나쁘지 않네."

로제는 손을 내리고, 벽에 기댄채로 정면에 보이는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배에서 잠깐 내리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며칠 전, 바다의 날개에 도리안이 찾아왔을 때의 이야기다.

현상금 사냥꾼들은 어디에서 정보를 수령하고, 어디에서 상금을 받을까? 레이먼드는 배 위에서 로제와 마리아, 도리안과 갑판장을 보면서 말했었다.

"해적을 직접 잡아오지 않고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도 상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합니다."

레이먼드는 자신의 뒷 목을 잡고 꾹꾹 누르면서 말했다.

"상금을 지불하려면, 누구한테 얼마 주었다. 라는 문서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상인들의 기금으로 운영된다고 한다면. 자기 돈이라고 한다면 목숨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족속들이 자신들의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리가 없다.

"최소한, 어디에 사는 누구한테 얼마의 돈을 지급했다. 라는 정도의 기록을 모아놓는 문서는 반드시 있을 겁니다."

그걸 털어서 어따가 쓰게? 라는 갑판장의 물음에 레이먼드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다 처리해야죠."

결국은 일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장사도 되는 겁니다. 라고 말하면서 레이먼드가 뒷 목을 주무르던 손을 내려놓고 말했다.

"들었어? 다 처리한데! 무섭기도 하지."

그 말에 로제가. 아, 그러네요. 하면서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마리아의 입술이 약간 삐죽거렸다. 로제의 관자놀이에 마리아의 주먹이 자리잡고 그대로 꾹꾹 누르기 시작하자 로제가 으아아아아 하는 소리를 낸다.

"요게! 요즘 조금 풀어졌다 싶더니! 선장의 말에 그렇게 건성으로 대답을 해?!"

마리아는 한 동안 로제의 관자놀이를 괴롭히다가. 로제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힐 때 즈음에야 그만두었다. 그 풍경을 보면서 애매한 웃음을 짓고 있던 레이먼드가 다시 마리아를 보며 말했다.

"한 번으로는 안됩니다. 최소한 다섯 번 이상 털어야 합니다. 그것도 텀을 조금 두고."

우리가 마음 먹는다면, 누가 정보를 제공하고 누가 현상금 사냥꾼으로 일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라는 광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보상금을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확 줄어들 것이다. 사냥꾼들은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지 못하게 되겠지.

당연히 녀석들의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바다 위에서는 바다의 날개와 안개의 미아가 돌아다니면서 서류 상에 등록되어있던 사냥꾼들을 제거하기 시작하면. 현상금 사냥꾼이라는 직업은 조금 위험하지만, 수입이 엄청 짭잘한 직업에서. 더럽게 위험한데 수입도 별로 좋지 않은 직장으로 바뀌게 되는 거다.

"진입은, 제가 할게요."

그 말에 다른 사람들이 로제를 바라봤다. 로제는 여전히 자신의 관자놀이를 손으로 살살 문지르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왜요, 저 이래뵈도 어디에 숨어드는 건 자신 있단 말이에요."

남의 집에 들어가서 먹을거 훔치고, 사람들 나가는 거 확인하고 대낮에 들어가서 남의 침대에서 졸다가 나오고.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로제는 단언했다.

"쓸만한 가발 하나만 주세요. 저 알아보는 사람들 있으면 좋을 게 없으니까."

이야기는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로제는 스스로의 자원에 따라서 배에서 내려 눈 앞의 건물에 몰래 들어가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받게 된 것이다. 우리의 말을 듣고 있던 도리안이. 로제에게 작은 주머니 하나를 던져주었다.

"받아 두고 있어라."

주머니를 손에 쥔 로제가 도리안을 바라봤고. 그가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져 있는 매의 부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날려 보내면, 그 주머니 속의 물건을 감지해서 이 녀석이 날아갈 것이다.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창은 열어 두는게 좋겠지. 보내고 싶은 쪽지를 다리에 묶어서 다시 날리면 된다."

그리고 나서, 도리안은 매를 바라보면서 낮게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어이, 배 안에서 재수 털리게 갑자기 휘파람을 왜 불어?"

마리아가 얼굴을 찌푸리고 도리안을 바라봤지만. 그는 손가락 하나를 살짝 들어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후 매를 향해서 휘파람을 계속 불기 시작했다. 휘파람이 끝나고 나서. 도리안이 마리아에게 말했다.

"손을 이쪽으로."

그 말에 마리아가 도리안 쪽으로 손을 내밀었고. 매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천천히 그 손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마리아의 어깨 쪽으로 건너갔다.

"한달 정도는 나를 찾아오는 대신에, 너를 찾아갈 거다."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새가 그렇게 머리가 좋다고?"

그 말에 도리안이 대답했다.

"그냥 새가 아니니까."

그럼 뭔데, 라는 마리아의 질문에 도리안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고 일축했었다.

하여튼, 그렇게 된 이야기다. 그래서 로제는 지금 자신의 앞에 드러나 있는 건물을 보면서, 어떻게 저 안으로 들어가야 좋을까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건물 자체는 흔한 건물이다. 그렇게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다. 게다가 딱히 이렇다 할 정도로 경계를 서고 있는 병력들도 없었다.

"날로 먹는거 같은데."

옆의 건물들을 바라보면서 로제는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일단, 옆에 있는 건물 위로 올라가서, 거기에서 안으로 넘어가면 될 것 같다.

안의 구조도 조금 확인을 해봐야겠는데. 로제는 발을 옮겨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로제는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약간 얼굴을 굳혔다.

두 사람의 병사가, 머스킷 장총으로 남자 한 명을 겨누고 있었다. 남자는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외쳤다.

"저.. 정보를 제공하려 온 것 뿐인데. 어째서 이러는 거요?!"

그 말에, 카운터에 앉아 있던 남자가 말했다.

"거짓 정보의 제공은 사형에 처하라는 것이 에밀 제독님의 명령입니다."

남자는 그 말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채로 빠르게 대답했다.

"진짜 확실한 정보라니까?!"

그 말에 카운터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틀 전에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해적 자칼 피쉬는 로른해 북동부 메린느 연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그 해적놈은 이틀 만에 600해리를 이동한 거군요. 해적 마리아가 아닌 한 그런 속도의 이동은 불가능합니다."

그 말에, 남자는 주저앉았고 카운터의 남자는 입을 열었다.

"끌고 가세요."

로제는, 거기에서 시선을 떼고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높은 천장, 3층 정도의 높이라고 생각했는데, 천장의 높이를 보면 좋게 봐줘도 복층 구조다. 건물을 살펴보던 로제는 천천히 발걸음을 뒤로 돌렸고. 카운터의 남자가 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기 아가씨는, 왜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는 거지요?"

그 말에 로제가 얼굴을 확 구겼다가 이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뺨을 손가락으로 긁엇다.

"에... 그게요, 정보 제공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확신이 없어서요."

그 말에 카운터의 남자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직접 보셨겠지만, 거짓 정보의 제공은 사형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모르는 정보를 우리가 알고 있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직접 눈으로 본, 확실한 내용이 아니면 이야기 하지 말아주세요. 저희는 시민 여러분이 제공한 정보 이외에도, 해군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정보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해당하는 정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사실이 추가 확인되었을 때에도 처벌 받으실 수 있으니까..."

남자의 설명은 주구장창 이어졌지만. 정리하자면 하나다. 구라까다가 걸리면 손모가지도 아니고 모가지가 날아간다는 것.

그 말에 로제는,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서 건물을 나섰다.

"과연... 어떻게 거짓 정보와 진짜 정보를 구분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일단, 내부 구조는 1층이나마 파악 할 수 있었다. 아예 모르는 것과 1층의 구조를 알고 있는 건 큰 차이가 있으니까. 로제는 밖으로 나와서 건물의 벽을 손으로 몇 번 두들겨 보고는 주변의 카페로 들어가 메뉴판을 보면서 눈을 빛냈다.

"감사합니다... 세상 살아가는 보람은 역시 존재했어."

배 안에서도 그렇고, 해적이라는 사람들은 도무지 디저트와 단 음식이라는 단어를 모른다! 스스로 자원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지만. 간만의 기분전환으로 단 것을 먹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어리다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로제는 상관하지 않는다.

실제로 로제는 어리니까. 게다가 그의 보스인 선장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어떻게 되었던 일만 제대로 처리 되면 만사 오케이라는 대사였으니까. 물론, 케이크라고 하는 물건은 절대로 싼 물건이 아니지만. 지금 로제가 가지고 있는 자금 또한 절대로 적은 양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당당하게 딸기를 추가로 얻은 케이크와 생크림을 추가로 얻은 핫 초콜릿 엄청 큰 사이즈를 당당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바다의 날개에서는 레이먼드가 로제가 혹시 실수 할 까봐 걱정하고 있었고.

"로제? 걱정도 팔자다. 지금쯤 간만에 민간 항구에 도착해서 맨날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케이크나 시켜서 배 터지게 먹고 있을걸."

마리아는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게 로제의 행보를 추측하면서 시가를 태우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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