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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롤로지움 - 모먼트
상어머리와 엘론델은 오롤로지움을 이용해서 바다의 날개를 비롯한 다섯 척의 더 쉽들의 시간을 되돌리고 난 다음에 자리를 비웠다. 이미 그 억누름 만으로 승산을 잡기에는 에밀이 답도 없이 강대하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나을테니. 지금이 주변을 방어해주고 있는 구슬들의 힘을 이전에 계획했던 대로 악마들의 힘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준비가 완료된다면, 엘론델이 건네준 흑진주가 빛나기 시작할 거다.
약간의 준비시간 뒤에, 저 괴물 또라이와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은 사라질 것이다.
그때가 된다면, 싸움이 시작되겠지.
바다의 날개 위에서, 어두워진 밤하늘 아래로 드리워진, 구겨지고 금이 쩍쩍 가 있는 푸른 장벽을 바라보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니미, 저 새끼는 잠도 없나."
건물 한 채 만한 물기둥을 하루 종일 휘두르고 있으면, 좀 지친 척이라도 해라. 나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바다의 날개 옆에서 부유하고 있는 방랑자를 바라봤다. 그 위에는 미나가 서 있었다.
"무리한 부탁을 해서 미안해, 미나."
방랑자의 선장이 죽어버렸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특성상 방랑자는 바다 아래에 있었을 것이고, 바다 아래에서 저렇게 구멍이 숭숭 뚫려버리면 안에 있는 선장은 살아나갈 방법이 거의 없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누구 하나가 방랑자의 선장을 다시 해줘야 했다.
마리아는 바다의 날개 선장이고, 로제는 바다의 날개 물대포를 잡아야 한다. 로만은 싸늘한 앤의 선장이다. 여기에 있는 자들 중에서 배를 운용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다 더 쉽에서 꼭 필요한 위치를 잡고 있다.
미나를 제외하고는.
"... 괜찮다. 어차피 이번 한 번 뿐이니."
미나는 그렇게 대답했고, 마리아는 나를 보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승산이 있어보이나?"
그 말에 나는 하늘을 다시 한 번 잠깐 바라보고는 다시 마리아를 바라봤다.
"저거 말입니까?"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냥 애들 장난이죠."
나의 대답에, 마리아가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그래, 애들 장난이지."
시팔, 애들 장난이 저런 규모라면 소말리아는 무슨 동네 놀이터겠네. 스스로 말하고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내가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는데, 로제가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계획은 있어요?"
나는 그 말에 여전히 모닥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글쎄, 나는 딸이 좋으니까. 딸만 셋 정도 낳았으면 좋겠는데."
로제가 그 말에 혀를 차면서 대답했다.
"농담하기 좋은 시점이 아니잖아요."
농담 아니야. 나중에 딸이 좋을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 저게 계획으로 잡을 수 있는 물건으로 보이냐?"
레이드는 계획적으로, 막 이런건가. 내 말에 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생각 없이 레이먼드가 바리스와 도리안을 먼저 배 띄워서 나가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나는 그 말에 조용히 대답했다.
"그 배들은 그 편이 훨신 더 강해지니까."
마리아가 모닥불을 다시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 머리 위에서 신경 사납게 두들기는 녀석이 없었으면, 지금 쯤 승산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거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맨과 머메이드가 종족의 수명을 통째로 때려박아서 되돌려 놓은 더 쉽들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문제는 적도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는 점. 바리스와 도리안은 이미 나와 이야기를 끝내놓고 나서 바다로 나가 있었다. 에밀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로.
이전의 모습을 되찾은 검은 어금니와 안개의 미아는, 그렇게 있는 편이 훨씬 더 강력하다.
그때, 흑진주가 빛나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그걸 보고는 얼굴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약간 거리를 두고 있는 싸늘한 앤에 대고 소리쳤다.
"준비 됬냐!"
그 말에 저 쪽에서 외침이 다시 들려왔다.
"네놈들이나 잘 해라!"
마리아는 급하게 움직이는 선원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똥오줌은 가려놨겠지! 엉덩이에 힘 빡 주고! 다구리에 장사 없다고 하잖냐! 1대 5면 어떻게든 이기겠지!"
별로 희망적이지 못한 메시지인데...! 미나가 타고 있는 방랑자는 다시 바다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고.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조타륜을 잡았다. 그리고, 마리아는 갑판 위에서 머리 위에 선장모를 쓰며 외쳤다.
"바다의 날개는 바뀐것도 별로 없잖아! 이전처럼 하자고, 이전처럼!"
바뀐게 없다니... 최고속력이 160까지 올라가게 되었는게 그게 어딜 봐서 바뀐게 없어. 존나 바뀌었지.
나는 러셀의 검을 잡고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고, 바다의 날개 주변에 투명한 막 같은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배가 너무 빨리 움직이면 맞바람이 엄청나니까. 그걸 막기 위해서 만들어낸 나가의 사이오닉 쉴드 같은 거인 모양이다.
딱히 우리 뿐이 아니라 다른 배들도 다 가지고 있는 기본 옵션이다. 싸늘한 앤이야 뭐... 애초에 배가 부서지질 않는데 굳이 쉴드를 달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선원 생각이라고는 좆도 해주지 않는 무심한 나가 새끼들.
"대포 바꾸는 건 숙지했다고 믿는다! 그럼..."
바늘에 드리워져 있던 푸른 벽이 사라지고. 나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바다의 날개 위에서 외쳤다.
"끝장, 막장, 엔딩을 보자고!"
내리실 역은 없어. 씨발 이미 지나쳤다고. 차라리, 그 이전의 불안하던 마음이 조금은 정돈되는 기분이다. 눈 앞에 괴물딱지 같은게 있고, 끝이 멀지 않았다고 느껴지니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에밀이 후려치던 손을 멈추고는, 이쪽을 보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며 히죽 웃는다.
- 뭐야, 방패 들고서는 계속 막고 있길래 엄청 대단한거 준비하나 했더니. 결국에는 또 그 조각배냐? 발전이 없는 놈들이군. 속도는 좀 더 빨라진 모양이다만.
저거 목소리 울리는거 봐라. 건방지게 누가 목소리에 에코를 넣으래?
녀석이 말하고 있는 와중에 나는 조타륜을 확 틀어버렸다. 바다의 날개는 이전의 속력 때문에 쫙 미끄러지면서 측면이 에밀에게로 향한다.
"니가 말한 그 그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 그거는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고, 마리아가 빠르게 눈을 움직이면서 말했다.
"우측면, 갈기고! 레이먼드, 포격 끝나면 최대한 크게 돌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에밀은 여전히 실실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 그 애들 장난감 같은 물총으로 뭘 하겠다는...
그때, 에밀의 목이 그대로 몸통에서 떨어졌다.
"넥 슬라이스를 할 수 있지! 이 존만한 딱따구리 새끼야!"
완전 마x구만! 계약해서 마법소녀나 되어버려라.
떨어져 나간 에밀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와 다시 몸통과 이어진다.
- 수압인가? 애들 장난같은 걸 하는군.
애들 장난 아닌데! 이거 대충 봐도 이전에 가속하듯이 쓰면서 뿌리고 다니면 스치는 족족 배가 반으로 갈릴걸! 에밀이 손을 슥 흔들자, 수백개가 넘어가는 물 덩어리들이 우리를 노리고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걸 확인한 마리아가 곧바로 외쳤다.
"왼쪽으로 돌려!"
나는 그 말에 쏟아지는 물덩어리들을 보고 왼쪽으로 조타륜을 돌렸고. 서너 개 정도의 물방울들이 배를 보호하고 있는 투명한 막에 부딪치더니 그대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면서 배를 흔든다.
... 물폭탄이냐? 바다에 떨어진 수많은 물방울들도 거의 3~5미터 정도 되는 물기둥들을 솟구치게 하면서 터져버렸다.
"도대체 씨발, 준비는 언제 완료...!"
상어 머리통과 엘론델이 너무 느린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에밀의 온 몸에 시퍼런 불꽃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 ... 날씨도 추웠는데. 뭐 이런 배려까지.
그렇게 말하면서 에밀이 주먹을 꽉 쥐었고. 바다의 날개가 가고 있는 곳 정면에서 수백개의 물기둥들이 솟구쳐 꿈틀거리며 이쪽으로 쇄도한다.
쇄도하던 물기둥들이, 그대로 얼어붙어버리고. 나는 재빠르게 조타륜을 돌려서 이미 꽝꽝 얼어붙어버린 그 얼음지대를 피하는데 성공한다.
- 아, 싸늘한 앤. 로만도 함께 있었지.
자신의 몸통이 얼음에 휩싸여 있는데도, 태연한 목소리로 에밀은 중얼거리고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 뭐, 어차피 쓸 때마다 지 몸 축나는건 레인이랑 똑같으니. 그냥 버려두면... 안되겠군.
맞아, 그냥 버려두면 되게 좆같아질거다. 지금 로만은 도리안의 황도궁의 금시계 효과를 보고 있으니까. 몸이 축나도 다시 멀쩡해지지. 애초에 싸늘한 앤 위에 타 있는 사람은 로만 혼자다. 다른 선원들은 배 박살나면 죽어버릴테니까. 게다가 싸늘한 앤이 굳이 돌아다녀야 할 필요는 없다. 그냥, 계속해서 에밀을 얼려버리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네 녀석은 국가의 수치 중에서도, 그 유래가 없는 쓰레기다. 에밀 메이너스!"
로만이 에밀을 향해 남아있는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외쳤다.
- ... 뭐, 믿고 비빌만한 이유가 없었던 건 아니군.
그렇게 말한 다음, 에밀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봤다.
- 이게 다냐? 에피타이져 거리도 못되겠는데.
그리고, 에밀의 몸이 점점 부풀어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에밀의 등 뒤로 꿈틀거리는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해파리의 촉수도 있었고 문어의 다리도 있었고, 거대한 뱀의 대가리도 있었다.
종합 선물세트냐, 아니면 해물탕?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 거대한 육괴 덩어리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에밀의 몸을 먹어치웠고. 이내 그 가운데가 쩍 열리면서 엄청나게 커다랗게 확대된 에밀의 머리통이 드러났다. 그 얼굴의, 거의 배 한 척만한 크기의 눈동자 한 쌍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코스믹 호러를 찍는구나. 씨발 새끼가.
- 크하, 으하하하하하하하! 걱정하지 말아라 레이먼드, 너를 죽이는 건 제일 마지막이 될 테니까! 차라리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해주지! 네 녀석을 죽이기 전에 그 마리아라는 년과 로제를 네 눈 앞에서 수천번은 강간하고, 죽였다가 살려내서 다시 강간하고, 정신 이상이 되어서 맛탱이가 가고,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똥오줌도 제대로 못가리면서 살려달라고 비는 모습을 감상하게 해주지! 사지가 토막난 채로 저 년들이 싸재낀 오물덩어리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면서 살려달라고 비는 꼴을! 네 녀석의 눈꺼풀을 뜯어내서 눈을 감지도 못하게 하고 계속해서 백년 정도는 보여주마!
웃는 것 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통째로 울리고 속이 함께 울렁거린다. 아니, 씨팔 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못했냐!? 너 새끼 따위가...! 니가 빡칠만한 일을 한 건 그냥 한 번 비웃은 거 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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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