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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47화 (147/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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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과 우군

바다의 담요는, 인어들이 러셀의 부탁으로 만들어낸 인공 섬이고 여전히 거기에는 머메이드들의 힘이 머무르고 있다.

나가의 유물이라고 해도 거의 제한을 받지 않는 네 마리의 악마들과는 다르게, 그들의 수하들은 머메이드 정도의 힘이라고 해도 접근하는 데에 큰 피해를 받는 모양이다.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에 큰 피해를 입은 새 면도날과 럼보틀의 해적들이 바다의 담요로 몰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다의 담요를 해집고 다닐 수 있는 그 네 마리의 악마들은 바다의 담요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건 고무적인 소식이다. 진짜로 녀석들이 그 구슬들을 껄끄럽게 여기고 있고, 때문에 옆에 끼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일이기도 하니까.

녀석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고, 그 동안에는 바다의 담요는 아마 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들 중 하나일 것이라는 점은 약간 안심이 되고 있었다.

-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군.

바다의 담요 안으로 걸어들어온 상어 머리를 보고, 우리는 안색을 바로 굳혔다. 당연히, 이 전에 봤던 얼굴이라서 무슨 공포나 경악 같은 걸로 얼굴이 굳은 건 아니었다. 그의 가슴팍이나 다리에 생겨나 있는 수많은 흉터들을 보고 얼굴이 굳은 것이다.

"맙소사,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마리아가 그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고. 녀석은 테이블에 앉아서 내 술잔을 들고 한 잔 들이킨 다음에 말했다.

- 니들이 다리없는 년들에게 확인해 달라고 한 것 때문에 젊은 나이에 병신이 될 뻔했지.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가 다 드러나도록 씨익 웃고 나서 원래는 내 잔이었던 잔에다가 술을 따르고 다시 한 잔 마셨다.

- 결론적으로, 너희들의 예상이 맞다. 현재 다섯 개의 구슬 중 네 개의 구슬은 그 자식들이 옆구리에 꽉 끼고 있어.

그리고 나서 젠장, 하는 소리를 내었다.

- 너희들은 피해가 적어서 잘 모르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나는 그 말에 상어 머리를 바라봤다. 그는 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 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 녀석들은 바다를 쓸어내기 전에, 일단 하나 남아있는 마지막 구슬을 따내려고 하는 모양이고. 우리 동포들과 다리없는 년들은 역사상 유래없는 동맹을 유지하면서 거기에 가드를 올리고 힘겹게 버티고 있지.

그 와중에 다리 없는 것들은 우리에게 부담을 더 지우고 남은 시간 동안 서재에서 부모님의 기록들을 뒤져보았다. 상어 머리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우리를 보고 진지하게 말했다.

- 밝혀진 것은 하나. 너희들이 타고 있는 펠라구사 알라를 비롯한 다섯 척의 유물은... 부모님들이 사용하던 때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나서 입가를 슥 문질러 닦은 다음 땅콩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하나 입 안으로 던져넣고 씹어보던 상어 머리가 얼굴을 구기고 바닥에 땅콩 조각을 뱉어낸 다음에 우리를 바라봤다.

- 못해도 7000년, 어쩌면 더 오래 전에 만들어진 배들이야. 그 동안에 많은 기능들이 상실되었지. 딱 하나. 만들어질 때 부터 이전의 모습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었던 클라치에스를 제외하고.

그치, 싸늘한 앤은 망가지거나 어디가 부서져도 계속해서 자기 복구를 하는 배니까. 아마 처음 만들어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거다. 다른 녀석들은 항해 중에 망가지기도 하고, 그걸 급하게 고치기도 하면서 복구할 수 없는 부품들은 적당한 것으로 떼웠을 것이고. 그 와중에 더 쉽들이 가지고 있던 기능들이 많이 사라진 모양이다.

그래서 싸늘한 앤이 혼자 그렇게 사기적으로 강했던 건가?

- 여튼.. 그걸 확인한 우리는 서재를 싹 뒤져서 다시 복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이미 그 퍼렁 대가리 년한테 수도 없이 들었겠지만...

상어 머리는 약간 고민하다가 말했다.

- 서둘러다오. 씨팔... 자꾸 애새끼들 밥 달라는 것 처럼 보채서 미인한데. 우리로써는 기대 할 수 있는 곳이 그 유물들 말고는 없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상 한 척 남았어.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야, 아마."

그래... 머맨은 말을 마치고 나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다시 돌아가봐야겠군. 여유가 너무 없어. 차라리 다리 없는 년들이랑 치고 박던 때가 그리울 지경이다.

머맨은 말을 마치고 천천히 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문득 뭐가 생각나서 그를 급하게 불러세웠다.

"인간들 중에, 악마와 함께 일하는 녀석들이 있는데."

이전에 봤던 레인에 대한 설명을 들은 머맨이 잠깐 머리를 굴리다가 말했다.

- 영혼을 팔았군. 도대체 무슨 원한이 그렇게 깊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 계약도 아니군. 다리 없는 년들이 영 쓸데없는 것들만 뒤지고 다닌 건 아닌 모양이야. 관련된 이야기는 녀석들이 찾아내었다.

그는 쯧, 하고 혀를 찬 다음에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술을 한 잔 마시며 말했다.

- 네 마리 악마가 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겠지.

그는 말을 하고 나서 우리를 바라봤다.

- 정식 계약은, 네 가지 감정들 중 하나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 악마가 권유한다.

증오, 스스로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상대에게 적의를 쏟아내는 감정. 압도적일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지만, 사용할 때 마다 스스로의 몸이 상한다.

오만, 항상 남들의 위에 서고 싶은 감정. 그 누구와 싸우더라도, 상대보다 항상 약간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탐욕, 멈추지 않는 끝없는 욕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미약하기 그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을 오염시켜 멀쩡한 인간을 탐욕에 찌들게 만들고, 자신의 부하처럼 부려먹는다.

시기,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감정. 오만과는 정 반대로, 상대를 자신의 수준까지 끌어내려버린다.

그런 식으로 말을 이어가던 상어 머리는 술을 다시 한 잔 마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뭐, 그런 식이라는 거지. 진짜로 돌아가봐야겠군.

그러면서 그는 술병을 하나 챙기고는 술집을 나섰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리아가 쯧 하고 혀를 찼다.

"확실한 건, 레인은 증오겠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레인은 증오, 에밀은 오만... 게르하르크는 뭔지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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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트는 자신에게 전해져 있는 편지 한 장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랜트 제독에게.

안녕하세요, 해적질 하고 있는 마리아 해적단의 항해사 레이먼드라고 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분에게 이런 편지로 이야기를 드려서 미안합니다.]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 편지의 내용은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니네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련해서 할 말이 있으니, 우리 만납시다.

그랜트는 그 편지를 내려놓고 무거운 한숨을 쉬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바리스도 그 편지를 보고는 난색을 표했다.

"믿을 수 없는 녀석이지만..."

바리스는 거기까지만 말했다. 지금 누구보다 힘든 사람은 다른 이가 아니라 그랜트 제독이었으니까.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면, 사방에서 조여오듯이 다가오는 무거운 짐을 버티지 못하고 허리가 부러졌을 것이다. 바리스가 제독을 할 때와는 상황이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해적이다."

그랜트의 무거운 목소리에 바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랜트의 인생 대부분은 아이리 공화국과의 싸움, 그리고 해적 소탕으로 점철되어있다. 그런 그에게 해적이 만나자고 하면, 웃으면서 만날 수 있을리가 없다.

게다가 그 레이먼드라는 남자는, 계략에 밝은 남자다. 바리스가 당해서 물을 먹었던 과거를 떠올리면, 만나러 가는 것은 주저될 수 밖에 없다.

"대안이 없구나."

어쩌면 악수일지도 모르지만. 체스로 치면 왕이 피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왕은 자신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병사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진다. 탈영병들에 대한 처분은 점점 더 엄정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병사들은 점점 늘고 있다.

게다가, 아직까지 어촌과 항구의 습격에 대한 자세한 이유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한 조각 진실의 편린이라도 붙잡을 수 있다면. 그랜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다를 바라봤다.

"고민되는구나."

바리스는 그런 그랜트의 말에 그를 바라봤다.

당연히, 레이먼드라고 하는 그 해적 자식과 손을 잡는 것에는 생리적인 거부감이 들지만. 바리스는 그것 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코 앞에서 바라봤다.

바리스는 카멜롯 왕국의 해군이다, 카멜롯 왕국의 해군은 카멜롯 제독의 말을 들어야 한다. 왕은 그 기본적인 군인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자국의 백성이 된 남자도 아니다. 게르하르크는 여전히 가르시아 해의 사략선장이다. 외국의 해적에게 자국의 병사들을 움직일 권한을 준다니.

그랜트가 우려하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바리스는 그때 깨달았다. 동맹을 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후회했다. 그랜트 제독은 여기까지 보고 있었던 것일까.

"제 휘하의 선원들이 동요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바리스는 말하고 나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이 상태로는 싸울 수 없습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알고 있는데... 어째서 폐하께서는 그런 결정을 내리신 건지."

바리스의 말에, 그랜트는 벽에 붙어있는 해도를 바라보았다.

"폐하께서는 나에게 말하셨다. 더 이상 어촌과 항구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끊으라고."

그랜트의 말에 바리스가 그를 바라보았다. 깊게 파인 주름살들 사이로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바리스는 침묵했다. 그랜트는 잠시 기다리다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나보고 소위 충신이라고들 하지."

그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라는 바리스의 말에 그랜트는 그를 바라봤다.

"나는 지금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한다. 장수 된 자가 왕의 명을 의심하고 반발하려 들고 있지."

장수는, 왕의 명령이 아무리 그릇되었다고 해도 따라야 한다. 그것이 명령이라면.

"그것은 군인의 충성인가?"

그랜트는 말하면서 지도를 바라봤다. 바리스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가끔 고민하고는 했다. 만약에, 폐하가 나에게 죄 없는 시민들을 학살하라고 한다면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또는, 승리를 위해서 선원들이 탄 배에 폭탄을 잔뜩 넣고, 그들을 자살 특공대 삼아 승리를 거머쥐라고 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랜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명령을 따르는 것은 충이 아니다."

말하는 과정에서, 그랜트의 눈에는 빛이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었다.

"한 나라의 주인 되시는 폐하의 행동 하나 하나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후세의 사람들은 그 역사를 읽으며 내가 모시던 왕을 평가할 것이다. 후세에 왕이 욕을 먹을 것이 분명한 행동을, 명령이라고 따른다면 그것이 어찌 충이란 말이냐. 그는 오히려 불충한 자의 행각일 것이다."

그랜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면서 신음하듯이 말했다.

"해군 생활 62년 만에, 나는 처음으로 왕명을 거스르려 하는구나."

바리스는 그 말에 대답했다.

"그것이 오히려, 폐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그랜트는 말을 마치고는 종이를 꺼내 잉크로 편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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