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가 보조를 맞췄다. 인간의 행복이 외모로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아름답다는 건 축복이자 재산이었다. 그건 윤도의 한의원에서도 그랬다. 두 모녀가 자리한 원장실이 잠시나마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축복 받은 미녀 유전자. 하지만 두 모녀는 물려받지 말아야할 것까지 물려받았다. 그게 바로 직장암이었다.
“......!”
윤도가 세 번째 뒤집혔다. 어머니가 보여준 건 장루였다. 안에는 배변도 조금 들어있었다.
“죄송합니다.”
옷을 내린 어머니가 내력을 털어놓았다.
미녀대회에 나갔던 어머니는 승승장구를 했다. 기막힌 곳에서 혼처도 들어왔다. 결혼을 했다. 지금의 딸을 낳았다. 그러다 호사다마가 되었다. 출산 후 몸이 전 같지 않았다. 특히 아랫배가 그랬다. 변비가 생기고 치질이 생겼다. 종종 혈변까지 보았다. 변의도 잦아지고 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변비로 인한 치질인 줄 알았다. 아기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아 약으로 때웠다. 이때는 돈만 내면 약을 살 수 있는 시기였다. 약을 먹으면 당분간 호전이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다시 재발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변이 새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찔끔.
“무슨 냄새야?”
남편이 물었다.
“내가 방귀를...”
얼버무리고 화장실로 뛰었다. 거기서 팬티를 보고 기절하고 말았다. 그녀의 나이 아직 20대. 꿈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남편이 그걸 보고 말았다. 아픔보다 큰 수치심이 그녀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퍽퍽!
“직장암입니다. 좀 일찍 오시지...”
대장항문과 의사의 진단이 한 번 더 충격파를 가했다.
퍽퍽!
그날 진료실은 한참 동안 침묵으로 범벅이 되었다. 다행히 전이는 없지만 항문까지 내려온 암 덩어리. 항문을 절제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항문 절제.
다행이야. 전이가 안 되었다니...
처음에 그녀는 그렇게 안도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그것은 곧 항문없이 살아야한다는 이야기. 달리 말해 배변줄, 즉 장루를 차고 살아야한다는 뜻이었다.
“......!”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인생 황혼의 60-70 할머니도 아니었다. 더구나 조금 쉬고 연예계에 복귀하려던 계획. 그러나 장루를 차고 연기를 할 수는 없었다. 설상가상 남편에게 이혼통보를 받았다. 수치심과 절망감에 뭐라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죽자.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쉽지는 않았다. 아기 때문이었다. 수면제를 모아놓고 털어넣으려 할 때 아기가 울었다. 이 갓난이를 두고 죽을 수 없었다. 수면제를 버렸다. 아기를 안고 사흘 밤낮을 울었다.
세월이 흘러갔다. 여자는 장루에 익숙해져 갔다. 초기에 비해 기술이 좋아지면서 장루도 작아졌다. 여전히 냄새가 문제지만 옷으로 가릴 수 있었다.
딸이 성장했다. 엄마처럼 예뻤다. 그 옛날 죽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겼다. 그랬다면 이렇게 예쁜 딸이 성장하는 걸 보지 못했을 테니까.
딸은 잘 자라 이 어려운 시기에 공기업에 덜컥 합격을 했다. 로스쿨 나온 멋진 신랑감도 만났다. 내 아픔이 보상을 받는구나. 어머니는 행복했다. 그녀의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결혼식 준비를 하던 딸, 아랫배 통증을 호소했다. 어머니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랫배.
자신이 아팠던 그 부위였다.
“병원 가자.”
어머니가 딸을 잡아끌었다.
“병원은 무슨... 내가 요즘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다니까.”
딸은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신경 쓴 것 때문이 아니었다. 마침내 검은 혈변을 본 날, 어머니는 딸을 잡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
진단결과가 나오자 어머니의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딸은 직장암이었다. 말기까지는 아니었지만 큰 위로가 되지 않았다. 딸 또한 항문부위에 암세포가 퍼진 것이다. 항문 위 2cm였다. 선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불행하게도 5개월 후에 재발이 되었다. 비슷한 위치였다.
“수술을 해야겠습니다. 항문은 살리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의사의 통보는 거의 사형선고였다. 천신만고 끝에 들어간 공기업. 몇 달 후면 신혼방을 차릴 예비신부. 그 꽃같은 딸이 어머니와 나란히 장루를 차게 된 것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도 방법이 없단 말인가요? 로봇이 수술하고 레이저로 무슨 암이든 고친다면서?”
어머니는 간절했지만 의사는 안경을 고쳐 쓸 뿐이었다.
딸을 데리고 유명한 대학병원을 다 돌았다. 유명한 대장항문과 전문의들을 다 만났다. 딸에게만은 자신의 운명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방법은 없었다.
“시간을 끌면 방광 등으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수술을 서두르시는 게...”
의사의 말은 쐐기가 되었다. 항문을 구하기는커녕 빨리 도려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때 신침명의 채윤도의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녀들이 본 기사는 바로 소방관이 되고 싶었던 구대홍의 기사였다. 골암으로 희망을 버렸던 공무원 수험생. 다리 절단을 침으로 구하고 소방관에 합격 시킨 장침의 명의 채윤도.
“마지막으로 한 번 만나보자.”
어머니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 다음 직접 한의원으로 달려와 사연을 전하고 예약을 했던 것이다.
명침으로 내 딸의 똥꼬를 구해주세요.
어머니의 소원이었다.
“일단 나가계시죠.”
윤도가 어머니를 내보냈다. 보호자가 지나치게 결연한 것도 좋지 않았다. 진맥을 했다. 요골의 촌, 관, 척 부위에서 식지와 약지가 감을 잡아냈다. 맥이 오장육부를 돌아왔다. 대장의 끝에서 그 기가 흐려졌다. 동시에 사나웠다. 직장암이 맞았다.
대장은 두 가지로 나뉜다. 결장과 직장이다. 직장은 대장의 마지막 부분으로 약 15㎝에 달한다. 직장암은 여기에 생긴 악성종양이다.
초기에는 별 증상이 없지만 종양이 진행되면 변에 피가 섞이는 혈변과 함께 변이 가늘어지기도 한다. 대변 습관 변화로 변을 참기가 힘들거나 변을 본 후 곧장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통증도 수반된다. 동시에 아랫배에도 통증이 오고 질출혈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치질일 때도 유사하다. 그렇기에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기는 괄약근 근처에 바글거렸다. 그녀가 지켜야하는 항문. 그러나 항문은 이미 무장해제 직전이었다.
“......!”
맥을 정리하던 윤도의 미간이 한 곳에서 멈췄다. 좋지 않은 맥이 나왔다.
‘유사 무혼맥...’
반갑지 않았다. 이 맥은 죽은 시체를 암시하는 목숨. 완전한 무혼맥은 아니지만 이런 맥이 나올 단계는 아니니 반가울 리 없었다.
‘이 여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순간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맥에 영향을 줄리 없었다.
‘으음...’
윤도는 일단 불편한 마음을 숨겼다.
그녀의 똥꼬를 지켜주세요-1
그녀의 똥꼬를 지켜주세요-1
“아야!”
진맥을 끝내고 노궁혈을 누르자 환자가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피로가 쌓여서 그렇습니다.”
예정대로 호침을 찔렀다. 노궁혈은 피로가 깃드는 혈자리. 엉뚱한 생각이 깃든 육체에서 피로부터 내려줄 생각이었다. 기가 충만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질 수 있었다. 발바닥의 용천혈에도 한 방을 넣었다. 노궁혈과 용천혈에 기가 실리자 얼굴빛이 조금 밝아졌다.
“항문 어떠세요? 힘이 안 들어가죠?”
“예.”
“통증도 상당하고요?”
“네.”
“항문이 조금 위태롭기는 하네요.”
“선생님...”
듣고 있던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
“......”
“말씀하세요.”
“저... 장루 안 달고 살 수 있을까요?”
“......”
“엄마가 달고 사는 걸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랐어요. 그것 때문에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몰라요.”
“......”
“그걸 본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고... 엄마가 동네 아줌마들 하고 싸울 때면 ‘똥 찬 년’이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엄마가 저 몰래 혼자 우는 것도 많이 봤었죠.”
“......”
“때로는 엄마가 미웠어요. 걸릴 병이 없어 저런 병에 걸려가지고 나를 이렇게 창피하게 만드나...”
“......”
“그러다 제가 직장암 판정을 받고 장루를 차게 될 신세 앞에 놓이니 기분이 묘했어요. 한편으로는 엄마 몰래 엄마 흉 본 거 벌 받나싶다가도 이제 둘 다 장루를 차니 엄마가 외롭지도, 냄새 때문에 내 앞에서 조심할 필요도 없게 되었네 하는 생각도...”
“......”
“직장암 환자로 변을 보는 일, 그것도 실은 어마어마한 고통이거든요. 화장실 신호가 오면 심장부터 내려앉아요. 오늘은 또 어떻게 변을 봐야 하나...”
“......”
“눈물은 기본이죠. 가끔은 화장실에서 기어서 나오기도 하고, 또 가끔은 10-20분씩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착잡했다. 왜 아닐까? 모든 암은 심리적인 부담감이 어마무시하다. 거기다 직장암이다. 항문에 접한 환부였다. 하다못해 치질이나 변비만 해도 똥꼬가 찢어지고 대장이 뒤집히는 느낌인데 ‘암’임에랴.
“죄송하지만 혹시 가능성이 없더라도 우리 엄마에게는 가능성이 있다고 해주시면 고맙겠어요. 몇 달 동안 침이나 한약을 먹으면 완쾌가 된다고...”
환자의 목소리가 비었다.
“그래야할 이유가 있나요?”
경청하던 윤도가 조용히 물었다.
“다음 일은 그 안에 차근 생각해 보려고요. 그러는 동안만이라도 엄마는 희망을 가지고 살지 않겠어요?”
“그 생각의 끝은 뭐죠?”
“그건...”
“제가 한 번 맞춰볼까요?”
“......”
“자살이죠?”
“......?”
돌직구가 꽂혔다. 지향 없던 환자의 시선이 파뜩 올라왔다. 윤도에게 정곡을 찔린 것이다. 그녀의 유사 무혼맥. 바로 자살 생각이 원인이었다. 죽음을 담고 있기에 맥이 풀렸던 환자였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녀가 물었다.
“그 부탁을 하려고 우리 한의원에 온 건가요?”
“그건 아니지만... 큰 병원들도 손을 든 일이라... 이 분야의 명의는 거의 다 만났거든요.”
“마음 속에 완전 불가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일어나서 가세요.”
“네?”
“저는 죽을 생각을 하는 환자는 진료하지 않습니다. 살 생각을 하는 환자만 돌보기도 바쁘니까요.”
“선생님.”
“살 생각을 하세요. 그럼 당신을 살려줄 수 있습니다. 아니 목숨이 아니라 항문이군요.”“가능하다는 건가요?”
“당신 머리에서 그 나쁜 생각을 씻어버린다면!”
윤도가 환자를 쏘아보았다. 명의의 신념이 실린 눈빛이었다.
“정말 가능해요? 저 장루 안 차고... 직장암이 나을 수 있다는 건가요?”“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당신이 허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선생님!”
“어떻게 할 겁니까?”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누가 허튼 생각을 하겠어요?”
“고칠 수 있습니다.”
운도가 단호하게 답했다.
“선생님!”
“약속하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머리에서 허튼 생각을 다 지워버리는 걸로.”“네...”“혹시 집에 수면제 같은 거 모았으면 돌아가는 즉시 버리세요.”
“......”
환자가 흠칫 흔들렸다. 그 또한 정곡을 찔린 까닭이었다.
“치료 시작합니다.”
“네.”
“옷 다 벗으세요. 아무 것도 입지 말고!”
윤도의 지시는 간결했다.
톡!
첫 출발은 호침이었다. 호침을 요근혈에 넣었다. 요근혈은 다리의 질환을 치료할 때 많이 쓰이지만 항문으로 가는 침감을 체크하는 데도 유용했다. 그렇기에 호침이었다. 아홉 가지 침 중에서 호침이 가장 섬세하니 시작부터 더욱 신중한 윤도였다.
호침으로 느껴지는 기의 이동을 체크했다. 처음에는 날렵하게 나가던 침감이 슬슬 속도가 죽기 시작했다. 직장 쪽의 기 흐름이 어떻게 불량한지를 알았다.
‘쉽지 않군.’
소리없이 날숨을 밀어냈다. 기가 느리게 움직이면 그만큼 치료가 힘들었다. 족삼양경의 줄기를 따라 머리에서 발까지 가는 기를 체크했다. 수삼음경에서는 발에서 배로 가는 흐름을 기억했다. 경락의 흐름은 중요하다. 반드시 알아야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으니 역순까지도 알아야 좋은 한의사가 될 수 있었다.
임맥과 충맥, 내관에도 호침을 넣어보았다. 셋 다 복부와 관련된 혈자리였으니 대장 상태에 대한 일제점검이었다.
사기는 직장의 끝에 있었다. 환자가 가져온 영상물 정보보다 0.5cm 정도 항문 쪽에 가까웠고 항문 괄약근에서 막 싹이 나는 놈도 있었다. 최종 진단 이후에 암 덩어리가 두 개나 더 추가된 것이다. 크기는 콩알만 했다.
환자를 두고 약제실에 들렀다. 윤도가 집어든 건 새로운 약침재료였다. 혹을 없애는 굴거와 유사한 성분을 이룬 약재였다. 약쑥과 인동, 쇠비름, 주엽나무 등의 진액을 배합해 만들었다. 이 약재는 진경태와 윤도 합작의 또 하나의 쾌거였다.
산해경의 영약들은 분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윤도의 생체분석 능력이 있었다. 유사한 성분들의 배합체에서 결국 굴거와 유사한 배합을 찾아냈다. 굴거만큼은 아니지만 기존의 약침보다는 몇 배나 나았다.
그걸 집어들고 침구실로 돌아왔다.
사락!
환자를 덮고 있던 시트를 걷었다. 그녀의 뽀얀 육체가 드러났다. 윤도의 눈은 백회혈과 공최혈로 옮겨갔다. 둘은 직장과 직접 관련된 혈자리였다. 다음으로 폐수혈과 신주혈, 노수혈을 보았다. 이들 역시 대장과 연결되는 라인이었다.
딸깍!
윤도가 침통을 열었다. 첫 번째 장침이 뽑혀 나왔다. 그 당첨자는 중완혈이었다. 일단 아랫배를 안정시키면서 침향이 가는 곳을 쫓았다.
‘백회, 공최, 천추, 장강, 회음혈...’
다섯 혈자리가 반응을 해왔다. 원래는 중완혈까지 여섯이지만 이미 침이 들어갔으니 제외 시켰다.
‘요근혈, 수삼리, 신주, 양로...’
다시 네 개의 혈자리가 추가되었다. 이들은 앞선 주력 혈자리를 보조하는 지원군이자 특공대의 임무로써 필요했다.
백회혈에 장침이 들어갔다. 공최와 천추에도 들어갔다. 모두 화침이었다. 그런 다음에 하체로 내려갔다. 장강혈과 회음혈에 침을 넣기 위해서였다.
두 혈자리는 매우 난해했다. 장강혈은 독맥의 낙혈이다. 궁골이나 궐골이라고도 불린다. 하필이면 항문과 미골의 중간 지점. 환자의 경우에는 항문에 가까웠다. 회음혈은 한 수 더 난해하다. 이건 항문과 질의 중간으로 보면 되었다. 하지만 윤도에게는 그저 혈자리일 뿐이었다. 손바닥의 노궁혈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런데...
똑!
하필 절침이 나왔다. 침은 두 번이나 더 부러졌다. 혈자리가 굳어있어 주변을 잘 풀어줘야 할 상황. 하지만 오래 마사지하기 난해한 자리였다.
‘어쩐다?’
혈자리를 바라보았다. 언제 보아도 심오한 계곡은 오늘따라 더 심오해 보였다. 잠시 숨을 돌리고 응용 시침으로 돌아섰다. 회음혈은 임맥의 낙혈. 그 윗자리 혈에 호침을 넣어 성난 혈자리를 달랜 것이다.
쏙!
응용은 성공적이었다. 돌처럼 단단하던 회음혈이 풀리며 장침을 받아들였다. 거기서 전체 침감을 살폈다. 침감은 느리게 느리게 직장 쪽으로 몰리고 있었다. 환자의 어깨를 살짝 들어 신주혈에 장침 하나를 더했다. 신주는 장이 무력할 때 좋은 혈자리였다. 그제야 침감의 속도가 좀 붙었다.
‘이제 제대로 한 판 붙어볼까?’
약침을 뽑아들었다. 위치는 수삼리였다. 작심한 화침이 팔의 수삼리혈을 차고 들어갔다. 이 혈에서 직장의 암 종기와 대적했다. 말하자면 다른 혈자리의 공세로 암세포의 예봉을 무너뜨리며 날리는 회심의 저격이었다.
수삼리로 들어간 침은 평소보다도 강력한 화침이었다. 뜨끈했다. 암세포는 열에 약하다. 세계 각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암 치료에 열을 사용해왔다. 현대의학에서도 고주파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저격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고주파는 항암제와 방사선을 병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상세포는 44°C가 넘어야 죽지만 암세포는 42°C가 되면 죽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42°C>
화침의 승부처였다.