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항해 뜻밖의 해적-148화 (148/159)

0148 / 0160 ----------------------------------------------

삼파전의 냄새

붉게 물든 하늘, 검게 썩은 태양.

그 아래에, 녹색으로 엉겨붙은 바위섬 위에는 네 명이 자리잡고 있었다.

"능력도 떨어지면서, 너무 나댄 것 같은데."

에밀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늘하게 웃고는 눈 앞에 서 있는 게르하르크를 흘긋 바라봤다. 한 쪽 팔이 완전히 썩어 문드러져서, 새하얀 뼈가 다 드러난 손으로 동전을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는 에밀.

그랜트에게 편지 한 장이 전달되었고, 그 편지가 레이먼드에게서 온 것이라는 건 게르하르크도 파악이 끝난 상황이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어차피 내 능력이 통하지 않는 것은 바리스와 그랜트 뿐이었으니."

그 중 하나를 정리할 빌미를 얻었지. 게르하르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에밀을 노려봤다.

게르하르크의 대답에 에밀이 쯧, 하고 혀를 찼다.

"뭐, 명령 불복종과 반역행위 같은 걸로 엮어서 그랜트를 어떻게 하려는 모양인데..."

에밀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을 확인했다.

"그 자식이 다섯 척의 더 쉽을 모으려고 드는 건 여기에 있는 놈들 모두 알고 있어."

그랜트가 그런 식으로 정리되고 난다면 바리스는 곧바로 레이먼드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꼴에 무슨 계략이랍시고 머리를 굴려본 모양인데. 결과적으로는 전혀 이득이 아니지. 그랜트가 그런 식으로 연루되어서 죽게 된다면 바리스는 이전의 원한은 다 잊고 레이먼드와 연합해서 열정적으로 싸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다섯 척의 배가 다 모인다. 다 모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지만, 녀석은 그걸 지상목표로 삼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있어."

그 말에 한쪽 구석에서 흘러내리는 자신의 살점들을 다시 이어붙이고 있던 레인이 입을 열었다.

"그 배들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머저리 새끼."

에밀이 그 말을 듣고는 휘바람을 한 번 길게 불었다.

"아직 나한테 쌓인게 있는 모양이군. 마약이 마음에 안 들었나?"

닥쳐! 레인은 크게 외치고 나서 이글거리는 눈으로 에밀을 바라봤다.

"레이먼드가 정리되고 나면, 다음으로는 바로 네 녀석의 차례다."

무섭기도 하지. 에밀은 어린애가 투정부리는 것을 받아주듯이 비실비실 웃으면서 대답했다.

"레이먼드, 그 자식은 감히 나를 몇 번이고 엿먹인 자식이다. 확신이 없이 그런 움직임을 보일리가 없어."

그때, 어둠고 음울한 목소리가 울렸다. 수백개의 목소리가 겹쳐진듯한 목소리.

"네 녀석이 우리를 부른 것은 그렇다고 쳐도. 어째서 악마들의 시선까지 피한거지?"

에밀은 어깨를 한 번 으쓱 하고 나서 말했다.

"아, 우리는 그 친구들과 계약을 했지. 그리고 녀석들의 목표는 바다를 싸돌아다니는 모든 생명체들의 절멸이고."

거기에 우리는 포함되지 않을 것 같나? 에밀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살펴보았다.

"지금 우리와 그 악마들이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일단 그들도 우리가 필요하고. 우리의 힘이 그들에 기원하고 있기 때문이야."

일이 다 정리되고 난다면 결국에는 녀석들이 우리를 삶아버릴 것이다. 그건 불 보듯이 뻔한 일이지.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에밀."

게르하르크의 말에 에밀이 일어나서 씨익 웃었다.

"궁금하지 않냐? 우리는 그 녀석들에게서 힘을 받았잖아."

근데... 에밀은 팅, 하는 소리와 함께 동전을 높이 던졌다가 다시 받았다.

"악마가 죽고 나면, 우리도 죽는 거냐?"

더 구체적으로 나가보자고. 에밀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의 녀석들을 바라봤다.

"우리가 악마랑 싸우면 질까?"

힘은 그들에게서 받았지만. 종속되어있는 노예도 아니다. 여기에 있는 녀석들이 모두 악마와 연결되어있고, 그 하수인으로써 종속되어있다면 이런 모임을 가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겠지. 에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서, 악마한테 영혼을 판 개병신 새끼가 제안한다, 악마한테 영혼을 판 개병신들아! 한 번 악마랑 놀아볼까?"

에밀은 그렇게 말하고 바다를 바라봤다.

"녀석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강하다, 오만한 새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

게르하르크의 말에, 에밀이 서늘하게 웃었다.

"나는 항상 상대보다 강해지고, 저기 있는 그러니까... 레기온?"

에밀의 말에 어둡게 일렁거리는 형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기온은 상대를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지."

그리고, 에밀은 멀쩡한 한 손의 손가락을 튕기면서 레인을 가리켰다.

"우리에게는 엄청 강한 유리대포도 있단 말이야."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에밀은 그렇게 말하면서 히죽히죽 웃었다.

"녀석들은 지금 지들 목숨에 위협이 갈 것이 뻔한 구슬들을 끼고 하나씩 있지. 머저리 같은 등신들. 나가한테 발린게 운이 없어서가 아니야."

애초에 계약을 제시할 때도 허당같기 짝이 없더니만. 아주 지들이 약점이 있다고 대놓고 광고를 하고 다니잖아. 레이먼드 같은 놈의 눈치라면 이미 녀석들이 구슬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걸 알고도 남았겠지.

"사실, 나가도 전설만 화려하지 별거 아닌 느낌이던데. 저런 병신들 상대로 수백년이나 싸웠다니."

지들 안전을 확보하겠답시고 오히려 적에게 급소를 알려주고 있는 저 꼬라지를 보고 있으면 에밀은 한숨이 다 나왔다. 차라리 그냥 구슬 같은거 몰라요 하고 돌아다니면서 바다를 다 까부수고 다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피해를 입혔을 것이고. 자신들의 약점도 감췄으련만.

"그래도 악마다. 힘은 강대해."

그리고 나는 그것보다 조금 더 강해질 것이고. 에밀은 스산하게 웃었다.

"레기온이 악마를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나는 그것보다 약간 더 강해진다. 그 상태에서 나와 레기온이 악마를 묶어놓고 있으면."

에밀이 레인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 마무리를 치면 끝이야."

게르하르크가 히죽 웃었다.

"말로는 뭘 못하겠나."

그 과정에서 네 도움이 필요하지, 게르하르크. 에밀은 말하고 나서 그를 바라봤다.

"카멜롯 왕국에서 그랜트와 바리스는 빠져나가게 되었다. 피할 수 없는 일이야."

에밀은 말을 하고 뼈만 남은 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겼다.

"확인되는 순간, 곧바로 카멜롯의 왕을 꼬셔내서 너의 함대와 함께 아이리로 진격해."

동맹은, 한 배를 탓다는 것이고. 아이리 공화국은 게르하르크의 함대와 카멜롯 왕국 함대의 연합을 막아낼 만한 힘이 없다. 레이먼드 입장에서는 그 동안에 뭘 준비하고 있던지간에 일단 카멜롯의 공격부터 막아내야 하겠지.

그 벌어진 시간 동안에.

"한 번 악마를 건드려보자고."

그 말에 레인이 서늘하게 말했다.

"나는 레이먼드와 마리아 해적단을 박살내는게 목표다. 그들을 죽이고, 악마가 바다를 정복하고, 결국에는 내가 그들에 의해서 지워진다고 해도 아무 불만 없는데."

그 말에 에밀이 비웃듯이 말했다.

"니 손으로 죽이지 않아도 괜찮나?"

그 말에 레인이 일어나서 외쳤다.

"반드시! 내가 죽여버릴 것이다!"

그 말에 에밀이 크하하하하핫 하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레인과 눈높이를 맞추고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래서 우리는 악마를 먼저 처리해야 하는거야. 지금 우리의 몸으로, 싸울 수 있을 것 같냐?! 서로 얼굴 마주보기만 해도 그 시퍼런 불꽃에 휩싸이잖나!"

바다의 날개 위에 올라가는 것 만으로도 몸에 불이 붙고, 힘이 약해지고, 오래 싸울 수 없다.

"너도, 그걸 모르지 않을텐데, 머저리 꼬맹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힘의 일부를 얻은 정도로는 나가의 유물들에 손을 댈 수가 없다. 즉, 이 힘으로 우리가 녀석들을 직접 처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

설사 악마들이 훨씬 더 강해서 마리아 해적단과 더 쉽들이 패배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새끼들이 뒤지는 얼굴 한 번 못 보고 끝나게 되는 거다! 그딴 피날레를 보려고 내가 악마한테 영혼을 팔았는지 아냐!?"

좆같은 피날레는 한 번이면 충분해! 라고 에밀을 외치고 나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빛냈다.

레인은 그 눈을 바라보면서 차갑게 대꾸했다.

"나도 그딴 꼴 보려고 팔지는 않았지."

에밀이 그 말에 다시 일어나서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악마들의 힘을 흡수해야 하는 거다."

지금처럼 불완전한 능력으로는 택도 없어. 에밀의 말을 듣고 있던 게르하르크가 약간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들의 힘을 우리가 먹을 수 있다고 확신하나?"

에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네가 카멜롯에서 웃기는 연극을 찍고, 저 꼬맹이가 미쳐가지고 바다의 날개로 돌진하고 있을 동안에 나는 뭘 해봤는지 아냐?"

그러면서 에밀이 히죽 웃었다.

"그 사람 머리통에 기생하는 문어 기억하나?"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안에 잔재하는 문어대가리의 힘, 빨아들일 수 있던데."

그렇다는 말은, 어찌 되었떤 악마를 약화시킨다면 그 녀석들의 힘을 우리가 역으로 빨아들일 수 있다는 거지. 에밀은 말하고 나서 그들을 바라봤다.

"거기까지 성공하면 아마 우리 불쌍한 꼬맹이 레인이 녹아내린 살점들을 끌어모아서 다시 잇는 수고는 할 필요가 없어지겠지."

에밀은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하겠나?"

모두가 침묵한 가운데에. 에밀이 미소지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 이것 저것 공모전 준비하려고 했는데요.

저는 재능이 딸려서 한 번에 두개 이상 못하겠더라고요.

뜻밖의 항해가 잘 안써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마음을 먹었습니다.

계속 하던 여기에 집중하려고요. 공모전은 개...ㅃ....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