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항해 뜻밖의 해적-151화 (151/159)

0151 / 0160 ----------------------------------------------

일단락

도리안이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서 미친듯이 정보를 모으고 있을 때, 로트와일러 비어의 문이 열리면서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바쁜 모양이군."

마리아가 그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아, 씨발... 도리안!"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쫄쫄 굶고 있는데 친구가 밥사준다고 해도 이렇게 반갑지는 않을거다!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살아서 숨쉬고 있었구만.

"대충 상황은 파악했다. 돌아다니는 와중에 머메이드 하나를 만났지."

저 무뚝뚝한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엘론델도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서 졸고 있는 상태로도 계속 싸돌아다녔구나. 이제 그랜트 쪽만 잘 풀리면 얼추 완성된다.

처음에는 이 새끼들을 어떻게 묶어내지 하면서 머리를 싸멧는데. 일이 어떻게든 풀려가는구나. 이걸로 머메이드랑 머맨들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다섯 척의 더 쉽이 모두 모여가고 있다.

잠시 뒤에, 빠른 속도로 문을 열고 미나가 뛰어들어오더니 도리안을 보고 눈이 커져서 어...? 하고 있다가 활짝 웃으면서 나를 바라봤다.

"다 되었다. 검은 어금니가 그랜트와 함께 출항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어. 카멜롯에서 추적을 보낸 것을 보니 확실하다."

나쁜 소식들도 그렇지만, 기쁜 소식들도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밀려오는 법이지.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이 완전히 풀리려면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굳이 싸늘한 앤의 얼음조각을 녹여서 건네준 이유가 있는데. 그 보람까지 있으면 좋겠어.

게르하르크가 탐욕이고, 그랜트가 왕에게 보이고 있던 충성심을 고려해보면... 카멜롯의 왕은 원래 그렇게 맛탱이가 간 사람이 아닐 것이다. 정신이 돌아오게 된다면 분명히 그랜트에게 우리와 지겨운 인연을 가지고 있는 사략선장을 막아낼 수 있는 무언가를 주었겠지.

혈서라던가... 여튼 그랜트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무언가를 해주었을 것이다. 만약에 내 예상대로 그랜트가 무언가를 받았다면 그걸 잘 써먹을 수 있다. 분명히 카멜롯의 해군 대부분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일단 한 걸음 나아갔네요."

그러면 게르하르크와의 싸움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랜트의 해전 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다의 악마들과 계약한 네 명이 모습을 비추지 않는다면 이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 되어서까지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리가 없지. 거기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다. 아니, 사실 녀석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불안해질 것이다. 그 새끼들 중 하나는 에밀이 확실하고.

에밀이 성격도 개 또라이에다가 인육이나 쳐먹는 개새끼지만 대가리 굴러가는 건 상상을 초월하니까. 무슨 짓거리를 할 지 감도 안잡힌다.

최종적으로는 그랜트가 아이리 공화국으로 침공하려고 하는 게르하르크를 막아내면서.. 그 사이에 우리는 머메이드와 머맨과 함께 우리가 가진 다섯 척의 배를 나가들이 살아있을 적의 모습으로 진화시키는 거다. 그리고 나서 그 악마들이 끼고 돌고 있는 구슬들을 하나씩 격파. 짜잔, 해피 엔딩. 일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하던 해적질 계속하고, 아이리와 카멜롯은 우리를 막으려고 기를 쓰면서 서로 싸우는 이전의 평화로운 바다가 찾아오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그게 평화로운 바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골치 아픈 일들 보다는 그게 삼천배는 평화롭다.

그나저나 진화에 목숨을 건다니 이게 디지털 괴물 나오는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말이지. 어찌 되었던, 생각했던 것 만큼 일이 잘 풀려가고 있었다.

나는 먹고 있던 식사를 확인하고 나서 외쳤다.

"여기 맥주 한 잔! 그리고 소시지 좀 한 접시 가져와!"

거 좋은건 나눠 먹자! 라고 말하면서 마리아가 히죽 웃으면서 옆구리를 쿡 찔렀고. 진짜 모처럼 편안한 분위기 안에서 로트와일러 술집 안에 즐거운 술자리가 열렸다.

술자리가 길어지자, 사람들이 일어나서 자러 가고. 나와 마리아가 서로 마주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금이 겨울이지?"

겨울도 이미 한 고개를 넘었다. 더 추워지지는 않고 점점 힘이 약해지다가, 곧 봄이 올 것이다. 마리아는 조용히 자신의 술잔을 바라보고 있다가 말했다.

"다음 해 여름이야. 까먹었다고 하면 머리에 총알 날아간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가르시아 해의, 어머니 무덤 말씀하시는 거지요."

이 상황에서 머리에 총 맞을 수는 없지.

가기로 했던 그 장소. 여름이면 가르시아 해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바다의 날개가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고. 그 전에는 이 더럽게 어려운 문제가 해답이 나올 것이다.

"그때 가서 거기 너무 추워요 어쩌구 저쩌구 하면 불알을 잘라서 콩기름에 볶아버리겠어."

맛은 없겠는데요 그거. 나는 애매한 표정으로 맥주를 들이켰고. 마리아도 그걸 보다가 맥주를 마셨다.

=====================

병신들, 에밀은 혼자 바닷 속에 잠겨서 히죽 웃고 있었다.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도 대가리까지 좋아지는 건 아닌 모양이지. 아니, 오히려 그 계약으로 인해서 그들을 지배하게 된 감정들 때문에 더 맛탱이들이 가서 제정신들이 아니게 된 모양이다. 안 그래도 대갈통이 술통이던 자식들이 이제는 그 안에 들어있던 술까지 없는 정도니.

레인은 증오에 맛이 갔고, 게르하르크는 악마의 힘을 가질 생각에 탐욕으로 눈이 번들거린다. 그리고 레기온은... 다른 녀석들이 먼저 그 힘을 가지게 될 까봐 머리를 굴리고 있을 뿐이다. 모두 에밀의 손 안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있다. 지들이 춤을 추기 전에 벌컥벌컥 들이마신게 독이 듬뿍 들어있는 독주인줄도 모르고.

간단하지만, 간단한 만큼 압도적이고 효과적인 계획이다. 에밀은 항상 누구와 싸워도 그보다 강해진다. 그게 그가 계약을 하면서 받은 힘.

"게다가..."

그는 오만이라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그의 삶 자체가 그것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누구 위에 올라서 있다는 고양감은 그가 평생에 걸쳐서 다른 사람들을 비명지르게 하고, 그 살점을 먹으면서 느껴왔던 것이니까. 오만이 그의 판단력을 흐리는 법은 없었고, 때문에 네 명의 계약자 중에서 이전의 정신상태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악마들의 힘은 교묘한 함정일 뿐."

처음으로 악마를 제거하는데 성공한다면, 에밀은 한 발 물러서 줄 것이다. 사이 좋게 나눠가지라지. 까짓거.

악마들에게서 힘을 빼낼 수 있다면, 서로에게서도 힘을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악마만 먹어치우는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먹어치울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 그게 악마들이 말했던 왕관이라고 하는 물건인 모양인데. 에밀은 왕관 그 이상을 손에 쥘 계획을 만들어냈다.

그 모든 힘들이, 최종적으로는 에밀에게 돌아갈 것이다. 하나씩 처리한다면 에밀이 다른 녀석들에게 발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그 레기온인지 뭔지 하는 새끼가 걸리적거리는데."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상대를 끌어내려버리는 능력. 남들보다 항상 위에 서는 에밀의 힘과 부딪치게 된다면 누가 승리하게 될까.

거기에 에밀의 도박이 있다. 이기게 된다면 모든 것을 가지지만, 지게 된다면 모든 것을 잃고 끝나겠지.

"그 정도의 도박을 해볼 만한 그림이야."

네 마리 악마의 힘들이 모두 그들과 계약한 자들에게 나눠지고. 에밀은 마지막에 그들을 제거하고 그 모든 힘을 흡수한다. 그걸로 에밀의 모든 포석은 깔리고. 남은 것은 레이먼드가 잡아먹히는 그림. 그 정도의 힘을 얻는데 걱정되는 일 없이 잘 풀릴 것 같으면 오히려 굉장히 불안해 해야 하는게 정상이다.

레기온이 가장 걸리적거리는 상대이기에, 그에게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악마의 힘을 넘겨주지 않는다. 레인과 게르하르크가 그 힘을 먹어치울 때 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때가 되면 게르하르크와 레인을 먹어치우고 나서 레기온을 필사적으로 제거한다.

악마 세 마리와 계약자 네 명. 그 힘이면 악마 한 마리는 혼자서도 요리할 수 있겠지. 에밀은 씨익 웃으면서 뼈만 남은 손으로 돌을 따다닥, 두들겼다.

"무슨 잔머리를 굴리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이먼드."

그 녀석의 계산에는 바다의 악마들이 가진 모든 힘이 한 존재한테 몰리는 것은 없을 것이다. 네 마리 악마와 네 명의 계약자들. 그 모든 힘을 에밀이 먹어치우고 나면 에밀이 가지고 있게 될 힘은 레이먼드가 하고 있는 계산과 상상을 훨씬 웃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밟아주지."

섬세한 계획이라고 해도, 한 명이 가지고 있는 의외의 가능성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에밀은 경험했다. 로제, 원래대로라면 진작에 사로잡혀서 인질이 되고 찾아온 레이먼드와 마리아가 손쓸 방법이 없이 그대로 끝나는 것이 에밀의 계획이었지만.

로제가 생각 이상으로 강건했고 결과적으로 에밀이 만들어놓은 섬세한 계획은 허무하게 무너졌었다. 심지어 나름의 보험이라고 생각했던 마약까지 딛고 일어나버렸으니.

너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부셔주마.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들어놓은, 꽤 괜찮은 계획이 단순한 무력 때문에 박살나는 모습을 보며 절규해라. 빌어쳐먹을 새끼.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