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104/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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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이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 부용도 동참을 했다. 깔끔한 일식전문점이었다.

“축하드리고, 고맙고, 할 말이 너무 많은 자리네요.”

부용은 흐뭇함을 숨기지 못했다.

“고맙습니다.”

윤도가 웃었다.

“오늘까지는 말랑한 민어회와 생선초밥이지만 다음에는 한우갈비를 먹자고. 나도 갈비 한 번 마음껏 뜯고 싶네.”

이 회장도 웃었다,

“아버지가 이빨 나면 어머니가 더 좋아할 거예요. 사실 그동안 식단을 아버지에게 맞춰 먹느라고 고생 많으셨거든요.”

“어이쿠,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거냐?”

“그럼요. 어머니도 나름 씹는 거 좋아하는 식성이라고요. 제가 아버지 몰래 몇 번 특식으로 사드리기도 한 걸요.”

“그럼 네 엄마도 채 실장에게 상을 줘야겠구나.”

“그런 거 같은 데요?”

“어휴, 너무들 그러지 마십시오. 가장 행복한 건 접니다. 정성을 다한 진료가 완치나 쾌차로 나타나면 그만한 행복이 없으니까요.”

윤도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역시 명의는 마인드가 달라. 그러니 손만 대면 척척 고칠 수 밖에.”

“흐음, 그래도 너무 부려먹지 마세요. 채 선생님은 국보급이라 아버지가 독점하면 안 되거든요.”

“알았다. 독점 안 하고, 할 수도 없는 사람이니 식사나 맛나게 하자꾸나.”

“네!”

부용이 화답했다.

생선초밥은 달았다. 식사가 끝나자 이 회장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술 더 마실래요?”

윤도가 물었다.

“당연하죠. 신약개발하셨다면서 이렇게 때우시게요?”

“아닙니다. 부용 씨만 괜찮다면 밤을 새워라도 달려보죠.”

윤도가 종업원을 불렀다. 회가 있으므로 사케를 시켰다. 뒷맛이 깔끔한 사케가 술술 넘어갔다.

“3차 가요!”

오늘은 부용의 오버였다. 새언니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술을 많이 마셨다. 결국 취하고 말았다. 그녀를 호텔 침대에 누였다. 빈틈 없는 그녀도 술 앞에는 별 수 없었다. 가만히 내려보는 사이에 윤도 몸이 문득 기울었다. 부용의 손이 윤도를 당긴 것이다.

음과 양은 만나야한다. 만나면 합쳐야한다. 그걸 거역하는 것도 건강에 좋은 건 아니었다. 둘은 침대로 올라갔다. 서로가 옷을 벗겨내렸다. 더는 부풀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한 윤도의 양. 한없는 탄력으로 준비된 부용의 음으로 들어갔다. 하체는 젖어도 목은 말랐다. 목마름은 교태음이 되어 나왔다. 밤은 두 사람의 숨소리를 감춰주려는 듯 다른 날보다 더 진하게 깊어갔다.

목요일 낮, 일본에 지진이 발생했다. 진도 6.3을 찍은 지진은 일본의 심장 도쿄 인근을 패닉으로 몰아갔다. 뉴스는 연일 일본의 지진을 보도해 댔다.

그 비극은 일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목요일 밤, 한국의 남부에도 지진이 발생했다. 진도 3.2였다.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일본의 지진과 연계해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물컵이 흔들렸어요.”

“선반 위의 물건이 떨어졌어요.”

“우리도 내진설계의 법제화 전면도입이 필요합니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식상한 뉴스를 비웃으려는 듯 본격 비극이 찾아들었다. 남쪽 창곡군 일대를 중심으로 진도 5.8의 지진이 강타한 것이다. 그 지진은 윤도의 한의원까지 영향을 주었다. 원장실 책상에 앉은 윤도의 의지가 움찔 반응을 한 것이다.

“원장님, 지진이라는 데요?”

정나현이 보고를 해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윤도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원장님.”

이번에는 진경태가 들어섰다.

“창곡군에요?”

환자 차트를 보던 윤도가 고개를 들었다. 창곡군이라면 윤도가 공보의로 근무하던 갈매도가 포함된 군이었다. 남쪽 바다를 접한 전원환경 도시...

진경태가 벽의 텔레비전을 켜주었다. 뉴스가 나왔다.

“진도 5.8의 강진이 발생한 창곡군청 앞입니다. 두 시간 전 이 곳에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유치원 건물 벽이 일부 무너지고 양로원 두 곳 지붕이 내려앉았습니다. 이 외에도 축대에 금이 가고 편의점 진열장이 무너지는 등 많은 피해 보고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군청 대책반은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피해접수를 받고 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한편 지진은 앞으로 몇 차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주민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

윤도의 촉각이 바짝 곤두섰다. 화면에 나온 학교 때문이었다. 임시대피소로 차려진 두 곳의 학교. 그 중 한 학교에 나온 화면에서 아는 얼굴이 엿보였다. 갈매도의 할머니였다. 아마도 뭍에 나왔다가 학교로 대피한 모양이었다.

“아저씨 집은요?”

윤도가 진경태에게 물었다.

이것이 명의다-2

이것이 명의다-2

“제 집이야 오막살이고... 친척 한 사람이 병구완을 위해 쓰겠다고 해서 비워줬으니 별 문제 없습니다만 다른 사람들이 걱정이군요. 재정자립도도 좋은 곳이 아닌데...”

“......”

“원장님 근무하던 곳이에요?”

옆에 있던 정나현이 물었다.

“네. 저기서 약제실장님 만났어요.”

“어머, 그럼 아는 분도 많겠네요?”

“예... 큰 피해는 없어야할 텐데...”

“아유, 어떡해? 대피소 보니 시설도 열악하던데...”

정나현은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진료는 계속해야했다. 환자들은 남쪽의 지진에 큰 관심이 없었다. 자기 병이 더 큰 까닭이었다. 마지막으로 들어선 환자는 원인 모를 설사를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간다. 병원에 가면 처방이 나왔다. 그걸 먹으면 한 이틀 괜찮다가 다시 설사가 이어졌다.

“왜 그렇죠?”

나이 71세의 할머니가 아이처럼 울상을 지었다.

“바람을 잘못 맞아서 그렇습니다. 좀 더 두었으면 큰 병이 되었을 텐데 마침 잘 오셨네요.”

할머니의 원인은 풍(風)이었다. 조금 더 방치했으면 대장암으로 갈 뻔 했다. 설사를 위해 이간혈에 장침을 넣고 중완과 관원혈에도 침을 넣었다. 그런 다음에 허리의 대장유와 소장유를 함께 돌봐주고 시침을 끝냈다.

“탕제 지어드릴 테니까 드시고요, 집에 가시면 땀을 푹 내세요. 땀 한 번 푹 내시면 좋아질 겁니다.”

“예, 선상님.”

할머니의 말투에는 사투리가 남아있었다. 저녁은 장 박사와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채 의원, 뉴스 봤어?”

거실에 있던 어머니가 윤도에게 물었다. 화면에는 지진 소식이 넘치고 있었다. 하필이면 갈매도 영상도 나왔다.

“지진은 창곡군의 말단인 이 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선반의 그릇들이 떨어지고 오래된 집 몇 채 벽에 금이 갔습니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화면에 항구가 보였다. 보건지소도 보였다. 이장이 인터뷰에 나오고 사택 아줌마도 나왔다. 화면은 다시 군청 대피소로 옮겨갔다.

“말도 없이 불편하죠. 먹을 거라고는 컵라면 뿐이니...”

“아기가 체한 거 같은데 너무 불안해요.”

“허리가 아파서 뜨끈한 방에서 지져야하는데 여기 나와 있으니...”

여러 인터뷰가 이어지는 가운데 보건소장과 이창명의 모습도 보였다. 진료지원을 나온 모양이었다.

시골 군청.

어쩌면 이창명이 의료인력의 전부였다. 대피소가 둘이라면 의사 하나 간호사 하나가 현장 파견을 나간다. 두통약이나 주고 소화제 주고, 파스나 내주는 게 거의 현실이었다.

“아는 사람 있어?”

눈치 빠른 어머니가 물었다.

“몇 분 계시네요.”

“아휴, 웬일이래. 빨리 안정이 되어야할 텐데...”

어머니가 혀를 차는 동안 윤도는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부터 했다. 심난한 마음에 산해경을 뒤적이다 한 영약을 보게 되었다.

<빈초>

처음 산해경의 기적을 알게 되었을 때 갈매도에서 썼던 그 영약이다. 먹으면 피로가 쭉 풀려나가는 영약. 책 뒤쪽으로 넘어가던 손이 다시 앞으로 돌아왔다.

일요일 아침, 윤도는 조용히 한의원에 들렀다. 장침을 넉넉히 챙겨야했기 때문이었다.

“원장님!”

조용히 다녀가려했지만 종일이에게 들켰다. 결국 진경태가 알게 되었다.

“......!”

진경태의 눈이 장침통에 닿았다. 수십 벌을 챙겼으니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원장님 설마?”

“아무래도 마음에 밝혀서요. 후딱 가서 저녁까지 침 좀 놔드리고 올 게요.”

윤도가 흰 스포츠카에 올랐다.

바릉!

다른 때는 몰라도 오늘은 이 차가 마음에 들었다. 속도가 필요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3시간 20분 후, 윤도는 군청 앞에 도착했다. 아직 오전 10시가 되기 전이었다.

“채 선생!”

전쟁터 같은 체육관. 거기서 진찰을 하던 창승이 벼락처럼 고개를 들었다. 그 앞에 등장한 윤도 때문이었다.

“돌팔이 침쟁이가 침 좀 놔도 될까요?”

윤도가 웃었다.

“뭐야? 진짜 진료하러 온 거야?”

창승의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맨날 갈구던 사수지만 뉴스에서 보니까 안 됐더라고요. 그래서 인심 좀 쓰러 온 거죠, 뭐.”

“으아악, 이럴 수가...”

“침 놔도 되요? 안 돼요?”

“되지. 지금 이 나라에 채 선생 침 막을 인간이 어디 있어? 무조건 콜이야. 장 선생님, 이리 좀 와보세요. 서울에서 침술명의 채 선생이 내려왔어요!”

창승의 외침은 곧 희망이 되었다.

명의 채윤도!

시골 사람들은 몰랐다. 어린이들도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저녁 8시만 넘으면 잔다. 그러니 방송에서 떠든다고 해도 알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갈매도 사람들이었다. 체육관에는 갈매도 어르신들이 몇 명 있었다. 몇은 뭍으로 나왔다가 체육관에 대피 중이었고, 또 몇은 뭍의 자식들이 걱정되어 나왔다가 같이 대피한 사람들이었다.

“아이고, 선상님!”

어르신들은 대성통곡을 터트리며 윤도 곁으로 몰려들었다. 그 가족도 단체로 도열했다.

“자자, 여러분. 여기 선생님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최고 명의로 꼽히는 채윤도 선생입니다. 침 한 방이면 안 낫는 곳이 없으니 대피소 생활로 불편하신 분들 이쪽에 줄을 서주세요.”

즉석에서 이창승이 보조를 맡았다.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신적인 충격 때문이었다.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지만 그것으로 마음의 안정이 될 리 없었다. 그러나 윤도의 장침은 레벨이 달랐다. 약해진 신경을 달래주고 강심을 도왔다.

놀란 아이들 역시 장침이 최고였고, 낯선 환경에서 자느라 허리가 도진 어르신들에게는 오아시스가 따로 없었다.

한 시간 후 쯤, 사람들의 줄은 체육관 밖까지 늘어났다. 소문이 나자 다른 대피소의 사람들까지 몰려온 것이다. 윤도는 쉬지 못했다. 소변 볼 시간도 없었다. 바로 그때 최고의 지원자들이 도착했다. 진경태와 양종일, 정나현과 배연재, 김승주 등의 한의원 인력이었다.

“아저씨...”

어리둥절해 하는 윤도를 보며 진경태가 웃었다.

“사람 그러면 못 씁니다. 기왕 좋은 일 할 거면 같이 가자고 하셔야지.”

“아저씨가?”

“그래요. 똥차로 최신 스포츠카 쫓아오느라고 무리해서 딱지 몇 장 끊었으니 나중에 물어내세요.”

“그거야 문제없죠.”“정 실장님, 시작하세요. 여기 뭐 인사하고 뭐하고 할 자리가 아니잖아요?”

진경태가 정나현 쪽을 바라보았다. 최정예 간호사 셋은 이미 가운으로 세팅된 후였다. 손발이 맞는 세 간호사가 투입되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그 즈음 방송사에서도 총 출동을 해왔다.

“지진 대피현장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재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손길이 등장했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채윤도 한의사와 그들 팀이 주인공입니다. 장안 명침으로 소문난 채윤도 한의사, 여기서도 메시아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장침 한 방으로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고령 대피자가 많은 까닭에 요통과 신경통 등도 문제였는데 이 또한 원샷으로 해결하고 있는 채윤도 한의사입니다.”

방송들은 경쟁적으로 윤도의 장침 시침 장면을 비춰주었다. 윤도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생색낼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를 돌봐야했다.

곧 이어 지역 국회의원 ‘그 분’과 군수, 군청 고위직과 보건소장이 달려왔다. 그건 진경태와 양종일이 막았다.

“원장님은 시침이 우선입니다. 만나시려면 진료가 끝난 다음에 만나십시오.”

“이봐요. 이분은 이 지역 국회의원님이십니다.”

비서관이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럼 주민들 위로하셔야지 우리 원장님 만나는 게 급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

돌직구였다. 비서관은 할 말이 없었다. 평소 같으면 핏대를 올리며 권위로 누르려할 상황. 하지만 주변에 몰려든 카메라를 의식하더니 얼굴만 울그락푸르락해지는 국회의원이었다. 거기에 결정구가 날아왔다.

“아이고, 채 선상님!”

한 무리의 인파는 갈매도 사람들이었다. 이장에 어촌계장, 차명균 등등의 반가운 얼굴들이 국회의원을 떠밀고 등장한 것이다. 대피소에 나와있던 사람들이 소식을 전한 것이다. 마지막 배편이 끊긴 시간. 하지만 의리의 사나이 차명균 선장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배를 띄워 수십 명의 섬 주민을 몰고 왔다. 일부는 윤도의 장침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들 대다수는 윤도의 얼굴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바리바리 싸온 간식들을 풀어놓았다. 먹지 않아도 저절로 배가 부르는 윤도였다.

뿌린 대로 거둔다.

윤도는 그 평범한 진리를 온몸으로 느꼈다. 섬주민들이 가져온 별식은 줄을 선 이재민들과 나눠먹었다. 섬 주민들도 기꺼이 수락했다.

해가 지고서야 진료의 끝이 보였다.

“원장님!”

지척에서 보조하던 승주는 안타까움에 몸을 떨었다. 윤도 때문이었다. 전쟁터에 장침 하나 들고 뛰어든 윤도였다. 하지만 그 장침은 가장 위대한 무기였다. 장침이 번쩍일 때마다 아픈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울던 아기가 그치고, 할머니 등이 펴졌다. 저린 손발이 시원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이 풀려나갔다.

극심한 무력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는 빈초 다린 영약을 나누어주었다. 그들의 피로는 한방에 밀려갔다. 비통하던 분위기는 조심씩 밝아져가고 있었다.

그 시간까지 남은 건 창승 하나였다. 군수님과 높으신 분들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방송 카메라 역시 호들갑과 함께 사라지고 딱 한 대만 남았다. YTBC였다. 잠시 휴식 시간에 그 인터뷰에 응했다. 무려 9시간을 기다려준 성의였으니 그것마저 거절하는 건 오만이 될 수 있었다.

“오늘 우리는 진짜 명의를 보았습니다. 그건 이 한의사의 침술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이 사람에게 침을 맞으면 만병이 사라져서가 아닙니다. 그건 바로 이 한의사의 침에 이재민을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지진 피해의 중심에서 묵묵히 아름다운 위로를 던진 채윤도 한의사입니다.”

마이크가 윤도에게 넘어왔다.

“여기야 말로 침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몇 분 치료하면 될 것 같았는데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 제가 오히려 고맙습니다. 지진 피해자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윤도의 인터뷰는 한 마디 뿐이었다. 그러나 그 한 마디가 엄청난 반향을 울렸다.

“선상님, 이것 좀 먹고 하세요.”

“이것도 먹어보세요.”

잠깐의 휴식시간, 이번에는 피해자들의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컵라면을 시작으로 갖가지 과일과 수정과, 식혜 등이 이어졌다. 간시 2차전이었다. 윤도와 간호사들은 고마움을 표하고 허기를 채웠다.

그때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체육관 앞에 멈췄다.

“아, 짜식들. 또 지체 높은 떨거지들이 온 모양이군.”

컵라면을 먹던 진경태가 냉소를 머금었다.

“제가 돌려보낼 게요.”

양종일이 나섰지만 그러지 못했다. 양종일에 진경태까지 더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이창승의 전화기가 울린 것이다.

“숙부님?”

이창승의 목소리에 윤도가 고개를 들었다. 창승의 숙부라면 SS병원의 부원장 이철중이었다.

“여기 있습니다만...”

통화하는 창승의 목소리가 긴박하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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