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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롤로지움 - 모먼트
어찌 되었던... 나는 일단 그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1차 예상은 맞았구만."
저 새끼 더 이상 사람이라도 보기는 힘들었으니까. 뭔가 거대해질 거라고 대충 추측해봤었는데.
문어도 엄청 거대하고, 해파리도 엄청 거대하다. 악마들은 큰 힘을 가지면 크기가 커지는 모양인데. 혼자서 다 쳐먹은 새끼가 사람 크기로 있을리가 없잖아. 지금 쯤이면...
바리스와 도리안도 상황을 파악했을 것이다.
에밀이었던 거대한 육괴 덩어리에서 수십개의 물컹거리는 살점 타래들이 이쪽을 향해서 휘둘러졌고. 그럴 때 마다 바다의 날개에서는 계속해서 그 살덩이들을 물대포로 썰어버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육괴덩어리의 정수리 부근에 검은색 말뚝 하나가 퍽, 하고 박혀들어갔다. 젠장, 저거 생각보다 단단한 모양인데. 깊히 박혀들어가지는 않았어.
- ... 따갑지도 않군.
너무 속단하시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이쪽을 향해서 휘둘러지고, 쏘아지고 있는 수백발의 고깃덩어리들과 물줄기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시팔, 다 피할수는 없어. 투명한 막이 울렁울렁 흔들리며 충격을 받아내고, 그와 동시에 배가 미친듯이 좌우로 흔들린다.
그리고, 육괴의 정수리 쪽에 박혀있던 검은 말뚝의 머리 부분이 반짝 하고 빛났다.
콰앙, 하는 폭발음과 함께, 박힌채로 고정되어있던 말뚝이 절반 정도 쑥 안으로 박혀들어간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못을 망치질 하는 것 처럼.
계속해서 콰앙, 콰앙... 하는 소리가 들리고. 검은 말뚝은 계속해서 에밀의 몸 속으로 깊숙하게 박혀들어가다가, 종국에는 완전히 꿰뚫어버리는데 성공했다.
- 소용없는 짓거리다.
그때, 에밀의 옆구리 부분에 납작하고 작은 쇠그릇 수십개가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 쇠그릇들이 사방으로 가느다란 실들을 발사한다.
몇 가닥은 허공으로 그냥 뿌려지지만, 대부분의 쇠그릇에서 발사된 실들은 근처에 있는 암석들이나, 바다 아래에 있는 땅을 꽉 쥐었고.
그대로 그 실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에밀의 살점들을 한 움큼씩 뜯어낸다.
"... 무슨 놈의 몸빵이."
체력에다가 올인한건가. 아파하는 흉내라도 좀 내주지 그래?! 목이 썰리고 얼어붙고 몸 안을 말뚝이 관통하고 살점이 뜯어져 나갔는데 어떻게 표정의 변화가 없냐.
- 날파리 같은 새끼들이.
이런 씨팔! 나는 사방에서 솟구쳐서 이쪽으로 밀려오는 거대한 물의 손들과, 그 사이사이로 날뛰고 있는 용오름을 보면서 경악했다. 피하려면...!
"가능하겠냐!?"
마리아의 말에 나는 입을 열었다.
"저건 못피합니다, 아무거나 꽉 잡...으세요!"
배가, 그 공격들을 쳐맞으면서 그대로 공중으로 붕 날았다. 야구공이 빠다에 정타로 맞은 것 마냥 날아가는 배 위에서 마리아가 급박하게 외쳤다.
"배 균형 잡아 새끼들아! 뒤집어지면 끝이다!"
그 말에, 다시 물대포 형태로 바뀌어진 바다의 날개 함포가 계속해서 물대포를 쏘아내며 균형을 잡은채로 바다 위에 퍽 떨어진다. 그리고 우리를 감싸듯이 일어나는 거대한 물보라들.
- 욕조에서 물장난치는 기분인데.
그 사이에도 계속해서 검은 어금니가 공격을 하고 있지만. 에밀은 이제 거기에는 신경도 쓰고 있지 않았다. 에밀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육괴가 꿈틀거리면서 거대한 주먹의 모양이 되고. 에밀은 그 거대한 주먹으로 해수면을 내리 찍었다.
수십, 어쩌면 백미터를 넘을 정도로 거대하게 솟구친 살인적인 크기의 물기둥. 그리고 그것이 가라앉으면서 이 주변의 바다를 통째로 뒤흔든다. 그 물기둥으로부터 사방으로 뻗어지는 거대한 해일들...
그 상태 그대로. 싸늘한 앤이 밀려오는 높은 해일을 통째로 얼려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힘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해일이 부서져내린다.
그 해일들 사이로 뻗어져 휘둘러지는 수십 가닥의 시뻘건 촉수들. 나는 바다의 날개 속력을 올려서 그 녀석들을 회피하기 시작하고, 마치 유도미사일이라도 된 것 처럼 이쪽으로 꺾이면서 계속해서 다가오는 촉수들에 내 손과 시선이 바빠진다.
"하나.... 둘.... 지금! 왼쪽 칼날 발사아아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타륜을 확 꺾었고, 명령과 동시에 발사된 물대포들이 다가오던 촉수들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나는 잠깐 하늘을 바라봤다. 짙게 깔려있는 구름. 마리아가 그걸 보고 나를 향해서 외쳤다.
"되었다, 레이먼드!"
하, 오래걸린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진짜 더럽게 오래걸리네.
나는 말하고 나서 재빠르게 방향을 돌려서 싸늘한 앤 쪽으로 향했고. 로만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마리아가 외쳤다.
"준비 끝났어!"
로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하고 내쉬는 숨은 그대로 하얗게 얼어붙고. 로만이 손을 내밀어 에밀을 겨누었다. 그걸로, 에밀을 감싸고 거대한 얼음이 만들어진다.
그 얼어붙은 에밀의 정수리로, 다시 한 번 바리스의 검은 말뚝이 틀어박힌다.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우르릉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에밀의 머리에 틀어박힌 검은 말뚝 뒤로 벼락이 내려찍히기 시작했다.
"그 안개가 사실은 구름 용도였을 줄은 몰랐지..."
안개의 미아가 아니라 마른하늘에 날벼락 정도의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까. 자성을 띄고 있는 안개를 하늘 위에 잔뜩 뿌려서, 벼락구름을 만들어 내고 그대로 내리 찍어버린다.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벼락이잖아. 많이 아프지 않을까?
"별로 아파보이지는 않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씨팔... 진짜로 저건 다섯 척의 배 가지고 잡아내는 게 무리인가. 벼락은 계속해서 내려치고 있었고, 검은 어금니는 계속해서 꿰뚫고, 방랑자는 살점을 뜯어내고 있었지만. 불사신이라도 되는 것 처럼 뜯어져나가고 얼어붙고 구멍난 곳들이 계속해서 다시 새살이 차오르며 회복된다.
그 광경 속에서 침묵하고 있던 에밀의 입이 열렸다.
-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재미 없었군. 내가 도대체 뭘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겠을 정도다.
그 말과 함께, 해수면 아래에서 수백개의 물기둘들이 일어나면서 싸늘한 앤과 바다의 날개를 꿰뚫어버린다. 꽤 오랫동안 버텨주었던 투명한 막이 그대로 작살나버리고, 배를 꿰뚫은 물기둥이 높이 솟구친다.
마치, 물로 된 작살이 수십개 배에 박혀들어간 것 같은 모습. 뒤편을 돌아보니, 안개의 미아와 검은 어금니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도 높은 물기둥들이 솟구치고 있었다. 바다 아래에 숨어있던 방랑자가, 여기저기가 박살난 채로 죽은 물고기처럼 바다 위로 떠오른다.
- 걱정하지 말아라.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까, 아직은!
에밀이 허연 이를 드러내면서 웃기 시작했다.
- 크하핫, 아하하하핫! 말했듯이, 아무도 곱게 뒤지지는 못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으로 네 녀석들을 철저하게 짓이겨주지! 그리고, 그 모든 고통과 분노를 너에게 쏟아내는 과정을 보면서 절망해라!
나는 살짝 시동을 돌려 보았지만. 바다의 날개는 더 이상 제대로 기동하지 않는다. 싸늘한 앤은, 그렇게 꿰뚫리고 나서도 혼자 열심히 에밀을 얼리려 하고 있었지만. 에밀이 입고 있는 피해는 거의 없다. 나는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장님, 갑판 아래로."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바라본다.
"지랄하지 마."
나는 그 말에 다시 입을 열었다.
"마리아, 부탁이야. 날 믿어줘."
내 말에 마리아가 계속해서 뭐라고 말하려고 하다가. 잠깐 입을 다물고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천천히, 그 거대한 육괴 덩어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에밀의 모습이 다시 이전의 사람이었을 적 모습으로 변한다. 마침내, 더 이상 싸늘한 앤도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녀석은 천천히, 자신을 가두고 있던 얼음 덩어리들을 부수고 부서져버린 바다의 날개 위에 내려앉았다.
"여어, 꼴이 보기 좋은데 그래."
에밀은 나를 보면서 비웃듯이 히죽거렸다. 나는 별 말 하지 않고, 바다의 날개에 박혀들어가 있던 러셀의 검을 뽑아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밀은 실실 쪼개면서 입을 열었다.
"계속 할 생각인가? 가소롭기 그지없어."
나는 그 검을 들고 에밀을 향해 달려갔고. 그의 등 뒤에서 수십개의 촉수들이 튀어나와 내 몸을 꿰뚫어버린다. 그리고, 입에서 피가 울컥 토해진다. 온 몸으로 고통이 달리기 시작한다.
"봐, 약속대로 죽이지 않았지. 아픈가?"
에밀은 그렇게 말하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나를 끌어당겨 자신과 눈을 맞추었다.
"끝났네, 뭐... 잘가라."
에밀은 그렇게 말하면서 파하, 하고 숨을 내쉬었다.
"아, 씨팔. 꼭 이 말을 되돌려주고 싶었거든."
그리고 나서 에밀은 나와 눈을 맞추고 눈웃음을 지었다.
"누가 제일 소중하지? 그 여해적, 아니면 로제? 아니면 지금 방랑자 아래에 틀어박혀서 네 이름을 부르고 있는 항해사?"
누가 고통받는게, 네가 고통받는 것 보다 괴로울 것 같아? 나는 에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에밀은 음침하게 웃으며 내 뺨을 툭 건든다.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어차피 종국에 가면 모두 다 미쳐있을테니까. 믿어도 좋아. 순서 차이일 뿐이라고."
난 전문가잖아 그런거. 문득 생각난 듯이 에밀이 나를 보고 히죽 웃었다.
"내가 요리 잘 하는 거 알고 있겠지. 기다려보라고, 나중에 만찬을 한 번 대접해줄게. 혹시 자궁 같은 거 먹어본 적 있나? 걱정하지마, 약간 혐오스러울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원래 한 일주일 굶으면 다 잘 쳐먹더라."
나도 그걸 요리하는 건 처음인데... 에밀은 실실 웃으면서 계속해서 혀를 놀리고 있었다.
나는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 조용히 에밀의 소리를 듣고 있다가, 입을 열어서 중얼거렸다.
"... 30일."
마침내, 내 입에서 한 마디가 나왔고. 에밀이 내 입가에 자신의 귀를 가져가면서 말했다.
"응? 뭐라고?"
나는 고개를 들고, 에밀을 바라보면서 쿨럭, 하고 피를 토한 다음에 씨익 웃었다. 눈 앞이 시뻘겋게 변해있고, 그 너머로 에밀의 얼굴이 비친다.
"30일 되감는다고 했다. 이 병신 새끼야."
그제서야, 나의 왼손에 들려있는, 에밀의 촉수에 닿아있는 작은 모래시계에 에밀의 시선이 닿는다. 눈치채도, 너무 늦었어. 나는 에밀의 몸으로 천천히 밀려들어오면서, 그의 움직임을 구속하는 붉은 모래들을 바라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니 비장의 수단이었나?"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에게 달라붙는 붉은 모래를 바라보고 있던 에밀이 비웃듯이 나를 보면서 몸을 움직이려고 해보지만. 에밀의 눈에 약간 당황이 떠올랐다.
"뭐냐, 이건."
그 말에 나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네 놈의 시간이, 30일 전으로 돌아가는 거다."
셀키가 이전에 해주었던 말이 있었지.
- 시간을 희생하는 생물의 동의가 없으면 모먼트는 작동하지 않아요. 협박이나 강요에 의한 희생도 불가능해요. 순수하게 자의로 스스로의 시간을 희생하는게 아니면 모먼트는 효과가 없어요.
하지만...
- 그렇게 희생된 시간으로 되감는 대상은 의지가 없어도 괜찮지만... 시간을 희생하는 건 반드시 생물이어야 해요.
30년, 머맨과 머메이드들이 저 새끼 하나 때려잡기를 원하면서 희생했던 시간들이 에밀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모든 배들을 다 멀쩡한 모습으로 되감고 나서, 남아있던 부스러기 시간 30년.
모먼트가 희생하는 사람의 의지를 중시하기는 하지만, 되감기는 사람의 의지는 별로 존중하지 않는 모양이니까. 나는 빨간 모래에 휘감기기 시작하는 에밀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설마, 니가 거기에서 하루 종일 시퍼런 벽이나 두들기고 있을 동안에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있었을 줄 알았냐?"
그냥 더 쉽들 가지고 이길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지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을 걸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결국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던 모양이다. 굉장히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무턱대고 바다의 날개에 타서 나 혼자 타고 접근하려고 했다면. 네 녀석이 의심을 하지 않을리가 없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저기에서 싸늘한 앤을 타고 있는 로만이 저렇게 처절하게 싸웠을리도 없지.
로제는 연기를 잘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다른 녀석들이 이렇게 함께 절박하게 싸우면서 네 녀석의 시야를 좁혀 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에밀은 더 쉽 말고 다른 수단이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겠지.
예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저 자식은 지금 지 잘난맛에 살고 있는 오만의 화신이니까. 그게 자기 머리 회전을 멈추게 해 버린 것이다.
이걸로 끝이다.
30일 전에, 너는 뭐였지 에밀?
악마랑 계약을 했었나, 아니면 그것도 하지 못한 상태였나?
어찌 되었던... 지금처럼 모친출타한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을텐데.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움직이려고 발악하는 에밀의 목덜미를 타고 천천히 붉은 모래가 달라붙어올라가기 시작한다.
붉은 모래에 뒤덮혀 있던 에밀의 몸과, 거기에서 뻗어져 나온 촉수들이 모래가 흩어지면서 천천히 부스러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래더미가 흩어지면서 에밀의 모습이 나타난다. 나는 온 몸에서 구멍난 포도주 자루처럼 피를 흘리면서 히죽 웃었다.
"여, 상태 좋아보이는데."
에밀의 얼굴은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모든 힘이 사라졌다. 그는 이를 갈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온 몸에는 시퍼런 불꽃이 엉겨붙고 있었고. 에밀의 몸은 거기에서 오는 고통으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하...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네 녀석도 더 이상 살아남기는 글러먹었으니. 나란히 뒤지는 것도!"
뭐라는거야 병신이. 학습능력이 없나. 나는 히죽 웃으면서, 내 가슴에 올려져 있는 모먼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하루..."
30일은 머메이드와 머멘이 희생하고 나서 남은 30년을 사용했고. 어젯 밤에 몰래 내 1년을 사용해서 하루를 더 채워놓았다.
때로는, 1년보다 하루가 더 중요한 때가 있는 법이니까. 붉은 모래가 내 몸을 감싸기 시작하고.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몸은 하루 전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에 러셀의 검을 다시 쥐었다.
다섯개의 구슬이 만들어낸 힘에다가, 부서지기는 했지만 나가의 유물인 바다의 날개 위에 서있는 바람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타오르고 있는 에밀에게 다가갔다.
"이걸로 4번째 나의 승리다."
내가 제갈공명도 아니고 일곱 번이나 봐주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나는 그의 가슴을 향해서 러셀의 검을 밀어넣으면서 말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별거 아니었네. 멍청한 새끼."
이... 개새끼가아아아아! 에밀이 불타오르는 와중에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손을 뻗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손을 한 손으로 꽉 붙잡고. 그를 보면서 말했다.
"바다는, 그 죽음을 내어주리라."
길고 좆같은 인연이었다.
"만나서 좆같았다, 에밀. 나중에 죽어서, 심연에서 보지."
푸른 불꽃들이, 천천히 에밀의 몸에서 살과 근육을 씻어내고, 새하얀 백골이 드러난다. 거기에도 불이 붙어서 시커멓게 숯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완전히 숯검댕이가 되어버린 에밀의 몸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기 시작한다.
그걸 바라보면서 나는 박살난 배의 난간에 기대어서 중얼거렸다.
"씨팔... 드디어 끝났다."
============================ 작품 후기 ============================
다음 화부터는 에필로그랑 후기가 되겠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