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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down
바다의 담요에서 며칠이 지났다, 오면 항상 머무는 그 숙소. 나는 반질거리는 거울 앞에서 바가지에 담은 물로 세수를 했다. 미지근한 물이 얼굴을 타고 흐르고, 나는 거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턱에 자라나는 수염들이 면도날에 잘려나간다. 면도를 하면서, 나는 내 눈을 바라봤다.
그래, 이전과는 내 얼굴이 많이 달라졌다. 해적일을 하기 전에는, 어딘지 말랑말랑한 얼굴이었는데. 이제는 거울로 보이는 내 얼굴이 항상 낯설 정도로 서늘해보인다.
코트를 입으며 나는 한숨을 쉬엇다. 미나 웨스트우드는 해군일을 하면서 분명히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을 테지만. 그녀의 눈은 이렇지 않다.
무고한 사람의 목을 그어본 적이 없는 눈.
어젯 밤에, 마리아와 나는 숙소 안에서 잠자리를 같이 했고. 일을 마친 마리아가 말했었다.
"그 항해사도, 예외는 아닌거 알지."
말 그대로다. 나는, 우리는 미나를 해적일에 끌어들이기로 했고. 그녀도 응당 치러야 할 신고식이 있다.
"메이너스 항구에서 출발하는 선물상자를 빼았아서 자금은 이제 여유롭지만... 한 번 더 털거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아는 자신의 다리를 턱 하고 내 배 위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미나에게는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말해두었어. 전에 해군 선장이었다는 걸 들키게 된다면 괜히 일이 꼬이니까."
이전 싸움에서 피해를 입은 해적들도 있고, 그 전에 싸움에서 피해를 입은 해적들도 있다. 게다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도 해군에게 피해를 입거나, 지인들이 죽은 해적들은 수도 없이 많다. 미나가 해군에서 해적으로 이적했다고 해서 그들의 분노가 그녀에게로 향하지 않을거라는 보장은 없으니.
"내일은, 미나를 데리고 바다의 담요를 돌아다녀봐."
마리아의 말에 나는 그녀를 바라봤고, 마리아가 내 옆구리에 주먹을 한 대 박으면서 말했다.
"미나는 해적들에 대해서 굉장히 비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을걸."
아,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다. 그러니까, 군대에서 하는 반공 교육 같은 느낌의 교육을 받았으려나. 해적들에 대한 적개심은 해군들에게 있어서는 필수일테니까. 미나가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주입된 지식에 몇 가지는 진실이지만. 꽤 많은 부분들이 비틀려있을 것이다.
"우리도 인두겁을 쓰고 있는 괴물딱지까지는 아니라는 걸 그 여자가 인지해야해."
적개심을 흐리라고. 마리아의 말에 나는 웃었다.
"이젠 우리 잠자리에서 까지 일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픽 웃으면서 말했다.
"왜, 한 번 더 할까?"
아니, 나 방전되었는뎁쇼. 나의 말에, 마리아가 하. 하고 웃은 다음에 눈을 감았었다.
나는 면도를 마치고 나서 방을 나섰고, 아래에서 미나와 마리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를 바라봤고. 나는 물음표를 띄운 사태에서 앉으면서 점원에게 말했다.
"오믈렛, 베이컨 두 장 새까맣게."
그리고 앉은 나를 보던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게르하르크 기억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걔 아니냐. 그 우리나라말 제대로 못하는 가르시아산 사략해적.
"그 친구가 갑자기 왜 주제로 떠올랐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녀석이 우리 없는 동안에 뭐 하고 있나 했더니만. 가르시아 해에 있는 해적들을 싹 잡아먹고 덩치를 키운 모양이더라."
그 말에, 나는 점원이 가져온 물을 따라서 한 모금 마시면서 입을 열었다.
"뭐, 그게 문제 될 건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가르시아 해로 가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말에는 미나가 대답했다.
"카멜롯 왕국과 그 녀석들이 동맹을 맺은 모양이다."
나는 그 말에 어이가 없어서 물을 입 밖으로 주르르 흘렸고, 마리아가 더러운 것 보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아니, 사략해적이라고 해도 해적인데. 해군이 그거랑 손을 잡았다고요?"
나는 머리를 긁으면서 잠깐 생각했고, 내 앞에는 김이 올라오는 오믈렛과 까맣게 탄 베이컨이 놓였다. 나는 베이컨을 손으로 집어 씹으면서 말했다.
"그렇네요, 카멜롯 입장에서는 어지간히 똥줄이 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아이리 공화국과 해적들이 신나게 싸워서, 둘 중 하나는 죽거나. 둘 다 반 죽음이 되기를 카멜롯 왕국은 원했겠지만 상황이 다르게 돌아갔으니까. 해적들은 제법 피해를 입었지만, 당분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에밀이 빠르게 뒤로 빠지는 덕분에 아이리 해군도 전력을 보존한 데다가. 녀석들은 더 쉽이 두 척이나 있으니까.
"그래서 게르하르크와 협정을 맺은 모양이군요."
개 잦됬네. 나는 한숨을 쉬면서 오물렛을 포크로 찍어대기 시작했다. 시팔, 그 새끼가 굳이 지가 먹어치운 가르시아 해를 벗어나서 로른 해로 올 만한 이유는 별로 없잖아.
굳이 있다면 우리가 예전에 엿 먹였던 게 띠꺼운 거 밖에 없으니까.
"더럽게 치졸한 새끼. 고거 한 번 낚았다고 그렇게 발끈해서 지 고향도 버리고 내려오냐."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편지 한 장을 나에게로 밀어주었다. 봉투는 이미 열려 있었고. 내용물도 마리아가 이미 읽어본 모양이다. 그리고 편지 봉투에는 당황스러운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이게 진짜입니까?!"
마리아는 나의 물음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의 봉투에 떡 하니 적혀져 있는 에밀 메이너스의 이름. 나는 그걸 멍하니 바라봤다. 이 새끼 진짜 이상한 놈이다.
"이 편지 때문에 알게 된 내용이야. 게르하르크가 지금 로른 해에, 자신의 함선들과 함께 와 있고, 카멜롯 왕국과 연합하려고 한다는 건."
그 이야기를 편지에 적어놓았다면... 나는 물 한 모금으로 입을 행구고 나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아이리 공화국이 공식적으로 우리와 우호 관계를 표명 할 리는 없으니까."
장막 뒤에서 서로 손을 잡자는 거겠지. 그들 스스로도 이번에 싸우면서 방랑자가 완전한 무적은 아니라는 걸 알았을 테니까. 게다가, 더 쉽이 있다고 해도. 가르시아 해에 있는 해적 항구의 배들을 게르하르크가 끌어모은다면. 아이리 공화국의 전력으로는 힘에 부칠 것이다.
나는 편지를 슬슬 읽어내려가다가 눈을 껌벅였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의 물음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고민하다가 한 숨을 쉬었다. 카멜롯과 게르하르크의 연합은 우리한테도 별로 행복한 일이 아니다. 나는 그 편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만나는 장소는 우리가 정하고. 두 측 모두 배에는 딱 20명만 채워서 만나도록 하죠."
그래 에밀 메이너스, 이 새끼가 뭐하는 녀석인지는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우리의 관계가 해적과 해군이라서 만날 수가 없었지. 그래서 미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건가.
마리아가 대놓고 하품을 한 번 크게 하고. 나는 미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잠시 자리 좀 비켜주겠어?"
나의 말에, 미나가 무심하게 나와 마리아를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계단 위로 걸어올라갔고, 그 모습이 영 기분이 좋아보이지가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고. 나는 미나가 자리를 완전히 비키는 걸 확인하고 나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미나 쪽 조사는 어떻습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너스 군항에는 별 다른 소문이 돌고 있지 않고..."
마리아는 다시 한 번 미나가 올라간 곳을 슬쩍 바라보고 나서 말했다.
"로제가 미나랑 제법 친해진 다음에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 정보도 확인했어."
그리고 나서 마리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없어졌어. 미나 웨스트우드의 남동생이."
다른 가족들은 없는 모양이야. 라고 마리아가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나는 톡톡 테이블을 치던 손가락을 멈추고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인질을 잡았군요."
미나 웨스트우드가 나중에 이중간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에밀도 한 모양이다. 그 때를 대비해서 가족들을 인질로 잡아놓은거겠지.
"이건 어떻게 보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남아있는 베이컨 조각과 오믈렛 조각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랑 마리아가, 에밀과 함께 지정한 장소에서 만나게 된다면."
메이너스 항구에 있는 에밀의 저택은 주인이 없게 된다. 원래, 미장원이나 카페나 음식점도. 주인이 없으면 돌아가는게 헐거워지는 법이지. 군대처럼! 중대장이나 행보관이 휴가 나가면 중대전체가 헐겁게 돌아가는 법이지.
"약속 장소를 정하면 에밀이 언제 출발할 지는 거의 확실해집니다."
어차피 범선이니까 약속 시간에 맞추려면 반드시 출발해야만 하는 날짜가 있다. 나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로제가 한 번 더 단독행동을 해줘야 할 것 같아요."
미나가 해군을 배신했다고 해도 그 죄로 미나의 가족들을 가두는 것은 원칙적으로 아이리 공화국 법에 위반된다. 즉, 녀석이 가족들을 몰래 인질로 빼돌렸다면 뒤가 구린 일이라는 것.
그렇다면, 일단 에밀 메이너스의 저택 안에 미나의 남동생이라는 녀석을 가두어 놓았을 확률이 높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에밀 메이너스의 저택 안에는 남동생이 어디에 납치되어있는지 알 수 있는 정보라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에밀 메이너스와 함께 지정된 장소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로제가 에밀의 저택을 한 번 뒤져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흐으, 하는 소리와 함께 로제가 테이블에 앉아서 턱, 하고 테이블 위에 자신의 턱을 올려놓고 나를 올려다 봤다.
"저 또 따로 노는거에요? 어제도 나 버리고 마리아랑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으면서."
다가오는 점원에게 와플이요. 라고 말한 다음에 로제가 나와 마리아를 봤다.
"선장님, 계속 그러다가 애 생기면 해적 그만두는거에요?"
그 말에 마리아가 어색한 표정으로 로제를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상태에서 나는 로제에게 상황의 설명을 해주었다. 로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좋아요, 확인해 볼 가치가 있네요."
나는 그 말에 로제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면서 말했다.
"어려운 일이야. 가서 그냥 확인하는 걸로는 부족할 수도 있어."
거기에 미나의 남동생이 수감되어있으면, 그 녀석을 데려와야 하고. 저택에 남동생이 없으면, 증거를 구해와야 한다.
그래야 미나가 완전히 우리 편으로 돌아설 것이다.
"저번보다 난이도가 올라갔네요."
로제는 태연하게 말하면서 앞에 놓인 와플을 썰어서 먹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최대한 시간 끌어주세요. 일주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만날 장소나, 기타 등등은 밤에 따로 만나서 정하도록 하고. 로제는 빠르게 식사를 하면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선장님, 우리 인간적으로요... 이거 끝나고 나면 한 일주일은 제가 쓸게요."
뭘? 마리아는 대충 이해한 모양이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레이먼드는 니 물건이 아니야."
뭐야, 나를 쓴다는 거였냐? 저 말이 맞아! 나는 물건이 아니다 로제 발미온. 간만에 우리 선장이 맞는 소리를...
"내 물건이다!"
... 할 리가 없잖아. 이런 시바. 내가 무슨 니들 장난감도 아니고.
"무슨 소리에요. 레이먼드는 모두의 것이에요."
이야, 나 공공재였어? 나도 모르던 사실을 계속해서 깨닫게 되네 요즘. 마리아가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일주일."
일주일. 이라고 두 사람은 시선을 교환한 다음에 로제는 하품을 한 번 하고 나서 음식을 먹어치우고. 마리아는 턱을 괸 채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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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