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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33화 (13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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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나는 로제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조용히 묶인 상태에서 읍, 읍 하는 가느다란 소리를 재갈 밖으로 흘리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재갈을 풀어줬다. 메이너스 저택에서의 일이 있고 나서 1주일 하고도 3일이 지났다. 내가 조심스럽게 재갈을 풀어줄 때 까지도 로제는 얌전히 있었다. 입에서 재갈이 풀리자 로제가 푸하, 하는 소리를 내고는 나를 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레이먼드, 이거 너무 불편해요."

로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약간 움직였다.

"저 이제 괜찮다니까요? 바람이라도 조금 쐬게 해줘요. 이렇게 있다가는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는 다시 빛이 돌아와있었고, 약간 피곤해 보였다. 내 뒤편에 있는 마리아가 로제를 보며 말했다.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은데?"

그 말에 로제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쵸? 이제 완전히 괜찮은데. 레이먼드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선장님이 계속 제 소변 받아주는 것도 얼마나 창피한 줄 알아요?"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주머니에서 주사기를 하나 꺼냈다. 그걸 보고 마리아의 안색이 바뀐다.

"너... 그거 뭐야?!"

나는 그 말에 쉿, 하는 소리를 내었고. 로제를 바라봤다. 로제의 눈은 내가 들고 있는 주사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거, 뭐에요?"

로제의 물음에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었다.

"니가 에밀의 저택에서 맞았던 그 약."

그 말에, 로제의 표정이 변했다.

"... 그거 주세요."

눈동자가 다시 풀려버리고 입으로 침이 흘러내린다. 로제의 몸부림이 심해진다.

"딱 한 번만요, 네?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응? 딱 한 번만! 그 다음에는 딱 끊을테니까요. 레이먼드, 응?"

로제의 동공이 미친듯이 흔들리고 몸부림은 점점 더 심해진다.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가 방 안에 가득하고, 그녀를 묶고 있던 밧줄들이 팽팽하게 당겨진다.

"나... 나 그거 없으면 죽어요. 나 그거 없으면 죽을 것 같다고요! 당장 주세요..."

내가 그 주사기를 조용히 다시 주머니 안으로 넣자 로제의 얼굴이 험하게 구겨졌다.

"개새끼야아아아! 약 내놓으라고 말하잖아! 장난치지 말고 당장 안 내놔?! 죽여버린다, 너 죽여버린다고 이 개같은 새끼가!"

그 모습을 보던 마리아는 뒤편에서 창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내 앞에 묶인채로 온갖 욕을 내뱉는 로제를 보면서 눈을 살짝 감았다.

"아직 다 나은게 아닌 모양이군요."

나는 바락바락 비명과 고함을 질러내면서 침대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난동을 피우는 로제의 입에 다시 재갈을 단단히 물리고 그 위로 설탕과 소금을 섞은 물을 조심스럽게 뿌리기 시작했다.

"... 세상에, 지금 연기하고 있었던 거야? 로제가 연기를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약에 중독되어서도 저럴줄이야."

마리아는 여전히 질린 표정으로 로제를 바라보고 있었고. 레이먼드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로제가 아니더라도, 저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들 저럽니다. 저 마약이 저래서 소름끼치게 무섭죠."

로제는 여전히 입에 재갈을 문 채로 나를 노려보며 몸부림을 치고 있었고. 나는 마리아와 함께 조용히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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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너무 마르고, 몸이 욱신거린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묶여있었다. 왜 이러고 있는거지.

기억을 되돌려보았다. 나는 에밀 메이너스의 저택에 들어갔다가. 수많은 사람들과 싸웠고. 실수로 장딴지에 주사기를 맞았다.

... 그 이후로는 기억이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지금 꽁꽁 묶여있다. 심장이 쿵쿵 뛴다. 나, 결국 잡힌건가? 그렇다면 이라면서 나는 혀를 깨물려고 했다. 이렇게 있어봤자, 돌아갈 수는 없는데다가. 분명히 내 몸 위로 수많은 남자새끼들이 올라타려고 할게 뻔한데.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 미안해요 레이먼드.

하지만, 입에 재갈이 물려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난 절망했다.

싫어... 이런건.

나는 조금이라도 줄이 헐거워지기를 빌면서 몸을 움직였지만. 조금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어두운 방 안에서. 나는 계속해서 몸부림을 쳐본다.

그때, 문이 열렸다. 거기에는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들어와서 문을 닫고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로제 발미온."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이 남자는 누구야. 여기는 어디야.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정신을 차린건가?"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손대지마. 나의 눈을 바라보던 남자는 픽 웃으면서 말했다.

"제정신이면 안되는데. 우리는 저항하는 계집보다는 순종하는 계집이 더 취향이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작은 주사기 하나를 꺼냈고. 나는 파랗게 얼굴이 질렸다. 저 주사기는 기억난다. 예전에 나에게 박혀들어갔던 그 주사기. 마약이라고 했던 그 주사기!

그는 주사기를 살짝 밀어서 액체를 뽑아내고는 나를 바라보며 음침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나를 바라봤다.

"한 방 놔줄테니까. 즐기라고. 아니지, 조금 천천히 하는게 좋으려나?"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주사기를 내 목덜미 쪽으로 들이밀기 시작하고,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싫어... 싫어! 저리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면서 주사기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나를 바라보던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른다. 그냥 죽을걸. 거기에서 죽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나에게로 다가오는 주사기에 나는 어깨가 빠지기 직전까지 몸을 비틀었고. 그걸 보던 남자가 후우, 하고 숨을 내쉰 다음에 복면을 벗었다.

... 레이먼드?

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져서 눈 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봤고. 그는 조용히 불을 켜고 나서 내 재갈을 풀어줬다.

"레이먼드? 지금 이거 다 뭐에요? 어떻게 여기에 온 거에요?"

쉬고 말라붙은 목소리가 가까스로 목 밖으로 비집고 나오고. 레이먼드는 나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한달 하고도 삼일이 지났어 로제."

그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뭐가요?"

레이먼드가 조용히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너를 메이너스의 저택에서 구해낸지."

그 말에 나는 눈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 나 거기서 끝난 줄 알았어요. 거기서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어요.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에요?"

그 말에 레이먼드는 웃으면서 말했다.

"천운이었지."

그러면서 레이먼드는 다시 주사기를 꺼내서 나에게로 가져갔다. 그리고 나는 안색이 확 굳었다. 왜? 레이먼드가 저 주사기를 왜 나한테 가져오는 거지? 레이먼드는 그 주사기를 내 입가에 가져갔고, 주사기 끝에 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뭐에요, 뭐야. 당신 누구야?! 당신 레이먼드가 아니지!"

레이먼드가 나한테 왜 저 약을 주사하고 싶어하는데! 그럴리가 없잖아! 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레이먼드의 얼굴을 바라봤고. 그는 웃고 있었다.

"너 누구냐고! 레이먼드 어디있어?! 하지마, 하지..."

나는 내 입가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고개를 돌려서 피했고. 레이먼드가 내가 필사적으로 그 물방울들을 피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진정해, 그냥 설탕물이야."

...? 나는 그 말에 레이먼드를 바라봤고. 그는 그 주사기의 액체를 자기 손에 묻혀서 핥아먹었다.

"음, 좀 달게 되었는네."

그 말에 나는 멍하니 레이먼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지난 한달 반 동안에, 니가 멀쩡하다고 하면서 풀어달라고 한 게 14번이고, 약 안 내놓으면 날 죽여버리겠다고 한게 10번이 넘어. 심지어 이틀 전에는 지금이랑 똑같이 행동하다가 입가에 설탕물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핥아먹었다고... 그게 약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서 나한테 엄마욕부터 시작해서 알고 있는 모든 욕을 쏟아냈고."

나는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제가 레이먼드 엄마 욕을 했다고요?"

그 말에 레이먼드가 피식 웃었다.

"엄청 찰지게."

나는 그 말에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그건 제가 아니었을거에요."

그 말에 레이먼드는 피식 웃었다.

"니가 지금도 연기를 하고 있다면 이젠 진짜 나도 모르겠다. 그냥 풀어주고 맞아 죽을란다. 그 정도의 연기라면 죽어줄 가치가 있겠지."

레이먼드는 말을 마치고 나서 내 몸에서 밧줄들을 끌러내기 시작했고. 나는 온 몸이 욱신거리는 기분에 신음소리를 냈다.

"아파..."

온 몸에 퍼런 멍 투성이다. 게다가 제대로 움직여지지도 않는다. 한달 넘게 묶여있었다고 했나. 그러면 그럴 만도 하구나. 나는 손가락 하나만 까닥거려도 삐걱이는 몸의 고통을 참아내다가 화들짝 당황해서 말했다.

"나가요. 당장."

그 말에 레이먼드가 나를 멍하니 바라봤고. 나는 고개를 돌리고 나서 얼굴을 가렸다.

"나 한달 동안 씻지도 않은거잖아요 그럼! 빨리 나가요...!"

아까부터 자꾸 엄청난 썩은내 같은게 나고 있어서 뭐지, 뭐지 하고 있었는데.

이 냄새가 내 몸에서 나고 있는 거라고?! 미친거 아니야?! 시체가 썩는 냄새가 나잖아! 게다가 뭐 제대로 먹은 것도 없는 모양인지 몸이 삐쩍 말랐다. 미치지 않고는 이런 몸을 남한테 보여 줄 수는 없어!

내가 울상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리고 있자. 레이먼드가 내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

"보지마요, 흐으으윽..."

레이먼드의 얼굴이 나에게로 다가오고, 입술이 내 입 안으로 들어갔다. 안돼, 나 한달 동안 양치질도 안한 건데?! 하지마요, 하지마. 뭐하는거야 지금?! 레이먼드는 삼분 정도를 그러고 있다가 웃으면서 입술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돌아와줘서 고마워. 로제."

나는, 고개를 돌린채로 얼굴을 여전히 가리고 나서 중얼거렸다.

"알았으니까... 일단 나가줘요... 제발..."

레이먼드가 문을 닫고 나가자 나는 손을 내리고 나서 눈을 다시 감았다. 눈에 눈물이 맺히고, 천천히 흘러내렸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정말로... 나는 스스로의 입꼬리가 웃고있는것을 깨달았다. 나는 구해졌구나. 생각하고 있던 끔찍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어.

============================ 작품 후기 ============================

로제야... 고생했어.

좀 쉬렴.

ps. 아, 저는 새벽 3시에도 올릴 수 있기는 하지만. 내일 오전 10시도 고려하고 있는 옵션 중에 하나에요.

그래서 그냥 내일 오전 10시에 올릴까 생각 중인데요. 그거랑 오후 1시에 올리는 것 포함해서...

제가 예전에 약속했던 6연참 공약을 지켰다고 해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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