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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35화 (13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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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다음날, 나는 로제에게 식사를 먹여주고 나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요 꼬맹이가 아주 마음을 먹고 나를 부려먹기 시작한다. 심지어 아까는 뭐라고 했더라?

씹어서 키스로 건네주라고? 어디서 그런 건 또 주워들은거야?!

식사를 마친 로제가 잠에 든 걸 확인하고 나는 잠시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고, 마리아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와서 말했다.

"에밀 메이너스에 관한 소식을 확인했어."

그 말에 나는 얼굴을 굳혔다. 그래, 그 녀석 도대체 어떻게 되었냐. 내가 바라고 있던 데로 일이 잘 굴러갔을까? 마리아는 나를 한 번 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아이리 공화국의 수도에서 최종 판결을 받을 예정이야."

그 말에 나는 서늘하게 웃었다. 예상한 대로 되어가는구만. 나는 팔을 꼰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로 수송될 예정입니까?"

나의 말에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밖에 없지. 그냥 법정에서 망치 땅땅 때리고 죽게 넵둘 것 같냐 우리가. 로제는 그 새끼 때문에 한 달을 고생했고, 미나의 남동생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아직도 밖을 잘 못 돌아다닌다.

그 배는 우리가 약탈한다. 에밀은 해적식 인민법정에서 레이먼드 판사와 마리아 판사의 판결을 받게 될 것이다.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나서 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요즘은 좀 즐겁나?"

그 말에 나는 한숨을 쉬면서 로제의 부탁에 대해서 말했고. 마리아는 감탄하면서 말했다.

"이야, 아주 발랑까졌잖아! 훌륭하게 컸어. 언제부터 그런 대담무쌍한 상상을 할 줄 알게 된거야?"

감탄하지 마세요. 마리아는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말했다.

"나중에 나 아프면 그 코스로 부탁해."

... 니들 다 변태가 되었니 언제부터?! 마리아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로제 몸은?"

많이 나았지. 이제는 곧잘 걸어다니고. 이전의 힘을 꽤 되찾고 있다. 잘 때 나를 끌어안는 힘이 나날히 다시 붙고 있거든. 이 정도면 진짜로 며칠 안 지나서 완전 회복하겠어. 나의 설명을 들은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2주 뒤에 에밀을 수송하는 배가 출발할 예정이라니까. 그 때는 배를 다시 띄워도 괜찮겠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나서 나를 보며 말했다.

"아참, 결국 그래서 말이지. 아이리 공화국의 제독은 다시 로만이 잡게 되었다."

그 싸늘한 앤의 선장이 잡았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이전에 제독 경험도 있으니까. 그가 전에 패배했던 건 이미 에밀이 저질러 놓은 일들로 완전히 잊혀졌을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사람 고기를 씹는 새끼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마리아는 나에게 편지 한 통을 보여줬다. 이미 봤는지 봉투는 뜯어져 있었다.

"로만도 에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더군."

나는 그 편지를 바라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그래, 이 상황을 아이리 공화국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우리랑 손을 잡는 것 뿐이니까.

"그 동안에는 카멜롯의 제독인 그랜트가 게르하르크와의 동맹을 영 내켜하지 않아서 지체되고 있었는데. 왕이 계속 밀어붙인 모양이야. 거의 동맹이 확실시 되고 있으니까."

어쩐지, 에밀이 이야기를 하고 나서 한 달이 지나도록 별 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불발탄이 터졌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동맹을 맺게 되는건가. 이쪽에서도 로만과의 동맹에 이것저것 더러운 수법들이 섞이지 않는다면 고려해 볼 만한 이야기다.

사실 또 다시 이 동맹에 잔머리가 섞인다고 해도, 내가 만나본 로만이라면...

이런 생각하면 조금 거만하기는 한데 그 또라이 새끼에 비해서 로만이 잔머리 굴리는 건 확실히 떨어지는 사람이니까. 알아내고 대처하는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나는 마리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미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만이 다시 제독이 되었다고 한다면, 그와 함께 항해를 하던 미나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텐데.

"돌아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아.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로는 그랬어."

그래,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만나는 장소는 이전에 에밀과 만났던 그 섬으로 하고. 만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보는게 좋겠습니다. 가능하면 에밀에 대한 처리를 끝낸 다음에 좋겠네요."

동맹을 맺은 다음에 아이리 공화국의 수송선을 터는 건 양 쪽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이야기다. 나의 말에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3주 뒤로 하자고."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직 생각해야 할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나서 나한테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가서 열심히 로제를 간호하도록. 덕분에 우리도 편하게 쉬고 있으니까."

라고 말하는 마리아의 표정이 애매해서 나는 말했다.

"... 질투가 보이는 건 저의 착각입니까?"

내 말에 마리아가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히 질투나지. 내가 무슨 종교 지도자로 보여? 도 닦는 사람 같냐? 젠장 나도 나중에 어디 가서 마약이나 하나 구해서..."

그 말에 나는 입을 떡 벌렸고, 마리아가 내 입 안에다가 손가락을 한 번 넣다 빼고 손등으로 내 얼굴을 탁 때리며 킥킥거렸다.

"병신, 장난이야. 가서 잘 놀고."

마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 귀에 속삭였다.

"일주일 뒤에 보자고. 아주 뼈를 삭아빠지게 만들어줄테니."

... 보자, 이건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하는 상황인가?

방으로 돌아오자, 로제는 침대에 기대어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를 보고는 로제가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을 한 번 슥 보고는 말했다.

"읽어줄래요?"

나는 그 말에 책의 제목을 바라봤다. '내 공작님과 소꿉친구가 완전 수라장' 이라는 제목이었다. 나는 그 책의 제목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로제를 바라봤다.

"왜요?"

아니 그냥.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라서. 로제가 나를 보면서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여기에 보면요, 여자 주인공의 이를 공작이 닦아주는 장면이 있는데..."

뭐냐, 이 세상의 다른 것들은 다 범선이 있는 시대의 기술력과 얼추나마 맞아떨어지는데. 서브컬쳐만 거의 백년을 앞서가 있는 거야? 다른게 오파츠(해당 시대에 있을 수 없는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고대의 유물)가 아니라 이 소설이 오파츠인데?!

어쩐지, 음식을 씹어서 넘겨주라고 할 때 부터 로제가 요즘 이상한 지식들을 탐독하지 않나 의심스러웠는데 역시 이런 일들이 있었을 줄이야!

"말도 안돼는 소리."

쳇, 하는 소리와 함께 로제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가져갔다가 책을 덮고는 침대 옆에다가 두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에밀 메이너스가, 아이리 공화국의 수도로 수송될 예정이라고 한다."

나의 말에 로제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

"마침내..."

2주 뒤에 수송될 예정이라고 로제에게 말을 전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그럼, 휴식도 이제 끝이네요. 오늘 부터는 다시 몸을 움직여야겠어요."

로제는 말을 마치고 나서 침대 옆의 서랍을 열어서 거기에 있는 하얀 아대를 확인했다.

"그래."

로제는 그 아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조금 더 이러고 싶었는데요. 너무 쉬는게 길면 해롭겠죠?"

그래, 이제 쉬는 것은 끝이다. 우리는 오래 쉬었고, 이제 에밀과의 인연은 끊어야 할 차례겠지. 현상금 때부터 시작된 악연이 이제 2주 뒤에는 마무리 지어질 것이다. 나는 자리에 다시 누운 로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생각에 빠졌다.

한 명이 남았다고. 레인이 내 눈 앞에서 사라지기 전에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린다. 뭐가 한 명이 남았다는 이야기지. 에밀에 신경쓰고 있는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아니, 애초에 레인은 장님이었는데 어떻게 눈이 보였던 거지. 게다가, 그 눈동자는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소름끼칠 정도였다. 온통 새까만 눈동자.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것으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일들이 레인과 만났을 때 너무 많이 일어났다. 어째서 레인이 나에게 팔을 내밀었을 때 러셀의 검이 진동을 했고, 레인은 도대체 무엇에 막혀서 한 동안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몸에 불이 붙었던 걸까.

... 머맨들이나, 머메이드들이라면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들도 설명할 수 없는 힘들을 다루니까.

하지만, 그 녀석들은 자기들이 필요할 때만 나타나서 임무를 건네주고는, 보상을 주고 사라진다. 무슨 게임 NPC처럼. 나는 계속해서 생각하다가 이내 뭔가를 떠올렸다.

셀키들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물론, 그들이 우리에게 호의적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엄연히 셀키 하나를 구해줬었으니까. 대화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나는 눈을 잠깐 감았다. 갈 수가 없잖아.

바다의 날개가 한겨울이 되어버린 이 날씨에 가르시아해로 가는건 죽고싶다고 복창을 하는거다. 셀키들이 머무르고 있는 섬에 도착하기 전에 바다의 날개가 얼어붙을거다.

그렇다고 다음에 머맨이나 머메이드가 찾아오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잖아. 녀석들이 앞으로 찾아온다는 보장도 없고.

내가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에 로제는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 구슬."

어쩔 수 없지.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우리 쪽에서 다소 과격한 방법을 써서라도 불러내야겠지. 그냥 협박이라고 하기에는 레인의 말은 너무나도 구체적이었고... 게다가 그 아이가 잠깐 동안에 보여줬던 힘은 너무 위험했다. 나는 이전에 머맨이 부탁했던 구슬이 있는 위치를 알고 있고. 그 구슬을 우리가 어떻게 하려고 한다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만나봐야겠어. 내 머릿 속에는 2주 뒤부터 해야할 일들이 차곡차곡 정리되고 있었다.

에밀과 끝장을 보고.

로만과 만나서 아이리 공화국과 관계를 맺는다.

마지막으로는 머맨이나 머메이드 둘 중 하나에 접촉해서 레인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의견을 물어본다.

"...?!"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내 손가락에 잠깐 통증이 달렸다. 로제가 내 손가락을 깨문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머리 쓰다듬다가 왜 갑자기 얼굴을 쓰다듬은 거에요?"

내가 생각이 조금 많아서. 로제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 가슴 만질래요?"

갑자기 뭔 소리야?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로제를 바라봤고. 그녀가 약간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남자가 고민이 많을 때 이렇게 말하면 고민이 사라진다고 하던데."

이건 책이 캐리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나를 피하고 있는 로제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니들은 딱... 다음화 까지만 봐줄게.

끝나고 나면 다시 일 해야지?

미나를 기다리는 분들도 계실텐데.

제가 씬을 아, 언제 꼭 넣어야지! 하고 넣는게 아니라. 쓰다가 분위기가 맞으면 넣는 거라서요...

그래도,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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