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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냄새나! 나는 로제를 풀어주고 나서 나오면서 속으로 외쳤다. 아무리 그래도 키스는 너무했던 것 같아. 분위기를 타서 하고 나서 엄청나게 후회했다고! 나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웃고 잇었다.
아 씨발, 드디어 끝났다. 저건 제정상이 확실해. 목욕부터 할 생각하는 걸 보니까. 밖에는, 미나와 마리아를 비롯한 선원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엄지척을 시전하면서 말했다.
"끝났습니다. 밧줄 풀었습니다."
그 말에 선원들이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그래, 드디어 끝난 것이다. 먹은게 설탕물 밖에 없어서 정상적으로 활동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로제는 최소한 약물중독에서는 확실히 벗어난 상태다. 아까도 말했지만, 저게 연기면 이제는 답이 없어.
선원들이 모두 로제를 보려고 하자 나는 그들을 막았다.
"잠깐만!"
나는 마리아와 미나를 보고 말했다.
"로제가 저보고 당장 나가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나를 보고 물음표를 띄웠고, 나는 픽 웃으면서 대답했다.
"몸에서 냄새난다고."
... 그 말에 모두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주저앉았고. 마리아와 미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래, 일단 씻는거 도와줘야겠네."
그 뒤에, 마리아와 미나는 약간 탈진한 듯한 표정으로 목욕물을 세 번 바꾸었고. 다 끝나고 나서야 마리아는 말했다.
"좋아, 이제 멀끔해졌어. 방도 환기 시켰고. 들어가도 토하지는 않을거야."
... 그 말이 방 안까지 들렸는지 로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정도였어요?"
마리아는 그 말에 히죽 웃으면서 문에다가 대고 말했다.
"넌 상상도 못할거다! 더러운 계집애! 땟국물이 빠지면서 몸무게가 3kg은 줄었을걸?"
그 말에 문 넘어에서 으아아아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선원들이 일어나서 방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다들 이야기를 마치고 나와서 이제야말로 걱정 없이 휴식을 즐기러 흩어졌다.
마리아가 나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
"일주일 동안은 로제가 쓰기로 했지. 저 꼴을 당했는데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저는 물건이 아니에요. 이전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코트를 챙겨서 미나와 함께 건물을 나서고, 나 혼자 남아있게 되었다. 그럼... 다시 들어가 볼까.
나는 연하게 끓어낸 수프를 접시에 담아서 다시 로제가 쉬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로제는 누워있었고, 몸은 깨끗하지만 눈에 띄게 얼굴이 초췌했다.
"..."
"..."
로제가 나를 보고는 약간 얼굴을 굳혔고. 나는 그녀를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까지 냄새가 심하지는 않았어."
시끄러워요. 라고 말하면서 로제는 끙끙거리면서 이불을 자기 얼굴까지 뒤집어 썼다. 나는 의자를 끌어와서 그 침대 옆에 앉았고. 이불 아래에서 로제가 꿈지럭거리는게 보였다. 나는 이불을 조심스럽게 내렸고. 로제는 고개를 돌린 채로 누워있었다.
"밥은 먹어야지."
나는 말을 하고 나서 조용히 로제의 등과 목 뒤를 받쳐서 상반신을 일으켜서 침대에 기대게 했다. 로제의 입에서 으으으... 하는 신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는 수프를 숟가락으로 떠서 불기 시작했고 그걸 보던 로제가 말했다.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
나는 피식 웃었다.
"니가 그 몸상태로 숟가락을 놀릴 수 있으면 내가 물구나무서서 엉덩이에 화약 뿌리고 터뜨린다."
내 말에 로제는 침묵했고. 나는 식은 수프를 로제의 입 안으로 넣어주었다. 조용히 수프를 삼키고 나서 로제가 말했다.
"음,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냥 계속 아플까?"
지랄한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로제의 콧등을 손가락으로 툭 때렸고. 로제는 반항하지 못하고 아악, 하는 소리를 냈다. 시간이 지나서 담아서 온 수프를 다 먹고 나자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바람 좀 쐬고 싶어요."
나는 로제를 일으켜 세웠고. 로제는 일어나서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조심스럽게 나한테 기대었다.
"하... 이 정도면, 이틀 정도면 될 것 같은데요."
그러게, 생각만큼이나 심하게 못 움직이는 건 아닌 것 같다. 몸 정말 튼튼하네.
"식사도 빨리 정상적인 걸 먹고 몸이 빨리 예전대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로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잡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왜?"
나의 말에 로제가 나를 흘긋 보고 말했다.
"선장님이 일주일 빌려 줬으니까. 그 안에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야죠."
나는 로제를 데리고 가볍게 숙소 주위를 걷기 시작했고 로제는 가끔 으으윽, 하는 소리를 내면서 함께 걷기 시작했다. 로제가 걷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나서 나를 바라봤다.
"힘들어요."
... 나는 로제를 바라봤고, 로제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이쯤에서 그냥 안고 돌아가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게 밖으로 나온 목적이었던 것 같은 로제의 웃음에 나는 입맛을 한 번 다시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아들었다. 로제의 몸무게는 확실히 줄어들어있어서. 가슴이 약간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로제는 가만히 나한테 안겨서 자신의 머리를 내 가슴에 기대었다.
숙소 안으로 돌아간 다음에, 침대에 로제를 눕히고 나서 나는 램프의 불을 약간 줄였다. 그걸 보고 로제는 입을 열었다.
"자라고요?"
그럼, 자야지 인간아. 원래 아픈 사람은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서 잘 먹는거야. 나의 말을 듣던 로제가 말했다.
"좋아요, 그럼 같이 자요."
...? 나는 로제를 바라봤고 로제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일주일 동안은 왠만하면 아픈 저의 명령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침대도 제법 넓잖아요?"
그래, 원래 아픈게 깡패인 법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램프의 불을 더 줄이고 조심스럽게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아싸."
로제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내 옆으로 달라붙었고. 잠깐 키득거렸다. 그 웃음과 함께 나오는 숨결이 내 가슴 언저리를 간지럽힌다. 잠시 뒤에, 가슴 언저리를 간지럽히는 로제의 숨결이 고르게 변하고. 크으... 크으... 하는 코골이인지 숨소리인지 모를 뭔가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에이 모르겠다.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겠지. 나는 로제를 살짝 끌어안고 얼굴을 로제 머리 근처에 가져간 채로 눈을 감았다.
근데 사람 감정이라는게 후각에 크게 의존하는 건 맞는 것 같다. 로제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기에 가슴 언저리가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제의 손이 움직여서 내 가슴 위에 올려졌다.
"이게 시끄러워서 잠이 안와요. 도움이 안되잖아요."
로제는 그렇게 내 가슴 안에 안긴 채로 말했고.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침대에 누운 건 너의 선택이었어. 내가 하겠다고 한게 아니야."
로제는 내 말에 다시 킥킥 웃다가 말했다.
"지금 잠자리를 가지면 저 엄청 아프겠죠?"
그 말에 나는 몸을 약간 돌리고 머리를 내려서 로제와 누운채로 눈높이를 맞추었다. 로제는 이불 아래에 머리를 넣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나와 로제가 모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 되었다.
얘가 미쳤나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꿈도 꾸지마세요. 몸 상한다."
칫, 하는 소리와 함께 로제는 나를 바라봤고. 한 쌍의 눈이 이불 속에서 나를 마주보며 빛나고 있었다.
"좋아요, 그럼 키스 정도는 몸이 상하지 않겠죠?"
라고 말한 다음에 이불 속에서 빛나던 눈동자가 감겼고. 로제가 입을 열었다.
"나, 준비된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면서 천천히 얼굴을 가져가서 로제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마주쳤다. 하얗게 말라붙은 로제의 입술이 느껴져서, 나는 그 입술을 조심스럽게 핥았고, 로제의 입술이 약간 벌어진 틈에 부드럽게 혀를 밀어넣었다.
등 뒤로 나를 감싸는 손길이 느껴지고, 나는 마주본 상태에서 로제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입술이 떨어지고, 후우. 하는 숨을 내쉬는 로제를 보며 나는 웃었다.
"내 심장소리 크다고 한게 누구더라. 이건 내 심장도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내 손을 로제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쿵... 쿵... 하는 소리가 손을 타고 전해진다. 그리고 로제는 웃었다.
"뭐 어때요. 두 개가 같이 쿵쾅거리면 파장이 맞아서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요?"
그건 무슨 이론이야?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로제는 내 가슴에 손을 올려두고, 나는 로제의 가슴에 손을 올려둔 채로 눈을 감았다. 서로 핏줄이 통하기라도 하는 것 처럼. 내 심장과 로제의 심장이 같이 두근거리며 서로의 손을 통해서 그 고동소리를 전한다.
뭐, 나중에는 조금 더워져서 결국 이불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지만. 서로 닿아있는 손은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
분명히 로맨틱한 분위기였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상당히 힘들었다고 지금 와서는 당당히 밝힌다.
이 말랑말랑한 상황에서 자치령이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으면 그건 남자가 아니잖아. 자치령의 쿠데타는 항상 남자의 깊은 잠을 방해한다. 그리하여 로제가 잠들고나서도 나는 한참동안 강물 같은 평화라는 구절을 끊임없이 외치면서 긴긴 밤을 보내야 했다.
============================ 작품 후기 ============================
쓰고 나니까 든 생각은 하나네요.
아, 그냥 둘 다 죽...여...
좋은 하루 되시고요, 오늘은 50% 확률로 18시에 한 편이 더 올라올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