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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숨찐 옥탑방 억만장자-100화 (100/281)

100. 돈 냄새

청명 백화점 이사 곽수천이 화를 냈다.

“우리가 누구인지 알면서 감히….”

선우현이 말했다.

“뻔하네. 두 백화점의 3세들이 상대를 납치하면서 싸우는 걸 보고 돈 냄새를 맡은 거지.”

곽수천은 당황했다.

“무슨 돈 냄새?”

“너는 유소율 이사를 납치했으니까 경찰에 신고는 못 하겠지. 상대가 일반인이 아니라 동급인 백화점 이사니까 말이야. 저놈들은 그걸 약점으로 잡고 제대로 뜯어먹겠지.”

“그런 사소한 문제는 소율이랑 잘 화해하면 돼!”

“그래. 화해하면 되지. 그런데도 저렇게 쳐들어왔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냐?”

“어?”

“유소율 이사가 너랑 화해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할 생각이겠지.”

“그게 무슨….”

유소율은 깜짝 놀라 박서윤의 옆에 달라붙었다.

두목이 웃었다.

“크하하하. 똑똑한 놈이군. 맞아. 유소율 이사는 옆에 그 아가씨를 칼로 찔러야 해. 그래야 신고를 못 하니까.”

박서윤이 유소율을 슬쩍 밀었다.

“좀 떨어져 있어요.”

“나, 난 서윤 씨를 안 찌를 거예요!”

“알았으니까 떨어져 있어요.”

두목이 쓰러진 세 놈을 가리켰다.

“그런데 먼저 와서 상황을 정리해놔야 할 놈들이 저렇게 됐단 말이야.”

두목이 선우현을 노려보았다.

“네놈 짓이겠지. 너처럼 잘 치는 경호원은 계산에 없었는데 말이야.”

선우현이 물었다.

“야. 뭐 하나 물어보자. 지금 우리 몇 명 잡겠다고 너희 조직이 다 몰려온 거냐? 한 놈도 남김없이?”

두목이 어깨에 걸친 쇠파이프를 흔들어 보였다.

“내가 뭐든 확실히 하는 편이라서. 덕분에 저 세 녀석이 저 꼴이 돼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지.”

“잘됐네.”

“음?”

“귀찮게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으니까.”

두목이 실실 웃었다.

“이거 미친놈이군. 우리는 일곱이다.”

“일곱이면 뭐 달라지냐?”

“설마 저기 있는 두 놈을 믿는 건 아니겠지? 저런 놈들은 한 방이면 끝이야.”

“아. 저놈들이 있었지.”

선우현이 곽수천과 백태형에게 말했다.

“너희 둘 말이야.”

곽수천이 큰소리쳤다.

“소율이랑 박서윤 씨는 우리가 지키겠다!”

선우현이 경고했다.

“너희 중에 한 놈이라도 서윤 씨 근처로 가면 나한테 뒈진다.”

“어? 어?”

“내가 너희들을 왜 믿겠냐? 내가 저놈들 잡는 동안 멀리 떨어져 있어라.”

두목이 웃었다.

“하하하. 이거 미친놈이군. 그러면 너 혼자서 싸우겠다는 거냐? 우리는 일곱이다.”

“겨우 일곱 놈이 뭘 할 수 있다는 건데?”

“미친놈이었군. 맨손이나 마찬가지인 세 놈을 이겼다고 기고만장한 모양인데.”

그의 부하들은 쇠파이프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두목이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어차피 사지 멀쩡하게 보내줘야 하는 건 물주 두 명뿐이다. 저놈은 목숨만 붙여놔라. 곽수천 이사도 한 칼 찌르게 해야겠다.”

부하 여섯 중 하나는 두목의 옆에 남았다.

나머지 다섯 놈이 쇠파이프를 흔들며 선우현을 향해 걸어갔다. 파이프를 어깨에 걸치거나 허공에 대고 휙휙 휘두르는 놈도 있었다.

백태형이 뒤에서 다급히 말한다.

“이거라도!”

선우현이 뒤쪽을 슬쩍 보았다. 백태형이 삼단봉을 던져주며 외쳤다.

“삼단봉입니다!”

곽수천이 칭찬했다.

“잘했어! 백 비서! 그런데 저건 어디서 났냐?”

“이번 일을 하면서 혹시 몰라서 보안팀에서 빌렸습니다.”

“일을 제대로 했구나!”

선우현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런 게 있으면 같이 싸울 생각을 해야지. 나한테 던져주는 건 뭐냐?”

백태형은 당황했다.

“어? 어? 그게 나는 사실 싸움을 할 줄 몰라서….”

“의자라도 들어.”

백태형이 얼른 의자를 들었다.

곽수천도 눈치를 보다가 그 옆에 있는 의자를 슬그머니 잡았다. 그거라도 있으면 맨손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곽수천이 유소율에게 말했다.

“소율아. 내가 그쪽으로 가….”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서윤이 단칼에 거절했다.

“너네는 둘 다 오지 마!”

선우현이 삼단봉을 옆으로 휙 뻗었다. 속에 수납되어 있던 봉이 빠져나와 길게 쭉 펴졌다.

백화점 보안팀이 보유한 삼단봉은 무게가 제법 묵직했다.

“삼단봉 좋은 거 쓰네.”

두목이 그걸 보고 킬킬했다.

“크흐흐. 삼단봉과 쇠파이프가 싸우면 누가 이기는 줄 아냐? 당연히 통짜 쇠파이프가 이겨.”

“거 말 많네. 언제 덤빌 거냐?”

“이 새끼가 자꾸. 뭣들 하나! 쳐!”

다섯 놈이 선우현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선우현도 전진했다.

첫 번째 놈이 선우현의 머리를 노리고 쇠파이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공격이 너무 단순했다.

선우현이 옆으로 슬쩍 움직여 그 공격을 피하며 적의 옆구리를 수평으로 후려쳤다.

“케엑!”

적이 고통 때문에 몸을 반사적으로 숙였다. 하지만 아까처럼 날아가지는 않았다.

“삼단봉이 망가질까 봐 살살 쳤더니 좀 약한가?”

선우현이 삼단봉을 들어 몸을 숙인 적의 뒤통수를 딱 소리가 나게 때렸다. 맞은 놈이 앞으로 엎어졌다.

그 틈에 두 번째 놈이 달려들었다. 그놈은 선우현이 어떻게 피하고 동료가 어떻게 당했는지 보았다.

그래서 그는 수직이 아니라 사선으로 쇠파이프를 내리쳤다.

선우현이 앞으로 계속 전진하며 삼단봉으로 적의 파이프를 받아 옆으로 휙 젖혔다. 파이프가 허공을 때렸다.

“어?”

선우현은 적을 지나가며 삼단봉으로 턱을 올려쳤다.

“컥!”

적의 고개가 뒤로 덜컥 꺾였다가 곧바로 다리가 풀리고 중심을 잃으며 넘어갔다.

세 번째 놈은 앞에 두 놈이 당하는 걸 보고 공격 방법을 바꾸었다. 그는 쇠파이프를 아예 수평으로 크게 휘둘러 선우현의 허리를 노렸다.

‘여기 맞으면 최소한 갈비뼈는 나가….’

그렇게 크게 휘두르려다 보니 동작이 너무 커졌다. 그만큼 쇠파이프가 목표 지점을 타격하는 건 느려지고 허점은 많아졌다.

선우현이 바닥을 툭 차 앞으로 한 걸음 빠르게 전진했다. 삼단봉은 칼처럼 앞으로 쭉 뻗었다. 삼단봉의 끝이 적의 목을 푹 파고들었다.

“켁!”

적은 짧은 비명과 함께 쇠파이프를 놓쳤다. 그 손으로 목을 잡으며 고꾸라졌다.

선우현이 받은 삼단봉은 접을 때 끝을 바닥에 세게 쳐서 집어넣는 방식을 쓴다. 적의 목에 강력한 찌르기를 넣었더니 그 충격으로 삼단봉이 접혔다.

그걸 본 네 번째 놈이 환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방심했구나!”

선우현이 달려드는 놈을 향해 봉을 크게 휘둘렀다. 접혔던 삼단봉이 도로 쭉 펴지면서 적의 턱을 돌려버렸다.

“케엑!”

적의 몸이 옆으로 빙글 돌다가 힘없이 나자빠졌다. 휘두르던 쇠파이프는 손에서 빠져나가 바닥에 떨어지며 땅땅 소리를 냈다.

다섯 놈이 덤벼서 순식간에 넷이 날아갔다.

남은 한 놈은 겁을 먹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이, 이건 너무….”

두목이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끼야! 너 지금 너만 튀냐?”

“하지만 저 혼자 싸워봤자….”

혼자 공격해봤자 상대가 될 리 없다. 부하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두목은 불리해진다.

두목도 그걸 깨달았다.

“씨발. 옆에 와서 서!”

“예!”

부하가 허겁지겁 뒤로 도망쳤다.

선우현이 말했다.

“조금 전에는 일곱이더니 이제 셋 남았네? 셋이나 일곱이나 그게 그거긴 하다만, 발버둥이라도 쳐 봐라.”

곽수천이 뒤에서 환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우리 편이 이겼다!”

“너는 내가 너희 편처럼 보이냐?”

“어? 어? 그, 그게…. 저기, 선생님?”

“짜부라져 있어라.”

두목은 먼저 와 있던 부하 셋이 어떻게 당했는지는 보지 못했다. 당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지금 부하 넷이 어떻게 당했는지는 확실히 보았다.

그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검도 고수였구나. 선출이냐? 국가대표? 도대체 몇 단인 거야?”

김수선이 말했다.

- 과거에 지구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쟁을 관측 카메라로 보면서 배운 게 있는데, 칼은 잘 쓰시겠죠.

“나 원래 칼 잘 썼다.”

- 지구연합군은 칼보다 총을 많이 씁니다만?

“그래서 총은 더 잘 쏴.”

박서윤은 선우현이 싸우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게 아니다.

그런데 전에 그녀가 봤던 건 선우현이 맨손으로 적을 때려잡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느낌이 또 달랐다. 선우현이 삼단봉을 휘두를 때마다 적이 고꾸라졌다.

“검도 경기, 아니, 검을 쓰는 영화를 보는 것 같아.”

유소율도 감탄했다.

“와. 펜싱 경기 보는 거 같아요. 그것도 세계대회 결승전을 보는 기분이에요. 상대의 공격을 순식간에 휙 젖히고 푹 찍는 모습이 진짜 딱 그건데….”

“유 이사님도 펜싱 할 줄 알면 같이 싸워요.”

“아뇨. 보는 것만 좋아해요.”

“그럼 의자라도 잡아요.”

“네.”

두목에게 부하는 이제 둘밖에 남지 않았다. 두목이 이를 갈았다.

“젠장. 쇠파이프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놈이 아니야. 차라리 일본도를 가져올걸.”

선우현이 말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거 없다.”

곽수천이 뒤에서 외쳤다.

“도망치려나 봅니다! 놓치지 마십쇼!”

“이놈들을 정리하면 다음 차례는 너니까 좀 닥쳐라.”

“헉! 아니, 나는 왜….”

“납치를 지시한 새끼가 아까부터 말이 많아.”

두목은 선우현이 곽수천을 무시하는 걸 보고 씩 웃으며 제안했다.

“어이. 거기까지 하자. 우리는 철수할 테니까 이쯤에서 화해하자고.”

“너 같으면 하겠냐?”

“해야지. 왜냐하면.”

두목이 재킷을 옆으로 젖혔다. 겨드랑이 아래에 권총이 보였다. 리볼버가 아니라 탄창을 쓰는 반자동 권총이었다.

“화해 안 하면 너희는 다 죽을 테니까.”

선우현이 푸념했다.

“수선아. 이놈도 총이 있다. 나만 빼고 다 총이 있어.”

- 이젠 그냥 그런가 보다 하십쇼.

곽수천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총이다!”

백태형도 겁을 집어먹었다.

“화해할 테니까 가! 아니, 가십시오!”

선우현이 백태형에게 말했다.

“너도 다음 차례인데, 네가 왜 화해를 하냐?”

“예? 그야 저 사람한테 권총이 있으니까….”

두목이 실실 웃었다.

“물론 작업비용 정도는 받아가야지. 우리 애들이 많이 다쳤는데, 치료비와 수고비는 있어야 하잖아?”

“지랄하네.”

“너한테 받겠다는 게 아니다. 그 뒤에 고객님, 곽수천 이사한테 다 받아내면 돼.”

곽수천은 당황했다.

“나, 나?”

“우리 애들이 많이 다쳤으니까, 하나당 천, 아니, 이천으로 정리합시다. 일곱 명이니까 일억사천이면 되겠네. 우리 출장비도 있으니까 깔끔하게 떨어지게 이억 합시다.”

“아니, 당신들을 고용한 건 내가 아니라 백 비서인데….”

백태형은 당황했다.

“곽 이사님. 제가 그런 돈이 어디 있다고….”

“너 사는 아파트 그거 잡히면 되잖아.”

“대출이 많아서 절반 넘게 은행 겁니다. 그리고 그걸 팔면 저는 길거리에 나앉습니다.”

두목이 짜증을 냈다.

“이봐. 곽 이사. 돈은 당연히 당신이 줘야지. 태영 백화점 사장 손자니까 그 정도 돈은 있을 거 아니야?”

“금액도 금액이지만, 추적 안 되는 비자금 이억을 만들려면 얼마나 복잡한지 알아? 그거 금방 안 된다고.”

“얼마나 걸리지?”

선우현이 물었다.

“야. 그런 걸 너희끼리 정하면 다 되냐?”

두목이 실실 웃으며 권총을 손으로 잡았다.

“당연하지. 나는 총이 있으니까.”

선우현이 경고했다.

“그거 뽑으면 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당연히 안 좋겠지. 피를 볼 테니까.”

유소율이 용기를 내서 말했다.

“거기 두목 아저씨. 한국에서 총을 쏘면 큰일 나잖아요. 그러니까 참아요. 돈은 수천이가 줄 거예요.”

박서윤이 말했다.

“큰일 안 날 거예요.”

“우리나라 경찰은 다른 놈은 놓쳐도 총을 쏜 놈은 확실히 잡아요. 하지만 우리가 그 전에 총에 맞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경찰 이야기가 아니에요.”

“네?”

두목이 권총을 잡은 채로 말했다.

“이쯤에서 끝내자니까?”

선우현이 대답했다.

“싫다.”

옆에서 부하가 말했다.

“형님. 그냥 쏴버리시죠.”

“뒷감당은 네가 하냐?”

“그럼 권총을 저를 주시면 제가 쏘겠습니다.”

“닥쳐!”

“그래도 뭔가 하셔야….”

두목이 인상을 구겼다.

“왜 일이 이렇게 틀어졌지? 곽수천 이사는 납치를 사주했으니까 신고 못 하고, 유소율 이사는 사람을 찌르게 하면 신고 못 하고.”

두목이 박서윤을 보았다.

“저 여자는 칼을 맞을 테니까 거기다 협박만 조금 하면 겁먹어서 신고 못 하고. 그러면 다 깔끔하게 해결됐을 텐데.”

그게 두목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선우현이 나타나면서 다 틀어졌다.

권총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두목이 선우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이건 다 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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